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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ㆍ연예

한강 소설 원작 영화 ‘채식주의자’·‘흉터’본다…CGV 특별상영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CJ CGV는 14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영화 ‘채식주의자’, ‘흉터’ 두 편을 오는 17일부터 단독 상영한다고 밝혔다. CGV용산아이파크몰 등 전국 45개 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채식주의자’는 2010년 개봉한 영화로, 2016년 영국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동명 연작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주의를 선언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임우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과 2010년 세계 최고 권위의 독립영화제인 미국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드라마 경쟁 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영화에선 배우 채민서가 주인공 영혜 역을 맡았다. 그의 형부 민호 역은 현성이, 언니 지혜 역은 김여진이 각각 소화했다. ‘흉터’는 2011년 작품으로 한강의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수록된 ‘아기부처’가 원작이다. 엄격하게 자라면서 감정이 메마른 여자와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완벽주의에 집착하는 남자의 외롭고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보여준다. ‘채식주의자’를 연출한 임 감독 작품으로, 박소연이 선희를, 정희태가 상협을 각각 연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0-14

조용필, 11월에 20집 발매 기념 콘서트 개최

조용필 ‘20집 발매 기념 조용필&위대한 탄생 콘서트’포스터.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왕’(歌王) 조용필(74)이 정규음반인 20집 ‘20’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공연기획사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는 11월 23∼24일 오후 6시, 11월 30일∼12월 1일 오후 6시 서울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20집 발매 기념 조용필&위대한 탄생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콘서트는 오는 22일 공개되는 조용필의 정규 20집 ‘20’ 발매를 기념하는 무대다. 조용필은 2013년 정규 19집 ‘헬로’(Hello) 이후 새로운 음악 장르에 도전하는 등 수년간 공들여 신보를 준비했다. 조용필은 라이브 밴드와 함께 첨단 사운드로 2024년 현재의 자신을 보여주는 신곡은 물론이고 데뷔부터 지금까지의 음악 여정을 총망라하는 무대로 팬들에게 추억과 감동을 선사한다는 각오다. 공연 티켓은 11일 오전 11시부터 티켓링크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번 콘서트는 투어로도 이어진다. 서울을 시작 으로 개최 도시를 추가할 계획이며,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조용필은 1976년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히트한 것을 시작으로 1980년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등이 수록된 1집으로 국내 가요계 사상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0-08

'가황'의 라스트 콘서트 장소는…

나훈아. /예아라 제공 가요계 은퇴를 선언한 가수 나훈아(77·본명 최홍기)가 내년 1월 서울에서 마지막 공연을 갖는다. 4일 나훈아의 소속사 예아라·예소리에 따르면 내년 1월 10∼12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가 열린다. 나훈아는 올해 2월 돌연 은퇴를 선언한 뒤 4월 인천을 시작으로 마지막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열고 있는데 내년 서울 공연을 마지막으로 가수 활동을 접겠다는 것. 1966년 데뷔한 지 59년 만에 가수생활을 끝내는 셈이다. 나훈아는 이날 소속사를 통해 공개한 편지에서 “처음 겪어 보는 마지막 무대가 어떤 기분일지 짐작하기 어려워도, 늘 그랬듯이 ‘신명 나게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가슴에 가득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활짝 웃는 얼굴로 이별의 노래를 부르려 합니다. 여러분, 고마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나훈아는 오는 12일 대전을 시작으로 하반기 투어를 시작한다. 이후 강릉(10월 26일), 안동(11월 2일), 진주(11월 16일), 광주(11월 23일), 대구(12월 7~8일), 부산(12월 14~15일)을 방문한 뒤 서울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장식한다. 나훈아는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이래 특유의 꺾는 창법과 독보적인 무대 매너로 ‘무시로’, ‘잡초’, ‘갈무리’‘고향역’ 등의 히트곡을 내며 ‘가황(歌皇)’ 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0-05

부산국제영화제 10월 2일 개막…초청작 63개국 224편등 총 279편 상영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10일간 부산 영화의전당 등 부산 전역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10월 2일 오후 6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펼쳐진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공식 초청작 63개국 224편을 비롯해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5편, 동네방네비프 상영작 15편 등 총 279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부산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인 넷플릭스(Netflix) 영화 ‘전,란’이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고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강동원·박정민 주연이다. 폐막작은 싱가포르인 최초로 칸·베니스·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문화 훈장을 받은 에릭 쿠 감독의 ‘영혼의 여행’이다. 공식 초청작은 지난해에 비해 15편이 늘었으며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은 86편이다.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 거장들의 다양한 신작 영화과 칸, 베니스 등 국제영화제 수상작 및 글로벌 화제작, 오리지널 시리즈, 한국 주류 상업 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다큐멘터리 장르의 대중적 확장을 위해 ‘다큐멘터리 관객상’을 처음 선보이며, 영화계의 대표적인 기업들과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포럼)와 담론의 장도 펼쳐진다. 다큐멘터리 관객상은 와이드 앵글 부문(섹션)의 한국과 아시아 다큐멘터리 경쟁작 10편을 대상으로 관객 투표를 통해 1편을 선정한다. 아울러 10월 5~8일 ‘제19회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이 열린다. 영화·영상 콘텐츠부터 스토리 등의 원천 지식재산권(IP)까지 거래할 수 있는 종합 콘텐츠 마켓인 이 행사에서는 국제공동제작의 기반(플랫폼)이 될 ‘프로듀서허브’ 신설, 기술과 영화의 융합을 논하는 ‘인공지능(AI) 콘퍼런스’ 등 한층 강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동네방네비프는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 등 부산시 곳곳에서 선보인다. 동네방네비프의 모든 상영작은 사전 예매 없이 누구나 현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9-26

올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 1위는 ‘베테랑2’

올 추석 연휴 5일간 극장가 승자는 ‘베테랑2’(감독 류승완)가 차지했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베테랑2’는 추석 연휴 닷새(9월 14∼18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총 393만7000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누적 관객 수는 445만3000여명이다. 추석 연휴에 맞춰 13일 개봉한 ‘베테랑 2’의 누적 관객 수는 손익분기점 400만명을 가볍게 뛰어넘어 445만3000여명으로 불어났다. ‘베테랑 2’는 2015년 1341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베테랑’의 속편으로, 범죄자를 잡을 땐 물불 안 가리는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이 강력범죄수사대에 새로 합류한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와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로 추석 연휴 관객을 끌어모았다. 추석 연휴에 맞춰 13일 개봉한 ‘베테랑 2’는 개봉 첫날인 13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뒤, 줄곧 정상 자리를 지키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추석 연휴 닷새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은 466만여 명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 엿새간(9월 28일∼10월 3일) 관객 수(311만3000여 명)보다 49.7%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으로 극장이 한창 활기를 띠던 2019년 추석 연휴 나흘간(9월 12∼15일) 관객 수(513만1000여 명)보다는 9.2% 적은 수준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9-19

집에서 편안하게, 극장서 생생하게… 밀린 문화생활 해볼까

추석 연휴가 다가왔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모여 그동안 놓쳤던 영화, 드라마, 예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왓챠 등의 주요 OTT에서 선보이는 따끈한 신작과 극장영화 개봉작, 그리고 상반기 화제작들까지 다채로운 콘텐츠가 푸짐하게 차려져 있다. 볼만한 OTT 영화 전혀 새로운 호러물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넷플릭스 시리즈/8부작/15세 이상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수상한 손님의 방문으로 평범한 일상이 어그러지는 보통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과거 모텔 사업을 하던 구상준(윤계상)은 연쇄살인범 지향철(홍기준)을 만난 후 가정이 무너진다. 현재 펜션을 운영하는 전영하(김윤석)도 사이코패스 살인자 유성아(고민시)를 고객으로 만난 뒤 일상이 파괴될 위기에 처한다. 이 드라마의 영어판 제목인 개구리(The Frog)가 어쩌면 더 직관적일지도 모른다. 무심코 던질 돌에 개구리는 죽을 수도 있으니까. 이 드라마는 얼핏 보면 공포영화의 크리셰(지겹고 예측 가능한 진부한 표현)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 같지만 시간의 충돌과 사건의 의외성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호러물을 빚어냈다. 연기장인 김윤석과 시크한 느낌의 경찰 역을 소화한 이정은의 연기야 두말의 여지가 없지만 놀라운 것은 고민시의 사이코패스연기다. 매혹적인 팜므파탈의 느낌과 마치 고유정이 실제로 연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의 잔혹함이 뒤섞여 있다. 차분한데 청순하지 않고 가라앉은 느낌도 있는데 알고 보면 강렬하다. 후반에 가서 속도감이 떨어지는 느낌은 있지만 심리스릴러 특유의 여운이 남는 수작이다. 세대간의 이해와 사랑 ‘인턴’ 넷플릭스·쿠팡플레이/121분/12세 이상 영화 ‘인턴(The Intern)’은 세대 간의 교감을 통해 따뜻한 감동과 웃음을 선사하는 코미디 드라마다. 주인공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은 온라인 패션 회사를 이끄는 성공적인 젊은 CEO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와 가정 문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의 회사에 70세의 은퇴자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가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벤은 아내와 사별하고 40년간 다니던 회사를 은퇴한 평범한 할아버지이다. 그의 남은 여생은 바쁘지만 영양가 없던 하루의 연속이였다. 그러다 고령 채용 인턴 공고를 보고 줄리의 패션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게 된다. 처음 벤을 본 줄리는 ‘일이 별로 없을거다’라는 말과 함께 노령이라는 이유 만으로 벤을 업무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벤은 오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찾아 나선다. 무거운 카트를 함께 밀어주거나 사무실의 어수선한 공간을 정리하는 등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일들을 통해 회사에 차분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벤의 지혜와 성실함은 젊은 직원들에게도 건강한 자극을 주며 특히 줄스에게는 중요한 조언자가 된다. 벤은 줄스가 CEO이자 엄마로서 직면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인턴이지만 인생의 어른으로서 따뜻한 지혜를 나눈다. 이를 통해 줄스는 삶의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오피스 코미디를 넘어, 세대 간의 이해와 인간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인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벤의 모습을 통해, 인턴이라도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직장에서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울 수 있다 원자폭탄에 대한 질문 ‘오펜하이머’ 넷플릭스/180분/15세 이상 “난 이제 죽음이요, 세계의 파괴자가 되어버렸다” 원자폭탄 개발을 이끈 J.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남긴 말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는 과학이 세상에 미친 엄청난 영향을 탐구하며, 그 중심에 서 있는 한 남자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서 원자폭탄을 개발한 천재 물리학자의 삶과 그가 직면한 도덕적 딜레마를 다룬다. 오펜하이머는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도전했지만, 그 결과는 파멸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위협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그가 주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그의 눈부신 과학적 성취와 그로 인해 발생한 인류의 고통, 그리고 그가 짊어진 무거운 책임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오펜하이머는 전쟁을 종식시킨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만든 무기가 초래한 끔찍한 결과 때문에 평생 죄책감과 싸우며 살아간다. 놀란 감독은 과학과 도덕의 경계를 예리하게 탐구하며, 과학의 발전이 가져온 윤리적 문제를 영화 속에 담아냈다. 전쟁을 끝낸 도구로서의 핵무기는 그 자체로 큰 성취였지만, 그로 인한 고통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과학적 혁신이 인류에게 던지는 고민을 되짚는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 ‘리바운드’ 쿠팡플레이·왓챠·넷플릭스/120분/12세 이상 영화 리바운드는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안재홍)이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신임코치로 발탁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전국대회에서의 첫 경기 상대는 고교농구 최강자 용산고. 팀워크까지 무너진 중앙고는 몰수패라는 치욕의 결과를 낳고 팀을 해체할 위기에 놓인다. 그러나 양현은 이에 굴하지 않고 MVP를 꿈꾸며 다시 선수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주목받던 천재 선수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이신영),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정진운),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괴력 센터 ‘순규’(김택),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정건주) 등은 함께 훈련을 받지만 어딘가가 어긋난다. 리바운드는 고단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농구부 선수들을 그려냈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고, 한 편의 소년만화 같지만 실화를 기반으로한 영화기에 깊은 여운을 준다. 실제 선수들과 닮은 체형으로 캐스팅 한 장항준 감독의 세밀함도 엿보였다. ‘리바운드’란 농구에서 슈팅한 공이 골인되지 않고 백보드에 맞고 튀어 나오는 일이다. 한마디로 공이 튀어나갔을 때 기회를 엿보는 것. 영화 리바운드는 끊임없이 ‘끝나기 전까진 끝나지 않은 것’의 모습를 보여준다. 영화 리바운드는 유쾌한 중꺾마(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관객에게 선물한다. 상영 중인 신작 영화 더 강력해진 액션 ‘베테랑2’ 13일 개봉하는 영화‘베테랑2’는 언론시사회 이후 악당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면서 스포일러 공방이 현재 뜨겁다. 등장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의 인물을 음산한 카메라 앵글로 지목하면서도, 내부의 적이라는 설정은 이야기의 절반이 흘러갈 때까지 악당을 베일에 가려두고 있기 때문이다. 118분의 상영시간이 ‘순삭’으로 지나가는 데 장르를 가지고 놀 줄 아는 류승완 감독의 연출력과 황정민을 비롯해 9년 만에 돌아온 ‘팀 베테랑’의 찰떡 호흡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도 유유히 삶을 즐기던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죽음과 유사한 방식으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강력범죄수사대의 서도철(황정민)은 연쇄살인을 의심하며 단서를 추적하는데, 자칭 ‘정의부장’ 유튜버가 ‘해치’라고 이름 지은 연쇄살인범이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는다. 인력 부족에 허덕이던 서도철의 팀은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칼 든 범죄자를 제압하는 동영상으로 화제가 된 지구대 경찰 박선우(정해인)를 영입해 범인 검거에 나선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남산 전망대에서 파쿠르(안전장치 없이 주위 지형이나 건물 등을 이용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곡예 활동) 방식으로 용의자를 쫓는 추격 장면, 비 오는 옥상에서 빗줄기를 도구처럼 활용해 격투 동작을 드라마틱하게 확장한 장면은 액션 장인 류승완의 원숙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9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여전한 파이팅과 그 시간이 준 성숙을 품은 서도철은 1편과의 연관성과 차별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존재다. 젊은 시절의 혈기 대신 끊임없이 진실이 미끄러져가는 현실을 의심하고 자신의 어리석은 판단을 기꺼이 철회하면서 반성하는 서도철은 ‘베테랑2’가 보여주고자 하는 지금의 시대정신이다. 배우 조정석의 원맨쇼 ‘파일럿’ 영화 ‘건축학 개론’부터 ‘엑시트’까지 개성적인 연기를 선보여 온 조정석 배우가 여장 남자 역에 도전했다. 111분 동안 펼쳐지는 조정석의 연기 원맨쇼에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 ‘파일럿’은 최고의 비행 실력을 갖춘 스타 파일럿 한정우(조정석 분)가 순간의 잘못으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실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항공사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궁지에 몰린 한정우는 여동생 정미의 신분을 빌려 재취업에 나선다. 조정석은 긴 가발에 원피스, 하이힐을 신고 뭇 남성의 눈길을 사로잡는 미모의 여성 한정미로 변신한다. 여성의 모습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등 연신 실수를 자아낸다. 비행 조종간을 잡는 일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여성 파일럿이 된 그에게 전과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틈만 나면 치근덕거리는 파일럿 서현석(신승호 분), 회식 자리에서 여성 직원들에게 대놓고 ‘외모 평가’를 일삼는 중년 남성을 마주하게 된다. 그 와중에 어떤 일이 있어도 지지해주는 여성 동료 윤슬기(이주명 분)를 만난다. 이들은 서로를 믿고 따르며 연대한다. ‘여장한 남성’ 설정은 기존 영화에서 익숙하게 다뤄져 왔기에 새로울 건 없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재벌 중심 사회 부조리, 인기를 좇는 SNS 과시 문화, 직장 내 남성 중심 문화 등을 차용해 다르게 보여주려 한 듯 보인다. 예상 가능한 전개로 참신한 코미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단순히 가볍게 웃으며 보기에는 괜찮은 유쾌한 팝콘 무비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김채은수습기자 gkacodms1@kbmaeil.com /성지영인턴기자 thepen02@kbmaeil.com

2024-09-12

부산국제영화제, 넷플릭스 영화 '전,란'으로 문 연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OTT 플랫폼 영화가 사상 처음으로 선정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3일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로 29회를 맞은 이번 영화제 개막작을 비롯한 주요 행사 내용을 공개했다. 개막작은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박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해 화제가 된 넷플릭스 영화 ‘전,란’이 선정됐다. ‘심야의 FM’(2010)의 김상만 감독이 연출한 ‘전,란’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으로, 양반 가문의 외아들 종려(박정민 분)의 몸종 천영(강동원)의 이야기다. 친구이기도 했던 두 사람이 오해로 원수가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과거에도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를선보였지만, 개막작으로 상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OTT의 영향력이 커져가는 추세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전,란’의 개막작 선정에 대해 “작품 자체를 본 것이고, 관객이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 감안했다”며 “넷플릭스 영화라고 해서 제외하거나 하는 것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음 달 2일 개막해 11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7개 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공식 초청작은 224편으로, 지난해 209편에 비해 8%가량 늘었다.관객 중심의 문화 축제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5편을 합하면 279편이다. 박광수 이사장은 “국고보조금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지만, 자체 재원 조달을 늘려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다운 규모를 지키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폐막작은 싱가포르 최초로 칸, 베를린,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문화훈장을 받은 에릭 쿠 감독의 ‘영혼의 여행’이 선정됐다.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카트린드뇌브가 주연을 맡았다. 아시아 영화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아시아영화인상은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받게 됐다.‘큐어’(1997), ‘회로’(2001), ‘절규’(2006) 등을 연출한 구로사와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신작 ‘뱀의 길’과 ‘클라우드’를 선보인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그랜드 투어’로 감독상을 받으면서 포르투갈의 젊은 거장으로 떠오른 미겔 고메스 감독을 초청해 장편 8편을 상영하고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을 기리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사람, 이선균’도 열려 그의 대표 출연작 6편을 상영하고 스페셜 토크 등을 한다.이선균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한국영화공로상도 받게 됐다. 다음 달 5∼8일에는 종합 콘텐츠 시장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도 열린다. 50여개국 2천500여명의 콘텐츠 산업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오정은기자 jyo@kbmaeil.com

2024-09-03

전세계 영화인들의 축제 ‘칸영화제’ 막 올라

전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인 제77회 칸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2024·이하 칸 영화제)가 14일 저녁(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개막해 25일까지 열린다.칸영화제는 베를린,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3대 영화제로 꼽히지만, 위상 면에서는 나머지 둘을 능가한다.칸영화제 기간에는 전 세계 영화계의 관심이 칸으로 쏠린다.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상영되는 영화들은 각국 영화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총 22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감독상,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 각본상, 남·녀 배우상 등을 두고 경합한다.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조지 밀러 감독의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도 칸 영화제에서 시사회를 열고 최초 공개된다.‘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는 2015년 나온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이후 9년만에 나온 신작이다.‘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는 문명 붕괴 45년 후, 황폐해진 세상에 무참히 던져진 ‘퓨리오사’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고 떠나는 거대한 여정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안야 테일러조이가 퓨리오사를 연기했다. 이와 함께 크리스 햄스워스, 톰 버크 등이 출연한다.국내에서는 오는 22일 개봉한다.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한국 영화는 총 3편이다. 장편 2편과 단편 1편이다.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2’는 완성도 높은 장르 영화를 소개하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는 칸 클래식 부문,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임유리 감독의 단편 ‘메아리’는 학생 영화 부문인 라 시네프에 초청됐다. ‘베테랑2’ 주연 배우인 황정민, 정해인, 류승완 감독은 오는 20일 열리는 공식 상영에 참석,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5-16

하이브, 금감원에 '어도어 사태' 관련 애널리스트도 조사 요청

하이브가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S 부대표 외에 한 외국계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 A씨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A씨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전날 금감원에 제출했다. 하이브는 A씨가 어도어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에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A씨가 지난달 17일 방한한 외국계 투자자에게 하이브 미팅에 앞서 어도어 경영진과의 별도 미팅을 주선했다는 주장이다. 이 외국계 투자자는 해당 미팅에서 “어도어의 가치가 현재 기준으로 1.4조원이면 당장 투자하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하이브는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하이브는 민 대표에게 보고한 어도어 관계자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이 미팅과 발언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또한 민 대표 측과 A씨가 접촉하는 과정에서 내부 기밀 정보들이 A씨에게 흘러갔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 대표 측은 이른바 ‘경영권 탈취 의혹’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 대표는 지난 달 기자회견에서 “외부 자문사에 자문을 받았다, 제가 누구를 만나서 어떤 투자를 받았다는데 데리고 와라.제가 무슨 투자 이야기를 나눴느냐”며“이는 존재할 수가 없다.만난 적도 없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A씨는 하이브를 대상으로 매수 혹은 매도 의견 보고서(리포트)를 내는 담당 애널리스트다.A씨는 최근 보고서에서 하이브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이번 사태로 주가가 하락하고 소속 아티스트 전반에 대한 평판이 저하해 사업적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하며 금감원에 A씨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 측은 그러나 주가 하락 등은 하이브가 근본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 대표 측은 전날 S 부대표를 대상으로 한 금감원 조사 요청에 반발하며 “지금주가 하락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라며 “하이브가 어도어 경영진에게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2024-05-15

'범죄도시 4' 1천만명 돌파…한국영화 시리즈 첫 '트리플 천만'

배우 마동석 주연의 액션 영화 ’범죄도시 4‘가 15일 천만 영화의 반열에 올랐다. 4편까지 나온 ’범죄도시‘ 시리즈는 한국 영화 시리즈 최초로 ’트리플 천만‘을 달성했다. 배급사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범죄도시 4‘는 이날 오전 누적 관객 수1천만명을 돌파했다. ’범죄도시 2‘(1천269만명)와 ’범죄도시 3‘(1천68만명)에 이어 시리즈에서 세 번째 천만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개봉작 중 세 편의 천만 영화를 낸 시리즈는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가 유일했다.한국 영화로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첫 사례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유일하게 1천만명에 못 미친 ’범죄도시‘(688만명)를포함하면 시리즈의 전체 누적 관객 수는 4천만명을 넘어선다. 지난달 24일 극장에 걸린 ’범죄도시 4‘는 개봉 22일째에 1천만명을 돌파했다. 천만 영화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이 ’범죄도시‘ 시리즈 작품 가운데 가장 짧았다. ’범죄도시 2‘와 ’범죄도시 3‘는 각각 개봉 25일째, 32일째에 천만 영화가 됐다. ’범죄도시 4‘는 개봉 시점도 좋았다.영화관 입장권 할인이 적용되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 개봉해 첫날에만 82만명을 끌어모았고, 근로자의 날(5월 1일)과 어린이날 대체공휴일(6일)도 흥행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범죄도시 4‘는 장재현 감독의 ’파묘‘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다.역대 한국 영화로는 24번째 천만 영화고, 외국 영화를 포함한 전체 개봉작으로는 33번째다. 마동석은 ’부산행‘(2016), ’신과 함께-죄와 벌‘(2017), ’신과 함께-인과 연‘(2018), ’범죄도시 2‘, ’범죄도시 3‘에 이번 작품까지 모두 여섯 편의 천만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됐다.한국 배우로는 최다 기록으로, 흥행 보증 수표의 입지를 굳혔다. ’범죄도시 4‘는 괴력의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필리핀에 근거지를 둔 온라인불법 도박 조직을 소탕하는 이야기다.마동석 특유의 액션과 유머를 부각했고, 마석도의 조력자 장이수 역을 맡은 박지환의 코믹 연기가 호평받았다. ’범죄도시‘ 시리즈 1∼3편의 무술감독을 맡았던 허명행 감독이 ’범죄도시 4‘를 연출했다.올해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황야‘에 이어 허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극장가의 관심은 ’범죄도시 4‘의 극장 상영 기간 최종 관객 수가 얼마나 될지에쏠린다.’범죄도시 2‘와 ’범죄도시 3‘보다 빨리 천만 영화에 오른 만큼, 이들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

2024-05-15

귀여운 캐릭터 손잡고 동심의 세계로…영화 '이프'

영화 '이프: 상상의 친구'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상상을 해본다면 어떨까. 어릴 적 우리가 안고 자던 인형, 혼자일 때 말벗이 돼준 인형, 그러나 우리가 자라면서 구석에 처박혔다가 언젠가 쓰레기통으로 가고 말았을 그 인형이 아직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심지어 그런 인형들이 한곳에 모여 살면서 우리를 다시 만나길 꿈꾼다면. 15일 개봉한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신작 ‘이프: 상상의 친구’(이하 ‘이프’)는 이런 상상을 펼쳐 보이면서 관객을 동심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 영화엔 누구나 가졌을 어린 시절의 꿈을 시각효과 기술로 형상화한 캐릭터인‘이프’(If)가 여럿 등장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1988)의 토토로를 연상시키는 커다랗고 통통한 털북숭이 ‘블루’부터 알록달록한 몸에 목소리가 고운 ‘유니콘’, 체크무늬 재킷을 걸친 멋쟁이 해바라기 ‘플라워’, 유리잔 속 물에 잠긴 얼음 조각 ‘아이스’ 등 별의별 캐릭터가 나온다.성격도 가지각색이지만, 하나같이 귀엽다. 주인공 비(케일리 플레밍 분)는 미국 뉴욕에 사는 열두 살짜리 소녀다.엄마가 없는 비는 아빠마저 수술받으러 입원하면서 할머니 댁에 맡겨지고, 위층에서 이프들과 사는 이상한 아저씨 칼(라이언 레이놀즈)을 알게 되면서 환상의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각각의 이프는 누군가의 어린 시절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그가 동심의 세계에서 벗어나면서 잊힌 존재들이다.비와 칼은 보통 사람의 눈엔 띄지 않는 이프들에게옛 친구를 찾아주는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다.어린이라면 기상천외한 이프들의 모습에 매혹될 것이고, 어른은 까맣게 잊어버린 어린 시절 자기만의 이프를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행복으로 가는 열쇠는 동심을 회복하는 데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어린이의 꿈을 형상화한 캐릭터를 끌어들인 게 다소 작위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가족이 함께 즐기는 걸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나은 방법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털북숭이 블루가 꿈에 그리던 옛 친구와 재회하는 장면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이제는 중년 남성이 돼버린 친구가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연상시키면서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마블 스튜디오의 ‘데드풀’ 시리즈에서 히어로를 연기한 라이언 레이놀즈는 ‘이프’에선 무뚝뚝해 보이면서도 어린이와 통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칼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펼친다. 비를 연기한 케일리 플레밍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와 드라마 ‘워킹 데드’ 시리즈에 출연한 뛰어난 연기력의 아역배우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에서 스릴러 연출력을 인정받은 크래신스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선 따뜻한 동심의 세계를 그려낸다. 이프들의 목소리 연기는 크래신스키 감독의 아내인 에밀리 블런트와 조지 클루니, 브래들리 쿠퍼, 맷 데이먼, 아콰피나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맡았다. 104분.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2024-05-15

 '범죄도시 4' 주말 78만명 관람…천만영화 눈앞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 4’가 지난 주말에도 8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면서 천만 영화를 눈앞에 뒀다. 1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범죄도시 4’는 지난 주말 사흘간(10∼12일) 77만7천여명(매출액 점유율 58.7%)이 관람해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누적 관객 수는 973만7천여명으로 불어났다.부처님오신날 연휴를 낀 이번 주 중 1천만명 돌파가 확실시된다.이 경우 장재현 감독의 ‘파묘’를 잇는 올해 두 번째천만 영화가 된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범죄도시 4’가 첫 주말(4월 26∼28일) 291만8천여명을 동원한 데 이어 두 번째 주말(5월 3∼5일) 192만2천여명을 모은 것과 비교하면 흥행 기세는 한풀 꺾인 양상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지난 주말 32만5천여명(26.0%)을 모아 2위였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4’(4만3천여명·3.1%)와 1년 만에 재개봉한 일본 로맨스 영화 ‘남은 인생 10년’(2만9천여명·2.4%)이 그 뒤를 이었다. 이날 오전 기준 예매율을 보면 오는 15일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이 30.8%로 ‘범죄도시 4’(17.9%)를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같은 날 개봉하는 신혜선·변요한 주연의 ‘그녀가 죽었다’는 10.0%를 기록 중이다. /연합뉴스

2024-05-13

대형 여름축제 수놓는 K팝 스타들…"달라진 K팝 위상 덕분"

K팝 아티스트들이 ‘꿈의 무대’로 불리는 해외 대형 음악 축제로부터 잇달아 러브콜을 받고 있다. K팝 아티스트들의 국제적인 위상이 올라가는 가운데 대중성을 높이려는 페스티벌 측의 섭외 시도가 이어지면서, K팝 아티스트들이 대형 축제의 주 무대를 책임지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3일 가요계에 따르면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아이브 등 K팝 그룹들은 올여름 해외 대형 음악 축제 메인 출연자로 활약을 앞두고 있다. 그중 가장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팀은 세븐틴이다. 세븐틴은 오는 26∼30일 열리는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 출연해 주 무대인 ‘피라미드 스테이지’에서 공연한다.K팝 그룹이 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은 50여년 축제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피라미드 스테이지’는 매년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이 오르는 무대로, 올해는 세븐틴을 비롯해 두아 리파, 콜드플레이, 시저(SZA) 등이 출연한다. 세븐틴은 이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 베를린’(Lollapalooza Berlin)에도 메인 출연자로 나선다. 롤라팔루자는 이보다 한 달 앞선 8월 1∼4일 본거지인 미국 시카고에서도 축제를 여는데, 여기서도 K팝 그룹 다수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공연하는 스트레이키즈는 올해 메인 출연자로 섭외됐다.아이브와 신인 걸그룹 비춰(VCHA)는 올해 처음으로 축제에 참여한다. 이외에도 8월 17∼18일 일본을 대표하는 축제 서머소닉에는 NCT 드림과 아이브를 비롯해 에이티즈, 베이비몬스터, 보이넥스트도어, 제로베이스원, 악동뮤지션 등이 참여한다. 일본 대형 콘서트장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세븐틴과 트와이스는 동방신기 이후 처음으로 7만 석 규모 가나가와 닛산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연다. 통상 수십만 관객이 찾는 대형 음악 축제의 주 무대는 대중적 인지도와 관객 동원력을 갖춘 아티스트에게 돌아간다.K팝 스타들이 대표 출연자로 섭외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이 다수의 글로벌 팬을 동원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글래스턴베리 무대를 앞둔 세븐틴은 지난해 발매한 미니음반 ‘FML’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되는 등 인기를 누렸다.스트레이 키즈 역시 롤라팔루자 공연 티켓을 일찌감치 매진시키며 탄탄한 팬층을 입증하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음악을 소비하는 나이대가 어려지고 국가 간 경계가 옅어지는 상황”이라며 “K팝 아티스트들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음반을 내고 있기 때문에 헤드라이너로 서도 관객들이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페스티벌이 특정 장르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다루던 경향에서 점차 대중적인 스타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일례로 미국의 유명 음악 축제 코첼라는 록 페스티벌로 출발했으나 현재 팝과 힙합은 물론 라틴 음악, K팝 등 폭넓은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채우고 있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K팝 아티스트와팬덤을 갖춘 가수를 섭외해 흥행을 도모하려는 페스티벌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K팝 스타들의 글로벌한 위상이 높아지면서 헤드라이너로 나서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페스티벌 입장에서 K팝 아티스트들은 화제성과 흥행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가 됐다.그룹 에이티즈는 지난달 코첼라에서 봉산탈춤과 강강술래 등 한국 전통문화를 녹여내는 등 참신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계자들은 K팝 아티스트들이 대형 음악 축제의 관심을 받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평론가는 “K팝 아티스트들의 활약이 한국 뮤지션 전반의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한동안 한국 아티스트를 향한 관심도가 올라가는 추세는 계속될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2024-05-13

박수칠 때 떠나는 58년 '가황' 나훈아

’가황‘(歌皇) 나훈아가 데뷔 58년 만인 27일 갑작스럽게 은퇴를 시사하면서 가요계 안팎과 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나훈아는 이날 소속사를 통해 “박수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진리를 따르고자 한다”고 밝히며 마지막 콘서트 일정을 공개했다.그는 은퇴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사실상 올해 콘서트가 그의 마지막 무대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그간 대외적인 접촉을 극도로 꺼려온 나훈아는 이날도 편지 외에는 별도 입장을내지 않아 마지막 콘서트의 의미에 대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나훈아와 수십 년의 인연이 있는 동료 가수, 작곡가들은 은퇴를 암시한 발표를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면서도 그간 나훈아가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실행에 옮긴 것 같다고 했다. 나훈아와 친분이 깊은 한 원로 가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연이 매번 솔드아웃(매진) 되지 않냐”며 “직접 공연을 연출하고 음악도 연구하니 새로운 무대를 만드는 데 대한 떨리고 두려운 마음을 얘기하면서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다고 띄엄띄엄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그는 이어 “(나훈아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도 컸다.그럴 때마다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했는데, 말 그대로 박수받을 때 평소에 하던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 같다.자기만의 스타일이 확실하고 고집 있는 사람이니까”라고 말했다.나훈아와 오랜 인연이 있는 한 원로 작곡가도 “얼굴을 본지는 좀 됐다”면서도 “이전에도 나훈아 씨는 무대에 설 때마다 언제까지 이런 박수가 나올 수 있을까, 박수가 끊이기 전에 내려가야 하는데, 그것이 언제 올 것이냐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항상 두렵다고 이야기했다.관객들에게 박수받을 때 좋은 모습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나훈아는 ’무시로‘, ’잡초‘, ’갈무리‘, ’울긴 왜 울어‘, ’임 그리워‘, ’강촌에 살고 싶네‘, ’물레방아 도는데‘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사랑받았다.부산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시절에 시 교육위원회 개최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하는 등 어릴 적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여왔다.나훈아와 인연이 깊은 한 원로 작곡가는 “60년 가까이 한결같이 사랑받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진정한 국민 가수이고 진짜 예술인이고 스타”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그간 나훈아 씨는 훈장도 고사했는데, ’사람 일이 언제 어떻게 될지모르는데 훈장 받고서 좀 잘못해 입에 오르내리면 반납하러 가야 하지 않느냐‘고 웃더라”며 “어딘가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소신이 확실한 사람”이라고 말했다./윤희정기자

2024-02-28

한국 영화 볼까, 할리우드로 가볼까?

올해 설 극장가 상차림은 여느 대목 못지않게 풍성하다. 휴먼 드라마, 액션, 스릴러 등 소재와 장르가 다양하다. 7일 출사표를 던진 한국영화 ‘도그데이즈’, ‘데드맨’, ‘소풍’에서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웡카’, ‘아가일’까지 각양각색의 작품들이 관객 맞을 준비를 마쳤다. 여기에 라미란 주연의 범죄추리극 ‘시민덕희’와 최동훈 감독의 판타지 ‘외계+인’ 2부 등도 준비돼 입맛에 맞는 영화를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아도 개성 강한 ‘3作 3色’ 한국영화김덕민 감독의 ‘도그데이즈’(배급사 CJ ENM)는 귀여운 반려견 세 마리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사연을 이어주며 펼쳐지는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미나리’(2021)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7)은 세계적인 멋진 건축가 역을 맡았고 유해진, 김윤진, 정성화, 김서형, 다니엘 헤니 등 연기파 배우들도 이름을 올렸다.조진웅, 김희애 주연의 ‘데드맨’(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은 7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2006)의 공동 각본을 맡았던 하준원(48)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사업 실패 후 빚더미로 궁지에 몰려 자기 이름을 판 바지사장의 이야기를 실감 나게 그린 스릴러로서, 하 감독은 돈을 받고 이름을 판 사람들을 5년 동안 취재해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김용균 감독의 ‘소풍’(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은 제작비 12억원의 저예산 영화로, 지난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은 작품이다. 원로 배우 나문희(83), 김영옥(87), 박근형(84)이 주연한 이 영화는 70대 노인 세 명이 고향 남해에서 재회해 삶을 반추하는 이야기다. 팔순에도 현역 배우로 활동 중인 이들의 연기는 노년의 회한과 고통에 대한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노년의 고통과 죽음에 관한 진지한 고민도 담았다. ◇유명 배우·제작진 뭉친 ‘외화’설 연휴에 출격하는 외국 영화 중에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판타지 ‘웡카’와 액션 영화 ‘아가일’이 눈에 띈다.폴 킹 감독의 ‘웡카’(배급사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할리우드 톱스타 티모테 샬라메가 주연해 주목받으면서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라 있다.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 속 캐릭터인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주 웡카의 소년 시절 이야기다. 경쾌한 노래와 춤으로 전개되는 장면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형형색색의 미장센과 근대 유럽을 깔끔하게 구현해낸 미술 기법도 눈길을 끈다.국내에서도 흥행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의 매슈 본 감독이 연출한 ‘아가일’(배급사 유니버설픽쳐스)은 스파이 소설 작가인 여성이 킬러들의 추격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액션물로서,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헨리 카빌, 샘 록웰이 주연했다. 독창적인 액션,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이야기,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가 강점이다.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도 이번 연휴 영화 팬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기대작이다. 한 남자의 추락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법정 공방을 통해 인생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영화는 골든글로브, 전미 비평가상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레옹’으로 잘 알려진 뤽 베송 감독의 ‘도그맨’도 빼놓을 수 없다. 인간 사회에서 버림받아 개들 속에서 자란 남성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이 영화에는 124마리의 개가 출연한다. ◇범죄 스릴러·SF 판타지 영화도 눈길 모아이번 설 연휴 극장가에 걸린 한국 영화 가운데 ‘시민덕희’와 ‘외계+인’ 2부 등은 극적 재미에 깊이를 더하는 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박영주 감독의 ‘시민덕희’(배급사 쇼박스)는 2016년 화성시에서 일어났던 보이스피싱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실화 바탕’의 작품이다.‘요즘 대세’인 배우 라미란이 보이스피싱을 당한 덕희 역을 맡아 직접 중국 칭다오로 날아가 보이스피싱 사기단으로부터 돈을 찾으려고 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첫 주 사흘간 36만3천여 명(매출액 점유율 43.6%)의 관람객을 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1천만 영화를 두 편이나 낸 최동훈 감독의 SF 판타지 영화 ‘외계+인’ 2부(배급사 CJ ENM)는 스텍터클한 액션을 즐기는 관객의 관심을 끌 만한 영화다.최 감독의 대작 프로젝트로서 이번 2부는 2022년 개봉한 1부의 뒷이야기다. 시간 이동으로 고려시대에서 2022년으로 넘어온 도사들이 현대인과 힘을 합쳐 외계인과 전투를 벌인다. 배우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이하늬, 진선규 등이 열연했다.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 136만6천126명을 기록하며 3위에 자리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2-07

‘어떤 게 올바른 삶의 방식인가’… 인간 내부의 빛과 그림자

병적인 다중인격자 혹은, 괴이한 이상성격자에게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인간’이란 존재 안에는 악마와 천사가 더불어 함께 숨 쉬며 살아왔다는 걸 부정하기 어렵다.그 사실을 증명하듯 “욕망을 제지하고, 이성에 근거해 살아야한다” “탐욕은 인간의 본성이니, 욕망을 거부하지 마라”는 정반대의 속삭임이 하루에도 여러 번 번갈아가며 당신의 귓가를 어지럽히지 않는가.인간 내부엔 악마와 천사가 병존(竝存)한다. 소설가 이외수(1946~2022)는 생전에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욕심 없이 평화롭게 사는 방식을 독자들에게 설파했다.‘누가 어진 마음으로 살라하여 그리 되더냐/가만히 두어도 어진 산비탈/오늘은 사과꽃 눈부시게 만발 하였으니/이런 날 도(道) 따위 닦아 무엇에 쓰리/영주 땅 가득히 엎질러진 햇살/부처님 진신사리(眞身舍利)도 녹아드는데’.하지만, 세상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가지고 무욕(無欲)의 심경으로 살아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외수의 문장이 머릿속에서 오래 기억되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지.예술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는 ‘인간에 관한 탐구’. 이에 동의한다면 사람을 ‘천사’가 아닌 ‘악마’로 살아가게 만드는 이유를 찾아보는 건 분명 의미 있는 행위다.시인과 소설가, 작곡가와 화가는 문학과 음악, 그림이라는 각자의 장르 속에서 이런 탐구를 오랫동안 진행해왔다.영화감독도 마찬가지다. 영상을 통해 연구되고 구현돼 온 인간 내부의 빛과 그림자는 관객들에게 ‘어떤 게 올바른 삶의 방식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했다.멕시코의 영화 연출자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루이스 만도키는 사람의 선한 행위와 악행이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지를 영사막 위에 펼쳐 놓은 사람들. 그렇기에 그들의 영화는 달리 말하면 ‘인간 본질에 대한 치밀한 탐구’라 할 수 있다.‘아모레스 페로스’와 ‘엔젤 아이즈’는 꽤 오래전에 만들어진 영화. 그럼에도 두 작품이 던져주는 묵직한 메시지와 현재성은 2024년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할 듯하다.인간 안에 존재하는 ‘천사’와 ‘악마’를 어떻게 다스리고, 유효적절하게 불러낼 것인지를 고민해본 이들을 위해 두 영화를 소개한다. ◆ 이기심은 악마를 만들어낸다… ‘아모레스 페로스’피 흥건한 남아메리카 투견장(鬪犬場)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불륜에 빠진 형수와 도망칠 궁리에만 열중인 건달 옥타비오, 자신의 육체를 무기로 옥타비오를 유린하고 돈을 빼돌리는 형수 수잔나.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아름다운 모델과 딴살림을 차린 유명잡지의 편집장 다니엘, 자신의 전부인 아름다운 몸을 망친 교통사고를 비관해 히스테리만을 부리는 다니엘의 애인 발레리아.몰락한 사회주의에 절망해 살인청부업자가 된 엘 치보, 이데올로기 때문에 어린 시절 자신을 떠난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스스로 파멸의 길로 걸어가는 치보의 딸 마루.“눈부시고, 유연하고, 또 날카로운, 그렇지만 가슴속엔 감흥이 전해오는 영화”라는 ‘피플’지(誌)의 평가를 받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아모레스 페로스’를 관통하는 색채는 탁한 붉은색 혹은, 어두운 회색이다. 혼돈과 타락의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도시 멕시코시티의 암울함.감독은 그 암울함의 이유를 자신의 욕망만을 절대선(絶對善)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이기심에서 찾고 있다. 바로 이 이기심이야말로 인간 안에 존재하는 ‘악마’가 아닐까. 영화 ‘아모레스 페로스’의 등장인물들에게 자신보다 소중한 타인은 없다.옥타비오에겐 형의 폭력에서 형수를 구한다는 명분이 있긴 하다. 하지만 매력적인 형수에게 느끼는 육체적 욕망 앞에 그 명분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형수 수잔나도 마찬가지. 그녀가 유혹의 눈길을 보낸 이유는 투견장에서 벌어오는 옥타비오의 돈을 차지하겠다는 물욕(物慾) 때문이었다.다니엘과 발레리아의 관계 역시 다를 바 없다. 아무리 그럴듯한 수사를 갖다 붙이더라도 둘의 만남이란 아름답고 젊은 여자를 차지하려는 부유한 남자와 돈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중년 남성에게 매료당한 여자의 불륜일 뿐이다.거기엔 사랑 따위의 단어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사랑이 아닌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 비극적 결말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할 터. 각기 다른 2개의 이기적 욕망으로 체결된 계약은 욕망이 어긋나자마자 깨진다.이념을 따라 가족을 떠났고, 그 이념 때문에 감옥에 갇히고, 다시 그 이념에 절망하여 살인청부업자로 존재를 전이하는, 가족에 대한 배려라고는 전혀 없는 아버지 엘 치보.그런 아버지를 인정할 수 없는 딸 마루. 두 사람 갈등의 시발점은 이념이다. 그러나 결국 이념이란 것도 좁혀 말하자면 ‘좋아하는 것으로의 이끌림’이라는 욕망이 아닐까? 그 이끌림이 사회주의를 향해 있건 자본주의를 지향하건.영화 ‘아모레스 페로스’에는 유령이나 괴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내내 관객들은 뼛속 깊숙이 서늘한 공포감을 느낀다.타인이 아닌 자신만을 향해 있는 이기적 욕망. 바로 그 욕망이 인간 내부에 도사린 가장 무서운 ‘악마’가 아닐지.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의 이유는 자신 안에도 존재하는 악마를 직접 바라본다는 고통 탓일 것이다. ◆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천사들의 세상… ‘엔젤 아이즈’한국 영화팬들에게도 익숙한 ‘남자가 사랑할 때’와 ‘병 속에 담긴 편지’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출력을 인정받은 루이스 만도키 감독의 ‘엔젤 아이즈’는 앞서 만들어진 그의 작품들과 유사한 멜로 영화다.‘엔젤 아이즈’는 전 세계 곳곳에 극성 남성 팬을 가진 매력적인 여배우 제니퍼 로페즈와 더없이 착한 눈망울을 가진 남자 제임스 카비젤이 서로의 가슴 안에 숨겨둔 상처를 극복하고 사랑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 ‘천사’가 개입한다.LA 경찰청의 경관 새론(제니퍼 로페즈 분)은 시원시원한 성격과 꼼꼼한 일 처리로 동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독차지하고 있는 여성.언제나 환하게 웃는 얼굴로 생활하지만 그녀에겐 엄마를 폭행하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그런 까닭에 남자의 사랑을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들뿐더러, 혼자 있을 땐 우울하다.독거노인의 장보기를 대신해 주고, 길거리에 주차된 차량의 전조등까지 꺼주는 친절을 발휘하는 캐치(제임스 카비젤 분)는 법 없이도 살 착한 사람. 그러나 이 사내 역시 교통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과거의 아픈 상처를 오랜 시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엔젤 아이즈’에 등장하는 천사는 존 트라볼타가 영화 ‘마이클’에서 보여준 우스꽝스런 친구의 모습이나,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처럼 철학적인 형상이 아니다.‘엔젤 아이즈’의 천사는 뚜렷한 실체가 없다. 관념으로 존재한다. 천사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모습으로 흐릿하게 드러난다. 남녀 주인공의 만남에서 보여지는 작위성과 동어반복으로 늘어지는 다소 느슨한 스토리 라인, 엉킨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의 통속성 등으로 보자면 ‘엔젤 아이즈’의 영화적 완성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이런 형식적 허물을 상쇄해주는 힘은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다.“인간으로 인해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가. 하지만 그 외로움을 달래줄 것도 결국은 인간뿐이다”라고 속삭이는 천사의 목소리.결국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이란 타인의 아픔도 자신의 것인 양 함께 앓아줄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곳 아니었던가.그래서다. 새론의 눈물 섞인 고백만으로 갑작스레 이루어지는 아버지와의 화해와 큰 상처에 비해 너무나 쉽게 회복되는 캐치의 기억이 다소간 당황스럽고, 생경하더라도 관객은 이를 관대하게 넘겨줄 수 있을 것 같다.그런 이유로 다툼과 싸움 끝에 마침내 화해한 두 사람이 함께 타고 가는 자동차 위로 떠오르는 엔딩 크레딧을 보며 천사의 축복을 내려줄 수도 있을 듯하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인간 안에는 천사와 악마가 함께 살고 있다. 눈을 가린 경주마처럼 좌우도 살피지 않은 채 앞으로만 달려가려는 ‘이기적 욕망’과 이 욕망을 제지하려는 ‘이타와 배려’가 더불어 존재하는 것이다.이를 부정할 수 없다면 당신은 천사와 악마, 이기와 이타 중 무엇을 곁으로 불러내려는가?/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1-16

혹한의 시대, 구원의 길을 찾아서…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열렸다. 전국 곳곳에서 혹한의 추위와 폭설 소식이 들려온다. 춥고 쓸쓸한 겨울은 올해도 과거와 다를 바 없다.이런 날들이면 우리는 자연스레 위로와 위안을 선물로 들고 사람들 곁에 다가올 ‘메시아’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 메시아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인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아래 소개하는 2편의 옛날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 사랑과 연민을 실천하는 메시아가 되고자 애써보는 올 한 해를 만들어가면 어떨까? ◆ 메시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기타리스트 로이 부캐넌은 ‘더 메시아 윌 컴 어게인(The messiah Will Come Again)’을 연주했다. 일렉트릭 기타로 어쿠스틱 기타보다 더 맑고 청명한 소리를 뽑아내는 그의 연주 테크닉은 신기(神技)에 가깝다. 음악평론가들은 말했다.“잔잔하고 때로 격정적인 그 곡을 듣는 동안 우리는 돌아온 메시아(구세주)의 음성을 듣고, 형상을 본다.”그러나, 정작 메시아와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 역할을 한 로이 부캐넌의 생애는 불우하고 불행했다. 마약과 알코올중독, 장기간의 투옥 중에 맞은 죽음까지.신(神)의 고유 영역이라 이야기되는 ‘창조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평생 고독과 절망을 형벌처럼 머리에 이고 산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 인간에게 내린 신의 저주 때문일까?일본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메시아의 재림’에 관한 이야기다. “푸른 옷을 입은 채 황금의 들판에 내려서 잃어버린 대지와의 끈을 잇고 사람들을 청정의 땅으로 인도할” 신의 대위자(代位者)와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그리는 영화.고도로 발달한 산업 문명의 끝에는 환경 파괴가 있었고, 그 파괴된 환경은 지구를 인간이 살 수 없는 별로 만든다. 지구 멸망. 이후 천년이 지났다. 지구는 여전히 오염된 대기로 덮여있고, 바다에는 생물이 살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유독한 가스를 뿜어내는 식물들의 군락지 ‘부해’가 그 영역을 확장하며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소수의 사람들만이 살아남아 오염이 덜한 지역에 군락을 이루고 생활한다. ‘바람계곡’도 그런 도시국가의 하나.나우시카는 그 나라의 공주다. 평지풍파의 시작은 ‘바람계곡’에 추락한 군사국가 토르메키아의 전투비행선에서 발견된 거대한 알(卵). 토르메키아는 지구를 멸망시킨 거신병(巨神兵)을 부활시켜 부해와 부해에 살고 있는 모든 곤충들을 불태워 버리려는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볼모로 끌려가던 나우시카는 그 역시 토르메키아 병사들에게 부모와 누이를 잃은 페지테국의 왕자 아스벨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천신만고 끝에 유독가스를 뿜어내고 있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부해의 포자식물들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정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나우시카.그러나, 늦었다. 부해를 태우려는 토르메키아의 공격이 이미 시작된 상태. 부해에 사는 거대한 변이곤충 ‘옴’ 수백만 마리가 바람계곡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공룡만큼 거대한 옴의 무리가 바람계곡을 지나간다면 마을은 폐허가 될 것이 뻔하다. 나우시카는 죽음을 각오하고 옴의 무리 앞에 나선다.그 순간. 나우시카의 붉은 옷은 푸른색으로 변하고, 성난 옴들은 황금빛 들판처럼 고요하고 순해진다. 언젠가는 바람계곡을 찾아올 것이라는 성자(聖者)에 관한 전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희망처럼 전해지던 메시아의 재림. 메시아는 ‘나우시카’였던 것이다.‘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통상 하야오의 작품이 그러하듯, 환경 파괴와 산업문명의 무조건적 숭상을 경계하는 메시지와 모든 문제의 시작이 인간이듯 해결점도 인간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지나친 탐욕으로 자신과 세계를 망치는 것은 인간이다. 하지만 그 인간을 구원하는 것도 인간이다”라는 일견 단순한 논리. 쉽고 편안한 방식으로 전달되는 철학은 그 울림이 깊고, 지속성이 긴 법이다. 여기서 하야오의 탁월함은 그 형상을 구체화한다.세상사를 단편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선과 악을 단순한 이분법으로 재단하지 않는 ‘소녀이자 ‘메시아’인 나우시카는 관객에게 이렇게 속삭인다.“혼돈스럽고, 피폐한 세상이지만 당신 안에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만 있다면, 메시아는 언제나 당신 옆에 있을 것이다.” ◆ 메시아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그린 마일’감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영화의 소재로 쓰인 것은 이미 오래 전 일. 사람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궁금증이 크건 작건 있기 마련이다.영화가 가진 미덕의 하나가 ‘인생의 대리체험’이라면 감옥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감옥을 가지 않고도 감옥생활을 피상적으로나마 이해하게 하는 도구가 된다.감옥영화의 소재는 매우 다양하다. 알란 파커 감독의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나 프랭크 대러본의 전작 ‘쇼생크 탈출’처럼 탈옥을 다룬 작품, 케빈 베이컨과 게리 올드만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일급 살인’처럼 감옥 내 인권문제를 다룬 작품, 짐 쉐리단 감독의 ‘아버지의 이름으로’처럼 아일랜드공화군(IRA) 요원의 감옥과 법정 투쟁을 다룬 정치적 영화까지.그러나 누가 뭐래도 감옥영화의 백미는 사형수 이야기. 서두에서 말했듯 영화는 간접체험의 훌륭한 교과서다. 사형수의 일상과 심경이 알고 싶어 사형 선고를 받을만한 범죄를 저지를 수는 없는 일.우리는 사형수를 다룬 영화를 통해 사형수의 일상과 마음을 읽고, 사형수를 연기하는 배우의 몸짓과 눈빛으로 사형수의 삶을 대리체험 한다.‘그린마일’ 이전에 기자를 가장 크게 흔들었던 사형수 소재 영화는 팀 로빈스 감독의 ‘데드맨 워킹’이다. “사람을 죽인다는 건 나쁜 일입니다. 그것이 살인이건, 사형이건…”이라 울먹이며 말하는 숀 펜의 눈망울에는 공포, 절망, 후회, 증오, 공황의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여 흐릿해져 있다. 관객을 압도하는 그의 표정은 다시 보기 힘든 열연이다.숀 펜의 연기만이 아니다. ‘데드맨 워킹’은 우리에게 “인간이 과연 인간에게 죽음을 선고하고 집행할 권리가 있는가?”라는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한다.서설이 지나치게 길었다. 이제 콜드 마운틴 교도소의 녹색복도(Green Mile)로 걸어 들어가자.영화 ‘그린 마일’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거구의 흑인 존 커피(마이클 클락 던칸 분)가 소녀 살해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사형수 감방 사동으로 이송돼 온다. 교도관 폴 에지컴(톰 행크스 분)은 덩치만 컸지 순박하고, 겁 많은 이 흑인이 ‘과연 진짜 살인범일까’라는 의문을 가진다.사막처럼 황량하고, 겨울 밤바다처럼 암울한 사형수 감방. 존 커피는 이 어두움의 공간을 신의 기적이 행해지는 빛의 공간으로 전이시킨다.폴의 요도염을 고쳐주고, 교도소장 아내의 뇌종양을 제거해주는 신비한 치료술을 보여주는가 하면 악질 교도관을 단죄하는 심판자의 역할도 맡는다. 거기에다 죽은 쥐를 되살려내는 부활의 기적까지 행하는 존 커피. 그러나, 기적을 행하고 신의 존재를 대리했던 존 커피도 자신에게 씌워진 살인 혐의가 불러온 사형 선고를 뒤엎지는 못하고, 전기의자에 앉아 죽음을 맞는다.“인간에게 중요한 것이 육체인가? 영혼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은 고래로부터 있어온 것. 대러본 감독은 이에 답한다. “육체를 죽이는 행위보다 더 가혹한 것은 영혼을 절멸시키는 것이다”라고.그렇기에 존 커피가 사형 선고를 받은 이유가 흑인에 대한 백인사회의 편견에 있건, 흑마술을 행하는 악마혐오증에 있건, 자기 의사를 정확히 표현 못한 존 커피의 무지에 있건 그건 이미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선량하게 살아온 한 인간에게 살인 혐의라는 무서운 의심이 덧씌워진 순간, 이미 그의 영혼은 파괴되는 것. 파괴된 영혼을 가진 인간에게 육체적 구원이란 무의미한 것이라고 감독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의 효과적 전달에는 마이클 클락 던칸의 연기가 크게 한 몫한다. 죽음을 앞두고 피할 수 없는 인간적 공포와 함께 세상사 앞에서 처연한 신의 평온함을 동시에 연기해낸 배우.영화 속에서 3번이나 강조되는 존 커피의 대사 “제 이름은 존 커피입니다. 마시는 커피랑 철자만 다르지요”. 그랬다. 존 커피의 영문 이니셜은 ‘JS’다. 이는 예수(Jesus Christ)의 이니셜 JS와 같다.자기희생을 외치는 사람은 많으나, 진정 아픔의 면류관을 자청해 쓰려는 사람은 없는 시대에 ‘존 커피’는 우리의 진정한 메시아가 아니었을까?/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1-09

이동국, 아들 낳은 산부인과 병원장에 피소…"명예훼손·무고"

축구선수 출신 방송인 이동국 부부가 산부인과 원장에게 사기미수 혐의로 고소당한 것에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이동국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21일 입장문을 내 “허위 사실로 대중을 기만하는 김모씨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무고죄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경기 성남에 있는 A 산부인과의 원장인 김모씨는 최근 사기미수 혐의로 이동국과배우자 이수진씨 부부를 경찰에 고소했다.이동국 부부는 곽모 씨가 운영하던 A 산부인과에서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자녀를 출산했다.부부의 출산 후 김씨는 곽씨에게서 A 산부인과 영업권을 양수했다.이후 이동국 부부는 A 산부인과가 계속 두 사람의 사진을 무단으로 이용해온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김씨를 상대로 작년 10월 12억원의 모델료를 요구하는 조정을 법원에 신청했다.그러나 이동국 부부가 조정을 계속 이어가지 않아 신청은 기각됐다.이를 두고 김씨는 곽씨와 친분이 있는 이동국 부부가 곽씨를 대신해 자신을 압박하려 소송을 냈다며 사기미수라고 주장하고 있다.김씨는 곽씨와 법적 다툼 중이다.이동국 소속사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조정 신청을 중단한 것은 김씨가 개인회생을 신청해 더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김씨를 압박하려고 조정을 신청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연합뉴스

2023-12-21

대구 출신 '나를 두고 아리랑'의 작곡가 겸 가수 김중신 별세

1970년대 히트곡 ’나를 두고 아리랑‘을 만들고 부른 작곡가 겸 가수 김중신이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가 8일 전했다.향년 81세.1942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구의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기타리스트로 음악활동을 시작해 1971년 그룹사운드 ’윤항기와 키브라더스‘에서 활동했다.1974년에는 그룹사운드 ’김훈과 트리퍼스‘의 ’나를 두고 아리랑‘을 작사·작곡했으며, 이듬해 이 노래를 현혜미와 직접 듀엣으로 불러 발표했다.’나를 두고 아리랑‘은 ’나를 나를 나를 두고/ 물건너 가시더니/ 한 달 두 달 해가 또 가도/ 편지 한 장 없네‘라는 서글픈 가사로 인기를 끌어 고인의 대표곡으로 남았다.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이 곡은 우리나라 고유의 선율을 당시 유행하던 고고리듬으로 편곡하고 그룹사운드 반주를 붙여 만든 파격적인 노래”라며 “김훈과 트리퍼스는 ’나를 두고 아리랑‘으로 당시 10대 가수상까지 받았다”고 말했다.고인과 함께 음악 활동을 한 윤항기는 “1970년대 당시 많은 가수가 팝적인 음악을 추구할 때, 김중신은 한국 전통 선율을 활용한 ’나를 두고 아리랑‘으로 우리 가요에 변화를 줬다”고 평했다.’나를 두고 아리랑‘은 이후 윤항기를 비롯해 나훈아, 조미미, 이용복, 선우성 등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한 1970년대 가요계 명곡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김중신은 1977년에는 독집 음반 ’에밀레/ 나를 두고 아리랑‘ 등을 발표한 뒤 엄수성밴드에서 보컬 겸 베이스를 맡아 활동했다.그는 이후 일본을 거쳐 미국 하와이로 건너갔다.1990년대 초에는 하와이 카피올라니에 있는 한인 타운에서 ’월출봉‘이라는 라이브 카페도 운영했다.이 카페에서는 쟈니리 등 한국 가수들이 전속으로 출연했다.고인은 2000년대 초반 목사 안수를 받고 하와이에 있는 백향목 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펼쳐왔다.유족으로는 미국에 거주하는 아내와 두 아들이 있다.장례식은 오는 9일 오후 1시 고인이 목사로 재직하던 하와이 백향목 교회에서 엄수된다./안병욱인턴기자

2023-12-08

영화 '서울의 봄' 개봉일 20만명 관람…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첫날 2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2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개봉일인 전날 20만3천여 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로 진입했다.매출액 점유율은 73.1%를 기록해 2위인 ‘프레디의 피자가게’(1만4천여 명·5.4%)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서울의 봄’의 개봉일 관객 수는 올해 나온 한국 영화 중 네 번째로 많다.1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 3’(74만여 명), 여름 성수기 대작 ‘밀수’(31만여 명), ‘콘크리트 유토피아’(23만여 명)의 뒤를 이었다.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CGV가 실제 관람객 평가를토대로 산정하는 골든에그지수에서는 100% 만점에 98%를 기록 중이다.이날 오전 8시 기준 ‘서울의 봄’ 예매율은 52.0%, 예매 관객 수는 18만6천여 명으로 당분간 흥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정권을 탈취하려는 신군부 세력과 이에 맞서는사람들의 긴박한 9시간을 그렸다.황정민이 보안사령관 전두광 역을, 정우성이 그를막으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맡았다./연합뉴스

2023-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