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다가왔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모여 그동안 놓쳤던 영화, 드라마, 예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왓챠 등의 주요 OTT에서 선보이는 따끈한 신작과 극장영화 개봉작, 그리고 상반기 화제작들까지 다채로운 콘텐츠가 푸짐하게 차려져 있다.
볼만한 OTT 영화
전혀 새로운 호러물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넷플릭스 시리즈/8부작/15세 이상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수상한 손님의 방문으로 평범한 일상이 어그러지는 보통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과거 모텔 사업을 하던 구상준(윤계상)은 연쇄살인범 지향철(홍기준)을 만난 후 가정이 무너진다. 현재 펜션을 운영하는 전영하(김윤석)도 사이코패스 살인자 유성아(고민시)를 고객으로 만난 뒤 일상이 파괴될 위기에 처한다. 이 드라마의 영어판 제목인 개구리(The Frog)가 어쩌면 더 직관적일지도 모른다. 무심코 던질 돌에 개구리는 죽을 수도 있으니까.
이 드라마는 얼핏 보면 공포영화의 크리셰(지겹고 예측 가능한 진부한 표현)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 같지만 시간의 충돌과 사건의 의외성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호러물을 빚어냈다.
연기장인 김윤석과 시크한 느낌의 경찰 역을 소화한 이정은의 연기야 두말의 여지가 없지만 놀라운 것은 고민시의 사이코패스연기다. 매혹적인 팜므파탈의 느낌과 마치 고유정이 실제로 연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의 잔혹함이 뒤섞여 있다. 차분한데 청순하지 않고 가라앉은 느낌도 있는데 알고 보면 강렬하다.
후반에 가서 속도감이 떨어지는 느낌은 있지만 심리스릴러 특유의 여운이 남는 수작이다.
세대간의 이해와 사랑
‘인턴’
넷플릭스·쿠팡플레이/121분/12세 이상
영화 ‘인턴(The Intern)’은 세대 간의 교감을 통해 따뜻한 감동과 웃음을 선사하는 코미디 드라마다. 주인공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은 온라인 패션 회사를 이끄는 성공적인 젊은 CEO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와 가정 문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의 회사에 70세의 은퇴자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가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벤은 아내와 사별하고 40년간 다니던 회사를 은퇴한 평범한 할아버지이다. 그의 남은 여생은 바쁘지만 영양가 없던 하루의 연속이였다. 그러다 고령 채용 인턴 공고를 보고 줄리의 패션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게 된다. 처음 벤을 본 줄리는 ‘일이 별로 없을거다’라는 말과 함께 노령이라는 이유 만으로 벤을 업무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벤은 오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찾아 나선다. 무거운 카트를 함께 밀어주거나 사무실의 어수선한 공간을 정리하는 등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일들을 통해 회사에 차분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벤의 지혜와 성실함은 젊은 직원들에게도 건강한 자극을 주며 특히 줄스에게는 중요한 조언자가 된다. 벤은 줄스가 CEO이자 엄마로서 직면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인턴이지만 인생의 어른으로서 따뜻한 지혜를 나눈다. 이를 통해 줄스는 삶의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오피스 코미디를 넘어, 세대 간의 이해와 인간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인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벤의 모습을 통해, 인턴이라도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직장에서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울 수 있다
원자폭탄에 대한 질문
‘오펜하이머’
넷플릭스/180분/15세 이상
“난 이제 죽음이요, 세계의 파괴자가 되어버렸다”
원자폭탄 개발을 이끈 J.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남긴 말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는 과학이 세상에 미친 엄청난 영향을 탐구하며, 그 중심에 서 있는 한 남자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서 원자폭탄을 개발한 천재 물리학자의 삶과 그가 직면한 도덕적 딜레마를 다룬다. 오펜하이머는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도전했지만, 그 결과는 파멸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위협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그가 주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그의 눈부신 과학적 성취와 그로 인해 발생한 인류의 고통, 그리고 그가 짊어진 무거운 책임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오펜하이머는 전쟁을 종식시킨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만든 무기가 초래한 끔찍한 결과 때문에 평생 죄책감과 싸우며 살아간다.
놀란 감독은 과학과 도덕의 경계를 예리하게 탐구하며, 과학의 발전이 가져온 윤리적 문제를 영화 속에 담아냈다. 전쟁을 끝낸 도구로서의 핵무기는 그 자체로 큰 성취였지만, 그로 인한 고통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과학적 혁신이 인류에게 던지는 고민을 되짚는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
‘리바운드’
쿠팡플레이·왓챠·넷플릭스/120분/12세 이상
영화 리바운드는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안재홍)이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신임코치로 발탁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전국대회에서의 첫 경기 상대는 고교농구 최강자 용산고. 팀워크까지 무너진 중앙고는 몰수패라는 치욕의 결과를 낳고 팀을 해체할 위기에 놓인다. 그러나 양현은 이에 굴하지 않고 MVP를 꿈꾸며 다시 선수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주목받던 천재 선수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이신영),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정진운),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괴력 센터 ‘순규’(김택),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정건주) 등은 함께 훈련을 받지만 어딘가가 어긋난다.
리바운드는 고단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농구부 선수들을 그려냈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고, 한 편의 소년만화 같지만 실화를 기반으로한 영화기에 깊은 여운을 준다. 실제 선수들과 닮은 체형으로 캐스팅 한 장항준 감독의 세밀함도 엿보였다. ‘리바운드’란 농구에서 슈팅한 공이 골인되지 않고 백보드에 맞고 튀어 나오는 일이다. 한마디로 공이 튀어나갔을 때 기회를 엿보는 것. 영화 리바운드는 끊임없이 ‘끝나기 전까진 끝나지 않은 것’의 모습를 보여준다. 영화 리바운드는 유쾌한 중꺾마(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관객에게 선물한다.
상영 중인 신작 영화
더 강력해진 액션 ‘베테랑2’
13일 개봉하는 영화‘베테랑2’는 언론시사회 이후 악당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면서 스포일러 공방이 현재 뜨겁다. 등장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의 인물을 음산한 카메라 앵글로 지목하면서도, 내부의 적이라는 설정은 이야기의 절반이 흘러갈 때까지 악당을 베일에 가려두고 있기 때문이다.
118분의 상영시간이 ‘순삭’으로 지나가는 데 장르를 가지고 놀 줄 아는 류승완 감독의 연출력과 황정민을 비롯해 9년 만에 돌아온 ‘팀 베테랑’의 찰떡 호흡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도 유유히 삶을 즐기던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죽음과 유사한 방식으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강력범죄수사대의 서도철(황정민)은 연쇄살인을 의심하며 단서를 추적하는데, 자칭 ‘정의부장’ 유튜버가 ‘해치’라고 이름 지은 연쇄살인범이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는다. 인력 부족에 허덕이던 서도철의 팀은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칼 든 범죄자를 제압하는 동영상으로 화제가 된 지구대 경찰 박선우(정해인)를 영입해 범인 검거에 나선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남산 전망대에서 파쿠르(안전장치 없이 주위 지형이나 건물 등을 이용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곡예 활동) 방식으로 용의자를 쫓는 추격 장면, 비 오는 옥상에서 빗줄기를 도구처럼 활용해 격투 동작을 드라마틱하게 확장한 장면은 액션 장인 류승완의 원숙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9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여전한 파이팅과 그 시간이 준 성숙을 품은 서도철은 1편과의 연관성과 차별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존재다. 젊은 시절의 혈기 대신 끊임없이 진실이 미끄러져가는 현실을 의심하고 자신의 어리석은 판단을 기꺼이 철회하면서 반성하는 서도철은 ‘베테랑2’가 보여주고자 하는 지금의 시대정신이다.
배우 조정석의 원맨쇼 ‘파일럿’
영화 ‘건축학 개론’부터 ‘엑시트’까지 개성적인 연기를 선보여 온 조정석 배우가 여장 남자 역에 도전했다. 111분 동안 펼쳐지는 조정석의 연기 원맨쇼에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 ‘파일럿’은 최고의 비행 실력을 갖춘 스타 파일럿 한정우(조정석 분)가 순간의 잘못으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실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항공사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궁지에 몰린 한정우는 여동생 정미의 신분을 빌려 재취업에 나선다.
조정석은 긴 가발에 원피스, 하이힐을 신고 뭇 남성의 눈길을 사로잡는 미모의 여성 한정미로 변신한다. 여성의 모습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등 연신 실수를 자아낸다.
비행 조종간을 잡는 일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여성 파일럿이 된 그에게 전과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틈만 나면 치근덕거리는 파일럿 서현석(신승호 분), 회식 자리에서 여성 직원들에게 대놓고 ‘외모 평가’를 일삼는 중년 남성을 마주하게 된다. 그 와중에 어떤 일이 있어도 지지해주는 여성 동료 윤슬기(이주명 분)를 만난다.
이들은 서로를 믿고 따르며 연대한다. ‘여장한 남성’ 설정은 기존 영화에서 익숙하게 다뤄져 왔기에 새로울 건 없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재벌 중심 사회 부조리, 인기를 좇는 SNS 과시 문화, 직장 내 남성 중심 문화 등을 차용해 다르게 보여주려 한 듯 보인다.
예상 가능한 전개로 참신한 코미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단순히 가볍게 웃으며 보기에는 괜찮은 유쾌한 팝콘 무비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김채은수습기자 gkacodms1@kbmaeil.com
/성지영인턴기자 thepen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