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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경북도향,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공연

국내 최초의 도립교향악단인 경북도립교향악단의 무대가 26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펼쳐진다.대구콘서트하우스가 주최하고 2021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국내 유수의 오케스트라 축제 2021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10월 15∼11월 28일) 일환이다.경북도를 대표하는 교향악단으로서 늘 새롭고 도전적인 프로그램 구성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경북도립교향악단은 이번 공연에서 백진현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뒤카의 교향시 ‘마법사의 제자’, 조프레의 ‘마우나 로아’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 글라주노프 ‘바이올린 협주곡 가단조’, 바르톡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등을 선보인다.프랑스 근대 작곡가 폴 뒤카의 교향시 ‘마법사의 제자’는 괴테가 쓴 동명의 발라드를 프랑스어로 번역한 앙리 브라즈의 글을 바탕으로 1897년 완성된 작품이다. 이 곡은 디즈니의 클래식 음악 애니메이션 ‘판타지아’(1940)가 제작되며 더욱 유명해졌다. 해학적 분위기의 표제음악으로 경쾌한 주선율을 따라 다채롭게 변화되는 리듬과 강약 조절로 섬세하게 묘사된다.2011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입상자인 초절기교 바이올리니스트 에릭 실버거와의 협연으로 들려주는 글라주노프 ‘바이올린 협주곡 가단조’는 글라주노프를 대표하는 명협주곡으로, 까다롭지만 화려한 바이올린 독주와 아름다운 선율 때문에 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도전하는 곡이기도 하다.지휘자 백진현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휘자로 2007년 전국 교향악축제에서 최고 지휘자에 선정됐고, ‘오늘의 음악가상’, ‘부산음악상’, ‘한국음악상’을 수상했다. 미국, 러시아, 캐나다, 이탈리아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국제음악제와 오페라, 오케스트라 공연을 했으며 국내에서는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 부산시립교향악단, 대구시립교향악단 등을 지휘하며 오랜 기간 자신만의 색깔로 음악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25

포항문화원, ‘포항 지리지’ 발간 지역 문화·역사적 변천 과정 ‘한눈에’

‘포항지리지’. /포항문화원 제공흩어져 있던 포항 관련 기록들을 한 권의 책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됐다. 포항문화원(원장 박승대)이 해마다 발간하는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향토지 ‘일월문화’시리즈의 일환으로 올해는 ‘포항지리지’를 펴냈다.포항문화원 부설 포항문화연구소(소장 김삼일)는 문화원의 명실상부한 싱크탱크로서 잊혀져가는 문화재를 발굴하고 연구활동을 진행하며 포항의 고전과 문화연구서들을 꾸준히 발간하고 있다.그동안 출간된 책자들은 ‘죽장입암시가산책’, ‘영일유배문학산책’, ‘다산 장기유배문학산책’, ‘내연산과 보경사’, ‘벗님이 새집을 지으셨으니’, ‘포항의 3·1운동사‘, ‘선정비 시대의 속내’, ‘포항의 기인 권달삼 이야기’, ‘포항의 서원의 어제와 오늘’, ‘포항문화재’ 등이다.포항문화연구소 권용호 위원이 역주한 이번 ‘포항지리지’는 삼국사기지리지, 고려사지리지, 경상도지리지, 세종실록지리지, 경상도속찬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여지도서, 여도비지, 대동지지 등 총 9권의 역대지리지 중 포항에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 포항 지역의 역사적 변천과정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했다.옛날 버전의 포항시사라고 할 수 있는 ‘포항지리지’에는 단순히 산과 하천 같은 지리적 내용만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고을의 유래와 변천, 인구, 물산의 종류, 명승지,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과 효자, 명승을 읊은 시문등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무엇보다 한문으로 된 역대지리지들을 모두 살펴보려면 작업이 만만치 않은데 이번에 흩어진 내용들을 한데 모아 역주해 한 눈에 쉽게 볼 수 있도록 정리를 한 것이 큰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박승대 포항문화원장은 “지역의 인문학적 배경과 전통문화를 포괄하는 ‘포항지리지’ 발간을 통해 포항문화의 정체성 확립에 일조하고 후세대들에게 유익한 교재로 귀중히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24

‘공간의 기억’ 속에서 마주하는 ‘존재와 공존’

“도시의 문화와 지역의 스토리를 담아 시민과 함께 교감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을 나눌 수 있기를 염원하며 오랜 시간 고민한 작품들입니다.”지난 21일부터 오는 28일까지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 자리한 ‘옛 극장’에서 아홉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트랜스 아트 작가 라익권 씨의 말이다.트랜스 아티스트가 발표하는 ‘트랜스 아트’는 초월 미술(Art of Transcendence)의 약자로 관념과 형식을 초월해 형상 너머의 본질을 표현하고 체험하는 예술을 일컫는다.라 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폐 유휴 공간’에서의 사진, 영상, 설치 등의 다중 매체 예술을 통해 장소적 공간에 대한 삶의 본질에 화두를 제시하고 기존 형식을 초월한 미술의 진화를 소개하고 있다.다음은 지난 23일 가진 그와의 인터뷰 내용.-트랜스 아트란 무엇인가.△20세기 미술은 자율성과 순수성에 대한 각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순수한 형태의 조형성에다가 색채의 독자적인 표현력을 제각기 추구하면서, 반(反)사실주의의 절정인 추상 미술이 두드러진다.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를 예로 들 수 있다. 팝 아트, 옵 아트, 키네틱 아트, 라이트 아트, 또는 정크 아트, 그리고 오늘날의 개념 미술 등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트랜스 아트는 초월주의 미술(Transce ndental Art)의 약자다. 형상을 ‘초’월하는 ‘탈’형식의 미술, 다양한 매체와 미디어들이 서로 다른 장르와 영역을 넘나든다. 다차원적 표현법, 미각미술, 모바일 디지털 미술, 이볼빙아트 등이 있다. 특히 이볼빙아트는 온라인상에서 확장되고 진화하고, 영구적으로 공간과 시대를 초월해 진행되는 미완성 상태에서 영원히 진화하며 완성되어가는 작품을 뜻한다. 관람자들도 작품 완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파트너 아티스트가 된다는 점은 영원히 진화하는 미술이다. 트랜스 아트는 기존의 표현방식을 초월해 사고하는 마음 너머 본성을 표현하고 체험하는 미술이고, 융합다매체 예술이다.-트랜스 아트와 기존 예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현대미술에서 트랜스 아트의 의미는 기존의 매체와 혼합매체, 다중매체, 모바일 디지털, 온라인상을 포함한 다른 장르와 영역을 넘나들고, 순수성을 바탕으로 융합 예술의 형태 표현의 의미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첨단 미디어 시대에 필요한 멀티플레이어 아트를 선도하고 예술가와 관람자들도 함께 직접 참여, 간접 참여하는 체험 미술이기도 하다.-2015년 대한민국 정수사진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개최한 2020년 IPA(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에서 5인 심사위원이 선정한 작가상, 일본 2020년 TOKYO International photo award 수상 등 2개 국제대회 3개의 상을 수상할 만큼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유명작가이시다. 트랜스 아트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현대 미술 중 동시대의 예술 흐름은 순수성과 독창성을 위주로 혼합매체, 다중매체 등과 같이 표현 예술의 융합적 멀티플레이어 예술로 진화되었다. 이에 나는 예술가와 관람자들도 함께 직·간접 참여를 유도하고 체험할 수 있는 표현 예술을 지향하고 있다.-아홉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회를 간략히 소개한다면.△201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옛 국군병원을 소재로 한 ‘거울의 울림’을 전시한 영국 작가 마이클 넬슨, 2012년 ‘미야기현에서 앨범을 줍다’라는 전시를 한 박진영 작가, 2001년 ‘죽은 집’이란 타이틀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독일 작가 그레고르 슈나이드 교수 겸 설치예술가 등 세 작가는 모두 ‘공간’과 ‘기억’이라는 공통된 카테고리가 있다. 그러나 나의 작품 ‘폐 공장, 폐 역, 폐 극장’은 모두 집단적 기억의 공간이며, ‘폐 극장’은 특히 문화적 공간이다. 이 공간들은 철거냐 보존이냐 등의 문제들을 안고 있다. 옛 기억과 현재의 상흔을 예술적으로 표현, 상생과 공존에 대해 화두를 제시하는 부분은 분명하게 차별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중심에 있었던 산업 시설들과 문화시설들이 급변하는 시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폐 공장’과 ‘폐 문화시설’들로 흉측하게 남아 있다. ‘철거’냐 아니면‘보존’과‘개발’이냐’ 라는 위기 속에‘공간의 기억’을 살펴본다. 지금의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산업과 과학의 발달로 우리의 삶의 변화는 순식간 바꿔버렸다. 그러나 그 속에선 다양한 경험과 역사가 내포되어 있다. 나는 ‘시간의 축적된 공간’이란 기억 속에서 상상 속을 거닐며, 세상을 향한 시선으로 끊임없이 ‘존재’와 ‘공존’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현대미술이 나아갈 방향, 그리고 지역미술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현대 미술 중 동시대의 미술 형태는 순수성을 바탕으로 단 매체 예술을 넘어 다중매체로 발전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예술도 세계적인 예술의 흐름에 걸맞는 융합적 표현 예술, 트랜스아트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기이다.-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기존까지는 ‘과거와 현재’의 장소적 공간에 기억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앞으로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적’ 창작 작업까지 포함하여서 시각 매체와 다매체 활용을 통해 더욱 실험적인 창작 활동을 하고자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24

기후위기의 지구,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기후 비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일깨우는 책이 나왔다. 기후과학자인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새 책 ‘2도가 오르기 전에’(애플북스)를 통해 기후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선 먼저 기후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처럼 상황을 정확히, 그리고 냉정히 파악해야 위태로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얘기다.지구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재난 소식이 심상치가 않다. 평소 겨울철에도 포근하던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올해 초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수십 명이 사망하고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잇따르면서 난방과 식수 공급이 끊겨 수백만 명이 피해를 겪었다. 반면에 북극해에서는 얼음이 계속 녹아내려 북극점 이정표가 언제 사라질지 모를 위기에 놓여 있다. 기후변화는 외국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우리나라도 최장기간 동안 장마가 이어지며 홍수와 산사태 등의 피해를 겪은 적이 있다.기후변화로 시작된 경고는 기후위기를 넘어 이제는 기후 비상으로까지 넘어왔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류가 멸망할 시점이 수십 수백 년 후가 아니라 당장 우리 눈앞에 와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인 모두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지금, 우리는 기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남 교수는 ‘2도가 오르기 전에’를 통해 기후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선 먼저 기후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후변화 이전의 지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알아야 기후변화의 징조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구의 환경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그 안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이 책에서는 기후의 개념부터 지구와 기후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하늘’, ‘땅’, ‘바다’ 그리고 ‘얼음’으로 나눠 과학적 자료와 함께 설명해준다. 각 부분별로 지구생태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배우다 보면 결국 이 모든 것들이 모여서 톱니바퀴 굴러가듯 맞물려 지구를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인간이 땅에서 만든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 바다 환경을 변화시키고, 환경이 변한 바다에선 해류의 흐름이 바뀌어 전 지구적 생태계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보면 지구 환경에 인간이 미치고 있는 영향을 알 수 있다.5장 ‘기후위기의 대응과 노력’ 편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현재 인류가 하고 있는 노력들과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남 교수는 “기후위기는 결코 먼 훗날의 일이 아니다. 당장 10년 후, 우리는 한반도에서 사과나무도, 사과나무를 심을 땅조차도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구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터전이다. 먼 미래에는 모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지구를 떠날 수 없기에 우리는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며 변화에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집필 이유를 밝힌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21

당신은 ‘어른’ 인가?… 어른의 조건은 무엇인가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자연히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생물학적 성인과 인간으로서 어른은 별개의 존재다. 자연히 될 수 없다면, 어른이 되기 위해 사람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 ‘어른의 조건’(글항아리)은 실제 한 학기 동안 도쿄대에서 이뤄진 교양 수업의 기록이다.수업을 기획한 두 저자 일본 도쿄대 교양학부 명예교수를 역임한 이시이 요지로와 도쿄대학 부학장 후지가키 유코는 각각 과학자와 문학자로, 분야가 다른 만큼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도 사고하는 방식도 다르다. 교수 두 명에 역시 각기 분야가 다른 조교 두 명 그리고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이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두고 논의하는 형태로 매 강의가 이뤄진다.이 특별한 한 권의 수업이 제공하는 것은 단련의 기회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의견을 내는 법, 타인의 관점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는 법, 정답 없는 질문 속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도출하는 법을 경험으로 알게 한다.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교양을 통해 사람은 ‘나’라는 한계를 넘어 어른이 된다.“저 사람 정말 어른스럽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할까? 흔히 ‘어른’이라고 하면 무모하게 일을 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가 원만한 사람, 주관이 있지만 고집은 없고 자기 언행에 책임을 지는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저명한 학자라 해도 평소 기분대로 행동하고 어딜 가든 분위기를 해친다면 외골수에 아이 같다는 평을 듣기 마련이며,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마음 넓고 온화한 사람이라도 매사에 스스로 판단할 줄 모른다면 믿음직스럽지 못할 따름이다. 때문에 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저자들은 말한다.“어른은 전문가인 동시에 교양인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윤희정기자

2021-10-21

獨 역사상 최초 여성 총리 메르켈, 그녀의 리더십 비결은?

신간 ‘메르켈 리더십: 합의에 이르는 힘’(모비딕북스)은 16년의 임기 끝에 다음달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67) 독일 총리의 리더십이 어떻게 세상과의 교감을 통해 발아하고 성장하고 더 단단해졌는지를 치열하게 추적한다. 메르켈은 독일과 위기에 처한 EU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존경받는 리더십을 구축했다. 재임기간 중 그리스 경제 위기와 우크라이나 분쟁, 시리아 난민 문제를 해결했다. 포브스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메르켈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2010년 제외)에 선정했다.정작 독일 국민들은 메르켈을 ‘무티(Mutti·엄마)’라고 부른다. 엄마처럼 아주 친숙한 지도자라는 얘기다.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에게 보내는 국민들의 신뢰는 그만큼 두텁다.헝가리 출신의 미국 저널리스트인 저자 케이티 마튼은 독일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남편을 통해 메르켈 총리와 인연을 맺고 20년 동안 관계를 유지해왔다. 책은 그녀가 메르켈 총리를 직접 취재하고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해 펴낸 다큐멘터리다.저자는 오랜 세월 메르켈의 본질에 다다르기 위해 백수십 명을 만났다. 헨리 키신저, 힐러리 클린턴, 조지프 스티글리츠, 요아힘 가우크, 로저 코언, 폴커 슐렌도르프 등 서구 정치계의 거물들과 관료, 학자들이 이 책에 풍성한 정보와 영감을 불어넣었다.저자는 메르켈 리더십의 가장 위대한 점은 ‘합의’를 향한 열망과 그 과정을 치밀하고 담대하게 직조하는 힘에 있다고 전한다. “그는 욕망하는 결과물을 얻으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자존심을 거듭 제쳐뒀다. 협상은 참을성을 시험대에 올리는 고된 과정이다. (….) 관심과 칭찬은 메르켈이 바라는 보상 중 가장 하찮은 것이다. 그가 추구하는 단 하나의 목표는 결과물이다.”메르켈은 과학자 출신의 미덕(분석, 논리, 연역적 사고방식)을 정치에 이식했다. 합리적인 목표를 설정한 후 엄청난 자료를 통해 그 가능성을 분석하고, 판단이 서면 협상 대상자를 최선을 다해 설득하는 것이다. 남유럽 재정위기, EU 금융 위기, 브렉시트로 인한 유럽연합 위기, 난민 위기,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 위기까지, 그는 ‘힘의 논리’를 배격하고 포기를 모르는 외교적 협상으로 파고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돋보인 건 2015년 시리아 난민 100만 명을 끌어안은 것이다. 합의를 이끌어내는 메르켈의 힘이 포용의 차원으로 승화된 순간이다. 메르켈은 독일의 과거를 아파했다. 결코 이 과거를 반복할 수 없다는 그의 신념이 독일 국민을 움직였고 결국 세계를 끌어안은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21

“예술은 결국 과정”… 대구서 키시오 스가 개인전

전후 일본 현대미술의 주역이자 세계 현대미술계의 주요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키시오 스가(78)의 개인전이 갤러리 신라 대구에서 22일부터 11월 30일까지 열린다.이번 전시는 키시오 스가 작가의 화업 53주년을 기념하는 일본에서의 대규모 회고전에 앞서 개최되는 전시여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키시오 스가 작가는 사물을 일정한 상태에 머물지 않고, 시간의 궤적에 따라 움직이고 변화하는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그러한 ‘사물’이 경험하는 과정의 정점이 되는 ‘작품구성 방식’에 주목하게 한다.대형 설치작품인 ‘Release of Surrounded Space’와 ‘Law of Scenic State’는 한국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Release of Surrounded Space’는 일련의 작은 돌들과 시멘트 블록들에 의해 사각 틀을 형성하도록 설치돼 있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사물과 장소 사이의 상호관계와 그들의 의식에로의 개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는 지각의 주관적 체계를 없애고, 원래의 존재 상태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또 다른 작업 ‘Law of Scenic State’는 콘크리트 블록과 나무 판재 그리고 로프 등 매우 단순한 사물들로 이뤄져 있다. 작업의 지속적인 지각갱신은 콘크리트 블록의 상태와 일반 물체와 그리고 특정 물체 사이에서 일어나는 지각의 모호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이 작품의 구성방식은 서로 묶여있는 돌과 밧줄 그리고 나무 판재 사이에서의 긴장을 인지할 때 더욱더 강조된다.스가는 한 인터뷰에서 “창작한다는 것은 ‘의미의 힘’으로 일상적인 것을 해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은 결국 과정이에요, 아무리 완벽해도 그것은 과정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간은 결국 죽고, 나무 등은 시들거나 타서 흙으로 변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들은 동일한 과정, 즉, 존재에서 무(無)로 이동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사물은 존재하며 변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無)를 향한 변화를 의미합니다”라고 하기도 했다.미술평론가 마츠이 미도리는 스가의 작업에 대해 “키시오 스가 작업에서의 경험은 정교한 지식 아카이브에서 벗어나 지각의 모호함을 깨달을 때 종국에는 끊임없는 자유의 느낌을 인지하게 된다”고 평한다.갤러리 신라 대구 관계자는 “인공물과 자연물을 조합하여 쌍방을 두드러지게 하여 관람자에게 어떤 장소 전체를 의식시키는 스가의 작업은 대개 눈치채지 못하는 공간에 잠재된 풍요로운 표정과 의미를 자유자재로 보여주며, 더구나 사물의 설치 방식은 완만하여 애매한 ‘경계’의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일본 이와테현 모리오카에서 태어난 키시오 스가는 타마예술대학 회화대학원을 졸업하고 1967년 학생일 당시 일본신인화가의 등용문이었던 11회 세루미술상을 수상했다. 1973년 제8회 파리비엔날레와 1978년 38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비롯해 L.A., 베이징, 도쿄, 브뤼셀, 상파울로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의 성공적인 전시와 유수의 미술관 및 개인 그룹 전시를 통해서 키시오 스가만의 작품성을 꾸준히 인정받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20

공예작가 11명, 생활 속 아름다움을 담다

석고와 캔들, 한지, 꽃, 와이어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공예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포항시 남구 송도 수협활어회센터 3층에 자리한 수협문화갤러리에서 포항 지역 공예작가들의 공예작품전시회가 열리고 있다.오는 30일까지 이어지는 ‘2021 일상을 유혹하는 공예’전에는 와이어, 데코파쥬, 플라워, 한지, 석고, 캔들, 테디베어, 서양화·데코파쥬 등 8가지의 다양한 공예 장르에 총 11명의 작가가 30여 점의 작품을 출품했다.일상을 유혹하는 공예전은 지자체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기획됐다. 이진희, 박경숙, 허수현, 김윤서, 배정선, 노영이, 김미경, 박채영, 이지영, 윤승빈, 김유리 작가 등 전문 작가와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행사여서 신선한 재미를 안겨준다.‘일상을 유혹하는 공예’라는 주제 속에서 자신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작품을 하나의 키워드에 담아 선보인다. 특히 생활 속의 아름다움을 미술로 형상화한 작품들로 채워진 이번 전시는 가을과 겨울의 길목에서 시민들에게 따스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진희 작가는 “무엇보다도 평범한 일상을 꿈꾸며 저마다 간직한 소소한 행복이 전시 참여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특별한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며 많은 관람을 당부했다. /윤희정기자

2021-10-20

‘흥! 흥! 흥해라 흥해별곡’ 공연, 과거와 미래세대 잇는다

포항의 전통문화와 무형문화재 매력을 담은 전통민속예술 한마당이 펼쳐진다.포항 금탑웃음경제연구소(대표 김의자)는 포항흥해농요보존회(회장 박현미)와 함께 22일 오전 10시30분과 11월 22일 오전 11시 영일민속박물관에서 ‘흥! 흥! 흥해라 흥해별곡’ 공연을 한다.지역의 전통민속예술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으로 꾸며진 이번 공연은 다양한 전통민속공연과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시민들에게 제공해 전통민속예술이 단순한 전통놀이가 아닌 과거와 미래세대를 이어주는 징검다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마련됐다.특히 2021년 흥해 특별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으로 선정된 행사로, 지난 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진 발생 이후 침체된 흥해 지역의 재건을 견인할 회복 프로그램으로 기획돼 지진이라는 나쁜 기운을 떨쳐내고 지진의 위기를 넘어 도시재생을 위한 좋은 기운이 넘쳐나도록 기원하는 의미있는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연은 제1장 흥!흥! 비나리 마당, 제2장 흥해라 마당, 제3장 흥해별곡 마당 등으로 구성됐다.1장에서는 흥해별곡예술단이 무대에 올라 지신밟기와 소리난타를 공연하며 2장에서는 가을에 어울리는 하모니카 연주와 벌목 노동요 지게 목발소리, 사이다고고장구 등이 펼쳐진다. 흥해농요보존회와 색소폰 연주자 박상백, 국정국악원예술단이 출연한다. 마지막 3장에서는 흥해농요와 장타령, ‘배띄워라’, 가야금과 하모니카, 색소폰 연주, 다함께 난타 공연 등 흥겨운 무대가 펼쳐진다. 김의자 금탑웃음경제연구소 대표 총감독을 맡은 김의자 대표는 “흥해 장날에 맞춰 열리는 ‘흥해라 흥해별곡’은 국내 최초 준박물관인 영일민속박물관 알리기와 흥해시장 살리기, 그리고 흥해농요 함께 부르기 등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날로 쇠퇴해가는 전통 오일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 지진피해로 인한 흥해 주민들의 상처와 마음을 치유하는 기운을 일으키며 역사와 전통의 흥해라는 애향심을 드높이는 소중한 행사”라고 소개하고 “고달픔 속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와 웃음의 해학으로 번창할 다음 세대를 기원하며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할 수 있는 신명을 일깨우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19

“도내 여성폭력 예방·피해자 지원 내실화 필요”

‘경상북도 폭력피해 여성 지원방안 연구’ 표지.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제공 경북도내 여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이 내실화 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북도 출연기관인 (재)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하금숙)이 최근 발표한 경상북도 폭력피해 여성 지원방안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배옥현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을 연구 책임자로 한 이번 보고서는 도내 여성폭력 실태와 정책 요구 조사결과 등을 조사했다.지난해 여성긴급전화 1366 경북센터의 상담현황에 따르면 전체 상담건수는 1만6천167건으로 이중 폭력피해 상담이 78.3%, 일반상담이 21.6%를 차지했다. 폭력피해 상담 중에서는 가정폭력이 1만1천330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성폭력 640건, 데이트폭력 538건의 순으로 높았다. 상담자 유형은 내국인 1만3천562건, 외국인 2천605건으로 여성결혼이민자를 포함한 외국인 여성의 상담이 전체의 16.1%로 나타났다.여성폭력기관 종사자(160명)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55.6%가 ‘경북이 여성폭력에 관해 안전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폭력 유형 중에서는 가정폭력(49.3%)을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여성폭력 피해자에게 중점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로는 ‘자립 및 사회복귀 지원’(31.9%), ‘심리·정서적 지원 서비스’(25.6%)에 대한 요구가 높게 나타났다.응답자들은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로 ‘가해자 법적 처벌 강화(26.3%)’를 꼽았고 ‘성평등 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 강화(21.0%)’, ‘철저한 피해자 보호(14.0%)’가 뒤를 이었다. 배옥현 연구위원 이밖에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경북을 조성하기 위한 중점정책(1순위)에 대해서도 ‘도민대상 폭력예방과 성인권 및 성인지 감수성 교육 확대’와‘가해자들의 법적 처벌강화’에 대한 응답이 높게 나타나 여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교육을 통해 예방 및 반폭력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배옥현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은 “폭력피해자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조례 제정, 여성폭력에 대한 인식개선, 폭력피해자의 자립·자활과 주거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며 “여성폭력 2차 피해방지 교육 확대와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 사례중심 현장 대응력 강화, 폭력피해 취약자 및 장애인 부모의 성인권 교육,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시설 신설, 가정폭력 피해자, 동반자녀 치유 프로그램과 보호시설 운영 확대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19

경주 찾는 국립발레단 ‘스페셜 발레 갈라 공연’

(재)경주문화재단은 오는 11월 13일 오후 5시 ‘한수원과 함께하는 문화가 있는날’ 특별공연 국립발레단 ‘스페셜 발레 갈라’공연을 한다. 한수원과 함께하는 문화가있는 날은 매월 마지막 주에 진행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최하고 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해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로 인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이 줄어든 만큼 국립발레단의 특별한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준비했다.국립발레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발레단으로, 국내 최정상 무용수들과 함께 세계 유명 작품을 레퍼토리로 선보이고 있다. 또한, 클래식 발레에서부터 모던, 네오클래식, 드라마발레까지 폭넓은 장르를 소화하며, 창작 발레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교육사업을 펼쳐내는 등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특히, 이번 공연은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돈키호테’등 유명 고전작품들의 주요 장면부터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발레를 사랑하게 만드는 작품’이라 불리는 ‘Ballet 101’과 ‘Are you as big as me?’등의 현대 발레 작품으로 구성된 갈라 프로그램으로 국립발레단의 다양하고 화려한 고난도 테크닉을 한 공연에서 모두 관람할 수 있다.이번 공연은 20일 오전 10시부터 경주예술의전당과 티켓링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티켓 정가는 R석 5만원, S석 4만원이며, 자세한 정보는 경주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garts.kr) 또는 문의전화(1588-4925)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18

“미디어 아트는 우리의 깊은 서사를 풀어낸다”

오진주 미디어아트 청년작가 “첨단기술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는 우리의 오늘과 어제, 내일의 이야기를 보다 더 깊은 서사로 풀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떠오르는 젊은 미디어아티스트인 오진주(40) 작가는 포항에서 몇 안 되는 미디어아트 작가다.그는 “미술이 대중화되면서 회화와 설치미술을 아는 사람이 많지만, 아직도 미디어아트에 대한 질문에 대개 고개를 갸우뚱한다”면서 “캔버스에 물감으로 자신의 생각을 담는 게 회화라면, 미디어아트는 영상을 통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오진주 작가는 지난 2008년 안타깝게 타계한 육태진 미디어아티스트의 몇 안 되는 제자이기도 하다. 그는 목원대학교 미술대학 재학시절, 육 교수의 수업을 만나게 되면서 미디어아트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지난 17일 그를 만나 미디어아트와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미디어아트란 무엇인가.△미디어는 대중에게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을 가진 매체 즉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수단인 사진, 영화, TV, 비디오, 컴퓨터 등 대중에의 파급효과가 큰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미술에 적용한 예술이다. 미디어의 기술적, 문화적 측면을 예술과 결합함으로써 ‘예술 개념 및 그것을 둘러싼 문화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가’를 좀 더 입체적으로 전달하기에 좋은 하나의 수단이다. 미디어아트는 관람자와 소통하고 작가가 내면을 표현의 영역이 넓어 상호간 공감력을 더 이끌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아트와 기존예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상호작용에 있다. 기존예술은 정적인 제작물로, 심리적인 상호소통이 우선되지만, 미디어아트는 대중매체를 이용한 심리적인 상호작용과 인터페이스를 통한 물질적 상호작용도 일어난다. 기존예술의 간접적 소통에서 직접적 소통으로 변화한 것이다.-목원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는데 미디어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대학교 시절 미디어아트 학부 수업이 있었다. 2D, 3D 프로그램을 접할 수가 있었고 그때 당시 육태진 교수님을 통해 미디어아트라는 수업도 듣게 되었다. 졸업 후 대전미디어아트센터에 소속되어 다수의 그룹전시에 참여하며 미디어아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멈춰 있는 이미지가 아닌 다양한 방법, 다양한 시각으로 나의 작품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가슴을 움직이게 하였다.-고(故) 육태진 교수와는 어떤 작업을 함께 했나.△육태진 교수님은 제자들에게 대중화되지 않은 미디어아트를 알리고 함께 공유하기를 무척 좋아하셨다. 그때 당시 교수님은 몸이 아프신 상태(간암)였었고 치료를 병행하시며 강의도 하시고 전시기획도 함께 하셨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교수님의 발자취에 더욱더 가슴 깊숙이 감동하고 있다. 교수님은 대전미디어아트센터를 만드시고 직접 지도하시면서 20명 이상의 작가들을 키우는 일을 즐거워하셨다. 대전시립미술관 및 다양한 공간의 초대전 등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청년작가들에게 미디어아트 전시공간을 제공해 전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셨다. 마지막 전시 때 교수님이 어두운 전시실에서 지긋이 5초 이상을 눈을 마주쳐 주셨을 때 어떤 말보다도 미디어 전시를 사랑하고 제자들을 아끼고 계신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교수님처럼 나도 미디어아티스트가 되어 널리 알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도 그 목표를 위해 가고 있다. 포항에서 혼자서 미디어 전시를 하면서도 지칠 때도 교수님의 눈빛과 마음을 생각하면 저는 혼자도 아닌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2013년 포항에 정착해 포항미술협회와 포항청년작가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다면.△포항청년작가회는 포항 출신의 젊은 회원들이 참여해 직접 회장과 총무를 선발하여 전시를 기획하고 매년 상반기, 후반기 두 번의 전시를 진행한다. 젊은 작가들의 모임은 포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그림을 계속 그려 갈 힘의 원천이 되고 예술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자리다. 저 또한 기회가 있어 총무를 2년간 맡아 기획하며 포항에서의 전시 동향을 알 수 있었다. 포항 청년작가들의 고충을 알고 있기에 힘든 부분도 있지만 아쉽고 좋은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기를 바라는 게 모두의 마음이다.-현대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지역 미술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지역 미술은 그 지역의 특색 및 흐름을 배제하고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어떤 이슈가 있는지 문제점을 인식하고 정의해 그림으로서의 솔루션이 무엇인지 작가들의 큰 관심이 작품으로도 반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역 작가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은 작가들이 지역의 특색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살리는 역할을 드높인다. 현대미술 또한 나의 나라를 알지 못하는 작가의 철학이라면 나의 본질을 거부하는 것이므로 주변 이슈의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미술은 내가 사는 나라, 나의 뿌리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문화적이고 세계적이라고 생각한다.-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가슴을 뛰게 만드는 작품을 하고 싶다. 무엇보다 그림을 표현하는 저의 가슴이 계속해서 뛸 수 있고 그 감동이 관람자의 가슴에까지 닿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또 나의 작업이 많은 시각적인 매체 중 기억에 남는 흔적으로 남기를 바란다. 포항 동빈내항 전광판에 제가 만든 10분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포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그림을 온라인 전시하는 영상이다. 회화와 미디어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작가 겸 교육자가 되어 포항에서도 미디어아트그룹이 만들어지고 전시환경이 조성되는데 기여하고 싶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18

이대환 작가 ‘제11회 애린문화상’ 수상

‘제11회 애린문화상’수상자로 이대환 작가사진가 선정됐다.(재)애린복지재단(이사장 이대공)은 21일 오후 2시 포스코 국제관 1층 대회의실에서 시상식을 갖고 이씨에게 상패와 상금 1천만원을 수여한다.애린문화상은 포항지역에서 문화·예술의 씨를 뿌려 착근시키고, 이웃사랑을 실천한 고(故) 재생 이명석(1904∼1979) 선생의 뜻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역사회의 문화적 토양을 가꾸고 정신적 토대를 다지는데 기여한 이들을 찾아내 조명하고 격려하고자 지난 2011년 제정됐다.올해 제11회 애린문화상을 받는 이대환씨는 1958년 포항에서 출생해 만 22세인 1980년 국제PEN클럽 주관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당선돼 한국 최연소 작가로 문단에 데뷔했다. 대학졸업과 동시에 고향인 포항에 정착해 1983년 장편소설 ‘말뚝이의 그림자’, 현대문학지의 장편소설 ‘새벽, 동틀녘’, 창작과 비평 등에 중편소설을 발표했다. 20대에서 30대에 걸친 이같은 공적이 작가로서의 위상을 높이게 됐으며 포항지역으로서도 뛰어난 소설가 한사람을 배출하게 됐다. 1995년 소설집 ‘조그만 깃발 하나’, 1997년 소설집 ‘생선창자 속으로 들어간 시’를 비롯해 연이어 펴낸 장편소설 ‘겨울의 집’, ‘슬로우 불릿’, ‘붉은 고래’, ‘큰돈과 콘돔’, ‘총구에 핀 꽃’ 등은 지금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박태준 평전’을 썼으며 이 책은 서구의 우수한 평전에 비견해도 손색없는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소장, 지역연구지 ‘포항연구’ 편집인, (사)한국작가회의 이사·감사·경북지회장, (사)아시아문화네트워크 이사·감사, 2005년 평양 개최 민족작가대회 남측 대표단 참여와 경북매일 등 여러 매체에 고정 칼럼을 기고했으며 1989년부터 현재까지 지역연구지 ‘포항연구’ 편집인으로, 2006년부터 현재까지 바이링궐 문학계간지 ‘ASIA’ 발행인으로, 2020년부터 현재까지 계간지 ‘평화친구’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경영연구원 자문위원과 포항공과대학교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애린문화상 역대 수상자로는 제1회 고 손춘익(문학인)·박이득(전 포항예총 회장), 제2회 김삼일(연극인·대경대 석좌교수), 제3회 이영희(문학인·한·일 고대사 연구가), 제4회 신상률(전 경북예총 회장), 제5회 권순남(한국자원봉사문화 포항지부장), 제6회 김두호(화가·제7대 포항미술협회지부장), 제7회 이낙성(포항시립교향악단 초대 상임지휘자), 제8회 김일광(동화작가·전 한국문인협회 포항지부장), 제9회 이상준(향토사학자), 제10회 김갑수(포항시립미술관장)씨가 있다.한편, 애린복지재단은 보건복지부 인가 재단으로 1998년 6월 1일 설립돼 애린문화상은 10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 학생들의 문학교육을 감당하고 있는 재생백일장은 22회를 이어가고 있고 이번 제22회에는 367명의 학생과 일반인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고 76명의 우수작품을 선발했다. 애린복지재단의 주된 사업인 사회복지·장학·복지선교·문화예술지원 사업 등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매년 약 3억원을 지원해 현재까지 약 53억원을 집행하면서 애린·선린(愛隣·善隣)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2021-10-17

15일간 펼쳐지는 예술의 향연모두에게 열린 축제로 발돋움

올해 10주년을 맞은 세계 유일의 스틸 예술 축제인 ‘2021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지난 16일 포항시 남구 오천 냉천광장 포은교 인근에서 성황리에 개막했다.‘함께 열(十)다 · 다시, 새롭게’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페스티벌은 16일부터 30일까지 오천 냉천과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내에 위치한 귀비고에서 진행된다. 또한 코로나19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에 가변과 재활용에 용이한 스틸·스틸아트의 속성에 집중해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화두를 제시한다.오천 냉천 메인 행사장에서는 21점의 작가 작품과 포항기업 17개 사에서 참여한 기업 작품이 축제 기간 동안 야외에서 전시된다. 특히 기업 참여 작품의 경우, 기능이 다한 폐자원을 활용하거나 직원들의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작품 제작이 이뤄지는 등 ‘과정 예술(Process Art)’로서의 공공미술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전시 외에도 지난해에 이어 선정된 ‘아르코 공공예술사업’의 일환으로 스틸아트투어 앱을 활용한 스탬프 투어, 사전 예약을 통한 택시투어, 배리어프리 투어, 나이트투어가 진행된다. 또한 예술산책 노트를 활용한 드로잉 투어, 자전거 투어 그리고 주말 공연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지역 내 꿈틀로 입주작가들의 체험 프로그램인 ‘예술가의 아뜰리에’도 사전 예약을 통해 운영된다. 또 다른 축제 장소인 귀비고에서는 10주년 기념작품인 최우람 작가의 ‘태양의 노래’가 상설 전시된다. 무한한 창조와 비상의 상징으로 포항의 새로운 도약을 표현한 이 작품은 지난해 6월 10주년 기념작품 작가 지명공모 발탁 이후 1여 년 동안 제작됐으며, 지난 13일 제막식을 통해 선공개됐다.이번 축제는 현장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참여 작가와의 대화, 예술 향유의 장벽을 허무는 배리어프리 다큐멘터리, 랜선으로 즐기는 예술가 워크숍, 축제를 총정리하는 폐막 프로그램 ‘스틸 톡톡’이 유튜브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이강덕 포항문화재단 이사장은 “생업을 위해 철을 만들던 근로자들이 그 기술로 예술 작품을 만들고, 많은 시민들이 이러한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 속에서 포항이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났다”며 “일상 속에서 시민들이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가 늘어나도록 하는데 스틸아트페스티벌이 앞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포항의 산업자원 철과 함께하는 지역 대표예술제인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2012년 처음 시작한 이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역대표공연예술제 지원사업 평가에서 줄곧 우수한 등급을 유지하며 호평을 받아왔다. 특히 ‘2019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2019년 지역대표공연예술제 지원사업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우수성을 입증받는 등 매년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의 강화를 통해 시민중심축제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17

생각도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2021년 아마존 최고의 책으로, BBC CNN USA Today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채터 당신 안의 훼방꾼’(원제 Chatter·김영사)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 이선 크로스 교수는 ‘마시멜로 실험’으로 유명한 성격 이론의 대부 월터 미셸의 연구를 이어받은 제자로, ‘벽에 붙은 파리 효과(Fly-on-the-wall-effect)’라는 심리기법을 창안한 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다. 그는 인간이 내면에서 나누는 대화에 주목하고, 우리가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런 대화를 어떻게 통제하고 이용하면 더 행복하고 건강하며 생산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심리 실험과 뇌 메커니즘’을 통해 살펴본다. 여기에 흥미로운 사례를 접목시켜 부정적 생각과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내 안의 목소리와 잘 지내는 방법을 펼쳐 낸다.내면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똑같이 내면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힘없이 무너지는 사람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트레스에 짓눌렸을 때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말하는 데도 옳고 그른 방법이 있을까? 우리가 염려하는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그들의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부추기지 않고 그들에 대한 우리 감정도 격해지지 않을까? 소셜 미디어에서 맞닥뜨리는 사람들의 무수한 ‘목소리’가 우리 마음속 목소리에 영향을 미칠까? 이런 의문을 엄밀하고 철저하게 연구한 끝에 놀라운 결과를 얻었고 답을 찾았다.저자는 21세기에 팽배한 문화적 주문인 ‘현재를 살아라’는 주문이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에 역행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간은 현재에 충실할 수 없는 존재다. 뇌가 그렇게 하도록 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의 작동 방식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시시때때로 현재에서 빠져나와 마음속에 존재하는 내면의 세계에 빠져든다. 현재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혼자 자문자답하고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것을 귀담아듣는다.인간은 뇌의 ‘작업 기억’ 덕분에 내면의 대화를 지속하면서도 일상을 유지한다. 작업 기억이 언어적 신경 연결로를 계속 열어두기 때문에 우리는 내면의 대화를 지속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며 생산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마음속 언어적 사고의 흐름은 과거를 조각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자서전적 추론을 통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꾸며낸다.타인을 관찰할 때처럼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는 인간 정신의 특성인 비대칭적 사고로 인해 내면의 목소리는 종종 못되고 집요한 수다쟁이 ‘채터’로 변한다. 한번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면 내면의 목소리는 눈앞에 닥친 장애에만 정신을 집중하도록 제한하며 문제의 다른 대안을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채터는 사회적 삶, 경력 심지어 신체 건강까지 파괴한다.그렇다면 어떻게 부정적인 ‘채터’를 통제하고 이를 생산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저자는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객관적으로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의 문제를 규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이다.‘채터’는 우리가 ‘몰입자’가 돼 고민거리를 가까이 끌고 와서 확대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벽에 붙은 파리처럼 초연한 관찰자, 외부자가 돼 고민거리를 바라보라고 저자는 제안한다.아울러 고민거리를 생각할 때 주어를 ‘나’보다는 ‘자신의 이름’으로 삼으라고 말한다.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동시에 이인칭, 삼인칭 대명사를 사용하면 자신에게 말할 때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정서적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런 방법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인간에게 일어나는 보편적인 사건임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저자는 이 밖에도 SNS를 이용할 때도 거리 두기에 유념하고, 플라세보(위약) 효과를 볼 수 있는 걱정 인형과 같은 물건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14

가을엔 詩를… 라틴아메리카 문학 거장 바예호의 첫 시집

“사노라면 겪는 고통, 너무나 지독한…. 모르겠어!신의 증오 같은 고통. 그 앞에선 가슴 아린지난날이 밀물이 되어 온통영혼에 고이는 듯…. 모르겠어!”―‘검은 전령’, 세사르 바예호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에서‘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민음사)는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 세사르 바예호의 대표 시집이다.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저널리스트였던 바예호는 칠레의 파블로 네루다, 멕시코의 옥타비오 파스와 더불어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단을 대표한다.바예호의 시에는 상징이나 전원적 이미지로 감정을 표현하는 인디오 특유의 상징주의적 요소 외에도 표현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등 다양한 요소들이 풍부하게 구현된다. 바예호 시의 고유성은 시인이 자신의 서정을 그려냄에 있어 라틴아메리카 시 세계의 언어를 새로이 창조했다는 점에 있다.바예호의 시들은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닮았다. 바예호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여러 차례 중단하고 생업에 종사해야 했으며, 20대 후반에는 정치적 소요에 휘말려 투옥됐고, 석방된 후에는 평생을 파리에서 궁핍하게 살았다.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는 바예호의 첫 시집으로 삶의 고통과 좌절, 실존의 그늘을 토로한다. 이렇듯 굴곡진 삶은 그의 시에도 반영돼 작품 전반에 우울하고 어두운 정서가 깔려 있다.평생 가난과 고통 속에 살았던 시인은 “사노라면 겪는 고통, 너무나 지독한…. 모르겠어!”라며 삶에 대한 좌절감과 염세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시인은 나르시시즘적인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는다. 자신의 고통에 비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며, 타인의 고단한 삶에 대한 책임감을 고백하기도 한다.시인의 사랑은 타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넘어 신성(神性)에까지 미친다.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바라보는 신 역시 창조주로서 탄식하며 마음 아파할 것을 짐작해 시에 녹여냈다. 바예호는 사회의 부조리와 고통을 개인적 차원에서 ‘우리’의 차원까지 확장한 시인이었다.바예호의 시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위로와 용기를 준다. 그래서 바예호의 시는 혁명가가 힘의 논리에만 휘둘리지 않고 휴머니스트로서 남아 있도록 잡아 준다. /윤희정기자

2021-10-14

플라톤부터 존 롤스까지, 철학자들의 정치적 사유 탐구

독일 출신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오트프리트 회페는 ‘정치철학사’(길)에서 정치와 관련, 우리 시대를 ‘위기의 시대’라고 진단하면서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서 ‘정치적인 것’의 귀환을 요구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치적인 것’에 대한 중요한 정치철학자 20여 명을 소개하는데,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상황 및 문제의식과의 연관관계 속에서,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는 특정한 보편성을 읽어내는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다. 저자가 철학자들의 정치적 사유를 탐구하는 이유는 현실정치가 철학적 사유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듯하지만, 사실 사회발전과 정치발전이 이들의 사유를 비판하거나 모방하거나 주석을 다는 방식으로, 말하자면 정치적 사유가 현실정치에 현실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저자는 정치를 단순히 경제의 상부구조나 권력의 문제라고 해명하는 철학자들에게서조차 정치가 인간의 공존을 위한, 즉 ‘보다 좋은 사회적·정치적 세계를 기획’하는 ‘비전’의 영역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책은 저자가 2015년 튀빙겐대에서 한 강의를 바탕으로 펴낸 단행본.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부터 ‘정의론’으로 유명한 존 롤스까지 서양 인물의 정치철학 사상을 20개 주제로 요약해 소개했다. /윤희정기자

2021-10-14

“생명의 돌이 많은 이들에 위무 되길”

10년 넘게 십장생 중 하나인 돌(石)을 즐겨 그려온 중견 한국화가 남학호(62·사진) 작가가 영덕문화원으로부터 초대받아 전시회를 연다.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영덕문화체육센터 특별전시장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남 작가는 맑은 물속에 잠긴 조약돌, 촉촉이 젖은 몽돌 등 ‘석심’(石心) 시리즈 중 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작품 속의 돌들은 작가의 고향인 영덕 바닷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조약돌로, 그림 속 돌은 고향인 영덕군 병곡에서 성장기부터 바닷가에서 늘 보았던 조약돌을 그의 친숙한 그림 소재로 삼게 됐다.‘석심’은 작가에게 유년기의 추억이자 오랜 시간 세상을 둥글게 깎아온 그의 마음을 담은 돌이며, 조약돌 그림 속에는 어김없이 나비 한 마리가 등장하고 있다. 작가의 표현기법은 극사실주의적 기법을 사용하지만 그린 이의 의식이 배제된 서양의 극사실적 기법과는 차별이 진다. 그에게 돌은 의식 속에 꾹꾹 담아 놓은 생명의 돌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돌과 나비가 만나면 생명의 온기가 생성된다고 주장한다. 고대부터 나비는 장수(長壽)와 복(福)을 가져 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남 작가는 “제가 그린 돌에는 생명이 있어 살아 숨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귀를 열고 가까이 마음을 주노라면 조약돌이 뱉어내는 생명을 들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많은 분들이 코로나19로 위축된 정서가 위무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학호 작가는 대구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개인전 15회를 열었다. 국전 심사위원과 운영위원 역임 및 수성아트피아 기획 ‘남학호 화업 40년’전, ‘전남 국제 수묵 비엔날레 초대’전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제34회 금복문화상을 수상하고, 대구시미술대전, 신라미술대전, 경북미술대전에서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 경북대학교병원, 외교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현재는 대한민국미술대전·대구시전·경북도전·신라미술대전·개천미술대전·전국소치미술대전·정수미술대전·대한민국한국화대전·김해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협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윤희정기자

2021-10-13

‘제22회 재생백일장’ 산문 윤순옥 씨 대상 ‘영예’

애린복지재단(이사장 이대공)과 포항문인협회(회장 서숙희)가 최근 공모전으로 개최한 ‘제22회 재생백일장’입상자 명단이 발표됐다.코로나19로 인해 지난 9월 4일부터 24일까지 공모한 이번 백일장에는 전국에서 367명이 참가해 △대학·일반부 단추·골목길 △고등부 들풀·몸살 △중등부 소금·의자 △초등부 지우개·가족사진을 시제로 그동안 갈고 닦은 글솜씨 경연을 펼쳐 대상 1명, 장원 8명, 차상 15명, 차하 16명, 참방 36명 등 총 76명의 입상자를 냈다.대상의 영예는 윤순옥(일반부 산문·포항시 남구 연일읍·사진) 씨가 차지했으며 상금 200만원을 부상으로 수상한다. 시상식은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며 입상 확인은 포항문인협회 홈페이지(http://cafe.daum.net/pohangliterature)를 이용하면 된다.한편, 포항의 근대사회복지와 문화예술에 초석을 놓은 고(故) 재생 이명석 선생(1904∼1979)의 아호를 딴 재생백일장은 지난 1998년부터 매년 9월 열리고 있다. 6·25 전후 포항 문화발전의 주춧돌을 놓은 재생 이명석 선생의 공덕과 노고를 기리고 계승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평가되고 있다.다음은 ‘제22회 재생백일장’대상·장원 입상자 명단.□대상 △일반부 ▲산문 윤순옥(포항시)□장원 △일반부 ▲운문 윤빛나(제주시) ▲산문 김지영(포항시) △고등부 ▲이예린(경산여고 2년) ▲산문 김혜민(대구 대진고 3년) △중등부 ▲운문 최정윤(포항 이동중 1년) ▲산문 김다희(포항 포은중 3년) △초등부 ▲운문 최지혁(포항 이동초등 5년) ▲산문 이상은(포항 장흥초등 5년) /윤희정기자

2021-10-13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쓰고 또 씁니다”

“책 한 권을 다 읽든, 절반을 읽든, 한쪽만 읽든 중요하지 않아요. 매일 책을 읽고 울림을 느끼고 깨달음을 얻었다면 이를 삶에 적용하고 실천했을 때, 독서는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인성 수업’과 ‘쓰기와 걷기의 철학’의 저자 김창운 작가는 읽기, 쓰기, 그리고 맨발 걷기에 푹 빠져있다.“자존감이 낮았던 나를 변화시킨 것이 바로 읽기, 쓰기, 그리고 맨발 걷기입니다. 이 셋은 모두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오롯이 참 나와 만나는 시간입니다. 하루를 계획하거나 반성하며 자아를 성찰할 수 있습니다.”소심하고 병약해 자존감이 낮은 삶을 살다가 읽기, 쓰기, 그리고 맨발 걷기를 만나 스스로 삶의 주인이 돼 글 쓰는 삶을 살고 있다는 김 작가를 지난 11일 만나 그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어린 시절 내성적이고 병약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신 후, 믿고 기댈 나무를 잃었다. 스스로 바로 서지 못하고 남의 눈치를 보며, 낮은 자존감과 깊은 열등감으로 힘든 삶을 살았다. 40대 중반까지 삶의 주인으로 살지 못했다. 2010년 무렵 우연히 읽은 박성우 시인의 ‘삼학년’이라는 시 한 편을 계기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 삶의 변화는 거기서 시작되었다. ‘이런 평범한 일상도 시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 1년 정도 꾸준히 시집을 읽었다. 뭐라도 끼적이고 싶었다. ‘동백꽃’이라는 첫 자작시를 쓴 게 글쓰기의 시작이었다.-2017년에 낸 첫 저서 ‘인성 수업’은 어떤 책인가.△시 한 편을 계기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를 통해 우연히 이은대 작가와 인연이 닿아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 평소 산책할 때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깨달음을 하나씩 얻었다. 일상과 자연에서 얻은 깨달음을 모아 ‘먼저 진정한 나를 찾고 내 삶의 당당한 주인이 되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가자.’라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 ‘인성 수업’이다.-꾸준한 맨발 걷기를 통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는데.△2018년에는 스스로 터득한 삶의 방식을 글쓰기와 맨발 걷기를 통해 직접 실천하면서 깨달은 바를 전하고자 ‘쓰기와 걷기의 철학’을 썼다. 맨발 걷기는 진정한 나를 만나 성찰할 시간을 준다. 특히 새벽 맨발 걷기를 하면 신성한 기운이 느껴진다. 어둠이 내려앉은 고요한 새벽, 깨어나는 자연의 소리를 듣고, 별과 달을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맨발로 걸으며 메모장에 글을 쓰곤 하는데,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쓰기와 맨발 걷기는 나를 찾고 나를 바로 세워 주는 디딤돌이다.-지금까지 공저를 포함해 세 권의 책을 냈고, 지금도 계속 쓰고 있는데 글쓰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내가 글 쓰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글을 쓰고 있지만, 쓰면 쓸수록 어렵다. 하지만 계속 쓰는 이유는 나를 알아가고,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를 알고, 나를 찾는 것은 상대방을, 세상을 이해하는 바탕이기도 하다.-작가로서 앞으로 어떤 글을 더 쓰고 싶은지.△만물은 매 순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나의 개체로서 우리도 이 순간 무언가 달라지고 있을 것이다. 오늘 우리는 어제와는 분명히 다른 존재다. 똑같은 주제라도 바라보는 관점이나 내면의 생각은 같을 수 없다. 글쓰기와 맨발 걷기도 매일 같은 행위를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날마다 결이 다르다. 저자로서의 출발점은 베스트셀러를 쓰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 내 삶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내가 먼저 바로 서서 진정으로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타인을 동등한 존재로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하고, 도와줄 수 있다. 일상의 작은 에피소드에서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찾아내어 잔잔한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글쓰기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다.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면 삶이 곧 글이라는 말이 있듯이 먼저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것이 곧 글쓰기의 출발이다.-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인연이다. 노자의 도덕경을 풀어쓴 ‘동양이 서양에게 삶을 묻다’라는 책을 읽고 인연의 소중함을 배웠다. 읽고 쓰고 맨발로 걷는 삶도 나의 의지가 아니라 인연의 결과물이다. 인연은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른 인과법칙이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인연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마음을 비우고 흐름을 따를 때 좋은 인연이 나타나 삶을 이끌어간다. 현재 포항지역 맨발 걷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맨발학교 포항지회 장기현 회장이 그런 소중한 인연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앞으로의 계획은.△앞으로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맨발로 걸으며 진정한 나를 찾아 나를 바로 세우고, 삶의 당당한 주인으로 살아가면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과 반복이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실천하여 얻은 깨달음을 전하는 책을 펴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12

‘이인성 미술상’ 수상자 강요배 개인전

대구미술관은 13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2, 3전시실 및 선큰가든에서 ‘제21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인 강요배(70) 작가 개인전을 한다.이인성 미술상은 한국 근대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서양화가 이인성(1912~1950)의 작품세계와 예술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9년 대구시가 제정했다.강 작가는 제주 출신의 서양화가로 회화매체의 확장과 깊이를 더하며 밀도 있는 역사에 충실하고 다양한 화풍의 변모를 추구하며 밀도 있는 작품세계를 보이고 있다.대구미술관은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열정과 탐구 정신이 이인성 미술상 지향점과 부합한다고 평가해 그를 수상자로 뽑았다.이번 전시회는 ‘강요배: 카네이션-마음이 몸이 될 때’라는 제목으로 강 작가 작품세계를 방대하게 조명한다. 성육신(成肉身)의 어원인 인카네이션(incarnation)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 제목 ‘카네이션-마음이 몸이 될 때’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강요배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태도는 체화(體化)다. 그의 작업들은 내면을 이루는 생각, 사상, 이론 등이 몸에 배어 자기 것이 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임을 제목을 통해 전달한다.제주의 자연과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 주제로 작업을 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 ‘몸’으로의 발현으로서 확장된 작업 세계를 보여준다.광활한 대자연의 풍경을 담은 16미터 대형 작품 ‘수풍교향’(2021)을 비롯해 1946년 대구의 10월 항쟁 등 근현대의 역사적 사건들을 접목해 작가가 지닌 민중의식을 드러낸 ‘산곡(山谷)에서’(2021), 고 이인성 화백의 ‘가을 어느 날’(1934) 작품을 오마주한 회화 ‘어느 가을날’(2021), 대구·경산의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한 상주비단 설치작업, 자연과 사운드에 집중해 작가가 직접 촬영한 영상 작업 등 모두 40여 점을 소개할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2021-10-12

‘대구오페라축제’ 네 번째 메인오페라 ‘아이다’, 22·23일 공연

‘제18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네 번째 메인오페라 베르디의 ‘아이다’가 오는 22일 오후 7시30분, 23일 오후 3시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오페라 ‘아이다’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군 사령관 라다메스 장군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베르디가 예순 가까운 나이에 작곡한 필생의 역작이다. 이집트 국왕이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 건설을 기념해 작품을 의뢰하면서 탄생했으며, 1871년 이집트의 카이로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 직후 미국과 유럽 전역의 극장에서 공연돼 대성공을 거뒀다.특히 2막의 이집트군 개선 장면은 역대 오페라 중 가장 웅장한 파노라마를 자랑하며, 화려한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대규모 출연진의 합창, 현란한 군무, 거대한 무대장치로 ‘종합예술’ 오페라의 매력을 한껏 뽐내는 대작이다.이번 제18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아이다’는 2017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공연될 당시 전석매진을 기록, 티켓 품귀현상을 겪었을 만큼 크게 사랑받았던 작품을 재연출해 선보이게 된다. 6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연출상과 창작부문 최우수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등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회수 연출가가 2017년에 이어 다시 연출을 맡았고, 탁월한 오페라 해석력을 자랑하는 지휘자 김덕기가 지휘봉을 잡는다.탄탄한 출연진 역시 공연을 한껏 기대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소프라노 조선형과 이은주가 주인공 ‘아이다’를, 테너 이정원과 하석배가 아이다의 연인 ‘라다메스’ 장군을, 메조소프라노 양송미와 사비나 킴이 아이다의 연적이자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암네리스’ 공주를, 바리톤 양준모와 제상철이 아이다의 아버지 ‘아모나스로’를 맡아 노래한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상주단체인 디오오케스트라와 대구오페라콰이어가 함께한다. /윤희정기자

2021-10-11

박태준 10주기… 되짚어보는 거인의 삶

“철강산업을 일으켜 국가건설의 초석이 되겠다. 그것이 내가 이 땅에 태어난 뜻이다.”“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해 순교자적으로 희생하는 세대다.”“교육이 일본에 앞서야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故) 박태준(1927∼2011) 포스코 창업회장의 어록에 나오는 말이다. 그의 정신과 신념이 함축돼 있다.포항의 시민단체인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대표 이재섭·이하 포사연)가 박태준 서거 10주기를 앞두고 추모도서 ‘박태준 생각’(아시아)을 펴냈다.‘박태준 생각’ 편찬위원들은 “박태준 선생이 남긴 공적의 탑은 생각과 말과 행동의 삼일치가 만든 위업이다. 그러나 공적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그것을 성취하게 만들었던 선생의 정신, 고뇌, 투쟁이다. 이 무형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봐야 하는데, 그것을 어떤 실체로 세우려는 출간 취지에 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또한 포사연은 “지리적으로든 시대적으로든 가까운 거리에서 박태준 선생에 대한 정당한 칭송과 합당한 비판에 게으르지 않았던 우리가 이렇게 어지러운 세상에서 선생의 10주기를 기리는 일들에 나서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고 예의인데, 물론 ‘박태준 생각’이 전국적으로 널리 읽히게 되는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지난 9월 14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열리는 포항시립미술관의 ‘신화를 담다―꺼지지 않는 불꽃’ 전시를 찾아오는 관람객들이 이 책을 기념으로 오래 간직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박태준 생각’은 3부로 짜였다. 1부 ‘사진과 행적으로 만나는 박태준의 생애와 정신’은 출생부터 서거까지 일대기 전체를 66개 소제목으로 나누고 관련 사진 103장과 함께 행적과 어록을 간추려 연대기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이대환 작가의 ‘박태준 평전’에서 해당 시기에 대한 비평적 관찰을 발췌해 곁들였다. 2부 ‘황혼기의 연설에서 박태준정신을 되새기다’에는 김호길 포스텍 총장 10주기 추모사, 한일국교정상화 40주년 국제학술대회 기조연설, 국립하노이대학 특별강연, 그리고 마지막 연설로 남은 ‘퇴직 직원들과 19년 만의 재회’ 인사말 등을 실었다. ‘박태준 생각’을 따라가면서 ‘박태준 생각’과 진지하게 교감할 수 있는 기회다.3부 ‘학자의 눈, 작가의 눈으로 박태준정신을 탐구하다’에서는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사회학)의 논문 ‘특수성으로서의 태준이즘 연구’와 이대환 작가의 에세이 ‘천하위공의 길, 박태준의 길’을 통해 박태준정신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다.한편, ‘박태준 생각’을 펴낸 아시아 측은 ‘2011년 12월 13일 향년 84세로 서거한 박태준은 41세(1968년)부터 65세(1992년)까지 사반세기 동안 언행일치와 솔선수범의 리더십으로 포스코를 세계 최고 철강기업으로 우뚝 세우는 가운데 국내 최고 수준의 14개 유·초·중·고교와 세계적 연구중심대학 포스텍을 설립·육성함으로써 생전에 자신의 말을 실체적 위업(偉業)으로 이룩했다. 그의 삶에서 필생의 사상적 두 축이 되었던 ‘제철보국’과 ‘교육보국’을 실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2021-10-11

“수묵으로 풀어낸 죽도시장 이야기”

포항의 중진 문인화가 이형수(70) 화백이 오는 17일까지 해도 도시숲 일월 숲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고 있다.이 화백은 수묵의 전통성을 살리면서 소재는 우리 곁의 삶 속에 스며져 있는 일상 속에서 번득이는 삶의 결을 수묵으로 표현해 냈다.제목 ‘멸치를 파는 사람들’ 작품의 화제를 보면 “멸치 머리에는 단백질과 칼슘으로 이루어진 이석이 있어 몸의 균형을 물론 이석의 단면을 보면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어 멸치의 나이를 알 수 있다. 이석은 비행기 블랙박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썼다. 멸치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내 쓴 작가의 인문적 소양이 돋보인다.작품 ‘덕대집 소견’에서는 “삶은 돼지머리 미소가 이쁠수록 값이 비싸다는 중생들의 부질없는 욕망을 나무라 듯 죽어서도 힘든 중생을 위해 돌부처처럼 마냥 웃고만 계신다”며 삶은 돼지 머리 모습을 눈 깊은 해학으로 풀어내기도 한다.작품 ‘고등어를 바라보는 가족들’에서는 “고등어의 푸른 등빛과 은백색의 비취빛은 진화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바닷 새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등에 푸른 물결무늬를, 물밑에 포식자가 물결이 일렁이는 것처럼 은백색 배빛으로 위장하고 있다”며 다윈의 진화론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 ‘칼을 가는 여인’의 화제는 “칼을 가는 여인의 삶은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칼날을 세우는 그 여인의 손끝에서 나오는 기운은 날카롭다.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짧은 일상의 한 순간이지만 삶의 굴레를 벗어버리려는 그녀의 손끝의 칼날은 날카롭다”며 어시장 부근에 칼가는 여인의 내면을 수묵으로 글과 그림을 풀어내기도 한다.전시된 30점의 작품은 죽도 시장의 평범한 소재들을 능숙한 필치로 정감 있게 표현하면서 그속에는 깊은 인문학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혜안이 놀랍다.이형수 작가는 “‘먹는 것이 그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영일만 사람들은 죽도시장이 만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도시장의 생명력 넘치는 음식물이 포항 사람을 만들었다. 죽도시장은 그야말로 영일만의 보고”라고 했다. 또 그는 “멀리 밖으로 나가기 힘들고 사람 만나기를 꺼려지는 일상의 연속이지만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오고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고운 단풍 소식과 함께 일월 숲 갤러리 야외 전시에 많은 포항 시민의 관람을 바란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