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봉산문화회관 2층서<br/>유리상자 공모 선정작 세번째展<br/>불투명한 인간의 현실과 미래 속에서<br/>미완의 아름다움·존재의 완전함 담아
‘유리상자-아트스타’는 전국 공모를 통해 참신하고 역량있는 작가들을 선정해 선보이는 봉산문화회관의 대표적 전시 기획 프로그램이다.
2022년 유리상자 전시공모 선정작 세번째 전시인 ‘자라나다’에서는 불투명한 인간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반주영(44)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반 작가는 2004년 대학원 시절 작업실 바닥에 흩어져 있던 붉은 트레이싱 종이 조각들을 주워서 즉흥적으로 붉은 실로 바느질하며 조각들을 이어가기 시작해 현재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품을 완성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도 없이 일종의 놀이이자 실험으로 ‘자라나가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Life’작품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 연약한 종이 조각들이 서로 꿰매어져 연결되면서 얇고 연약한 종이 조각들이 생각보다 약하지 않고 강하다는 것, 그리고 일종의 힘, 생명력을 지니게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이 작은 한 조각의 종이가 나, 우리들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들은 한없이 약한 존재임과 동시에 강한 존재이기도 하며 그리고 때때로 이런 작은 존재들이 힘을 합치면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커다란 무언가가 될 수도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잠재적 존재들이라는 비유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도 붉은 트레이싱 종이 조각들을 이용한 작업의 연장선이다. 유리상자 안에 빼곡히 매달린 붉은 트레이싱 종이 조각들은 바느질로 꿰어져 불투명한 미래로 점철된 우리네 삶이 다름 아닌 생명력이 넘치는 삶이라는 완전체의 느낌을 자아낸다.
반주영 작가는 “어느 시점에서나 인생의 과정에서 한 지점에 놓여있는 우리들의 삶은 누구에게나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고 불완전하다. ‘Life’작품은 작고도 거대한 우리들은 미완이기에 아름다우며, 존재함 그 자체로 완전함을 말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윤규홍 평론가는 “‘Life’는 겉으로 현대 미술의 보편적인 조형 탐구를 벌이지만, 그 안엔 공동체의 관계를 표현하는 다층적인 예술이다. 위촉오 시대 장강에서 실현된 연환계처럼, 종잇조각은 서로 연결되어 질긴 대형을 펼친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결속은 창작자나 관객 모두에게 생명력의 은유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주영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 미국 Pratt Institute MFA Painting 석사를 졸업했으며 홍익대 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박사를 수료했다.
그동안 서울과 뉴욕에서 6회의 개인전과 서울, 파리, 브뤼셀 등지에서 수차례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아르코 미술관, 가나아트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