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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거장 뷔렌의 작품 대구서 만난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2-07-11 19:30 게재일 2022-07-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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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내년 1월 29일까지 ‘다니엘 뷔렌’ 개인전 개최<br/>대형 설치작품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아시아권 최초 선봬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travail in situe, MAMCS, Strasbours, juin 2014. Detailⓒ Daniel Buren-ADAGP, Paris

세계적 거장 프랑스의 현대미술작가 다니엘 뷔렌의 작품이 대구를 찾아온다.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은 12일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세계적 조형 예술가 다니엘 뷔렌(84) 작가의 개인전을 1전시실과 어미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내 국공립미술관으로는 최초로 개최하는 뷔렌의 개인전으로, 특별히 그가 직접 제작한 필름 ‘시간을 넘어, 시선이 닿는 끝에’와 대형 설치작품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이 아시아권 최초로 소개된다.

1938년 프랑스 블로뉴-빌랑쿠르 출생의 다니엘 뷔렌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국제 미술계에서 찬미와 논쟁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는 작가다.

1986년 파리 팔레-루아얄의 안뜰에서 공공미술 작품 ‘두 개의 고원’을 소개하며 다시한번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같은 해 개최된 제42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이후 뉴질랜드에서 리빙 트레저상, 슈투트가르트에서 국제 최우수 아티스트상, 일본에서 프리미엄 임페리얼 예술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 곳곳에 자신의 ‘인 시튜(In-Situ·현장에서)’ 작품을 남기고 있다.

1960년대 초부터 작품의 내용과 형식의 관계를 자유롭게 다뤘던 뷔렌은 작업 초기에는 원형과 줄무늬를 조합하며 작업의 간결성을 방법론적으로 구축해 나갔다. 이후 1965년부터 폭 8.7cm의 흰색과 유채색으로 구성된 산업용 천을 세로로 교차 배열하는 방식을 시도하면서 이 소재가 가진 수많은 가능성으로부터 회화와 표현방식, 나아가 예술가가 개입하는 사회와 물리적 환경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1967년 길거리를 시작으로 ‘작품을 수용하는 공간’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그는 갤러리, 미술관, 건축물 등으로 시선을 옮기면서 ‘인 시튜’개념을 고안하고, 전시 장소에 맞는 새로운 작업을 선보여 왔다. 이것은 지금까지 그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모티브로 자리 잡는다.

뷔렌이 일명 ‘시각적 도구(Outil visuel)’라 부르는 세로 줄무늬는 그의 ‘인 시튜’ 작업이 어떠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회화, 조각, 건축물의 사이사이 혹은 특별하거나 복잡한 특정 장치의 내부에 배치된 세로 줄무늬는 그가 작업하는 공간의 중요한 특징을 담담하게 ‘폭로’한다.

작품과 공간의 특정한 관계성에 주목하는 뷔렌의 이번 전시는 크게 세 공간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먼저, 관람객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될 어미홀에는 그동안 봐왔던 넓고 긴 홀에 흰색과 회색의 방을 조성하고, 그 안에 작가가 지금까지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단 세번만 공개했던 대형 설치 작품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이 소개된다. 관람객은 최대 6m 높이의 사면체, 정육면체, 원통형, 피라미드 또는 아치 형태의 기하학적 모양의 모듈들을 맞닥뜨리며, 놀이터와 같은 거대한 방을 산책하게 된다.

이후 1전시실에서는 작가가 직접 감독하고 제작한 6시간30분짜리 다큐멘터리 필름 ‘시간을 넘어, 시선이 닿는 끝에’가 소개된다. 광활한 벽면을 가득 채운 이 영상은 작가가 그동안 걸어왔던 과거의 시간과 여러 에피소드들을 집약적으로 소개한다. 뷔렌의 자서전과 같은 이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가 얼마나 도전적이며, 전위적인 인물이었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The Blue Parallelepiped Doubled’, situated work, haut-relief Seoul No.13, 2015. Detailⓒ Daniel Buren-ADAGP Paris, photography: Youngha Jo
‘The Blue Parallelepiped Doubled’, situated work, haut-relief Seoul No.13, 2015. Detailⓒ Daniel Buren-ADAGP Paris, photography: Youngha Jo

끝으로, 흥미로운 필름이 상영되는 어두운 방을 지나면 강렬 채도의 여러 설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뷔렌의 트레이드 마크인 줄무늬 패턴이 곳곳에 숨어있는 이 공간은 대부분 2015년 이후에 제작된 최근작으로 구성된다. 뷔렌은 1990년대부터 작품에 거울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설치 작품 역시 거울이 종종 등장한다. 뷔렌에게 거울이란, 작품이 수용되는 장소를 확대하고 파편화하거나 변형함으로써 그 장소를 변모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특별한 도구다.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그 앞에 서는 순간, 관람객은 작품의 일부분인 거울을 통해 작품과 공간긔 관계 속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하는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다니엘 뷔렌은 모더니즘적 미술 제도를 비판하거나 고정된 시각을 유발하는 미술사조의 틀을 거부하며 자신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관람객들이 다니엘 뷔렌의 단호하고 정제된 작품을 통해 예술의 본질에 대해 순수하게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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