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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탄핵심판 주심에 尹대통령 지명한 정형식 재판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첫 변론 준비 기일을 오는 27일 열기로 했다. 이번 사건의 주심 배당도 마쳤지만 비공개 원칙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법조계에 따르면 정형식 재판관이 탄핵심판을 심리할 주심으로 정해졌다. 관련기사 3·4면 이진 헌재 공보관은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을) 변론 준비 절차에 회부하고, 1차 변론 준비 기일을 27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며 “변론 준비 기일에서 검찰과 경찰 등의 수사기록을 조기에 확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관들은 이날 오전 10시에 재판관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결정했다. 변론 준비 기일은 양측을 불러 주장과 증거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다. 준비 기일도 일반에 공개되지만 당사자의 출석 의무는 없다. 증거 조사 등을 담당할 수명 재판관으로는 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이 지정됐다. 이 재판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했고, 정 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해, 각각 진보·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헌재는 이날 전자 추첨 방식으로 주심 재판관을 지정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컴퓨터에 의한 무작위 추첨을 통해 정 재판관에게 배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심 재판관은 탄핵 여부를 논의하고 표결하는 평의 절차를 주도하고, 결정문 초안을 작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헌재는 또 이날 선임헌법연구관을 팀장으로 10명 남짓 규모의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TF는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리적 쟁점을 검토해 재판관들에게 판단 기초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공보관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에 대한 접수 통지와 답변서 요청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6인 체제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공보관은 “6명 체제로 심리와 변론 모두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현재는 재판관 9명으로 구성돼야 한다. 현재 9명의 재판관 중 국회 몫인 3명이 공석이다. 지난해 10월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 후 국회 몫 후임이 임명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를, 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추천했다. 여야는 이들에 대한 선출안을 지난 9일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23∼24일 개최한다는 점에서 (여당과) 잠정적으로 합의가 됐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합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은 “인사청문회에 관해서 여야 간 협의가 진행되기 전”이라며 “의총에서 여러 법리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더 검토해봐야 된다는 말이 있어서 더 검토한 후에 민주당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심리를 진행할 헌법재판소가 올해 안에 9인 체제로 복귀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4-12-16

대구 지하도상가 5년간 운영할 상인 선정방안 마련

대구 반월당 등 지하도상가를 내년부터 5년간 운영할 상인 선정 방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수분양자와 기존 상인이 계약 조건 등에서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수분양자가 수의계약 우선권을 갖도록 되어 있어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대구시의회는 16일 본회의를 열고 ‘대구시 지하도상가 관리 수정 조례안’을 가결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상가를 직접 운영하는 수분양자(임대인)는 대구시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수분양자와 기존 상인(임차인)이 합의해 향후 운영하기로 한 자도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다만 수분양자와 기존 상인이 계약 조건 등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면 수분양자가 수의계약 우선권을 갖게 됐다. 수의계약 기간은 5년 한 번이며, 상가 사용·수익권이 부여된다. 지난 9월 대구시가 제출한 조례안에는 수분양자와 기존 상인이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에 대한 내용이 없었으며, 시가 조례안이 올해 제정되지 않으면 일반경쟁입찰을 해야 한다고 밝혀 수분양자와 기존 상인 모두의 반발을 샀다. 허시영 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은 “수분양자와 기존 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정 조례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월당 영세상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수정 조례안이 수분양자 권리만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향후 대응 계획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지난 2005년 반월당·두류·봉산 지하도상가를 기부채납 받고 내년 1∼2월까지 무상사용·수익허가권을 부여했다. /이곤영기자

2024-12-16

경북형 주민대피시스템 ‘마 어서대피’ 활약상 인정 받았다

행안부 주관 ‘2024년 위기관리 매뉴얼(현장조치 행동매뉴얼)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경북형 주민 대피시스템(K-마 어서대피 프로젝트)이 전국‘최우수’ 위기관리 모델로 선정됐다. 16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번 경진대회에서 △올해 7~9월 집중호우 시 주민 대피를 도와 골든타임(10~20분) 내 인명피해를 막은 실제 주민 대피 사례를 매뉴얼에 반영 △경북형 주민대피시스템 가동을 위한 마을순찰대 교육 △마을대피소 내 임시구호세트 및 안전물품 비치 △긴급구호기금, 대피 시 건강·복지 프로그램 운영 등에 총 72억 원 반영 △K-마 어서대피 프로젝트 홍보를 위한 유튜브 제작 시 기관장 참여 및 포스터, 현수막을 통해 널리 홍보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북형 주민대피시스템은 △12시간 사전예보제 △1마을 1대피소 신규 지정·운영 △마을순찰대 구성·운영 △주민대피협의체 구축 등 민·관이 협력하는 전국 유일 주민중심형 재난 대응 모델로 지난해 극한호우 속에서 주민을 구해낸 이장님들의 경험과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사전 대피만이 주민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판단에 따라 만들어졌다. 경북도는 시스템을 구축을 위해 지난해 산사태 피해지역(예천, 봉화, 영주, 문경) 재난부서와 마을 이장, 전문가와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마을대피소를 점검 및 6월까지 도내 22개 시·군 5천189개 마을에 마을순찰대를 구성하고 발대식과 실제 주민 대피 훈련을 2개월에 걸쳐 진행했다. 이 같은 결과로 지난 7월 8일과 9일 사이 경북지역에 내린 극한 호우에서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경북도는 7월부터 9월까지 집중호우에 대비해 도내 22개 전 시·군에 19차례 걸쳐 마을순찰대 3만592명을 가동하고, 산사태 등 위험지역에 14차례에 걸쳐 5천530명의 주민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행정안전부로부터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철우 지사는 “이번 수상은 주민이 주도적으로 대피하는 시스템 전환과 단순 대피에서 건강·복지 프로그램을 지원해 ‘위험하면 대피하고, 대피하면 안전할 수 있다’는 선진 도민 의식의 대전환을 이뤄낸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앞으로도 민관 협업을 통한 경북형 주민대피 시스템과 선진 도민 의식을 총결집해 어떠한 재난 속에서도 도민을 안전할 수 있도록 지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향후 재난 발생 시 경북형 주민대피시스템을 활용해 지속해서 초기 대응을 위해, ‘경북 풍수해 현장조치행동매뉴얼 개정(안)’을 제도화해, 행정안전부 승인 과정을 거쳐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12-16

‘인권존중 문화 확산’ 다양한 행사 펼쳐

경북도가 세계인권선언기념일(12월 10일)을 기념해 ‘2024년 인권 문화행사’를 진행한다. 16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도민에게 인권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재조명하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 문화행사는 인권영화 상영(16일~17일, 구미, 포항), 유교 인문학 특강(16일, 구미) 및 인권 작품 전시회(17일~27일, 도청)로 구성됐다. 특히 인권영화 관람 후 유교적 가부장적 문화 속 현대 인권과의 관계를 다시 되짚는 강의 및 관객과의 토론 시간도 마련했다. 또한, 17일부터 11일간 경북도청 홍익관 1층 로비에서는 인권 작품 전시회가 열린다. ‘다름과 다양성이 존중받는 인권 경북’이라는 주제로 실시 한 공모전 수상작 △일반부 포스터 대상 ‘모두 같은 사람입니다’ △학생부 포스터 대상 ‘같은 조건, 같은 기회’ 등 영상부 작품을 포함한 총 24편을 전시할 계획이다. 오상철 행정지원과장은 “이번 인권 문화행사는 도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인권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모든 사람이 존엄하고 평등한 일상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경북이 될 수 있도록 인권존중 문화 확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피현진기자

2024-12-16

어? 위반 땐 CCTV 없었는데 웬 과태료?

최근 김모(59)씨는 단속카메라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교통위반을 시도했다가 과태료를 물었다. 김모씨는 “경찰 민원실에 어떻게 신고 사진이 찍혔냐고 물어보니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시민이 신고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포항남부경찰서 민원실은 “최근 어떻게 신고 사진이 찍혔냐고 물어보는 민원들이 많다”며 “이제 경찰뿐만이 아닌 시민들도 안전신문고 어플을 통해 각종 안전문제들을 신고 할 수 있어 안전의 사각지대가 줄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불법주정차와 교통 위반, 각종 안전 문제들을 직접 ‘안전 신문고’어플로 신고하는 건수가 늘고있다. ‘안전신문고’는 국민이면 누구나 생활 재난·안전 위험 요인을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안전신문고는 △자동차·교통위반 △불법 주정차 신고 △전기차 충전 방해 △겨울철 집중신고(한파·도로결빙·도로제설 미흡 등) △도로, 시설물 파손 및 고장 △건설, 공사장 위험 △축제·행사 인파밀집 우려 △화재 (비상구 물건적치) 등 다양한 안전문제에 대한 신고를 지원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9~11월 가을철 재난안전 집중신고 기간 중 안전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신고 건수가 4만9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9939건)보다 36.8% 증가했다고 11일 밝힌 바 있다. 안전 신문고는 신고 처리 기관을 지정해 신속히 이송한 뒤 조치 결과를 문자 메세지 등으로 신고자에게 안내하는 간편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이용이 늘고 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내년 2월28일까지 안전신문고를 통한 ‘겨울철 재난·안전 위험요소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겨울철 집중 신고 대상에는 대설, 한파, 화재, 축제·행사 인파 밀집 등이 해당된다. 우수 신고자에게는 최대 100만원의 포상금(온누리 상품권)과 안전신고 마일리지를 지급하는 계획이다. ‘안전신문고’ 어플리케이션은 구글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김채은기자 gkacodms1@kbmaeil.com

2024-12-15

“감염관리·장비 점검·응급환자 이송체계 강화”

경북소방본부가 겨울철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해 2025년 3월 15일까지 응급환자 이송 체계 강화를 강화한다. 15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은 △구급대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지원 △구급차와 장비 점검 및 보강 △의료기관 핫라인 연락 체계 점검 △응급환자 긴급 이송 체계 확립 △119구급 스마트 시스템 활용 이송 병원 선정 운영 확대 등이다. 먼저, 사전 준비 단계에서는 겨울철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의 동시 유행 가능성에 대비해 구급대원에게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감염 사고 예방을 위해 감염 확산 관리도 철저히 진행한다. 또한, 급격히 저하되는 기온에 대비해 구급 차량의 난방기 점검, 액체 의약품 동결 방지, 환자용 담요 확보 등을 통해 출동 차량과 장비의 사전 점검을 완료하며, 현장 활동 장비의 100% 가동 상태를 유지할 예정이다. 아울러 응급환자 이송 체계 강화를 위해 구급상황관리센터는 특수진료가 필요시 인근 시·도와 중앙 구급상황관리센터, 광역상황실과 협조해 전문 병원 등 신속한 병원 선정을 준비하고, 한랭질환 의심 환자 신고 시 응급의료 상담을 제공한다. 여기에 겨울철에 증가하는 심뇌혈관 질환 환자 발생에 대비해 구급차 현장 도착 전 응급처치 지도와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 선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12-15

‘탄핵 폭풍’ 속 이번 주 ‘대왕고래’ 본격 출항

‘탄핵 폭풍’ 속에서 동해 해저 유망구조에 실제로 가스·석유가 묻혀 있는지 확인하는 탐사시추 작업이 이번 주 본격화한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부산외항에 정박해 작업에 필요한 물자를 보급 중인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오는 17∼18일쯤 출항해 동해 대왕고래 유망구조 내 지정 해역으로 이동한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현장 해역에서 작업 준비를 마치고 오는 20일 무렵부터 첫 탐사시추를 위한 구멍 뚫기 작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대왕고래 유망구조는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동서 방향으로 길게 형성돼 있다.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도시인 포항에서 동쪽으로 50㎞ 이내에 자리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1㎞ 이상 드릴을 내려 해저 지형을 뚫고 들어가 암석을 채취할 계획이다. 이후 석유공사의 위탁을 받은 미국 유전 개발 회사인 슐럼버거(Schlumb erger)가 암석과 가스 등 성분을 분석하는 ‘이수 검층’(mud logging) 업무를 수행해 가스·석유 부존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드릴 작업을 통해 시료를 확보하는 데에만 2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후 시료 분석 등 과정까지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는 첫 탐사시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대표적인 ‘윤석열표 사업’으로 알려진 대왕고래 가스전 탐사시추는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위헌적이고 위법한 계엄령 선포로 직무가 정지된 정치적 상황에서 시작되게 됐다. 당장 최근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첫 시추 사업 예산 497억 원이 전액 삭감돼 석유공사는 정부 지원 없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한 번에만 1000억 원가량 드는 사업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당초 정부와 석유공사는 20%의 성공 확률을 고려해 향후 수년에 걸쳐 최소 5번의 탐사시추가 필요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야당이 그간 대왕고래 사업이 불투명하게 진행됐다고 비판해 온 상황에서 1차 시추에서 뚜렷한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추가 사업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작년 석유공사는 물리탐사 자료 분석을 통해 ‘대왕고래’를 비롯한 동해 7개 유망구조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돼 개발 필요성이 크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후 산업부를 통해 이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이례적으로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자청해 국민적 기대감을 키우면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 대통령의 직속 사업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동해 심해 가스전은 정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성공 가능성이 20%라면 해외 오일 메이저 등 어느 전문가도 당연히 시추를 해 봐야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12-15

계엄 사태 속 축제처럼 열린 평화적 시위… 세계적 관심

외신이 이번 계엄사태에 대응하는 한국의 축제 같은 시위 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일 밤 10시경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에 한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에 대한 반발으로 한국의 국민들은 하나 둘 씩 거리로 모였고 빠르게 촛불 집회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7일에는 50만여 명의 시민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남녀노소 상관 없이 지지하는 정당을 제쳐두고 모두가 모여 민주주의를 위해 평화 집회를 벌였다. 이에 해외 언론은 마치 축제같은 한국만의 독특한 시위 문화를 앞다퉈 상세히 보도했다. 영국 BBC는 “한국 시위의 대형 스크린과 크레인 카메라가 마치 야외 음악 축제를 연상시켰다”며 “집회 참가자들은 다양한 K-팝을 부르며 즐겁게 시위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집회에 나이 많은 노인들도 두툼한 점퍼를 입고 참석했으며, 엄마와 아빠 손에 이끌려 나온 어린이들도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국민들은 영하로 떨어진 기온을 이겨내고 밤늦게까지 현 정권의 퇴진을 요구했다”며 수십만명이 모인 시위대 영상을 올려놓았다. 호주 SKY뉴스는 이번 계엄사태에 한국인의 빠른 행동력과 소셜미디어가 큰 역할을 했다는 의견을 남겼다. SKY뉴스는 “소셜미디어의 시대에서 언론을 통제하는 계엄령은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계엄직후 국회로 나선 시민들의 SNS 게시물과 각종 라이브 영상으로 송출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 호주 정치인들이 진실을 말하는 소셜미디어에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비판하면서, 소셜미디어 게시를 통제받았던 코로나시기를 비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태는 한국이 이전 겪었던 1979년 군사 쿠데타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촛불시위를 떠올리게 했다”며 “계엄 선포에 대한 국민의 신속한 대응은 시대적 정치 분열, 냉혹한 수사, 그리고 개인적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세계에서 ‘한국의 축제같은 집회 문화에는 정치적 메세지를 뛰어넘어 예술적 메세지를 띄고 있다’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시위는 다양한 세대의 문화를 방증한다”며 “집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응원봉을 들고, 서로의 노래를 나누는 것은 이제 운동권 등 특정한 사람만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채은기자 gkacodms1@kbmaeil.com

2024-12-15

“벚꽃대선이냐 장미대선이냐” 헌재에 달렸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조기 대선’이 치러질지, 또 열린다면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헌법재판소의 선고 시기다. 현행법에 따르면 헌재는 사건 접수 후 180일 안에 선고를 마쳐야 한다. 여기서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헌재는 대통령 탄핵 사건의 경우 ‘집중 심리’를 통해 선고를 180일보다 앞당겨왔고, 실제 국회 의결부터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렸다. 노 전 대통령 심리와 비슷하게 ‘속전속결’로 심리가 진행돼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인용된다면 지금으로부터 120일이 지나 벚꽃이 피는 4월 중순쯤 대선이 열릴 수 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원하는 시나리오로 거론되기도 한다. 대선 준비기간이 짧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유력 대권주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펼쳐진다는 예상이 많다. 여기에 이 대표로서는 ‘사법리스크’에 따른 재판 일정을 고려해 빠른 대선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5∼6월 ‘장미대선’ 시나리오도 함께 거론된다. 헌재가 박 전 대통령 심리 기간과 비슷하게,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두고 결론을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헌법재판관 후보 3인(조한창·정계선·마은혁)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 중이고,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내년 4월 18일 종료된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재판관 변동이 잦은 만큼 심리가 지연될 수 있다. 아울러 법이 정한 심리 기간 180일을 모두 채우고 나서 내년 6월 11일 헌재에서 결론이 나고, 대선은 장마와 폭염이 겹치는 7∼8월에 열리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윤 대통령이 내란·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될 경우 탄핵심판이 재판부의 재량으로 정지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헌법재판소법 51조는 ‘탄핵 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윤 대통령 측이 이를 근거로 지연 전략을 펼 수 있다. 탄핵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경우 조기 대선은 ‘없는 일’이 되고, 차기 대선은 2027년에 정상적으로 치러진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12-15

경북 이·통장연합회 2025년 적십자 특별회비 모금 동참

경북 이·통장연합회가 지난 13일 도내 위기가정 자립 지원 등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을 위한 2025년 적십자 특별회비를 경북적십자사에 전달했다. 경북 이·통장연합회는 매년 적십자 특별회비에 동참하고 있으며, 각 지역 모금위원으로서 지로 배부에 도움을 주는 등 적십자 인도주의 사업 재원 마련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날 엄태봉 이·통장연합회 회장은 “재난구호 활동 및 취약계층 지원 등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은 우리가 기부한 적십자회비로 이뤄진다”며 “요즘 적십자회비 모금도 어려운 실정인데, 도민들께서 적십자 인도주의 사업을 위해 회비 모금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특별회비를 기부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재왕 경북적십자사 회장은 “지역사회 행정의 가교역할을 수행하시는 경북 이·통장분들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2025년에도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온정과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적십자와 함께 동행해 주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는 2025년 1월 31일까지 적십자 특별회비 집중 모금기간으로 정하고 모금 활동을 전개 중이다. 적십자회비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전 국민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민 성금으로, 도내 지진, 수해, 산불 등의 재난‧재해 발생 시 긴급 구호 활동과 이재민 지원 활동, 복지 사각지대의 위기가정 지원 등 국민 고통을 덜어주는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에 사용된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12-15

윤 대통령 탄핵 질문 쏟아진 대경선 개통식

대구와 경북을 연결하는 대구권 광역철도(대경선) 개통식이 13일 서대구역에서 열렸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이슈로 얼룩졌다.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두고 있다보니 참석한 정치인들에게 입장을 묻는 기자들이 많았다. 이날 개통식에는 박상우 국토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상훈 국회의원, 조현일 경산시장, 김재욱 칠곡군수, 류한국 서구청장,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한문희 코레일 사장 등과 시민들이 참석했다. 당초 이날 개통식에는 국민의힘 권영진·구자근·정희용·강명구·우재준·조지연 국회의원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불참했다. 대경선 개통식이 끝난 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정책위원장)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12·3 비상계엄 등과 관련해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당론은 반대 입장으로 현재까지 바뀌지는 않았다”며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국회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내에 상정 의결해야 하지만, 현재 탄핵소추안 자체가 본회의에 보고가 안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혹은 내일 중으로 의원 총회를 열어 신임 권성동 원내대표와 함께 의겸 수렴 절차를 거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의 참여 여부가 판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시장도 입장을 전했다. 그는 “당내에서 배신자가 계속 나오고 있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탄핵 가결 후 정국 상황이 굉장히 혼란에 빠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진중한 한덕수 총리가 경륜도 있어 국정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며 ‘권한 대행 중심의 국정운영이 혼란이 없을 것”이라 답했다. 이어 ‘한덕수 총리가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질문에 홍 시장은 “한 총리까지 직무대행을 못 하게 하면 아마 민주당 대선 전략에 큰 차질이 올 것”이라면서 “헌법 절차에 따라 직무대행을 하게 되는데 그 직무대행조차도 못 하게 막으면 나라 전체가 공동화(속이 텅비게 되는) 현상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개통식을 가진 대경선은 비수도권 최초 광역철도다. 오는 14일 오전 5시 25분 동대구역에서 구미로 가는 첫 열차가 운행된다. 대경선은 총연장 61.8㎞로 구미∼사곡∼왜관∼서대구∼대구∼동대구∼경산 등 7곳의 역을 오간다. 정차하는 7곳 역 중 동대구역과 대구역은 대구도시철도 1호선과 환승이 가능하다. 전기 전동열차(2량 1편성)로 구미~칠곡~대구~경산 전 구간을 1시간 이내로 하루에 최대 왕복 100회 정도(평일 기준) 운행하게 된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4-12-13

검찰, 선거운동 관련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에 벌금 150만원 구형

검찰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데도 선거 유세를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에게 벌금형을 구형했다. 13일 대구지법 형사12부(어재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총리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 전 총리는 제22대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중순쯤 경북 경산시 한 단체 창립총회 행사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재임 시절 지역구 발전상을 언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전 총리는 최후변론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장관을 두 번씩이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법정에 선 것 자체가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며 “공직선거법을 조금 더 숙지하고 신중하게 처신했다면 좋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저와 함께 재판받는 있는 다른 피고인들은 순수한 마음에서 범죄에 이르게 됐고 법정에 서게 됐다”면서 “이들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선처를 해주십사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변호인측 역시 “피고인은 행사 참석자들이 권하는 술을 많이 마셔서 심신이 극도로 지치고 피곤했다”면서 “장소도 소규모 실내고 참석자도 80명에 불과해 육성으로도 얼마든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변론했다. 한편 최 전 총리의 8년차 보좌관 출신 등 이력을 지닌 공동 피고인들은 징역 10월 또는 벌금 300∼500만원이 구형됐다. 선고공판은 오는 2025년 1월 24일에 열린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4-12-13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지부, ‘2024 법무보호복지대회’개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하 공단) 대구지부는 지난 12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공단 대구지부가 주관하고 법무부 법무보호위원 대구지부협의회(회장 곽진섭)가 주최하는 ‘2024 대구지부 법무보호복지대회’를 가졌다. 사진 이날 행사에는 김형태 대구가정법원장,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황영기 이사장, 대구지방검찰청 유도윤 제1차장 검사,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이 춘 차장검사, 대구지부협의회 곽진섭 협의회장 및 법무보호위원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법무보호복지대회는 법무보호대상자의 재범방지 및 사회복귀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한 대구지부 자원봉사자의 사기진작 및 법무보호복지사업의 지역 내 홍보를 통해 범죄예방 활동을 격려하기 위한 행사로, 위원 간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매년 대구지부협의회의 후원으로 개최하고 있다. 행사에서는 그동안 나눔과 봉사에 헌신해온 자원봉사자를 위해 대구가정법원장 표창 수여를 시작으로 대구지방검찰청검사장 표창,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장 표창, 대구지방교정청장 표창, 대구시장 표창, 경북도지사 표창, 경북도의회 의장, 공단 이사장 표창 등 총 42명이 포상을 수여받았다. 또한, 범죄없는 사회 구현을 위한 법무보호사업 발전기금으로 법무부 법무보호위원 대구지부협의회에서 500만원, 주거지원심사위원회(위원장 박재숙)에서 1000만원, 제1회 시월愛 나눔의 향기(추진위원장 김수원)에서 수익금 1496만원, 경주위원회(회장 서환길) 200만원, 사전상담위원회(회장 서정우) 100만원, 기업인위원회(회장 류정호)에서 100만원, 가정복원위원회(회장 강상원)에서 100만원을 대구지부 임동문 지부장에게 전달했다. 대구지부협의회 곽진섭 협의회장은 “오늘 행사는 여기 계신 분들의 노력에 감사하고자 만들어진 자리이며 법무보호대상자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에 물심양면으로 힘써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면서 “2025년에도 대구지부 소속 모든 자원봉사자 분들이 법무보호복지사업에 더 많은 관심과 아낌없는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지부협의회는 오는 19일 김천본부에서 열리는 ‘2024 법무보호복지의 날’ 기념식에서 전국 26개 협의회 중, 올 한해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활동을 인정받아 ‘2024 최우수 협의회’ 표창을 수상할 예정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4-12-13

Y 병원 비의료인 동원해 대리수술? 논란 심화

Y 병원이 비의료인을 동원해 대리수술을 진행해왔다는 논란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영업사업들이 수술 과정에서 핵심적 의료 행위를 수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Y병원은 보조행위였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의료계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공익감시 민권회의, 국민연대 등에 따르면 Y병원은 심각한 대리수술 의혹을 받고 있다. 한 관계자는 “수술실에 들어간 영업사원이 환자 이송, 수술 부위 소독, 소변줄 삽입은 물론 피부와 근육을 벌리고 뼈에 드릴을 뚫거나 인공관절 삽입을 위한 망치질까지 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보통 인공관절수술 시 집도의와 수술을 보조할 의료인(간호사) 2명이 수술에 참여하고 집도의가 의료인의 보조를 받아 한 손으로 수술 기구, 다른 손으로 뼈에 핀을 받는 등의 의료 행위를 직접해야 하지만 Y병원은 대리수술을 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단체들은 Y병원의 K병원장도 외래진료, 방송 출연 등 수술과 무관한 활동을 이어왔다면서 대리수술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돈 때문에 Y병원 대리수술이 횡행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상적 수술 진행을 위해선 의료진이 필요하지만 이는 병원 인건비 증가로 이어지는 탓에 병원이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비의료인인 영업사원을 투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은 수술 한 건당 5000원의 인센티브를 받으며, 의료 행위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다”며 불법행위가 이뤄진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이같은 의혹과 관련, K병원장 측은 영원사업이 한 의료 행위를 단순한 보조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드릴 사용, 망치질 등을 의료 보조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인가?”라는 판사의 질문에 변호인은 “못을 박는다는 것이 굉장히 큰일처럼 생각하지만 위치를 고정해서 불잡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변론했다. 또 “수술실에서 뼈에 핀을 박을 때 핀을 박는 각도가 달라지면 의사가 양쪽에 있지 않는 이상 의사 한 명이 위치를 바꿔가며 진행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수술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의사 두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답하는 등 보조행위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Y병원을 둘러싼 불법 의료행위 문제가 지속적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진 충원이 어렵다면 수술 건수를 줄이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적하며 “의료 윤리와 법을 무시한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4-12-13

“계엄은 통치행위” 尹대통령의 강변

윤석열 대통령이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서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3면 이는 여권에서 거론된 특정 시점의 자진 사퇴를 통한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론’을 거부한 것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필요성과 고유의 통치행위라는 점을 들어 탄핵 심판과 수사에 법률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라며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고, 오로지 국회의 해제 요구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를 나라를 망치려는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 우리 헌법과 법체계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이론상 ‘통치행위’는 고도로 정치적인 의미를 가진 국가 행위 또는 국가적 이해에 직접 관계되는 사항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 행위로, 윤 대통령은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가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주장하기 위해 통치행위 개념을 끌어온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저는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개인적인 인기나 대통령 임기, 자리보전에 연연해온 적이 없다”며 “자리보전 생각만 있었다면 국헌 문란 세력과 구태여 맞서 싸울 일도 없었고, 이번과 같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년 임기 자리 지키기에만 매달려 국가와 국민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거대 야당이 거짓 선동으로 탄핵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 단 하나”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려서라도 자신의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국헌 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껏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주도한 세력과 범죄자 집단이 국정을 장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며 “저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며 계엄 선포의 주요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의 시스템 관리를 들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 시스템 장비 일부분만 점검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며 “국정원 직원이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그래서 저는 이번에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서는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해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 같은 주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 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증언,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언과는 배치되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4-12-12

與 원내대표에 권성동…“탄핵 반대 당론 바꿀지 의총 열 것”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에 권성동 의원(5선·강원 강릉)이 12일 선출됐다. 권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당 소속 의원 108명 중 106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원내대표 선거에서 과반인 72표를 득표하며 34표를 얻은 김태호 의원(4선·경남 양산을)을 누르고 당선됐다. 검사 출신의 권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입문 및 대선 승리를 돕고 정권 출범 후 첫 원내대표를 맡는 등 ‘친윤 핵심’으로 꼽힌다. 권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이후 여권이 자중지란을 노한 상황에서 원내사령탑을 맡게 됐다. 권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에서 “지금 여당의 원내대표 자리가 독이 든 성배임을 잘 알고 있다”며 “중진 의원으로서 당의 위기를 외면하지 말라는 요청 앞에서 몸을 사리며 비겁해지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당의 위기가 일단락되면 저는 당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도록 미련 없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약속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첫 원내대표를 맡았다가 5개월 만에 사퇴했고, 2년 3개월 만에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에서 원내대표로 다시 선출됐다. 그는 “맞다. 저는 친윤이다”라면서도 “대통령 선거기간부터 정권 교체 이후에도 저는 물 밑에서 대통령께 쓴소리를 가장 많이 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 앞에는 상상하지도 못할 어려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며 “지난 원내대표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의원님 여러분들의 지혜를 모아서 이 험한 길을 반드시 뚫어내겠다”고 말했다. 또 권 원내대표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를 회고하며 “탄핵보다 무서운 것이 분열”이라며 “그 분열을 막기 위해 저는 이 자리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법제사법위원장 자격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인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았으며, ‘탄핵 찬성파’들과 함께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가 2017년 대선 이후 복당한 이력이 있다. 권 원내대표는 “한 대표는 63%의 당원 지지를 받아서 당선된 민주적 정통성을 확보한 대표다. 주요 현안마다 한 대표와 충분히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당론이 탄핵 부결이다. 이를 변경하려면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의총을 열어 그 부분에 대해 당론 변경을 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총의를 모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들 각자 의견이 존중받아야 하지만 중요 사안, 현안에 대해서는 단일대오로 갈 필요가 있다”며 “모든 것은 의총을 열어서 중지, 총의를 모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 제명·출당을 논의하기 위해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한 것에 대해선 “윤리위 소집을 해서 제명하는 것보다는, 그런 의사를 용산 대통령실에 전달하면 대통령께서 알아서 거취 문제를 판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12-12

‘김천 오피스텔 살인’ 31세 양정렬, 신상공개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 누리집 일면식 없는 동갑내기 남성을 살해하고 피해자 지문으로 대출까지 받은 강도살인범 양정렬(31)의 신상정보가 12일 공개됐다. 양 씨는 대구지검이 수사단계에서 피의자 신상을 공개한 첫 번째 사례다. 이날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누리집에 양 씨의 이름, 나이, 사진을 30일간 공개한다고 밝혔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성명 및 나이 공개를 할 수 있다. 또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만 신상 공개가 가능하다. 이날 공개된 양 씨의 사진은 구속 수감 상태였던 지난 5일 범죄자 인상착의 기록을 목적으로 촬영한 머그샷(mugshot)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피의자가 신상정보 공개 결정에 이의 없다고 진술했다”며 “이에 5일간의 신상 공개 유예 기간을 두지 않았다”고 했다. 양 씨는 경북 김천시 한 오피스텔에서 일면식 없는 피해자 A씨(31)를 살해하고 그의 지문으로 6000만원을 대출받은 혐의(강도살인)로 지난달 28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당시 그는 범행 전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범행 후 시신을 유기하려고 하는 등 범행을 철저히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채복·김재욱기자

2024-12-12

흙을 두드리며 ‘격양가(擊壤歌)’ 부르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

“해 뜨면 나가 일하고/ 해 지면 들어와 쉬네/ 우물 파서 마시고/ 밭 갈아서 먹으니/ 임금이 나를 위해 해 주는 것이 무엇 있겠는가. (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宰力於我何有裁)” 태평성대라 일컬어지는 요(堯)임금 때의 격양가이다. 노랫말 그대로,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쉬고 물마시고 싶으면 우물 파서 마시고 배고프면 밭 갈아서 배 채우니 내가 살아가는 데 임금의 힘이 무어 필요하겠는가? 라는 말이다. 당(唐)나라를 다스리던 요임금이 미복을 한 채 민심을 살피러 나섰다가 백발노인이 흙을 치며 부르는 이 노래를 들으며 뿌듯해한다. 백성들이 임금의 존재를 잊은 채 걱정 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세상이야말로 덕치주의였던 그의 이상향이었을 것이다. 그는 영리하지 못한 자식에게 제위를 물려주지 않고 백성들에게서 찾은 효성 짙은 순(舜)에게 천하를 맡긴다. 이를 선양(禪讓)이라고 한다. 우(虞)나라를 다스리며 요임금에 이어 태평성대를 구가했던 순임금도, 나라의 근심거리였던 황하의 치수를 잘 다스린 우(禹)임금에게 제위를 선양(禪讓)한다. 우임금도 하(夏)나라를 잘 다스린다. 하(夏)나라 마지막 왕이었던 걸(桀)왕과 은(殷)나라 마지막 왕이었던 주(紂)왕은 사치와 포악이 극에 달해 탕(湯)왕과 무(武)왕이 그들로부터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 이들을 처단하고 은(殷)과 주(周)나라를 세워 나라를 잘 다스렸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태평성세의 기본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안정이다. 공자와 맹자는, 요는 순에게 순은 우에게 임금 자리를 선양하고 탕과 무는 포악무도했던 걸과 주를 방벌(放伐)했다며 백성의 안위를 우선으로 태평성세를 추구했던 그들을 존경하며 칭송했다. 하지만 순자와 한비자는 순은 요를, 우는 순을 선양이 아닌 핍박으로 정권을 탈취했고, 탕과 무는 신하된 자로서 자신들의 왕이었던 걸과 주를 폭력으로 시해했다고 기록을 남긴다. 진실은 믿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교과서를 통해 알게 된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한 모험가였다. 그는 유럽인들에게 영웅적인 모험가로서 추앙을 받고 미국은 콜럼버스 항해 관련 신화발굴과 재창조로 아메리카에 터 잡은 신생 독립국가의 건국 서사시에 공을 들인다. 그러나 신대륙으로 발견 당한 원주민에게 있어서 콜럼버스는, 자연과 합일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그들 삶의 터전에 무단으로 침입한 침략자였고 학살자였다. 역사는 승리자에 의해 기록된다. 많은 지식인이 요순시대를 꿈꾸며 사회주의를 쫓았지만 이권다툼의 인간 본능이 존재하는 한 실현 불가능한 이념이라는 걸 세월 보내며 알게 된다. 지금 세상은, 뉴스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든 켜기만 하면 온통 뒤숭숭한 정치 얘기들로 갑론을박이더니 종내는 불안과 위기감으로 정치에 관심 없던 소시민도 가정 사 제쳐두고 나라 걱정으로 밤잠을 설친다. 진정 나라의 안위를 걱정한다면 어느 편에 서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뛰어가 피켓이라도 들고 힘을 실어야겠지만 당장 일상을 버리기가 또 쉽지 않다. 힘든 세월 어머니들이 장독대에 정화수 떠 놓고 간절히 빌었듯이 마음 깊은 곳에 정화수 떠 놓고 나라평안하기를 간곡히 빌고 또 빌어 본다. 흙을 두드리며 격양가 부르는 세상을 손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담아서.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2-12

캘리그라피 작가 권문경을 만나다

어느 날은 고고한 학이 되어 춤을 추다 어느 날은 더벅머리의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나타나 입꼬리가 찢어져라 웃어댄다. 그러다 최근엔 신라 공주님으로 신분 상승한 그녀. 무대 위 연기자뿐만 아니라 캘리그라피 분야에서도 빛을 내고 있는 권문경 작가를 제16회 고운서예전국휘호대전 시상식에서 만났다. 언제나처럼 화사한 미소다. 작년에 이어 고운서예전국휘호대전에서만 캘리그라피 부분 두 번째 특선 입상이다. 대학에서 국문학과를 전공한 그녀는 동아리에서 풍물을 배웠다. 그리고 그 인연이 지금껏 이어져 많은 무대에서 활동 중이다. 현재 경주문화유산활용 연구원 활용팀장으로 문화유산을 활용해 우리의 문화가치를 알리는 일에 관심이 많다. 지난 계절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남산이며 교촌이며 문화유산이 있는 곳곳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그 덕에 해 좋고 공기 ‘따신’ 계절에 그녀를 만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찬 기운이 돌고 더는 공연이 어려운 겨울이 되어야 무대가 아닌 땅에서 권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공연을 전문으로 하던 권 작가가 캘리그라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붓펜으로 적고 또 적고 마음에 들 때까지 적다 보면 그 글귀는 어느덧 마음의 일부가 되었다. 적는다는 행위를 통해 좋은 말들이 쌓이고 쌓여갔다. 그렇게 반복되는 과정에서 읽기가 더 좋아졌다. 처음에는 붓펜으로 작은 크기의 글쓰기를 반복하다 좀 더 깊은 작업을 하기 위해 붓과 먹을 배웠다. 화선지는 또 하나의 무대가 되었다. 하늘과 바다, 별 너머 세계까지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무한한 무대다. 그 무대를 붓으로 채워나간다. 마음속에 갇혀 있던 감정들은 붓을 타고 흘러나와 검정색 활자에 의미를 더하고 색을 입혔다. 반복해서 글을 쓰는 행위는 수련과도 닮아있다.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마음에 드는 형태를 만나기까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를 반복한다. 그렇게 한참을 쓰고 그리다 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내가 보였다. 그 과정 속에서 마음도 단단해졌다. 50대 나를 알기 가장 좋은 나이에 만난 멋진 동반자, 캘리그라피는 기쁨과 슬픔, 외로움 모두를 품어주었다. 또한 인생 후반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에도 적당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우선 지역사회에서 캘리그라퍼라고 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 지금처럼 공모전을 통해 실력을 다져가며 빠른 시일 내 개인전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또한 생활 속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활동도 함께 이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2-12

마음 가난한 세상에 시의 씨앗을 뿌려라

며칠 전 지인이 무심코 하는 말에 마음이 상했다. 자신이 주식으로 상당 금액의 손실을 본 것을 얘기하면서 나는 손에 잡아보지도 못했을 돈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닌데 가슴 한쪽이 아릿하게 아팠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이라 이루어놓은 것 없이 세월만 가나 싶어 허허로운 마음에 찬바람이 쌩하니 지나갔다. 결혼하고 전업주부로 아이 셋을 키우고 살았으니 통장이 여유로울 리가 없었다. 공무원 남편의 월급을 아끼고 아끼면서 살아온 날들. 이제 오십 중반의 아줌마인 내게는 시인이라는 가난한 이름 하나만 남았다. 전에 어느 유명 가수에게 당신에게 노래란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었다. 제법 알려지고 매니아층도 있는 그 가수는 자신에게 노래는 ‘젠장’이라고 했었다. 만족할 만큼 되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노래 없이는 살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되는 시를 끙끙대며 붙들고 있을 때면 그 가수의 ‘젠장’이라는 말이 참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쓰고 싶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시 쓰는 일과 참 일맥상통 하는구나 싶어서이다. “시를 쓰니 세상에 빚 갚은 것이고 / 의지할 시를 자식처럼 키우니 저축 아닌가 / 그래서 나는 절로 웃음이 난다네 / 시시시(時視詩) 가득한 통장에 / 마이너스는 없다네 / 詩앗 뿌렸으니 세상에 보시하는 것이고 / 시 한섬 거두었으니 추수한 것 아닌가 / 그래서 나는 절로 웃음이 난다네 / 시시시 가득 찬 통장에 / 마이너스는 없다네 / 하늘은 모든 것을 가져가고 / 시라는 씨앗 하나 남겨주었다네 / 그래서 시 통장에 / 시인이란 없다네” - 천양희 ‘시(詩) 통장’ 하지만 천양희 시인의 시를 읽고 깨닫는다. 가난한 나에게 통장이 있었구나. 시 통장이 있었구나. 미처 그걸 몰랐었다. 갑자기 힘이 불끈 솟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사유의 은행에 통장을 개설했었구나. 어설픈 시 한 편 쓰는 걸로 우주에 진 그 많은 빚도 갚고 든든히 의지할 자식처럼 저축까지 하고 있었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마치 까맣게 모르고 있던 상속 재산이라도 발견한 듯 마음이 들뜬다. 시 뿌리고 시 거두고 살며 은행에는 마이너스 없는 시 통장도 있으니 무엇이 두려우랴. ‘시시시(時視詩)’의 잔고가 가득 찬 종신토록 사용할 통장이 있으니 이제 쓸데없는 걱정은 거두고 살아야겠다. 세상이 내게 시 아닌 것 다 거두고 시의 씨앗만 남겼대도 내가 뿌린 씨앗이 어느 가슴에선가 발아하리라 생각하면 다른 즐거움 버리고 시에 발목 잡혀 사는 것도 그리 억울하지만은 않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