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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정부 첫 국감 마무리 국면 법사·과방은 막판까지 격돌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겸임 상임위원회 일정을 제외하고 30일 사실상 막을 내렸다.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해 기획재정, 교육,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 국방, 행정안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보건복지, 기후에너지환경노동 등 9개 상임위가 이날 종합감사를 끝으로 국감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제 2025년 국감은 다음 달 초 열리는 운영위·정보위·성평등가족위 등 겸임 상임위 감사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날 법사위 감사에서 민주당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광주지법 부장판사 시절 ‘보석 청구 관련 법조비리 사건’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2019년 11월 판사 출신 두 변호사가 입찰 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건설업자 보석 청탁을 명목으로 2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사건 1심 판결문을 보면 전관 변호사가 장동혁 재판장과 술도 마시고 밥도 먹는 친분을 강조하고 사건을 수임해 보석으로 (피고인을) 석방시켰다. 현재는 법조비리로 재판받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어떤 불법적인 거래 관계가 있었는지를 윤리감찰관실을 통해 감찰하게끔 해야 할 사항 같다”고 언급하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퇴임한 법관인 만큼 윤리감찰관 직무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알지만 살피겠다”고 답했다. 과방위에서는 이날도 ‘최민희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 과방위원장이 국감 기간 국회에서 자녀 결혼식을 치른 점, MBC 국감 중 자신과 관련된 보도를 문제 삼아 보도본부장을 퇴장시킨 점, 상임위 진행 방식 등을 문제 삼으며 거듭 사퇴를 촉구했다. 이상휘(포항 남·울릉) 의원은 “위원장 자리는 국감을 엄중하고 공평하고 형평성 있게 끌어나가야 할 자리인데 사적 의혹으로 그 위상과 역량이 흔들려버렸다”며 “윤리적·도덕적·정치적으로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의) 문제 제기에 대해 국감 말미에 자료를 다 공개하겠다”며 “지금은 국감을 계속하겠다”고만 했다. 그는 이날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 요청을 거부했으며, “효율적인 감사를 하겠다”는 이유로 피감기관 증인선서, 인사말과 업무보고 등도 생략했다. 여야는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 증인 채택 여부에 대해선 대부분 상임위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김 부속실장이 6개 상임위에 출석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민주당은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결국 29일 운영위에서도 증인 채택은 무산됐지만 11월 6일 열리는 대통령실 국감까지 김 부속실장과 관련된 여야의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내달 초 운영위, 정보위, 성평등가족위 3곳에서 대통령비서실, 국가정보원, 성평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0-30

해양산업전문가들 ‘북극항로’ 실현 방안 머리 맞대

조선, 항만 등 해양산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대한민국의 북극항로 실현 방안을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국회에서 마련됐다. 국민의힘 김정재(포항북) 의원이 주최한 ‘대한민국 북극항로 전략 시리즈’ 제2차 세미나가 3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 9월 ‘해운’을 주제로 열린 1차 세미나에 이어 ‘조선’을 중심으로,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기술혁신과 산업 인프라 전략을 폭넓게 살피는 자리가 됐다. 최수범 한국북극항로협회 사무총장이 토론회 좌장을 맡았고 권오익 엠티코리아 사장, 안광헌 HD한국조선해양 고문, 강무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손무성 한국선급 책임연구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북극항로를 단순한 해상로를 넘어 국가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정부 주도의 제도적 지원, 국제협력 확대, 실증 기반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영두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상공급망기획단장은 “LNG선·쇄빙선 등 극지 전용 선박 확보와 항로정보체계 구축을 병행해야 하며, 정부 차원의 전담 기구와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성엽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박사는 Polar Code 해역 사고의 절반 이상이 기계 손상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산학연 협력을 통해 추진·제어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이고, 한국형 극지 기술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재 의원은 “포항은 철강·이차전지·에너지 산업이 집약된 복합산업도시로, 북극항로 시대가 요구하는 기반을 모두 갖춘 도시”라며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포항 영일만항을 조선·해운·에너지·IT가 융합된 북극항로형 산업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0-30

구윤철 “철강관세 인하… 美에 추가 요청해야”

3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와 철강 관세 문제, 대구 군 공항 이전 사업 등 대구·경북(TK) 지역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관련, 철강 관세 인하 문제에 대해 “미국에 추가로 요청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구 부총리는 ‘반도체, 철강은 추후 협상이 더 가능하냐’는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의 질의에 “지금 철강 관세는 50%로 돼 있는 상황”이라며 협상의 어려움을 시사했다. 이날 국민의힘 이인선(대구 수성을) 의원은 구 부총리에게 대구 군 공항 이전 사업에 대해 정부가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현행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는 막대한 사업비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구 타운홀 미팅에서 대구 군 공항 이전을 언급한 사실에 관해 설명했다. 이 의원은 “군 공항 이전 사업의 본질이 ‘제11전투비행단의 이전’이다. 일본·사우디·싱가포르 등 주요국은 모두 중앙정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해 군 공항을 이전했다”면서, 구 부총리에게 “내년도부터 설계와 부지 보상을 해야 하는데 한 발짝도 지금 못 나가고 있다. 국가 주도 TF 구성과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구 부총리는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는게 가장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대구 지역 상황도 잘 알고 있으나 관계 부처하고 협의해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0-30

“무도한 정치 탄압에 맞설 것” ‘내란 특검’에 출석한 추경호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30일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날 오전 9시54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한 추 전 원내대표는 “무도한 정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겠다”며 입장을 밝혔다. 특검팀은 그가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해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당시 추 전 원내대표는 비상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세 차례 변경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계엄 해제 의결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국회의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추 전 원내대표 측은 사전에 계엄을 인지하지 못했고 윤 전 대통령과 표결 방해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계엄 당일 총리, 대통령과 통화 후 의원총회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로 바꾸고 의원들과 함께 국회로 이동했다”면서“만약 대통령과 공모해 표결을 방해하려 했다면 계속 당사에서 머물지 왜 국회로 의총 장소를 바꾸고 국회로 이동했겠나”라고 주장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검 사무실 인근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특검을 강하게 규탄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조은석 특검의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는 개인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을 내란 세력으로 엮어 말살하겠다는 시도”라며 “야당의 존재를 지워버리겠다는 무도한 책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정권의 특검은 이미 생명을 다했다. 그런데도 특검은 손잡이 없는 칼날을 휘두르며 자신이 죽는 줄 모르고 아직도 무도한 수사 계속하고 있다”며 “진작 해산됐어야 할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진정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다섯 개의 재판을 즉시 재개하는 것”이라면서 “법관들의 양심에 다시 한번 호소한다. 사법부를 지키려면, 대한민국을 지키려면 지금 즉시 이 대통령에 대한 다섯 개의 재판을 속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날 약 4개월 만에 내란 재판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오전 10시 15분부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곽종근 전 특수전 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곽 전 사령관이 민주당 측과 소통하며 허위 증언을 해 왔다는 입장이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0-30

美, 펜타닐 관세 10% 인하… 中,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

미·중간 ‘무역 전쟁’이 일단은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30일 중국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낮추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대만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서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100분 동안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로 귀국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진행한 약식 기자회견에서 “희토류는 전부 해결됐다”며 “그 장애물은 이제 없어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으며 이후 유예를 매년 연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 전구물질 등을 차단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으며, 이에 미국은 중국에 부과해온 이른바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 관세를 10%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현 시점에서 적용되고 있는 미국의 중국산 제품 대상 관세율은 평균 57% 수준에서 47%로 내려가게 됐다. 다만 내달 10일 만료되는 미중간 초고율 관세 유예 조치의 재연장 문제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이 근래 중단한 미국산 대두 구입을 재개하는 등 미국산 농산물을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최근 시행한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완화 여부에 대해선 “중국은 엔비디아 등과 칩 구매에 대해 직접 논의해 가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그것은 그들과 엔비디아와의 일이지만, 우리(미국)는 일종의 중재자, 심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시 주석은 그 이후 플로리다주 팜비치나 워싱턴 DC로 올 계획이라고도 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관심을 모았던 대만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대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양측이 해법을 모색하기로 뜻을 모았다. 두 정상의 회담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6년 4개월만에 진행된 이날 회담을 통해 미·중이 일시적으로 봉합 국면에 이르렀지만 안보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중 경쟁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서 매우 수용 가능한 형태로 합의를 했다”며 “많은 결정이 이뤄졌고 남은 것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매우 우호적인 회담이었다. 매우 크고 강력한 두 나라에 좋은 회담이었다”면서 “이번 회담에 0에서 10 사이에 점수를 매긴다면 12점을 주겠다”고 자평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0-30

경주에 해외 정상들 속속 도착… 李대통령 릴레이 회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각국 정상들과 릴레이 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국방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담은 ‘한·캐나다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어 뉴질랜드, 태국, 베트남, 호주, 일본 정상과도 차례로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한국과 캐나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양국의 ‘안보·국방 협력 파트너십’ 수립 소식을 알리며 이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캐나다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와 이 파트너십을 수립한 것은 처음이다. 양국은 특히 잠수함 사업을 포함한 방위산업 협력을 위해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한 별도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카니 총리와 경주 시내 한 호텔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캐나다의 신속한 전력 확보와 방위 산업 역량 강화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기여해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카니 총리는 “한국의 잠수함 기술과 역량을 잘 알고 있다. 오늘 거제조선소 시찰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조선 역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경제 협력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양국 경제 협력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고, 카니 총리도 “핵심광물·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에너지 관련 협력 확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고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6·25 전쟁 당시 뉴질랜드는 대한민국과 수교도 하지 않았음에도 아주 많은 군대를 보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켜줬다”며 “대한민국은 뉴질랜드의 헌신과 기여를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뉴질랜드는 중요한 통상 무역의 상대가 됐으며, 최근에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확대되는 중”이라며 “국가 간의 관계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다. 국제질서가 복잡해질수록 양국이 더 협조하고 지원하며 공동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럭슨 총리는 “양국은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며 통상, 방위, 안보, 인적 교류 등 많은 분야에서 깊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태국·베트남·호주 정상들과 차례로 양자회담을 갖고 상호간 협력 의지를 다졌다. 또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도 양자 회담을 가졌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21일 취임한 이후 첫 만남이다. 한편 APEC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아시아 태평양 주요 정상들이 경주에 도착했다. 전날 일정을 경주에서 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주석, 다카이치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등이 경주에 도착해 APEC 정상회의 일정에 본격 돌입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0-30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에 가보니

최근 황성동 352-4번지 위령탑에선 위령제가 열렸다. 제17회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를 위한 경주지역 합동위령제였다. 위령탑엔 억울하게 학살당한 795위 영령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같은 작은 숲을 두고 건너편에서는 축제 같은 마라톤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교통통제를 비롯해 도로가 불법주차 차량들로 식전 행사로 진행된 박소산 선생의 진혼무가 중반부에 들어섰을 무렵에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을 포함 사람들이 많이 참석했다. 후원인 경주시와 의회에서는 경주시장을 대신해 경주시청 김종대 국장이 참석해 추도사를 낭독했으며, 최병준 경북도의회 부의장, 그리고 의회 대표로 이경희 경주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이 참석했다. 유족들은 75년이 지난 지금까지 억울하게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고 있는 중이다. 진혼무가 끝나자 위령제가 올려졌다. 잠시 개일 듯하더니 날이 다시 흐려졌다. 흩날린 비에 위령비도 유족들의 발도 젖어 들었다. 김하종 경주유족회 회장은 내빈 소개와 인사말을 이어갔다. 김하종 회장은 아흔이 넘은 고령에도 국회특별법 개정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국회의사당에서 보내고 있다. 유족회에서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진상규명, 명예회복, 배상 및 보상, 유해발굴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최일식 경주유족회 재무국장의 경과보고에 이어 국회특별법추진위 사무국장인 조성규씨의 제2기 진실화해위 현황보고가 있었다. 그 중에는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적용배제가 포함되어 있다. 2기 진실화해위는 오는 11월 26일에 종료된다. 그리고 아직 해결되지 못한 많은 미제사건들은 추후 3기 위원회의 몫으로 남겨졌다. 천년국악예술단 김소원씨의 추모곡을 끝으로 헌화가 이어졌다. 유족들은 헌화를 마친 후 뒤편으로 돌아가 가족의 이름을 찾았다. 검은 벽에 새겨진 이름을 찾아 손끝으로 빗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한동안 울음 섞인 그리움을 쏟아냈다. 행사가 끝난 후 위령제를 위해 마련된 책자를 받았다. 책자엔 희생자 명단을 시작으로 국회특별법 추진 및 활동일지가 날짜와 시간별로 담겨 있었다. 그 외 내용 중 책자 120페이지에는 둥글마을에서 있었던 참혹한 일이 기록되어 있다. 1950년 8월 11일 아침 6시 즈음 내남지서 경찰 이홍렬과 이한우를 비롯한 민보단원 30명이 완전무장한 채 마을의 아홉 집에 들이닥쳤다.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포박해 끌고 갔다. 이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총살. 치매 노인은 물론 임산부, 젖먹이까지 예외 없이 50여 명이 피살당한 걸로 추정된다. 그날의 증인이 된 권상원씨의 사촌형도 그 중에 포함되어 있는데 친구집에 놀러갔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함께 죽임을 당했다. 그날 사망한 사람은 60세 이상 노인이 7명, 여성이 17명, 10살 이하 어린이가 17명이었다. 민보단에 협조하지 않았던 것이 이유로 추정되나 그들을 덮은 건 빨갱이란 누명이었다. 의병이자 애국지사 선조를 둔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억울하게 끝을 맞았다. 죽인 자는 묘가 있으나 억울하게 죽은 이들은 아직도 그 유골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그토록 말하던 정의는 어디에 있을까?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30

짜장면 한 그릇에 담은 20년의 선행

봉사의 즐거움을 20년 넘게 실천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짜장면 봉사자 이정희씨(61·포항시 북구 장성동)다. 어느 날, 나이든 어르신도 짜장면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시작된 일이 이제는 그의 인생 일부가 되었다. 시작은 단순하다. 부모님을 대하듯 어르신께 맛있는 짜장면 한 그릇 대접하고 나면 뿌듯해진 마음에 즐거움이 인다. 그 즐거움에 중독되어 20년 넘게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현재 정해진 요양원을 중심으로 정기적인 짜장면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미리 약속된 기관이 아니더라도 요청이 들어오면 흔쾌히 응한다. 처음에는 직접 조리 기구를 들고 요양원을 찾아가 즉석에서 만들었지만, 장비가 무겁고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반점에서 면을 뽑고 소스를 준비해 배달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세월이 흐르며 그의 선행은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 별다른 홍보 없이 알음알음 알려져 곳곳에서 요청이 온다. 한 번에 적게는 50인분 많게는 2~300인분이다. 한 달에 2~3곳의 요청에 응하며 지나치게 잦은 요청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제한다. 좋은 일을 하는 작은 행사나 지역에서 벌어지는 축제 때도 요청이 있으면 재료비만 받으며 봉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삼배 단장이 이끄는 한봉우리봉사단과 MOU(업무협약)를 체결해 함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포항국화원장례식장을 비롯해 여러 소상공인들과 꾸준히 협약을 맺고 있는 봉사단과 함께 짜장면 봉사뿐 아니라 다양한 나눔 활동을 병행한다. 이정희 씨는 “봉사단원들과 함께 짜장면만이 아니라 어르신들과 웃고 노래하는 봉사까지 하니 기쁨이 배가되고 마음에 책임감도 생긴다”고 말한다. 많은 병이 ‘즐겁지 못한 마음’에서 온다. 우리는 그것을 스트레스라고 부른다. 그가 봉사를 통해 얻는 가장 큰 선물은 ‘마음이 절로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시간과 노동 그리고 비용이 들어간다. 그 모든 것을 ‘즐거움의 투자’라고 표현한다. 이정희 씨 곁에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바로 아내다. 함께 복성루 반점을 운영하며 봉사 준비를 도맡고, 단 한 번의 불평도 없이 남편의 선행을 지원한다. 아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래토록 봉사를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만 아내는 봉사의 범위가 너무 커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마음의 즐거움을 위한 봉사이지만 그것이 과해지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간혹 일부 기관에서 지나치게 잦은 요청을 할 때 곤혹스럽지만 정중히 자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 자원봉사자의 작은 행동 하나가 때로는 지역 사회를 바꾸는 큰 힘이 된다. 개인에게는 마음의 풍요와 성취감을, 사회에는 나눔의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봉사를 하는 사람일수록 표정이 밝고 온화하다. 그것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20여 년 동안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 온 복성반점의 이정희 씨와 그의 아내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들의 짜장면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채우는 ‘행복한 한 그릇’이다. 그들의 꾸준한 나눔이 오늘도 지역사회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30

물속에 잠긴 추억을 찾아, 엄마와 군위호로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에 자리한 군위댐(군위호)은 낙동강 지류인 위천을 막아 만든 다목적댐이다. 홍수 조절과 생활·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건설되었지만, 이 댐으로 인해 여러 마을이 수몰되고 그 속에 주민들의 삶과 추억도 같이 물속에 잠겼다. 그 속에는 시민기자의 외갓집도 있었다. 어린 시절, 명절이면 늘 찾던 외갓집 마당과 여름날 친구들과 물장구치던 시냇가. 이제는 모두 호수 아래 잠들었지만, 기억 속 풍경만은 여전히 선명하다. 사라진 옛 마을의 흔적을 더듬어 엄마와 함께 군위호를 찾았다. 가는 길에 잠시 길을 잘못 들어 좁은 골목에서 차를 돌리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벽화가 우리 마음을 환하게 했다. 길가에 피어 있는 하얀 들꽃에도 눈이 갔다. “저건 무슨 꽃일까?” 기자의 물음에 엄마는 차를 세우고 핸드폰으로 꽃 이름을 찾아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 모습은 마치 순박한 소녀 같아, 그 모습을 몰래 한 컷 남겼다. 군위호는 잔잔한 수면 위로 산자락이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호수는 고요했고, 바람은 우리 뺨을 살짝 스쳐갔다. 물결을 따라 찬찬히 걸으며 추억에 잠겼다. 중간에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에 들러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탁 트인 경치를 즐기며 추억 속 이야기를 나눴다. 전망대로 가면 군위호의 과거와 역사를 소개하는 설명판이 있다 하여 기대를 안고 찾았지만, 공사 중이라 자취를 감춰 아쉬움이 남았다. 그 대신,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테이블에 앉아 도시락을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 친척들과 음식을 나누고 웃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전망대 주변은 사진을 찍기 좋게 꾸며져 있어, 방문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추억을 남기기 좋은 장소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속에 외갓집 마당이 다시 떠올랐다. 사촌들과 뛰놀던 모습, 친척들과 음악을 틀어놓고 춤추며 웃던 여름밤, 늘 따뜻하게 맞아주시던 외할머니의 미소까지. 비록 마을은 물속에 잠겼지만, 그 시절의 추억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30

21C 미국의 패권은 지속될 것인가

영국 역사학계 거장 앤서니 G. 홉킨스(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의 미국 역사 궤적을 새롭게 해석한 ‘미 제국 연구(American Empire: A Global History·너머북스)’가 출간됐다. 145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치밀한 분석을 통해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신화를 체계적으로 해체하고, 미국을 서구 제국주의 열강과 나란히 놓으며 세계사적 맥락에서 재조명한 이 책은 미국사의 기존 통념을 뒤흔드는 획기적인 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미국사 서술은 유럽의 군주제·신분제·제국주의와 대비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앞세운 ‘독립 정신’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홉킨스는 미국이 영국 등 유럽 열강과 유사한 제국적 경로를 밟았음을 논증한다. 1783년 독립 이후에도 미국은 영국과 경제적·정치적 유대 관계를 유지했으며, 남북전쟁 무렵까지 실질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종속 상태였다고 분석한다. 특히 19세기 말에야 산업화와 내전 경험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쟁취했다는 점에서, 미국은 ‘근대 시기 최초의 주요 탈식민 국가’로 재정의된다. 홉킨스는 18~20세기 세계화를 초기 세계화(18세기 말), 근대 세계화(19세기 말), 탈식민 세계화(20세기 중반)라는 세 단계로 구분하며, 각 시기마다 제국이 세계화의 핵심 주체였음을 강조한다. 초기 세계화는 18세기 말 유럽 열강의 군비 경쟁과 재정 위기가 식민지로 확산되며 미국 독립전쟁으로 이어졌다. 근대 세계화는 19세기 산업화와 국민국가 형성기에 영국 중심의 자유무역 체제가 확장되며 미국의 제국주의적 팽창이 본격화됐다. 탈식민 세계화는 2차 대전 이후 민족자결 운동과 다민족적 세계화가 부상하며 영토적 제국 모델이 붕괴되고, 미국은 군사기지 설치와 소프트 파워를 통한 ‘비전통적 제국’으로 전환했다. 홉킨스는 이 책에서 단순한 정치·경제적 분석에 머무르지 않고, 문학과 지성사적 접근을 통해 미국 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탐구한다. 월트 휘트먼, 마크 트웨인, 에밀리 디킨슨 등의 작품을 분석하며, “남부의 면화는 비아프라에 미친 석유의 영향과 같다”, “알제리는 워싱턴의 하와이였다”와 같은 비교사적 통찰을 제시한다. 이는 제국의 형성이 단순히 물리적 지배가 아닌 문화적 동화와 착취의 복합적 과정임을 드러낸다. 홉킨스에 따르면, 미국의 패권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약 25년간에 불과했다고 구분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영국과 프랑스가 지배적 패권을 누렸고, 냉전 시기 미국은 소련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일시적 단극 체제를 구축했으나,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에서의 개입 정책(베트남 전쟁, 이라크 침공 등)은 대부분 실패로 귀결됐다. 특히 “미국의 권력은 유럽 제국들의 긴 역사와 비교할 때 단기적이었으며, 타국에 대한 통제력도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은 미국을 ‘새로운 로마’나 ‘새로운 영국’이 아닌, 탈식민 세계에서 한계를 맞은 제국으로 규정한다. 저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영토 제국 건설과는 다른, 공세적 경제 제국주의의 한 예”로 평가하며,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미국이 스스로 발에 총을 쏜 셈”이라며 장기화된 무역 전쟁과 국제적 긴장이 초래할 위험을 경고한다. 탈식민 세계화 이후 형성된 초국가적 질서 속에서, 미국은 더 이상 과거의 제국적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며, 협력과 타협만이 평화적 공존을 위한 길임을 역설한다. ‘미 제국 연구’는 미국사를 국가 내부의 서사가 아닌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재구성한 역작이다. 미국 독립전쟁부터 이라크 전쟁에 이르는 300여 년의 역사를 통해, 제국의 흥망성쇠가 세계화와 동전의 양면임을 입증한다. 저자는 불행히도 미국이 타협보다는 대결을 선호하는 전통이 있다고 지적한다. 2025년 트럼프의 당선으로 촉발된 국제 무역에 대한 급진적 도전은 현재 장기화된 무역 전쟁과 높아지는 국제적 긴장으로 이어지는 ‘긴 겨울’의 시작점이라고 그는 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30

美·中 경제 착취 수법 해부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착취 수법을 내부자의 관점에서 낱낱이 밝혀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책 ‘경제 저격수의 고백(20주년 완전판)’(민음인)이 새롭게 출간됐다. 2004년 초판 이후 전 세계 38개 국어로 번역돼 2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73주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이 책은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현 시점에서 국제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는 최근의 지정학적 변화를 반영한 12개 장이 추가됐으며, 기존 내용도 현실 정세에 맞춰 전면적으로 보완됐다. 1970년대 미국 대형 컨설팅사의 수석 경제 전문가였던 저자 존 퍼킨스는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경제 저격수(Economic Hit Man)’로 활동했다. 경제 저격수란 개발도상국에 과도한 부채를 쌓아 경제·정치적 종속을 유도하는 전문가를 의미한다. 그는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이 군사적 압박 대신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을 앞세워 신흥국에 부채 덫을 놓은 전략(제1의 물결)부터, 2001년 선진국까지 확장된 금융 조작(제2의 물결), 그리고 중국이 이를 역이용해 신실크로드로 맞서게 된 과정(제3의 물결)까지, 50년간 지속된 착취 시스템의 본질을 내부자의 시각으로 명쾌하게 파헤쳤다. 퍼킨스에 따르면 경제 저격수 전략은 ‘부채’, ‘공포’, ‘불안감’, ‘분열과 정복’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제1의 물결(1970년대~1990년대)은 베트남 전쟁 패배 후 미국은 군사적 위협 대신 WB·IMF를 통해 개도국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요해 자원 통제권과 정치 개입권을 확보하는 수단이 됐다. 제2의 물결(2001년~)은 9·11 테러 이후 금융 시스템을 무기로 선진국까지 포섭하며 달러 패권을 강화했다. 제3의 물결(2010년대~)은 중국이 인프라 투자와 대출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를 포섭하며 ‘내정 불간섭’ 원칙과 신실크로드 비전으로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한다. 개정판은 최신 사례를 통해 전략의 파괴적 결과를 조명한다. 스리랑카는 중국으로부터 빌린 막대한 부채로 인해 함반토타 항구 운영권을 넘겨주며 전략적 요충지를 상실했다. 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 추진된 인프라 프로젝트는 부실 시공으로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다. 세르비아가 중국 자본으로 건설한 발전소와 제철소는 환경 오염과 지역 갈등을 유발했다. 퍼킨스는 “빚으로 종속된 국가들은 결국 특정 국가의 외교적 입장을 강요받는다”며 이것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정치적 예속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그는 경제 저격수 전략을 “소수 엘리트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시스템”이라고 규정한다. 부채 확장과 자원 착취가 초래한 환경 파괴, 불평등 심화, 전쟁 위험은 현대 사회의 위기를 가속화하는 ‘죽음의 경제’라고 비판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과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이러한 착취 구조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판사 민음인은 “‘경제 저격수의 고백’은 글로벌 경제질서를 움직이는 착취 메커니즘을 고발하는 문제작이다. 개정판에 추가된 최신 분석은 경제 권력의 작동 방식을 직시해야만 착취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저자의 경고를 선명하게 전달한다”고 평가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30

기록을 안 보고 내린 판결이라니

“변호사님, 판사님이 저희가 낸 서면을 안 보신 거 같은데요” 변론 기일에 법정을 나오며 의뢰인으로부터 흔히 듣는 말이다. 준비서면에 적어 낸 것인데 판사가 이를 모른 채 묻는다거나, 이미 낸 증거인데 이에 대해 판사가 모르는 듯 보이면 당사자들이 묻곤 하는 것이다. 그럼 나는 판사님들이 사건이 많으신데다 우리가 서면을 낸 지도 얼마 안 돼서 그렇다고, 판사님들은 판결문 쓰시기 전엔 무조건 모든 서면과 증거를 꼼꼼히 보시니까 우린 그전까지 유리한 주장과 증거를 잘 내면 아무 문제 없다고 의뢰인을 다독이곤 한다. 이런 나의 판사를 위한 변론은 정말 그렇다. 재판 중엔 판사들이 기록과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듯 보였던 사건도 나중에 판결문을 보면 최종 판단의 근거가 된 증거와 주장이 무엇인지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렇듯 대부분의 판사들은 당사자가 낸 서면과 증거들, 변론전체의 취지를 정밀히 검토해서 판결하고 판결 이유를 구성한다는 것을 필자는 13년의 변호사 생활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의뢰인들이 이런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판사는 기록 안 보고 판단한다면서요. 우리도 저 판사랑 잘 아는 전관 변호사나 연수원 동기를 선임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대법원 판사들도 기록 안 보고 판결하던데요’ 할 말이 없다. 더 이상은 변호사 입장에서도 판사님을 위해 변론을 펼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판사 중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대법원 판사들이 기록을 보지 않고 판결하기도 한다는 것을 그만 전 국민이 보고 말았으므로. 지난 대선기간 지지율 1위를 달리던 한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기록이 인계된 지 이틀 만에 평결을 내렸다. 평결은 최종 판단을 끝내는 결정이다. 종이로는 트럭 한 대에 가득 실릴 양이라는 6만페이지가 넘는 기록이 온 지 이틀만에 최종 판단을 했다는 것은 기록을 안 보고 판단했음을 자인하는 꼴이었다. 심지어 민사소송법상 법률적 판단만 가능한 대법원이 사실심 판단이 의심되는 판단을 한 것이었고, 무려 항소심 법원의 무죄 판단을 유죄로 180도 뒤집는 내용의 판단이었다. 그런 중차대한 판단을 기록도 안 보고 이틀 만에 해버린 것이 잘못이라는 걸 대법원 스스로도 알긴 알았던 것일까. 처음엔 당당하게 “대법관들이 전자기록으로 다 보고 한 평결이다”라고 했던 천대엽 대법관은 최근 “대법관들이 기록을 다 봤다는 것은 나의 추정이었다”라고 말을 바꿨다. 얼마 전 국회 법사위에 나온 대법원장은 기록을 언제 보았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엔 입을 꾹 다물고,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다가 갔다. 변호사 입장에선 꽤나 절망적이다. 판사가 기록을 안 보고 판단한다면 무엇을 믿고 재판을 받아야 하나. “내가 목숨 걸고 악착같이 붙들어야 할 것은 그 무엇이 아니라, 법정에 있고 기록에 있는 다른 무엇이라 생각합니다”라고 한 고 한기택 법관의 말이 떠오른다. 그래도 아직 우리 법원엔 이렇게 “목숨 걸고 재판하는 법관”이 더 많을 것이라고 믿어보는 것이 지금의 유일한 희망이다. /김세라 변호사 △고려대 법과대학, 이화여대로스쿨 졸업 △포항 변호사김세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5-10-30

경주 APEC 이후, 포항이 나아갈 길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경주 APEC 의장국인 우리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경주가 부럽다. ‘회의는 경주에서 축제는 포항에서’ 준비 못 했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20년 전,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서 이미 잘 알려져 있었지만,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적 도시로 새롭게 도약했다. 그 행사를 통해 부산은 ‘국제 해양도시’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며, 관광·물류·컨벤션 산업이 급속히 성장했다. 이번 경주 APEC 또한 천년고도 경주를 세계 속의 도시로 우뚝 세우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APEC 이후, 경주는 불국사와 석굴암 같은 전통문화의 상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인의 발길이 이어지는 글로벌 관광도시로 변모할 것이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이며, 경주의 숙박과 교통, 문화시설은 물론 인근 지역에도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포항의 역할과 기회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은 경주 중심의 준비 분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때가 아니다. 경주 APEC 이후 몰려올 관광객들의 동선을 분석하고, 포항의 독자적 자원을 결합해 ‘경주-포항 관광벨트’를 구축해야 한다. 포항은 경주가 갖지 못한 해양과 첨단산업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푸른 동해와 영일만, 호미곶, 그리고 포스코와 포스텍, 연구단지가 상징하는 첨단과학의 도시라는 이미지까지 - 이 두 축을 잘 엮어내면, 포항은 ‘해양문화와 첨단과학이 공존하는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주의 문화유산 관광객이 포항의 해양레저 체험이나 첨단과학투어, 블루이코노미 산업관광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한 KTX, 동해선, 고속도로 등 교통망이 이미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두 도시 간의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크다. 이제 포항은 ‘APEC이 경주에서 열리니까 우리 일은 아니다’가 아니라, ‘APEC은 경주에서 열리지만, 그 혜택은 포항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관광 안내, 숙박 연계, 해양 축제, 식도락 코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조기에 준비해야 한다. 부산이 APEC 이후 국제회의 도시로 성장했듯이, 경주와 포항이 함께 손잡는다면 ‘문화와 산업,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동해안의 쌍두마차’’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경주의 문화가 세계인을 불러들이고, 포항의 바다가 그들을 맞이하는 그림, 그것이 우리가 준비해야 할 비전이다. 경주 APEC은 경주의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것은 동해안 시대의 새로운 시작, 그리고 포항이 세계 속의 도시로 도약할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포항이 스스로의 강점을 살려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5-10-30

“시민 참여 확대•제도 지속성으로 다시 나아가야”

<글 싣는 순서> 1. 대구·경북 어디까지 왔나⋯지방자치 30년의 궤적 2. 공천의 굴레⋯중앙이 공천하고 지방에서 투표한다 3. 감시자는 어디에 있나⋯의회 기능 제대로 되는가 4. 지방 자치는 시민의 삶을 바꿨는가 5. 지방자치 다음 30년의 조건⋯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인터뷰 지방자치 30년,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뛰기 시작했지만 각 도시의 성적표는 엇갈렸다. 하혜수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는 30일 “경제와 민주주의를 같은 저울에 올려 보되, 답은 제도 개편과 시민 역량의 동시 강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 교수는 대구의 현 상황에 대해 “민주주의 지표는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민선 6, 7기 때 시민원탁회의, 공론숙의, 주민참여예산 등 참여형 실험을 적극 도입해 앞서갔다”며 “문제는 그 제도들이 정권 교체와 함께 멈췄다는 점이다. ‘앞서다 멈춘 도시’라는 표현이 적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방자치는 결국 시민의 참여와 제도의 지속성이 결합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의 성숙으로 이어진다”며 “대구가 다시 제도적 실험의 도시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하 교수는 지방자치의 세 축으로 ‘정당공천제 개혁’, ‘재정분권의 실질화’, ‘참여제도 활성화’를 제시했다. 먼저 정당공천제를 완전히 폐지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공직선거법에 ‘완전 주민경선’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서는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주민보다 중앙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을 더 의식하게 된다“며 “인사부터 예산까지 눈치를 보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략공천을 없애고, 완전 주민경선을 실시해 경선 결과를 정당이 사후 추인하는 구조로 바꾸면, 단체장·의원이 국회의원 ‘눈치’를 볼 이유가 줄어든다“며 ”그래야 지역끼리 연대해 중앙을 압박할 힘이 생긴다. 지금의 ‘공천=당선’ 구조로는 정책경쟁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행정 분야의 성과에 비해 지방정치와 지방재정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역대 정부는 국사 사무의 이양에 역점을 두고 1998년부터 지방이양위원회 등 관련 기구를 운영했다”며 “지금 국가 사무 중 36.7%가 지방으로 이양됐지만,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여전히 24.6% 수준이다. 권한은 늘었는데 돈은 그대로여서 제대로 집행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이재명 정부는 국세, 지방세 비율을 7대 3(장기 6대 4)을 목표로 하면서도 실행 경로가 비어 있다. 부가가치세 연동 지방소비세는 이미 25.3% 수준까지 올라 추가 확대 여지가 크지 않다”며 “결국 지방소득세 상향과 지방법인세 신설 없이는 7대3이 불가능하다. 재원을 공동세로 자동 배분하는 체계를 깔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자치의 마지막 축으로 하 교수는 주민참여제도 개혁을 꼽았다. 그는 주민투표, 주민조례발의, 주민소환이 모두 “형식만 존재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하 교수는 “주민투표는 공무원 보수나 행정기구, 수수료, 재정 같은 핵심 사안이 아예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참여율 4분의 1 이상이라는 문턱도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 성립 요건이 주민 20분의 1 이상이 서명해 투표를 청구하고, 유권자의 25%가 참여해야 하는 현재 기준은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지방사무는 투표 즉시 효력이 발생하고 국가사무는 법률 개정을 통해 확정되는 이원 구조를 유지하되, 투표 성립 요건을 대도시 특성을 반영해 조례로 탄력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추천했다. 주민조례발의에 대해서는 “요건을 실무적으로 안내·지원하는 상설 창구를 두고, 의회가 부결할 경우 사유 공개와 재심 절차를 의무화해 ‘형식적 수리–실질적 봉쇄’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주민소환 제도는 현재의 ‘서명 요건–참여율 3분의 1–과반 찬성’ 삼중 허들로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한다”며 “발의 요건은 강화하되, 표결은 참여율 요건 없이 단순 과반으로 결정하도록 바꾸면 남발을 막으면서 책임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이 모든 과정의 토대는 숙의공론화의 표준화”라며 “자료 사전공개, 전문가 쟁점토론(찬·반 교차), 분임토의, 교차 검증, 최종 투표의 순으로 절차를 법과 조례에 정해 상시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0-30

정말 모르고 있나

요즘 우리 나이 때 사람들의 카톡 프로필을 보면 전부 손주 사진으로 도배를 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니 보고 또 보는 것을 넘어 돈 만 원을 주고서라도 손주 자랑을 하고 싶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우리가 손주만을 바라보면서 그저 “귀엽다”라는 마음으로 한정되어 있고 젊은 부모들의 육아 전쟁은 실로 엄청나게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현실은 갑갑하다. 그래서 함부로 결혼하라느니, 애를 낳으라는 말을 못 한다. 언제까지 이런 현상을 두고만 볼 것인지 엉뚱한 정쟁만 늘어놓는 정치권만 맥 놓고 바라만 본다. ‘위대한 고전’이란 말이 있다. 여기저기에서 많이 인용되어 실제로는 읽지 않았음에도 마치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거나, 정말 읽은 것으로 착각하는 책을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인 책이 맬서스의 ‘인구론’과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같은 책들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세상 사람들이 말하길 “누구나 그 내용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읽은 이는 거의 없는 위대한 고전”이라고 평하는 것이다. 맬서스의 인구론에 나오는 단 하나의 문장은 정말 또렷이 기억한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식량이 부족해지면 사람들은 굶어 죽거나, 서로 죽이거나, 병들어 죽게 된다는 이론이다. 즉 다시 정리해서 말하면 맬서스의 인구문제 제기는 식량이 부족하기 전에 인구 조절을 하자는 의도가 아니라 그 해결이 불가능하므로 정치적 해결방안조차 필요 없고 구호의 손길조차 끊어 하층민들이 죽거나 살거나 그냥 내버려 두라는 이론이다. 우리나라는 1962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 많이 낳는 게 효(孝)라는 농경 사회 인식이 팽배했고, 한국전쟁이 끝나고 사회가 안정되자, 그동안 미뤄졌던 결혼과 출산이 한꺼번에 일어나 연간 약 80만~100만 명이 태어난다. 소위 말하는 ‘ 베이비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58년 개띠가 약 90만 명 태어나기도 했다.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에 깜짝 놀란 정부는 맬서스의 인구론을 인용하면서 인구 억제 정책을 부랴부랴 내놓기 시작한다. 인구론을 교과서에까지 언급하면서 인구를 줄이고자 많은 정책을 쏟아 놓았다. 당시 정부는 인구폭증을 막기 위한 ‘가족 계획’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적게 낳아 훌륭히 기르자”, “둘도 많다”라는 포스터 구호를 우린 기억한다. 적극적인 피임 교육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갖다 부었다. 인구 증가로 인해 나라가 망한다는 생각이 정책 입안자 머리에 팽배했던 것 같다. 그 결과 지금은 인구 절벽이니 하면서 외국에선 한국이란 나라가 곧 없어질 것이라 예언할 정도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맬서스의 이론처럼 식량이 부족해서 사람들은 굶어 죽거나, 서로 죽이거나, 병들어 죽게 되어 인구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뒤늦게 부랴부랴 저출산 억제 및 출산 장려 정책을 펴고 있지만 막대한 세금만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아직도 아기 울음소리는 자꾸 사라지고 노인네 기침 소리만 들린다. 정부는 우리 젊은이들이 애를 낳지 않는 이유를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노병철 수필가

2025-10-30

여성들의 학습력

은퇴해서도 여기저기서 강의 의뢰를 받는다. 학교에 있을 때도 종종 강연이나 특강도 한 터라 사회 강의가 낯설지 않다. 당시에는 주로 특정한 주제를 의뢰받고 많은 청중들이 모여 있는 자리였다면 지금은 달라졌다. 어떤 기관이나 지자체의 의뢰나 지원을 받아 아카데미나 공부방을 개설해 두고 회원을 모집하는 강의가 대부분이다. 불러 주는 것이 고마워 어디든, 강의료가 얼마든 상관하지 않고 수락하여 가는 편이다. 며칠 전, 달성군 하빈면 육신사 수당정에서 낙빈서원 유교아카데미 강의를 했다. 성균관 주관 유교문화활성화사업으로 공모해 선정된 교육이었다. 매주 1회 4시간씩, 총 10주간의 교육 일정이었다. 나야 2회 총 4시간 정도의 강의만 하면 되지만 수강생들에겐 공부에 대한 보통 열의가 아니면 만만찮을 것 같은 일정과 주제였다. 강의실에 들어가 깜짝 놀랐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서원 강의를 두어 번 한 적 있는데, 기억엔 거의 모든 수강생들이 남성들이었기에 여기도 당연히 그러리라 지레짐작한 거였다. 두 시간 강의가 지루하다 여길 겨를이 없을 정도로 수업에 열정적이었다. 여성 수강생의 질문 덕에 모처럼 재미있는 강의를 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내가 다닌 강의에는 여성 수강생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났다. 은퇴 후부터 올해까지 5년째 강의하는 경북도민행복대학이 있다. 김천의 경북보건대에서 운영하는 경상북도 지원 사업의 강좌였는데, 매년 1회씩 강의했다. 약 60명의 학습자 중 절반 이상이 여성들이었다. 바쁜 농번기임에도 결석이 많지 않을 정도로 수업에 열성이라는 얘기를 듣고 감동한 적이 있다. 안동의 내방가사전승보존회가 운영하는 안동시 지원사업인 내방가사공부방에도 매 해 몇 차례 특강을 간다. 연령대가 다양한 여성들 20여 명이 넓지 않은 교실에 빼곡하게 앉아계시다가 내가 들어가면 그리도 반기실 수 없다. 90대 어르신부터 50대 비교적 젊은 여성들까지, 안동뿐만 아니라 예천, 청송, 영천, 영주 등 인근 도시에서 원거리 마다하지 않고 참석하는 수강생들이다. 얼마나 열심히 공부에 집중하시는지 잠시도 쉬지 않고 한 시간 강의하고 나면 진이 빠질 정도지만 손뼉 치며 호응을 잘해 주셔서 매번 보람을 느끼게 된다. 내가 안동의 공부방에 강의하러 갈 때 함께 가는, 대구의 열혈수강생들이 몇 있었다. 그야말로 내방가사 찐팬들이었다. 이따금 참석하게 되다 보니 내방가사 강의에 늘 목말라하는 분들이었다.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대구에서 공부하는 방법을 찾자고 상의했다. 6월 안동을 다녀온 다음 주 바로 실행에 옮겼다. 수업 장소를 카페로 정했다. 그 후 이 카페 저 카페 전전하면서 여러 차례 수업했다. 강의 자료 등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하여 마치 특별반 학생을 가르치는 것 같은 마음 자세로 강의했다. 수업 전후 식사를 같이하면서 나눈 담소도 내방가사가 주제였다. 이 시대 여성들의 지적 호기심과 탐구가 만만찮으니 더없이 고맙고 반갑다. 노소 구별 없이 수업 내용의 수준에 상관없이 공부하는 이 시대 여성들을 지지한다.

2025-10-30

경북도 2025년 7월 1일 기준 개별공시지가 결정·공시

경북도가 2025년 7월 1일 기준 개별공시지가를 30일자로 결정·공시했다 이번 공시는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 30일) 동안 토지 분할, 합병, 지목변경 등의 사유로 변동이 발생한 필지를 대상으로 하며, 총 3만2416필지가 포함됐다. 이 중 사유지는 2만7085필지, 국·공유지는 5331필지로 집계됐다. 이동 사유별로는 분할이 2만778필지로 가장 많았고, 합병 및 지목변경 6423필지, 신규등록 1269필지, 기타 사유 3946필지로 나타났다. 토지소유자 및 이해관계인은 개별공시지가를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또는 해당 토지 소재지 관할 시·군·구청 누리집에서 열람할 수 있다. 또한, 시·군·구청 및 읍·면·동사무소 민원실에서도 직접 확인이 가능하다. 결정된 지가에 이의가 있는 토지소유자나 이해관계인은 11월 28일까지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신청서는 관할 시·군·구청 및 읍·면·동사무소 민원실에서 비치된 서식을 활용하거나, 경북도 누리집에서 내려받아 작성 후 제출하면 된다. 이의신청이 접수된 토지는 감정평가법인 등의 검증과 시·군·구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12월 19일까지 처리 결과가 신청인에게 통지될 예정이다. 개별공시지가는 토지의 공적 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으로, 양도소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뿐 아니라 개발부담금·농지보전부담금 등 다양한 부담금의 산정 기준으로 활용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공시지가에 대한 도민의 관심과 참여가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 행정의 기반이 된다”며 “적극적인 열람과 의견 제출을 통해 권리를 보호하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30

APEC 정상회의 특수, 경주 관광지에 활기

2025년 APEC 정상회의가 시작되면서 경주시가 역사문화 자산과 첨단 관광 인프라를 앞세워 국내외 방문객을 맞이하며 관광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고도’라는 별칭에 걸맞게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대릉원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회의 기간 주요 유적지에 대한 야간 개장과 문화 해설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며 외국인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를 아시아 대표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준비했다”며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경주의 매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특히, 경주시는 이번 회의를 맞아 XR(확장현실) 기반의 문화유산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스마트 관광 안내 시스템을 구축했다. 관광객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실시간 해설을 들으며 유적지를 둘러볼 수 있고, 증강현실을 통해 과거 신라의 궁궐과 의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또한 경주역과 주요 관광지에는 다국어 안내 표지판과 외국인 전용 관광 안내소가 설치돼 언어 장벽을 최소화하고 있다. 아울러 경북도와 경주시는 ‘APEC 관광 페스티벌’을 개최해 전통 공연, 지역 특산물 체험, 야시장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회의 기간 경주 시내 숙박업소와 음식점, 기념품점 등 지역 상권도 눈에 띄게 활기를 띠고 있다. 지역 주민 김영수 씨(58)는 “평소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고, 상점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며 “경주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주 황리단길의 한 상인은 “평소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고,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며 “경주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관광객 유입에 따른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해 셔틀버스 운행 확대, 관광지 순환버스 노선 개편 등 교통 편의를 강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지속 가능한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문화재 보존과 관광 개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책을 마련, 지역 청년들을 위한 관광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추진 중이다. 특히,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의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가 만나는 플랫폼으로 관광을 넘어 문화와 경제, 지속가능성까지 아우르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30

트럼프 대통령, 경주 힐튼호텔서 ‘치즈버거 외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 힐튼호텔에서의 하루를 통해 한국의 정성과 환대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치즈버거와 온천수, 그리고 제철 과일이 어우러진 ‘힐링 외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만족스러운 미소로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후 4시 30분 경주 힐튼호텔 8층 VIP 객실에 도착하자마자 룸서비스로 치즈버거를 주문했다. 그는 “치즈버거 하나 주세요. 케첩도 많이 부탁해요”라고 요청하며 아메리칸 치즈를 추가했고, 프렌치프라이와 함께 모두 남김없이 먹었다. 호텔 관계자는 “콜라는 주문하지 않았으며, 대통령이 좋아하는 다이어트 코크는 국내에 없어 미국에서 따로 공수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백악관은 대통령의 피로 회복을 위해 ‘즉시 당 섭취가 가능한 깎은 제철 과일’을 요청했고, 호텔은 샤인머스캣, 파인애플, 애기사과, 감, 멜론, 자두 등으로 구성된 과일 접시를 준비했다. 백악관은 “과일에 대한 호불호는 없으니 제철 과일로 준비해달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과일을 맛본 후 “신선하고 달다”며 만족감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2시간 휴식 후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 메뉴는 경주 천년한우 등심, 경주 남산 송이버섯, 구룡포 광어, 영월 오골계와 트러플 만두, 지리산 캐비어 등 최고급 양식 코스로 구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음식 맛이 아주 좋다. 고맙다”고 말하며, 만찬장에 있던 호텔 직원들에게 먼저 기념 촬영을 제안해 현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텔에 머무는 동안 샤워 후 “물이 아주 좋다”며 “연수를 쓰느냐, 정화를 한 건가”라고 물었고, 호텔 측은 “온천수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다음 날 오전 7시에는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일간지를 요청했으며, 백악관 측이 준비한 조식을 객실 내에서 먹은 뒤 호텔을 떠났다. 호텔 측은 “대통령이 머문 객실은 방탄유리가 설치된 최고 보안 시설로, 지하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동했다”며 “집기류 외의 모든 물품은 백악관 측에서 준비했고, 퇴실 시 모두 회수해 갔기 때문에 객실 내 식사 내용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산으로 떠난 30일 오전에도 미국 측 경호 인력과 한국 경찰은 호텔에 남아 후속 작업을 이어갔다. 미국 비밀경호국은 여전히 8층 전체를 통제 중이며, 철수 시간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호텔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대통령이 한국을 떠난 후 철수하겠다고만 했고, 정확한 시간은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경주 힐튼호텔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취향과 백악관의 세심한 요청, 그리고 호텔 측의 정성 어린 준비가 어우러진 사례로, 한국의 환대 문화와 서비스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30

김미영 작가, 고향 영양서 초대 개인전 개최

자연의 숨결과 마음의 울림을 수묵화와 캘리그라피로 풀어내는 김미영 작가가 고향인 영양군에서 초대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머무는 것과 스며드는 것’을 주제로 지난 20일부터 11월 14일까지 영양문화원 갤러리(영양읍 군민회관길 7)에서 개최된다. 작가는 “멈춰 머무는 풍경 속에서 자연이 마음에 스며드는 과정을 작품으로 담았다”며 “고향에서 전시를 열게 돼 더욱 뜻깊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는 수묵담채 기법으로 완성한 풍경화와 감성적인 캘리그라피 작품 등 다수의 신작이 선보인다. 작품마다 자연의 흐름, 계절의 숨결, 그리고 삶의 여운을 섬세한 필치로 표현해 관람객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전한다. 김미영 작가는 현재 대구 북구 ‘달달공작소’를 운영하며 주민들에게 캘리그라피와 수묵화 지도를 이어오고 있다. 2015년 문을 연 달달공작소는 매년 회원전과 치유전시회를 개최하며 지역민의 문화 감수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지난 2021년부터 대구 명복공원에서 진행된 ‘치유전시회’는 유족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전하는 사회적 예술 활동으로 호평 받고 있으며 예술을 통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고 있다. 김미영 작가는 “삶은 늘 머무는 듯 흘러가고, 흘러가는 듯 머무릅니다. 그 사이에서 피어난 마음의 흔적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며 “고향에서 이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어 감사하고 따뜻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 “머무는 풍경을 바라볼 때마다 고향의 바람과 흙냄새가 제 마음을 스며들게 한다”며 “이번 전시는 고향과 나, 그리고 자연이 하나로 이어지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2025-10-30

경북도, 구글과 손잡고 지역 AI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나선다

경북도가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인 경주에서 구글과 손잡고 지역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위한 국제 교류의 장을 열었다. 글로벌 테크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지방 산업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기업을 세계 시장으로 연결하려는 경북도의 새로운 시도다. 30일 경주시 올리브 카페에서는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와 사이먼 칸 구글 아시아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태지역 AI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리셉션’이 열렸다. 현장에는 지역 AI 스타트업 관계자와 예비창업가, 글로벌 기업인 등 100여 명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행사에서는 구글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과 최신 AI 트렌드가 공유됐다. 마이크 킴 구글 스타트업 아태지역 총괄을 비롯해 인공지능 정책 모니터링 플랫폼 ‘코딧(CODIT)’의 정지은 대표, 포스텍 인공지능대학원의 이남훈 교수가 참여한 패널토론에서는 스타트업이 직면한 규제 환경과 성장 전략을 주제로 활발한 논의가 오갔다. 이어 황장준 구글 클라우드 수석엔지니어가 ‘인공지능의 미래’를 주제로 기술 세션을 진행하며 현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참가자들은 이어진 네트워킹 자리에서 투자 및 기술 협력, 해외시장 진출 방안 등을 논의하며 실질적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경북도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미래 첨단 기술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을 핵심 축으로 삼아 지역 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으로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경북은 기술, 산업, 문화가 결합한 혁신 잠재력이 큰 지역”이라며 “이번 리셉션을 시작으로 지역 혁신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지난 5월 구글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APEC 2025 KOREA의 성공 개최를 위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양 기관은 지역관광 진흥,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활용 역량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10-30

경북도 베트남 정상과의 만남의 날 개최

경북도가 30일 경주 더케이호텔에서 ‘베트남 정상과의 만남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경북도가 2005년 베트남 타이응우옌성 룽반마을에 최초로 새마을시범마을을 조성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새마을세계화사업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을 비롯해 박성만 경북도의회의장,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박현국 봉화군수 등 주요 인사와 도내 새마을 관련 단체장들이 참석했다. 또한 봉화군 소속 베트남 계절근로자 150여 명과 위덕대학교 베트남 유학생 40여 명, 화산이씨 종친회 회원 등 총 3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하며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행사는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이철우 지사의 환영사, 르엉 끄엉 국가주석의 격려사, 기념품 교환, 경북-베트남 동행의 길 영상 시청, 우호·협력 퍼포먼스, 만찬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기념품 교환에서는 이 지사가 성덕대왕 신종인 에밀레종을, 르엉 끄엉 주석이 베트남 동선 청동북 조각품을 각각 전달하며 양국의 지속적인 협력 의지를 다졌다. 경북도는 지난 20년간 베트남 타이응우옌성(2005년)을 시작으로 호찌민(2006년), 박닌성(2023년)과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베트남 내 15개 새마을시범마을을 조성해 생활환경 개선과 농업·디지털 기술 보급을 통해 현지 소득 증대와 발전에 기여해왔다. 또한 2016년에는 호찌민대학교에 새마을연구소를 설립해 현지 인재 양성과 자생적 새마을운동 확산에 힘써왔다. 이날 이철우 지사는 “경북과 베트남은 800년 전 리 왕조 후손이 봉화에 정착하면서 맺은 인연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새마을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협력사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도는 봉화군 봉성면 일대에 국내 유일의 베트남 리 왕조 유적지를 기반으로 ‘K-베트남 밸리’를 조성해 한국과 베트남의 산업·문화 협력의 상징적 공간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30

10년간 58억 썼지만···해수부 플라스틱 어상자 정책, 실효성 논란

해양수산부가 수산물 위판장의 위생 강화를 목표로 지난 10년간 총 58억 원의 국비를 투입해 플라스틱 어상자 737만 개를 임차 지원했지만, 여전히 전국 위판장에서 사용되는 어상자의 대부분은 나무나 스티로폼으로, 위생과 안전 문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해양수산수가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수부는 2014년부터 위판장의 비위생적인 나무 어상자 사용을 개선하기 위해 플라스틱 어상자 임차비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10년간 737만 개의 플라스틱 어상자를 보급하고도, 실제 사용량은 2015년 591만 개에서 2024년 647만 개로 56만 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재 전국 위판장에서 사용되는 어상자는 총 2706만 개에 달하지만, 이 중 플라스틱 어상자는 23.9%에 불과한 것. 특히 전국 210여 개 위판장 중 플라스틱 어상자를 사용하는 곳은 단 9곳(11.5%)에 그쳐, 대부분의 위판장이 여전히 나무나 스티로폼 상자를 재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수부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나무 어상자를 플라스틱으로 전면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6년도 예산은 지난해와 동일한 7억9800만 원 수준이며, 임차 방식에서 구매 방식으로 사업 방식을 바꾸는 데 그쳤다. 문제는 어민들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임차 방식일 때 개당 국비 지원금은 612원이었지만, 구매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400원으로 줄었다. 반면 어민 자부담은 기존 612원에서 2200원으로 3.6배 증가했다. 이는 플라스틱 상자 구매단가 3000원 중 국비 400원, 지자체 부담 400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여기에 세척, 회수 등 관리비용까지 포함하면 어민이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약 3000원에 달한다. 현장 어민들은 정부 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한 어민은 “임차도 부담돼서 못 쓰는데, 더 비싼 플라스틱 상자를 어떻게 사냐”며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탁상에서 만든 계획으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시기 농림축산식품부는 플라스틱 상자 임차 지원사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켰다. 2014년부터 1315억 원을 투입해 총 6억5700만 개를 지원했으며, 이를 통해 사용 습관 정착과 규격화에 성공했다. 임미애 의원은 “농식품부처럼 충분한 물량을 지원하고, 위판장 현대화사업과 연계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단순 교체 지원이 아닌 어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위생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의 목표는 ‘보급 실적’이 아니라 ‘현장의 변화’여야 한다”며 “해수부는 실효성 없는 사업 전환보다 어민의 부담을 줄이고 수산물 품질을 높이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30

‘동해선 K-관광’ 매력 한눈에 인터랙티브 페이지 본지 홈피 공개

영상과 사진, 기사가 어우러져 동해선의 매력과 주변 관광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페이지가 본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경북매일, 울산매일, 강원도민일보 3사는 지난 5월부터 함께 동해선 관련 기획과 취재를 시작했다. 2025년 1월 개통된 동해선의 현황을 점검하고, 동해선 철길이 지나는 일대에 산재한 관광지가 만들어갈 미래 청사진을 그려내기 위해서였다. 동해선이 통과하는 주요 관광도시들에게 벤치마킹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위해 철도여행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도 찾았다. 그곳에서 9일간 오사카, 교토, 나라, 도야마, 쓰루가 등을 기차로 오가며 철도가 만들어낸 일본 관광도시의 면모를 가감 없이 확인한 것. 기차 이용자와 철도 관계자들 인터뷰 또한 병행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여름엔 동해선 철길이 지나는 포항, 울산, 삼척, 동해, 강릉을 돌아보며 지역의 관광 실태와 각각의 지자체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펼쳐 나가고자 하는 계획을 점검했다. 역시 기차를 이용해서였다. 이런 과정과 결과를 기사와 사진, 동영상에 일목요연하게 담아낸 인터랙티브 페이지는 향후 동해선을 타고 여행을 떠나려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 인터랙티브 기사 링크: 동해선 K관광의 미래-로컬 매력을 잇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10-30

대구 자동차부품 업계,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반색’

지난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관세 협상이 타결되며, 대구지역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부품의 대미 관세가 현행 25%에서 15%로 인하될 것으로 예정되자 대구 지역 자동차부품 업계에서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이번 협상은 자동차부품 업계의 주요 애로사항인 높은 관세 장벽을 완화해 수출 경쟁력 회복과 경영 안정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구지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부품은 2025년 1~9월 기준 전체 수출액의 21.6%를 차지했으나, 올해 미국 관세 인상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이번 관세 인하가 수출 회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합의된 관세 인하 조치는 대미 투자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부터 소급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11월부터 관세 인하가 실제 적용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산업부 장관의 공식 서명 및 국회 보고·설명 절차를 거친 후 입법 작업이 추진될 계획이다. 지역 자동차부품 업계는 이번 협상 타결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미국 현지 생산법인을 보유한 기업들은 직접적인 관세 인하 효과를 체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25% 관세 부담이 15%로 낮아지면 납품단가와 판매가격 조정 여력이 생긴다”며 “고환율과 물류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철강·알루미늄 함유 부품은 50%의 고율 관세가 유지되며, 함유량에 따라 차등 관세가 적용된다. 단순 플라스틱·고무류 부품은 15% 관세 인하의 혜택을 받지만, 차체 프레임·서스펜션·휠 등 금속 함유 부품은 관세 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전망이다. 완성차 관세가 일본·유럽과 동일한 15%로 조정되며, 대구 부품업체들의 간접 수출 확대도 기대된다. 지역 부품업체 상당수는 현대·기아 등 완성차업체에 납품한 후 미국 수출되는 ‘간접 수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완성차 관세 인하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완성차 수출 증가→부품 수요 확대→지역 수주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완성차 생산 비중 확대에 따라 국내 중소 협력업체의 수주 감소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지역 부품업체들은 기술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길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특별법 제정 등 후속 조치가 신속히 추진돼 지역 기업들이 관세 인하 혜택을 조기에 체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미국 LA 해외사무소를 통해 현지 비즈니스 지원과 바이어 발굴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