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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시니어 모델 ‘인생2막 도전’ 예술로 물든 삶의 무대

칠곡군 시니어들이 새로운 인생의 무대에 서는 기회를 가졌다. 칠곡문화관광재단(이사장 김재욱)은 여름부터 진행된 “시니어 모델 프로그램”과 “시니어 연극 프로그램”의 결과 발표회를 끝으로 2025년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예술을 통해 시니어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 7월부터 15주간의 훈련을 거친 시니어 모델들은 10월 18일, ‘205 칠곡문화거리 페스타’의 주무대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21명의 시니어 모델들은 △블랙시크 △우아한 레더 △가을을 걷다 △소프트 클래식 △리폼, 삶의 뿌리 등 5가지 콘셉트로 각자의 개성과 스토리를 담아낸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삶의 뿌리’ 무대에서는 칠곡 농업인들의 삶을 모티브로 한 리폼 의상으로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전달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11월 1일 향사아트센터에서는 ‘인생의 2막, 시니어 연극 프로그램’의 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시간여행~그때 그 곳 칠곡’이라는 주제로 펼쳐진 이번 공연은 서울에서 이사 온 꼬마가 시장 상인들과 만나며 칠곡의 옛 이야기를 통해 마을의 의미를 깨닫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12주간의 연습을 거친 14명의 시니어 배우들은 자연스러운 연기와 진심 어린 감정으로 무대를 채우며 관객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다. 이번 두 프로그램을 통해 칠곡의 시니어들은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배우고 도전하는 기회를 가졌으며, 공동체 예술의 주체로서 새로운 인생의 무대를 경험했다. 김재욱 칠곡문화관광재단 이사장은 “시니어 모델과 연극 프로그램을 통해 시니어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여러분의 참여가 칠곡의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지역사회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시니어들이 삶의 무대에서 더 빛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칠곡군 시니어들의 도전은 예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그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할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

2025-11-05

봉화 청량산박물관 ‘국역 청량산 한시집Ⅰ’ 발간

청량산박물관이 조선시대 선비들이 청량산을 유람하며 지은 한시를 현대어로 옮긴 ‘국역 청량산 한시집Ⅰ’을 발간했다. 이번 한시집은 청량산 유산시(遊山詩) 250여 수를 번역해, 일반 독자들이 한 권으로 청량산 문학의 정수를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책에는 조선 전기의 문경동(文敬仝, 1457~1521)부터 조선 후기의 채팽윤(蔡彭胤, 1669~1731)에 이르는 36명 문인의 작품이 실렸다. 시에는 청량산의 풍광과 감흥을 노래한 유산시를 통해 선비들이 지녔던 미의식과 사유, 가치관이 드러난다. 또한 작품의 배경이 되는 청량산 주요 명소에 대한 해설도 함께 수록됐다. 박물관은 이번 출간을 시작으로 청량산 관련 유산시의 수집 및 번역을 지속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청량산 유산기(遊山記)는 100여 편이 넘으며, 유산시와 더불어 ‘청량산문학’으로 불릴 만한 산수문학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청량산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한시집은 청량산의 사유와 정취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라며 “이 책을 통해 청량산이 지닌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널리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는 청량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 박물관팀( 054-679-6671~2, Fax 054-679-6659)으로 하면 된다. /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5-11-05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지방소멸대응 유공’ 중기부 장관상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 심상택)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지방소멸대응 유공’ 포상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았다고 5일 밝혔다. 이번 포상은 인구감소 지역 등 지방소멸 위기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기관을 선정해 혁신 의욕을 높이고 성과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민관 협력을 통해 △지역 주민이 재배한 식물을 활용한 축제와 관광명소 연계 걷기 행사 △지역 예술인과 협업한 문화행사 및 소상공인 제품 판매 △도시권 판로 확장과 자생력 강화를 위한 홍보·판매 행사 등 다양한 지방소멸 대응 사업을 추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 10월 개최된 ‘백두대간 봉자페스티벌’과 ‘백두대간 가든하이킹’에는 봉화군 정주 인구의 약 3.4배에 달하는 9만 8000여 명이 방문했으며, 소상공인이 참여한 플리마켓 매출이 약 1억 원에 이르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규명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은 “산림보전과 지역 상생을 통해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5-11-05

제8회 세계인문학포럼, AI 대전환 시대 인문학이 공존의 길을 묻다

“AI 시대의 인간 대화는 단순한 기술적 교류가 아니라, 사유와 이해를 통해 인간다움을 회복하려는 인문학의 과제다” 4일 안동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회 세계인문학포럼의 첫 기조강연에서 모하메드 알리 벤마크루프 모하메드 6세 폴리테크닉대 교수가 던진 이 말은 AI 시대 인문학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드러냈다. ‘AI 대전환 시대의 인문학, 공존을 위한 모색’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은 교육부와 경북도, 안동시가 공동 주최하며 6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AI와 기술문명이 인간의 가치와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시대에 인문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자리다. 벤마크루프 교수는 인공지능과 인간 대화의 도전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지만 동시에 인간을 도구화할 위험을 내포한다”며 “인문학의 사명은 기술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고, 그 안에서 인간성을 다시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AI가 인간의 대화를 흉내낼 수는 있지만, 진정한 대화는 상호 이해와 책임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기조강연에 이어 ‘AI 거버넌스’, ‘중동 지역의 공존’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기술문명의 발전이 인간의 존엄과 윤리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하며, 인문학이 사회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지적 기반이 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5일에는 권헌익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두 번째 기조강연자로 나서 ‘인공지능과 사회적 영혼 사이’ 를 주제로 인간과 기술의 공존을 탐구한다. 오후에는 ‘AI 편향성’ 과 ‘동아시아의 공존’ 등 심포지엄이 이어지며 AI와 윤리, 지역 간 가치관의 교차점을 살핀다. 마지막 날인 6일에는 김언종 한국고전번역원장의 안동학 특별강연과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의 기조강연 ‘AI 시대의 인간: 인간과 AI의 공진화’가 진행된다. 세계인문학포럼이 안동에서 열리는 것은 세계인문도시로서의 정체성과 의미를 실천하는 상징적 무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인문학이 첨단기술의 시대에도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통로가 돼야 한다는 논의가 안동에서 이어지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포럼이 인문학의 사회적 확장을 이끄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11-04

석주 이상룡 국무령 취임 100주년, 임청각서 기념 음악회

독립운동의 정신적 구심점이었던 석주 이상룡 선생의 뜻을 기리는 음악회가 그의 생가 임청각에서 열린다.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취임 100주년을 맞아, 독립정신과 민족혼을 되새기는 무대다. 안동시와 국무령 이상룡 기념사업회는 오는 22일 국가보훈부 주관으로 ‘석주 이상룡 국무령 취임 100주년 기념 음악회’를 임청각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석주 선생의 독립정신을 문화예술로 되살려 국민과 함께 기억하기 위한 자리로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을 비롯해 각계 인사와 시민들이 참석한다. 이상룡 선생(1858~1932)은 일제강점기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 헌신한 독립운동가로,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받았다. 그의 집안은 11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해 독립운동 명문가로 불리며,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가산을 희사하고 만주로 망명해 항일 투쟁의 중심에 섰다. 기념 음악회가 열리는 임청각은 석주 선생의 생가이자 항일운동의 거점으로, 근대사 속에서 가장 상징적인 독립운동 공간으로 꼽힌다. 일제는 중앙선 철도를 건설하며 임청각 마당을 관통시켜 일부를 훼손했으나, 정부는 2020년부터 복원사업을 추진하며 민족정신의 상징 공간으로 복원 중이다. 이번 음악회는 석주 선생의 국무령 취임 100주년을 넘어 임청각 복원과 함께 독립운동의 뿌리를 문화적으로 되새기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11-04

구속영장 청구 추경호 “불체포특권 포기”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4일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추 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국민께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드렸다. 이번에도 저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않고 당당히 임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전날 내란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가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혐의가 있다고 보고 구속 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무리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면서 “다분히 정치적 접근, 더불어민주당의 주문에 의한 수사 결과를 만들고 끼워 맞추기 작업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강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계엄 당일 의총 장소를 바꿨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알다시피 의총은 항상 예결위장 아니면 본관 246호에서 번갈아 한다. 민주당과 늘 번갈아 장소를 사용하는 관행 속에서 운영해 왔다”면서 “의총 장소를 그날 실무진 판단으로 예결위 회의장으로 해서 공지가 나갔는데, 본회의 참석을 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예결위 회의장으로 공지했다는 내용이 (영장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내란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4일 중으로 법무부에 보낼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오늘 아침 법원으로부터 추 전 원내대표와 관련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헌법 제44조에 따르면 회기 중인 국회의원은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되거나 구금될 수 없다. 추 전 원내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밝혔으나 법규상 절차는 그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제출한 체포동의안은 국회의장이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보고되고 이후 24시간이 지나 72시간 이내 표결에 부쳐진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되며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석이 166석이라 통과 가능성이 높다. 가결되면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 여부를 심사한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04

박수갈채 - 보이콧… ‘반쪽’된 시정연설

여야가 4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두고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주의·민생·미래를 동시에 복원하겠다는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며 극찬을, 국민의힘은 특검의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항의해 시정연설을 보이콧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입장에 맞춰 전원 기립GO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지나는 통로 주변에 모여 환호를 보냈고 연설 중에도 계속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연설 직후 논평을 내고 “내란의 상처를 딛고 민주주의·민생·미래를 동시에 복원하겠다는 국가 비전을 분명히 제시했다”면서 “‘AI 3대 강국 도약’과 민생·복지·안전을 큰 축으로, ‘대한민국 새로운 백년’을 열 비전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유엔총회 기조연설, 성공적인 APEC을 통해 외교무대에 복귀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로 정상 국가로 돌아왔음을 명백히 증명해 냈다”고 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민께 전하는 감사의 편지이자, 내란이 망친 민생·경제를 살리겠다는 결의문이었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APEC도 A급’이고 ‘오늘의 시정연설도 A급’이었다고 평가하면서, “Al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내년도 예산안이 바로 Al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하고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 모여 규탄대회를 열었다. 의원 모두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슴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적힌 근조 리본을 달았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중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 입장을 정리한 뒤 야당 탄압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날 시정연설 전 예정됐던 사전환담 자리에도 불참한 장동혁 대표는 “이제 전쟁이다.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아직 문서화 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GPU 26만 장 확보나 주가지수 4000 돌파 등 민간 기업이 만들어낸 성과를 마치 자신들의 업적인 양 포장하며 ‘성과 홍보 정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04

구윤철 “철강·석화 경쟁력 강화 골든타임···일부 기업 재편 의지 의구심”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한미 간 관세협상이 타결돼 우리 경제에 드리웠던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됐다”며 “대외 불확실성에도 큰 흔들림이 없도록 주력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말하며 고율 관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산업 고도화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철강 등 관세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총 57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이미 발표된 이차보전사업 및 긴급저리융자 신설 지원에 더해 4000억 원 규모의 수출공급망 강화보증을 추가로 신설한 것이다. 또한 철근 등 범용 철강재를 중심으로 선제적인 설비 규모 조정 지원을 병행해 공급과잉에 대응하고, 석유화학산업 사업재편 역시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구 부총리는 일부 산업계의 미진한 사업재편 속도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일부 산단과 기업의 사업재편이 여전히 지지부진해 업계의 진정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모든 산단과 업계가 ‘속도전’을 펼쳐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연말까지가 ‘골든타임’임을 강조하며 “업계가 이번 골든타임을 허비한다면 정부와 채권금융기관도 ‘조력자’로만 남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업계의 적극적인 사업재편을 촉구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04

“AI 시대 첫 예산”… 李 대통령, 728조 슈퍼예산 국회 시정연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시정연설에서 “내년은 AI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1년이 뒤처졌지만, AI 시대에는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며 신속한 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구체적인 예산 편성 원칙으로는 “총지출을 올해 대비 8.1% 증가한 728조 원으로 편성한 가운데,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10조1000억원을 편성했다”며 “‘피지컬 AI’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집중 투자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는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도 모자라 연구·개발(R&D) 예산까지 대폭 삼각해 과거로 퇴행했다”고 꼬집으며 “출발이 늦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부단히 속도를 높여 선발 주자들을 따라잡아야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화와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처럼 위대한 국민과 함께 ‘AI 시대’의 문을 활짝 열겠다”며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고, 그래서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과도 언급하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총력을 다했다”며 “앞으로도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국력을 키우고 위상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며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확보함으로써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했다. 그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연료 공급 협의의 진전을 통해 자주국방의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획기적 계기 마련으로 미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04

한반도 호랑이 형상론과 포항 호미곶

포항관광 1번지, 호미곶의 호미(虎尾)는 ‘호랑이 꼬리’라는 뜻으로 한반도 지도가 호랑이 형상이며,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한반도 지도의 형상과 관련된 논의가 시작된 것은 구한말 한일강제병합을 앞둔 시기이다. 일제는 국권 침탈을 앞두고 한반도에 관한 각종 정보를 수집했는데, 일본의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小藤文次郞)가 1900년대 초, 한반도의 지형을 연구하여 한반도가 토끼 형상이라고 주장했다. 토끼 형상론은 우리 민족의 나약함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일제의 식민정책과 어울리며 파급력을 갖게 되었다. 토끼 모양이라 할 경우 지금의 호미곶은 ‘토끼 꼬리’가 되고 만다. 한반도가 호랑이를 닮았다는 호랑이 형상론은 육당 최남선이 토끼 형상론에 대한 반론으로 제기한 것이다. 1908년 11월, 최남선이 만든 ‘소년’지 창간호에 등장하는 삽화가 바로 한반도 호랑이 지도인데, 최남선은 ;대한의 외위형체(外圍形體)'란 글을 통해 “맹호가 발을 들고 대륙을 향하여 할퀴며 달려드는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호랑이 형상론은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근역강산맹호기상도(槿域江山猛虎氣像圖)’ 등 한반도 지도가 다양한 형태의 호랑이 모습으로 그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포항 사람들이 지금의 호미곶 일대를 한반도 지도상 ‘호랑이 꼬리’와 연관 짓게 된 계기는 바로 이 ‘근역강산맹호기상도’와 관계가 깊다. 이 그림을 보면 지금의 호미곶 부근에서 시작된 호랑이의 꼬리가 남해안을 휘감은 뒤 끝부분이 서해안에 닿아 있다. 이 그림을 통해 포항 지역민들은 이곳이 ‘토끼 꼬리’가 아닌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그려진 작자 미상의 ‘근역강산맹호기상도’(고려대 소장)는 외견상 꼬리가 시작되는 영일만 일대가 밋밋하게 처리되었고, 꼬리의 끝부분이 서해안 변산반도에 위치함으로써 호미곶이 ‘호랑이의 꼬리’라는 이미지가 약해 보이는 문제가 있었다. 호랑이의 꼬리가 호미곶에서 시작되고, 끝 부분도 호미곶에 놓이는 모양의 지도라야 ‘호랑이 꼬리’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생길 것 같았다. 이런 고민을 하고 해결방안을 찾아 실행에 옮긴 사람이 바로 서상은 전 영일군수였다. 호미곶이 고향인 서상은은 1988년에 성기열 화백에게 호랑이 꼬리 끝부분이 장기갑(지금의 호미곶)에 오도록 그려 달라고 주문했다. 서상은의 주문대로 성기열은 ‘근역강산맹호기상도’라는 제목의 한반도 호랑이 지도 그림 두 점을 그렸다. 서상은은 이 그림을 받아 한 점은 장기갑등대박물관(현 국립등대박물관)에, 다른 한 점은 대보면사무소(현 호미곶면행정복지센터)에 기증했다. 이 두 그림은 꼬리가 호미곶에서 출발하여 남해안을 휘감고, 전라도로 올라와서는 다시 경상도 쪽으로 꺾여 끝부분이 호미곶에 놓이는, 그러기에 꼬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갖게 됨으로써 호미곶은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면서 이 그림을 앞세워 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었다. 포항시에서는 성기열 화백의 ‘근역강산맹호기상도’ 중 등대박물관 소장 그림을 호미곶 관광지를 홍보하는 자료로 활용해 왔다. 2000년대 들어 호미곶광장 바다 쪽에 세워진 한반도 호랑이 형상 조형물, 호미곶광장 가로등 장식, 새천년기념관 내의 ‘호미곶 지명 유래’ 설명판, 호미곶 관광 안내 리플릿이 대표적인 사례다. 1990년대 들어와 서상은은 호미곶이 우리 뇌리 속에 박혀 있는 ‘토끼 꼬리’가 아닌 ‘호랑이 꼬리’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몇 가지 사업을 전개했는데, 나무가 없는 호미곶에 나무를 심자는 호미수(虎尾樹) 운동, 호미예술제 개최, 호미곶 지명석 건립 등이 그 핵심이다. 서상은의 이러한 노력은 20년 만에 결실을 맺어 2002년에 장기곶이 호미곶으로, 장기곶등대가 호미곶등대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명 변경의 마지막 퍼즐인 ‘대보면→호미곶면’은 2010년에 이루어졌다. 호미(虎尾)라는 지명은 호미곶 가까이에 위치한 범 모양의 산등성이인 ‘범디미’를 한자식으로 표기한 말이다. ‘범디미’가 ‘호미등’으로 바뀐 데는 한말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생긴 민족의식과 관련이 깊다. 즉 20세기에 들어와 최남선의 ‘한반도 호랑이 형상론’ 영향을 받아 지역민들에게 이곳이 ‘호랑이 꼬리’부분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그러면서 기존의 지명인 범디미를 한자식으로 표기하여 호미등(虎尾嶝)이라 부르게 된 것으로 짐작된다. 호미곶은 호미등에서 유래한 말이다. 20세기 초 일본의 한반도 침탈이 본격화될 무렵, 한반도 지도 모양이 토끼 형상이냐 호랑이 형상이냐를 두고 벌어진 논쟁은 100년이 지난 21세기에 와서야 일단락되었다. 이로써 우리의 뇌리 속에서 한반도는 호랑이 형상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고,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虎尾)로 각인되었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은 지금 호미곶은 포항 12경의 제1경(호미곶 일출)으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포항의 ‘핫 플레이스’가 된 것이다. /박창원 동해안민속문화연구소장

2025-11-04

영양엔 고기보다 맛있는 ‘그것’이 있다

추사 김정희와 함께 조선에서 필체 좋기로 으뜸을 다툰 이가 있다. 한호(韓濩·한석봉)다. 1543년 개성에서 태어난 그는 당대 풍류묵객 다수가 그러했듯 술을 어지간히도 좋아했던 모양. 한호는 종장(終章)이 근사한 시조 한 수를 남겼는데, 1980년대엔 그게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그 시절 까까머리 고등학생이었던 기자의 기억 속에 선명하다. 이런 노래다. 짚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켜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 온다. 아해야, 박주산채(薄酒山菜)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16세기 말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시조를 21세기 방식으로 다시 써보면 재밌을 듯하다. 대리석 바닥 깔린 근사한 살롱이 아니라도 좋다. 휘황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이 없으면 또 어떠랴. 보시게, 여기 산나물 한 접시에 탁주 한 병 가져오게나. 경상북도 영양군은 시인 조지훈과 소설가 이문열을 낳은 문향(文鄕)이다. 산이 깊고 골짜기마다 철따라 화사한 꽃이 피는 곳. 사람들에겐 알싸하고 달달한 고추의 산지로 유명한 영양엔 그럴듯한 산나물 식당이 몇 곳 있다. 군(郡)의 이름을 걸고 산나물축제가 열릴 만큼 이런저런 나물이 흔한 영양군에 처음 간 건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쯤이다. 동행한 둘은 당시 모두 예순을 넘긴 사람들. 서울에서 출발해 먼 길을 가느라 점심을 시원찮게 먹은 기자는 저녁엔 소고기 구워 선배 자동차 트렁크에 실린 고급 양주를 마실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기대는 보기 좋게 깨졌다. 선배들이 문을 밀고 들어간 식당은 산채(山菜)를 파는 곳이었다. 연이어 기자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주문을 했다. “여기 산채정식 3인분에 막걸리 하나 주시오.” 식탁 위엔 열 가지는 분명 넘고, 아니 스무 가지도 넘는 온갖 나물에 된장찌개와 밥이 놓였다. 그 많은 나물 중 기자가 이름을 아는 건 겨우 고사리와 도라지 정도. ‘풀 반찬’을 싫어하는 얼굴은 찡그려졌지만, 그와 별개로 놀라움이 성큼 다가왔다. 세상에 사람이 먹는 나물이 그처럼 많다는 걸 그날 알게됐으니. 한국인, 그 가운데서도 나이 지긋한 이들의 ‘나물 사랑’은 대단하다. 유명인이라고 다를 바 없다. 늘그막의 미당 서정주(시인)는 두릅을 먹기 위해 봄을 기다렸고, 노년의 정치인 김영삼의 아침상엔 언제나 시래깃국과 나물 한두 가지가 반찬으로 올랐다고 한다. 산나물을 채취하는 이들의 동물적 감각과 축적된 경험에서 오는 선별법은 기가 막힌다. 산과 들에 지천으로 깔린 수백, 수천 가지의 풀 가운데 먹는 것과 먹지 못하는 것, 뜯어서 즉시 먹는 것과 데쳐서 말려 먹는 것, 약이 되는 식물과 독초를 신묘하게 가려낸다. 살아생전 기자의 외조모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고 모친에게 들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 ‘전원사시가(田園四時歌)’ 등의 고문헌엔 약용 나물과 독초의 구별법, 철 따라 나오는 산채의 종류 따위가 기록돼 있다. 그러니, 우리가 나물을 상식(常食)한 건 아주 오래고 오래된 옛날부터가 아닐지. 시계를 2년 전 봄으로 돌린다. 두 번째로 영양군을 찾았다. 취재를 위해서였다. 영양이 고향인 한 살 많은 선배가 자신의 단골 식당으로 이끌었다. 1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산채가 맛있다는 밥집 가운데 하나였다. 세월이 흘러서였을까? 나이를 더 먹어서였을까? 그날 맛본 곰취와 방풍나물, 씀바귀와 당귀는 향이 좋았고 식감 또한 독특했다. 막걸리 한잔을 곁들여 점심을 달게 먹고 이런 혼잣말을 했다. ‘육식주의자를 자처한 내가 지천명을 넘어 이순에 가까워지니 산채를 안주로 박주 마시는 즐거움을 알게 됐구나. 역시 사람의 생은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구나.’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11-04

관계의 결을 돌아보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결이 있다. 그것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시간이 켜켜이 쌓이며 만들어진다. 어떤 관계의 결은 매끄럽고 단단하게 이어지지만 어떤 결은 쉽게 틀어지고 거칠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 결의 질감을 세심히 느끼며 살아왔다. 마음의 거리를 재고 온도를 가늠하며 서로의 결이 상하지 않도록 손끝으로 어루만지듯 관계를 다듬어왔다. 나에게 관계란 늘 섬세한 조율의 예술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 섬세한 균형이 무너졌다. 내가 서로를 알게 한 두 사람이 있었다. 나는 각각과 다른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왔고 우리 세 사람의 관계가 유연하게 이어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어느 날 그 중 한 사람이 나와 의논 없이 다른 한 사람에게 과도한 선물을 건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별일 아닌 듯 넘기려 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알 수 없는 피로감에 잠식되었다. 마치 조용히 흘러가던 물 위에 돌멩이가 던져진 듯 파문이 일어났고 그 진동은 결국 나의 마음에까지 닿았다. 나는 언제나 ‘관계의 균형’을 지키는 사람이라 자부했다. 주어야 할 만큼 주고 감사를 표현해야 할 만큼 하며 감정의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규율이 통하지 않았다. 한 사람의 돌출된 행동과 미성숙한 흐름이 관계의 결을 어긋나게 만들었고 나는 그 틈을 매만지려 애쓰다가 점점 지쳐갔다. 마치 세 사람의 관계를 억지로 맞추려는 장인처럼 나는 관계의 결 사이를 계속 문질렀다. 그러나 아무리 다듬어도 이미 나버린 미세한 금은 메우기가 어려웠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조율자’의 위치보다는 나의 기준을 자꾸 흐리게 만드는 사람이 되어갔다. 나만의 잣대가 있는데도 상대의 방식을 맞춰주려 했다. 무게가 기울면 내가 더 들어 올렸다. 그렇게 하면 관계가 원만해질 줄 알았지만 그것은 조율이 아니라 나의 기준이 흔들리는 일이었다. 그 흔들림은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욕구로 자꾸 흘러갔다. 관계는 늘 주고받음의 균형 위에 서 있다. 그러나 그 균형이 무너질 때 우리는 종종 자신을 잃는다.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상황이 어긋나지 않게, 모든 흐름이 부드럽게 이어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작 나는 자 자신에게 불편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 감정의 결은 뒤로 밀려나고 타인의 기준이 나를 차지했다. 겉으로는 평화로웠지만 마음 한켠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가 쌓여갔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피로라기보다는 나를 잃어버린 데서 오는 피로였다. 관계의 온도를 맞춘다는 것은 어쩌면 오만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의 체온을 가지 존재이고 그 온도를 완전히 같게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온도를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 채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일일 것이다. 단순한 진리를 최근에야 되새기게 된다. 가까워질수록 명확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거리가 자신을 지키는 최소한의 경계라는 것을. 이제 나는 관계 속에서 ‘어떻게 맞출까’보다 ‘어디까지 지킬까’를 먼저 생각해본다. 관계의 평온을 위해 무리하게 마음을 맞추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의 호의나 방식이 내 기준과 다르다면 그것을 불편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흔한 말이긴 하지만 다름으로 인정하려 한다. 관계의 진정한 성숙은 조율이 아니라 기준을 지키며 타인을 존중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 밀착된 관계는 숨통을 죄고 너무 멀어진 관계는 온기를 잃는다. 그 중간 어딘가 결이 맞되 엇갈리지 않는 그 지점을 찾는 일, 그것이 성숙한 관계의 기술일 것이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인간관계는 난로 같은 거리가 가장 알맞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거리를 두는 용기가 이 가을, 나에게는 필요해 보인다. 삶은 여전히 관계의 결들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결들을 억지로 다듬지 않는다. 어긋난 결은 어긋난 대로 두고 그 틈새에 바람이 스며드는 것을 허락한다. 그 바람 속에서 나는 더 단단해지고 더 나다워진다. 관계의 피로는 결국 나 자신에게 돌아오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 신호를 외면하지 않고 내 결을 다시 세워가는 일이 남은 인생의 길을 걸어가기 전, 관계의 결을 다시 배워야 하는 삶의 태도일 것이다. /김경아 작가

2025-11-04

대세르비아주의 전사 블랙핸드

19세기 말, 세르비아의 왕 알렉산다르 오브레노비치는 콜걸 출신과 결혼하면서, 이제 왕비의 친인척까지 왕궁을 들쑤시고 다녔다. 이를 보고만 있을 세르비아인들이 아니었다. 1903년 청년 장교와 군인 120여 명이 왕궁으로 몰려가 왕비와 그 일족들은 물론 왕까지 잡아 죽이고 말았다. 왕 알렉산다르와 왕비 드라가를 5층 건물 창문 밖으로 던져 살해한 후, 오브레노비치 왕가 일가친척을 도륙했다. 이로서 오브레노비치 왕가는 종말을 고하게 된다. 열세 살 철없던 시절에 왕위에 올랐던 알렉산다르는 어머니의 간섭과 늙은 아내의 철없는 행동으로 서둘러 지옥행 마차를 타고 만 것이다. 뜻밖에 세르비아 국민이 환호하면서 어떤 시각에서 보면 군부 쿠데타를 정당화시키는 상황이 벌어졌다. 밀로시 왕가 몰락은 블랙조지, 즉 카라조르지예 가문의 등장을 뜻했다. 이때 대안으로 떠오른 인물이 블랙조지의 손자이자, 카라조르지예 셋째 아들 페타르 카라조르지예(재임 1903~1918)다. 그는 프랑스에서 긴 세월 망명생활을 하였으며, 1870년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농민항쟁 때 참여해 산전수전을 겪기도 했다. 세르비아인 가슴에는 행동하는 양심으로 추앙받고 있던 그였지만, 60세 가까이 돼서야 세르비아 땅으로 돌아와 45년 만에 아버지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다. 그리고 1, 2차 발칸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자 영토 확장에 이어, 대세르비아주의가 기지개를 펼 수 있는 판을 깔았다. 20세기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일어났던 두 차례 발칸전쟁으로 세르비아 국토가 넓어지게 되면서 자신감이 붙는다. 급하게 삼킨 음식이 탈나는 법, 입헌국주국 민간정치기구가 급조되면서 급진당이 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그 중 지도자로 급부상한 인물이 니콜라스 파시치다. 훗날 세르비아 현대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대세르비아주의를 주입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세르비아인 가슴을 요동치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블랙조지 가문을 중심으로 세르비아가 새롭게 일어서야 한다며, 당시 발칸반도에 대세로 급부상하던 유고슬라비즘에서 대세르비아주의로 시선을 돌리게 했다. 블랙조지가문이란 기실 오스만터키제국에 투쟁할 당시 농민군 지도자가 세르비아 왕족으로 순식간에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는 것은 오랜 세월 억압된 삶을 살았던 민족의 가문과 인력부재라는 슬픈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왕위에 오른 페타르는 이미 늙어버렸다. 페타르 1세와는 반대로 쿠데타의 주역 군인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거듭났다. 왕궁으로 난입한 군부 중 지도자격인 인물이 드라구틴 디미트리예비치 대령이었다. 그는 1901년 오스트리아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기습점령 한 것에 대해 불만이었다. 대세르비아주의 완성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빠트리고는 완성할 수 없었다. 따라서 닫힌 민족주의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차곡차곡 실행에 옮겼다. 민병대를 조직해 무기를 쥐어주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파견했다. 주요 목표는 오스트리아 고위관료 암살과 테러였다. 충성을 다하는 예하 장교들을 포섭해 정부 위에 군림하는 군부조직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군부에 의해 들어선 민간정부의 힘은 미미할 수밖에 없었고, 더구나 오스트리아에 굴욕적인 행태인 정부를 향한 세르비아인 불만이 증폭했다. 드디어 디미트리예비치 대령은 세르비아에 조직적 폭력군단 ‘블랙 핸드(Black Hand)’를 창시한다. 우리나라말로 직역하면 ‘검은손’이며, 한자로는 ‘흑수단(黑手團)’이다. 즉 대세르비아주의를 지상과제로 내건 군부 내 극우민족주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세르비아인이 살아가는 모든 땅은 통일. 통일이 아니면 죽음을.” 이 둘을 합치면 ‘세르비아인들이 살아가는 그 어떤 땅이라도 죽음을 불사하고 손아귀에 넣어라’란 뜻이다. 블랙핸드 ‘크루나 루카!(Crna Ruka)’의 살기 띤 구호가 세르비아인 가슴에 요동쳤다. 세르비아인 국가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내 땅에서 우리끼리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에 누가 반대를 할까만, 다른 나라 땅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세르비아인들에게 무기를 쥐어주며 폭력을 부추기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혁명적 행동을 강행하되 자신들을 반대하는 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적으로 간주하며 제거 대상이 되었다. ‘개인의 욕심은 버려라, 어긴 자는 죽음으로 대가를 치른다’ 등 행동강령도 만들었다. 군인뿐만이 아니라 정치인, 변호사, 외교관을 비롯해 민간인까지 가세해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국민을 대상으로 대세르비아주의를 설파했고, 당위성에 거품을 물었다. 더구나 디미트리예비치가 군부 내 정보를 총괄하는 보안대장으로 영전하면서 날개를 단다. 밀수를 동원한 자금조달로 요인 암살이 본격화되고, 세르비아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으로 거듭 태어났다. 신문까지 발간하면서 세르비아민족주의가 백주대낮에 공개된다. 무엇이든 처음은 미미한 법, 세계가 전운에 휩싸이게 되는 판이 깔리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5-11-04

제5회 달서구 파크골프협회장배 대회 성황리 개최

제5회 달서구 파크골프협회장(회장 구자덕)배 대회가 3일 수림지파크골프장에서 선수와 심판, 운영위원 등 27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대회는 달서구와 달서구체육회, 지역 제조업체 등이 후원하고 달서구 파크골프협회가 주최·주관했다. 이날 행사에는 달서구청장과 구의회 의장, 시·구의원, 달서구체육회장, 대구시 파크골프 클럽 구·군 협회장, 협찬업체 관계자 등 주요 내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대회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오전 8시 첫 경기를 시작으로 진행됐으며, 10시 열린 개회식에서는 달서구 파크골프협회 발전에 기여한 회원들에게 구청장 및 국회의원 표창이 수여됐다. 구자덕 회장은 대회사에서 “협회는 평소 회원 간 우정이 돈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더욱 우의를 다지고 나눔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축사에서 “이번 대회가 단순한 경쟁을 넘어 동호인들이 운동의 즐거움과 성취의 보람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경기는 남자부와 여자부로 나뉘어 (사)대한파크골프협회 경기 규칙과 로컬룰을 적용해 진행됐다. 개인전 18홀 타수 합계로 순위를 정했으며, 동타일 경우 서든데스 방식으로 승부를 가렸다. 대회 결과 남자부는 초이스클럽 배진현 선수가 A·B홀 합계 54타로, 여자부는 럭키세븐클럽 이말선 선수가 58타로 각각 1위를 차지해 상금과 트로피를 수상했다. 대회를 마친 뒤에는 시상식과 함께 경품 추첨 행사가 열려 참가자들의 환호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한편 달서구 파크골프협회에는 140여 개 클럽과 약 1천여 명의 회원이 등록돼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해 남자부 상위권에 올랐던 한창수 선수는 올해 62타를 기록하며 입상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1-04

철학자 쉐프가 만드는 파스타

실크로드와 국수의 만남, ‘누들로드’라는 2008년에 방영된 TV 다큐멘터리를 보고 국수가 우리 손에 온 길을 알았다. 한 알의 밀이 국수가 되어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그 뒤에 감춰진 동서 문명 교류의 수수께끼를 다룬 프로그램이었다.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면 요리를 가져왔다는 설이 널리 알려졌지만, 폴로 이전에도 이탈리아에 유사한 반죽 요리가 있었다는 반론이 있다. 포항에 파스타를 제대로 요리하는 집이 있다. ‘파스타 쉐프’, 이름부터 세프라 붙인 걸 보면 분명 사장님은 요리에 진심이다. 두호고등학교 앞에 있을 때부터 단골이 있을 정도로 맛집이었다. 하지만 외진 곳이라 포항에 놀러 온 사람들이 우연히 지나다 들어갈 수는 없었다. 최근 ‘스카이 워크’ 가는 길에 자리를 옮겨 실내도 조명도 새로 단장해서 오픈했다. 음식점이 리모델링하거나 이사, 또는 주인이 바뀌면 맛도 변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 걱정을 하며 방문했다. 주말 늦은 점심시간이라 우리뿐이었다. 블루베리 피자와 트러플 크림 리조또를 시켰다. 여느 집에는 물을 종이컵에 주는데 이곳은 예쁜 유리잔이다. 우아한 목이 있는 유리잔, 오이 피클도 사장님이 직접 담가 새콤달콤 자극적이지 않다. 셀프 바에서 마음껏 더 가져다 먹어도 된다. 주문하기를 누르자마자 그때 오픈 주방에서 사장님이 요리를 시작했다. 우리 음식이 만들어지는 소리가 콩콩콩 들렸다. 피자가 먼저 나왔다. 리코타, 모짜렐라 등 네 가지 치즈가 올라간 피자. 통밀로 직접 반죽하고 숙성한 뒤 만들어 화덕에서 구워 나왔다. 한 조각 떼어내니 쭈욱 늘어난다. 테두리 부분 꼬다리가 바삭하니 고소해 남길 수 없는 맛이다. 다른 집의 피자는 두 조각 이상 먹으면 손이 안 가는데, 둘이서 한판 다 석션했다. 리조또를 숟가락으로 덜어내니 긴 실처럼 치즈가 따라왔다.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했다. 맛이 변하지 않았다. 다 먹고 사장님께 들으니 트러플 크림 리조또는 예약해야만 먹을 수 있는 메뉴라고 했다. 오래 계속 볶아서 만들어야 하니, 손님이 많을 때는 만들기 힘들다 한다. 다행히 늦은 점심시간이라 가능했다고 하니, 가기 전에 예약하고 가면 좋겠다. ‘파스타 쉐프’의 음식이 마지막 한 입까지 느끼하지 않은 이유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버진 올리브유란 화학적 방법이 아닌 올리브 열매를 으깨어 즙을 짜내 만든 기름, 즉 압착 올리브유를 말한다. 이 압착 올리브유 중에서 산도 0.8% 이하의 최상급 제품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라고 한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은 공복에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아지고 소화를 돕는 데 효과적이며, 심혈관 건강과 항산화, 피부 및 두뇌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치즈도 최상의 품질만 고집한다. 이렇게 음식에 진심인 이유는 사장님이 요리를 정말 좋아하고 즐기며 한다고 했다. 자신이 정직하게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단골이 된 사람들이 늘어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건물 왼쪽 벽에 ‘화덕 수제 피자가 맛없으면 공짜’라고 크게 적혀 있다. 쉐프의 자신감과 철학이 담긴 글이다. 나라에 가슴 아픈 사건이 있거나 코로나가 번졌을 때 가게에 손님의 발길이 몇 달씩 끊겼다고 한다. 파스타와 피자는 사람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어려울 때도 맛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최고의 재료를 고집하며 더 기본에 충실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음식점이 생겨났다가 금방 사라지는 요즘, 13년 누들로드의 끝인 포항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사장님의 맛에 대한 뚝심이었다. 매주 월요일이 쉬는 날이지만, 빨간 월요일은 영업한다. 오전 11시 30분~오후 8시 30분, 브레이크 타임 오후 2시 40분~5시, 명절 연휴 영업한다. 주소 : 북구 해안로 441 (여남 스카이 워크 가는 길) 054-253-8686.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1-04

석적읍, 고독사·자살예방 민관 공동 캠페인…‘생명존중 문화 확산’

칠곡군 석적읍은 지난 1일 섬내공원 버스킹공원에서 고독사와 자살예방 사업 홍보를 위한 민·관 공동 캠페인을 했다. 이번 캠페인은 지난 상반기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으며, 행복기동대와 지역 종교단체, 자원봉사단체 등 민간 자원들이 함께 참여해 지역 내 생명존중 문화 확산과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목표로 했다. 행사에서는 석적읍의 특화사업으로 추진 중인 ‘사랑의 소리함’, ‘골목교회’, ‘남구미대교 자살예방 생명전화기’ 등의 홍보와 마술 공연, 버스킹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다. 특히 지역사회 인적자원망으로 활동 중인 임종복 퇴임목사와 종교단체 관계자들이 중심이 돼 주민들에게 위기 상담과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사업의 의미를 알렸다. 임종복 퇴임목사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고독사·자살예방 사업이 이제는 주민들 사이에서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실질적인 위로와 상담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정규 석적읍장은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생명존중 활동이 이제는 지역 주민들에게 희망의 연결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독사와 자살예방을 위한 촘촘한 돌봄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

2025-11-04

APEC 기간 李 대통령 전용 숙소는 ‘교원그룹 드림센터 경주’

교원그룹이 운영하는 연수시설인 ‘드림센터 경주’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급 숙소로 활용되며 국제 수준의 국내외 위상을 높였다. 교원그룹은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7월부터 3개월여간 국제행상 정상급 숙소 기준에 부합하도록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한 바 있다. 4일 교원그룹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머문 ‘플래티넘 스위트’는 기업 연수 및 MICE 행사 시 VIP 고객을 위한 프리미엄 객실로 운영됐다. 88평 규모로, 침실·거실·접견실 등은 물론 전체 공간에 우드톤 인테리어를 적용해 고급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구현했다. 특히 주요 동선에는 ‘천년고도 경주’ 이미지를 담은 오브제를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드림센터 경주 인근의 펫 프렌들리 호텔 ‘키녹(KINOCK)’도 APEC 정상회의 기간 대통령실 관계자 숙소로 운영되는 등 교원그룹의 호텔·연수 인프라가 통합적으로 활용됐다. 또 교원 웰스는 드림센터 경주 내에 ‘APEC 라운지’를 마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휴식과 편의를 지원했다. 라운지는 물·공기·식물을 콘셉트로 한 자연 친화적 복합 휴식 공간으로 구성했다. 실제 교원 웰스의 미네랄 물을 비치했고, 웰스 고급형 안마의자 등 교원 웰스의 대표 가전을 설치해 편안한 휴식 환경을 구현했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경주에서 열린 세계 정상급 행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PRS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시설과 운영 체계의 우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다”며 “이번 APEC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교원그룹만의 고품격 서비스를 기반으로 호텔·연수 사업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04

포항 제철산단 주민, 여전히 중금속 노출···4기 건강영향조사 본격화

“3기 조사 결과 포항 제철산단은 산업적 특성상 납·망간·알루미늄 등 대기 중 중금속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고, 호흡기·신장질환 발생률도 상대적으로 높게 조사됐습니다”. 국가산단 책임연구원인 유석주 동국대 의과대학 교수는 4일 포항시 평생학습원 뱃머리평생교육관에서 열린 ‘제4기 국가산단지역 주민 환경오염 노출 및 건강영향조사’ 주민설명회에서 3기 조사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포항의 납(0.03㎍/㎥)과 철(1.02㎍/㎥) 농도는 다른 산업단지 지역보다 높게 나타난 데 대해 유 교수는 “포항의 대기 중 중금속 농도는 2010년대 초반 이후 전반적으로 낮아지다가 최근 다시 상승세여서 지속적인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기 조사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주관하고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경북환경보건센터가 수행 중인데, 조사 범위와 방식을 한층 보완해 2023년부터 매년 150명씩, 4년간 총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설명회 발표자로 나선 유 교수는 “주민의 연령과 성별 비율을 실제 인구 구성에 맞춰 표본을 설계해 지역 특성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고, 전국 9개 산업단지를 같은 기준으로 조사해 지역 간 비교가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전화 모집으로 고령 여성층에 편중됐지만, 이제는 통계기법을 활용해 무작위로 선정된 주민이 참여하도록 바꿨다”며 “포항은 제철산단을 중심으로 거리별 구역을 나눠 인접 지역과 외곽 지역의 오염 노출 차이도 함께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4기 조사는 대상자 선정뿐 아니라 조사 내용도 한층 세분화됐다. 이번 조사는 단순히 피를 뽑는 수준이 아니라 주민 개개인의 생활환경과 건강 이력을 설문으로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혈액·소변 등 생체시료를 분석하는 구조다. 조사는 국립환경과학원이 포항시에 공문을 발송해 읍·면·동 환경보건 담당자와 지역단체가 협력해 참여자를 모집하고, 문진표 작성·신체 계측·혈액·소변검사 순으로 진행된다. 현장 채취가 어려운 주민은 사전 배부된 용기에 가정에서 채취 후 제출할 수 있으며, 검사 후에는 의료진이 직접 결과를 안내하고 상담을 진행한다. 분석이 완료되면 우편 또는 방문을 통해 개별적으로 결과가 통보된다. 유 교수는 “포항의 대기 환경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일부 중금속은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며 “주민 건강 상태를 꾸준히 추적해 산단 주변의 실질적인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11-04

李 대통령 “지방우대 재정 원칙 전격 도입” 비수도권 지원 확대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수도권 1극 체제로 굳어진 현재의 구도를 극복하고 지역이 성장의 중심이 되어 5극 3특의 새 시대를 열도록 지방우대 재정 원칙을 전격 도입했다”며 비수도권 지원 확대를 강조했다. 이번 예산안을 시작으로 수도권 일극 체제를 벗어나 5극 3특 균형발전을 구축하겠다는 점에서 대구·경북(TK) 지역으로선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경북은 12조300억원, 대구는 4조36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협력과 역할에 따라 내년도 TK지역 국비확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6년도 예산안 시정 연설에서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도록 설계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아동 수당과 노인 일자리 등 7개 재정사업을 비수도권 지역에서 더 많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재정이 수반되는 국가사업 시행시에는 지방 우선, 지방 우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구 감소 지역 주민에게는 월 15만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며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해 거점 국립대를 지·산·학·연 협력의 허브로 육성하고, 학부·대학원·연구소를 아우르는 패키지형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정부가 여건에 맞게 스스로 사업을 결정할 수 있는 포괄보조 규모도 10조6000억원으로 3배 가량 대폭 확대해 지방정부 행정의 자율성을 확실히 제고하겠다”고도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04

우리는 한글을 얼마나 잘 사용하고 있을까

지금은 'k'의 전성시대다. 'k-팝'을 선두로 'k-푸드','k-화장품', 'k-드라마' 등. 한국과 한국문화의 전반에 걸쳐 전 세계인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여름은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케데헌'(KPop Demon Hunters) 의 주제곡인 '골든'의 가사를 외국인들이 그대로 흥얼거리는 모습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유난하다는 걸 실감하게 했다. 외국인들이 유창한 우리말로 방송을 하고 한국의 역사까지 이야기하는 모습이 막힘이 없다. 한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한글로 붓글씨를 쓴다. 한국인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겨 사람들 앞에서 한국어로 전화 통화를 하는 외국인도 있다. 거기다 한글로 쓰인 소설이 노벨문학상까지 받았으니, 한국의 제대로 된 맛을 느끼려면 한글과 한국어를 아는 것이 곧 한국을 아는 것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k 문화'의 중심이 된 한글을 우리는 얼마나 잘 사용하고 있을까. 우리의 일상생활을 돌아보면 한글을 잘 사용하기 위해선 먼저 문해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문해력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정통신문의 '중식'이나 '금일', '심심한 사과' 등 기본적인 어휘를 다르게 이해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익숙하다 보니 활자로 된 문화를 접할 기회가 줄어드니 단어의 뜻과 문맥을 파악하기에 어려워서다. 또 디지털 용어나 외래어에 익숙해진 이유도 있다. 우리가 쓰는 말도 아직은 생각보다 영어와 더 친숙해 보인다. 길거리의 간판만 봐도 영어가 수두룩하다. 동네 골목에 있는 간판들을 살펴보니 한 영어 간판은 건물을 들여다보아도 가려져 있어 무엇을 하는 가게인지 단번에 알 수가 없다. 간판의 작은 글씨도 영어로 되어있다. 자세히 보니 그제야 'hair'라는 글자가 보여 미용실인지 알았다. 영어와 한글이 섞인 것도 흔히 보는 간판의 모습이다.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카페, 옷 가게는 물론이고 종종 가는 동네 24시 무인 카페와 편의점도 영어로 되어있다. 공공기관에서의 영어와 한글을 섞어 쓰는 건 당연시되기도 한다. 우리 국민을 위한 정책이나 사업에서도 영어를 쓰고 브리핑이나 캠페인, 네트워크, 오픈 채팅의 용어들이 공문서나 홍보물에 습관처럼 사용되고 있다. 공공의 목적을 가진 행정업무에 관성처럼 영어로 가득 차면 시민들과의 소통에도 어려움이 생기고 한글의 아름다움도 희미해진다. 한 가게 앞에서 기다리는 줄이 길면 웨이팅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고 색깔을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블루니 핑크니, 하는 말은 익숙하게 입에서 나온다. 싱크홀, 언택트, 혈당 스파이크, 뱅크런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낯선 외래어들은 한 번에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처음 한국에 온 한 외국인은 한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한글에 'O'이라는 글자가 예뻐 보여서 폰으로 그것만 찍었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 한국어를 말하는 게 더 좋아 보이고 한글은 모든 언어의 발음을 다 표현할 수 있는 글자라고 덧붙인다. 한글은 해마다 세계에서 문맹 퇴치에 공이 큰 사람에게 '세종대왕 문맹퇴치상'을 주고 국보 제70호로 지정되어 있다. 한글은 과학적이고 창제 원리가 밝혀진 몇 안되는 글자다.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글은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될 수 있는데 왜 굳이 아름다움을 가리려고 하는지 우리가 한글을 잘 알고 써야 할 것이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1-04

봉화 청량산 단풍과 가을 정취 가득한 예던길

겨울을 앞두고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문명산과 청량산의 단풍. 가을 강변 예던길은 바람의 맛이 여유롭다. 빨강, 주황, 노랑 나뭇잎이 예쁘게 섞인 청량산이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고 있는 계절이다. 단풍철이라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많은 사람이 어디론가 떠나는 이맘때. 선선한 공기의 청량감은 기분까지 상쾌하고 화려한 단풍 숲속에서 호젓하게 자연을 즐기기 좋은 봉화 청량산과 예던길이 여행객을 매혹한다. 울긋불긋한 청량산의 단풍으로 기암괴석 봉우리는 더욱 또렷이 보이고, 천년고찰 청량사의 단청과 5층석탑이 어우러져 황홀경으로 다가온다. 청량산의 단풍은 10월 하순에서 11월 초순이 절정이다. 고즈넉이 가을을 느끼기에 좋은 예던길은 자연을 따라가는 시간이 흐르는 곳이다. 청량산은 경관이 빼어나 ‘소금강’이라 부르기도 한다. 최고봉인 장인봉을 비롯해 선학봉, 축융봉, 자란봉 등 12개의 암봉이 있다. 봉 자락에는 8개의 굴과 4개의 약수터가 있으며, 퇴계 선생의 서당 청량정사가 있다. 장인봉 정상에서 보이는 풍광과 축융봉에서 바라보는 단풍 숲속에 자리 잡은 청량사는 가히 절경이다. 암봉을 따라 청량산 종주 등산로 다섯 코스가 있으며, 입석에서 청량사까지는 완만하고 부담 없이 걸으며 단풍 구경을 즐기기에 좋다. 해발 800m 지점에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현수교인 하늘다리는 청량사에서 계단을 오르면 나오는데, 힘들게 오르는 만큼 빼어나게 아름다운 경치가 고생을 보상해준다. 축융봉쪽으로는 청량산성과 공민왕당 등이 있고, 밀성대부터 축융봉까지는 산성으로 통한다. 붉게 물든 청량산은 조만간 다가올 겨울을 앞두고 단풍잎이 마지막 가을을 장엄하게 물들이고 있다. 풍광이 빼어난 청량산과 퇴계가 걸었던 도학의 길 예던길이 청량산과 문명산을 끼고 도는 낙동강 줄기 따라 이어진다. 바람의 흐름을 느끼며 묵묵히 가을 풍경 속으로 걸을 수 있는 예던길. 청량산 입구에서 낙동강 시발점 공원까지는 약 9km다. 예던길에는 옥빛의 백용담소가 있으며 강을 가로질러 선유교 다리가 있다. 선유교에서 바라보는 백용담소의 풍경은 예술이다. 병풍 두르듯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턱걸바위와 단풍, 백용담의 조화는 가을이 선물하는 걸작이다. 햇살 아래 강물은 윤슬이 반짝이고 바람결에 일렁이는 갈대는 호젓한 가을 속으로 이끈다. 단풍이 든 산과 가을 햇살에 비치는 강물이 잘 어우러지고, 예던길 오마교에서 바라보는 청량산이 황홀한 풍경을 만들고 있다. 무심한 세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은 선인들의 발자취와 이야기를 품고 있어 더욱 빛난다. 화려한 단풍을 자랑하는 청량산과 자연을 만끽하며 가을 정취를 즐기기 좋은 예던길에서 아름다운 가을과 만나보자.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1-04

한국자유총연맹, 제61회 전국나라사랑 스피치대회 성료

한국자유총연맹(총재 강석호)이 4일 서울 남산 자유센터 미래홀에서 ‘제61회 전국나라사랑 스피치대회’를 개최했다. 강석호 총재는 대회사를 통해 “오늘 대회는 평화 통일 시대와 국민통합·화합을 주제로,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자유롭게 소통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표현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스피치 역량은 자유민주 사회 시민의 핵심 소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가자 여러분이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자유민주주의 가치 확산과 국민통합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예선을 거쳐 선발된 전국 시·도 대표 학생 14명이 연사로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내가 꿈꾸는 한반도 평화통일의 시대!”, “국민통합과 화합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진정성 있는 발표를 이어갔다. 최종 수상자는 △대통령상 신하준(충남, 대덕초등학교 3학년), △국무총리상 황금희(경남, 진주여자중학교 2학년), △통일부장관상 한고운(충남, 서일중학교 2학년), △행정안전부장관상 김지우(전남, 구례광의초등학교 4학년), △국가보훈부장관상 김상원(대전, 성덕중학교 3학년), △대회장상 전진우(울산, 삼신초등학교 4학년) 등이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04

인상주의 음악의 거장과 그의 걸작을 감상하는 방법

클로드 아실 드뷔시는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다. 그의 대표곡 ‘Clair de Lune’(달빛)은 이탈리아 베르가모 지방의 춤곡에서 영감을 받아 1890년, 28세의 나이에 작곡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세 번째 곡으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이 곡의 제목은 프랑스어로 ‘밝은 달’을 뜻하는 ‘Clair’(광명)과 ‘Lune’(달)의 조합에서 비롯되었다.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로 음악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매료되는 이 작품은, 원래 폴 베를렌의 시 ‘달빛’에서 제목을 따온 ‘Promenade Sentimentale’(감성적 산책)이었으나 최종적으로 현재의 이름으로 확정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놀라운 조화를 이룬다. 고흐가 1889년 정신병원에서 창밖 풍경을 3일 만에 완성한 이 작품은 강렬한 붓터치로 고독과 희망을 동시에 담아내며, 소용돌이치는 하늘과 별빛은 드뷔시 곡의 은근한 슬픔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두 작품은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쓸쓸함”이라는 공통된 정서를 전달한다. 많은 사람들이 드뷔시의 ‘Clair de Lune’을 그저 아름답다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이 곡에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같은 슬프고 쓸쓸한 구석이 있다. ‘Clair de Lune’이라는 제목과 곡조 역시 폴 베를렌의 시 ‘달빛’에서 영감을 받았다. 드뷔시는 후기 낭만파에서 인상파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활동하며 인상주의 음악의 시조가 되었다. 인상주의 음악은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에 반발해 전통 화성을 배제하고 자유로운 기법과 형식으로 색채감 있는 모호함을 표현한다. 이는 마치 프랑스 미술을 귀로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흐는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분류된다. 그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드뷔시의 ‘Clair de Lune’보다 1년 먼저 제작되었다. 인상주의 미술은 순간적 인상을 중시하며 전통적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한다. 드뷔시는 후기 낭만 작곡가이자 초기 인상주의 음악의 거장으로, 두 예술가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 감성을 공유한다. 그런 인상주의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작품으로 평가받는 곡으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이 있다. 이 곡은 프랑스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집 ‘목신의 오후’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으며, 인상주의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목신’은 그리스 신화의 목축신 판(파우누스)을 가리킨다. 드뷔시는 목신의 욕망과 꿈을 여름 오후의 열기가 떠도는 공기처럼 표현했으며, 전통적 기법을 넘어 온음음계와 5음계를 써 독창적 관현악법으로 색채감 있는 몽환적 분위기를 창출했다. 그는 음악을 오선지에 그림을 그리듯 표현해 청중에게 감각적·시적 경험을 선사했다. 처음에는 드뷔시가 말라르메의 시를 허락 없이 사용한 것에 대해 시인이 불만을 표시했으나, 음악을 직접 들은 후 드뷔시에게 찬사를 보냈다는 일화는 이 곡의 강렬하고 감동적인 매력을 잘 보여준다.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드뷔시의 혁신적인 음악 세계를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드뷔시의 두 대표작과 고흐의 작품은 서로 다른 매체로 내면세계를 표현하며 상호작용해 깊은 감동을 준다. 이들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길 추천한다. /박정은 객원기자

2025-11-04

이화영 개인전 ‘옻이 피다’ ··· 경주예술의전당 라우갤러리

도예가이자 화가인 소헌 이화영 작가의 개인전 ‘옻이 피다’가 오는 9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라우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이화영 작가의 40년 예술 여정을 집대성한 자리로, 고타마 싯다르타(석가모니)의 깨달음을 주제로 한 도예 및 옻칠 회화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이화영 작가는 작품의 근간을 ‘연기’(모든 존재의 상호관계), ‘무자성’(고정된 실체의 부정), ‘공’(궁극적 진리)이라는 불교 사상에 두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도태칠(陶胎漆) 기법을 활용한 작품이 주목받는다. 흙의 견고함과 옻의 깊은 색감이 결합된 도태칠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색이 투명해지는 ‘옻이 핀다’의 미학을 담아내며, 자연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완성되는 예술의 생명력을 표현한다. 또한 경주에서 민화를 접하며 시작한 회화 작업은 한국적 심성과 불교적 세계관을 융합한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발전했다. 대표작 ‘시방불’과 ‘불이(不二)’는 만다라 형상과 불경 문구를 통해 생로병사의 순환과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적으로 구현했다. 이화영 작가는 “덧없는 인생에서 반나절의 여유를 얻다는 의미의 ‘부생우득반일한(浮生遇得半日閑)’의 마음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며 “잠시나마 고요와 미소를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4

한국외교의 ‘성공무대’로 부상한 경주박물관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다. 해외 정상이 이곳을 방문한 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50년 만에 공식적으로 경주박물관을 찾은 한국 수반이 됐다. 경주박물관은 그야말로 ‘신라의 정수’를 간직한 곳이다. 박물관 입구 마당의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비롯해 천마총 금관, 가야 기마인물형토기 등 국보만 15점에 이른다. 보물 43점을 포함해 소장 유물이 30만1087점이다. 관람객 수도 올 들어 지난해 전체(135만7552명)를 이미 넘어섰다. 박물관 내 ‘천년미소관’으로 이름 지어진 회담장은 APEC을 맞아 올해 새롭게 지어졌다. 이번에 이곳에서 한미·한중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려 세계 각국의 시청자들은 TV를 통해 원목 느낌을 최대한 살린 천년미소관 내부를 보고 감탄했을 것이다. 천년미소관과 마주 한 자리에는 ‘신라역사관’이 있다. 이곳에선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하는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이라는 주제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특별전은 12월 14일까지 열리니만큼 이번 기회에 우리 국민도 교동 금관(5세기 전반)부터 황남대총 북분 금관(5세기 중반), 금관총 금관(5세기 후반), 서봉총·금령총·천마총 금관(이상 6세기 전반)까지 신라 금관 6점을 관람해보길 권한다. 경주박물관을 정상회의 장소로 추천한 분은 이철우 경북도지사다. 이 지사는 “경주박물관은 신라 유물뿐 아니라 당과 서역의 교류 유물까지 전시돼 있어 역사적 상징성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요국 정상 회담의 최적지로 판단한다”면서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다. 미중 정상회담은 양 정상의 스케줄 때문에 김해공항에서 열리게 됐지만, 한미·한중 정상회담이 경주박물관에서 개최됨으로써 경북도는 신라천년의 문화를 세계에 홍보하겠다는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한미·한중 정상회담은 난항을 겪던 한미 관세협상과 미중 갈등 등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지던 상황에서 열렸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극적으로 관세협상에 합의하면서 오래된 숙제를 해결하는데 성공했다. 미국과의 ‘안보 패키지’ 합의 역시 곧 문서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미동맹이 제 궤도에 올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서해 불법 구조물 문제와 한한령 등으로 갈등을 겪었던 중국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우리 국민은 조심스럽게 지켜봤다. 다행스럽게도 두 정상은 안정적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공감대를 이뤄 그동안의 알력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으로선 경주박물관이 한미·한중 정상외교의 획기적인 성과를 이룬 장소로 남게 됐다. 한국의 국격과 문화, 외교 면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한·미·중 정상들의 협상 스토리까지 간직하게 된 경주박물관이 앞으로 국내외 관광객의 필수 방문지가 되길 기대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