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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핍했던 시대, 구룡포의 자연에 사람의 정성을 더한 국수

나는 몰랐다. 무지한 편견으로 살았다. 국수가 다 그런 줄 알았다. 멸치국물에다 데친 나물 몇 점, 그것은 미나리이거나 부추무침이거나 호박나물이거나 달걀지단 등등 재료들의 향긋함과 고소함. 마늘과 쪽파를 다져 넣고 고춧가루와 참기름이 살포시 내려앉은 고명이면 최고인 줄 알았다. 정작 주인공인 국수의 존재는 무시했다. 무지도 이런 무지가 없었다. 앙꼬 없는 진빵을 먹고 고무줄 빠진 팬티를 입고 돌아다닌 꼴이었다. 1969년 문을 연 구룡포 제일국수공장의 창업자인 이순화(86) 여사의 가없는 이야기를 듣고는 무작정 철규분식으로 향했다. 제일국수공장의 국수만 사용하는 가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쉬는 날이었다. 그 옆에 있는 삼광상회로 발을 돌려 국수를 시켰다. 자그만 양은냄비에 담긴 적당한 양의 국수가 앙증스럽다. 최소한의 부추와 양념이 올라앉아 있다. 먼저 국물을 들이킨다. 적당하게 차가운 향이 그윽하다. 스물아홉 구룡포로 시집 온 이순화 여사 생업 위해 국수공장 한 켠서 일하며 창업 전문가 2명 모셔 직접 배우며 경력 쌓아 ‘해풍국수’ 이름 건 이순화 표 국수 탄생 밀가루•소금•물로서만 만드는 수제국수 기술이 아닌 몸으로 익힌 ‘경험의 산물’ 소금 녹이면서 손가락으로 찍어 맛 보며 감각 키우고 새벽마다 바람부터 헤아려 기계 반죽•열풍기 건조땐 7~8시간 충분 온전한 수제 생산은 빨라도 이틀 넘겨야 날씨•바람 따라 사나흘까지 험난한 과정 면과 육수의 절묘한 조합 면에 도전한다. 편견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혓바닥을 휘어 감는 면발의 부드러운 몸부림이 목젖까지 공격해온다. 너무 매끄러워 그냥 삼켜도 무난할 듯싶다. 쫄깃하다느니 탱탱하다는 진부한 표현은 그만두어야 한다. 제일국수공장의 국수는 그 둘을 합하고도 그윽함과 넉넉함이 넘친다는 표현을 포함해야 한다. 맑은 육수 외에는 별다른 간을 하지 않는다는 삼광상회 주인장의 말을 빌리면, 참으로 적당하게 국수에 소금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면과 육수의 절묘한 조합, 한판의 능란한 블루스를 본다. 필자는 이런 시를 쓴 적이 있다. 제목은 「멸치국수」다. 대략 옮긴다. 웨이브가 농염하네/장작의 부추김이 은근하네/짓이겨 뭉개져도 이마에 남는 마늘 향기/희생과 흔적은 이런 것이라 일러주네/팔팔 끓는 뙤약볕 밀밭의 추억//너무 정직하게 참 착한 햇살과/결 고운 바람 차분한 뒤뜰의 풍경마저 담겨 있네//바다의 뒤통수가 보이네//마치 첫 입맞춤의 그 비릿함의 멸치국수. 이순화 여사는 스물아홉에 감포에서 구룡포로 시집왔다. 공군으로 근무하다 막 제대한 남편은 철부지였다. 식구도 많았다. 남편은 집안일보다 바깥일에 더 열심이었다. 당연히 가정사에는 소홀했다. 문득 남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오빠는 풍각쟁이야>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친정에서는 곱게 자란 여식이었지만 시집온 이상, 뼈를 묻어야 할 가정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 여사는 시장에 자리를 빌려 옹기 장사를 했다. 그때 많은 사람을 알 수 있었다. 날씨를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상의 시작 시장은 사람의 공간이다. 그때 구룡포시장에는 국수공장이 일곱 군데나 있었다. 옹기 장사로는 밥은 먹을 수 있어도 돈을 벌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국수공장의 끄트머리에서 국수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국수를 만드는 방법도 몰랐다. 의욕은 앞섰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본이 부족했다. 그러나 사업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난한 시절이었다. 질보다 양이라고, 고픈 배를 불리는 데 국수만 한 음식이 없었다. 구룡포답게 상품성이 없는 생선이나 지천으로 깔린 푸성귀를 넣고 끓이면 훌륭한 한 끼 저녁식사가 해결되던 시절이었다. 그야말로 배부르면 장땡이었다. 어부들도 먼 바다로 나가면 식사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국수였다. 밤샘 작업을 하고 새벽에 돌아온 어부들의 빈속을 채워주는 뜨끈한 식사이자 해장국으로 칼칼한 어탕만 한 것이 없었다. 맑은 소주와 붉은 어탕으로 내일을 구축하는 머나먼 삶의 설계에, 미약하나마 국수는 삶을 위한 음식이었다. 그것을 ‘모리국수’라 했다. 멸치국수였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렇게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가정은 많지 않았다. 자타공인 전문가 두 분을 모시고 제품을 생산하면서 일을 배웠다. 2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아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직접 국수를 생산했다. 이순화 표 국수는 밀가루와 소금과 물이 전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각이다. 새벽에 일어나면 먼저 바람을 관찰한다. 날씨를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상의 시작이다. 수제로 생산하면 빨라도 이틀 이상 걸려 감각은 경험으로 완성된다. 그리고 그 감각을 계발하고 유지하며 일상적으로 적용하려면 섬세해야 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깨너머로 배우며 눈여겨본 노동에 성실이 더해지면서 이순화 표 국수는 ‘해풍국수’라는 이름으로 거듭 탄생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그냥 국수라고 취급하면 그 차이를 모를 사람이 많을 것이다. 모든 국수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비슷하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국수나 손으로 직접 생산하는 국수는 외형적으로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만드는 사람의 혼이 깃든 제품은 달리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 하려고도 하지 않으며, 구태여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와 효용성을 아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으로 삶의 질을 고양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감하는 능력은 사람이 가진 특별한 재능이다. 그것을 잘 활용하면 기대 이상의 실용적이며 정신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문화의 힘은 누리는 것에 있다. 실용성만 따지면 가치를 공유하지 못한다. 장삼이사의 수준에서 그냥 단순한 실용성에 머물며 만족하고 만다. 그렇게 살아도 크게 문제가 될 것도, 불편할 것도 없으며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옹호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게 되고 자리가 사람의 태도를 바꾼다. 이순화 여사는 염도계의 존재를 모른다. 처음 일을 배울 때부터 전문가들에게 소금의 양을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 조금씩 물에 소금을 녹이면서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며 감각을 키웠다.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면서 익힌 경험의 산물로 굳어졌다. 날씨에 따라 소금의 양이 달라진다. 추운 날씨에는 평소보다 조금 많게, 여름에는 적게 넣는다. 흐린 날씨에는 적게, 바람이 약하면 많이 넣는다. 자연건조를 고집하는 탓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기계로 반죽하고 열풍기로 건조하고 최신 기계로 절단하면 일고여덟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온전하게 수제로 생산하면 빨라도 이틀 이상이 걸린다. 날씨와 바람에 따라서 사나흘도 걸린다. 지금이야 기계로 반죽하지만 처음에는 여물통 같은 됫박에다 손수 밀가루를 치대야 했다. 그 험난한 과정을 비틀리고 굽은 손가락이 증명하고 있다. 글 : 이우근(시인) 사 진 : 김 훈(작가)

2025-11-05

장대표 “K-스틸법 정기국회 내 통과시키겠다”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 특별법)’이 국회 논의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K-스틸법을 통과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법안 추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 대표는 5일 충남 당진상공회의소를 찾아 ‘철강산업 위기 대응 현안 간담회’를 가졌다. 포항, 광양 등과 함께 당진 역시 ‘철강 도시’로 불리는 곳이다. 이 자리에서 장 대표는 “저가 철강재가 유입되고 산업용 전기료가 오르면서 철강업계의 어려움이 커진 걸 잘 알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무너져가는 철강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K-스틸법을 통과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지금 철강산업의 위기는 충청지역 전체의 위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제조업 전체위기로 이어질거라 생각한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낮은 전기료는 산업발전의 원동력이었다”며 “그러나 지금 전기요금이 미국의 2배 가까이 비싸다. 그럼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이념이 에너지 정책에 투영되면서 대한민국이 가야될 에너지 정책 방향과 반대로 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은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말하지만 전기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불가능 할 것”이라며 “철강산업도 마찬가지다. 전기 요금 부담이 모든 산업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는데 지금 에너지 정책은 그에 발맞춰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한미 관세 방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관세협상이 이뤄졌지만 철강산업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결국 외상협상”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합의문이나 팩트시트 하나 받아보지 못했다”며 “일본은 이미 구체적인 합의까지 마쳐서 서명까지 마쳤고 이행되는 단계에 들어섰는데 우리는 어디까지 합의됐는지 모르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상휘(포항남·울릉) 의원도 이날 “철강산업과 포항경제는 서로 맞닿아 있다. 산업의 기반을 지켜내는 일은 곧 지역의 일상과 생계를 지켜내는 일”이라며 “이번 정기국회 내에 K-스틸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K-스틸법은 오는 19일 국회 산자위 법안소위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05

한국폴리텍대학 포항캠퍼스, 한원희 신임 학장 취임

한국폴리텍대학 포항캠퍼스가 지역 산업 수요에 대응한 실무형 기술교육 강화를 본격화한다. 포항캠퍼스는 4일 제19대 한원희 학장 취임식을 열고 산학연계 기반 직업교육 혁신과 지역 주력산업 맞춤형 인재양성 체계 고도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취임식은 이날 캠퍼스 교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원희 신임 학장은 부산대 공과대학에서 학·석사 학위를, 영남대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구직업전문학교 교사, 한국폴리텍대학 영남융합기술캠퍼스 교수·교학처장·부설 섬유기술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25년 이상 직업교육과 기술개발 분야에 몸담아 왔다. 또한 KOICA ODA사업, 국제협력 TFT 운영, NCS 전문가위원, 산업기술혁신평가위원 등 국내외 직업교육·산학협력·기술혁신 영역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한 학장은 취임사에서 “포항은 철강·부품·에너지·배터리 등 국가 산업공급망의 핵심 축”이라며 “지역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산학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기술인재를 양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캠퍼스는 현재 △기계시스템과 △융합산업설비과 △이차전지융합과 △전기과 △제철시스템과 등 포항 철강·이차전지 밸류체인과 연계된 학과 중심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연내 준공될 ‘뿌리산업특화교육센터’를 통해 첨단 실습환경 기반 현장 중심 교육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향후 주요 추진 방향은 △지역 기업과의 산학협력 강화 △현장 실습 강화 및 기술기반 취업 연계 확대 △캠퍼스 교육·연구 인프라 고도화 △지역 신산업(배터리·첨단소재 등) 맞춤형 교육과정 신설 검토 등이다. 한편 포항캠퍼스는 지난 1일부터 5개 학과 직업교육과정(1년) 신입생 모집을 시작했다. 교육비 전액 국비 지원 및 기숙사 제공 혜택이 포함되며, 졸업 후 지역 산업 현장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력 배출을 목표로 한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1-05

국힘 “APEC 성공 李지사 덕분”… 민주 “실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국민의힘·대구시·경상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향해 “경주 APEC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수고가 많았다”라며 격려한 것을 두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실소를 자아낸다”며 발끈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예산정책협의회는 이철우 지사를 비롯한 경북도 주요 간부들, 그리고 대구시에서는 김정기 시장권한대행과 각 실국장 등 고위 간부가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장동혁 당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정희용 사무총장, 구자근 경북도당 위원장, 이인선 대구시당 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총출동했다. 이철우 지사는 이날 정책협의회에 앞서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관련 “경주 APEC 성공은 ‘APEC 정상회의 특별법’, ‘APEC 성공개최 국회 결의’ 등 국민의힘과 국회의 전폭적인 지지와 146만 명 시도민의 서명운동 덕분”이라며 “APEC 성공 유산이 대한민국 발전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포스트 APEC도 챙겨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이철우 지사님이 경주 에이펙의 성공을 이끄는데 수고가 많았다. 지사님의 뜨거운 경북 세일즈가 전 세계 기업에 경북과 경주의 잠재력을 알렸고, 경북이 새롭게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경주 에이펙의 성공 경험이 국가적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당이 잘 뒷받침 하겠다”며 약속했다. 이 지사와 장 대표의 이러한 인사말을 두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장 대표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경주 APEC 성공을 이끄는데 수고가 많았다. APEC 성공은 국민의힘과 국회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라고 했다. 웃음이 났다”라고 언급하면서, “정상회담장에 들어가지도 않은 경북도지사 덕분에 APEC이 성공했다니 참 실소를 자아낸다”며 웃었다고 한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에이펙이 ‘실패했다’라거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하진 않은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며 “각국 정상들과 직접 만나 담판을 짓고 역대급 성과를 거둔 이재명 대통령이 성공 그 이상의 성공을 했다고 국민의힘도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아 어쨌든 감사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장 대표가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의 마지막 예산안 시정 연설이 돼야 한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명백한 대선 불복 선언”이라며 비판하면서 “요즘 장 대표 발언이 참 어처구니가 없다. 시정연설 직전 이재명 대통령의 마지막 시정연설이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명백한 대선 불복 선언이다. 공당의 대표가 했다고 믿을 수 없는 민생을 볼모로 한 협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지난 정권에선 대통령 본인이 연설을 거부하더니 새 정부에 들어서니 의원들이 시정연설 듣기를 거부한다”며 “예산안은 정부의 한 해 살림 계획이기 때문에 꼼꼼히 따지고 비판도 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은 의원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고세리 기자

2025-11-05

포항경제 아카데미, 트럼프 2기 국제정세 진단···“공세적 한미관계 전개될 것”

포항상공회의소가 진행 중인 ‘제16회 포항경제 아카데미’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통상 정책 변화가 한국 경제와 기업 환경에 미칠 영향이 집중 조명됐다. 포항상공회의소(회장 나주영)는 4일 포항상의 회의실에서 상공의원 및 지역 기업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를 초청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국제정세’를 주제로 3주차 강의를 열었다. 민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전략을 △글로벌 무역 재협상 △감세 △규제완화로 요약하며, 특히 에너지 주도권 확립을 통한 제조업 부흥이 1기와 달라진 핵심 변화라고 진단했다. 그는 “1기 정부가 관세를 활용한 무역수지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면, 2기에서는 첨단기술·핵심산업 공급망 재편을 통한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견제 전선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 교수는 “향후 미·중 관계는 ‘2차 무역협상’과 ‘선택적 디커플링’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배터리·우주항공·에너지 등 전략 산업에서 동맹국 중심 공급망이 구조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미관계에 대해서는 동맹의 내구성은 유지되지만 ‘거래 기반 동맹’ 성격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우선주의 통상정책 2.0 속에서 한국 기업은 시장·투자·기술 협력에서 더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강의는 포항 지역 주력 산업인 철강·이차전지·소재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는 만큼, 참석 기업들의 관심이 높았다는 평가다. 한편 포항경제 아카데미 마지막 강의는 11일 같은 장소에서 조용민 언바운드랩데브 대표가 ‘AI 시대 혁신이 성과로 이어지는 실질적 방법론’을 주제로 진행한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1-05

포스코이앤씨, 국내 첫 ‘원격제어 굴착기’ 현장 실증··· 건설 무인화 본격 시동

포스코이앤씨가 국내 최초로 원격제어 굴착기 현장 실증에 성공하며 건설업계의 무인화·스마트건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공동 연구해 지난 9월 여수 화태–백야 도로건설 1공구 월호도 구간에서 원격으로 운용 가능한 굴착기 실증을 완료했다고 5일 밝혔다. 해당 구간은 암반 굴착 작업이 많은 데다 풍랑 등 기상 변수로 인해 월평균 5일 이상 공사가 중단되던 대표적 도서·산간 현장으로, 인력 접근과 장비 운영이 까다로운 구역으로 꼽힌다. 이번 기술은 2023년 포스코그룹과 HD현대가 체결한 ‘건설 무인화 기술 개발 MOU’의 후속 성과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원격제어 굴착기 및 조종시스템을 제공했고, 포스코이앤씨가 기술 운영 프로세스 설계, 통신 인프라 구축, 적용성 및 경제성 분석을 담당했다. 실증에 투입된 원격 굴착기는 내륙 원격조종실에서 실시간 조종이 가능하다. 360도 어라운드뷰 카메라, 접근 감지 레이더, 안전경고등 등 첨단 안전장치가 장착됐으며 △통신 불안정 시 장비 자동정지 △장애물 감지 즉시 중단 등 예방형 제어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장시간 진동·소음에 노출되는 작업자의 피로를 줄이고, 기상 영향으로 발생하는 공사지연도 최소화할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운영 매뉴얼을 정립하고, 국토교통부 스마트건설 표준시방서 반영도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도서·산간·산업단지·대형 인프라 공사 등 원격·무인 적용 현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원격제어 굴착기 실증은 도서·산간 건설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적 전환점”이라며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협력을 강화해 건설현장의 무인화 속도를 높이고, 스마트건설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원격제어뿐 아니라 AI·로봇·데이터 기반 스마트건설 기술력도 강화하고 있다. 2025 CES에서 요철생성로봇으로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서울대 등 공동 산정한 ‘2025 스마트건설기업지수(SCCI)’에서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AA 등급을 획득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1-05

경북도 금오산 일원서 ‘2025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실시

경북도가 5일 구미 금오산 일원에서 ‘2025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실시했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공동 주관한 이번 훈련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5조에 근거한 범정부적 종합훈련으로, 경북도와 시·군, 관계기관 간 협업 체계 구축과 주민 참여형 대피 훈련을 목표로 산림청, 소방, 경찰, 군부대, 한전, KT, 적십자사, 의료기관 등 20개 기관·단체에서 3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광역 연계형 실전훈련으로 진행됐다. 특히, 경북도는 올해 훈련 재난 유형을 ‘대형산불’로 설정하고, 산불 징후 감지부터 초기 대응, 병원·호텔·문화재로 확산하는 복합 재난 대응, 주민 대피 및 통신두절 상황 대응, 야간 진화 작전, 피해 수습 및 복구계획 수립까지 실제 재난 상황 전 과정을 포함한 토론형·현장형 통합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은 금오산 인근 병원·호텔·문화재가 피해를 입은 복합 재난 상황을 가정해 소방·경찰·의료·통신 등 관계기관이 협력하는 통합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특히 안동 만휴정 화재 사례를 참고해 국가유산 명승 채미정에 방염포와 살수 장비를 활용한 문화재 보호 훈련도 병행했다. 훈련에서는 경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구미시 현장통합지휘본부 간 지휘·통신·자원 배분체계를 점검했으며, 김천시와 칠곡군도 협업 대응에 참여해 광역 단위 대응 체계를 검증했다. 또한, 마을순찰대와 자율방재단이 참여해 대피 명령 전달과 취약계층 지원 등 실질적인 대피체계를 점검했다. 아울러 드론 실시간 영상전송, 재난안전통신망(PS-LTE), 산불관제시스템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현장 상황 전파와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높였다. 경북도는 이번 훈련 결과를 바탕으로 산불 대응 및 대피 매뉴얼 보완, 자율대피 훈련 정례화, 기관 간 정보공유 체계 강화를 추진해 ‘도민이 안심할 수 있는 현장 중심 안전시스템’을 지속 확립할 방침이다. 이철우 지사는 “이상기후로 인해 산불은 언제든 초대형화될 수 있으며, 이번 훈련은 그런 상황에 대비한 실전형 대응 역량을 검증하는 자리”라며 “모든 기관이 한마음으로 협력해 주민이 스스로 참여하는 자율대피체계, ‘마 어서대피’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경북형 재난대응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1-05

경북도의회 제359회 제2차 정례회 개회

경북도의회가 6일부터 12월 19일까지 올해 마지막 회기인 ‘제359회 제2차 정례회’를 개회했다. 이번 회기에서는 도정질문을 시작으로 2025년도 행정사무감사, 2026년도 본예산 및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각종 민생 조례안 처리 등 도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안건들이 다뤄질 예정이다. 정례회 첫날인 6일 제1차 본회의에서는 김경숙(비례), 정경민(비례), 이충원(의성) 의원이 도정과 교육행정 전반에 대해 질문을 이어갔다. 김경숙 의원은 영농형 태양광 사업의 개선 필요성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학생 자살 예방을 위한 종합 대응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정경민 의원은 포스트 APEC 시대를 대비한 전략 마련과 저출생 극복, 인구유출 방지 대책 등을 제안했으며, 이충원 의원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확대와 통합신공항 건설 지연에 따른 경북도의 주도권 상실 우려, 가축분뇨 퇴비 활용 활성화 방안을 질의했다. 이어 21일 제2차 본회의에서는 도지사와 교육감의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진행되며, 정한석(칠곡), 손희권(포항), 김창혁(구미) 의원의 도정질문이 예정돼 있다. 또한, 7일부터 20일까지는 도청과 교육청을 비롯한 75개 기관을 대상으로 2025년도 행정사무감사가 실시된다. 이번 감사에는 증인과 참고인 총 673명이 출석해 도정과 교육행정의 추진 상황 및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점검받는다. 위원회별로는 기획경제위원회 15개 기관 82명, 행정보건복지위원회 14개 기관 116명, 문화환경위원회 9개 기관 67명, 농수산위원회 10개 기관 76명, 건설소방위원회 9개 기관 79명, 교육위원회 17개 기관 247명이 각각 출석한다. 도의회는 이번 감사를 통해 행정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필요한 자료를 수집해 향후 예산심사와 정책결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88개 기관을 대상으로 633건의 시정 요구 및 건의를 한 바 있으며, 올해는 그 이행 여부도 함께 점검할 예정이다. 12월 10일 제3차 본회의에서는 2026년도 본예산과 각종 조례안이 처리되며, 12월 19일 제4차 본회의에서는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안 및 조례안 의결을 끝으로 회기가 마무리된다. 박성만 의장은 “의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도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현안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포스트 APEC 시대를 지역 발전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승화시키자”고 강조했다. 이어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은 만큼, 이번 정례회가 경북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굳건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며 내실 있는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사를 당부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1-05

경북도 ‘1030 장애인 직업재활의 날’ 기념행사 개최

경북도가 5일 ‘2025년 경북 1030 장애인 직업재활의 날 기념식 및 어울림마당’ 행사를 개최했다. ‘장애인 직업재활의 날’은 2009년 ‘일(1)이 없으면(0) 삶(3)도 없다(0)’는 의미를 담아 10월 30일로 지정된 이후 올해로 17년째를 맞았다. 경북도는 매년 이 날을 기념해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자립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도내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종사자 및 근로 장애인 등 약 500여 명이 참석해 장애인의 자립과 직업재활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먼저 안동영명학교 댄스팀의 식전 공연으로 막을 열었으며, 장애인직업재활 및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에 기여한 유공자와 우수기관에 대한 표창 수여식이 진행됐다. 이어 어울림마당에서는 시설 종사자와 근로 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장기 자랑과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 진행돼 현장의 분위기를 한층 뜨겁게 달궜다. 또한, 부대행사로 마련된 중증장애인생산품 홍보·전시회에서는 도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생산한 농특산물,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우수 제품이 소개되며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전시회는 중증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인식 제고와 구매 촉진을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오화선 경북도 장애인복지과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라는 말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며 “장애로 인해 차별받지 않도록 장애인 일자리 기반과 직업 훈련 기회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도는 장애인의 자활과 자립을 위한 정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총 34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장애인 일자리 및 드론교육 훈련지원 사업 등을 통해 2704명의 공공일자리를 창출 및 지원하고 있으며, 도내 48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운영해 1297명의 장애인이 직업 훈련을 받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1-05

경북도 ‘2025 항공정책자문위원회 회의’ 개최

경북도가 5일 ‘2025 경북항공정책자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구경북신공항을 중심으로 한 지역 미래 발전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제정된 ‘경북 항공정책 및 공항정책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주관했으며,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와 백승주 전 국회의원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국내 항공·공항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이날 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은 ‘2060 대구경북공항 신 발전구상’을 발표하며, 신공항을 중심으로 공항경제권을 6대 공간권역(공항물류·교육모빌리티·첨단스마트·생명바이오·청정산림·해양에너지)과 6대 산업포트(Air·Biz·Tech·Eco·Life·Culture)로 발전시키는 ‘헥사포트(Hexa-Port) 전략’을 제시했다. 경북도는 이 전략을 통해 2060년까지 총 209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 61조 원의 부가가치 창출, 135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자문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2060 대구경북공항 신발전구상’과 국토교통부의 ‘제4차 항공정책기본계획(안)’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김택환 위원은 “신공항 사업은 국책사업으로 추진돼야 하며, 정부의 재정지원 명확화와 연계 인프라 동시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호 위원은 생명바이오권역에 ‘바이오-콜드체인 항공운송 패스’ 도입과 청정산림권역에 ‘치유웰니스 관광 인증센터’ 및 ‘국제 보험 연계 프로그램’ 구축을 제안했다. 김제철 위원은 “대구·경북은 5개 공항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항공 관련 법령 정비를 통해 지방공항의 다각화와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주 공동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대구공군기지는 70여 년간 대한민국 항공 국방의 중추 역할을 해왔지만 노후화됐다. 시민들의 이해와 합의로 이전이 추진된 만큼 정부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금희 공동위원장은 “대구·경북은 신공항사업을 중단 없이 협력해 왔으며, 대통령께서 군공항사업은 국가사무임을 명확히 밝힌 만큼 정부의 지원과 입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1-05

APEC 정상회의 지방의 힘으로 만든 글로벌 성공신화 썼다

이철우 지사가 5일 국립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에서 ‘2025년 APEC 정상회의 성과’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경주가 세계 외교·경제·문화의 중심지로 우뚝 선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이 지사는 “인구 25만의 지방 중소도시에서 국제행사를 개최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어렵다고 했지만, 경주의 역사와 경북의 저력이 있었기에 단 한 번도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의 말처럼 경북도는 짧은 준비기간과 세계정세의 불안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APEC을 준비했다. 80차례의 중앙-지방 협의, 100여 회의 현장 점검, 1000개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에 이 지사는 “지방이 주도하고 중앙이 확인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를 위해 경북도는 300일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회의장과 미디어센터를 완공했다. 화백컨벤션센터는 ICT 인프라와 와이파이7 기반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갖췄다. 경북도는 APEC 이후에도 화백컨벤션센터를 1만6000㎡ 규모의 공간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또한, 한미·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천년미소관’은 한옥 양식의 건축미와 역사적 상징성을 더해 세계 정상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 지사는 “천년미소관은 앞으로 K-컬처와 한류를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보문단지 내 숙박시설은 고급화됐으며, 도로 정비와 야간경관 사업으로 경주는 ‘낮보다 밤이 더 환한 도시’로 변모했다. 황리단길, 불국사, 석굴암 등은 세계적 관광지로 부상했으며, 경주의 먹거리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번 APEC을 통해 경북도는 3조8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1700여 명의 경제인이 참석한 CEO 서밋은 역대 최대 규모로, K-테크 쇼케이스에는 1만4000명이 방문해 경북의 기술력을 확인했다. 이 밖에도 경북도는 몽골과 탄소감축 MOU, 캐나다 퀘백주와 AI·에너지 협력 MOU를 체결하며 지방정부의 국제교류를 확대했으며, 베트남 주석과의 만남에서는 새마을 세계화 사업을 논의하며 문화외교도 실현했다. 여기에 한복패션쇼, K-Pop 콘서트 등 문화행사를 통해 경주의 문화 DNA가 세계에 전파됐으며,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IMF 총재 등 세계 지도자들이 경주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냈다. 이철우 지사는 “APEC 정상회의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도정 발전의 모멘텀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포스트 APEC 사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북도는 3대 분야 10개의 포스트 APEC 사업과제를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북도는 경북연구원과 함께 현재 △경제 레거시(경주 CEO Summit 창설, APEC 퓨처 스퀘어 건립, 경북 AI 새마을 운동 전개) △문화 레거시(문화분야 다보스포럼 ‘세계경주포럼’개최, APEC 문화전당 건립, 보문단지 大리노베이션, APEC 개최도시 연합 협의체 구축) △평화 레거시(APEC 글로벌 인구협력위원회 창설, 신라통일평화정원 조성, 남부권 한반도 통일미래센터 건립) 등 10개의 포스트 APEC 사업의 구체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앙부처와도 꾸준한 업무협의를 통해 Post APEC 사업의 국비확보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지사는 “자원봉사자, 거리 청소, 바가지요금 근절 캠페인 등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APEC 성공의 일등 공신”이라며 “경북 경주의 힘으로 세계를 감동시켰고, 그 울림이 지역 발전의 메아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1-05

3주 걸리던 한우 건식숙성, 적외선으로 ‘2일’ 만에···농진청, 신기술 현장 공개

소고기 건식숙성에 2~3주가 걸리던 기존 방식이 단 이틀로 단축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소고기 표면에 적외선 열을 조사하고 고기 내부 온도보다 2도 낮은 냉풍을 동시에 처리하는 ‘적외선 건식숙성 기술’을 개발하고, 5일 충북 청주 유가한우에서 현장 평가회를 열었다. 이번 기술은 고기 표면의 수분활성도를 약 80% 수준으로 조절해 세균 증식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고기 내 효소 반응과 풍미 미생물 생장을 촉진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육질 연도(부드러움)는 기존 대비 약 25% 개선, 풍미는 1.5배 증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숙성 기간이 기존 21일 → 2일로 대폭 단축되면서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량 손실과 위생 관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장치 가격도 기존 숙성고 수준으로 책정되어 중소 정육점과 외식업체의 도입 부담을 낮췄다. 한 번에 숙성 가능한 용량은 30~40kg으로 라디오파 숙성장치 대비 약 2배, 전력 소모는 절반 수준이다. 현재 특허 출원 및 실증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일부 업체에서는 시범 판매까지 시작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저지방 부위(앞다리·우둔·설도 등)의 맛과 활용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농가 소득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축산물 유통·외식업계와 협력해 시장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현장 시연회에서는 기술 설명, 장치 운영 시연, 건식숙성육 시식 평가 등이 진행됐다. 경북 한우산업계에 밝은 한 전문가는 “경북은 전국 한우 10대 주산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대표 생산지임을 고려할때, 이러한 기술만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생산-유통-소비로 이어지는 서플라이체인 전반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개발로 경북 한우산업의 성장을 도모할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1-05

창조적 파괴 이론 기반 AI 비즈니스 모델 세미나, 대구서 개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윤진효 교수(오픈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주임교수)가 주도하는 ‘제14차 연례 비즈니스 모델 개발 세미나’를 오는 12월 11일, 12일, 15일, 16일, 17일 대구연구개발특구본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5일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며, 대구연구개발특구본부와 달성군청의 지원을 받아 참가자에게 교재, 툴킷, 점심 도시락을 무료로 제공한다. 특히 윤 교수가 집필 중인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Cambridge University Press) 단행본 교재 초안(약 900쪽 분량의 PPT)이 제공되며, 해당 교재는 독일 호엔하임대학교 강의에 활용 중이다. 윤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3단계 비즈니스 모델 방법론을 중심으로 강의한다. 1단계는 육하원칙(5W1H)을 활용한 모델 도출, 2단계는 기업·엔지니어·소비자·사회적 혁신 관점의 접근법 적용, 3단계는 ‘ABCD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법론’(Adding, Boning, Coupling, Decoupling)을 다룬다. 세미나에는 국내 석학들도 강연자로 참여한다. 서울대 윤주현 교수(디자인씽킹 기반 BM), 이화여대 이상돈 교수(지속가능 환경과 BM), DGIST 안흥주 교수(수학적 이해), 상지대 박경배 교수(시스템 다이내믹스), KISTI 정의섭 박사(특허 관점 BM), 특허법인 태백 주완종 변리사(BM 특허 논리), DGIST 조효비 박사(실습 세션) 등이 강의한다. 윤진효 교수는 “필립 아기옹과 피터 하윗 교수의 ‘창조적 파괴’ 이론을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세미나는 14년간 국내 비즈니스 모델 연구 확산에 기여해왔으며, 서울대·KAIST·포스텍 등 주요 대학으로 강좌가 확대되고 있다. 참가 대상은 교수, 예비 창업자, 기업 BM 개발 부서 관계자, 중소기업 대표, 사회적 기업가, 대학원생 등이다. 오프라인 세미나로 진행되며, 참가 신청 문의는 이메일(qiaoke@dgist.ac.kr) 또는 전화(053-785-4414)로 가능하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1-05

포항 철강산단, 9월 생산·수출 단기 반등

포항 철강산업단지가 9월 들어 생산과 수출 실적이 전월 대비 회복세를 보였으나, 연간 누계 기준으로는 여전히 전년 대비 감소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재 수요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 주요 산업 경기 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이 5일 발표한 ‘포항철강산업단지 경제동향(2025.9월말 현재)’에 따르면 포항 철강산단의 9월 생산액은 1조1605억 원으로 전월 대비 5.5%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1.3% 늘었다. 이로써 올해 1~9월 누계 생산액은 10조4974억 원을 기록했으나,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한 수준이다. 연간 계획 대비 달성률은 90%다. 수출도 금융·교역 불확실성 속에서도 회복세가 나타났다. 9월 수출액은 2억5645만 달러로 전월 대비 30.6%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1% 소폭 증가했다. 다만 올해 누계 수출액은 24억1268만 달러로 전년 대비 6.3% 줄었다. 연간 계획 대비 달성률은 93% 수준이다. 철강단지 가동률은 90%(356개 기업 중 320개 가동)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고용 인력은 1만3367명으로 전월 대비 33명, 전년 동월 대비 161명 감소했다. 숙련 기술직 중심의 완만한 인력조정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재고 조정과 조선·자동차·건설 등 내수 제조업의 회복 정도가 실적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의 저가 수출 확대, 미국·유럽의 통상 규범 강화,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지역 철강산업계에 밝은 한 전문는 “생산과 수출이 단기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수요 회복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 경쟁 압력이 심화되고 있다”며 “정책적으로는 K-스틸 법 제정, 공급망 안정 협력, 고효율·저탄소 전환 투자 지원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1-05

위덕대 특수교육학부, 지역‧대학 동반성장 연구 공모전 우수상 수상

위덕대학교 특수교육학부 졸업생 이승현씨(대전가원학교 교사)와 재학생 곽효리씨가 지난달 31일 경북대학교 RISE연구센터가 주최한 ‘제1회 지역·대학 동반성장 방안 연구 공모전’에서 연구아이디어 부문 우수상(한국연구재단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은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장애인 특성학과 맞춤형 학위 기반 평생교육 모델 연구’를 통해 지역대학이 장애 청년의 학습권 보장과 지역 정주 인재 양성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아이디어는 지자체·대학·시민단체가 협력해 장애인 특성학과를 중심으로 맞춤형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경북형 평생학습-학위 연계 모델’을 구상한 것으로 장애 및 경계선 지능 청년의 고등교육 접근성 향상과 지역사회 정착 지원을 위한 실천적 방향을 담고 있다. 이승현 졸업생은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한다면 장애 청년의 학습권 보장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으며, 곽효리 학생은 “특수교육 전공자로서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실천적 연구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 사람은 비영리단체 ‘징검다리’에서 활동하며 위덕대학교 RISE사업단 ULB+센터의 지원을 받아 지역 내 장애 학생 및 경계선 지능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회성 향상 및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이번 수상은 이러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연구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결과로 평가된다. 위덕대학교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지역사회와 연계한 포용적 교육 실천을 강화하고 대학이 지역 협력과 혁신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05

포항대 신소재배터리계열, 국제 배터리 엑스포 현장서 실무 역량 강화

포항대학교 신소재배터리계열 재학생들이 지난 3일 포스텍 대학체육관에서 열린 ‘국제 배터리 엑스포 2025 포항’에 참관해 현장 중심 실무 역량을 쌓았다. 이번 프로그램은 교육부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특화 산업인 이차전지 분야의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현장 교육의 목적으로 진행됐다. 포항시가 ‘국가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가운데 포항대학교는 지역 산업 수요에 맞춘 실무형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RISE사업단이 마련한 ‘취·창업 박람회’ 프로그램에 따라 개막식 참석 후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피엔티 등 국내 선도 기업과 노르딕 3국(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대사관 부스를 방문했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양극재·음극재 등 핵심 소재부터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자원순환)에 이르는 배터리 산업 전주기 기술을 직접 확인하며 산업 구조를 체계적으로 이해했다. 이론으로 배운 내용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접목해 보는 경험을 통해 전공 역량과 진로 설계의 동기를 얻는 계기가 됐다. 또 LG에너지솔루션 김제영 CTO의 기조연설과 독일 프라운호퍼 IPA가 참여한 ‘배터리 순환경제’ 세션 등 글로벌 세미나를 통해 국제 기술 트렌드와 산업 비전을 폭넓게 체득했다. 오효준 포항대학교 RISE사업단 K-U시티 사업팀장은 “RISE 사업의 성공은 지역 산업과의 긴밀한 연계에 달려 있다”며 “포항이 K-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성장하는 과정에 학생들이 함께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현장 참관이 학생들에게 배터리 산업의 생생한 흐름을 경험하고 차세대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05

포항공대 학생창업팀,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대상 수상

우리나라 민간 최대 규모의 창업경진대회에서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학생창업팀이 최고상인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달 29일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창업기업 ㈜스냅스케일이 아산나눔재단 주최 ‘2025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예비창업 트랙에서 대상을 받았다. 스냅스케일이 개발한 ‘Simula.ai’는 EPC(설계·조달·시공) 기업의 복잡한 공정 설계 과정을 자동화하는 제조 특화 생성형 AI 솔루션으로 기술 혁신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이번 성과는 아이디어 발굴부터 사업화, 법인 설립까지 이어지는 포항공대의 전주기 창업지원 체계가 결실을 맺은 사례로 평가된다. 포항공대 창업지원팀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아이디어 발굴 △사업성 검증 △기술 고도화 △법인 설립 및 보육 등 전 단계를 아우르는 맞춤형 창업 로드맵을 운영하며 학생 창업가를 지원하고 있다. 스냅스케일은 ‘테크 스타트업 런치토크’와 ‘JTBD 부트캠프’에서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UGRP 창업트랙(우수상)’과 ‘POSTECH Mini TeX Corps(우수상)’를 거치며 사업 모델을 구체화했다. 이후 ‘포스코 IMP’와 ‘현대차 제로원’ 등 대기업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력을 검증받았으며 현재는 ‘스타트업 그라운드’에 입주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 중이다. 김상윤 스냅스케일 대표는 “창업 과정의 수많은 난관을 대학의 단계별 지원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며 “아이템 발굴부터 사업화까지 모든 단계에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정수 포항공대 산학처장은 “이번 수상은 대학 창업지원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입증한 사례”라며 “앞으로 더 많은 학생이 도전할 수 있는 ‘포항공대형 창업 성공 모델’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05

정부, 첨단 의료기기 R&D에 7년간 9400억 투입···‘세계 최초·최고’ 6건 개발·필수 13건 국산화 겨냥

정부가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총 9408억 원(국고 8383억, 민자 1025억)을 투입하는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2기)’을 본격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4개 부처가 함께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세계 최초 또는 최고 수준 의료기기 6건 개발과 필수의료기기 13건의 국산화를 목표로 삼았다. 전주기 R&D 지원을 통해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선점과 보건안보 역량 강화를 동시에 노린다. 정부는 11월 5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사업 설명회를 열어 내역사업과 2026년도 신규과제 추진일정(안)을 안내하고 산‧학‧연‧병 의견을 수렴했다. 사업은 △글로벌 플래그십(게임체인저) 의료기기 개발 △핵심 코어기술·제품 개발 △의료현장 진입역량(임상·규제과학) 강화로 구성된다. 집중 육성 분야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진단/치료) △유헬스케어 △의료용 로봇 △의료용 임플란트 △중재의료기기 △차세대 분자진단 등 6대 영역이다. 이번 2기는 2020~2025년 수행된 1기 사업의 성과를 잇는다. 1기는 최근 5년간 국내외 인허가 433건(국내 331·해외 102), 기술이전 72건, 사업화 254건을 기록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인공신장기용 혈액여과기 국산화와 AI 기반 뇌경색 진단보조 소프트웨어의 세계 최초 허가 등 대표 성과도 나왔다. 이번 2기는 이러한 모멘텀을 유지·확대해 연 매출 100억 원 이상 의료기기 9건 창출, 상급종합병원 22건 도입을 성과지표로 설정했다. 재원은 부처별로 복지부·과기정통부·산업부가 각 2972억6000만 원(국비 2649억4000만, 민자 323억2000만), 식약처가 490억5000만 원(국비 435억, 민자 55억5000만)을 담당한다. 정부는 “첨단 의료기기 산업을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며 “연구현장 의견을 반영해 임상–인허가 병목을 줄이고 시장진입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1-05

해와 달의 길-장기 일출암(日出岩)

산다는 거, 가만히 응시하면 그래, 주관은 없어, 객관의 일직선을 증명하는 것 장기천을 걸으며 느꼈네 그 끝과 시작에 일출암이 있네 그냥 바위지만 큰 법당이네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순간을 의무적으로 지탱하고 있네 지나치는 길이라 눈여겨 보지 못할 변방이라 해도 차라리 그곳이 구룡포의 배꼽 가만히 바라보면 삶이 무력하고 고달파도, 바다를 바라보는 것 선험(先驗)이 그런 것이라고 넌지시 옆구리를 파고 든다 가치를 모르는 삶이 너무 많기에 하찮은 존재들이 오히려 나를 구축한다 나로서는 그리 생각하면 안 되지만 고마운 일이었다 대충 잘 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라고 일출암은 지적한다. ….. 일출암을 기준으로 해와 달의 길을 되짚어본다. 장기천은 그 좁은 수량에 감당하지 못할 역할을 거뜬히 수행하는데, 의미는 부여함으로 가치를 획득한다. 늘 갈숲 바람이 적당하다. 일출암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고고해서 스스로 빛난다. 육당 최남선이 동해십경의 하나로 명명한 것은 탁월한 식견의 결과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모른다. 인생은 관광이 아니라 여행이 되어야 한다. 한때 불려지고 마는 유행가가 되면 안 된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1-05

감천마을, 읽다

부산을 찾았다. 부산문인협회가 주관한 시화전에 전국의 문인협회에서 작품을 보내고 참석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경주문협에서 보낸 시화가 전시실 입구에 걸려있었다. 늘 보던 사람들처럼 친근하게 다가온 부산 문협사람들의 감성에 마음 또한 달달해졌다.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시화전 공간은 가득 찼고 식순이 끝났다. 부산문협이 계획한 부산투어가 시작되었다. 오년 전 소문으로 찾았던 감천마을이 스케줄에 있어서 변화를 볼 좋은 기회를 갖게 되어 마음이 들떴다. 감천 문화 마을의 동남쪽에는 천마산이 있고, 북동쪽에는 아미산과 연결되는 아미 고개가 있다고 한다. 아미 고개를 지나면 화장골로 유명했던 아미동 골짜기로 이어진다는 설명을 들었다. 남쪽에는 감천항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 구덕산이 솟아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지형이 그렇듯 산을 배경으로 도시가 형성되는데 감천마을은 어찌보면 산을 개간해 산의 아래에서 위로 아니면 위에서 아래로 마을이 수평과 수직을 이룬 큰 마을이다. 감천 문화 마을은 산기슭을 따라 밀집한 슬라브의 작은 집과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다. 2009년 예술 창작 단체인 ‘아트팩토리인다 대포’ 주도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 미술 프로젝트’로 마을 곳곳에 조형물 10여 점을 설치하였다. 그들이 참여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마을 곳곳에 공공 미술 프로젝트로 인해 미관 개선 사업이 이루어졌으며 ‘부산의 마추픽추’로 이탈리아의 ‘친퀘테레’를 닮은 마을, 또는 성냥갑 같은 집들이 레고를 쌓은 것 같다하여 ‘레고 마을’이라고도 불리고 있다니 사람의 힘이, 노력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2010 콘텐츠 융합형 관광 협력 사업’에 선정돼 문화 예술촌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고 여러 곳이 새로운 색으로 의미를 둔 계획이 변화를 주었다. 마을의 빈집을 예술 창작실 혹은 갤러리로 개조하거나 북카페, 식당, 민박집 등으로 만들고, 마을 공터와 옥상을 생태 정원으로 바꾸는 등 주민 생활환경 개선 사업이 추진되었다. 현재 이 지역에도 기존의 동네 사람들이 살고 있어 편의시설과 일상이 이루어진다. 낯선 사람들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는 일도 있을 것이고 이익을 추구하며 그것이 번잡한 일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련만 찾아온 사람들은 호기심을 갖고 기웃거린다. 들어가 만지고 사기도 한다. 지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집 아래 집이 있고 또 그 아래 집이 있는 달동네라고 불리던 곳이지만 현재 보이는 대부분의 공간은 판매소가 되었다. 무엇인지를 꺼내놓고 상업을 시작한 곳이 살림살이만 하는 집들에 비해 무지 많다는 것이고 사람들의 눈길에 붙잡힌 곳은 사람들로 붐빈다. 색색의 건물과 지붕이 사람과 무관하게 커다란 도화지에 유채색을 입힌 화려한 인상을 주는 공간이 언제부터인가 기존의 사람들을 살리는 공간이 되었다. 감천마을은 1950년대 6·25 전쟁 피난민과 태극도 신도들이 모여 산비탈에 집단으로 형성된 마을에서 유래되었다. 당시 ‘태극도 마을’로 불렸으나 2009년과 2010년 미로미로 골목길 프로젝트와 같은 공공 미술 사업을 통해 현재와 같은 ‘감천 문화마을’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계단식으로 이어진 집들과 미로 같은 골목길이 특징이며, 작은 소품 하나에도 색다르게 인식하게 되는 사람들로 인해 사람이 범람하는 공간이 되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사람의 물결 속에서 함께 섞여 앞으로 나아갔다. 오년은 사람과 배경을 바꿔놓기에 충분하다. 어린 왕자 캐릭터가 귀엽다. 그곁에서 인증 샷을 찍기 위해 즐비하게 줄을 선 젊은이들을 본다. 한 장의 추억사진을 찍는 포토 존이 되었고 지붕은 컬러로 덧칠되어 있고 곳곳이 간식거리로 가득하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온 곳이라고 적힌 작은 가게가 보이고 외국인이 좋아할 음식들이 가득하다. 구 할이 외국인이다. 넘실되는 이방인 속에 나도 이방인처럼 걸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사람이고 사람이 만든 새로운 공간이 또한 사람으로 가득하다. 단체 사진을 몇 컷 찍고 돌아서 나오며 그곳에 꽃이 피어 있듯이 낡은 건물들이 덧칠을 하고 다시 사람 사는 공간이 되어 우뚝 솟아 있었다. 추억 사진 한 장이 웃는다. /배문경 수필가

2025-11-05

공존인가 공멸인가

MAD(Mutual Assured Destruction·상호확증파괴), GPU(Graphics Processing Unit·그래픽처리장치), AV(Auronomous Vehicles·자율주행자동차). 서로 다른 표현이지만, 이들 셋은 오늘 인류가 서 있는 좌표를 가리킨다. 상호확증파괴는 냉전이 자칫 서로 확실히 멸망시킬 수 있음을 뜻했고, 그래픽처리장치는 인공지능 혁명의 심장을 움직이는 반도체를 지칭하며, 자율주행은 인공지능이 물리적 이동 세계에 스스로 개입하는 첫 신호다. 셋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인간 문명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실행하고 움직이는 기계’와 공존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인공지능 AI의 시대가 열렸다. NVIDIA 창립자 젠슨황은 최근 ‘대한민국이 AI시대를 열어갈 나라’라고 치켜세웠다. 그 시선에는 두 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째, 한국은 초고속 네트워크와 반도체 인프라, 그리고 교육열이 결합된 기술기반 성장생태계를 갖고 있다. 둘째, AI를 둘러싼 사회적 흥미와 논쟁, 관심 수준과 유발 동기가 활발하다는 점이다. 과학과 기술뿐 아니라 철학과 윤리의 언어로 AI를 적극적으로 논하는 토양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한국을 ‘AI 사용자’를 넘어 ‘AI문명의 설계자’로 여긴다는 의미다. 기술의 지평은 늘 그림자를 동반한다. 계산하고 사고하는 속도는 인간의 능력을 수천수만 배 앞지르겠지만, 빠름이 곧 출중한 지혜와 궁극의 효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AI는 논리적이고 효율적이며 냉정하다. 효율의 논리는 인간의 감정과 공감적 배려를 배제한다. 전쟁터에서 효율은 곧 ‘선제 공격’의 합리성이다. 냉전의 상호확증파괴가 핵무기 억제를 통한 공포의 균형을 유지했다면, AI시대의 MAD는 알고리즘이 서로를 감시하며 자동보복할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전 세계 군사 강국들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방어시스템을 실전배치 중이다. 레이더 감지, 목표식별, 요격경로 계산까지 대부분이 자율적 루틴으로 돌아간다. 그런 과정에서 인간의 사고와 판단이 점점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입력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곧 존재 이유인 AI에게 ‘멈춤’이라는 개념은 없다. 두 AI 체계들이 서로를 위협으로 인식하면서 반응한다면, 인간의 의도나 공존의지와는 무관한 ‘기계 간 상호확증파괴’로 번질 수 밖에 없다. 기술은 ‘결정의 속도’를 다툰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신호등의 오작동을 0.01초만 늦게 인식해도 참사가 벌어지듯, AI의 순간적 오판은 핵 버튼보다 빠르게 인류의 안전망을 무너뜨릴 터이다. AI의 자율성은 편리함의 상징이지만, 자율이 윤리성을 대체하고 나면 모두는 ‘공포의 균형’ 속으로 빠져든다. 젠슨황이 기대한 ‘AI 여명의 국가’라는 표현은 한국이 기술적 능력뿐 아니라 인류적 성찰의 책임과 윤리성을 함께 짊어져야 함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AI는 현대인간이 만든 거울이다. 거울 속에 탐욕과 경쟁을 투사하면, AI는 냉정한 방식으로 이들을 증폭시킬 것이다. 공존과 평화의 알고리즘을 심는다면, AI는 인류의 새로운 동반자가 되지 않겠나. 인류는 이미 MAD의 공포를 이겨낸 기억이 있다.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윤리의 진화를 장착해야 한다. 인류는 AI가 공멸이 아닌 공존을 가져오도록 기대해야 한다. /장규열 본사 고문

2025-11-05

정부와 국회는 철강산업 지원에 총력 쏟아라

철강산업이 생존 위기에 직면하자 국내 3대 철강도시와 국회, 노동계, 업계 전반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4일 철강 수출기업 금융지원(5700억원 규모)을 포함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공급축소 등 업계의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동안 철강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조치도 빠졌다. 국내 조강 생산의 93%를 차지하는 3대(포항, 광양, 당진) 도시는 지난 3일 단체장 긴급 영상 회의를 열고 범정부 차원의 즉각적인 지원조치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발표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한 단체장들은 한·미 간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한국산 철강은 여전히 50%의 고율 관세가 유지되는 상황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협상과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K-스틸법’ 조속 제정 등을 건의했다. 민주당 어기구(당진) 의원과 국민의힘 이상휘(포항남·울릉)·김정재(포항 북)의원, 한국노총, 포스코그룹 노조연대, 전국금속노련도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스틸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K-스틸법은 철강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탄소중립 전환과 공급망 재편에 따른 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철강업계의 최대 현안은 관세인하다. 우리나라 철강업계는 지난 6월 미국 안보의 핵심 품목으로 묶여 50%의 고관세율이 적용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대 수출국인 유럽연합(EU)도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했다. 이로 인해 우리 철강업계는 고율의 관세에다 구조적 수요 부진, 중국산 저가 수입재 범람, 탄소중립 압력 등으로 전방위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러한 위기에도 정부 대응은 소극적이다. 유력한 돌파구 중 하나가 K-스틸법인데 국회마저 이 법안처리를 뭉개고 있다. 국가 산업경쟁력의 토대를 이루는 철강산업 지원에 정부와 국회가 왜 이처럼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지 납득할 수 없다.

2025-11-05

李 대통령 지방우대···실효적 성과로 이어져야

역대 정부마다 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삼았지만 성과는 제로다.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구성비 과정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수도권 면적은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수도권 인구는 1960년 경제 성장기부터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다. 2000년을 고비로 인구의 50%가 넘는 사람들이 수도권에 산다. 국가 국토균형발전 정책의 사실상 실패를 뜻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수도권 집중 완화와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우대 재정원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원칙에 따라 아동 수당 등 7개 재정사업을 비수도권 지역에서 더 많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겠다고 했다. 또 “앞으로 재정이 수반되는 국가사업에는 지방 우대정책을 지속 확대할 것”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국가 균형발전과 관련한 언급을 자주했다. “균형발전은 국가 생존전략”이며 “지방은 배려가 아닌 필수”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 지방우대 재정원칙도 지난 8월 전국시도지사 간담회서 밝힌 내용을 시정연설에서 다시 확인한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격차가 커진 우리나라는 지금 과밀과 소멸이란 상반된 과제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수도권에는 인구가 집중 쏠리면서 집값 폭등, 교통 혼잡, 공해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반면 지방은 청년들이 떠나면서 노령화가 확대되고 텅텅 비어가는 도시 슬럼화를 걱정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의하면 전국 시군구 가운데 100군데가 넘는 곳이 인구소멸지역으로 조사됐고, 그 중 90%이상이 지방소재 시군구다. 이들 도시는 젊은층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면서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된 나라는 없다. OECD 국가 중 인구밀도 1위다. 이 대통령의 지방우대 재정원칙이 수도권 일극체제 완화와 지방소멸을 막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실어 실효적 성과를 내길 바란다.

2025-11-05

‘선 넘지 말기’

몇 년째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이 제법 있다. 처음 유튜브에 눈 떴을 때는 지식과 역사 채널을 골라 봤다. 너무 현학적이거나 편파적이고 흥미 본위의 채널이 성향상 맞지 않아 두어 채널만 남기고 빠져나왔다. 대신 어쩌다 보게 되면서 하나둘 늘어난 것이 국제결혼 가족들의 일상 채널이었다. 미국 남성과 한국 여성이 결혼하여 미국 텍사스의 삶을 보여 주는 ‘올리버쌤’은 구독자가 226만이나 되는 참 건강한 채널이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나 제도, 교육방식 등을 비교하기도 한다. 두 딸을 키우면서 집에서는 한국어만 쓰는 부부는 종종 한국에 와서 처가식구들과 한달살이를 한다. 그들은 강아지도 진돗개를 키운다. ‘소피아패밀리’는 그리스 여성과 한국 남성이 결혼하여 한국에서 사람 사는 냄새 풍기며 알콩달콩 사는 일상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한국 남편은 커다란 웃음소리가 정겹고, 아름다운 아내는 제법 한국식 농담을 받아넘긴다. 딸 하나에 두 아들이 있는데, 최근 넷째 아이를 가져 구독자들에게서 애국자로 칭송받고 있다. ‘한국 사는 따냐’는 우크라이나 여성이 착한 남편, 너그럽고 이해심 많고 유복한 시댁 식구들의 지지로 아들 하나 낳아 키우며, 신나는 한국살이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처음 구독 시작했을 때는 채 5만이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40만 가까이 구독자가 늘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쌍둥이 언니가 종종 실감나는 전쟁 상황을 보여 주기도 한다. 지금은 갓 돌 지난 아들 키우는 재미와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정엄마와 대부의 먹방 영상이 많다. 몇 개월 전부터 구독 시작한 ‘태국박서방 TV’는 태국 부인과 결혼한 한국 남성의 태국살이 채널이다. 처음 접했을 땐 3만 정도였던 구독자가 그새 10만이 넘어 실버버튼을 받더니 지금은 15만이 훌쩍 넘었다. 태국의 시골에 살면서 허름했던 처갓집을 새로 짓고 가전제품을 하나씩 들여주는 영상이 몇 달 계속되는 사이에 폭발적으로 구독자가 많이 는 것 같았다. 최근에는 인근의 초등학교에 에어컨을 기증하고 설치하여 주는 영상을 보내주더니, 지난주에는 이웃과 함께 김장을 하고 수육을 삶아 나누어 먹으며 훈훈하고 따뜻한 한국 문화를 전파하기도 했다. 일상 유튜브 채널이라도 민낯의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진 않는다. 컨셉을 정해 편집을 거쳐 정제되어 나온 콘텐츠임에 틀림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상 이면의 삶이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이 들어 신뢰가 간다. 그러므로 부담없이, 미소지으며 보게 되는 것이다. 문득 ‘선 넘지 말기’라는 말이 떠올랐다. ‘선 넘지 말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넘지 말아야 할 물리적 심리적 경계를 지키는 것으로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상대가 불편해하는 행동은 자제하는 매우 이성적이되 이상적인 태도이자 특히 부부와 같은 친밀한 관계일수록 더욱 요구되는 태도가 되겠다. 국제 커플들은 문화와 언어 차이 덕분에 오히려 ‘선 넘지 말기’가 가능하게 되었고, 이들 부부와 그 주변의 가족들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5-11-05

몸의 구조가 무너지면 몸 전체가 아프다

사람의 몸은 뼈와 근육이 단순히 연결된 형태가 아니라 정교하게 짜인 균형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 균형은 마치 건물의 기둥과 같아서 어느 한쪽이라도 기울면 다른 부위까지 영향을 주며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허리가 틀어지면 어깨가 뻣뻣해지고 골반이 기울면 무릎이 아프며 목의 긴장이 심해지면 두통이나 어지럼 불면이 따라온다. 결국 통증이란 아픈 곳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 구조의 불균형이 만든 결과물이다. 현대인은 대부분 하루 종일 앉아서 생활한다. 컴퓨터, 스마트폰, 운전 등의 구부정한 자세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생활패턴은 근육의 균형을 깨뜨리고 특정 근육은 계속 긴장된 채로 굳어버리며 반대로 다른 근육은 점점 약해져 제 기능을 잃는다. 시간이 지나면 뼈의 정렬이 틀어지고 관절은 비정상적인 압력을 받아 근막이 서로 끌어당겨 몸이 틀어지고 전신의 통증이 시작된다. 특히 목·어깨·허리·골반은 몸의 중심축으로 이 네 부위가 무너지면 나머지 근육들이 보상작용을 하며 몸 전체가 뒤틀린다. 통증의 원인은 약해진 근육과 과도하게 긴장된 근육이 공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리가 아픈 사람은 허리 근육이 강해서가 아니라 복부나 엉덩이 근육이 약해 허리만 혼자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허리를 아무리 마사지하거나 약을 먹어도 구조가 바르지 않으면 근본적인 회복은 어렵다. 몸을 바로 세우려면 단순히 근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근육의 길이와 긴장도를 함께 조절하는 운동과 스트레칭이 병행되어야 한다. 근육이 뭉치면 기혈이 통하지 못하고 통하지 않으면 통증이 생긴다. 침 치료나 약침 추나치료는 바로 이 막힌 길을 뚫어 기혈 순환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매선요법은 근막층에 특수실을 넣어 약해진 근육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시간이 지나면서 근육의 긴장과 구조를 보강해준다. 초음파 가이딩 약침은 손상된 조직 부위에 정확히 약침을 주입하여 염증을 가라앉히고 회복과 재생을 촉진한다. 이런 치료들은 단순히 통증 완화에 그치지 않고 몸의 구조적 회복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몸의 구조가 바로 서면 통증은 저절로 줄어든다. 하지만 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상 속의 습관 교정이 필수적이다. 의자에 앉을 때 허리를 곧게 세우고 스마트폰은 눈높이에 맞추며 30분 이상 같은 자세로 있지 않는다. 하루 중 짧은 시간이라도 어깨, 허리, 골반을 늘려주는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혈류가 개선된다. 근육 강화 운동은 주 2~3회 꾸준히 특히 복부·허리·엉덩이의 코어 근육을 중심으로 하면 몸의 안정성이 크게 향상된다. 이와 함께 충분한 수면과 안정된 호흡도 중요하다. 몸의 구조가 틀어지면 자율신경 역시 불안정해지고 그 결과 피로, 불면, 불안, 소화장애 등이 따라온다. 통증을 줄이는 것은 곧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하는 일과도 같다. 한방치료는 근육·혈류·신경의 흐름을 함께 조절하기 때문에 구조적 안정과 심리적 안정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결국 통증은 단순히 근육이 아픈 게 아니라 몸 전체가 보내는 구조의 경고음이다. 구조를 바로 세우면 통증은 줄어들고 기혈이 순환되고 몸은 본래의 리듬과 에너지를 되찾는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11-05

iM금융지주, ‘2025 여가친화인증’ 획득 및 특별상 수상

iM금융지주가 5일 서울 강남구 가빈아트홀에서 열린 ‘2025 여가친화경영 기업·기관 인증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문화진흥원이 인증하는 ‘여가친화인증’을 획득하고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번 인증은 근로자의 일과 여가 조화를 모범적으로 지원하는 기업에 수여된다. ‘여가친화인증제도’는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 제16조에 근거해 여가 시간 보장, 문화·예술 지원 등 운영실적을 평가해 우수기업을 선정한다. iM금융지주는 직원들의 퇴근 후 여가 시간 보장과 다양한 문화 혜택 제공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iM금융지주는 ‘사람과 문화가 경쟁력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장기 근속 직원 특별휴가 및 지원금 △스마트 휴테크 제도 △가족돌봄휴가 등 여가활용 제도를 운영 중이다. 또 하계·특별 휴가비, 휴양소 이용 지원금, 제휴기업 할인 혜택, 사내 무료 편의점 등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도서·자격증·어학 자기개발 지원 △바리스타 자격증반 △‘패밀리데이’ 가족 행사 △CEO와 함께하는 ‘타운홀미팅’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체력단련실·갤러리·대공연장 등 여가시설도 구축했다. 황병우 회장은 “일과 삶의 균형은 직원의 행복뿐 아니라 금융소비자 만족으로 이어진다”며 “앞으로도 여가친화적 기업문화 조성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1-05

“운동기구부터 달라요”···'남북 격차' 심각한 포항 철길숲을 어찌할까요

남구 쪽은 조형물과 분수 등 공공디자인이 설계 단계에서 반영됐고, 주변 상가와 아파트가 밀집해 이용률이 높다. 시민 자원봉사 조직 운영으로 음악 선곡과 환경정비 등 참여가 이뤄진다. 반면 북구 쪽은 오래된 주택과 빈집이 많아 인적이 적고, 남구 같은 네트워크가 없다. 이는 ‘포항의 허파’로 불리는 철길숲 이야기다. 옛 동해남부선 폐철도 부지를 활용해 조성한 길이 9.3㎞, 면적 21만㎡ 규모로 포항 도심을 남북으로 잇는 도시숲이다. 2009~2011년 조성한 포항 북구 쪽 옛 포항역~유성여고 구간과 2015~2022년 조성한 유강정수장~옛 포항역 구간은 같은 ‘철길숲’이지만, 서로 다른 2개의 풍경을 지니고 있다. 본지 취재진은 지난 3일과 4일 여러 차례 철길숲을 오가며 관찰했다. 효자역 인근 남구 구간은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분리돼 있고 포장 면이 반듯했다. 조형물과 분수대, 쉼터 시설이 곳곳에 정비돼 있었다. 북구 양학동으로 접어들면 풍경이 달라졌다. 길은 좁아지고 포장은 거칠었다. 가로수마다 행사 홍보 현수막이 겹겹이 걸렸고, 고가도로 아래에는 낡은 운동기구만 남아 있었다. 산책로 옆으로는 오래된 주택이 빽빽하게 이어졌다. 같은 철길이지만 환경의 온도 차는 뚜렷하다. 운동기구, 도로 폭, 수목, 쉼터와 벤치 등 시설, 화장실, 조형물 등 모두 남구와 북구의 모습은 다르다. 7㎞에 이르는 유강정수장~옛 포항역 구간에는 115종 18만 8000그루의 나무가 식재돼 있고 쉼터 27곳과 벤치 111개, 조형물 19개, 화장실 9곳이 마련돼 있다. 음악분수와 캐스케이드 등 수경시설 4종이 조성돼 있고, 운동기구는 2019년식으로 6곳에 80종이 있다. 그러나 옛 포항역~유성여고 2.3㎞ 구간은 식재 수목이 34종 4만 그루로 남구의 4.7분의 1 수준이다. 쉼터는 9곳, 벤치는 41개, 조형물은 6개, 수경시설은 실개천 1㎞와 미니 연못 5곳이 전부이다. 운동기구는 2011년식이어서 매우 낡았다. 남구 구간처럼 신형으로 교체되지도 않는다. 포항시 관계자는 “남구와 북구를 구분해 차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으며, 북구 구간이 먼저 조성됐지만 남구는 비교적 최근 완공돼 시설물이나 포장, 식재 상태가 상대적으로 새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남구 쪽은 공간 구조가 넓고 안정적인 반면, 북구는 이미 주택가가 들어찬 상태에서 공원을 만든 탓에 공간이 비좁고 불규칙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행히 북구 일대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카페·소규모 상가·버스킹 광장 같은 생활 기반 시설을 유치해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며 “결국 철길숲의 균형은 사람의 발길로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