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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쏠림과 균형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간혹 고향을 찾아보면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릴 적 노닐던 등성이나 벌판은 그대론데 집들과 마을 사람들은 낯선 듯 어렴풋함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하긴 모든 것들이 조금씩 변하는 세상이라 예전의 온전한 고향마을의 정경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갈수록 허물어지고 황폐화돼가는 모습이 안쓰럽고 서글프기만 하다. 그래도 고향 어귀에 들면 문득 어디선가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 먼 지난날이 손짓하며 부르는 정겨운 세월의 소리가 바람결에 실려옴을 느끼곤 한다.봄날 고향의 들판이나 골짜기, 시내, 언덕배기 어디를 둘러봐도 먹거리의 향연이 펼쳐지지 않는 곳이 없었다. 10여리 떨어진 초등학교엘 걸어 다니면서 배가 출출해지면 길섶과 산자락의 땅찔레와 시금치, 참꽃, 버들강아지 따위를 꺾어 먹고, 놀거나 무슨 일을 하다가 심심해지면 칡뿌리를 캐거나 감꽃을 줍고 아카시아꽃을 따서 먹기도 했었다. 약간 달거나 시큼하고 떫고 쌉싸래한 맛을 느끼며 허기진 배를 달래던 시절, 지금 생각하면 꿈결처럼 아른거리며 그 감칠맛이 입안 가득 배어 나오곤 한다.“마냥 부풀기만한/설레던 고향 길도/모진 바람 갈퀴 속에/변조되는 쓰라림/빈 가슴 쓸어내리는/가슴 아린 눈물 길//잡초더미 에워싸인/폐허 같은 고향집/마당이며 묵정밭엔/설움만 웃자라고/스산한 바람만 불며/허허롭게 저민다” -拙시조 ‘퇴색’고향을 떠난지 어언 41년, 요즘 같은 봄날이면 풀 냄새 땅 냄새가 풀풀 피어오르던 고향은 어느새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퇴락해졌다. 60, 70년대부터 시작된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과 농촌인구의 자연감소로 빈집이 많아지고 휴경지가 늘어남에 따라 전답이 수풀되거나 길마저 사라진 곳이 수두룩해진 것이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농어촌에는 간혹 귀농귀촌도 있긴 하지만, 적막하다 못해 인구소멸로 이어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현실이다.그러나 산업화, 도시화로 일자리 마련을 위해 농어촌을 떠났다지만, 도시의 상황은 어떨까? 어느 지역이든 저출산·고령화의 트렌드를 거스르기는 어렵기에 인구감소에 따른 도심 공동화와 도시기능 쇠퇴로 인해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도시가 상당수에 이른다.통계에 따르면 30년 후엔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6%가 사라지고 지방자치단체 중 30%가 파산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으로 경각심을 주고 있다. 대도시로의 인구 유입과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이다. 국토의 약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중해 있는 양상이다. 최근 대구·경북의 행정통합론이나 지자체마다 출산장려로 인구절벽을 줄이고 주소갖기 캠페인 등을 펼치는 것도 결국 도시소멸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아닐까 싶다. 뭐든지 한쪽으로 편중되거나 쏠리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연계에서 상생하는 인간사회에 균형과 견제, 평형과 중용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자칫 공멸의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도농이 적절히 어우러지듯이, 큰 세상을 이고 가는 작은 세상과 작은 세상을 품고 사는 큰 세상이 공존 공생하는 조화와 균형으로 지구촌을 이끌어 간다.

2021-04-12

학생은 학교가 답이다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코로나속보] 2020년 3월 1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총 확진자 3천526명(하루 새 +595), 사망자 17명(+1) 2020년은 학교가 참 어수선한 한해였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1년 4월 11일 확진자 614명 서울 2단계 지방 1.5단계를 유지하고 있다.일선 학교에서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한다. 원격수업의 장기화로 학생들의 교육격차가 심화되고 학생들은 밤과 낮이 바뀌어 생활하는 문화가 생겼다. 학교의 담임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가정의 학부모님은 학부모님대로 어려움을 겪는 이중적 고충을 겪게 되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돌밥돌밥(돌아서면 밥)이 한때 유행을 했을 정도이다. 고충을 알만하다.비대면 수업을 시작하면서 아침 조·종례를 줌으로 하고 교과수업은 EBS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서 선생님이 동영상 수업을 올리거나, 줌을 통해 쌍방향 수업을 하는 방법 등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쌍방향 수업은 많은 선생님이 선택하지 않은 수업방식 중 하나이다.필자 또한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모든 수업을 직접 해본 경험을 비추어보면 그중에서 줌을 통하여 쌍방향 수업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고 질문하고 답변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하지만 이것 또한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비대면 수업이 아니라 학력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실에서 선생님과 함께하는 수업이다. 등교 수업을 확대해야 한다. 아니 전면 등교 수업을 해야 한다. 학교보다 안전한 곳은 없다. 학생과 학교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안전하다.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일상의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 필자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텅 빈 운동장이 아닌, 텅 빈 교실이 아닌, 학생들과 함께 운동하고 수업하기를 바란다. 학생이 없는 학교는 학교가 아니다. 학생과 함께 하고 싶다.학교 현장은 어느 곳보다 방역을 준수하고, 등교 전 건강상태의 자가진단, 식당 청결상태, 사회적 거리두기 줄서기, 식당 테이블 인원 줄이기, 학생과 교사 마스크 착용하기 등 의심환자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등교 수업을 통해 교육격차를 줄이고 다양한 방법을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학교 정상화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현재 유치부·초등학교 1·2학년·고3학년 학생은 매일 등교하기로 발표를 했다. 하지만 집에 혼자 남아 있는 학생은 안전한지 그리고 학력 격차는 누가 해소 해 줄 것인가. 이제는 코로나19를 물리치는 방법의 하나가 철저한 방역을 통해 학생은 학교로 등교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학생이 교실에서 수업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학생은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이 최고이다.변화를 좇아가지 말고 미래로 앞서가야 한다. 현재만 바라보지 말고 역발상을 통해 행동하고 극복하자. 과감하게 그리고 변화에 도전하고 새로운 희망을 가지자.

2021-04-12

AZ백신 재개, 불신 씻고 접종속도 높여야

혈전 생성 논란을 빚던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12일 재개됐다. 하지만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감이 완전히 불식되지 않아 백신접종 계획의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유럽 의약청 등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위험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며 AZ백신 접종에 다시 나섰지만 다수 시민의 생각은 다르다. 그동안 AZ백신으로 인한 혈전 생성 논란이 꾸준히 이어져 온데다 접종-연기-재개 등의 혼선과정으로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감이 커져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혈전 생성문제가 나한테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며 접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는 백신을 맞으면 안전하다는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다. 특히 백신 접종의 불신감이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한 정부 계획에 차질을 안겨줄 것 같아 더 걱정이다. 당장 AZ백신 접종에 제외된 30세 미만 64만명에 대한 대체 방안이 없는 것도 문제다. 다양한 백신을 확보한 유럽의 국가들과는 상황이 다르다.우리나라가 백신 접종 후진국으로 분류돼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지난 2월 백신 접종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46일째인 현재 2.22%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61%), 영국(47%), 미국(34%) 싱가포르(19.3%)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먼 거리다. 아시아에선 싱가포르가 연내 집단면역 가능 국가로 예측된다. 현재의 속도라면 우리나라는 목표인 11월의 집단면역 형성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관측이다. 정부는 더 숨길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알리고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데 전력해야 한다. 동시에 부족한 백신 물량 확보에도 사활을 걸어야 한다. 지금 우리 상황은 매우 위중하다. 4차 대유행의 전초단계에 접어들어 자칫하면 하루 1천명 확진자 발생도 배제할 수 없다.정부는 백신 접종 후 이상증상에 대응할 비상 의료체계를 갖추는 등 국민이 믿고 따를 신뢰를 빨리 회복해야 한다. 국민도 백신 접종이 안전성 논란은 있으나 현재로선 코로나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알아야 한다. 개인방역과 동시에 집단방역을 위한 정부의 백신접종 노력에 협조하여야 할 것이다.

2021-04-12

포슬린 아트

포슬린 아트는 유약처리 된 백자 위에 특수안료와 오일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뒤 구워내는 도자기 공예를 말한다.포슬린(Porcelain·자기)과 아트(Art·예술)의 합성어로, 18세기 유럽에서부터 시작된 도자기 공예다. ‘포슬린’은 흙으로 구워 만든 백색 상태의 도자기, 즉 초벌이 된 백자를 가리킨다. 포슬린 아트는 포슬린 페인팅(Porcelain Painting)이라 불리기도 한다.유약을 발라 구운 도자기 위에 다시 무늬나 그림을 그린 후 700℃~ 850℃정도의 저온에서 굽는 ‘상회(上繪) 기법’을 사용하며, 보통 1~4단계의 소성(燒成·자기 표면에 그림을 그려 가마에 구워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포슬린 아트 재료는 의외로 간단하다. 유약을 바론 백색의 하얀 도자기를 준비하고, 포슬린 안료는 가루로 돼있고, 붓끝에 오일을 살짝 묻힌 뒤 희석시켜 사용하면 된다.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시대가 길어지면서 홀로 작업할 수 있는 취미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포슬린 아트가 각광을 받고있다. 특별한 그림 실력이 없어도 도안을 따라 예쁘게 색칠해서 관심이 있다면 초보자들도 금방 예쁜 작품을 만들수 있다.포슬린 아트의 대표적인 사례는 주로 그릇에 꽃무늬를 그리는 것이다. 그림소재는 다양하지만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꽃그림 접시가 포슬린 아트의 결과물이다.요즘에는 도자기에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애완동물을 그리는 사람들이 많다. 도자기에 원하는 그림을 그려놓고 장식품이나 식기로 사용할 수 있어 더 친근하다는 이들이 많다.그림을 그린 뒤 가마에 구워지면 나만의 포슬린 아트가 완성된다. 코로나19가 만든 새 유행풍속도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4-12

자연백신인 ‘치유농장’ 확산을 기대한다

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에서 불안과 불면증 등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시민들이 포항 청하에 있는 ‘마음 치유농장’을 찾아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현장을 본지 기자가 취재(4월12일자 1면)했다. 트라우마센터 도움을 받는 지진피해자들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마저 장기화하면서 정신적 피로도가 아주 심한 상태다. 4년 이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 시민이 치유농장에서 꽃향기와 흙냄새를 맡으며 채소를 심고 자연건강식으로 지진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면서 독자들도 덩달아 기분이 맑아지는 것 같다. 지진 발생 후 밖에 나가는 게 무섭고 집에 혼자 있으면 자꾸만 우울한 기분과 불안한 마음이 들어 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서 약을 먹고 있다는 한 시민은 “치유농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간 동안 우울한 생각을 할 틈이 없었고, 온전히 자연에 집중하며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가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즐거워했다.‘케어팜’으로 불리는 치유농장은 유럽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치유농장 간의 연계를 통해 이용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치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업진흥청이 앞장서서 농업의 치유자원을 발굴하고 과학적 효과를 검증해 오고 있으며 원예, 곤충, 자연경관, 동물매개 자원 등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치유농장 확산을 위해 ‘치유농업추진단’을 신설했다는 소식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추진단은 다양한 치유농업 자원을 발굴하고, 과학적 효과성을 검증해 수요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달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이 법률에 근거해 국가자격증인 치유농업사 제도도 곧 시행한다고 한다. 올해 중에 경북도와 서울시에 치유농업을 전담하는 센터도 설립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문제는 치유농업의 자생력이다. 치유농장이 자리를 잡으려면 정부지원과는 별도로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별다른 대안이 없다. 치유농업의 원조격인 유럽의 농업국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서 치유농장이 우리 농촌지역 곳곳에 등장하길 기대한다.

2021-04-12

미지의 영역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사람은 자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조 해리의 창이라는 심리 이론에 의하면, 사람에게는 네 가지 정보 영역이 있다. 나에 대한 정보를 나도 알고 남도 아는 공개 영역, 나는 모르지만 남은 아는 맹목 영역, 나는 알지만 남은 모르는 숨긴 영역, 그리고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미지 영역이다.영화 ‘퍼스트 리폼드’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보면 미지의 영역이 얼마나 다루기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메리의 남편인 환경 운동가 마이클은 메리에게 50년후 최악의 지구 상태를 예견하며 낙태를 종용한다. 메리는 하필 퍼스트 리폼드 교회의 목사 톨러에게 찾아와 마이클을 설득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결국 마이클은 자살하고 유언을 통해 자신의 장례식을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톨러 역시 마이클처럼 환경을 오염시키는 악덕 자본가를 응징하려다가 자살로 생을 마친다. 메리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남들 눈에도 아기를 출산하고 싶은 순수한 여인일 뿐인데, 메리가 만난 남자들은 왜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정신분석학의 도움을 받으면 의문이 풀릴까?‘프로이트 이후’는 현대정신분석학의 발달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여기서 영국의 대상관계 정신분석 이론가인 페어베언은, 초기에 내적 대상으로 형성된 대상과의 관계 양식은 이후에도 반복되어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고 한다. 이에 의하면 메리가 이렇게 비슷한 유형의 남자와 만난 것은 초기에 형성된 내적 대상의 영향으로 비슷한 유형의 두 남자를 선택하게 되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사례는 현실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나쁜 남자에게 고통 받은 여자가 다시 선택한 남자 역시 이전 남자와 비슷한 유형인 경우가 많다.게다가 이 영화에서 관객들이 간과하거나 뜬금없다고 여기는 ‘마법의 시간 여행’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여행은 메리의 무의식이 두 남자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이클이 죽은 후 메리는 무서운 꿈을 꿨다며 한밤중에 목사를 찾아와 이 여행을 제안한다. 메리는 목사를 바닥에 눕게 하고 자기는 목사 위에 엎드려 온몸을 밀착시킨 다음 목사에게 자신의 호흡과 눈움직임, 손움직임을 따라하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이들이 처음 간 곳은 숲이다. 그러나 곧 자동차로 가득한 도시의 넓은 도로가 나오고 뒤이어 폐타이어가 화면을 채운다. 그 시간여행을 마친 후 톨러 목사는, 풍요로운 삶 교회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악덕 자본가의 후원을 받는다는 사실에 분노해 자살폭탄 테러를 준비한다. 메리는 구원자가 아니다.자기 자신과 남에게 알려져 있는 공개적 영역이 아무리 순수해보인다고 해도 미지의 영역에 드리운 어두움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커서 공개적 영역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반복을 끊기 위해서는 미지의 영역을 공개 영역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미지의 영역이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 노력이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2021-04-12

자랑스러운 우리 항공기술

윤영대수필가코로나 4차 유행을 걱정하는 뉴스로 마음이 심드렁한 지난 9일 오후 TV 화면이 바뀌면서 ‘하늘을 열다. KF-21 한국형 전투기 출고식’ 영상이 뜬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천공장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시제품 1호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행사였다. 최초의 국산 전투기 개발의 기틀을 마련하고 하늘을 향한 도전을 이룬 항공산업의 주역들을 보며, ‘아! 우리 대한민국도 전투기를 만드는 자랑스런 국가가 되었구나’하고 뿌듯한 마음이 일었다.‘전투기의 눈’이라는 최신 레이더 AESA 등 최첨단전자장비를 갖춘 KF-X는 ‘21세기 한반도를 수호할 전투기’라는 의미로 KF-21로 명명하고 공모를 통해 ‘보라매’라고 부르기로 했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첨단 국산 전투기 개발을 천명한 이래 지지부진하다가 2010년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여 현 KF-16보다 상위기종으로 날개를 편 것이다.최대속도 마하 1.8, 무장 탑재 7.7t이 가능한 이 스텔스 전투기 ‘보라매’는 개발비 8조8천억의 단군 이래 최대사업으로 기술과 개발 의지를 묶어 국산화율 65%를 달성하고 수십조 원의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신화를 만들 전망이다. 시제기는 지상 시험 등의 과정을 거쳐 내년 7월 첫 비행을 할 예정이며 2028년까지 우선 40대를 공군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4.5세대 초음속 전투기 개발의 세계 8번째 생산국이 되는 것이다.이미 1999년 우리의 기술로 기본훈련기 KT-1 ‘웅비’를 만든 이래 2003년 고등훈련기 KT-50 ‘골든 이글’로 초음속을 돌파하여 세계 12번째로 초음속비행기 개발국이 되었으며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하였고, 2013년부터 FA-50 경전투기로 개량하여 자주국방의 힘으로 우리의 영공을 지켜오고 있다.해방 후 공군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육군항공대로 시작해서 1949년에 공군으로 독립하였고, 당시 ‘공군의 아버지’ 최용덕 장군이 ‘우리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는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펼쳐 최초 경비행기 ‘부활호’를 띄운 지 70년 만에 전투기까지 만드는 쾌거를 이루었다.또 헬기 기술은 2012년 KUH-1 ‘수리온’을 최초 개발하여 세계 11번째 나라가 되었고, 이것을 경찰용 ‘참수리’ 소방용 ‘한라매’ 뿐만 아니라 산림감시용으로도 배치하여 활동하고 있다.우주로 나아가는 꿈도 펼치고 있다. 1992년 8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발사하며 우주개발에 첫발을 내딛고 세계 25번째 인공위성 보유국이 된 후, 무궁화, 아리랑 등 15개나 쏘아 올렸다. 2013년 우리 손으로 만든 나로호 발사로 국민의 환호를 받았으며, 최근 10년간 천리안 위성 3개를 궤도에 올려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젊었을 때 공군 조종사를 빨간 마후라, 보라매라고 불렀는데 이제 그 보라매들이 초음속 전투기 보라매를 타고 우리의 한반도 영공을 지켜나가는 든든함을 보리라. 그리고 우리의 첨단 항공기술력으로 자주국방의 힘을 다지자.

2021-04-11

뜻하지 않은 곳에서

최미경동화작가평일 오전 도서관에 갔다. 코로나로 전면 개방은 되질 않지만 대출, 열람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도서관 로비에 전시된 책 한 권 집어 들고 로비에 띄엄띄엄 배치된 소파에 잠시 기대앉았다. 유리천장으로 해가 쏟아낸 빛물이 그대로 쏟아져내려와 나의 무릎과 어깨 그리고 머리가 투명하게 젖어가는 듯 했다. 불쑥 보르헤스의 말이 떠올랐다. 만약 천국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도서관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라는.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책을 천천히 들어 올려 더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그렇게 조금씩 더 깊게 책에 집중할수록 눈앞에 흐르는 한 줄의 문장과 귓가에 흐르는 맑고 차가운 한 줄의 공기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온몸의 세포들이 하나씩 일어나 크게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켰다. 마음에 무언가 가득 차올랐다. 행복이었다.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마음은 늘 불안과 걱정을 반복했고 실망과 미움이 지속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왜, 대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가. 에 대해 분노하며 잃어버린 것에 대해 화도 나고 예민해져서 ‘이 상황’을 어떻게든 돌파해보겠다는 마음에 몸은 항상 몹쓸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이 상황’이라는 것이 나 혼자 어떻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난관과 마주쳤을 때마다 불안은 더해 졌고 그 불안이 우울을 데려다놓기도 했다.네 개의 계절을 다 보내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가. 여전히 아이들은 정상등교를 하지 못하고 사적인 모임도 어렵다. 그렇게 보면 작년 이맘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끄집어내는 장치를 우리 몸과 마음은 그 1년의 시간동안 배우고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영위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고 고마움을 느끼는 섬세한 삶의 관찰자 눈이 바로 그것이다.매일 매일 아이들이 학교를 가는 일, 보고 싶은 이와 전화해 점심약속을 잡는 일, 주말이면 아이들과 근처 미술관에 가서 새로 바뀐 작품에 대해 수다를 떨었던 일, 공원을 거닐며 큰 소리로 웃고 김밥이며 과자를 나누어 먹었던 일, 도서관 3층 쉼터에서 도시락을 까먹었던 일, 영화관에서 셋째의 팝콘을 집어 먹던 일 등등 정말 아무렇지 않게 했던 모든 일들이 아무렇지 않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1년 동안 깨달았던 것이다.그리고 다시, 봄을 전진하는 이 시공간에서 우리는 감사한다. 가족과 함께 있는 이 시간을 감사하고 아이들 뺨에 입 맞출 수 있는 이 시간을 감사한다. 예약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미술관의 그 공간에 대해 감사하며 띄엄띄엄 순번대로 앉을 수 있는 도서관의 그 공간에 대해 감사한다. 매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고 신나게 뛰어 놀 수 있으며 어깨동무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친구를 만나고 또래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고 감사한다.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을 천천히 하며 책을 덮고 책이 전시된 로비를 돌아서 한껏 충전된 마음으로 도서관을 나왔다.

2021-04-11

열등감은 나의 힘이다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우리가 일상에서 “자존심이 강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통용하는 ‘자존심’이라는 단어는 좀 다른 의미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자존심, 정신의학적으로는 오히려 ‘열등감’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그들은 사소한 말에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남이 자기를 무시 한다고 화를 낸다.못생긴 사람에게 못생겼다고 하는 건 잔인(?)하지만 정확한 말이다. 그러나 상대는 무척 자존심 상해한다. 외모에 자신이 없는 열등감을 건드렸기 때문이다.정신과 의사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은 누구나 완전하지 않은 존재로 태어났으며, 열등한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외모, 돈, 학벌, 능력 등에 대해 모두 저 마다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사실은 열등감 자체가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그런데 왜 열등감의 결과가 다른 것인가? 누구는 열등감에 지배당해 평생을 열등감의 노예로 살고, 누구는 열등감을 성공의 동력으로 삼는다. 예를 들면, 학력이 낮으니 남에게 무시당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열등감을 부정적으로 표출하는 것이고, 학력이 낮으니 남보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열등감을 바람직하게 표출하는 것이다.물론 학력이 낮은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 하더라도 학력 때문에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관적 해석일 수 있다. 실제로 남들이 자신의 낮은 학력을 무시했다면,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하는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열등감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가 중요하다.열등감은 “내가 부족한 점이 있음을 느끼는 상태 즉 부족감이다. 누군가는 열등감에 짓눌리고 좌절한다. 열등감이 자신을 미워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방향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향으로, 다시 말해 불행으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 열등감을 부정하려 하지 말고 무작정 억압하려 하지 말고, 내 안의 열등감을 찾아서 먼저 마주해 보자. ‘완벽한 나’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자. 그리고 “난 부족해”라는 사실을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수용하자. 이 순간 열등감은 새로운 에너지로 변환될 준비를 한다.헬렌 켈러는 자신의 부족과 불완전을 긍정적 동기 부여로 삼고 도전의 원천으로 삼은 대표적인 예이다. 그녀는 생후 19개월 때 뇌척수막염으로 추정되는 병으로 인해 시청각장애인이 되었다. 7살 때 인생의 스승이자 친구가 된 앤 설리번을 만나 퍼킨스 맹인학교에 입학하여 정식 교육을 받고, 이후 1904년 비장애인도 힘들다는 래드클리프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졸업할 무렵에는 5개 국어를 습득했다. 그녀는 수많은 기고문을 쓰고,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13권의 책을 저술했다. 그녀는 세계를 다니며 강연 활동을 하였고, 1937년에는 한국을 방문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잃지 마라”고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 또한,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활발한 사회 운동을 했다. 1955년 하버드대는 그녀에게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이는 하버드대가 여성에게 수여한 최초의 명예 학위였다. 또한, 1964년에는 미국인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미국자유훈장을 받았다.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19세기에서 가장 위대한 두 명의 인물은 나폴레옹과 헬렌 켈러다. 나폴레옹은 무력으로 세계를 정복하려다 실패했다. 헬렌 켈러는 세계를 마음의 힘으로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는 말을 남겼다.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헬렌 켈러를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여성”이라고 칭송했다고 한다.헬렌 켈러의 말 중에 인상적인 것이 있다. “세상은 고난으로 가득하지만, 고난의 극복으로도 가득하다. 장애는 불편하다. 그러나 불행하지는 않다.”자신의 신체적 장애를 오히려 건설적인 활동으로 승화한 의지의 인물다운 생각이다. 이렇게 신체적 열등과 같은 어려운 여건을 오히려 건설적인 활동을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모범이 되었다.사람은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사람의 발전이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가 지닌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는 우리가 ‘완벽하지 않음을 수용하는 용기’, ‘불완전할 용기’가 필요하다.살아가는 동안 내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채우면 된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잘 채워지지 않는 것이라면, 다른 것으로 채우면 된다. 공부에 소질이 없다면, 자신이 소질이 있는 분야를 열심히 하면 된다. 굳이 자신이 부족한 부분으로 채울 필요는 없다.우리는 모두 열등감을 갖고 있지만, 열등감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부족한 점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수용하자. 그리고 이를 극복하여 더 나은 삶을 향해 노력하자. 열등감은 현재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한 자아실현의 원천이다. 열등감은 나의 힘이다.

2021-04-11

독도 바다의 사계절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서는 2014년 개소 이래 현재까지 평균 1달에 한번 꼴인 총 90차례에 걸쳐 독도 조사를 수행해 왔다. 한 겨울에 독도를 다녀왔고, 수온 30도에 육박하는 한 여름의 독도를 보아왔고, 며칠간을 독도에 머무르며 독도의 수중을 살피기도 하였다. 드론으로 독도와 독도 바다속의 변화상도 관찰해 왔다. 독도마을어장을 관리하는 울릉군 도동어촌계와 함께 해조류를 주 먹이로 하는 성게 구제작업도 함께 진행했고, 독도의 바다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독도해양관측부이 장비 점검도 수시로 진행했다. 독도소방헬기추락사고 때는 독도 현장조사의 경험을 살려 수중CCTV를 활용하여 현장수색에 참여하기도 했었다.그동안 전용조사선이 없어 낚시선, 어선을 임차한 조사가 대다수여서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내년에는 다목적 독도(울릉도) 전용 소형 조사선이 취항할 예정이라 더 풍부한 독도 조사가 기대된다.육지에도 4계절이 있듯이 독도 바다에도 수온의 분포에 따라 계절마다 다른 분포가 나타난다.독도 바다는 표층수온이 섭씨 약 10도 이하로 연중 가장 낮아지는 2~3월 사이에 한겨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무렵 독도는 강한 북서계절풍의 영향으로 바닷물이 상하로 잘 혼합되어 때로 수심 150m까지도 수온이 거의 섭씨 10도로 일정하다. 독도의 겨울에 정착하는 일부 어류들은 찬 수온에 적응하면서 바위틈에 몸을 감추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연중 가장 빈번하게 물개, 물범 같은 해양포유류들이 3월을 중심으로 독도에서 자주 목격된다. 독도의 겨울 바다는 또한 대황, 감태, 미역 같은 바닷말류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기간이다.겨울철에 연중 가장 약해진 대한해협을 통과한 대마난류의 세기가 봄철에 접어들면서 점차 강해지면서 독도 바다의 봄이 시작된다. 이 무렵 독도에는 주로 2월 말부터 독도에 찾아오기 시작한 괭이갈매기가 독도 주변을 쉼 없이 누빈다. 5월 초 무렵 독도 바다의 표층수온은 섭씨 약 15도 내외까지 상승한다. 겨울철에 보이지 않던 어류들이 봄철에 접어들면서 따뜻해진 대마난류를 타고 올라와 독도에 정착하기 시작한다.독도 바다는 표층수온이 연중 가장 높은 섭씨 25도 내외를 보이는 7~9월 사이에 바다의 여름 풍경을 보여준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미역과 같은 바닷말류는 엽체가 녹아 없어지고 줄기 일부만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따뜻한 대마난류를 따라 독도에 온 파랑돔, 줄도화돔과 같은 열대성 어류들을 독도의 여름 바다에서 만날 수 있다. 독도 주변 바다는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가장 높은 표층수온 상승률을 보이는 해역이라, 이러한 열대 및 아열대 어종들을 여름철뿐만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표층 아래로는 겨울철에 러시아 인근에서 형성된 차가운 물이 여름철에 독도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때로는 수심 50m 근처까지도 수온이 섭씨 5도까지 크게 낮아지기도 한다.10월 중순에 접어들면 대마난류의 세기가 점차 약해지면서 표층 수온이 섭씨 20도 이하로 떨어져 바다의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표층 수온은 12월에는 섭씨 약 13도 내외로 다시 낮아진다.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여름철의 남풍 계열의 바람 대신 북풍 계열의 바람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하면서 바닷물의 상하층 혼합이 활발해져 때로 수심 100m근처까지도 표층과 수온 차이가 거의 없이 수온이 수직적으로 일정해진다.제주도의 토착종이었던 아열대성 어종인 자리돔은 가을이 깊어지면서 수온이 차가워지면 울릉도를 떠나 다시 제주도로 돌아갈까? 비록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들 아열대성 어류들은 수온이 차가워지는 겨울철에도 독도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수중 암초 주변에 주로 서식하는 습성을 갖는 어류들은 독도의 바위틈에 최소한의 움직임을 유지한 채 다시 따뜻해지는 독도 바다를 기다리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독도 바다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급격한 해양환경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표층수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바다의 여름이랄 수 있는 수온 20도 이상의 날수도 예년과 다르게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해양생물에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해상기상악화 또한 예전과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표층수온 증가와 바다의 여름기간 증가는 아열대성 혹은 열대성 해양환경으로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주요 어장의 변화, 먹이 생물의 변화에 따른 어류 성장률의 변화, 어류 산란 패턴의 변화 등 다양한 변화가 예측될 수 있다.독도 바다는 한반도 해양환경변화를 가장 잘 감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독도는 오늘도 해류를 따라 독도를 찾아온 혹은 독도에 기대어 정착하여 살고 있는 뭇 해양 생물들에게 삶의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2021-04-11

정권교체를 위한 야당의 숙제

심충택논설위원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4·7 재보궐선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한 말이 계속 귀에 남는다. 당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의제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이 말이 내년 대선 전(前)에 야당이 풀어야 할 핵심적인 숙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한 것은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이 야당지지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다음 달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외연 확대를 위해 뉴페이스들이 지도부에 진입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도 “과거에는 정당이 다선의원 중심으로 지도부를 구성했지만 국민의 의식도 많이 변한 만큼 초선의원들이 당권도전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응원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5분연설’로 유명해진 윤희숙 의원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세대 공략에 앞장섰던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이 소장파 당권도전자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역동성과 적극성, 신선함을 함께 갖춘 젊은 정치인들이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한다.국민의힘 내부에선 당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당 대표로 추대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김 전 위원장은 재임 중 호남민심에 다가서며 당의 외연을 확장시켜 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이 선거승리의 마술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동행하려면 김 전 위원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는 당 대표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욕구충족을 위해서라도 내가 물러나야지. 상황 바뀐다고 돌아가거나 하는 일은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대권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야권에서는 이미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예비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주말 윤 전 총장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30년 구형을 내린 장본인”이라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합당, 전당대회 과정 등에서 심각한 내부분열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돼, 국민으로부터 자만(自滿)에 빠졌다는 비난을 들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전 분열과 반목을 막고 외연을 확장할 지도자를 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국민의힘은 어떤 방식으로든 윤 전 총장, 안 대표와 힘을 합쳐서 내년 대선을 치러야 승리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서는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과 안 대표를 포용하면서 야권 전체의 대선주자를 만들어낼 리더십이 부족한 것 같아 걱정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이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윤 전 총장, 안 대표와 같이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들과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 정권교체는 물 건너간다는 점이다.

2021-04-11

국민의힘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내부분열

차기 당권경쟁이 본격화하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대구·경북(TK) 정치권 ‘2선 후퇴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4·7 재보궐선거 직후 “우리당이 영남 지역당의 모습, 기득권 정당의 모습, 꼰대당의 모습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해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이 계속 쳐다봐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퇴임 기자회견에서 “낡은 이념과 특정한 지역에 묶인 정당이 아니라, 시대변화를 읽고 국민 모두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거듭해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성명서를 내고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모두 당내 핵심 기반인 TK를 겨냥한 말이다. 당내 일부 세력이 ‘당의 기반’을 ‘외연확대의 장애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이기자마자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지역·계파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최악의 모양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9일 “PK(부산·경남)당, TK당 하는 것은 지금은 실체가 없다. 스스로를 한계 짓는 그런 용어들은 조심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경계했다. 당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에 대해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국민의힘이 영남지역당, 꼰대당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당의 외연확대와 대구·경북 2선 후퇴를 연결시키는 논리에 대해 이 지역 국회의원들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상당수 의원은 초선 성명서에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압승하긴 했지만 당 자체의 힘으로 승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심을 잘못 읽고 오만에 빠졌다가는 과거처럼 순식간에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지금 가장 피해야 할 부분도 내부분열과 반목이다. 문을 활짝 열고 모두를 포용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특정지역을 배제시키는 행위는 자해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위해 할 일은 헤게모니 싸움이 아니라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이다.

2021-04-11

4차 대유행인데 방역은 불안한 구석 많아

정부는 현 국내 코로나19 상황을 4차 대유행의 초기단계로 규정했다. 재난안전대책본부는 11일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내달 2일까지 연장했다. 동시에 수도권과 부산 등 2단계 지역의 유흥시설에 대해서는 영업금지 조치를 내렸다. 수도권 지역의 식당과 카페 등은 하루 평균 확진자가 600명을 넘어서면 영업시간 1시간 단축도 검토한다고 했다. 당분간 핀셋 방역 조치를 통해 방역망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다.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 700명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검사 건수가 줄어든 주말에도 600명대를 넘었다. 정부 기준대로라면 이미 2.5단계를 넘어선 수준이다. 확진자 1명이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는 감염생산지수도 1.12를 기록했다. 감염원이 불분명한 환자 비율도 27%다.반면에 코로나 극복의 유일한 수단인 백신 접종은 혈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갈팡질팡이다. 국내 백신 접종이 시작한 지 40여일 지났으나 현재 접종률은 겨우 2.21%다.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이 114만명 정도다. OECD 국가 중 35위다. 백신접종 후진국 소리를 듣는다. 이 상태로라면 11월 집단면역 발생은 이미 물건너 갔다. 게다가 코로나 백신접종 후 이상증상을 호소하는 사례도 급증한다.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건수가 1만1천건을 넘었고 사망의심 사고도 44건이 된다. 백신접종 후 이상신고의 90%가 AZ백신이다. AZ백신을 많이 써야 하는 우리로서는 접종 기피현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걱정스러운 상황이다.정부가 4차 대유행 초기단계라면서 현행 거리두기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3차 유행단계에서 막아내지 못한 방역시스템으로 4차 대유행을 막겠느냐는 불만의 소리다. 현재 우리가 맞고 있는 코로나 상황은 방역기준이나 백신접종률, 백신수급 등 어느 하나 불안하지 않는 구석이 없다. 특히 시민의 개인방역 수칙준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 누적으로 시민의 자율방역 준수가 예전만 못한 분위기다. 날씨가 풀리면서 사람의 이동도 크게 증가, 이런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당국의 적극적이고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국민들이 신뢰할 방역대책을 제시해야 할 때다.

2021-04-11

주권재민(主權在民)

조선시대 임금의 언동을 기록한 일성록에는 매년 마지막 날에 헌민수(獻民數)가 기록된다. 헌민수란 지금으로 말하면 서울지역과 전국 8도의 호구 수와 남녀별 인구가 조사된 인구통계 기록이다. 특히 임금은 헌민수를 받는 날이면 임금이 직접 절을 하는 등 경건한 의식절차를 가졌다고 전한다. 이는 그해 조사된 백성의 수는 곧 나라의 근간이며, 임금이 받들고 존중해야 할 대상이라는 뜻에서다.헌민수를 존경의 대상으로 삼겠는다는 것은 지금의 주권재민 사상과 비슷하다. 당시 국가가 비록 왕권체제였지만 권력의 근원이 백성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헌법에 명기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적 사고와 맥락을 같이 하는 내용이다.“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과 같다”고 비유한 군주민수(君舟民水)가 바로 이런 개념이다. 백성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짚을 수도 있다는 말은 백성이 곧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늘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말을 잘 쓴다. 백성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위정자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민심은 언제든 지지를 거둔다. 정치인이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진보 20년 집권론’을 꺼냈던 더불어 민주당이 서울·부산에서 실시된 4·7 재보선에서 대참패를 당했다. 1년전 국회의원 180석을 건졌던 총선 결과와 180도 뒤바뀐 결과란 점에서 민심의 엄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민심은 영원하지도 않지만 국민을 섬기는 정치에 대해 배신도 않는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 사상이야말로 새롭지도 않지만 정치권이 똑똑히 기억해야 할 교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4-11

부치지 않은 편지

이바름행정교육팀포항시의 기민한 정치적 반응에 박수를 보낸다. 김태성 해병대1사단장이 해병대사령관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바로 다음날 포항시는 김 사령관을 명예포항시민으로 임명했다. 9일 이강덕 포항시장이 직접 해병대1사단까지 방문해가면서 떠나는 임의 발걸음을 붙잡고서 시민증서를 건넸다.김태성 해병대사령관 내정자는 지난 2019년 5월 포항 해병대1사단장에 임명됐다. 직전 사단장이자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조강래 소장의 후임자였다. 조 장군 당시 해병대 1사단에서는 마린온 추락사고부터 탄약고 폭발사고, 청룡회관 민간 위탁 문제 등 악재에 악재를 거듭한 최악의 상태였다. 해병대를 향한 내·외부적인 불만이 극에 달했을 때 김 내정자는 구원투수로 분해 사단장 자리에 앉았다.무엇하나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의 문제들에 더해 새로운 이야기들이 더해지기만 했다. 마린온 추락사고는 여전히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심판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탄약고 폭발사고는 1년 반 조사 후에도 ‘원인을 알수없음’으로 남았다. 청룡회관은 민간 위탁 후 임금 미지급 등 다양한 문제가 터져나왔다. 현재도 청룡회관은 연이은 공고에도 사업자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더욱이 지난 2019년에는 해병대 격납고 건설과 관련해 주민들과 크게 마찰을 빚었고, 최근 장기면 수성사격장 사태에서 해병대는 철저하게 국방부 뒤에 숨어있는, ‘약자 코스프레’에만 열중했다. 불난집에 기름붓듯, 수성사격장 일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해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기까지 했다. 모두가 김태성 내정자가 있을 때의 사건들이다.그런데도 포항시는 명예포항시민증을, 그것도 직접 찾아가서 줬다. 김 내정자 취임 이후 통합방위작전계획 수립과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포항시 통합방위태세 확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준 데 감사하고, 재난발생 시 병력을 지원해줬으며, 일손 부족 농가에 도움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역대 사단장들 중 안 그런 사람을 손에 꼽기가 힘든데 말이다. 어려운 명분을 찾지말고 차라리 솔직하게 사령관이 됐으니 포항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으면 어땠을까.현안에 방관자에 가까웠던 그에게 주어진 명예시민증은 “2년여 동안 포항시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번 명예시민증은 앞으로 포항시를 위해 많은 일을 해달라의 의미에 더 가깝다. 그와 함께 근무했던 많은 군인들에게 ‘좋은 지휘관’으로 기억되고 있는 김태성 내정자가 포항시민에게도 ‘좋은 명예시민’으로 기억되길. 명예포항시민으로서 이름값을 해주길 기대한다. /bareum90@kbmaeil.com

2021-04-11

농작업 대행서비스, 영양군이 대신해드립니다

오도창영양군수영양군은 지난 시절 고추재배로 인구 7만이명이 넘었다. 영양읍내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군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했다. 농사는 여전히 영양군민들의 삶의 중요한 근간이다.올해 1월 영양군 인구는 1만6천670명이다. 이중 65세가 넘는 인구가 6천245명으로 37.4%를 차지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인구는 여전히 농사를 주 생계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다.고령자의 대부분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이들은 영양지역 특성상 고추, 사과 등을 비롯한 수작업이 많은 농작물을 주로 재배하다보니 농번기 일손이 크게 부족하다.농번기 일손부족으로 농작업이 지연되고 차질을 빚어 어려움을 겪는 농민을 대상으로 일부 중개업자들이 높은 품삯을 요구하거나 농사일에 익숙한 인부들을 다른 곳으로 투입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품삯을 주고 인부를 고용하는 이유는 그만큼 농촌에서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농가소득이 줄어드는 마당에 인건비가 급상승하고 있으니 농민들의 걱정은 더욱 깊어지기만 한다.전국적으로 일손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민관이 협력해 인력은행을 운영하고 있다.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을 농작업 현장에 투입하고, 각 기업은 1사1촌 자매결연을 맺고 농촌 일손을 거든다. 하지만 농번기 일손부족 현상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어 농촌지역 지자체들이 본격적인 지원체계를 갖추고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할 것이다.이에 군은 농번기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시도한 외국인 계절근로자사업 진행과 빛깔찬일자리지원센터를 운영해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그래도 부족한 일손은 농작업 대행반 서비스 운영으로 완전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농작업 대행반은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기계화가 가능한 밭갈이, 이랑 만들기, 피복작업을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농업인들이 고령화로 인해 농기계 사용에 있어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농기계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영농인력부족 등 농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 경영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사업 추진 첫 해인 2019년도에는 사업비 2억을 들여 379농가에 219ha를 지원했으며 2020년도는 사업비 2억5천만원 가량을 투입해 530농가, 347ha를 지원했다.2020년 12월에는 간담회를 개최하고 농가, 농작업 대행반, 사업추진 관련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그간 2년 동안의 사업을 평가해 2021년에 추진할 사업의 미비점을 보완하도록 하는 시간을 가졌다.지원대상은 당초 관내 70세 이상 고령농가에서 2020년 여성단독 농업인, 2021년 장애인(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등록된 농업인으로 지원범위가 확대 돼 왔다. 군에서 추진하는 농작업 대행 서비스는 개별적으로 실시되던 농작업 대행 업무를 제도권 안에서 추진함으로써 체계적인 농업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하지만 아직 보완할 점도 있다.읍·면 작업 대행반별로 농작업비 단가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위탁영농 농업법인에 대해 농기계 구입비를 지원해 대행사업 단가를 인하하고 농작업 대행 단가를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향후에는 점진적으로 이 서비스의 미비점을 보완한다면 지역 고령 농업인들의 농지 이용률을 높이고 농업생산성을 향상시켜 농가 소득을 증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영양군민들이 농번기에 농작업 대행서비스를 잘 이용해 농가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21-04-11

도래쑥

쑥전을 부쳤다. 남편의 도시락에 넣어 보낼 반찬이다. 쑥이 넉넉하니 쑥국도 같이 끓였다. 집안 가득 향기가 번진다. 어제 진평왕릉 나들이에서 건져 올린 전리품이다.벚꽃의 찬란함을 시기한 봄비가 밤새 내리더니 아침 하늘엔 구름이 가득 폈다. 능선이 낮아 하늘 보기에 안성맞춤인 경주로 소풍을 나갔다. 경주 사는 단영 언니를 카톡으로 불러냈다. 자신이 자주 가는 곳이 있으니 그곳에서 보자고 한다. 마침 백률사에서 아침기도를 끝냈다며 절 앞 사거리쯤에서 기다릴 테니 어서 오라며 전화를 했다. 언니는 통행이 많은 길에 차를 세우고 비상등을 켠 채 나에게 자신의 위치를 열심히 설명했다. 차창을 내리고 서 있는지 언니의 말 사이로 차가 달려왔다가 또 어디론가 급히 내달린다. 그 소리가 자꾸만 몽돌 바닷가에 파도가 차르르 밀려왔다 되돌아 나가는 소리 같다. 언니의 길 안내가 파도의 리듬처럼 들려 가슴이 설렜다.언니 뒤를 따라 넓은 들 사이로 차를 몰았다. 하늘빛이 좋아 한눈팔고 싶어 천천히 갔다. 목적지는 진평왕릉 앞 카페였다. 왕릉이 하도 좋아 틈만 나면 이곳에 오게 된다는 언니, 자신이 전생에 진평왕의 애첩이었을 거라는 말에 함께 웃었다. 카페 2층에서 내려다보니 능이 얌전히 엎드린 소의 등 같다.능을 한 바퀴 돌았다. 오래 왕위를 지켰던 왕의 인심인지 주차장은 무료로 개방해 놓았다. 물이 왕릉까지 들어올까 싶어 둘레에 파놓은 수로 위로 작은 다리가 놓였다. 다리를 건너자 멀리에 왕버드나무가 구부러진 허리를 미처 펴지 못한 채 봄을 맞고 있다. 조금 더 걸으니 팽나무가 섰다. 그 옆에 소나무 한 그루가 왕을 보필하는 장군처럼 버티고 섰다.경주 능의 주위에는 대부분 소나무가 경계를 선다. 진평왕의 딸인 선덕여왕릉은 소나무 숲속에 있고, 석탈해 능 주위에도 오릉에도 모두 소나무가 몸을 기울이며 수백 년 자리를 지켰다. 아마도 숲과 경계를 짓기 위해 둘레 나무를 심었을 것이다. 이것을 도래솔이라 한다. 도래는 ‘둥근 물건의 둘레’란 뜻이고, 거의 다 소나무를 심어 둘레솔이라 했고 그러다 도래솔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도래솔을 심은 뜻은 이승과 저승의 가리개 역할이 크다. 조상이 이승을 보지 않게 하여 걱정을 덜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세상에서 고생하고 가셨는데 저승에서 더이상 이승을 보지 말고 편히 쉬시라는 뜻이다. 권력의 과시이기도 하고, 돌아가셨으니 더이상 이승의 권력을 넘보지 말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진평왕릉 주변엔 소나무 숲이 없어서인지 도래솔은 없다. 능 주변을 걷다 보니 발아래 온통 쑥이다. 봄비를 먹고 뽀얀 쑥이 쑤욱 올라왔다. 쑥밭이다. 누가 일부러 가꾼 듯이 참하게 자랐다. 우연히 찾은 터라 칼도 바구니도 없으니 다른 날 다시 와야지 하며 그날은 산책만 했다.며칠 뒤, 친구들과 다시 진평왕릉 나들이를 갔다. 오후 햇살이 왕버드나무의 그림자를 길게 늘이며 능 주변을 서성였다. 한 친구는 사진 삼매경에, 또 한 친구는 낮게 엎드린 제비꽃과 노란 양지꽃에 빠져 허리를 굽혔다. 나와 또 한 친구는 칼로 쑥을 뜯었다.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나비가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듯 능 주위를 따라 쑥을 뜯었다. 며칠 봄볕에 몸을 불린 것인지 도톰해진 쑥이 몇 분 만에 비닐봉지에 차올랐다.그 쑥이 오늘 남편의 도시락을 풍성하게 만들고 우리 집안 가득 봄향기로 채웠다. 손에 쑥물이 가득 밴 친구는 쑥국을 끓여 집에서 군 생활을 하는 아들을 먹이겠다고 한다. 겨울을 나고 봄에 올라온 첫 쑥은 약이 되니 먹는 이의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진평왕이 살아생전 쑥국을 즐기셨나, 선덕여왕이 쑥버무리를 좋아했나, 진덕여왕이 쑥전을 해달라 졸라서인가. 능 둘레에 단군을 낳은 웅녀가 마늘과 함께 먹었던 쑥이 천지다.도래솔 대신 도래쑥이다. 다음 봄에도 그다음 해에도 도래쑥이 이곳으로 나를 부를 테니 내 쑥밭이라 미리 찜해둔다. /김순희 수필가

2021-04-11

치매와 신문읽기

우리나라 치매환자는 대략 75만명 정도로 추정한다. 그러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치매에 걸리는 환자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치매환자는 앞으로 더 빠르고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보건당국은 치매환자가 2024년에는 100만명을 돌파하고 2039년에 200만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다.현재 65세 이상 노인층의 치매 유병율은 10%다.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설명이다. 치매를 관리하는 비용도 지속 늘고 있다. 2019년 국가의 치매관리 비용은 연간 14조원이다. 그러나 지금의 추세라면 2050년에 가서는 134조원으로 늘어날 것 같다고 한다. 연간 관리비용을 환산하면 치매환자 1인당 2천74만원의 관리비가 드는 셈이다.치매와 노령화는 직접적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고 한다. 현재 건강보험료 중 진료비 지출이 65세 이상 인구에서 41.6%를 차지하고 있어 노인층의 건강관리가 향후 국가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치매는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다. 한 여론조사에서 43%의 노인이 암보다 치매를 더 무서운 질병으로 손꼽았다.지난 7일은 65회 신문의 날이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실비 벨빌 교수는 치매 예방의 최선 방법이 게임이 아니고 책이나 신문읽기와 같은 고전적 두뇌 활동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치매연구 의사들은 신문읽기는 집중력, 기억력, 언어능력 등 다양한 인지영역에 도움을 준다고 말하고 있다. 100세 시대 치매를 이기는 방법으로 신문읽기를 권장하면 좋을 듯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4-08

승자의 저주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박형준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제1야당인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났다.그러나 보궐선거 결과를 지켜보는 대구·경북 정치권은 오히려 뒤숭숭한 표정들이다.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미국의 종합석유회사인 애틀랜틱 리치필드사에서 근무한 카펜, 클랩, 캠벨 등 세 명의 엔지니어가 1971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언급됐고,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가 1992년 발간한 ‘승자의 저주’라는 책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1950년대에 미국 석유기업들은 멕시코만의 석유시추권 공개입찰에 참여했는데 당시에는 석유매장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다. 기업들은 석유매장량을 추정해 입찰가격을 써낼 수밖에 없었는데 입찰자가 몰리면서 과도한 경쟁이 벌어졌다. 그 결과 2천만 달러로 입찰가격을 써낸 기업이 시추권을 땄지만 실제 석유매장량의 가치는 1천만 달러에 불과했고, 낙찰자는 1천만 달러의 손해를 보게됐다. 이때의 상황을 카펜과 클랩, 캠벨은 ‘승자의 저주’라고 이름 붙였다.이같은 승자의 저주는 경쟁입찰이나 기업MA에서 자주 일어나며, 때로는 정치판에서도 일어난다. 예를 들면 올해 초 서울시장 선거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을 때만 해도 상당수 국민의힘 지지자들 가운데서는 “서울시장 선거는 지는 게 대선에는 더 나을 수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현재 국민의힘이 야당으로서 너무 무기력하고, 구심점이 확보되지 않고 있기에 서울시장 선거 패배를 계기로 완전히 판을 갈아엎는 체질개선으로 정계개편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란 얘기였다. 그러나, 보선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애초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돼 온 부산시장 선거는 물론이고 박빙승부가 예상됐던 서울시장 선거까지 국민의힘이 압승한 4·7보궐선거 결과는 승자의 저주를 불러올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보선 결과가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 부동산정책 실패 등에 대한 심판이 결과로 나타난 것일뿐 국민의힘을 지지해서가 아니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특히 이제까지 3% 이내 차이로 승부가 갈렸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20%에 육박하는 18.32%의 표차로 승부가 갈린 것은 의미심장하다. 기존 여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있지만 야당도 획기적인 변신 없이는 언제든 지지율을 철회할 수 있다는 민심의 도도한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다. 차기 당대표 주자로 유력한 정진석 의원이 “포스트 김종인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이 자칫 자리 싸움, 세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선 승리에 자만해 예전 고질병인 적전분열 자중지란을 되풀이할 경우 민심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대구·경북을 텃밭으로 둔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이루고 싶다면 화합하고, 통합하고, 개혁해야 한다. 대선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2021-04-08

확진자 다시 늘고 백신은 부족한 코로나 難局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700명대를 기록했다. 지난 1월 7일 이후 최고 수치다. 전날 600명대로 올라섰던 확진자는 하루만에 700명대로 치솟아 4차 대유행 전초 단계라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 0시 현재 신규 확진자는 700명으로 전날 600명선에서 하룻만에 700명대로 올라가 방역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일주일 신규 확진자를 보면 557명-543명-543명-473명-478명-668명-700명이다. 하루 평균 566명꼴로 거리두기 단계로 보면 2.5단계다.지역별로는 부산 51명, 대전 26명, 대구 10명, 경북 11명 등 비수도권에서도 189명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줄지 않는다. 감염경로도 매우 다양해 코로나19 대응에 적신호가 울렸다.중대본은 국내 환자수가 석달만에 600명대를 넘어서자 “이제 4차 대유행을 걱정할 단계”라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도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은 아직 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체 접종자가 겨우 100만명을 넘어 갈 길이 까마득하다.이런 가운데 유럽의약품청(EMA)는 아스트라제네카사 백신과 특이 혈전증간의 관련 가능성을 공식 인정했다. 정부도 8일로 예정됐던 특수학교 종사자와 유치원, 초중고를 대상으로 한 백신접종을 일시 연기했다. 또 60세 미만에 대해서도 AZ백신 접종을 한시적으로 보류했다. 국내서도 AZ백신을 맞고 혈전증을 신고한 사례가 세 번이나 발생했다. 백신접종에 당장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11월까지 집단면역을 기대했던 정부의 접종 스케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백신접종 후진국으로 낙인 찍힌 우리나라는 최근 백신 자국우선주의에 밀려 백신물량 확보에도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이래저래 코로나 난국이 또다시 전개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이런 일이 빚어진 데는 정부의 원칙없는 방역대책이 한몫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섣부른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화를 키웠다는 비판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정부는 4차 대유행을 경고하면서 주민들의 방역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주민 인내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당국의 능동적이고 신속한 대응책과 특단의 백신물량 확보 전략 등이 있어야 4차 대유행을 막을 수 있다.

2021-04-08

무서운 민심… 與는 반성하고 野는 착각말라

대선 길목에서 치러진 4·7 재보궐선거가 여권의 참패로 끝났다.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 후 1년 만에 탄핵사태의 수렁에서 벗어나면서 정치 지형을 반전시킬 수 있게 됐다. 집권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똑바로 받아들이고 국민에게 사죄를 해야 한다.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해온 법과 제도, 상식, 관행을 무시하고 국정을 일방적으로 이끌어 온 집권여당의 오만이 민심이반을 일으킨 것이다. 국민의힘은 승리감에 도취돼선 안된다. 이번 선거에 압승해 향후 야권 통합과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갖게 됐지만, 민심을 얻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에서의 승리 원인은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까지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대구·경북지역당, 기득권·꼰대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급선무다. 벌써 당내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구·경북 2선 후퇴론’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극보수적인 스펙트럼을 가진 TK정치인이 전면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상당수 이 지역의원들도 이 논리에 대해 수긍을 하고 있다고 한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 지역 출신 송언석(김천)·곽상도(대구 중·남구) 의원이 최근 좋지 않은 일로 나란히 언론에 보도돼 시·도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송 의원은 지난 7일 국민의 힘 재보궐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당직자에게 폭행과 욕설을 한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이기도 한 곽 의원은 서울시장선거에 투표한 뒤 인증사진을 올리는 바람에 대구시민들로부터 ‘서울시민이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곽 의원은 오래전부터 대구시장 출마설도 나와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국민의힘은 아직 11개월이 남은 내년 대선을 생각하면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대선정국의 격랑 속에서 조금의 실수만 해도 천금 같은 기회를 물거품처럼 날려버릴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교훈을 얻었듯이 항상 민심을 겸허하게 읽어야 한다. 국민에게 국정운영의 대안정당이라는 인식을 주지 못할 경우 한 순간에 외면당할 수 있다.

2021-04-08

포스텍, 위기를 기회로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포스텍이 재정난을 겪어 국립대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는 교수, 직원, 재학생 뿐만 아니라 동문, 학부모, 명예교수 및 포항시민들, 포스텍을 아끼는 국민들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사회에서 가볍게 논의된 사항이고 포스텍 총장의 해명성 메시지가 발표되었지만 여전히 이 보도의 충격은 가시지 않고 있다.어떤 포스텍 재학생이 SNS에 올린 글에서 국립대 전환은 “포스텍의 카이스트 하위호환”이라는 말이 나온다. 포스텍의 카이스트와의 치열한 라이벌 관계에서 나온 단어이기에 충격적이다. 87년 개교한 포스텍의 기세는 서울대, 카이스트가 문제가 아니라 세계와 경쟁한다는 기개와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포스텍은 국내 1위라는 자부심이 확고했다.1994년 한국 최초로 중앙일보 국내대학 랭킹이 발표되었고 포스텍 1위, 카이스트 2위, 서울대 3위가 신문지상에 대서 특필 되었다. 이 당시 입시처 자료에 의하면 동시합격자의 선택에 있어서 포스텍과 카이스트는 50:50의 호각세를 보였다.2004년 영국의 QS-THE가 합동으로 세계랭킹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세계랭킹의 표준모델이 되었다. 2007년 포스텍에 국제화위원회(UGC)가 발족되어 대학 랭킹에 절대 요소인 국제화에 대한 박차를 가했고 2010년 3월 포스텍은 영어공용화 캠퍼스 선언을 했다. 연이어 포스텍 경쟁력위원회(UEMC)가 발족되어 국제화와 국제평가를 통한 포스텍의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이 진행 되었다.2010년 QS, THE가 분리되어 첫 랭킹을 발표했을 때 THE에 의해 포스텍은 세계 28위(카이스트 79위, 서울대 109위)로 단연 국내 1위로 발표되었다. 한국대학이 이룩한 최고의 랭킹이며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당시 포스텍은 국내 1위로 평가되면서 설립 50년이하 대학에서는 세계 1위라는 금자탑을 세웠다.상황은 이후 변화했다. 본부의 분위기가 “평가가 왜 중요한가? 연구만 잘하면 된다. 미국대학들은 그런데 신경 안쓴다”로 바뀌면서, 상황은 변했다. 포스텍은 연구력과 평판도에서 하락하면서 세계랭킹에서 국내 1위 자리를 지키지 못했고 50년이하 세계대학 1위의 자리도 지킬 수 없었다.카이스트-포스텍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대학의 경쟁은 스피드(연구)만을 측정하는 스피드 스케이팅이 아니며 종합예술을 다루는 피겨스케이팅과 같은 것이다.이제 포항과 한국의 자존심 포스텍도 “응답하라 ! 2010”를 외칠 때가 되었다. 대학, 동문, 명예교수들을 어우르는 공동체를 만들고 연합 위원회를 만들어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세계 랭킹에서 이룬 최고 랭킹은 서울대 36위, 카이스트 39위이지만 포스텍은 28위이다. 여전히 포스텍은 세계랭킹에서 한국 최고의 기록을 갖고 있다. 포스텍은 이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2021-04-08

이율배반(二律背反)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기독교 성서의 세례요한은 예수보다 여섯 달 먼저 태어난 유대의 선지자였다. 제사장 스가랴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요르단 지역의 광야에서 낙타가죽을 입고 메뚜기와 석청을 먹으며 살았다. 서른 살이 되던 해부터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고 외치며 갈릴리 요단강 가에서 세례를 베풀고 설교를 하였다. 예수도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율법주의자들인 바리새인과 부유한 상류층인 사두개인들까지 세례를 받으러 오자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가져오라’고 거침없이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헤롯왕이 동생의 아내를 취한 것에 대해서도 준열하게 질책하다 감옥에 갇혔다. 헤롯은 그를 죽이고 싶었지만 따르는 무리가 많아 민란이 일어날 것이 두려워 죽이지를 못하다가, 자신의 생일잔치에서 춤을 춘 의붓딸 살로메가 제 어미가 시키는 대로 요한의 목을 요구하자 쟁반에 담아 선물로 주었다.문익환은 1918년 중국에서 태어난 한국기독교장로회 목사다. 목회일 뿐만 아니라 신학대학의 교수이자 사회운동가, 통일운동가, 참여시인으로도 활동했다. 친구이자 사회운동가인 장준하의 의문사를 계기로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여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등 반독재 운동을 하다 수차례 투옥되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 재야 민주세력 결집체인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의장으로 선출되었으며, 통일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는 당시 진보 기독교인들의 인식에 따라 김일성과 회담하고자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방북을 결행했다.문익환 목사의 방북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문득 세례요한을 떠올리며 일말의 기대를 했었다.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투신해온 그의 전력을 감안할 때 헤롯왕을 꾸짖은 세례요한처럼 동족살상 전쟁의 원흉이자 북한주민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종신 집권하는 희대의 독재자 김일성에게 준열한 질책이 있을 거라는 기대였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순교의 자리를 찾아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참으로 허망하게 무너졌다. 그는 평양도착성명에서 ‘존경하는 김일성 주석’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일방적으로 한국정부를 비난하는 말만 늘어놓았다. 그러고는 김일성을 만나 얼싸안고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배신과 분노를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어떤 논리나 변명으로도 합리화 할 수 없는, 이율배반이고 자가당착이자 정신상태를 의심케 하는 일이었다.북한은 세계최악의 세습독재 국가다. 그래서 유엔은 2003년부터 해마다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왔다.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 매춘, 영아살해, 외국인 납치 등 인권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는 한편 북한 주민의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의 보장을 촉구하는 것이 그 결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한국의 현 정권은 3년 연속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의를 위한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정부가, 민주화 운동권 출신들이 장악한 정권이 정작 동족인 북한의 인권을 외면한다는 건 참으로 해괴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것은 상식과 정상의 회복이다.

2021-04-08

4월 학교에는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내 4월은/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3월에 피었던 꽃향기와/4월을 기다렸던 꽃향기 고스란히 내 안으로 스며들어/눈빛에도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향기를 나누며/향기를 즐기며/아름다운 4월을 만들고//싱그러운 5월을 맞을 수 있게/마음을 열어 두어야겠어요//4월에는/한 달 내내 향기 속의 나처럼/당신에게도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마주 보며 웃을 수 있게/그 웃음이 내 행복이 될 수 있게” (윤보영, ‘내 4월에는 향기를’)최근 필자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 시이다. 중간에 생략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어 전문을 인용한다. 필자가 이 시에 매료된 이유는 필자가 원하는 학교 모습이 이 시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내(또는 나)” 자리에 “학교”를, “당신” 자리에 “학생”을 대입해서 읽어보면 필자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4월 학교에 행복이 넘치기를 바라면서 패러디한다.“학교 4월은/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중략) 4월에는 한 달 내내 향기 속 학교처럼/학생에게도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마주 보며 웃을 수 있게/그 웃음이 학교 행복이 될 수 있게”향기가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음껏 웃으며 자신의 미래를 위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이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조차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학교에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 기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 나라 학교 현장이 얼마나 살벌한지는 잘 알 것이다.“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한 청소년의 수가 10년 새 가장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중략) 학생 10만 명당 극단적 선택한 학생은 2020년 2.75명으로 2.71명을 기록한 2009년보다 높았다.”학생들이 가장 행복하고, 가장 즐거워야 할 학교가 어쩌다가 학생들을 사지(死地)로 내모는 곳이 되었을까! 다음은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유를 다룬 언론 자료이다.“극단적 선택 추정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41.8%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우울 등 정신질환(12.8%), 가정불화(12.8%), 성적 문제(7.8%) 순으로 나타났다.”이 자료만 보면,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원인이 학교 밖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최선을 다해 얻은 자료일 것이다.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순서가 크게 바뀔 수밖에 없음을 안다. 당장 학생들이 우울 등 정신질환을 겪는 이유를 생각해보자.4월 들면서 학원과 독서실에 자리가 없다고 한다. 특히 독서설에 오는 학생의 학년이 많이 낮아졌단다. 그중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유독 많다고 한다. 중학교 첫 정기고사에 가위눌린 중학교 2학년 학생을 보면서 학교와 자유학년제의 모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4월을 향기 넘치는 말로 시작하려 했는데 또 실패다. 지금부터라도 4월 학교에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그것도 학생들이 행복한 향기가! 그러기 위해서라도 평가제도를 확 뜯어고치자!

2021-04-07

예수를 배신한 제자 두 사람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세상살이에서 배신은 큰 상처를 남긴다. 인간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원수를 만드는 배신사건은 비일비재하다. 철석같이 믿었던 사랑하던 사람의 배신, 제자의 스승 배신, 믿었던 친구의 배신, 심지어 부모 형제간에도 배신은 종종 있다. 오늘처럼 각박해지는 이익사회에서는 배신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배신의 결과는 원망과 보복, 눈물과 고통을 수반한다. 얼마 전 임영웅이라는 무명가수는 ‘배신자’라는 노래로 ‘미스터 트롯’에서 1위에 올랐다. 그의 감성적인 음색도 좋았지만 그 가사가 이 시대의 아픔을 대신했기 때문이다.코로나 상황에서도 성당과 교회는 지난주 부활 축일을 조용히 치렀다. 성경의 기록은 예수님도 두 명의 제자로부터 배신당한다. 마르코 복음에는 제자들로부터 배신당한 예수님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어부에서 제자로 전격 발탁된 베드로의 배신이 등장한다. 그는 예수님 곁을 지키며 착실히 예수의 구원 사업을 돕던 사람이다. 예수가 총독 빌라도 앞에 불려가 재판을 받을 때 그는 화가 자신에게 미치지 않을까 몹시 두려웠다. 당신도 예수님과 함께 다닌 사람이지요? 라는 물음에 그는 극구 부정했다. 예수의 예언대로 그는 새벽닭이 두 번 울기 전 세 번이나 예수를 배반했다. 권력과 죽음의 공포 앞에 나약해진 베드로의 모습이다.유다는 예수님을 팔아넘긴 대표적인 배신자이다. 그는 예수가 총애하여 돈 주머니까지 맡긴 재정 책임자이다. 예수의 ‘최후의 만찬’에도 유다는 예수께 비스듬히 기대고 있다. 그러나 계산에 빠른 그는 은전 30냥에 스승 예수를 팔아넘겼다. 이 세상에도 권력자의 측근 중 공금을 횡령한 사람은 많지만 유다처럼 주인을 팔아넘긴 사람은 드물다. 결국 그는 스승 예수의 처형 소식에 몹시 후회하고 목을 매 자살했다. 산티아고 성지 순례 출발지 성당 벽에는 자살한 유다의 비참한 모습과 그를 어깨에 메고 가는 예수님의 모습이 잘 조각되어 있다.결국 배신당한 예수는 재판에 회부된다. 유태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의 처형을 빌라도 총독에게 촉구한다. 당시 관례에 따라 빌라도가 예수의 처형 여부를 물었을 때 광장의 군중들은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외친다. 빌라도는 예수의 방면을 제안했지만 무지하고 성난 군중들은 그의 처형을 촉구한다. 당시 군중들로부터도 배척당하는 예수님의 수난 모습이다. 역사에는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이 군중들로부터 배척당하는 중우(衆愚)정치의 비극을 자주 접한다. 오늘날 인기 영합적인 포퓰리즘의 결과가 두렵다. 부활주일을 지났지만 제자들의 예수 배반 사건이 머리에 맴돌고 있다.혼탁한 인간 세상의 배반은 흔히 엄청난 보복으로 이어진다. 악이 악을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이다. 혼탁한 정치판에도 배반에 대한 앙갚음은 이어지고 있다. 오늘 한국 정치 역시 상대 죽이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예수는 우리와 같은 방식인 보복으로 문제를 해결치 않았다. 자신의 행위를 뉘우친 베드로에게는 천국 문의 열쇠를 안겨주었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유다를 원망은 했지만 보복치 않았다. 부활절은 예수의 지극한 사랑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2021-04-07

When life hands you a lemon, Make lemonade

조근식포항침례교회담임목사미국 사람들은 자동차 범퍼에다 여러 가지 종류의 스티커를 많이 붙이고 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많은 범퍼 스티커 가운데 이런 스티커 하나를 본 적이 있다.“아주 쓰고 신 레몬을 주거든 그것을 레모네이드 차로 만들어라(When life hands you a lemon, Make lemonade).”이 말은 쓰디쓴 인생의 경험이 오히려 달콤하고 아름다운 인생의 축복으로 변모할 수가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신 레몬을 달콤한 레몬차로 만들어 마시라는 말이다.인생 여정 가운데 때때로 생각밖에 어려움을 통해서 근방이라도 낙심되고 절망스러워서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에서 포기하지 않고 딛고 일어설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그 고난은 결코 인생을 파괴하지 못할 것이다.신약성경에서 세상적인 모든 스펙을 쌓고 출세 가도를 달리던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후 자신의 삶의 현장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한 후에는 늘 이렇게 고백했다. ‘내가 고난 당하는 것이 내게 유익이라. 그래서 항상 고난도 즐거워하고 고통도 기뻐한다’라고 고백하였다.한자로 된 사자성어로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의 뜻은 쓴 것이 다하면 달콤한 맛이 찾아온다는 말이다. 순수한 우리말로는 ‘고생(苦生)끝에 낙이 온다’라는 속담과 상통된다고 볼 수 있다.우리는 인생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가 있고, 즐겁다고 느낄 때도 있으며, 고생스럽다고 느낄 때도 있다. 바꾸어 애기하면 낙(樂)을 찾거나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어렵고 힘든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는 뜻이다.세상 일은 돌고 도는 것인 만큼 힘든 고비를 참고 넘으면 평탄한 길이 열리기 마련이다. 영국 속담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모든 구름의 뒤는 은빛으로 빛난다)’도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내일에 대한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이 시대를 살면서 우리 앞에 놓인 크고 작은 고난의 현장에서 지금 무진장 쓰고 시어서 입에 댈 수도 없는 레몬이지만 지혜를 구하며 수고를 아끼지 않고 시큼 달콤한 맛있는 레몬차로 바꾸어 마실 수 있다면 고난이 유익이며 축복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이 삶의 비밀을 알고 나면 엄청난 시험과 고난의 폭풍우 속에서도 우리는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울면서도 찬양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더 달콤한 차 한잔의 여유를 만끽하며 내일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2021-04-07

민들레

정미영수필가민들레는 할머니와 나의 추억이 담긴 꽃이다. 사물은 사연이 담기는 순간 누군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된다. 그런 연유로 해마다 나의 봄은 민들레가 필 무렵 시작된다. 민들레를 보아야 마음에서 진정한 봄을 받아들인다.돌아가신 할머니는 봄날 입맛이 없을 때 뒷산을 찾았다. 민들레로 밥상을 차리기 위해서였다. 민들레를 캐고 난 뒤, 집에 돌아와 민들레밥과 민들레된장국을 상 위에 정성스럽게 올렸다. 된장국을 숟가락 가득 입안에 떠 넣으면 민들레 특유의 은은한 향이 온몸 가득 퍼졌다.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었다.봄비 그친 어느 날이었다. 할머니는 양지바른 산기슭과 밭둑 언저리에 피어난 민들레를 캐기 위해 어린 나를 앞장 세웠다. 할머니는 호미로, 나는 숟가락으로, 줄기를 조심스레 잡은 뒤 뿌리를 캐서 흙 털기를 반복했다. 칡 바구니 가득 민들레를 캐고 나면 민들레 내음이 손가락 사이에 뱄다.제법 시간이 흐른 뒤였다.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뻐근해서 둥글게 말고 있던 등을 펴 고개를 들었다. 할머니는 붙박이처럼 제자리에서 민들레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낀 할머니는 민들레처럼 살면 좋겠다고 나에게 말했다. 생명력이 강한 민들레가 좋다면서. 민들레는 아무데서나 싹이 잘 트고 잘 자란다.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가뭄에도, 먼지가 겹겹이 쌓이는 길바닥에도, 무심한 사람들에게 밟혀도 죽지 않는다. 씨앗들은 멀리까지 날아가 부지런하고 야무지게 살아간다.할머니 역시 강했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육 남매를 키웠다.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깊은 슬픔에 젖어 눈물을 흘리고 싶어도, 자식들을 위해 삭여야 할 때가 있었다. 삶이 주는 무게가 무거워 주저앉고 싶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남은 자식들만이라도 어떻게든 지키고 싶어 했기에, 생활의 역경을 이겨나갔다.할머니는 생활에 대한 막막함의 농도가 짙어질 때면 가끔 나를 붙잡고 말했다.“영아, 할매는 민들레 씨앗처럼 훨훨 날고 싶데이.”민들레처럼 어디론가 날아가고자 꿈꾸던 할머니였다. 할머니의 말투에는 삶의 고단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민들레는 봄이 멀어질 무렵이면 바람에 몸을 싣고 멀리 여행을 떠난다. 바람에 자신을 맡기고는 낯선 땅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그곳에서 싹을 틔운다. 할머니는 살면서 문득문득 자신을 가두는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나 보다. 남편의 부재가 주는 상실감이 가슴 속에서 똬리를 틀고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때마다 민들레를 떠올렸을 수도 있다. 어쩌면 진정한 삶은 남이 아닌 스스로가 만든 굴레에서 자유롭게 벗어나고자 노력할 때 주어지는 것이리라.세월은 할머니의 바람을 앗아갔다. 할머니 몸 군데군데 민들레 갓털처럼 버짐이 번졌다. 고달픈 생활 속에서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던 중에 치매 증상이 생겼다. 할머니의 바람대로 자유롭게 떠도는 여행이 아니라, 요양병원이라는 갇힌 공간에 모셨다.할머니가 하루빨리 호전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민들레의 재생력을 빌려서라도 할머니의 건강이 좋아져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기원했다. 민들레는 뿌리를 열 토막으로 잘라 땅바닥에 던져두면 열 포기의 민들레가 돋아난다. 잘라진 민들레 뿌리에서 다시 새싹이 돋아난다. 그러나 내 바람은 끝끝내 부질이 없었다. 할머니는 그렇게 민들레 씨앗처럼 훨훨 날아 저 멀리 하늘로 떠나셨다.나는 올해도 민들레꽃과 함께 봄을 시작한다.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할머니의 품이 민들레 안에 오롯이 담겨 있다. 민들레는 할머니에 대한 내 슬픔의 인자를 내포하고 있다. 먹먹한 기억과 다정한 추억 또한 담고 있다.아파트 화단에 소담스럽게 피어난 민들레꽃이 나에게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민들레 향기를 닮은 추억들이 바람결에 실려 온다. 민들레가 할머니로 변신하여 자유가 되고 희망이 되어 바람결에 변주된다. 손을 뻗어 가만히 꽃잎을 쓰다듬으니, 봄과 이어진 연결 고리 하나가 내 손으로 건너온다.

2021-04-07

삶은 동사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쉼 없이 움직인다. 일어나고 일하고 배우고 만나고 말하고 마시고 노래한다. 잠을 자는 시간에도 숨을 쉬고 몸을 뒤척인다. 움직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삶이라는 명사를 파생한 동사는 ‘살다’이다. ‘살다’의 어감을 느껴보면 흥미롭다. 숨을 쉬는 소리 ‘ㅅ’에 양성모음 ‘ㅏ’를 붙이고 흐르는 어감을 가진 ‘ㄹ’로 받쳐놓았다. 졸졸, 솔솔, 돌돌, 같은 흉내말을 보면 ‘ㄹ’을 알 수 있다. 물이 흐르고 바람이 불고 돌이 구르는 소리이다. 끊어지지 않는 움직임이 그대로 느껴지는 생생한 언어이다. ‘살림살이’를 보라. 구르는 소리가 셋이다. 이렇듯 ‘살다’는 생명의 언어며 ‘삶’은 생명의 일생이다.가다, 오다, 뛰다, 막다, 살다, 눕다, 자다, 깨다, 졸다, 싸다, 먹다, 놀다, 씹다, 감다, 놓다, 끄다, 따다, 푸다, 붓다, 널다, 펴다, 재다, 괴다, 긁다, 씻다, 썰다, 켜다, 끄다, 베다, 휘다, 굽다, 쐬다, 읽다, 찌다, 지다, 말다, 쥐다, 펴다, 듣다, 차다, 빗다, 쌓다, 파다, 쓰다, 입다, 때다, 앉다, 얹다, 주다, 갈다, 찧다, 찍다, 꺾다, 깎다, 묶다, 막다, 채다, 호다, 접다, 짚다, 지다, 뜨다, 닫다, 열다, 밀다, 풀다, 돌다, 짜다, 불다, 빼다, 낚다, 닦다, 파다, 캐다, 울다, 웃다, 매다, 메다, 푸다, 넘다, 기다, 박다, 빨다, 널다, 패다, 쪼다, 젓다, 뜨다,우리말에는 두 음절 동사가 많다. 모두 삶의 기본이 되는 행위라는 특징이 있다. 삶이 단순하던 시절에 만든 가장 단순한 언어이다. 삶이 복잡해지면서 두 동사가 결합했다. 살아가다, 쥐어짜다, 동여매다, 낚아채다 등이다. 살아있는 세포처럼 동사도 단음절에서 다음절로 진화한 것이다.식물의 동사는 몇 개 없다. 뿌리를 뻗다, 물을 빨다, 가지를 벌리다, 꽃이 피다, 지다, 열다 등이다. 무생물은 움직일 수 없으므로 동사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말은 ‘돌이 구르다’라고 표현한다. 가만히 따져보면 서술어 ‘구르다’는 자동사(自動詞)이나 알고 보면 ‘무엇이 돌을 굴리다’로 타동사(他動詞)이다. 움직이고 구르는 힘은 스스로가 아닌 타력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생물에 붙이는 동사는 몇 개 없다. 이렇게 동사를 비교해 보니 인간이 얼마나 왕성하게 활동하는지 실감이 난다.동사 ‘살다’는 우리말 곳곳에 있다. 나이를 말할 때 ‘살’을 쓴다. 다섯 살, 서른 살, 일흔 살이라고 한다. 살아가는 일에도 ‘살이’를 붙인다. 살림살이, 옥살이, 귀양살이, 더부살이, 타향살이, 처가살이, 겨우살이, 이렇게 보니 사람에게 ‘살다’는 없어서는 안 될 동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죽하면 ‘먹여 살리다’라고 말하겠는가.삶의 마지막 동사는 ‘죽다’이다. 죽음에 이르면 하나씩 멈추고, 마지막 움직임이 멈추면 삶을 마감한다. ‘죽다’는 어두운 음성모음에다 닫히고 막히는 소리 ‘ㄱ’이 받침이다. ‘주욱’을 보자. ‘주우우’ 이어지다가 ‘ㄱ’에서 숨이 끊어지고 문이 닫힌다. 어감으로 보는 죽음은 끝이며 단절이다.돌아가시다. 사망하다, 별세하다, 운명하다, 타계하다, 작고하다, 기세하다, 땅에 묻히다, 밥숟가락 놓다, 숨이 끊어지다, 영원히 잠들다, 다음 세상으로 떠나다, 유명을 달리하다, 요단강 건너다, 저승사자를 따라가다, 숨이 멎다, 심장이 멈추다, 영면에 들다, 열반에 들다, 입적하다, 선종하다, 서거하다, 심장박동 그래프가 수평을 그리다, 황천길로 가다, 골로 가다, 북망산 가다, 칠성판(七星板)을 지다, 올림대를 놓다(속된말), 사자밥을 떠놓다(속된말)응용하거나 파생하거나, 우리말은 하나의 뿌리를 가진 동사를 다양하게 표현하는데, 이러한 표현 뒤에는 상황, 장소, 세계관 같은 것들이 숨어있다. ‘돌아가시다’는 영혼의 고향이 있다는 세계관이고 ‘저승사자를 따라가다’는 내세관이다. 죽음은 끝이나 소멸이 아니라 다음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다. 이승을 버리거나 다음 세상으로 가는 일이라는 것이 우리네 정서이다. 인간의 죽음에도 은유와 철학이 숨어있는 게 우리말의 특징이다.우리말에서 ‘죽다’는 생물에만 쓰지 않는다. 시계가 죽었다, 팽이가 죽었다, 불이 죽었다, 처럼 무생물에도 쓴다. 또한 풀이 죽었다, 사기가 죽었다, 끗발이 죽었다, 처럼 감정에도 쓴다. ‘캬! 죽인다’ 또는 ‘죽여 준다’처럼 감탄에도 쓴다. ‘좋아 죽겠어’ 또는 시어(詩語)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처럼 역설에도 쓴다.우리 사는 세상에 모든 것이 정지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구에 동사 ‘불다’가 없고 ‘흐르다’가 없고 ‘치다’가 없으면 바람도 멈추고 물도 멈추고 파도도 출렁이지 않는다. 움직임이 없으면 죽음의 세계이다. 동사가 없으므로 아무 일 일어나지 않는 달처럼,삶은 동사다. 쉼 없이 움직이다보면 부딪치고 엎어지고 깨지기도 한다. 아파서 울고 서러워서 가슴을 치기도 한다. ‘엎어지다’가 있으면 ‘일어나다’도 있다. ‘울다’가 있으면 ‘웃다’도 있다. 그러니 기왕 한 세상을 사는 거, 활기차게 살아볼 일이다./수필가·문학평론가

2021-04-07

등교전후 아이들 保育은 공동체 전체의 책임

업무 부담을 호소하던 대구지역 초등학교 돌봄 전담사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맞벌이 가정의 등교전후 아이돌봄 문제가 사회적인 쟁점이 되고 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학교내에 마련된 별도교실에서 각 시·도교육청이 채용한 돌봄 전담사들이 방과후부터 아이들을 돌봐주는 제도다. 돌봄 전담사들은 교육기능을 갖춘 전문인이며, 방과 후 오후 5시까지 아이들을 맡아 보육과 함께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구지역에서는 현재 초등돌봄교실 1실당 학생 수 20명 내외(최대 25명)로 편성돼 돌봄 전담사와 특기적성프로그램 강사가 2실을 같이 운영한다. 한 교실에서는 돌봄 전담사 지도로 놀이, 독서와 같은 개인 활동을 하고, 다른 한 교실에서는 특기적성프로그램 강사가 음악, 미술, 창의수학, 신체활동 등 특기적성프로그램을 운영한다.대부분 초등학교의 경우 돌봄교실 수요학생들이 많아 신청자격을 1~2학년생으로 제한하고,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결정한다. 교실 운영시간은 오후 5시까지다. 이로 인해 3학년 이후 아이들은 돌봄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며, 운영시간도 짧아 맞벌이 학부모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을 감안하면, 등교전후의 아이들 보육문제는 교육당국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경기도의 보육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맞벌이부모의 아이보육 고민이 커지자 다양한 제도를 선보이고 있다. 지자체 주도로 부모가 퇴근하는 시간(오후7시)까지 운영하는 돌봄센터를 여러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출근 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애를 먹는 가정을 위해 학교도서관 등을 이용, ‘아침시간(7시30분부터 9시까지) 틈새돌봄교실’도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우리나라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맞벌이 부모들이 출퇴근 시간 전후 아이를 맡겨둘 곳이 없다는 점도 포함된다. 등교전후 아이들의 보육문제는 예산·보육관련 정부부처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광역·기초자치단체, 지방의회, 교육청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개선책을 찾아야 대안이 나온다.

2021-04-07

금융소비자보호법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상품에 대해 정보제공부터 사후관리까지 투자사의 의무를 정함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지난 2011년 도입이 추진된 지 10여 년 만인 지난 3월 16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3월 25일부터 시행 중이다. 이 법 시행으로 금융 소비자보호를 위한 ‘6대 판매 규제’가 모든 금융상품에 대해 의무화됐다. 6대 판매 규제란 상품 판매 시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 영업행위·부당 권유·과장광고 금지 등의 원칙을 의미한다.우선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이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물건을 샀다가 변심하면 환불하듯 금융상품도 가입 의사를 철회하고 이미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대다수의 보험·대출상품과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고난도 투자일임계약, 일부 신탁계약 등의 투자상품에 대해 일정 기간 안에 자유롭게 무를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보험상품은 보험증권을 받은 날부터 15일 또는 청약일로부터 30일 중 빠른 날, 투자상품과 대출상품은 계약체결일로부터 각각 7일과 14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하면 된다. 금융사에는 소비자의 재산 상황, 거래 목적 등을 확인해 적합·적정한 상품을 권유하고 수익의 변동 가능성 등 중요사항을 설명할 의무가 생겼다. 대출을 내주면서 다른 상품을 끼워팔거나 투자상품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알린다면 불공정 영업이나 부당 권유가 된다. 이 경우 소비자는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판매사가 설명 의무를 위반해 가입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고의 여부나 과실 유무를 입증할 책임을 소비자가 아니라 판매사가 지도록 했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형국이니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다행스런 조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