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는 찬란한 봄이다. 길섶에 다소곳이 알거나 모르게 들꽃이 웃음짓고, 언덕이나 길가에 벚꽃이 팝콘처럼 피어나는 개화의 절정이다. 앞서거나 뒤서며 시시때때로 피어나는 꽃들은, 어쩌면 밤하늘의 별들이 땅으로 쏟아져내려 꽃의 화신으로 새롭게 빛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꽃을 보면 마음이 환해지고 별을 보듯 밝아지는 걸까? 대지에 새 옷을 입히는 풀과 별빛같이 총총한 꽃과 가지마다 연둣빛 잎새가 손짓하며 바야흐로 봄날이 깊어 가고 있다.
차분하게 또는 현란하게 꽃잔치를 벌이고 나면 산과 들은 온통 잎새 잔치로 이어진다. 꽃이 피기 전부터 이미 실눈처럼 연한 움을 틔우거나, 꽃이 지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앙증맞은 연초록 잎새들이 동시다발로 생명의 손을 내민다. 하루가 다르게 봉긋봉긋 돋아나며 잎차례를 벌이는 나무들은 힘찬 기지개라도 켜듯이 줄기와 가지 마디마디 연둣빛 촉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쪽저쪽 새순이 나무마다 가지마다 어김없이 돋아나기에 4월을 ‘잎새달’이라 하는 걸까?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빛나는 꿈의 계절아/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목련꽃 그늘 아래서/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 박목월 시 ‘4월의 노래’ 중
피어나는 꽃들과 잎새들이 부쩍 돋아나는 4월은 그야말로 빛나는 생명과 약동의 계절이다. 봄 기운이 충만하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잎새달은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튼다’는 말처럼, 강인한 생장을 멈추지 않고 줄기와 이파리를 줄기차게 늘려 나간다. 그래서 나무심기 좋은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해 조림(造林)정책과 산림녹화사업을 강화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나무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산림육성과 보호를 실천했었기에 녹화사업의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기록되기도 했었다.
나무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주기만 한다. 꽃과 잎새를 드리워 향기와 신선함을 주고, 맑은 공기와 시원한 그늘로 건강과 편안한 쉼을 누리게 해준다. 또한 양식(良識)의 보고(寶庫)인 책 종이를 만들어 주고 세찬 바람을 막아주는가 하면 팍팍한 삶의 터전을 굳건히 지켜주기도 한다. 그러한 나무에는 켜켜이 애환이 스며 있고 나이테마다 역사가 점철돼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식 같고 이웃 같으며 친구 같고 스승 같은 나무와 숲을 잘 가꾸고 보전해야 한다.
옛날에는 딸이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어 시집갈 때 장롱을 만들어 보냈듯이 나무는 재산의 밑천이기도 했었다. 요즘도 관공서나 기업체에서 기념식수를 하는 것은 단순히 기념식의 요식행위가 아니라, 어쩌면 봉황을 기다리는 벽오동을 심은 뜻처럼 태평성대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염원이 아닐까 싶다. 최근의 울진 산불로 송이 주산지의 소나무 70%가 소실됐다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예년 같은 송이 생산을 하기까지는 최소한 50년이 걸린다니,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해하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녹화와 조림, 산림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淸明)이자 식목일인 오늘, 저마다의 반려나무를 심으며 국토와 마음의 밭을 푸르게 일궈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