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었다. 겨울왕국이 물러가고 봄의 공화국이 시작되었다. 몇 차례 꽃샘추위의 저항이 있었지만 결국 평화적인 무혈혁명은 완성되었다. 이 땅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이제부터 봄 공화국의 주민이다. 저마다 생명의 깃발을 흔들며 진주한 봄의 해방군을 맞이한다. 아직도 기척이 없는 것들은 이미 죽은 것이다. 사람들도 살아있다면 나가서 봄을 맞을 일이다. 온 누리에 울려 퍼지는 봄의 팡파레를 듣지 못한다면 그게 어찌 살아있는 사람이겠는가. 봄을 맞이하는 데는 남녀노소가 없다. 흔히들 봄을 젊음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수백 년 늙은 고목에도 꽃이 피고 새잎이 돋아나는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