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 결과를 보고 승리한 측이나 패한 측이나 “국민이 얼마나 냉철하고 무섭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압도적이었지만 선거결과는 박빙이었다. 정권교체의 열망과 함께 후보자에 대한 냉엄한 판단도 동반된 결과이다. 얼마나 국민의 판단이 준엄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은 현 정권의 실정을 간파하고 실망하고 그리고 변화를 원하지만 변화를 위한 대안이 되기엔 부족한 야당에 대한 좌절감도 동시에 표현된 절묘한 결과이었다. 과연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 경제는 어려운데 서로 헐뜯기에만 몰두하는 건 반세기가 지나도 마찬가지이고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모습은 정말 부끄럽다.
이러한 한국 정치인들의 모습은 최근 러시아의 침략에 대항하여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정부관료들 앞에 부끄러운 모습이다. 젤렌스키는 도피하라는 미국의 권유에 “Give ammunition, not ride”(“무기를 달라, 도피용 차는 필요 없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한국 정치인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한국정치에 대한 생각은 밤을 새워도 끝이 없을 테니 이 정도로 접고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대한 각 정당 전략가들에게 도움이 될 경영이론 하나를 소개해 본다.
정보 시스템(Information System: IS)은 기업의 업무를 컴퓨터로 처리하여 업무의 생산성과 효율향상, 자원절감 등을 위하여 개발해 오던 것이 종래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IS가 단순히 기업의 효율을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전략을 실현하여 경쟁사나 경쟁제품에 비하여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목적으로 정보 시스템을 활용하자는 이러한 개념의 정보시스템이 전략정보 시스템(Strategic Information System: SIS)이다.
기업 경영 전략과 국가 경쟁력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유진 포터(Michael Eugene Porter)가 주창한 ‘5개의 경쟁세력 모형(5 Computing Forces Model)’이 큰 주목을 끌며 SIS의 기초를 제공하였다.
포터는 1979년 발표된 하버드경영연구(Harvard Business Review: HBR) 논문(1979)을 통해 산업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다섯 가지 요소(5 forces)로 잠재적 진입자, 대체재, 기존 사업자와의 세 가지 요소와 공급자, 구매자 두 가지 요소를 합한 5개의 요소, 즉 경쟁세력을 제시하였다.
잠재적 진입자와 대체재에 대하여는 진입장벽을 높이고 기존 사업자에게는 경쟁우위를 지키는 전략을 구사해야 하고 이러한 전략을 IS 구축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이론이 SIS에 근간이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나머지 2개의 요소, 즉, 공급자와 구매자이다. 공급자와 구매자도 잘 다스려야 하며 이를 IS를 통해서 구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협상력을 높인다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그들이 함께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구매자의 협상력은 구매자가 구매선을 바꿀 경우 전환비용이 높도록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품의 질이나 제품의 공급편이 및 애프터서비스를 높여서 이를 달성할 수 있다. 결국 구매자는 해당 업체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환호하고 따르게 된다.
공급자의 협상력도 공급자들이 공평과 정의로운 방식의 공급을 할 수 있도록 편의와 혜택을 주어 공급자들이 해당 기업이나 제품에 충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뒤돌아볼 때, 정당들과 후보들은 잠재적 후보자나 대체적 후보자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온갖 네거티브를 구사했고 기존 후보에 대하여는 흠집 내기로 일관했다.
막상 중요한 공급자인 후보군과 구매자인 국민들에 대하여 얼마나 설득력 있게 이들을 대했는지 의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현역이나 과거 탈당 경력 등에 큰 페널티를 주는 것도 공급자에 대한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공평과 정의로 여기기 힘들다. 사실상 공천에서 탈락하여 탈당한 후 당선된 후보는 오히려 경쟁력을 증명하고 공천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선에서는 구매자인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대하지 못했다. 구매자에 대한 협상력은 높지 않았지만, “투표하긴 싫지만 할 수 없이 한다”는 논리로 간신히 승리했다. 정권교체 열망보다 훨씬 적은 득표수가 이를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다가오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포터의 마지막 두 개의 요소 공급자와 소비자 특히 소비자인 국민을 생각하는 국민이 설득되는 그러한 정책과 캠페인을 펼치길 후보들에게 부탁해 본다.
국민이 할 수 없이 선택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기꺼이 선택하는 그런 ‘협상력’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