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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유영희 작가 지난주 우연찮게 두 모임에서 정치 이야기가 나왔다. 한 모임에서 A가 말한다. “이번에 젊은 여자들이 너무 나서서 탄핵을 주장해서 민주당 지지를 끊었어요.” B가 묻는다. “20대 여자들이 광장에 나오는 것과 민주당 지지가 어떤 관계가 있어요?” “민주당이 지나치게 페미니즘을 내세워서 20대 남자들이 국힘으로 갔으니까요.” “탄핵을 반대하시나요?” “그건 아닌데 20대 여자들이 꼴 보기 싫어요.” 다른 모임에서 C가 말한다. “양쪽이 너무 극단적이에요. 상대에게도 일말의 타당성이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면 좋겠어요.” 그러자 D가 반박한다. “그런 양비론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정확한 좌표를 찍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 상황에서 가장 약자의 입장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약자는 경호처 직원이라고 어느 문화 셀럽이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경호처 직원 입장에서 보면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두 모임에서 이 대화는 한두 번 더 왔다 갔다 하고 곧바로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원래 모임의 주제가 아니기도 했고, 두 모임의 구성원들이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는 편이라 아마도 더 이야기하다가 불편해질까 봐 서로 조심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본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관계일수록 논쟁을 통해서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는다. 그러던 중 한 책이 눈에 띄어 냉큼 손에 넣었다. 아리안 샤비시의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라는 책인데, 원제를 보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논쟁하기’이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서 저자는 몇 가지 이슈를 제시하고 그런 이슈가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논쟁 당사자의 입장을 세세하게 설명하면서도 그 이슈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고 보니, A는 페미니즘을 내세우며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며느리 때문에 서운함을 넘어 분노의 감정을 삭이느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고 D는 야당 쪽 정치 활동한 경력이 있다. 한두 마디로 툭 나오는 어떤 정치적 견해라도 그 기저에는 오랜 세월 쌓인 배경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주제로 모인 경우, 갑자기 나온 몇 마디 말로 생각이 바뀔 수는 없다. 대립되는 두 입장이 논쟁을 통해서 반드시 의견의 일치를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논쟁을 하다 보면, 나의 주장이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스스로 깨달을 수도 있고,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 주장의 배경과 의미를 이해하게 될 수 있다. 그 정도만 되어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간의 룰을 가지고 긴 시간 논쟁해야 한다. 며칠 전 어떤 정치인이 다음 대통령 선거 때는 시간제한 없는 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하는 것을 보았는데, 같은 맥락이다. 아리안 샤비시의 말처럼, 침묵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정치적 입장이 인격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전제하면서 기본 신뢰가 있는 관계에서부터 진지하고 성숙하게 논쟁하는 기회를 피하지 말아야겠다.

2025-01-19

‘개소리에 대하여’

노병철수필가 ‘On Bullshit’라는 수필이 있다. 미국 철학자 해리 프랑크푸르트가 20년 전에 쓴 책이다. 우리나라에선 ‘개소리에 대하여’로 번역되었다. Bullshit은 헛소리, 허튼소리로 점잖게 번역이 되는데 이 책은 조금 과격하게 ‘개소리’로 번역하고 있다. 이 책에 요지는 거짓말쟁이(liar)와 개소리쟁이(bullshitter)를 구분한다. 거짓말은 진실을 알고 상대를 속이는 것이고 개소리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소리는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조차 상관하지 않는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말로 ‘아니면 말고’식이다. 종이신문과 몇 안 되는 공중파 방송에 의해 정보를 전달받던 시절에 우리는 참과 거짓을 언론에서 표현한 그대로를 믿었었다. “신문에 났어.”라는 이 한마디로 모든 논쟁은 종결됐다. 따라서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사명감이 있었고 불의에 항거하는 기개가 남달랐다. 그게 기자정신이었다. 확인하고 또 확인한 결과물을 기사로 내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 타협이란 것이 없었다.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기자가 쓴 기사를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권력의 감시자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하였다. 언론이 입법, 사법, 행정의 뒤를 이은 제4의 권력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은 변하고 언론도 변했다. 권력과 타협하기 시작했고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쏟아내고 권력을 향한 용비어천가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우린 언론의 속성을 이야기할 때 잘 예로 드는 것이 나폴레옹 이야기다. 유폐돼 있던 코르시카를 탈출해서 시시각각 파리로 진격해 오는 상황에 따라 그를 지칭하는 단어가 식인귀, 괴물, 폭군에서 나중에는 ‘황제 보나파르트 폐하’라는 극존칭으로 변하는 아부 근성을 말한다. 권력의 입맛에 맞춰주는 속칭 ‘빨아주는 기사’를 생성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런 거짓 기사에 놀아났다. “당신이 신문을 읽지 않는다면, 당신은 정보가 없는 사람이다. 당신이 신문을 읽는다면, 당신은 잘못된 정보를 얻는 사람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자 정보는 메이저 언론만 가질 순 없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정보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사건의 사진이 몇 분도 되지 않아 사진으로 전송되어 버리고 주요 메이저언론만 장악하면 국민의 생각도 바꿀 수 있었던 그런 시절은 군사정권 종식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 그 한 예가 이번 계엄에서도 볼 수 있었다. 실시간으로 계엄군의 행동을 안방에서 바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건을 입맛에 맞게 덮으려야 덮을 수가 없게 됐다. 그럼에도 왜곡 보도는 여전하며 점점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기사, 선동과 날조,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사용한 기사 등 질이 낮거나 자극적인 기사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린다. 유튜브 같은 매체도 언론 역할을 한답시고 여기저기서 방송을 해댄다. 일부는 돈을 벌기 위해 자극적인 것을, 화면을 만들어 송출한다. 사람들의 관심도를 높여 돈을 벌기 위해 거짓 뉴스가 판을 친다. 이런 잘못된 기사나 방송에 현혹되어 자칫 어설픈 정치 논단까지 일삼게 되고 만다. 정말 주의할 일이다.

2025-01-16

지는 햇살이 만든 햇귀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한파(寒波)를 밀고 내려오던 동장군의 기세가 한풀 꺾인 듯한 지난 14일 늦은 오후, 평년 기온을 회복한 겨울 바닷가를 나가보았다. 영일대 난간에 기대어 서쪽을 보니 붉은 윤슬을 가르며 제트 보트가 달리고 그 건너 해변에는 저녁나절의 산책을 즐기는 모습들이 어른댄다. 파도가 쉴새 없이 밀려오는 넓은 모래밭을 걸으면 물결이 밀려왔다 간 흔적 위에 많은 고둥 껍질이 예쁘게 깔려있고 흰 갈매기들이 몰려다닌다. 그 가운데 모이를 던져주는 소녀 주위에는 수십 마리의 갈매기 떼들이 몰려드는데 부근을 지나는 내 얼굴을 스치듯 하여 놀라기도 한다. 지난해 무안공항 참사의 원인이기도 한 갈매기 떼, 그러나 겨울 해변에서 활기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새떼들이다. 해변에 찍힌 갈매기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무안공항 참사를 떠올려본다. 대형 참사가 나면 으레 ‘시체 팔이’를 하던 정치집단들이 희한하게도 이번 대형 인명 참사에는 조용하니 참 신기한 일이다. 입지조건이 좋지 않은 해변에 공항 건설을 한 것부터가 잘못이고 운항 허가도 졸속이라고 하는데도 아무런 투쟁이 없다니 어쩐 일인가. 밀려오는 파도를 피하며 천천히 걸어서 모래밭 끝 방파제까지 가서 바위에 앉아 쉬려는데 뒤쪽에서 붉은 햇살이 비친다. 저녁나절인데 웬 일출인가 하고 동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바다 건너에서 해돋이처럼 햇살이 빛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환호공원 위에는 스페이스워크가 어깨에 힘주어 과시하는 듯 우람한 자태가 있고 그 옆 고층아파트의 넓은 유리 벽이 지고있는 태양의 빛을 반사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보는 듯한 광경이었다. 겨울의 저녁녘에 해가 돋을 때의 빛 즉, 햇귀를 보는 듯한 신비로운 마음에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나 금새 그 모습은 사라지고 스페이스워크 위로 보름달이 떴다. 마침 보름쯤이라 일몰과 월출 시간이 비슷하게 오후 5시 30분경이었기에 묘한 느낌이었다. 조금 어둑해지고 갈매기 떼들도 자취를 감출 때쯤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마음도 씻었다. 15일 아침, 윤 대통령이 체포되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3일 만에 공조수사본부의 억지스러운 행위로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헌정사상 처음 있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유혈 충돌 없이 재집행 6시간 만에 완결되는 현장을 보면서 저녁의 햇귀 풍경을 떠올렸다. 계엄의 정당성을 떠나 그렇게나 완강하게 버티더니 왜 관저의 뒷문으로 잡혀 나갔을까? 자신 있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국민 앞으로 나와 계엄의 속뜻을 피력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는 햇살도 아파트 유리에 비치면 빛나는 햇귀라도 보여줄 수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상황을 보면, 트럼프 취임, 동유럽 전쟁,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 등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가 산더미인데 걱정이다. 햇귀 현상이 사라진 힘 빠진 저녁 바다를 되돌아오면서 보니 모래 위의 발자국은 지워져 버렸고, 방금 지나온 발자국도 밀려오는 물결이 지워버린다. 시골집에 노란 납매가 한창 피어 향기를 뿌려준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는 꽃이 더 향기롭다고 하니, 우리도 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면 더 밝고 힘찬 국가가 되리라 믿는다.

2025-01-16

경주시 공직자 임용식

우정구 논설위원 익선관(翼善冠)은 한국민속대백과 사전에는 조선시대 왕, 왕세자, 왕세손 등이 곤룡포를 입을 때 쓰는 관모(官帽)로 설명한다. 일설에는 중국 당 태종이 관모로 제정했다는 말도 있고, 당시 신라 등에서도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있다. 익선관의 모양은 2단으로 턱이 지고 앞보다는 뒤쪽이 높다. 뒤에는 매미 날개 모양의 대·소각(小 角) 2쌍이 위쪽을 향해 달려 있다. 조선시대 왕들이 사용했고 고종이 왕으로서는 마지막으로 익선관을 쓴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공직자에게 익선관은 청렴의 상징이다. 익선관에 달려 있는 매미의 날개가 곧 청렴을 뜻한다. 유래는 중국 서진의 시인 육운의 시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육운은 매미에게는 군자가 지켜야 할 5가지 덕목이 있다고 했으며 그를 선충오덕(蟬蟲五德)이라 불렀다. 선충오덕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매미의 곧게 뻗은 입은 선비 갓끈과 닮아 문(文)이요, 매미는 오로지 맑은 이슬과 수액만으로 살아가니 청렴의 청(淸)이다. 또 농민이 애써 일군 곡물을 탐하지 않아 염치가 있다 하여 염(廉)이며, 집을 짓지 않고 나무에서만 생활하니 검소한 검(儉)이다. 한 여름이 지나면 죽을 때를 알고 있으니 믿을만 해 신(信)이라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천년도시 경주시가 신입 공무원 임용식에 신라복과 청렴을 상징하는 익선관을 착용케 하는 이색적인 임용식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신라 천년고도의 도시 특징을 대외에 알리고 공무원의 청렴성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경주시의 이색 임용식이 APEC 개최도시 이미지와 잘 어울려 사람들의 눈길을 잡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16

공수처 법집행 논란, 엄청난 후유증 낳을 것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 첫 체포영장을 집행하면서 각종 법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공수처의 체포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체포적부심사도 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수사권 없는 공수처는 관할권 없는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불법 체포영장으로 대통령 관저에 불법 침입해 체포를 감행했다”고 했다. 공수처는 이날 공문서 위조 논란에도 휩싸였다. 공수처가 지난 14일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으로부터 관저에 대한 출입허가를 요청해 허락받았다고 공지하자, 국방부와 경호처가 “55경비단에는 관저출입을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공수처가 관저출입승인 권한도 없는 55경비단장의 관인을 강제로 확보해 허위문건을 만들어 관저에 들어가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공수처가 실제로 허위문건을 작성했다면 큰 법적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사안이다. 윤 대통령 측은 공문서위조 혐의에 대해 공수처와 경찰 등을 직권남용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국민의힘도 “불법 영장을 집행한 공수처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 체포는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와 위법 소지가 다분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 민주당과 내통한 경찰이 만든 비극이다. 끝까지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하청기관으로 전락한 공수처에 대해 국민이 책임을 물을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공수처는 이미 존립이유를 잃었다”고 했다. 상당 부분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애초에 내란죄 수사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수사에 나선 것부터가 무리수였다. 윤 대통령이 지금 공수처 수사에 대해 자신의 이름 확인조차 거부할 정도로 진술거부권을 강하게 행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공수처는 지금부터라도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정상적인 법 집행을 해야 한다.

2025-01-16

대경선, 광역권 교류 커졌으나 풀 숙제도 많다

구미에서 대구를 거쳐 경산으로 이어지는 비수도권 최초 광역열차인 대경선이 개통 한 달을 맞으면서 대구와 인근 시·군지역 주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개통 한 달 동안 대경선 승하차 승객 수는 모두 87만2000명으로 집계돼 하루 평균 이용 승객은 2만8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부의 당초 예측치보다는 다소 떨어지는 수요이나 현재로선 적정 수요 확보에 전혀 문제가 없다. 특히 2량으로 하루 평균 100회 운행되는 대경선의 적정 정원이 296명인 점을 감안하면 출퇴근 시간 등 승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포화상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 2만8000명을 하루 100회 기준으로 계산하면 회당 280명이 이용하는 셈이다. 지방도시에서는 처음으로 개통한 대경선은 대구와 경산, 칠곡, 구미뿐 아니라 영천, 김천 등 대구 인근 350만 광역권 주민들의 생활권을 하나로 묶는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특히 대구시와 경북도가 행정통합을 논의하는 시점에서 대구권을 중심으로 한 메가시티 형성을 예측해 보는 시험대도 된다. 대구시 분석에 따르면 대경선은 평일보다는 휴일에, 출퇴근 시간대보다 낮시간대 이용이 더 많다. 이는 고정 승객보다 개통으로 인한 호기심, 관광, 쇼핑 등 비고정 이용자가 많은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원대역 신설이 추가되면 추이의 변동도 예상된다. 현재로선 대구역의 점유율이 전체 수송의 22.3%나 되고 있어 동성로 젊음의 거리 조성과 인근 상권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승객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제반 문제도 적지 않다. 긴 배차시간과 열차 수 부족, 증편 등의 문제와 신규역사 설치 요구 등은 반드시 검토돼 대책이 나와야 한다. 또 대구시 등 9개 자치단체가 대중교통 광역환승제에 동참함으로써 나타나는 효과도 대경선 활성화를 통해 확대해 나가야 한다. 지방 최초로 개통한 광역열차는 출퇴근 시간 단축 등 광역권 주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대경선 활성화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2025-01-16

대구·경북 관광객을 유혹할 음식들

신광조 ​​​​​​​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나는 천하의 장돌뱅이다. 바람 따라 떠도는 떠돌이다. 전국 방방곡곡 ‘가슴에 사랑 안고 달 가듯’ 간다. 올해는 ‘경북 방문의 해’다. 동해선 등 5개 철도 노선이 동시 개통된다. 태백산맥의 수려한 자연경관, 청정 해변과 금강송 숲 어우러진 동해안, 고즈넉한 전통이 깃든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면 시름이 사라지고 마음 부자가 된다. 관광 프로그램과 콘텐츠, 그중 첫 번째는 친절이고 두 번째는 식도락이다. 음식만큼 뇌리에 남는 것이 없다. 어느 지역을 다니든, 주민들 생각하며 8색조(色調) 수선화를 준비한다. 자식 교육비 걱정하지 않고, 가끔 부부 손잡고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어서다. 전라도는 양념류 채소와 젓갈, 유배 문화 영향으로 음식이 발달했다. 경상도 음식은 담백하다. 내륙으로 가면 짜진다. 자식들 오랜만에 집에 올 때 먹이는 마음으로 음식을 장만해 보자. 나를 울린 대구·경북 8가지 음식이다. 관광 코스 식단 메뉴에 넣자. 또 수도권 등 전국에 식당을 열어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고, 지역 이미지메이킹을 하자. ① 소고기: 경북에서 가장 강한 음식 재료는 소고기다. 특히 영주 등 소백산 기슭에서 자란 소고기 맛은 살살 녹는다. 대구에는 광주 생고기에 해당하는 ‘뭉티기’가 있다. ‘뭉티기’ 한 접시에 소주 한 병이면 부러울 게 없다. 무를 듬뿍 넣고 대파를 송송 썰어 넣은 빨간 소고기 국도 참 맛있다. ② 고등어: 고등어에 굵은 소금을 뿌려 간 맞추는 ‘간잽이’는 예술가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보들보들해 자반만으로도 밥 한 공기가 부족하다. 고등어 무조림·묵은지 찌개에 또 한 공기다. 안동에 가면 헛제삿밥, 안동 국시, 안동찜닭에 안동소주로 천국에 온 듯하다. ③ 꽁치: 구룡포에 가면 쫄깃 쫀득한 ‘과메기’ 맛에 취해 인생이 익고 사랑이 익는다. ‘과메기’를 세 번 먹으면 거친 겨울 바다도 두렵지 않다. 꽁치는 회로도, 연탄불 찌개로도 끝내준다. 포항 바닷가에 홀로 앉아 ‘영일만 친구’를 부르면 날이 새고 해가 뜬다. 전남 강진·해남지역에서 나는 김국을 곁들이면, 매출이 두 배로 는다. ④ 물곰: 영덕 강구항이나 죽변항 바닷가 식당에서 파는 물곰 지리국은 지난밤 음주로 인한 쓰린 속을 달래는 데 최고다. 전주 콩나물 해장국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술꾼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⑤ 돌미역: 울진과 영덕 등의 돌미역은 산모의 건강 회복에 최고지만, 맥주 안주로도 좋다. 자연산 홍합으로 미역국을 끓이면 바다를 통째로 먹는 기분이 든다. 돔이나 민어 미역국도 소고기 미역국보다 더 맛있다. ⑥ 닭: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냉장고가 없던 시절, 닭고기를 장(醬)에 보관했다. 오래 묵은 장에서, 장을 먹은 닭을 꺼내어 떡국을 끓이면 백년손님인 사위가 오면 닭을 잡는 이유를 알 수 있다. ⑦ 송이버섯: 강원도와 더불어 경북 북부 지역에서도 송이버섯이 꽤 난다. 맛과 향기, 그리고 약효가 절묘하게 결합된 최고의 식품이다. 소고기 송이구이도 귀하지만, 샐러드로 만들면 가을 별미가 된다. ⑧ 토란: 토란은 땅의 달걀이다.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식품이다. ‘토란 속대 숙회’도 별미다. 닭고기를 삶은 육수에 알토란을 넣은 뒤, 닭고기를 결대로 찢어내어 삶은 알토란을 돌려 담으면 고급스럽고 몸에도 좋은 음식이 된다.

2025-01-16

계단을 오르는 여자

정미영 수필가 매서운 겨울비가 아파트 단지를 역동적인 빗물체로 풀어헤친다. 빗방울이 굼뜨게 내리는 틈을 타 집을 나선다. 퇴원한 후,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누워 지내는 것보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맨 꼭대기 층에 올라간 엘리베이터를 한참이나 기다린다. 무리한 운동보다는 걷기부터 시작해야지. 동 입구에 다다른다. 그칠 줄 알았던 빗줄기가 더 굵어져 땅 위로 곤두박질을 거듭하고 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겨우 나왔는데 집으로 돌아가려니 아쉽다. 그 순간 열린 비상문 사이로 계단이 보인다. 16층에 있는 나의 집으로 이어진 길을 조심스레 한 걸음 한 걸음 밟는다. 신음을 토하고 숨 고르기를 반복했지만 계단 오르기를 멈출 수는 없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중에 ‘계단을 오르는 여인’이 있다. 그는 여인이 오르는 계단을 통해 삶의 여정과 노력, 끊임없는 도전과 성장을 담아내고 내면적인 탐색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었다고 한다. 나는 오늘, 마치 고흐 그림의 모델이 된 듯 계단을 오른다. 계단은 내 삶의 여정을 나타내며, 오르는 과정은 인생을 건너가는 나의 노력과 도전을 나타내는 것만 같다. 남편이 심장 시술을 하며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즈음 나는 수필가로 등단을 했고 논술 선생님으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와 몸져누운 남편을 바라본 뒤, 집에 있는 컴퓨터로 ‘논술생 모집’이라는 광고 전단지를 만들었다. 나에게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대용량 프린트기를 구입해서는 용지를 출력했다. 그러고는 어린 두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몇 날 며칠 계단을 오르내렸다. 전단지를 1500세대 현관문에 일일이 붙였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요령이 없던 탓에 다리가 붓고 팔이 무척이나 아팠다. 운동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던 내가 스스로를 다독였다. 계단을 오르내리면 운동이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사실은 한 푼이라도 돈을 절약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계단을 오르는 것은 어렵고 힘든 순간이었다. 계단은 내가 성장하고 나아가는 과정에서 나의 용기와 의지를 자주 시험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서 있을 자리가 여기, 계단 위가 맞는지, 현실적으로 자각할 때면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고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수시로 찾아들었다. 한번은 복도 창문으로 감빛 노을이 번지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따뜻한 저녁밥을 해놓고 아이들을 기다려야 하는 시각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더욱 급해져서 계단을 두세 칸씩 뛰어다녔다. 눈앞에 펼쳐진 계단은 나에게 긴 여정을 거쳐야만 휴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져 때론 두려웠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남편과 두 아들의 이름을 나직하게 불러 보았다. 가족은 항상 내 곁에서 위안을 주는 존재고 나를 앞으로 계속 걸어가라고 힘이 되어 주었다. 가족의 사랑은 마치 그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넘어지지 않게 나를 비춰주던 빛과 같았다. 그 빛을 따라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나 자신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며 성장시키는 동기가 되었다. 그리고 여정의 막바지에는 가족의 사랑이 깃든 따뜻하고 안정감을 주는 집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전단지를 붙인 것은 내 인생의 변곡점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자 용기의 발현이었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이전에 전업주부로서 살던 내가 더 이상 아니었다. 한 명의 학생과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계단을 오르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생님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드디어 시작했다. 나는 지금, 쉬엄쉬엄 아파트 계단을 오르고 있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다양한 형상의 계단을 무수히 마주할 것이다. 그 가파른 여정은 끝이 없겠지만 어려움과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나 자신이 허방을 딛지 않도록 서두르지 말고 나만의 보폭으로 걸어가야겠다.

2025-01-15

죽여줄게요

죽도시장 새벽 세 시 자연산 잡어를 받아 여섯 시에 좌판 아지매들에게 도매로 넘기고 나서 해장술 하면 하루의 생업은 대충 마무리 그러나, 수줍게 한 할마시 다가오셔 아재, 혹은 죽은 거, 경매 안 되는 거 좀 주면 안 되것나 망설임 없이 즉답(卽答)한다 알았니더, 슬그머니 골목 뒤에 가서 남은 활어를 기절을 시키거나 아예 분질러 선뜻 팔라고 내어준다 시장의 교란이긴 하나 물러섬이 없다 경쟁은 비교의 우위가 아님을 몸으로 설파 뜻 모를 살생으로 하루를 구축함 오만 원이 이만 원이 되어도 그 잔잔한 거래, 그것이 적절한 환희가 된다 먹고 사는데 지름길이 있는가 직선이 곡선을 염두에 두지 않을 리 없다. 새벽 어시장 경매장에는 집어등을 보고 몰려드는 은빛 찬란한 오징어처럼 싱싱한 사람들로 눈이 부시다. 그렇게 삶은 치열하게 진행이 된다. 나는 경매가 정직한 거래라고 생각하지만 그 효율성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나의 편견이리라. 경매를 떠나 간혹 상식을 벗어나는 이상한 거래를 하는 후배가 있다. 그는 스스로 약자이면서도 더더욱 약자의 편에서 살려고 한다. 그는 시장을, 세상을 아름다운 편견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1-15

달력 미신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해마다 연말이 되면 한글박물관과 국학진흥원에서 보내온 달력을 받아본다. 집안 어딘가의 빈 벽에 붙여둔다. 달력으로서의 효용성보다 그림이나 사진에 눈길을 줄 때가 더 많아 달이 바뀌어도 미처 넘기지 못할 때가 많다. 작년 말 거의 비슷한 시기에 청계사의 절 달력과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달력을 얻었다. 유심히 들여다봤더니 발행처별로 달력에 기재돼 있는 날들이 다르기도 하려니와 흥미로워 나란히 걸어두고 비교해 봤다. 절의 달력에서 을사년, 서기 2025년인 올해가 불기로는 2569년, 단기 4358년임을 알 수 있었다. 매일의 날짜 아래 육십갑자가 띠 동물 그림 옆에 쓰여 있다. 제삿날에 제문 쓰기에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처님성도일’, ‘관음재일’, ‘지장재일’, ‘약사재일’과 같은 날을 연꽃그림으로 표시해 두었는데, 이들 재일은 매월 재를 올리는 날인가 보았다. 불교의 기념일은 가톨릭교의 기념일에 비하면 크게 많지 않은 편이다. 예를 들면 1월 한 달 중에서 6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념일이어서 솔직히 놀랐다. 1일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2일은 ‘성 대 비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기념일’, 3일부터 12일까지는 5일의 ‘주님 공현 대축일’ 전후에 치르는 의식의 날인 듯 보였다. 다른 달에도 기념일들이 빼곡했는데 가톨릭 역사의 그 수많은 성인들을 모두 섬기는 듯했다. 그 모든 날을 기억하려면 달력이 없으면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두 달력을 유심히 관찰하고 읽으면 보통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종종 오늘은 무슨 날이지? 들여다 보곤 한다. 며칠 전, 휴대폰에서 “달력 구하러 오픈런”이란 기사에 눈길이 가서 읽었다. 은행 달력을 얻으러 은행 앞에서 줄을 서서 번호표를 뽑고,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은행 달력을 사겠다는 글이 올라온다는 기사였다. 스마트폰이 달력과 시계의 기능을 다하는 21세기에 웬 레트로 감성인가 했는데 그 내막을 알고 보니 헛웃음이 난다. 달력미신이란다. 은행 달력은 돈을 부르고, 병원이나 약국, 제약사의 달력은 건강하게 한다며, 소방서 달력은 화재를 예방하고 보험사 달력을 걸어 두면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믿거나 말거나’ 속설이 만들어지고 미신이 되어 이와 같은 달력 품귀라는 사회적 현상이 생겼단다. 대전의 유명한 빵집 성심당의 달력을 얻어 걸어두면 행운과 먹을 복이 들어온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고도 했다. 그래? 우리 집에 있는 저 달력은 어떤 복을 줄까? 절의 달력은 부처님의 보살핌이니 좋다. 가톨릭달력은 병원 달력이니 건강은 확보되었다 치고 한글박물관과 국학진흥원의 달력은 공부를 잘하게 한다고 소문내 볼까? 재물복까지 욕심이 났다. 서울에서 하나은행지점장으로 있는 이질녀에게 메시지를 넣었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기사 얘기를 했더니 이모 달력 필요해? 얼마든지 드릴 수 있지. 며칠 후 도착했다. 오픈런으로도 못 구한다던 바로 그 은행 달력이었다. 한 장에 3달이 펼쳐진 달력, 절이나 성당의 기념일이 없는 대신 24절기와 음력이 공손하게 새겨진 유난히 희고 깨끗한 달력에 나의 이벤트를 빼곡하게 채워 넣어 우리 집만의 달력을 만들어 볼까 한다. 이질녀 덕에 재물복까지 확보했으니 든든하다.

2025-01-15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 잡기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생명 활동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율신경계는 크게 교감신경 과 부교감 신경 두 가지로 나뉜다. 이 두 신경은 마치 시소처럼 상호작용하며 신체의 균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현대인의 바쁜 일상과 스트레스는 이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으며,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역할과 이들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교감신경은 우리 몸이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도록 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상황에선 심박수가 증가하고 호흡이 빨라지며 혈압이 상승하는데, 이러한 반응을‘투쟁-도피(fight-or-flight)’ 반응이라고 한다. 이는 생존에 필요한 순간적인 에너지를 제공한다. 반면 부교감신경은 몸을 안정시키고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소화를 촉진하고 심박수를 감소시키며, 신체가 휴식과 재생 모드로 전환하도록 돕는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될 때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느끼고 깊은 잠에 들 수 있다. 따라서, 교감신경을 낮추고 부교감신경을 약간 활성화 하는 것이 현대인들에겐 최적의 건강법이 될 수 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대인이 겪는 과도한 교감신경의 활성화는 여러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잦은 스마트폰 사용, 불규칙한 생활 패턴 등이 교감신경을 지나치게 활성화시킨다. 이로 인해 만성 피로, 불면, 소화 불량, 성인병인 고혈압, 면역력 저하와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부교감신경의 기능이 지나치게 우세할 경우에는 무기력감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두 신경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관리에 매우 중요하다. 유산소 운동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준다. 달릴 때는 몸이 힘들어도 정신은 현재의 심란함을 잊어버리게 되며, 달리고 나서 머리가 맑은 것을 경험해 본 사람은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도 뛰게 된다. 또한, 요가와 명상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또 깊고 느린 복식 호흡은 즉각적으로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준다. 따라서 적당한 유산소 운동과 명상은 현대인들이 꼭 해야 할 필수 건강 관리법이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카페인과 당분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여 신경계를 안정시키면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나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면 스트레스가 줄고 수면의 질이 향상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은 단순히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을 넘어 전반적인 신체와 정신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유산소 운동, 명상, 취미생활 등의 작은 생활 습관의 변화를 통해 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건강한 삶을 위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2025-01-15

경주박물관이 ‘APEC회의 꽃’으로 낙점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준비위원회가 정상회의 공식 만찬장을 경주박물관(국립)으로 사실상 결정했다. 경주박물관이 APEC 회원국에게 한국의 전통문화와 유산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다음주 열리는 준비위에서 만찬장이 확정되면, 곧바로 기본계획을 세운 뒤 공사에 들어간다. 경주박물관 야외 공간(6000여㎡) 중 다보탑·석가탑을 조망할 수 있는 2000여㎡가 만찬장 예정부지이며, 10월 전에는 공사가 마무리된다. 공사비 80억원은 모두 국비로 충당한다. 준비위는 그동안 동부사적지(첨성대·대릉원 일원), 우양미술관, 동궁과 월지, 황룡원도 후보지로 검토해왔지만, 매장문화재 출토 가능성이 가장 낮고 주요국 대사들도 선호한 경주박물관을 후보지로 낙점했다. 에밀레종과 신라금관, 각종 석조유물 8만여 점이 보관된 경주박물관은 각국 정상들의 경호에도 용이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원국 정상이 참석하는 만찬장은 각국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소다. 이 때문에 ‘정상회의의 꽃’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APEC 정상회의 주행사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도 물론 중요하지만, 만찬장에서는 식사뿐만 아니라 각국 정상들 간의 자연스러운 친교활동이 이루어진다. 최근 경주를 방문한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은 “만찬장은 각국 정상이 함께 공연도 관람하며 속을 터놓고 대화를 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경주 APEC회의가 성공하려면 지난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부산 APEC 때는 정상회의가 벡스코(BEXCO)와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두 차례 열렸다. 당시 해운대 누리마루는 최첨단 회의 시스템과 고품격 서비스, 한국 전통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모두 겸비한 최고의 만찬장이라는 극찬을 받았었다. APEC 준비위는 올가을 경주를 찾을 아태지역 21개국 정상과 기업인, 언론인들이 경주박물관 만찬장을 찾아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025-01-15

다시 시작하는 나라

장규열 고문 지난 2년 반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특기할 만한 시기였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을 자랑하던 나라가 갑작스럽게 어려움에 처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나라의 방향성과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민주주의의 기본 틀이 흔들렸고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이 시기는 우리에게 값비싼 교훈을 안겨주었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기회가 아닌가. 대한민국은 지난 60여 년간 놀라운 경제적, 정치적 변화와 성장을 이루었다. 그랬음에도, 지난 두해 반동안 우리는 정치적 리더십의 실패와 사회적 신뢰의 붕괴를 목격했다. 우리 국민뿐 아니라 세계는 이 나라의 파행을 목도하면서 상당한 혼돈을 경험했으며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의아하게 여겼다. 지도층의 부패와 무능, 거듭되는 거짓말과 권력남용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권 전반에 대한 회의를 품게 만들었다. 놀랍게도 공정과 정의를 내세웠던 정치인이 이를 배신했을 때 느끼는 상실감과 패배감은 국민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안겼다. 우리는 흐르는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 교훈을 건져올려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멈춰 있을 수 없으며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 사회의 의식구조와 공적관념을 전면적으로 새롭게 해야 한다. 정치권력의 기본은 국민의 신뢰가 아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회복해야 한다. 법치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세워야 한다. 공정한 사법 시스템과 권력의 견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지난 동안 우리는 극단적 대립과 분열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의식을 복원하고,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해야 한다. 소외된 계층과 낙후된 지역을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경제 성장의 혜택이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 연대의 소중함을 더욱 강화해야 하고 경제적 양극화를 극복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급격한 기술변화와 위협적인 환경위기로 기존의 경제모델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속가능성을 핵심으로 삼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첨단기술 산업에 주목하고 투자하며 청년과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다.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장려하는 교육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세대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한국의 전통과 현대성을 융합하는 방식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었다. 나라가 직면한 문제가 작지 않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가진 국민이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 된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은 더 이상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세대와 세계적 흐름을 고려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모두가 공감하는 공정한 원칙 위에서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2025-01-15

尹 체포… 정치권은 이제 경제위기 수습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내란 수괴 등 혐의로 공수처에 체포됐다. 공수처는 곧바로 조사에 들어갔고, 체포 시한인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조사가 끝나면 윤 대통령은 서울 구치소에 구금된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초유의 일이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 후 무장한 계엄군을 국회에 투입하고, 영장 없이 주요 정치인과 선관위 직원을 체포·구금하려고 하는 등 헌법을 문란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대해 윤 대통령 측은 “경고성으로 계엄령을 발령한 것이고,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만 투입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윤 대통령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체포영장 청구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공수처 체포 전 영상메시지를 통해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무너졌다.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하고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영장집행 절차에 응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도 “대통령이 공수처의 이번 수사나 체포가 명백히 불법인 줄 알면서도 물리적 충돌우려 때문에 불가피하게 결단을 한 것”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다행스럽게도 2차 영장집행 때는 1차집행 때와는 달리 경호처 직원들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물리적인 충돌이 없었다. 경호관들은 관저 내 대기동에 머물거나 휴가를 가는 등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 체포로 국격은 크게 상처를 입게 됐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부기능마비로 경제가 ‘퍼펙트 스톰(복합적인 위기)’ 한가운데에 들어서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다음 주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관세폭탄’을 비롯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폭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환율 1500원 선마저 붕괴되면 우리경제는 회생불능상태에 빠질 수 있다. 여야는 이제 윤 대통령을 둘러싼 법적 처리는 사법기관에 맡기고, 경제위기를 수습하는 일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정치권이 조기대선을 의식해 계속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반드시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2025-01-15

대통령의 뒷모습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15일 오전 10시 33분.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해 체포됐다. 강제력을 동원한 국가수반의 체포는 이 나라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용산 관저에서 과천 공수처로 이동한 여러 대의 차량 중 한 대에서 내린 윤 대통령은 포토라인을 만들고 기다린 기자들을 따돌리고 후문을 통해 서둘러 조사실로 향했다. 그 짧은 순간, 언론사의 카메라가 대통령의 뒷모습을 찍었다. 국가 의전서열 1위의 인물이 멀쩡한 정문을 두고 경호원들의 호위 속에 조급하게 ‘뒷문’으로 들어가다 ‘뒷모습’이 찍힌 사진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역사의 기록으로 선명하게 남을 터. 분명 자랑스런 장면은 아닐 듯하다. 비상계엄 선포,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과 탄핵 의결,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집회로 연일 소란스러운 대통령 관저 일대, 최근 시작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 지난 연말과 올 연초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했다. 윤 대통령에 관한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은 두 편으로 갈려 현재도 갈등과 반목을 지속 중이다. 화합 속에서 희망과 꿈을 설계해야 할 새해 벽두와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 서글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떠올려보면 한국 대통령 중엔 비극적인 말년을 보낸 이들이 적지 않다. 이승만은 하와이 요양원에서 최후를 맞이했고, 박정희는 부하의 총탄에 쓰러졌으며, 노무현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전두환과 노태우, 이명박과 박근혜는 짧지 않은 감옥생활을 했다. 오늘 지켜본 ‘윤석열의 뒷모습’이 또 다른 한국 대통령 한 명의 비극을 예고하는 시그널은 아닐지. 국민들은 답답하고 딱하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2025-01-15

경상북도 무형유산이 된 포항흥해농요

(메) “모시야 적삼 반적삼에 분통 같으나 저 젖 보소” (받) “많이야 보면 병이나 되고 담배씨만치만 보고 가소” 이 노래는 포항시 흥해읍 지역에서 전승되는, 이른바 흥해농요 ‘모심는소리’의 한 구절로 초여름 물이 질퍽한 논바닥에서 펼쳐지는 남녀 간의 사랑노래다. 모내기 논에서 일렬로 선 일꾼들이 모를 심을 때 한 쪽에서 선창으로 “모시야 적삼 반적삼에 분통 같으나 저 젖 보소”하고 메기면 다른 한 쪽에서 후창으로 “많이야 보면 병이나 되고 담배씨만치만 보고 가소”하고 받는다. 바로 이 포항흥해농요가 최근 경상북도 무형유산이 됐다. 경상북도는 지난해 12월 19일 포항흥해농요가 경상북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됐음을 고시(제2024-503호)함으로써 흥해농요는 포항지역 전통민속예술로서는 처음으로 무형유산이 된 것이다. 흥해농요는 무엇이며, 어떤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농요란 농사에 관계되는 노래를 통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농경시대 농민들이 부르는 민요는 농삿일을 하는 과정에서 부르지는 않더라도 풍년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거나 농한기에 휴식을 위해 놀면서 부르는 경우가 많아서 농민들이 부르는 대부분의 노래가 어떤 식으로든 농사와 연관되어 있다. 포항 흥해는 예로부터 농사가 아주 발달한 곳이다. 2018년 현재 흥해읍의 농경지 면적은 동해안 최대 규모이다. 이 중 벼농사 면적 역시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곡창지대이다. 저지대가 많고, 곡강천 상류의 대형 저수지에서 공급하는 풍부한 용수가 있기에 농사짓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 점은 농요가 발달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들판에서 일을 할 때 농사꾼들은 힘을 쓰는 과정에서 동작을 맞추기 위해, 또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그 일에 맞는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게 농요인데, 넓은 들을 가진 흥해에는 예부터 다양한 농요가 전승되어 왔다. 하지만 전국 대부분의 농촌이 그렇듯이 1970년대부터 농업의 기계화와 이농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농요는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농사 현장에서는 더 이상 노래가 불리지 않게 되었고, 가창자들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거나 그들의 고령화와 함께 ‘전승 단절’이라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흥해농요는 1990년대초 농촌인 북송리와 어촌인 죽천리를 중심으로 학계의 채록이 이루어진 덕분에 다행히 음원이 보존되어 왔으며, 그 일부가 ‘포항지역 구전민요’(박창원, 1999)라는 책을 통해, ‘소리로 듣는 포항의 민요’(박창원, 2015)라는 음반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 자료에는 북송리의 소리꾼 김선이·최화식 선생의 노래가 실려 있다. 김선이(여, 1927년생) 선생은 구룡포에서 태어나 17세 때 혼인해 북송리에 정착했다. 노래를 좋아했던 그는 ‘나물캐는소리’, ‘시집살이소리’, ‘치이야칭칭나네’ 같은 여성들이 부르는 민요는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노래를 부르는 분이다. 목소리가 맑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음정과 발음, 감정이입으로 사람들이 사랑을 받아 왔다. 현재 95세로 생존해 있는 흥해농요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흥해농요의 살아 있는 전설 김선이 선생. 흥해농요의 또 다른 가창자는 지난 1995년 작고한 최화식(남, 1923년생) 선생이다. 포항 신광면 출신으로 40대에 북송리에 정착했다. 허스키한 음성과 신명나는 소리로 주변의 사랑을 받았다. 북송리 풍물패 상쇠로서 풍물소리 반주에 맞춰 부른 ‘지신밟는소리’는 최고의 절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선이 선생과 남녀 교환창으로 부르는 ‘모심는소리’가 일품이며, ‘물푸는소리’, ‘풀써는소리’ 같은 희귀한 소리도 할 줄 안다. 그러다가 북송리 1세대 소리꾼인 김선이 선생의 지도를 받은 국악인 박현미 씨가 2018년에 흥해읍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사단법인 포항흥해농요보존회를 결성하여 소리의 보존 및 교육에 나서면서 흥해농요는 전승의 계기가 마련됐다. 흥해농요보존회는 발족 이후 전승자료집으로 ‘어절씨구 흥해야! 흥해의 민요’(2019),‘김선이의 흥해농요(CD)’(2020),‘다시 부르는 흥해농요(CD)’(2021),‘맥을 잇다, 박현미의 흥해농요(CD)’(2022)를 제작하고, 보전·전승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을 2회(2019, 2021) 개최하였으며, 2022년에 경상북도 무형유산 지정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2023년 9월부터 몇 차례 심사를 거쳐 2024년 12월에 최종 지정을 받았다. 현재 흥해농요는 1990년대초 필자가 채록한 음원을 바탕으로 ‘보리타작소리’,‘모찌는소리’, ‘모심는소리’, ‘물푸는소리’, ‘논매는소리’, ‘망깨소리’, ‘지게목발소리’, ‘어사용’, ‘과부신세타령’, ‘치이야칭칭나네’, ‘지신밟는소리’ 등을 재현하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박창원 수필가 그 중에서 ‘모찌는소리’나 ‘모심는소리’는 메김과 받음에서 끊김이 없는 연속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아주 특별하다. 삶의 애환이 진하게 스며 있는 나머지 노래들에는 풍농 기원의 세시풍속이 나타나 있는 점, 그리고 흥해의 지명과 사투리 등 지역의 문화적 요소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적·민속적·학술적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 흥해농요는 포항흥해농요보존회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흥해읍행정복지센터 강당에서 개최하는 ‘흥해농요교실 무료강좌’를 통해 전승의 맥을 잇고 있다. 앞으로 흥해농요는 흥해 지역뿐만 아니라 포항지역 전체 민요의 채록과 정리, 전승교육, 공연 등을 통해 포항을 대표하는 무형유산으로서의 알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해안민속문화연구소장

2025-01-14

황금연휴 훈풍이 불까?

우정구 논설위원 정부는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내수경기 진작과 관광활성화 등의 긍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설 명절은 임시공휴일인 27일을 포함하면 6일 연속으로 쉴 수 있다. 직장인이 31일 날 휴가를 낼 수 있다면 무려 9일간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드물게 맞는 황금연휴다. 그러나 정부가 의도한 내수진작의 경제효과에 대해 일부에선 엇갈린 반응을 내놓는다. 평일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은 휴일이 긴만큼 손해라는 주장이다.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임시공휴일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연휴의 양극화를 우려하는 측도 있다. 지난해 설 연휴기간은 4일(2월 9∼12일)간이다. 그럼에도 연휴기간 인천공항을 통해 빠져나간 여행객 수가 무려 100만명이나 됐다. 고향 대신 해외를 선택한 사람들이 전년의 두 배였다. 여행사에는 관광이나 휴양을 위해 만든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이다. 지난해 연휴기간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보면 올해도 해외로 나가는 사람은 작년 못지않게 많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일각서는 정부의 전망과는 다르게 “설 연휴가 길어지면 소비자들이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국내 자영업자들은 내수진작 효과를 얻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특히 계엄사태 후 이어지는 탄핵정국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태여서 설 연휴 경기진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도 언제부턴가 휴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날을 임시휴일로 지정하는 관행이 생겼다. 내수진작이 목적이다. 정부의 의도한 대로 긴 설연휴가 내수시장을 살리는 훈풍이 되길 바란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14

개학 임박… 의대정원 논의 시급하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인구이동이 많은데다 호흡기질환이 유행하는 설연휴를 앞두고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금도 독감이 유행하면서 사망자가 늘어 장례식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지금까지 의료시스템이 버티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가 명절 비상응급 대책을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발표했지만, 환자를 둔 가족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70%가 의정 갈등 탓에 스트레스나 피로감이 크다고 했다. 겨울철에는 특히 초응급환자(중증외상, 급성기 심근경색, 뇌경색 등 전문의 협진이 필요한 환자)가 많아 응급실이 정상 작동되지 않으면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다. 겨울에는 코와 기관지 점막의 방어 능력이 떨어지고, 폐나 기관지에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바이러스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된다고 한다. 최근 독감환자 사망자가 급증하는 것도 상급의료기관의 비정상적인 응급실 운영이 원인일 수 있다. 곧 새 학기가 시작되고 의료위기가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지만, 수련병원과 강의실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다. 정부가 지난주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제로베이스에서 협의하자”며 손을 내밀었지만, 의료계 반응은 냉랭하다. 정부가 언급한 원점협의는 2026학년도 의대정원(2000명 증원포함 5058명)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여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또 사직한 전공의(1만2187명)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수련 특례’와 ‘입영연기’ 조치도 하겠다고 했다. 정부방침에 대해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2026학년도부터는 의대정원을 기존(3058명)보다 더 줄이거나 아예 신입생을 뽑지 말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충분히 고려해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의정갈등 해소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공백 상태가 하루빨리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의료시스템 붕괴는 시간문제다. 지난주 치러진 제89회 의사국시 필기시험에는 모두 285명이 응시했다. 응시자 전원이 합격한다 해도 올해 신규 의사 수가 300명을 넘지 않는다. 지난해 의사국시에는 3천231명이 응시해 3천45명이 합격했다. 현재 전공의들이 떠난 수련병원에서는 전문의들의 사직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3~10월 전국 수련병원 88곳에서 사직한 전문의는 1729명으로, 전공의 이탈 이전인 2023년 같은 기간 사직한 865명에 비해 약 2배 증가했다.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가중된 진료부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외래·입원 환자 진료가 대폭 줄어들면서 수련병원의 경영난도 심각하다. 2025학년도 개학이 코앞에 다가온 만큼 의대정원에 대한 논의를 더는 미룰 수 없다. 이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2026학년도에 또 2000명 증원되는 것으로 도장이 찍혀버릴 수 있다. 시급성 등을 고려하면 하루빨리 의료계는 정부와 대화 테이블에 앉아 의정갈등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2025-01-14

대구시 中企자금, 영세기업 경영에 단비되길

대구시가 설 명절을 앞두고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1조2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을 푼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은 지역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시중의 은행을 통해 저리로 운전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출금액과 우대 여부에 따라 대출이자 일부를 1년간 시비로 보존해주는 제도다. 특히 시는 지역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감안하여 올해는 자금을 상반기에 집중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수시장이 살아나지 않고 오랜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어온 대구지역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대구시의 중기 경영안정 자금이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본업에 전념하는 힘이 되었으면 한다. 그저께 대구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대구지역 기업의 설 동향조사에 의하면 응답기업(260개)의 80%가 “올 설 체감경기가 작년보다 악화됐다”고 대답했다. 호전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1.9%에 불과했다. 경기 불황의 그늘이 깊게 드리워져 있음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업종별로는 아파트 분양시장 침체로 건설업종이 체감경기 악화를 가장 심하게 느끼고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그 뒤를 이었다. “자금사정이 악화됐다”는 대답도 전체의 65%에 달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로 주저앉으면서 지방의 중소 및 소상공인들의 경영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시중에는 빈 점포가 즐비하고 자영업자들은 도산 위기에 몰려 안절부절이다. 대구시의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이 시의적절하게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영안정자금이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으로 돌아갈 수 있게 섬세하게 시책을 펼쳐야 한다. 다양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기업이 체감할 수 있어야 성과가 있다. 시중경기가 나쁘면 재정투입으로 시중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는 게 보통이다. 정부도 올 세출예산의 7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한다고 했다. 지방정부도 경영안정자금 지원과 함께 각종 공사의 조기발주를 통해 지방 기업의 활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지금은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

2025-01-14

“경주APEC 계기, 경북도가 國格을 높인다”

경북도가 올가을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한민국을 초일류 국가로 이끄는 지방정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그저께 열린 새해업무보고 자리에서 “올해는 경북이 선두에서 APEC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대한민국의 과학기술·문화융성을 이루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초일류국가 대한민국 선도’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APEC·과학기술·문화융성 3개 분야별로 새해과제 88개가 제시됐다. 회의에는 외교부 APEC 준비기획단 고위관료도 참석해 정부차원의 준비상황을 공유했다. 새해과제 중 주목되는 부분은 APEC회의에 세계 500대 기업 CEO를 초청해 한류 기술박람회를 열고, 투자유치 설명회를 가지자는 제안이다. APEC 회의는 아시아태평양 연안 21개국의 경제협력을 위해 모인 기구이기 때문에 충분히 설득력 있는 생각이다. APEC회의에 주요국 정상들이 모두 참여할 경우, 빅테크를 포함한 다국적 기업들이 기술박람회에 경쟁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고,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홍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주를 배경으로 한식·한복·한글·한옥·한지 ‘5한(韓)’의 아름다움을 조명해 각국 언론에 한국 전통미를 홍보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류바람에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행사로 여겨진다. 경북도는 이날 수소에너지 산업 육성과 동해안 해저전력망 구축, 고령 대가야 고도육성, 백두대간 포레스트 정원조성 등 과학기술·문화융성 분야 새해 과제도 발표했다. 경북도는 지난해 ‘저출생과의 전쟁’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워 국가적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도 “경북이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하고 예산을 1000억원 이상 편성해 온종일 완전 돌봄 등 지역 맞춤형 정책을 잘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새해에는 경북도가 APEC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정치 불안으로 국가 신인도와 위상이 끝없이 추락한 한국의 국격을 회복시켜 주기를 기대한다.

2025-01-14

미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가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기업의 미래 경쟁력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핵심 역량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데 있다. 기술 발전, 고객 요구 변화, 글로벌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직원들 수준이 기업의 격을 만들고 경쟁력의 근간을 이룬다. 기업은 미래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한 주요 요건과 핵심은 무엇인가. 미래 경쟁력의 주요 요건은 첫째, 혁신과 기술역량이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일이다. 연구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로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해나가야 한다. 둘째, 유연성과 적응력이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새로운 트렌드와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셋째, 지속 가능성과 ESG 경영이다.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장기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투명한 지배구조와 윤리적 경영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넷째, 인재 확보 및 육성이다. 창의적이고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고 학습과 성장을 지원하는 기업 문화 조성이다. 다섯째, 글로벌화 및 네트워크 구축이다. 해외 시장 진출 및 글로벌 협력 강화가 경제적으로 국경이 의미가 사라진 21C에 경쟁력 확보의 지름길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여 세계 속에서 상장하는 것이다. 여섯째, 고객 중심의 경영이다. 고객이 없는 기업은 존재 할 수가 없다. 고객의 니즈를 실시간 파악하고 제품 기능과 디자인에 반영하여야 한다. 개인화 된 서비스와 데이터를 활용해 차별화 된 가치를 제공하여야 한다. 미래 경쟁력 요건 중 가장 핵심은 인재 육성이다. 기업에서 보면, 생산하는 제품으로 매출과 손익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매출과 손익이 좋다고 기업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과거는 직원이 일하는 대가로 임금을 받아가는 종속의 개념이었다면, 현재는 회사의 비전을 함께 실현해갈 동반자가 되었다. 직원이 회사의 주인이 된 것이다. 좋은 회사는 인재육성 프로그램이 있고, 잘 육성된 인재가 개인 및 회사의 비전을 실현해나가는 것이다. 훌륭한 인재가 조직의 장으로 있으면 회사의 조직과 시스템, 프로세스도 잘 정비되어 간다. 조직과 시스템, 프로세스를 움직이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재를 육성하지 않고 관리만 하는 조직은 기업 성장이 더디고 비효율적이며, 밝은 미래를 보기 어렵다. 조직은 생명체와 같아 늘 깨어 있어야 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신입사원부터 퇴직까지 계층과 레벨에 맞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이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신입사원은 하얀 도화지다. 교육 훈련을 통해 어떤 밑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미래의 그림이 그려지고 완성된다. 생산 현장이 다양한 배움터가 되고 내가 습득한 기술과 속도가 내 가치를 말하는 조직문화가 되면 기술혁신과 인재 양성이 곧 기업 미래의 경쟁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2025-01-14

겨울 삽화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다. 북풍한설에 개울과 무논은 하얗게 얼어붙고 한낮에도 처마 끝에 고드름이 자라며 솔숲에 이는 바람소리는 가슴 속까지 파고들며 오싹 시리게 했다. 물기 묻은 손으로 문고리를 잡으면 물기가 순간적으로 얼면서 쇠고리가 손에 쩍쩍 달라붙기도 하는 등 혹독한 추위가 있어야 겨울 맛이 나는 듯했다. 변변찮은 방한장구도 없이 구멍 난 양말에 벙어리장갑을 끼고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하루 종일 무논의 얼음판에서 노는 것이 뭐가 그리 신나고 즐거웠던지, 지금 되새겨보면 동화 같은 겨울풍경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것이 어렵고 빈한하던 시절, 겨울철의 강추위가 찾아오면 먹고 입는 것조차 모자라고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또래들과 곧잘 어울려 얼음을 지치거나 자치기, 팽이치기를 하다가 배고파지면 간식으로 먹는 것이 호주머니에 조금씩 넣어 온 땅콩이나 생고구마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넉넉지 않아 친구들에게 좀 얻어먹거나 즉석에서 닭싸움이나 구슬치기 내기판(?)을 벌여 어쩌다가 이기게 되면 쾌재를 부르며 맛있게 배를 채우곤 했었다. 그러다가 심심해지면 언덕 위에 올라 매운 바람 속에 연날리기를 즐기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가오리연에 작은 꿈을 실어 보내기도 했었다. 맹추위에 놀이만 즐기는 것이 아니었다. 보일러가 없던 때라 동절기가 되면 땔감을 마련하는 것이 일상의 중요한 일이었다. 소달구지를 끌고 나무하러 가시는 아버지를 따라 나서거나, 또래들과 함께 지게를 지고 마을 주변의 산비탈로 나무하러 숱하게 다니곤 했었다. 키 높이 두배 이상의 검불을 지게에 수북하게 지고 오거나 베어낸 나무 밑동 장작을 한가득 바지게에 지고 오면, 어머니께선 애썼다며 으레 고방의 단지에서 살얼음이 낀 식혜를 한 대접 퍼주시곤 했었는데, 달금 시원하고 쌉싸래한 그 맛은 세상 어디에도 견줄 수가 없을 듯하다. 그렇게 산과 들에서 해온 나무로 쇠죽을 끓이거나 군불을 지핀 온돌방에 밤이면 둘러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거나 윷놀이를 하면서 기나긴 겨울밤의 무료함을 달래기도 했었다. 트랜지스터라디오에서 울리는 ‘전설 따라 삼천리’를 함께 듣거나 등골이 오싹해지는 귀신 이야기며, 어느 마을의 처녀총각 연애담을 시시덕거리며 듣다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깔깔거리며 짓궂은 장난질을 해대기도 했었다. 그렇게 설설 끓는 온돌방에서 정담과 재미로 한겨울을 보내며 차츰 성장했던 것 같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다/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어느 먼 날 장마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아침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한다’ - 조향미 ‘온돌방’ 중 추위에 떨며 손발을 동동거리면서도 겨울놀이를 즐기던 동네 꼬마들은 혹독한 추위에 맞서며 또래들과 어울려 끈기를 배우고 인내심을 키워왔던 것 같다. 그렇게 찬바람과 혹한 속에 내성(耐性)을 길러 풍파의 세상을 맵차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2025-01-14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의 휴가, 언제까지 지속돼야 하나

장은희 대구본사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의 불성실한 직무 수행 논란이 1년을 넘어섰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근무태도와 직무소홀 문제를 지적하며 사퇴를 촉구했지만, 그는 묵묵부답이다. 윤 청장의 근무태도는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해 말부터 그가 여러 중요한 회의와 행사에 불참하면서 직무소홀 문제가 확산됐으며, 일각에서는 건강 이상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일 열린 동구청 시무식에 윤 청장이 불참하고 신년사를 서면으로 대체한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그는 신임 부구청장이 취임식을 하는 자리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윤 청장은 “병가와 연가를 내고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청장이 지난해 연가와 병가를 사용한 일수는 지난 10월 말 기준 66일이다. 연가 21일, 병가는 45일이다. 윤 청장이 쓸 수 있는 휴가는 연가 24일, 병가 60일로 법정 일수를 초과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기초단체장이 뚜렷한 이유없이 이만큼 자리를 비우는 사례는 드물다. 윤 청장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직무수행 논란과 관련해 “구청장을 처음 하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해명하면서, “건강이 회복되지 않으면 연말까지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구청장의 공백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동구청이 최근 ‘동구 신천동 현대시티아울렛에서 화재 발생’이라는 어이없는 오발송 문자를 보내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운 것도 구청장 공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윤 청장은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캠프 회계책임자 A씨와 함께 계좌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았고, 미신고 계좌에서 총 7800여만원을 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거법 위반혐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윤 청장의 정신적 고통이 물론 크겠지만, 그렇다고 재판으로 인해 구정을 소홀히 하는 것은 동구주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윤 청장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단체장 자리가 몇 달 동안 비워도 될 만큼 한가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구청장이 직무를 소홀히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동구주민들에게 돌아간다. 하루빨리 대구 동구청이 구청장 공백상태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 /jangeh@kbmaeil.com

2025-01-13

조명가게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조명가게’는 코마 상태 속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느 날 시내버스가 다리 아래로 추락하면서 탑승자들은 죽거나 중상을 입는다. 중환자실에 실려 온 생존자들은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의료기기에 겨우 의존해 목숨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혼수상태에서 그들은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기묘한 체험을 한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상이 펼쳐지는 가운데 마주치는 사람들이 어딘지 이상하다. 사람이지만 사람 같지 않은 이질감을 눈치 채는 순간, 바로 그 자신 또한 이상한 세계에 속해 있는 이상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이상한 세계에는 어두운 골목이 있고, 그 골목의 끝에는 조명가게가 있다. 현실에도 존재하고 환상에도 존재하는 이 수상한 가게는 사람의 생사를 관장한다는 북두칠성처럼 환하게 불 켜진 전구들로 가득하다. 전구들은 모두 누군가의 생명 빛이다. 전구가 깨지거나 불이 꺼지면 그 사람은 죽는다. 반대로 죽음의 문턱에서 자기 전구를 찾아 간직하게 되면 삶으로 다시 건너갈 수 있게 된다. 조명가게는 불교의 삼도천이나 가톨릭의 연옥과 비슷한 개념의 장소인 셈이다. 죽어가는 이들을 살리는 건 죽은 자들이다. 조명가게가 있는 골목에서 죽은 자들의 영혼은 장례를 치르고 발인이 마쳐지기까지 사흘 동안 산 사람들의 영혼과 교류할 수 있다. 죽은 자들은 사랑하는 이를 어떻게든 삶 쪽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스포일러가 될 테니 다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코마 상태의 현민(엄태구)을 살리기 위한 죽은 지영(김설현)의 헌신이다. 살아서는 농아라는 이유로 현민의 부모로부터 외면 받은 지영이 버스 사고로 허리가 끊어진 남자친구를 붙들고 처절한 바느질을 한다. 이때 힘껏 바늘을 꿰는 팔의 운동이 환자의 심박그래프와 겹쳐지는 장면은 뭉클함의 최대치를 느끼게 한다. 내 의지로 살아가지만 삶은 내 의지만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나를 살게 하는 것 같아도 어느 모르는 시공간에서 누군가가 나를 살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교회에 안 나간 지 오래됐지만 “누군가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네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라던 복음성가를 지금도 가끔 흥얼거리는 것은 누군가가 나를 살게 한다는 믿음, 또 내가 당신을 살게 하리라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주보고 누웠을 때/ 당신의 심장은 아래로 쏟아지고/ 내 심장은 쏟아지는 세상을 받아냈는데/ 내 팔베개에서 자꾸만 강물이 흘러/ 당신 귀는 깊이 잠들지 못했네/ 내 피가 실어 나르는 복숭아 꽃말을/ 다 듣고 있었네 그때 나는/ 벌써 죽은 사람이었고/ 당신은 살아서는 다시 못 꿀/ 꿈처럼 가엾이 아름다웠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몇 년 전에 쓴 ‘몽유도원’이라는 졸시다. ‘조명가게’를 보고 나서 시를 다시 읽어보니 시가 어딘지 달라져 있다. 여러 번 읽어봐도 시는 그대로인데 뭐가 달라진 걸까. 드라마의 내용이 겹쳐지면서 내 시지만 애틋해진 것 같다. 죽은 사람은 사랑하는 이를 살리고 저승으로 간다. 저승으로 가면 이승에서의 모든 기억은 “다시 못 꿀 꿈”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산 사람은 떠난 이와의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때로는 존재보다 부재가 더 환한 빛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사람을 살리는 건 사람이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고 있어 드라마에 전경화되지는 않지만 망자를 대하는 장례지도사들의 품격 있는 태도와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헌신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안팎에서 동시에 두드리는 줄탁동시(啐啄同時)가 필요한 것처럼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힘을 합치는 것은 물론 그 자신의 의지까지 다 동원되어야 한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쉬운 세상에서 우리는 서로의 전구가 될 수 있다. 얼마 전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창작 수업 첫날,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한 남자분이 활짝 웃으며 “잘생기셨어요. 키도 크고” 대뜸 두 손을 덥석 잡았다. 내 손이 차다며 나를 이끌고 온풍기 앞으로 가더니 따뜻한 바람에 손을 녹이게 했다. 연말부터 쭉 지치고 어두웠던 마음에 뭉클한 빛이 번졌다. 내가 그들에게, 또 그들이 내게 전구가 되어주는 조명가게의 문이 열렸다.

2025-01-13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운명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그냥 인간은 주어진 것 없이 바람처럼 떠다니는 건지, 두 가지 중 어떤 것인지 의문이 들 때에 보는 영화. 새로운 해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포레스트 검프’를 꺼내어 봤다. 극중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는 IQ75의 경계선 지능장애로 척추가 굽어 다리에 보조장치를 달고 다니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마을 사람들이 검프를 무례하게 쳐다보아도, 다른 아이들과 달리 지능이 현저히 낮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교장 선생님의 말에도 그의 어머니는 포레스트는 남들과 다르지 않음을 상기시키고, 늘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포레스트는 성인이 되어서까지 또래 친구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그런 포레스트에게 처음 손을 내민 것은 또래 여자아이 ‘제니’뿐이었다. 성인이 돼 제니와 길을 걷던 어느 날, 마을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포레스트. 그 괴롭힘을 피하기 위해 내달렸을 뿐인데 너무 빠르게 달린 나머지 미식 축구 감독 눈에 띄게 된다. 포레스트의 달리기 실력을 보고 감동을 받은 축구 감독은 그를 대학으로 이끌게 되고, 입학 이후에도 달리기 실력 덕분에 엄청난 활약을 하게 된다. 결국 전미 대표팀 선발, 대통령상까지 받으며 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졸업식에선 우연히 군 입대 팸플릿을 받게 되고, 그 길로 군대에 입대하게 된 포레스트. 그곳에서 친구 버바를 만나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트남 전쟁에 참가하게 되고, 정글 속 격투에서 친구 버바를 놓치게 된다. 버바를 구하기 위해 정글을 헤매보지만 다른 전우들을 구출할 뿐, 너무 늦게 버바를 구한 탓인지 그의 목숨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끊어지고 만다. 버바를 잃어 슬픔을 겪는 포레스트지만, 그 와중에 여러 전우의 목숨을 구한 공로로 대통령 명예훈장을 받게 된다. 그 와중 또다시 우연히 탁구를 하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탁구에도 소질이 있던 포레스트는 전국을 돌며 위문공연을 다닌다. 머지않아 미국 탁구 대표팀까지 들어가 실력을 인정받으며, 탁구로 중국에 간 첫 미국인이라는 기록마저 세우게 된다. 우연히 발길 가는 대로 뻗을 뿐인데, 모든 것을 타고난 능력 마냥 뛰어나게 소화하는 포레스트지만 언제나 운이 따라주진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은 포레스트는 급히 고향으로 가지만, 어머니의 병은 매우 심각해졌고 살 날이 많지 않다는 말을 듣고 만다. 포레스트는 예기치 못한 이별을 준비하게 되고, 어머니는 포레스트에게 신이 주신 능력으로 최선을 다할 것을 이야기한다. 포레스트가 신이 준 운명이 무엇이냐고 묻자, 어머니는 그것은 자신이 개척해나가는 것이라며 “인생은 하나의 초콜릿 상자와도 같아, 무엇이 들어있을지 아무것도 알 수 없거든”이란 말을 남기며 죽음에 이른다. 어머니의 죽음, 제니와의 거듭되는 이별로 지친 포레스트는 결국 어느 날 갑자기 무작정 집을 나서 달리기 시작한다. 앨라베마주를 횡단하고 또다른 목적지, 더 나아가 더 멀리 있는 목적지를 향해 뛰며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며 이별의 슬픔을 묵묵히 견딘다. 포레스트의 이유 없는 달리기는 뉴스에 보도되기 시작했고 그의 행동에 영감 받은 추종자들이 늘지만 포레스트는 꿋꿋하게 3년 2개월 간 꾸준히 달린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견딜 수 없는 슬픔의 순간이 조금 물러났을까. 3년이 지나고 나서야 포레스트는 이제 집에 가야겠다며 달리기를 문득 멈춘다. 다시금 고향으로 돌아간 포레스트는 자신을 만나러 오라는 제니의 편지를 받고 제니에게로 향한다. 영화 속 포레스트는 제니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제니는 삶을 이리저리 방황하지만 그런 제니 곁을 맴돌며 포레스트는 묵묵히 기다린다. 그 와중에 초콜릿 상자 속 초콜릿을 하나씩 꺼내어 먹듯, 주어진 삶을 착실하게 살아낸다. 어떠한 불만도 없이, 하나의 길을 착실하게 개척해나가며 늘 좋은 성과를 낸다. 물론 성과가 좋다고 해서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는다. 총알이 빗발치는 베트남 전쟁에서 별을 보았던 것. 바다에서 지는 태양, 사막에서 떠오르는 태양 등 그는 외로움과 공허의 시간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이었고,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결국 그가 갖고 싶었던 모든 사랑의 형태는 자신을 떠나갔지만 그럼에도 포레스트는 운명이 주어진 것처럼, 또는 바람처럼 떠다니며 살아간다. 새해가 밝았다. 영화의 엔딩 장면에 화면을 멈추고선 새로운 해의 태양을 맞이해본다. 올해의 내가 바람 같은 일들에서 씩씩히 살아냈으면 좋겠다.

2025-01-13

어떤 눈으로 노인을 보는가

김규인수필가 우리 사회는 나이 든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고령화가 진행되며 세대 간 경제·사회·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이 생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노인을 비하하는 표현도 자주 나타난다. 카페에선 ‘노인이 많으면 젊은 사람이 안 온다’며 입구를 막아선다. 노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나이 들어 회사에서 정년퇴직하면 뒷전으로 밀린다. 재취업을 위해 서류를 내면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 주변의 눈치를 살핀다. 버스 안에서는 젊은이들의 자리를 양보받는 염치없는 사람으로 몰리고, 친구들과 들른 찻집에서는 눈치 없이 큰 소리로 떠든다고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다. 노인들은 눈치 없고 막무가내로 막말만 해대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나 빼앗는 몰염치한 사람으로 치부해 버린다. 고령 운전자들의 연이은 사고로 인한 원망의 눈초리까지 노인에게 향한다. 오죽했으면 프란치스코 교황마저 “노인이 ‘젊은이의 미래를 훔친다’는 비난은 요즈음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근거 없는 편견들은 여전히 젊은이와 노인 세대 간 갈등에 계속 불을 지피고 있다”며 걱정을 하였을까. 나이 든 부모를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 생각한다. 가장 행복해야 할 가정에서 노인 차별과 혐오가 시작된다. 그들을 낳고 길러준 부모에게 이러할진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을 대할 때의 태도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경향은 사회적으로 차별을 넘어 노인 혐오로 이어진다. ‘65세 이상 파워 컨슈머의 부상: 시니어 소비 트렌드와 기업들의 대응’, ‘고령사회 한국 액티브 시니어: 새로운 소비층의 등장’, ‘소비시장 큰손 액티브 시니어를 잡아라’. 어느 한 곳의 기사가 아니다.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하여 돈 있는 노인들을 추켜세우며 소비를 부추기는 듯한 기사도 언론사마다 경쟁적으로 등장한다.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수십조 원을 퍼부은 저출생 대책은 아직 큰 진전이 없고, 힘든 일을 기피하며 일자리의 부족을 말하는 젊은 세대, 치열한 수출 경쟁으로 양질의 일자리에 한계를 보이는 산업체와 정부, 사람이 없어 물건을 생산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체와 구인난에 허덕이는 농어촌, 베이비붐 세대의 점차적인 은퇴로 생산 인력의 감소, 고령화에 따른 젊은 층의 부양 능력의 가중, 이로 인한 연금과 기금의 고갈이라는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는 생산 인력의 부족이다. 젊은이들이 힘들다고 피하는 일자리지만 이를 원하는 노인들도 많다. 정부에서는 능력에 따라 일할 수 있게 정년을 연장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일함으로써 생산 인력 확보와 연기금의 고갈을 막고 젊은 층의 부담을 덜어주고 정부는 세수 확보로 재정 안정을 기할 수 있다. 국가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앞장설 때 가능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대 간의 갈등을 조절하며 한 걸음씩 나아갈 때 국민의 동참도 늘어난다. 모든 국민이 함께 일할 때 국가의 부는 저절로 증가하고 국민은 건강해진다. 노인이 기피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중요 인적자원임도 알게 된다. 어떤 눈으로 노인을 보는가가 중요하다.

2025-01-13

대구형 산불관리 모델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5년 새해 초, 미국 LA를 덮친 대형 산불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극심한 가뭄과 강풍 속에서 발생한 산불은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혔고, 특히 물 부족으로 인해 진압에 어려움을 겪으며 피해 규모가 더욱 커졌다. 기후변화는 대형 산불 발생의 주요 원인이며, 대구 또한 안전지대가 아니다. 겨울철 건조한 날씨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대구의 산불 위험도 증가하고 있어, 대형 산불 발생 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대구는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적은 지역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시민들의 안전 의식이 저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조사 결과, 대구 시민의 안전 체감도는 전국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를 인식하고 시민들의 안전 의식을 높이는 동시에 효과적인 산불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대구형 산불관리 모델’이 필요하다. ‘대구형 산불관리 모델’은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단계로 나누어진다. 각 단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방 단계에서는 산림 인근 주민들에게 산불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자율 방재팀’을 조직하여 산림 내 위험 요소를 제거한다. 농민들은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잡초를 제거하고, 등산객과 시민들에게는 산불 예방 교육과 대피 경로 및 행동 요령을 안내한다. 청소년들은 산불 예방 캠페인이나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산불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예방 습관을 실천한다. 대비 단계에서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재난 대비 훈련을 통해 실제 산불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산불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대피 훈련과 초기 화재 진압 훈련을 정례화하고, 앞서 조직된 자율 방재팀의 역할을 강화하고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훈련에 참여하도록 한다. 대응 단계에서는 열화상 드론과 지능형 CCTV의 감시 데이터를 주민과 공유하여 산불 조짐을 사전에 경고하고,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방재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산불 발생 시 초기 진압을 위해 드론을 활용한 소형 방수 시스템과 같은 기술적 대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복구 단계에서는 산불 발생 후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산불 예방 및 복구 방안을 개선한다. 호주의 ‘Community Fireguard Program’과 미국의 ‘Firewise Communities’ 프로그램은 주민 참여를 핵심 전략으로 활용한 성공적인 산불 관리 사례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산불 예방 활동, 대피 계획 수립, 정기적인 훈련에 참여하도록 지원한다. ‘대구형 산불관리 모델’은 앞서 언급한 해외 우수 사례와 대구시의 선진적인 산불 감시 시스템을 기반으로 기술적 감시 체계와 주민 주도의 활동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통합적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시민 참여, 첨단 기술, 물 관리 시스템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대구는 기후변화 시대의 산불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2025-01-13

도돌이표

도돌이표.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풍경이 있다. 다이어리의 첫 페이지에 적힌 결심, 체중계 앞에서의 고요한 다짐, 그리고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 마지막이라고 외치며 먹는 피자 한 조각, 나의 다이어트는 매년 새해의 단골 레퍼토리다. 이 다짐은 마치 악보 위의 도돌이표처럼 늘 같은 지점으로 돌아간다. 시작과 끝이 반복되는 이 리듬 속에서 나는 올해도 다시 한 번 다이어트를 새해 목표로 삼아 본다. 스스로에게 체면을 건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행위가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새롭게 정돈하는 과정이고 불필요한 일정 부분을 줄여 건강을 되찾는 일이니까 성공할 수 있다라고 자신에게 체면을 건다. 그러나 매번 도돌이표를 찍는 음악처럼 같은 지점으로 돌아간다. 처음엔 열정적으로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도 빠지지 않고 하지만 어느새 “오늘 하루쯤은 괜찮겠지”라는 나른한 핑계가 나를 휘감는다. 결국 또다시 목표에서 멀어진 나를 발견하며 자책하곤 한다. 음악에서의 도돌이표는 단순히 끝없는 반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돌아가 더 풍성한 연주를 이어가는 기회를 준다. 새해 다짐한 다이어트도 좀 더 성숙한 방식으로 이전보다 조금 더 꾸준한 노력으로 나를 다듬어 가고 나의 건강과 더불어 일상이 더 풍부해지길 바란다. 새해 목표를 세우며 나의 작은 변화를 떠올린다. 화려한 계획 대신 나만의 소소한 도돌이표를 그려 나가는 것이다. 매일 조금 더 걷고, 꾸준히 물도 마시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고, 공복 시간을 더 늘려가며 소소한 습관이 도돌이표처럼 돌아가는 나만의 악보들을 그려가는 것이다. 어쩌면 도돌이표 같은 다이어트 결심은 실패가 아니라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나침반일지도 모른다. 올해도 나는 체중계 위에서 숫자에 연연하기보다는 매일의 작은 성취를 기록하며 내 몸과 마음을 이해해 가는 여행을 떠나려 한다. 도돌이표를 찍는 음악이 결국 아름다운 멜로디를 완성하듯, 나의 반복되는 다짐도 올해는 나만의 리듬을 완성해 가리라. 완벽한 그림을 그리며 시작해 보지만 늘 익숙한 현실의 무게에 눌려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시작은 화려하지만 결국 한 해의 끝자락에선 같은 자리로 돌아와‘다시 시작해야지’라는 다짐으로 반복한다. 하지만 실패라는 프레임을 씌우기보다는 인간의 본능적인 리듬이 또 처음으로 돌아가려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도돌이표가 반복을 의미하듯 저마다의 다짐은 우리 삶의 연습곡 같은 것이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며 또다시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성장하다 보면 우리 삶은 한 편의 소나타가 완성되어 가지 않을까. 김경아 작가 비단 다이어트뿐일까. 우리의 삶도 도돌이표가 반복되는 악보같다. 한 번 지나온 구간을 다시 돌아가야 할 때도 있고 같은 멜로디가 끊임없이 이어질 때도 있는 것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연주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돌이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돌아갈지라도 그 안에서 다시 호흡하고 숨을 불어 넣고 새로운 마디를 찾아가는 것은 나의 몫이다. 멜로디가 익숙하다고 누가 시시하다고 말할 것인가. 되풀이된다고 누가 그 가치를 폄하할 것인가. 도돌이표는 끝이 아니라 연주의 일부분이다. 다시 도돌이표로 돌아가 결심한다. 멈추지 않고 나의 다이어트를 이어갈 것이다. 내 삶의 연주를 이어갈 것이다. 결국 그 열심이 모여 나만의 인생곡이 완성해 가기 때문이리라. 운동화 끈을 다시 묶는다. 느슨해지거나 다시 풀려도 괜찮다. 돌아가더라도 또 다시 매듭을 묶고 한 걸음 더 내딛으면 된다. 도돌이표가 있는 삶,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무한 반복 속에서 또 다음 마디를 연주할 준비를 한다. 내 삶의 선율은 그렇게 완성되어 가는 현재진행형이다. /김경아 작가

2025-01-13

발칸반도 민족주의 ② 우리(We)와 그들(They)

1919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각 민족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전후 처리를 위해 파리 강화회의에서 미국 대통령이었던 우드로 윌슨이 주창한 ‘민족자결주의民族自決主義’가 그것이다. 한 민족이 그들 국가의 독립 문제를 스스로 결정짓게 한다는 이 말은 소수민족, 그리고 압제에 시달리는 약소민족에게 독립의 열정과 불가능은 없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우리나라 3·1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민족이라면 어느 누구로부터도 간섭을 받지 않고 정치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를 실현한다’는 외침이 억압에 길들여진 약소민족 가슴을 막무가내로 울려댔다. 우리나라는 물론 독립투사들이 민족주의자로 불리게 된 때도 이때부터다. 민족주의에 대한 성공은 평등에 대한 열망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말이다. 우리민족 역시 실체에 대한 믿음은 일제강점기 식민시대 속 저항을 통해서 생겼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발칸반도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새롭게 생긴 패러다임, 즉 민족 방어를 위해 배타적 민족주의의 네이셜리즘(Nationalism)과 언어, 종교 등 문화적 요소에 따라 구분 짓는 문화적민족주의(Cultural Nationalism)가 본격적으로 기세를 울리며 불씨로 자라났다. 민족과 국가를 동일선상에 놓는 서유럽 민족주의는 경제 범위와 영토가 대부분 일치하면서 국적을 따지는 ‘정치적 민족주의’로 정의한다. 이는 민족보다 국가를 우선시하며 충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발칸반도는 달랐다. 혈통이 중요시 되면서 언어는 물론이고, 역사와 체험의 공유, 더불어 종교 역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문화적 민족주의’였다. 민족과 국가는 별개이며 국가에 충성하기보다 민족이 우선이었다. 그런 까닭에 신화가 떠받들어지고, 우리 민족끼리 독립이라는 희망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꿈으로 연결된다. 발칸반도는 혼란한 역사를 거치면서 거듭된 이합집산을 경험했다. 여러 민족이 뒤섞여 있었으며, 민족의 경계와 영토란 희미하기 짝이 없었다. 따라서 발칸반도 민족주의는 폭력을 품고 태어난 ‘이질적 민족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발칸반도를 비롯한 동유럽 나라들은 제국의 그늘에서 막 벗어나면서 민족주의자들의 주도하에 이뤄졌다. 그들의 민족주의는 민족결집에 의미가 궁색했던 까닭에 미래를 과거에서 찾았다. 과거를 이 잡듯이 뒤져 가느다란 실마리라도 발견하면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민족영웅으로 스토리텔링했다. 신화는 물론, 역사적으로 가장 화려했던 시기만을 잘라 민족정기를 일반화 하면서 능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민족 우상화 작업으로 민족 태생적 우월주의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집권세력은 민중을 길들이고자 이를 교묘하게 정치에 적용하면서 폭력마저 정당화하기에 이른다. 민족내부의 이질적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발칸반도 모든 나라가 독립투쟁과 저항의 역사 속에서 탄생하지 않았다. 물론 우리네 독립운동사에서 보듯 발칸반도 나라 역시 의기에 혈기까지, 풍찬노숙을 당연하게 여기며 독립투쟁에 매진했던 투사들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큰 그림을 놓고 보았을 때 아쉽게도 스스로 힘으로 광복을 쟁취한 것이 아니라 강대국 힘의 논리에 의해 독립을 이룬 나라가 대부분이다. 주권은 있되 자주는 없는 이상한 체질, 강대국 품을 벗어나면 금방이라도 뇌정지에 빠질 허약한 나라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민족은 자신의 나라를 가질 권리가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공인되었으니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이었을까.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강대국의 섬세하고도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었다. 승전국끼리 패전국을 조각조각 갈라놓아야 했다. 후발 제국 도이칠란트로부터 벌어진 전쟁의 뼈아픈 경험을 잊지 않았다. 승전국은 작은 나라와 소수민족을 부추겨 착하고 말잘 듣는, 사람과 땅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갈등을 부추기고 조장하면서, 서로에게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게 새판을 짰다. 그 중심에는 영웅놀이에 재미가 든 지도자를 뽑고 가슴이 요동치는 장엄함을 맛보면서 정신까지 발기해버리는 자칭 민족지도자가 있었다. 서구유럽 입장에서 보면 말잘 듣는 지도자이자, 고매한 인품을 지닌 인간이었다. 발칸반도의 무기력은 마치 우리 해방정국과 흡사했다. 보릿고개 넘기기조차 힘에 겨웠건만, 친일청산은커녕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정당과 자칭 애국지사 등장, 반공이라는 구호로 무지한 백성의 부추김, 그리고 연이어 터진 한국전쟁은 기사불능 상태로 몰아갔다. 그러나 극동 아시아에 공산정권의 마지막 저지선으로 강대국의 지원과 태생적 부지런한 배달민족 희생 속, 선 성장 후 분배의 기치에 묵묵히 순응하면서(분배의 정의가 혼탁해지긴 했지만) 기적과도 같이 세계 속 대한민국이 우뚝 설 수 있었다. (계속) /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5-01-13

‘국민의힘’이 가야 할 혁신의 길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국민의힘이 또다시 벼랑 끝에 섰다. 2016년 박근혜는 ‘국정농단’으로, 그리고 2024년 윤석열은 ‘비상계엄’으로 보수의 위기를 자초했다. 비상이 걸린 국민의힘은 탄핵 찬반, 친윤과 친한, 극우보수와 합리보수 등으로 사분오열(四分五裂)이다. 생사의 기로에 선 보수의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보수는 왜 길을 잃고 헤매는가? 보수의 회생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달려 있다. 보수의 핵심가치는 법치·책임·관용·품격·실용 등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현재의 국민의힘은 진정한 보수라고 평가받기 어렵다. 정부여당을 조롱하는 표현들, 즉 수구세력, 꼴통보수, 시대착오, 표리부동, 내로남불, 무책임, 불통과 독선 등은 ‘보수의 위선’을 말해주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가짜보수’가 ‘진짜보수’를 죽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최선의 치료법은 ‘보수의 혁신’이다. 혁신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수의 정체성을 새로이 정립하는 것이다. 보수는 수구(守舊)가 아니다. 산업화시대의 사고로 AI시대를 살아가려는 것은 시대착오다. ‘수구보수’와 ‘극우보수’의 경직성·극단성은 변화와 소통을 가로막는다. 불통은 독선을 낳고, 독선은 민심과 충돌하여 총선에서 참패했다. 보수의 대부인 영국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유연한 대처와 변화가 보수의 생명력”이라고 했다. 시대변화에 둔감하고 혁신을 거부하는 보수는 존재가치가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혁신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에 있다. ‘공천이 곧 당선’인 ‘양남(영남+강남)’지역 의원들은 혁신을 주도할 수 없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금배지가 보장되는 지역구이다. 보수의 부활보다 공천과 금배지에 혈안이 된 ‘권력 불나방들’이 어떻게 혁신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혁신은 보수의 핵심가치를 중시하고 민심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수도권 개혁파가 주도해야하며, 특히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강력한 혁신의지를 가지고 변화와 쇄신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 나아가 보수의 혁신을 위한 세대교체와 지도자육성도 시급하다. 지금 보수에게는 이승만·박정희를 넘어서 21세기 서사(敍事)가 필요하다. 오늘의 위기는 대선을 위해 급조된 외부용병을 영입했으나 결국 ‘정치초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유능한 보수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보수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정치할 수 있는 인재가 절실하다. 이처럼 보수위기의 원인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기 때문에 남 탓하지 말고 스스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수구·극우·가짜보수’가 죽어야 ‘혁신·합리·진짜보수’가 산다. 미치광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똑같이 미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혁신을 통해 ‘진정한 보수’로 거듭날 수 있을 때 비로소 떠난 민심이 돌아오게 될 것이다.

202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