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단체장이 선출되기 이전에는 관할구역에 산불이 나면 시장·군수는 피해정도에 따라 문책을 받는다. 1990년대는 피해면적 500ha가 넘으면 해당 단체장은 직위해제되는 중징계를 받았고 심할 경우 단체장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도 했다.
그래서 산림이 많은 경북도내의 관선 시장·군수들은 휴일에도 산불예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산불예방에 노심초사했다.
민선단체장으로 바뀌면서 산불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면서 단체장에 대한 페널티는 사실상 구경할 수가 없다. 단체장은 산불 진압의 법적·행정적 책임은 있지만 실제로 처벌이나 징계가 내려진 경우는 드물다.
가령 경북도내 장기 건조주의보가 내려졌다고 가정하자. 산불 예방에 관한 협조를 경북도가 기초단체장에게 전달하지만 과거처럼 긴장감 있는 대응을 하는 시군은 많지 않다.
경북은 산림면적이 넓고 수종도 불에 약한 소나무가 많다. 경북북부지방은 소나무 밀집률이 80% 이상이다. 산림과 인접한 마을도 많아 산불에 매우 취약한 곳으로 손꼽힌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통계로 보면 경북(연 129건)은 강원도(연 157건) 다음으로 많다.
작년 3월 경북은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로 안동, 영양, 청송, 영덕 등 5개 시군에 걸쳐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를 입었다. 20명이 넘는 주민이 목숨을 잃고, 6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산불 피해면적만 서울시 면적의 절반을 넘었다.
경북도는 올해를 대형산불 제로의 해로 정했다. 도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산불종합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과거 홍보·계도 중심에서 벗어나 책임중심으로 대책도 전환했다. 예방관리가 미흡하거나 반복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는 시군에 대해서는 교부금 지원 제한 등 재정페널티를 매기기로 했다.
기후변화 심해지면서 대형산불이 상시화할 소지가 커지고 있다.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보다 강력한 예방조치 차원의 재정 페널티는 바람직하다. 권한만큼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공공기관의 관심과 경각심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