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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항을 녹색교통 도시로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전 세계가 기후위기로 신음하는 가운데 2023년 새해가 밝았다. 대규모 공업지대가 주거·상업지역과 인접해 있는 포항의 공간적 특성상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과 같은 문제에 대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신년사에서 “사람 중심의 친환경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녹색교통은 에너지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저탄소 교통체계이다. 보통 녹색교통이라고 하면 지하철이나 경전철 같은 대중교통수단, 그리고 최근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인 전기차를 떠올리기 쉽지만, 녹색교통의 ‘근본’ 격인 교통수단은 바로 자전거다.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나 덴마크의 코펜하겐 같은 유럽의 도시에서는 지금도 자전거가 교통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자전거 고속도로’ 시스템을 도입하여,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인근 20개 소도시를 지나는 총 길이 200km 이상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구축하였다. 그 결과 지하철로 30분 가까이 걸리는 구간을 자전거로는 11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되어 시민들이 실용적인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를 애용하고 있다.반면 한국의 자전거 문화는 교통수단보단 레포츠용에 가깝게 발전해 왔다. 연배가 어느 정도 있는 독자라면 ‘쌀집 자전거’를 기억할 것이다. 무거운 쌀 포대를 몇 개씩 올리고도 끄떡 없이 골목길을 내달리던, 투박하지만 튼튼한 쌀집 자전거. 오토바이와 트럭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서울의 한강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그곳을 통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시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강 자전거도로에서 집과 직장이 있는 지역으로 진입하는 길은 자전거로 달리기 위험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산과 언덕이 많은 지형도 자전거 교통이 대중화되는 데에 큰 걸림돌이다.필자가 생활하며 느낀 포항은 녹색교통을 일상화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춘 도시이다. 도시공간의 대부분이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 자전거 이동이 용이하며, 도심을 가로지르는 형산강 자전거도로와 철길숲 자전거도로가 잘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형산강과 철길숲을 잇는 간선도로를 정비하고, 냉천과 칠성천, 포항운하 등 기존 하천과 수로를 따라 자전거도로를 조성하면 거의 모든 지역을 자전거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녹색교통 시스템이 완비된다. 차도 가장자리를 분리시켜 자전거 전용도로로 만든 서울시의 청계천 자전거도로를 벤치마킹해도 좋겠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는 이용하기에 따라 전동 킥보드나 전동 휠 같은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대중교통에서 내린 뒤 최종 목적지까지의 교통 공백을 메꿔주는 이동수단)와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녹색교통 인프라 정비의 필요성과 더불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의식 변화의 중요성이다. 도로는 자동차의 전유물이 아니며,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빠르고 편안하게’ 보다 ‘조금 느리지만 저탄소로’ 이동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할 때다.

2023-01-09

귀가 두 개인 이유

김규인 수필가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어도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하다. 코로나는 여전히 사람 속을 헤집고 다니고 높은 물가와 금리는 삶을 옥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언제 끝이 날지 기약이 없다.서민들은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로 힘겨운 삶을 산다. 내일을 알 수 없는 경제 상황으로 기업은 투자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만 본다. 심지어 국가공무원도 정부의 감원 계획에 앞날을 걱정하며 새해를 맞는다. 취업 자리가 줄어 취업을 앞둔 청년들의 시름도 깊어져 간다. 그나마 정부가 2023년도 예산을 조기 집행하여 경제의 불씨를 지피는 노력을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이런 와중에도 정치인들은 정파적 이념에 사로잡혀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은 뒷전이다. 자신들의 잇속을 차리면서 말끝마다 내뱉는 국민 타령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입으로는 맨날 국민을 앞세우면서 실상은 자신의 입지와 정파의 이권을 챙기기에 바쁘다. 올해는 국회의원이 가진 수백 가지의 혜택 중에 하나라도 내려놓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오일 쇼크가 벌어질수록 정유회사가 돈을 벌고, 금리가 오를수록 금융권의 성과급 잔치는 늘어난다. 자본주의의 폐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뒷맛이 씁쓸하다. 꼬박꼬박 빌린 돈의 이자를 내며 말없이 이를 지켜보는 서민들은 답답하다. 말이 없음이 모두 동의가 아님을 알지 못하는지.사람의 귀가 두 개요 입이 하나인 이유를 알지 못하는지. 더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는 말이다. 귀가 양쪽에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균형 있게 들으라는 말이다. 지금은 균형과 조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2023년은 계묘년, 토끼의 해다. 신이 두 귀가 유난히 큰 토끼를 내려보내 주심은 뜻이 있다. 다른 이야기를 큰 귀로 더 많이 들으라는 말이다. 작은 소리에도 민감한 토끼의 생존 전략은 간단하다. 항상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살핀다. 지금 우리에게는 세상의 흐름을 균형 있게 듣고 살피는 태도가 필요하다.경제도 정치도 사회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산다. 지금은 큰 입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많이 듣자. 서로의 목소리를 낮추고 남의 말을 들어보자. 한 사람에 다른 사람의 뜻을 모아보자. 그러면 위기의 시대에 살아남을 솔로몬의 지혜가 나오리니. 나 혼자만을 앞세우기보다 주위를 돌아보는 마음을 가지자.우리는 살아오면서 숱하게 경험하지 않았는가. 지금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겨내면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인간사다. 살아야만 하기에 경제적인 불확실성에 반드시 해답을 찾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지구의 문화를 선도하는 문화민족이기 때문이다.세상일이라는 것이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니다. 모두 우리가 감당할 만큼만 신은 어려움을 준다. 인간이 너무 나약하지 말라고. 전에도 이 정도는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새해는 서로를 보듬으며 가슴에 희망 하나쯤은 품고 살 일이다. 내일은 밝게 웃을 테니 말이다.

2023-01-09

포스코 본사 포항이전, 다시 핫이슈로 등장

다음달 예정된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의 ‘지주사 본사이전’ 안건 심의를 앞두고, 포항지역 정치권이 지난해 2월 포항시와 포스코측이 합의한 3개항(포스코 본사이전,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설치, 상생협력사업)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화력(火力)을 집중시키고 있다. 포항시의회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및 상생협력 특위’는 지난 연말 포스코측으로부터 합의사항 이행에 대한 설명을 두 차례에 걸쳐 듣고,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의 면담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포항출신 국회의원들도 이와 관련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정재 의원(북구)은 지난주 포스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논의될 지주사(포스코홀딩스) 소재지 포항 이전 안건을 의식, 국가균형발전 특별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병욱 의원(남구·울릉)은 최근 포스코 지주사와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 이전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 정부 각 부처에 보냈다.포스코홀딩스는 다음달 열리는 이사회에 소재지 이전 안건을 상정한다. 이사회에서 이 안건이 통과하면 3월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해 정관을 변경하는 절차를 거친다. 포스코측은 현재 국내외 주주를 대상으로 관련 내용을 안내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이전과 관련해서는 포스코측이 포항에 있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건물에 입주하고, 연구원장도 상주하는 방안을 제시해둔 상태다.태풍으로 인해 포스코홀딩스 본사이전 논의가 4개월여간 중단됐다가 최근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인재확보의 어려움을 강조하지만, 포스코는 늘 포항에 있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1위의 철강회사로 자리를 굳혔다. 포항시는 새해들어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과 테슬라 전기차 공장 유치에 시정을 집중시키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포항시민과 운명을 같이한 포스코는 앞으로도 포항시와 ‘한식구관계’를 유지하면서 국민기업으로서 소명을 다하길 바란다.

2023-01-08

세계 6위와 세계 21위

김규종 경북대 교수 연초에 엇갈리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발표한 ‘2022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에서 한국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간지에 따르면, 한국은 1960년대 이후 꾸준히 성장해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 가운데 하나가 됐고, 세계 최대 규모의 저축량과 외국인 투자액을 기록한 국가다.‘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해마다 세계 85개국 1만7천명을 대상으로 정치, 경제, 군사력을 포함한 국가 영향력을 설문 조사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앞선 순위에 있는 국가를 보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도이칠란트, 영국이며, 프랑스가 7위, 일본이 8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과 함께 음악과 영화, 텔레비전 같은 대중문화를 선도함으로써 최강 1위를 지키고 있다.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 공정성 지수’를 발표했다. 신문은 인권 존중과 법 준수, 무역의 자유, 환경에 대한 배려 등 10개 지표로 세계 84개국을 평가했다. 신문은 이것을 ‘정치와 법의 안정성 (30점)’, ‘인권과 환경 (30점)’, ‘경제 자유도 (40점)’ 등 3개 영역으로 계량화하여 순위를 매겼다고 한다. 한국은 정치와 경제 자유도 28점, 법의 안정성 25점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인권과 환경 16점으로 중하위권에 머물러 종합 68점으로 21위를 기록했다.‘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나라는 86점의 아일랜드였다. 일본은 77점으로 11위, 미국은 74점으로 17위였다. 34점의 중국과 33점의 러시아는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신문이 내린 결론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 세계화가 효율성을 우선했다면, 이제는 효율성과 공정성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벼락부자의 시대가 아니라, 인간적인 교양과 품위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두 가지 조사를 보면 우리가 나갈 방향 표지판이 보인다. ‘잘살아보세’라는 한 많은 표어를 들고 일로매진한 끝에 우리는 마침내 ‘넘사벽’으로 여겨지던 경제 강국 일본을 능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성세대인 50대 이상의 한국인들에게 ‘은산철벽(銀山鐵壁)’으로 보였던 일본을 돌파한 한국인들의 저력이 새삼 가슴 뿌듯한 것이다.그러나 뿌듯한 가슴을 진정하고 주변을 살피면 상황은 급변한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강고해지고, 승자독식의 아수라판이 날마다 펼쳐지는 나라가 한국이다. 지방과 지방대의 소멸과 서울·경기도의 승승장구, 재벌과 대기업의 압승과 하청(下請) 중소기업의 몰락, 도시와 농어촌의 커져만 가는 격차, 노동자와 도시빈민의 아우성이 나날이 높아만 간다. 경제 격차는 필연적으로 정치와 문화·사회격차를 잉태하고, 그것은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니혼게이자이’의 평가지표인 인권과 환경에서 낙제점인 16점을 받았다는 사실이 그것을 웅변한다. 앞만 보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가 아니라,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면서 넉넉하고 여유롭게 ‘호시우행(虎視牛行)’하는 자세가 절실한 계묘년 2023년이 바야흐로 시작되고 있다.

2023-01-08

건강 위협하는 초미세먼지, 경계심 높여야

새해 첫 주말동안 전국 대부분 지역이 초미세먼지로 덮여 주말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우리나라 겨울철은 강수량이 적어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쉬운 계절이다. 본격 우기가 오기까지 지금부터 미세먼지 발생에 모두가 바짝 신경을 써야 할 때다.환경부는 일요일인 지난 8일 대구와 경북을 포함해 전국 9개 시도에 초미세먼지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비상점검 조치를 시행했다. 비상저감 조치가 시행되면 지역내 민간과 행정·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미세먼지 다량배출사업장은 조업시간을 변경하거나 가동률을 줄여야 한다. 또 건설공사장도 공사시간을 변경 조정하고 살수차 등을 운영해 비산먼지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올들어 가장 나쁜 상태를 보인 주말의 미세먼지는 이번 주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라 한다. 특히 중국발 황사까지 겹쳐 전국 많은 곳이 미세먼지로 고통받을 전망이다. 미세먼지는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가 타거나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배출가스가 주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보다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더 많은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근본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정부도 미세먼지가 시민의 건강을 해치고 일상 불편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자 2017년부터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시행해 왔다. 이에 따라 초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하고 나쁨 일수도 줄어드는 등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미세먼지 발생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를 막는 데는 외교적 대응밖에 별다른 수단이 없다. 잘 알다시피 중국은 세계 최대규모 공장을 경영하고 있고 가정의 연료도 주로 석탄 등에 의존해 우리나라 대기질 오염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이와 관련, 중국과 외교적 마찰도 빚어지나 뾰족한 대책은 아직 없다. 이와 관련 정부는 중국과 외교적 노력도 해야겠지만 국내적으로 더 강력한 미세먼지 저감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제 봄철을 앞두고 미세먼지가 더 극성을 부릴 시기다. 개인도 경각심을 갖고 잘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2023-01-08

대북 심리전

우정구 논설위원 북한의 무력도발에 맞서 한국군이 대북확성기 방송 등의 대북 심리전을 다시 펼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대북확성기 방송과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사용에 따라 자칫 군사충돌로 번질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 판단에 많은 이가 주목을 한다는 것이다.정부는 남한 영공침범 등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2018년 체결한 9·19 남북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이는 대북 심리전 활동을 부활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검토란 점에서 대북방송이나 전단 살포가 재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무력없이 북한 군인 등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사상을 동요시키는 대북확성기 방송이나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무력적 선전 수단이다. 이는 9·19 군사합의 이전에도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무력도발에 가장 효과적 대응 방법으로 이를 손꼽고 있다.“심리전의 목표물은 적의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다”라는 말이 있다. 전단을 “들리지 않는 총성”, “종이 폭탄”, “심리전의 보병”으로 부르는 것은 전단 효과를 잘 말해주는 표현이다.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은 전쟁 개시 4일째 무려 1천176만장의 전단을 살포했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25억장의 전단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대북 심리전이 비무력적이면서 상대 군인의 감성을 자극하고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수단으로써 전술적 효과가 크다면 지금은 이를 활용할 운용의 묘가 필요한 때다.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가 북한의 연쇄 무력도발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한다고 답했다. 국민안전을 보호할 장치로서 대북 심리전을 활용 대상으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1-08

선거법 개정, 국민의 소리 들어라

김진국 고문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법 개정을 제기했다. 연초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선거법은 헌법보다 개정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선거법을 개정할 국회의원들의 당락에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2020년 4·15총선에 적용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실패도 의원들의 기득권 탓이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반대했다. 연동형이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위성정당을 만들어 기득권을 지키려 했다. 그렇지만 민주당의 압승만 거들었다.선거법을 개정할 때 의원들은 정당보다 자기 이해부터 생각한다. 의원직을 걸고 당의 이익을 챙기려는 의원은 없다. 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을 줄여 비례대표 의원을 늘려야 제대로 작동한다. 다수인 지역구 의원들이 반대다.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처리에 정의당을 이용했다. 선거법을 미끼로 이용했다. 그런 뒤에 자기들도 위성정당을 만들어 정의당의 뒤통수를 쳤다. 미래통합당을 핑계로 삼았지만, 욕심이 지나쳤다. 배신의 정치로 정치적 신뢰를 팽개쳤다.현행 제도는 실패했다. 연동형이 잘못이 아니다. 의원들 욕심 때문이다. 위성정당을 막지 못했다. 어설픈 반쪽 연동형을 했다. 이대로 다음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 다음 총선은 내년 4월 10일이다.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은 분명히 드러났다. 21대 총선을 보자. 서울에서 민주당은 유효투표의 53.5%를 얻었다. 그런데 의석은 83.7%인 41석을 가져갔다. 미래통합당은 41.9%를 얻었지만, 의석은 16.3%인 8석에 불과했다. 경기도에서도 53.9%를 얻은 민주당이 51석(86.4%)을, 41.1%를 얻은 미래통합당이 7석(13.7%)을 가져갔다. 그런데도 비례성을 보완하기는커녕 ‘부익부’(富益富)로 법 취지와 거꾸로 갔다.20대 총선 서울에서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각각 12석, 35석, 2석을 얻었다. 정당 투표 비율대로라면 16석, 14석, 15석에 정의당 4석으로 바뀐다. 민주당 40석, 국민의당 0석이었던 경기도도 득표 비율대로라면 두 당이 각각 17석을 얻었어야 했다. 수도권만 보면 비례성을 강화하는 것이 국민의힘에 절대 유리하다.그런데도 국민의힘이 선거법 개정에 더 부정적이었다. 정권을 민주당에 넘기고, 대통령 선거에 이기고도 민주당의 절대다수 의석에 발목이 잡혀 맥을 못 추면서 개별 의원의 당선만 생각한다.윤 대통령이 말한 중대선거구제도 해결해야 할 약점이 있다. 2인 선거구에서는 양대 정당 후보자가 나눠 먹을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보다 정당이 당선을 결정한다. 유신 체제에서 경험해봤다. 몇 인(3~5)선거구로, 어떻게 획정하느냐가 의석수를 좌우한다. 정치적 구획이 될 소지가 크다. 지역별 차이도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시험 시행했다. 9명을 뽑는 광주 시범지역에서 민주당 6명, 진보당 2명, 정의당 1명이 당선됐다. 대구에서는 국민의힘 7명, 민주당 2명이 당선됐다. 민주당은 영남지역에 진출했지만, 국민의힘은 호남으로 가지 못했다.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은 과거 농촌지역은 소선거구제, 도시 지역은 중대선거구제로 하는 도농복합형을 주장했다. 한나라당(국민의힘)을 설득하고, 지역 대표성도 살리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하면 영호남 지역 갈등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기존 선거 제도에 대한 문제 인식은 분명하다. 승자독식에 따른 사표(死票)와 의석 분포의 극단적인 널뛰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중간층과 소수 목소리도 정당하게 반영돼야 한다. 위성정당을 막고, 유권자가 당선 순서를 정하는 개방형으로 하면 연동형비례대표제가 가장 적합하다.그렇지만 정파적 이해가 얽힌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중대선거구제도 좋은 대안이다. 표의 등가성을 높이고, 유권자의 뜻에 맞춰 국회를 구성한다는 원칙만 지킨다면 어느 쪽이든 진전이다. 문제는 현행 제도에서 당선된 의원들 손에 결정권이 있다. 정치적 담합이 아니라 국회 밖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여야 한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본사고문

2023-01-08

윤심에만 의존한 유치한 당대표 선거전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국민의힘 3·8 당대 표 선거일이 두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집권 여당이 어정쩡한 현재의 비대위를 청산하고 당대표를 선출함으로써 당의 정상화에 기여할 기회가 되었다.지난 대선 승리 후 집권당은 당의 심각한 내홍으로 지지자들로부터도 외면받았다. 집권 여당이 초반부터 이렇게 분란이 심각했던 적은 일찍이 없었으며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로 추락되었다.3월 당대표 선출은 윤석열 정부로서는 국정의 탄력을 회복할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새로운 당대표 선출과 당의 정비는 내년 4월 총선의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지난해 말부터 거론되던 7∼8명의 당대표 후보 난립이 지난주 4∼5명으로 좁혀졌다. 문제는 그 선거판이 아직도 ‘윤심’에만 의존한 유치한 데 문제가 있다. 5일 윤핵관을 자처하는 권성동 의원이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였다. 그러나 선거전은 ‘김장연대’ 등 윤심에만 의존하는 양상이 가열되고 있다. 결코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시중에는 당대표 선출과정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후보들이 민심이나 당심보다는 오직 윤심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후보들이 집권당 대통령의 의중을 보지 않을 수 없겠으나 이처럼 윤심에만 의존하는 선거는 결코 옳지 않다. 현대 민주 정당의 위상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당대표 선출을 아직도 윤심 경쟁에만 치중하는 양태는 보기에도 민망하다.김기현 후보는 지난번 대통령 관저 초대를 자신이 윤심의 적자임을 선전하고 활용하고 있다. 이도 모자라 ‘김장연대’를 결성하여 표심을 모으려 한다.안철수 후보 역시 대통령 관저초대를 은근히 자랑하고, 윤상현 등 다른 후보 역시 기회가 있으면 자신이 친윤임을 내세운다. 지나친 비유겠지만 초등 반장 선거 시 후보자가 학생들보다 담임선생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선거전이 이렇게 된 데에는 후보들 못지않게 대통령의 책임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당내문제에 관여할 겨를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전 이준석 당대표 징계, 100% 당원 투표제 이태원 참사 책임문제 등 윤심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당대표 선거에서 윤심 경쟁은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당내 민주주의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집권 여당 대부분의 당원들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그러나 윤심이 언제나 당심이 될 수 없으며, 그렇게 되어서도 옳지 않다. 그러기에 현명한 당원이라면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당 대표 후보의 선출을 원치 않을 것이다. 특히 대선 후 갑자기 불어난 중도 보수층과 MZ세대 당원들은 당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윤심과 당심의 분리를 원할 것이다.과거 박근혜 대통령 시절 당대표 경선에서 박심을 앞세운 친박 서청원 후보가 패배하고 비박 김무성 후보가 당선된 적이 있다. 그것이 공천파동으로 이어지고 당의 분당과 탄핵으로 연결되었다.역사는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감쌌던 집권 보수당이 정치적 위기로 연결된 선례를 잊지 않기 바란다. 현대 정당제에서 집권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 방향의 뒷받침 못지않게 당내 민주화와 당 개혁 등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3월 8일 선거는 아직 두 달 남아 있다. 당대표 후보들은 윤심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보수 정당 발전의 정책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당대표 후보가 당 정책과 운영 비전보다는 윤심에 골몰하는 모습은 유치하고도 후진적인 모습이다. 당 대표 후보들의 수도권 출마선언이 무슨 당의 비전이 될 수 있는가. 차라리 내선 총선 수도권 승리의 계획이이라도 보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노동, 교육, 연금 3개 개혁 과제에 대한 실천적인 방안은 있는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를 위한 협상 전략은 무엇인가. 대통령이 제시한 중대 선거구 개혁의 입장은 어떠한가. 이태원 사태에 대한 책임소재는 어디까지 인가.출마 여부가 아직도 불확실한 유승민 후보만이 윤 정부에 대한 거침없는 제안과 비판만 쏟아 붓고 있다. 시대는 저만큼 앞서가는데 당대표 후보는 아직도 아무런 대답 없이 윤심에만 기대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3월 당 대표로 누가 당선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현재 당심에서는 나경원 후보, 민심에서는 유승민 후보가 앞선다. 이들의 출마 선언이 선거판을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대부분의 민심은 이러한 역동적인 선거를 바라는데 후보들은 윤심 의존에만 골몰하고 하고 있다. 윤심에 의존한 당대표 선출이 내년 총선의 승리는 보장되지 않는다.3월의 당대표 선출이 집권당의 구조 개혁과 새로운 정책 비전이라는 역동적인 경쟁 대회가 되기를 바란다. 아직도 코로나는 기승을 부리고 산에는 눈이 녹지 않고 있다. 국내외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꽃피는 봄은 멀지 않은데 민의를 반영한 참된 정치 계절을 기다리는 시점이다.

2023-01-08

돈맥경화 주범 DSR, 시장 경제 경직시키다

서진국 전 포항시 북구청장 시중에 이용할 수 있는 돈이 말라가고 있다. 고금리로 빨려 들어 간 돈이 DSR 규제로 은행의 문턱에 걸려 있다. 코로나로 인해 저금리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고금리에 시장은 몸살을 앓고 있다.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 이른바 DSR(Debt Service Ratio)이라는 정책이 돈줄의 흐름을 강하게 죄고 있다. 고금리로 인해 자금시장은 급격히 경색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에서도 늘어난 가계 대출과 갭 투자 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A씨는 자그마한 가게를 운영한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거의 수입이 없었다. 부족한 돈은 보험과 연금을 해약하고 지인과 친척들로부터 조금씩 빌린 돈으로 버텨 왔다.이제 주변에서도 어렵다면서 빌린 돈을 돌려 달라고 한다. 그래도 그동안 번 돈을 모아 매입한 조그만 상가가 있어 상가를 담보로 돈을 빌리려고 한다. 은행에서 DSR을 설명하면서 부채를 상환 할 수 있는 소득이 없으면 대출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부동산중개소를 찾았는데 지금은 부동산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DSR은 총 대출 상환액이 연간 소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더한 원리금 상환 비율을 말하는 지표이다. DSR은 DTI 규제가 없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모든 대출의 적용 대상으로 수입에 따라 대출의 한도가 대폭 축소된다.지난해 하반기부터 돈줄은 급속히 고금리 시장으로 변경되고 있다. 4~5%대 예금의 유혹은 시중에 돈을 더욱 경직시키고 있다. 소득이 있어도 대출금리가 늘어나면 DSR로 인하여 금리인상 비율만큼 대출 금액도 줄어든다.설상가상으로 은행으로 들어간 돈은 DSR로 강원도 포수가 되어 돌아 나오기가 어렵다. 강원도 레고랜드로 놀란 시장은 대기업은 물론 금융권조차도 자기 자본 비율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것 같다. 이제 저신용자는 카드론조차도 받기 어려워졌다 한다.고금리의 여파와 돈줄의 규제로 시장이 경색되고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견실하지 못한 건설 업체와 프로젝트 파이넨싱(PF)을 주로 취급했던 기관들도 어렵다는 얘기가 기사를 타고 있다.최근 발표된 임대 업자에 대한 종소세, 취득세 완화와 규제지역 해제로는 지금 꺼져 가는 시장을 살릴 수 없다. 주택담보대출에 소득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특례보금자리론도 국민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부동산 처방만이 아닌 시장 전반적인 자금 경색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행정은 타이밍이다.시기를 일실하고 국민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때를 놓친 땜질식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지난 정부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그동안 저금리 환경에서 부동산 급등을 막기 위해 시행한 DSR이 고금리시장에서 급격히 자금의 흐름을 경색시키고 있다는 것이다.늘어난 가계 대출 자금 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지금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금의 경색은 시기를 일실 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다.국민들은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돈이 모이면 대부분이 그냥 그저 남이 하는 대로 부동산에 묻어 둔다. 부동산을 팔지 않아도 은행에 잡히면 어느 정도 돈이 나온다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동안 이러한 생각이 시장의 돈의 질서이고 흐름 이었다.그런데 이러한 기본적 시장의 질서를 DSR이 고금리와 맞물려 국민의 정서를 외면하고 시장 경제를 마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DSR을 풀지 않고 급한 대로 부동산 규제를 푸는 것은 부분의 방책에 불과 하다.지금 문제는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다는 것이다. 피가 모자라 목숨이 넘어 가는데 피를 수혈하지 않고, 장기 일부를 수술하겠다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어려울수록 시장경제의 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고금리로 변한 환경에서의 DSR은 돈맥경화의 주범 일 수 있다.한시적으로라도 돈줄을 죄고 있는 규제들을 풀어야 부동산 연착륙은 물론 시장경제가 되 살아 날 수 있다고 본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가계 부채와 부동산 문제에 치우쳐 초가삼간을 태워서야 되겠는가?현재 우선 1억에 묶여 있는 규제를 풀어 한시적으로 라도 DSR 적용 기준을 어느 정도 상향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아예 DSR을 적용하지 않는 것도 급격히 경색되고 있는 부동산은 물론 자금 시장을 살리는 하나의 방법 일 수 있다.

2023-01-08

변화하는 혁신의 구조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일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사회경제적 변화와 기술의 혁신이 인류 문명을 크게 변화시켜왔다. 1913년 미국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컨베이어 시스템을 이용한 자동차가 처음 생산되면서 수제 조립에 의존하던 생산방식이 역사에서 막을 내리고 있었다. 컨베이어를 따라 부품이 조립되는 순서대로 작업자를 배치하여 주어진 자리에서 컨베이어를 따라 흘러오는 자동차에 자신에게 주어진 하나의 동작만 행하면 자동차가 뚝딱 만들어졌으니 생산방식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수제 조립 생산방식에서는 작업자의 숙련도가 절대적이었기에 작업자는 도제식으로 오랜 기간 훈련을 받아야 조립공이 될 수 있었지만 컨베이어 시스템에서는 부품의 이름도 작업 공구에 대한 지식도 필요 없이 정해진 자리에서 필요한 동작만 반복하니 대량생산이 가능하여 포드 자동차는 3천불 이상으로 판매하던 자동차를 650불에 생산해서 팔 수 있었다. 컨베이어 시스템은 자동차의 대량소비 시대를 열어 사회적 생산기반, 경제활동의 기반을 형성하는 인프라를 촉진시켰다.혁신을 하려면 기존의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지금의 방식을 유지하기 위한 지식으로 미리 편견을 갖고 제한을 가한다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다. 현재를 부정하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공간에 ‘파괴적 혁신’이 자리한다. 파괴적 혁신은 경영학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는 하버드대 석좌교수를 역임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파괴적 혁신’ 이론의 핵심은 위대한 기업이 큰 경쟁자에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작고 하찮아 보이는 신규 경쟁자로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규 진입자들이 들고 있는 무기는 처음에는 부족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의 반응들이 더해지고 기술과 성능이 개선되면서 결국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아 혁명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극명한 예가 필름 산업이며 디지털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필름 업체는 “저런 싸구려 기술로 무슨?”하는 반응을 보이다가 모두 무너졌다.파괴적 기술은 과거에 통용됐던 것과 아주 다른 가치명제(value proposition)를 시장에 선보인다. 일반적으로 파괴적 기술은 기존 제품들 보다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주변 고객들이나 신규 고객들이 가치를 두는 몇몇 특징들을 갖고 있다. 무슨 거창하고 최고의 수준이 아니어도 사용하는데 비용과 수고가 많이 들지 않으면 그 기술은 쉽사리 채택된다. 컴퓨터 비전 기술이 향상되니 주차장에 곧바로 채택되고, 음성인식이 되면서 스마트 스피커가 일반화된다. 그게 사람보다 더 잘 보고 알아들어서가 아니라 사람과 비슷한 수준에 비용이 안 들고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니까 쓰이는 것이다.파괴적 기술에 기초한 제품들의 특징은 일반적으로 더 싸고, 더 단순하고, 더 작고, 사용하기 편리하다. 전문가용의 대명사인 DSLR 카메라도 휴대하기 무거워 대중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소니, 캐논에 이어 니콘도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다.

2023-01-08

파레시아를 위하여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어느 날부터인가 임금님 귀가 점점 커져서 당나귀 귀만큼 길어졌다. 이 사실은 모자 만드는 장인만 알고 있었다. 임금이 비밀을 지키라고 요구했지만, 장인은 죽기 전 도림사 대나무 숲 가운데에 구멍을 뚫고 큰 소리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고, 그 후로 바람이 불 때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생겼다’는 소리가 들렸다. 임금이 대나무를 자르고 산수유를 심었지만, 산수유가 자라면 그 소리가 여전히 들렸다.‘삼국유사’ 경문왕 조에 나오는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가 원조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모자 장인이 아니라 이발사가 소문을 퍼트린다. 미다스 왕에게 불만을 품은 아폴론이 미다스 왕의 귀를 잡아당겨 귀가 길어졌는데, 이발사에게만은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유럽과 페르시아 지역에 퍼지고 신라에까지 전해졌다고 하니,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새해가 되면서 ‘파레시아’라는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다. ‘파레시아’는 ‘모든 것을 말하다’,‘진실을 말하다’라는 그리스어이다. 모자 장인이나 이발사처럼 진실을 말하지 못하면 탈이 난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자 장인이 대나무 숲에 가서 땅을 파고 외친 것은 처벌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학문의 세계에서조차도 기득권을 가진 집단과 다른 견해를 말하는 것은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특히 사회적 소수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정체성을 밝히는 일은 엄청난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 이혼율이 높아졌다지만 아직도 공공연하게 말하기 힘든 분위기다. 혹시나 부당한 상황에 맞닥뜨릴까 자기 검열에 시달리는 예술가들도 많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질환이나 타고난 것까지 감추어야 하는 현실은 당사자에게 큰 고통을 준다. 치매 환자를 둔 가족이 방송에 나왔다가 동네에서 죄인 취급 당했다는 방송을 보았다. 이웃 중에는 자녀가 발달 장애가 있다는 것을 누가 알세라 쉬쉬하며 자녀를 가정에 꽁꽁 감추고 사는 이도 있다. 성 소수자 역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어렵다.그럼에도 용기 있게 자기를 드러내는 일이 ‘파레시아’이다. 푸코는 파레시아를 자기 배려, 자기 돌봄이라고 한다. 어제 스피치 동호인 모임에 온 어느 참가자의 경험은 푸코의 말에 딱 맞는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47세라면서 아직 결혼을 못 했고 붕어빵을 팔며 원룸에 살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그런 상황을 감추느라 에너지를 다 썼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것도 내 삶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 밝히고 나니 그제서야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유머도 늘었다고 한다.이렇게 ‘다 말하는 것’은 자신을 자기답게 존재하게 해주고 남과의 관계도 회복시켜 준다. ‘다 말하기’ 위해서는 47세 참가자처럼 안전하게 들어주는 모임에서부터 말하기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쓰기든 말하기든 올해는 자신과 동료를 믿고 세상에 진실을 표현하는 모임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2023-01-08

우리 동네 詩香千里

꽃이나 나무, 향수 등에서 나는 좋은 냄새를 향기라 한다. 시(詩)의 향기란, 마음으로 시를 읽을 때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시향(詩香)이라 할 수 있다. 시가 뿜어내는 향기는 천 리를 간다고 해서 시향 천리(詩香千里)라는 말이 있다. 시(詩)향이 천 리를 가는 동안 무엇을 마주하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향기를 뿜어낼까. 시(詩)의 향기는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분명히 존재해 시를 읽으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가슴 한곳에 쟁여두었던 그리움을 퍼 올리기도 한다. 이것뿐인가, 한 편의 시를 읽고 눈물을 닦아내는 이도 있으니 말이다. 시향(詩香)을 통해 인향(人香)이 만리(萬里)를 갈 수 있음이다.하늘이 높아지는 9월, 포항시 남구 효곡동 문화센터에서 시문학 수업을 개강했다. 시문학 수업은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시를 찾아 여럿이 나눠 읽고 느끼며 마음의 갈증을 해소했다. 옹달샘이 품은 시는 추억의 퍼즐 조각이 되었다. 누구는 그 조각 따라 깊은 산골 고향마을에 닿기도 하고, 누구는 도시의 작은 골목을 서성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시가 뿜어내는 향기 따라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를 담은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산으로 들로 바다로 떠나는 시향의 여행자가 되었다.금요일 아침, 시(詩)문이 열리고 우리의 마음은 들떴다. 한 줄의 시를 받아 적기도 하고 어설픈 시인이 되어 펜을 들기도 했다. 우리 곁에서 소중하지만 잊혀가는 것들을 찾아내 이름을 불러주고 그 이름에 의미를 부여했다. 숱한 의미가 함유된 메타포에 우리의 추억을 갈무리했다.시를 읽고 음악에 맞춰 낭독하는 시간이 제법 흘렀다. 어디선가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찬바람이 불어오니 옷깃을 여미고 이제 우리는 시문을 닫아야 할 때다. 지금까지 우리는 시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시의 향기를 맡았지만, 이제는 홀로 시를 찾아 각자의 방법대로 시향을 맡아야 한다. 곧 문화센터 시문학 교실이 동면에 들 시간이다.짧은 이별이 아쉬워 문집을 만들었다. 문집 이름을 공모해 시(詩)향으로 정했다. 이번 학기 중에 만났던 시중에 내가 뽑은 최고의 시를 소개하고, 나는 이 시를 이렇게 읽었다는 코너를 마련해 짧은 생각을 실었다. 물론 ‘나도 시인이야.’라는 코너를 빼놓지 않았다. 시인은 아니지만 몇 분이 시를 쓰는 용기를 내주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한 학기 동안 수업 중의 사진을 찍어 이모저모에 실었다. 이순혜 수필가 전문성이 있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우리 동네 시향을 맡을 수는 있다. 우리의 손길이 닿은 페이지, 페이지마다 시문학 교실의 수강생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컴퓨터 자판의 글씨가 아닌 각자의 필체대로 써 내려간 시는 열 명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첫사랑의 아련함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그가 살아가고 있을 어느 도시를 가고 싶다는 분, 수업 중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재미있게 한 편의 시를 완성한 분, 노동 시인의 시를 읽을 때면 괜히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는 분, 그날 접한 시를 낭송으로 수업 분위기를 이끌어주시는 분, 그들의 모습이 그들만의 향기로 전해져 왔다.추위가 물러가면 머지않아 남쪽에서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릴 것이다. 그때쯤 우리는 봉해 두었던 시향을 풀어 볼 것이다. 어떤 이는 시향에 마음이 더 촉촉해졌는가 하면, 어떤 이는 시인이 되어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웠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쩌면 묶어둔 시향에서 먼지가 날릴 수도 있겠다. 그러면 어떠한가. 우리는 이미 시향을 펼치고 있을 텐데.우리 동네 시향 천리(詩香千里)가 오래도록 은은하게, 더 멀리 퍼지기를 바라며 두 손을 포갠다.

2023-01-08

내 삶이 달라지는 청송의 도약

윤경희 청송군수 윤경희 청송군수는 새해를 시작하면서 “그동안의 군정 운영 경험을 토대로 군민과 지혜를 모아 ‘변화하는 청송! 새롭게 도약하는 청송’의 미래를 열겠다”고 새해 각오를 다졌다.윤 군수는 ‘내 삶이 달라지는 청송의 도약’을 위한 ‘다르게! 바르게! 풍요롭게! 하나되는 청송, 그 이상의 도약!’의 군정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6대 전략과제를 제시했다.우선, 탄탄한 미래농업 기반조성으로 활기찬 농업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첫번째 전략으로 꼽았다. 농업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초밀식 다축 재배 시스템 구축과 보급, 청송 황금사과 연구단지 조성, 청송사과유통센터 시설확충 등을 통한 청송사과 브랜드의 경쟁력 을 확보하고 나아가 해외판로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또한 안정된 영농환경개선을 위해 농어민수당 지원과 농작물 재해보험료, 농업인 안전보험료를 지원한다.다음으로, 꼭맞게 든든한 보편복지 실현을 약속했다. 어르신들의 비율이 높은 청송은 사소한 것이라도 행정에서 앞장 서 도움을 주기 위해 8282 민원처리팀을 설치해 군민의 생활 속 어려움을 해결하고, 청송군 농어촌버스 무료운행을 통한 이동권 보장과 보편적 교통복지를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또한 거점 경로당과 이웃사촌 복지센터를 운영하며 지역공동체가 앞장서는 촘촘한 복지를 시행한다. 보건진료소와 보건의료원의 의료환경을 크게 개선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더욱이 진보면 지역아동센터 신축과 인재양성원의 도시수준 명품교육 제공으로 미래를 이끌 청송형 인재육성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한다.생활이 나아지는 지역경제 활성화도 역점 과제로 강조했다. 내수소비 촉진을 위해 청송사랑화폐 유통규모를 700억 이상으로 크게 확대한다. 또 지난해 40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던 청송사과축제를 대한민국 대표축제를 넘어 세계대표축제로 거듭나도록 체계적으로 준비할 방침이다.이와 함께 다양한 지역행사와 전국체육대회 유치를 통해 관광소득 창출과 함께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노인과 청년일자리 사업지원을 확대해 보다 넓은 계층의 근로환경을 보장해 인구소멸에도 대응해 나간다.일자리를 만드는 문화관광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산소카페 청송정원과 함께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어줄 청송 산림레포츠 휴양단지 조성사업을 착공해 군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환영받는 관광 1번지 청송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밖에 덕천마을 한옥스테이 활성화 사업, 주산지 관광지, 백석탄 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해 국제슬로시티 청송에 걸맞은 지역명성을 이어 간다는 전략도 세웠다.또한 주산지 왕버들을 복원해 뛰어난 절경을 전국민에게 보여주는 등 관광지 곳곳을 재단장해 농업소득 외에 관광소득을 창출해 농사짓기 좋은 청송뿐만 아니라 일자리가 다양한 청송군으로 만들 예정이다.또한 여유롭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위해서도 심혈을 기울인다. 부남면과 진보면의 도시계획 도로를 정비하고 청송읍과 진보면, 산남지역의 전선지중화 사업추진,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해 청송의 도시경관을 크게 개선한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석유가스 공급시설 확대로 환경개선에 앞장서는 동시에 연료비 부담도 줄여 나갈 방침이다.특히 파천면의 아웃도어 골프장 조성과 진보면과 산남지역의 18홀 이상의 파크골프장 조성으로 군민의 문화생활을 보장하고 살기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갈 계획도 가지고 있다.마지막으로 소통으로 하나 되는 청송행정을 운영해 나간다. 청송군 지역발전협의회와 군민배심원단을 운영해 양방향 소통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한다. 또 행정혁신 역량강화를 위한 제2기 ‘청송어람’을 운영해 젊은 공무원들의 자유로운 군정운영방향 제시와 획기적인 사업제안으로 지방행정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는다.윤경희 청송군수는 “민선8기의 본격적인 시작이 되는 2023년에는 군민의 단합된 힘과 공직자의 열정이 합쳐질 때 군민의 삶이 나아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모두의 지혜를 모아 변화하는 청송! 새롭게 도약하는 청송의 미래를 열어 가겠다”고 밝혔다.

2023-01-08

그린벨트 해제

우정구 논설위원 그린벨트 설정의 목적은 도시경관 정비와 자연환경 보존, 도시민의 쾌적한 생활공간 확보 등에 있다. 이에 따라 이곳은 건축물의 신증설, 용도변경, 토지 형질변경 등의 행위가 제한된다.특히 우리나라 그린벨트 지역은 신성불가침 지역으로 인식될 만큼 엄격히 관리돼 왔다. 비록 개인 소유지만 허물어진 집조차 수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개발제한구역 개념이 처음 도입된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1938년 세계 처음으로 런던지역 일대를 개발제한구역으로 설정했다. 토지를 국가 관리대상으로 삼겠다는 개념이다. 이후 도시화 과정에서 세계 각국이 이 개념을 많이 도입한다. 우리나라는 1971년 7월 서울지역에 처음으로 개발제한구역을 설정했다.경제개발과 환경보전은 도시화 과정에서 생기는 필연적 갈등 요소다. 경제성장과 국민복지를 위해 개발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이 빚은 자연과 문화에 대한 훼손은 보존의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 문제다. 자연환경 파괴가 급기야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정부가 비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넘기기로 결정했다, 지자체는 이번 조치가 지자체 숙원사업을 풀 절호의 기회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지자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국토불균형 발전의 해소방안으로 지역차원의 그린벨트 해제를 지속 주장한 바 있다.정부 조치로 비수도권의 도시개발은 지금보다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존문제가 또다시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아졌다. 개발과 보존에 대한 균형있는 정책 조화가 숙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1-05

총선승패 가를 여당대표, ‘TK黨心’이 결정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권레이스가 보수의 상징이자 최대 텃밭인 대구경북(TK)에 집중되고 있다. 당 대표를 100%로 당원투표로 뽑기 때문에 책임당원 비중이 높은 TK당심에 당권주자들 모두 올인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조경태 의원과 윤상현 의원은 지난 4일과 5일 각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기현 의원도 오는 14일 박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할 예정이다. TK당심을 잡기 위해서는 ‘보수적통’이라는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에는 당권주자인 윤상현·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이 이 지역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하나같이 TK와의 인연을 내세우며 자신들이 차기 총선을 이끌 적임자라고 강조했다.차기 여당대표는 대구경북 당원들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내 경선에서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대표의 경우도 2년 전 6·11 전당대회에서 TK지역 1위를 차지한 후 지지세를 확산시켜 결국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번 전당대회 투표권이 있는 책임당원 32만9천여 명 중 3분의 1에 육박하는 10만여 명이 이 지역민이다. 특히 TK당원들은 당에 대한 충성도가 강해 투표율도 타 지역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편이다.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의 권한은 총선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다. 그러나 TK지역이 여당의 최대주주이면서도 당권 도전자가 한 명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당권주자가 없다는 사실은 내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8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국민의힘 대표는 사실상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며 선거 전반을 진두지휘한다.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의 승패가 좌우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만약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패배할 경우, 그날부터 식물정부로 전락한다. TK지역 당원들은 내년 총선의 중요성을 의식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당 대표를 선택해야 한다.

2023-01-05

경북 농식품 수출 1조… 지속가능 기반 확충을

지난해 경북지역 농식품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지역 농식품 수출액은 8억2천472억달러(약 1조656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9.3%가 증가했다. 수출국별로는 태국이 전년보다 107%, 베트남은 50.7%가 각각 증가했고, 대만과 홍콩, 일본 등지 수출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북도가 해외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하면서 동남아지역 수출액은 2012년 2천900만달러이던 것이 지난해는 1억2천900달러로 약 4배가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신선식품인 복숭아, 사과, 딸기, 팽이버섯 등이 증가했고 가공식품들도 약간씩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도 경북의 농식품 수출이 증가한 것은 수출지역 다변화 등 경북도의 수출 전략이 잘 적중했고, 농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경북 농식품 수출이 약진을 한 것은 나름의 의미있는 결과로 보아야 한다.경북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농산물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포도의 경우 전국 재배면적의 54%, 생산량의 86%를 점유하고 있다. 이번 농식품 수출 1조원 달성은 경북의 농산물 수출기반이 비교적 탄탄하다는 것을 입증한 좋은 예시라 할 수 있다.문제는 지금과 같은 수출이 지속가능하느냐는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이 경제성장에 힘입어 우리 농산물의 경우 수입 수요가 늘고는 있지만 지속가능 여부는 우리의 준비에 달렸다.더 많은 농가의 수출 참여가 필요하고 수출생산 기반강화와 행정당국의 수출지원책 확충에도 더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 농식품 수출은 까다로운 검역기준과 장거리 수송에 따른 생산비 부담 등 늘 걱정거리가 따르기 마련이다.농산물의 안정적 수출은 국내 농산물 수급의 안정화와 농가소득 증대에도 많은 기여를 한다. 1조 돌파를 계기로 당국은 산학관연의 유기적 협력체를 잘 활용해 경북의 농식품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한층 분발해 주기를 바란다.

2023-01-05

이젠 병폐 청산이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새해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트(USNWR)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순위 6위에 올려놓았다. 한국 앞에 선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뿐이다. 프랑스와 일본이 우리나라 뒤에 자리했다. 한국이 세계 강대국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을 뛰어넘었다. 반도체와 조선, 배터리 등 분야는 세계 최고다. BTS와 영화 등 K컬처는 세계를 호령한다. 체육 부문에서도 손흥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했다. 우리만 몰랐지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강대국으로 우뚝 섰다.이처럼 대단한 나라지만 내부적으로는 4류 정치에 발목을 잡혀 허우적댄다. 김정은은 사흘이 멀다하고 미사일을 쏘아대며 국가안보를 위협한다. 사회 곳곳이 종북 좌파세력에 좀 먹고 있다. 정치에서 파생된 증오와 분노를 자양분 삼아 몸체를 불린 이념과 지역, 세대 갈등의 고질병이 우리를 옥죈다.지난 연말 우리는 막장 정치의 현장을 생생하게 목도했다. 무리의 이익을 위해서는 정의와 원칙도 내팽개쳤다.여도 야도 모두 한통속이었다. 여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선룰까지 바꿔버리는 횡포를 자행했다. 국민과 당을 위한 여론 반영 규정을 변경했다. 169석 머릿수를 앞세운 야당은 전횡을 일삼았다. 주요 입법을 미루는 직무유기도 마다않았다. 죄를 범한 동료 국회의원의 체포를 막았다. 당 대표가 개발비리의 몸통으로 드러나 수사망이 좁혀들자 이를 방해했다. 여야가 서로 이해만 앞세우고 상대방을 공격한다. 서로 헐뜯다가 공멸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정치판의 대결은 곧바로 진보와 보수의 이념 대결로 이어졌다. 광화문 광장은 주말마다 좌우로 나눠 총칼없는 전쟁터가 됐다. 진영 대결로 날을 새운다. “정치성향이 다르면 밥도 같이 먹기 싫다”고 할 정도다. 정치 양극화가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았다.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혁이 이슈다. 이념과 지역 갈등의 뿌리가 된 소선거구제를 폐기하고 중대선거구제로 가자는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는 총선때마다 이슈였지만 ‘구호’에 그쳤다. 반대가 만만찮지만 바꿔야 한다. 망국병의 원인이 된 선거구제 개편을 외면한다면 국회는 아예 문 닫아야 한다.일부 노동 및 시민단체들의 불법행위와 일탈은 국민 눈 밖에 났다. 약자를 위한 권리 주장과 행동이 코스프레가 되고 사회의 암덩어리가 됐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했다. 민주노총과 화물노조가 뭇매를 맞았다. 장애인연대의 지하철 시위에도 가차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첫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의 각종 병폐를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각분야의 곪은 곳을 도려내야 한다.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는 부문이 많다. 각각의 영역에서 서로의 잘못을 바뤄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계묘년 토끼해다. 한국의 빛나는 성취를 갉아먹는 사회 병폐를 하나씩 없애 나가야 한다. 유지경성(有志竟成)이라고 했다. 이루고자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말이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2023-01-05

교육과 사회의 불일치 해법 제시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졸업까지 12년 동안 학교에서 나를 알아가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지식을 쌓아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학교교육은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사회를 살아갈 힘을 제대로 길러주고 있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교육전문가들은 교육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끊임없이 제안하고 있다.그러나 대부분 철학적으로 거대한 담론 수준의 주장이거나 문제 제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라는 알맹이가 빠져 있다.그래서일까 이혜정 소장의 ‘대한민국의 교육을 바꾸려면 시험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선명하고 명확하게 다가온다.이혜정 소장은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기를 거치면서 학생 각자의 비판적·창의적 사고를 기르기보다 선진 지식을 무비판적으로 흡수하는 공부에 길들여졌다고 현재의 교육을 평가했다.이러한 교육으로는 자동화와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한 생존 역량을 기르기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또한, 우리 교육은 아직 학생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주로 평가하고 있는데 반해 사회는 ‘알고 있는 지식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중시한다.학생 각자의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정답 맞히기와 반복적인 문제 풀이 속도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로 인해‘교육과 사회의 심각한 불일치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이혜정 소장은 교육을 바꾸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평가의 변화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 롤모델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를 소개한다. IB는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으로, 150여개국 5천500여개 이상의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개념 이해 및 탐구학습 활동을 통한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는 학교 교육 체제이다. 우리나라도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역량 중심의 교육을 도입했다.이는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세계 각국의 교육 방향과 일치하며 IB가 추구하는 교육 비전과도 일치한다. 그런데 교육과정이 실제로 구현되는 학교 교육현장에서는 역량 중심 교육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가장 큰 이유는 수업과 평가의 불일치 때문이다. 즉, 수업은 개념 중심, 이해 중심으로 바뀌었는데 평가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평가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 그 해답은 IB에서 찾을 수 있다. IB가 50여년간 수많은 국가에서 도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이다.수업과 평가가 일치하고 피드백이 일상이 되고 수업에서 학생들의 성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강력한 힘이다. 수많은 국가에서 다양한 언어로 운영되는 IB가 유수 대학의 입학자료로 공신력있게 활용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대구교육청은 공교육 혁신의 모델로 2019년부터 IB프로그램을 도입하여 IB 월드스쿨 14교, 후보학교 13교, 기초학교 61교로 해를 거듭할수록 IB 교육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결과’보다는 ‘과정’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집어넣는’교육이 아니라 ‘꺼내는’교육으로, 그리하여 ‘지식 소비자’가 아닌 ‘지식 생산자’를 기르는 교육으로 대구교육은 미래로 한 발 더 다가가고 있다.

2023-01-05

첫 1박 가족 나들이

강길수 수필가 첫 1박 가족 나들이를 하였다. 우리 포항 식구의 1박 2일 모임이다. 당일 모임은 많이 했지만, 바닷가 펜션에서 하룻밤 자면서 가진 나들이는 처음이다.두 아들이 비교적 늦은 입지(立志)의 중, 후반기에 결혼했었다. 이에, 손주 둘도 늦게 보게 되었다. 올해 큰손주가 다섯 살, 작은 손주가 세 살이다. 재작년 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사태는, 가족 전체가 한자리에 못 모이게 했다. 명절도 각 집으로 나누어 보냈고, 각종 모임도 중단되어 현재까지 지속되는 것도 있다.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가까운 해외라도 온 가족여행을 다녀오게 했을 터다. 저 지난주 내 생일 축하 식사 모임에서, 가까운 야외에 펜션을 빌려 우리 가족 1박 2일 나들이를 하자고 갑자기 의견을 모았다.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지난 주말 온 가족이 바닷가 펜션에 모이게 되었다.우선, 아내와 두 며느리가 모임을 더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식사 일체는 펜션에 맡기고, 약간의 간식과 큰아들 생일 축하 케이크 정도만 큰 며느리가 준비했다. 비록 짧은 이틀일망정 ‘무얼 장만해 먹어야 하나’하는 고민에서 해방되어 행복해 보였다. ‘어머님은 준비에 전혀 신경 쓰지 마시라’는 며느리들의 주문도 있었다. 그래도 아내는, 나름 윷 등 이것저것 준비하는 눈치였다.이 기회에, 우리 신앙의 4대 교리를 가족이 되짚게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참조하여 A4 한 장짜리 교재를 만들었다. 저녁 식사 후 손주 둘은 저들끼리 신나게 노는 시간에, 대화식 4대 교리를 주고받았다. 또, 인생관과 사람 사는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가정과 친족 이야기, 부모님 유산 이야기 등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가족 담소를 나누었다.명절 때 고향에서 아들, 며느리, 손주들과 한집에서 하루 묵은 적은 있다. 그러나, 놀고 쉬기 위해 숙소를 빌려 1박을 한 것은 처음이다. 조상께 제사를 올리기 위한 모임과 쉬고 놀기 위한 모임의 차이가 엿보였다. 며느리들과 아내의 표정과 언행에서 어떤 해방감(解放感)도 느껴졌다. 하긴, 지나면 바로 돌아오는 끼니 고민에서 두 끼만이라도 해방되었으니 홀가분할 거다.잠시, 우리 가정 식구의 구성을 따져 본다. 우리 부부, 두 아들 부부와 손자 둘이다. 합하면 어른 6명, 아이 2명이다. 우리 집 출산율은 1.0이다. 하지만 두 아들 부부 네 명이 아이 둘을 두었으니, 식구는 반이 줄었다. 아내가 두 며느리에게, 둘째를 가지는 게 어떠냐고 권한 적이 몇 번 있다. 며느리들은 경제사회환경이 하나 키우기도 벅차단다. 나라의 현실과 우리 집도 같다. 나는 앞날을 볼 때, 4 촌간인 두 손주가 친형제처럼 살도록 키워야 한다고 아들 며느리들에게 가끔 말한다.기후변화에다 해수면상승, 국제적 정치, 경제 사정 악화, 자국 우선주의 등 산적한 지구촌 난제들이 떠오른다. 난제들이 우리 미래 특히, 손주들의 앞날을 불안케 한다는 상념을 떨칠 수 없다.첫 1박 가족 나들이는, 우리의 현주소를 또 바라보게 하였다.

2023-01-05

토끼의 지혜로움으로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토끼’하면 보름달 속 계수나무 그늘에서 두 마리가 정답게 마주 보며 절굿공이로 무병장수의 선약(仙藥)을 빻고 있는 설화가 떠오른다. 집토끼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며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동물이고, 산토끼는 총명하고 재빠른 몸놀림으로 천적들이 우글대는 숲속에서도 잘 살아왔으니 올해는 토끼에게 배워보자.토끼는 또 ‘꾀보’라는 애칭이 있고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귀염둥이다. 그 순박한 모습에서 평화로운 세상을 그리며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유난히 심했던 재난과 재해의 기억들이 많다. 영덕과 울진 지역의 20년 만의 대형 산불을 비롯하여 수도권에 퍼부은 80년 만의 폭우, 또 가을에 불어닥친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지역의 홍수와 인명피해 등 자연재해가 컸고, 코로나19는 3년째 여러 변이를 만들며 757일간의 거리 두기 해제를 비웃듯 감염자 1천만 명을 돌파했다. 10월 말 핼로윈 축제에 밀려든 인파가 골목에 넘쳐 158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는 국민의 마음을 울렸고, 3월 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그 여파로 여의도 들판에는 혼탁한 바람이 불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이 한바탕 휩쓸고 가는 어려움 속에서 자랑스러운 소식도 들려왔다. 뜨거운 나라 카타르의 월드컵에서 국민들의 응원으로 16강 대열에 섰으며, 누리호의 2차 발사 성공으로 우주 강국 7위에 올랐고, 이어 연말에는 다누리 우주선이 달 궤도에 안착하여 달나라 토끼가 보고 있을 지구의 모습을 보내왔다.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호랑이해였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신년 시정 방향을 ‘창의·융합·혁신’으로 표방하며 ‘안전도시 포항, 흔들림 없는 경쟁력, 사람 중심의 친환경 도시’ 등을 실현하기 위해 힘차게 달려가겠다고 밝혔다.우리는 흔히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라는 말을 한다. 따로 뛰어다니는 두 마리를 한꺼번에 잡는 일이 어렵기도 하지만 잘하면 두 마리를 동시에 잡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얻기도 하며, 또 계획 없이 함부로 잡으려다가 한 마리도 못 잡는다는 의미도 있으려니 올해는 국가는 견제와 타협, 사회는 성장과 복지, 국민은 일과 생활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별주부전’을 보면 토끼의 총명한 꾀가 대단하다. 병든 용왕이 토끼의 간을 먹어야 낫는다고 해서 자라가 육지로 올라가 토끼를 꼬셔 데려왔는데, 간을 내놓으라고 하니 ‘청산유수 맑은 물에 씻어 감추어 두었다’고 하여 다시 뭍으로 돌아와서는 ‘간 빼놓고 다니는 놈이 어디 있냐’고 하며 숲속으로 달아났다는 판소리 ‘수궁가’를 듣노라면 부귀영화를 탐낸 것에 후회하며 현명하게 빠져나온 토끼가 기특하다.올해는 국내외 정세를 보아 어느 때보다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지혜로움이 필요한 것 같다. 큰 귀로 잘 듣고 퉁방울눈으로 사방을 살피며 뒷발로 힘차게 언덕을 뛰어오르는 토끼의 영특함을 배우자. 국내외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지혜를 발휘하여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길 바란다.

2023-01-05

범죄자 사진 공개

홍석봉 정치에디터 앞으로 강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의 운전면허증 등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는 모습은 없어질 전망이다.강력범죄자들의 신상 공개 때마다 심하게 보정됐거나 옛날 사진이 공개돼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얼마 전 ‘택시기사·동거녀 살해범’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실물과 다른 모습이 문제가 됐다. 이에 신상 공개 시 30일 이내의 사진을 공개토록 하는 법안이 나왔다.송언석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3일 특정강력범죄 혹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경우 30일 이내의 최근 모습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개정안이 통과되면 범죄 피의자 얼굴을 대중들이 식별하기 쉬워지고 제도의 실효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궁극적으로는 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현행법에는 특정강력범죄나 성폭력 범죄 피의자는 얼굴·성명·나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공개되는 피의자 모습은 과거 사진이 많았다. 현재 모습과 달라 잘 알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 일었다. 피의자가 최근 사진 공개를 원치 않으면 방법이 없었다. 신상정보 공개의 원 취지인 국민의 알권리와 피의자의 재범 방지 등 효과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 관련법 개정으로 범죄자의 증명사진을 볼 일은 없어졌다.신상 및 사진 공개는 법 제정 당시 논란이 있었지만 잠재적 범죄예방 효과가 컸다.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적 가치를 위해 필요성이 높아졌다. 범죄 피의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고 화학적 거세까지 이뤄지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피의자의 신상 공개와 사진 공개라는 인격 모멸까지 더해졌다. 흉악 범죄는 우리 사회에서 이제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됐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1-04

부동산규제 대폭 해제… 대구 분양시장 풀릴까

정부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모두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지난해 세 차례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내놓은 정부가 이번에 서울까지 확대한 것은 부동산 거래절벽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는 사태를 막고자 하는 정책 의도로 풀이된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세금, 대출, 청약, 전매제한 등 각종 규제가 완화돼 주택을 사고팔기가 수월해진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수도권 중심으로 짜이면서 꽁꽁 얼어붙은 지역의 부동산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 지는 미지수다.대구와 경북 등은 정부의 이번 조치와 상관없이 각종 부동산 규제가 이미 많이 풀려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대구경북 부동산시장은 빙하기에 비견될 정도로 꽁꽁 얼어붙어 있다. 1만가구 이상의 미분양이 발생했으며, 이런 가운데 3만호 가량이 새로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집값 폭락을 예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다만 정부의 이번 조치가 침체된 지방의 부동산시장에 심리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 광역시에 대한 분양권 전매를 3년에서 6개월로 완화한 것은 그나마 신규 분양시장의 숨통을 틔워 준 조치로 풀이된다.어쨌거나 정부의 이번 조치로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기반은 어느 정도는 마련됐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일변 정책에 고금리 부담이 겹쳐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문 정부 이전 수준으로 규제를 풀었지만 높은 금리 부담이 부동산 거래를 막고 있는 것이다.전문가들은 부동산 거래를 막는 고금리 부분에 대한 해소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집을 새로 사는 사람 대부분이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서민층일수록 더 그렇다.고금리 문제는 미국의 금리 정책과 맞물려 쉽지가 않다. 하지만 부동산 활로를 틔는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해 묘안을 찾아야 한다. 이번 조치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집값 폭락이 빚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2023-01-04

지역은 대학부터 살려야 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대학들이 새해 벽두부터 긴장을 탄다. 신입생 모집이 예전 같지 않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이미 예고되었지만 누구에게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벚꽃 피는 순서로 문을 닫을 것이라는 경고등도 들어와 있었다. 대학들은 사실상 대안을 준비하지 않은채 바라만 보고 있다. 교과 과정뿐 아니라 행정 시스템에서도 교육부의 지휘 감독을 받는 입장에서 특별히 손을 쓸 겨를도 없다. 수년째 동결된 등록금으로는 학교 운영도 버거워 정부 지원에 목을 매는 형편이다. 학령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신입생 정원도 채우기 힘들게 되었다. 경북은 어떤가. 이를 어찌해야 하나. 대학의 위기지만, 대학만의 책임일까.지역에 대학들이 있으면 지역에는 무엇이 좋을까. 대학생들이 넘실대는 지역에는 우선 젊음이 넘친다. 청년문화가 지역의 역동성을 이끌어 싱싱한 분위기가 생긴다. 인구 고령화로 지역 소멸의 위기가 다가온다면, 지역은 대학들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대학생들에게 지역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며 일하고 누릴만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졸업과 동시에 지역을 떠난다는 대학생들에게 물어보자. 4년 이상 머물렀던 곳을 왜 떠나려 하는지. 일자리가 없고 재미가 없으니 떠나지 않을까. 기회가 충분하지 않고 미래를 담보할 비전을 발견할 수 없다. 지역에 독특하고 분명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데, 청년들이 머물러 기다릴 까닭이 없다. 정주여건으로 보아도 문화가 척박하여 재미가 없다. 재학 중에도 주말이면 지역에서 즐기기보다 서울로 달린다. 지역은 젊은이들이 머무르며 누릴만한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대학도 문제다. 지역을 소재지로 삼은 것 외에 대학이 지역과 학생들을 함께 생각하며 제공한 협력수단은 무엇인가. 학생들이 지역에서 공부하는 동안 지역과 함께 호흡하면서 배우고 익히는 기회가 드물다. 대학에서 갈고 닦는 전문역량은 재학 중에도 얼마든지 지역에서 발휘하고 기여할 가치가 있다. 지역의 기업들과 단체들이 지역 대학생을 인턴으로 기용하여 경영일선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대학생들은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여 열심히 일할 터이고 기업에는 청년들이 불러올 젊은 기운으로 활기가 돌지 않을까. 더이상 강의실에서만 배우지 않는다. 현장에서 배우고 일하며 익히는 기회를 지역의 대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지역과 대학이 함께 호흡하며 상생과 협력의 기운을 만들어야 한다.교육부도 문제다. 지역 대학들이 지역과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지역에 필요한 교과과정과 협력체계를 대학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정부는 대학들이 지역사정에 맞는 발전대안을 마련해 가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학은 자율과 책임을 확보하여 스스로 발전의 기틀을 마련해 일어나야 한다.필요한 재정은 일부 정부가 지원하되 대학이 자구책을 도모할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나라의 고등교육은 그야말로 높은 수준에서 돌파구가 모색돼야 한다. 상상과 창의로 빛나는 열매를 일구어내는 지역대학 문화가 꽃피어야 한다. 교육부의 방침과 지도에 자율성이 꺾이는 대학은 부끄럽지 않은가.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3-01-04

대구·포항 CES 참관하며 세계시장 노린다

대구시와 포항시, 포스텍(포항공대)이 대규모 참관단을 꾸려 오늘(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박람회인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3’에 참가한다. 세계 각국의 가전과 정보통신기술(ICT) 동향을 점검하고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오는 8일까지 열리는 CES는 미국가전제품제조업자협회(미국 600여 소비재 전자산업 종사업체들의 모임)가 주최하는 세계 3대 ICT박람회 중의 하나다.대구시는 박람회장에 대구공동관을 개설, 그동안 대구테크노파크와 로봇기업진흥협회가 미래산업 육성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성과를 세계 시장에 선보인다. 대구공동관에는 ICT, 소프트웨어, 로봇산업 관련 기업 20개사가 입주해 다양한 혁신제품을 전시한다. 대구시 참관단에는 대구4차산업청년체험단 30명도 포함됐으며, 이들은 홍준표 대구시장 일행과 같이 실리콘밸리를 방문하는 기회를 가진다. 포항시는 올해 처음으로 경북관·포스텍관과 함께 포항관 부스를 차렸다. 포항관에는 30여 개의 기업이 참가해 신제품과 기술을 선보이며, 해외시장 판로 개척에 나선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CES 참관후 실리콘밸리에 있는 애플 본사도 방문, 애플 혁신센터 포항유치 등을 협의할 예정이어서 성과가 기대된다. 포스텍과 포스코도 이번 CES에 공동부스를 마련했다. 포스텍은 코로나19 기간 온라인 수업만 한 2020학번 학부생 181명 전원에게 항공편과 숙소, 체류비 전액을 지원해 CES를 참관시킨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신기술을 경험시켜 전공 공부에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CES 행사는 매년 연초에 열리기 때문에 ICT 분야 경영인들에게는 최신 제품 트렌드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원희룡 국토부장관을 비롯해 재계 총수들이 대거 참가한다. 박람회장에는 국제적인 기술력과 공신력을 인증받은 수많은 ‘CES 혁신상’ 수상 제품과 기술이 전시되는 만큼 대구시와 포항시, 그리고 참가기업, 학생들이 가전·IT 분야에 대한 시야를 한껏 넓히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2023-01-04

추워지는 날씨, 내 몸 같지 않은 손과 발

김영준 포항 약전부부한의원장 지난 몇 년간 코로나로 인해 함부로 집 안에만 있어서 잊고 있었을까. 올해는 유독 겨울이 추운 느낌이다. 이렇게 찬 바람이 쌩쌩 불기 시작하고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질 때가 되면 환자들이 이야기하는 단골 증상이 있다. ‘손과 발이 시리고 저리다’라는 것이다. 환자들은 손과 발의 감각 이상을 여러 가지 표현으로 호소하게 된다. ‘저리다’ ‘시리다’ 또는 ‘발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 같다’ ‘아프다’ ‘내 발 같지 않다’등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증상을 ‘수족냉증’ ‘수족비증’이라고 한다.‘불통즉통(不通則痛·흐름이 통하지 않으면 아프게 된다)’이라고 하였다. 날이 추워지니 몸이 움츠러들게 되고 이로 인해 혈관 또는 신경이 눌리면서 증상이 심해진다. 이런 손발의 감각 이상의 주된 원인이 혈액 순환의 문제로 발생하는 것인지 신경이 눌리면서 발생하는 것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먼저 증상이 발생할 때 실제 손과 발이 차가워 지면서 시린 증상이 나타나고, 또한 손과 발 양쪽으로 사지 모두에서 나타난다면 혈액 순환의 문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평소 추위를 많이 타며 시린 근육통을 많이 느끼고 마른 편에 속한다면 체질적으로 수족 냉증이 생기기 쉽다. 여성의 경우는 이런 경우가 더 많은데 위 증상과 더불어 생리통, 아랫배가 항상 찬 경우, 어지럼증 등이 있는 경우는 단순히 손발의 증상에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몸 전체의 혈액 순환이 고려되어야 한다.몸 전체의 혈액 순환이 저하되는 경우 반신욕, 족욕 등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되며 외출 시에 외투, 장갑, 목도리 등을 챙겨 방한에 더 유의하는 것이 좋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에는 찬 음식이나 찬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체온을 유지하는데 방해가 되므로 되도록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한쪽 손 또는 발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때에는 주위의 구조적 질환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협착증’, ‘추간판탈출증’, ‘손목터널증후군’, ‘흉곽터널증후군’ 등 손, 발로 주행하는 신경이 목, 허리, 골반, 어깨, 손목 등에서 압박되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질환들은 평소 직업적으로 많이 하는 동작이나 자세, 습관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악화 요인이 어디에 있는지 고려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좋지 않은 자세와 습관이 유지될 경우 치료가 잘 되었다고 하더라도 증상이 재발하기 쉽기 때문이다.한의학적 치료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치료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몸이 차고 추위를 느끼는 것이 중요한 진단 요소가 되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순환시켜주는 한약재를 처방하는 것이 중요한 처방 포인트가 된다. 또한 근골격계의 치료에도 경피경근온열요법, 경피적외선조사법, 뜸치료 등 온열요법을 많이 사용한다. 날씨가 추워져서 더 심해지는 수족냉증, 수족비증에 이러한 한열 개념을 고려한 한의학 치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23-01-04

새해에 다시 읽는 ‘난쏘공’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거리두기 없는 3년 만의 연말로 들떠있는 작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 선생이 세상을 떠나셨다. ‘난쏘공’은 교과서에 수록될 만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1970년대 산업화 시대 노동자 계급의 소외를 다룬 작품으로 잘못 알려진 감이 있다. 백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지만, ‘난쏘공’에 깃든 작가의 시각은 아직 제대로 공유되지 못했다.‘난쏘공’은 대기업과 법이 지배하는 현실에 노동이 어떻게 저항할 수 있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설의 후반부에 노동자가 칼로 대기업 회장을 찌르고 재판을 받는 장면은 법이 지배하는 현실에 대한 격렬한 저항의 메시지다. 전직 대통령의 사면과 수십억의 벌금 면제 과정을 보고 있으니, 1980년대 후반 탈옥수에 의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극단적 선택밖에는 답이 없는 것일까?새해에는 ‘난쏘공’의 주인공이 아닌 ‘신애’에게 주목하고 싶다. 신애는 ‘난쏘공’에서 난장이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나이에게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인물이지만, 속편 ‘시간여행’에서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쉰두 평짜리 아파트로 이사했으며, 냉방기를 사다 놓을 정도로 경제적 풍요를 이루었다. 작가 조세희는 신애라는 인물을 통해 ‘나이-듦’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더 많은 자본을 획득하는 것이 ‘나이-듦’의 전부가 되는 것과 국가가 공정 혹은 합법이란 이름으로 합리화하려는 것의 정체를 인식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겠다.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긴밀하게 연결된다. 작가는 ‘행복은 마음의 상태이기 때문에 달수도 없는 것이다. 어른들은 그것을 달아 나타내기 위해 지수화의 기술 개발을 꾀했고 결국은 마음의 상태를 몸무게처럼 달아 킬로그램으로 적고 있다. 그래서 난장이의 이야기를 썼다.’고 말한 바 있다.모든 것을 수치화하고 비교하는 우리의 마음을 새해에는 조금 더 들여다보고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겠다. 거창한 이념이나 목표가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과 더 많이 만나고 이야기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정신 건강이 안 좋고 무엇인가에 쫓기듯 생활하는 대학생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조세희 작가가 ‘난쏘공’에서 읽어 낸 대한민국의 현실이 시간이 지나며 극단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이런 의미에서 올해에는 자본을 얻는데 별 도움이 안 되더라도, 조세희 선생의 ‘난쏘공’과 같은 고전을 좀 더 읽고, 세상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길 기원한다. 이것이 조세희 선생이 ‘난쏘공’ 이후 소설 창작을 중단하고 서북 탄광에서 광부들의 사진을 찍어 기록해둔 이유일 것이다. 세상의 변화는 눈부시지만, 거기에는 언제나 그늘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그늘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넓고 깊어지고 있다. 빛 속으로 들어가려 아등바등하기보다 그늘진 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쉬며 다른 내일을 기약하는 2023년이 되길 희망한다.

2023-01-04

조청과 꿀단지

양태순 수필가 이십 년 전의 일이다. 시장 모퉁이에 있는 가판대에서 조청을 보았다. 가판대를 채우고 있는 잡다한 물건들 중에서 수숫빛 유리병에 먼저 눈길이 갔다. 조청! 참말 그 조청이란 말인가? 왠지 가슴이 콩닥거렸다. 나는 반가운 이를 대하듯 유리병을 어루만졌다. 딱히 쓸 곳은 없지만 사고 싶었다.어린 시절에 집에서 조청을 고는 날이면 어쩐지 설렜다. 그날은 어머니가 제일 바빴다. 수시로 솥뚜껑을 열고 손가락을 넣어 따끈한 정도를 확인했다. 온도가 적당치 않다 싶으면 불을 조금 때서 온도를 맞추었다. 해 질 무렵이면 베자루에 담아 건더기를 걸러내고 뭉근한 장작불로 엿물을 고기 시작했다. 동네 개 짖는 소리가 잦아들고 기다리던 아이들도 앉은 채 꾸벅거릴 때, 그제야 엿물은 눅진한 조청이 되었다. 어머니는 그걸 대접에 조금씩 담아 식구들에게 맛을 보였다. 그 맛은 내가 생각하는 쫀득하고 달큼한 맛이 아니었다. 조청은 뜨거울 때 먹으면 제맛을 모르고 오히려 속만 아리다는 걸 알았다.조청은 귀한 것이었다. 그 시절 시골 형편이 다 어려웠기에 명절에나 겨우 맛볼 수 있었다. 대개는 설을 앞두고 조청을 고아 강정도 만들고 엿도 만들었다. 식구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손님 접대용이었다. 할아버지가 계셨기에 명절이면 손님이 많이 왔다. 고모부가 오시기라도 하면 꽁꽁 숨겨 두었던 맛난 것들이 상 위에 올랐다. 나는 그중 조청 종지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었다. 어느 날 이웃에 사는 친구 숙이가 선생님께 꿀을 가져다드린다고 들고 왔다. 조청과 꿀이 같은 줄 알았던 나는 친구가 엄청 부러웠다. 그 귀한 꿀을 갖다주면 숙이는 틀림없이 선생님의 귀여움을 독차지할 것 같았다. 나는 샘이 나서 소문을 내기로 했다. 몇몇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다. 삽시간에 반 전체에 말이 퍼지고 아이들이 수군거렸다.쉬는 시간이었다. 숙이가 없을 때 친구들이 꿀단지를 구경하려고 모여들었다. 꿀단지는 보자기에 싸인 채 책상 서랍에 들어 있었다. 겁도 없이 누군가 그걸 덥석 꺼내 들었다. 뚜껑을 열어보다가 그만 단지를 떨어뜨렸다. ‘우짜노 우짜노’ 하는데 수업 종이 울렸다. 친구들과 나는 깨진 조각을 허둥지둥 보자기에 쌌다. 꿀범벅이 된 바닥을 걸레로 닦고 창문도 열었다. 교실로 돌아온 숙이는 너무 놀랐는지 아무 말도 못 했다.그날은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학교가 파했다. 다른 날과 달리 돌아오는 길은 조용했다. 숙이도 나도 발끝만 보고 걸었다. 길가 묘지 옆 빈터에 꿀단지 조각들을 묻었다. 서로 말은 없었지만 비밀이란 걸 눈빛으로 알았다. 꿀단지가 깨어진 게 순전히 내 탓인 것만 같았다. 숙이가 선생님께 꿀을 드린다고 소문낸 것도 나고, 그러면 선생님은 숙이만 예뻐할 거라고 흉을 본 것도 나였다.나는 겁이 났다. 친구들 앞에서는 태연한 척했지만 내 심장은 시시각각 쪼그라들고 있었다. 친구 엄마한테 야단맞을까 두려움에 떨었고 식구들이 알까 봐 조마조마했다. 누가 내 이름만 불러도 깜짝깜짝 놀랐고 숙이 얼굴 보기가 멋쩍어 피해 다녔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 친구가 부모님께 말하지 않았던가 보다.숙이가 선생님께 드리려던 것이 꿀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토록 샘내지 않았을 것이다. 참기름이나 계란, 그보다 더 귀한 것이었다 해도 심통을 부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꿀이 정말 조청과 같은 줄 알았었다. 꿀은 먼 나라 것처럼 익숙하지 않았고 꿀이 더 비싸다는 것도 몰랐다. 어머니는 먹고 싶은 조청 대신 엿밥을 주었다. 엿밥이 달콤하긴 했지만 조청에 대한 허기를 채워주진 못했다. 어머니 몰래 먹었던 조청의 맛은 오래 잊히지 않았다.이십 년 전에 간혹 보였던 조청이 요즘은 수시로 구할 수 있다. 지금도 조청만 보면 와락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막상 집에 있어도 쉽게 먹을 수가 없다. 꺼내서 병만 만지작거리다 도로 넣어 놓기 일쑤다. 가난하던 시절에 조청을 귀히 간수하던 어머니의 마음이 겹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조청 앞에서 흔들리는 걸음이 먹먹히 멈출 것이다, 나는.

2023-01-04

수산업의 힘, 불황을 이겨내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일반적으로 계묘년은 지혜와 생존력의 표상이다. 음의 기운을 가진 계수는 어디든 흘러드는 작은 물로 약한 힘이자 동시에 지혜로 해석된다. 지지의 묘는 목의 기운으로 봄의 생동감, 동력 등을 뜻한다. 비록 약하지만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는 토끼의 모습이 계묘년의 의미로 풀이되는 이유이다.2023년은 계묘년의 표상답게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해라는 게 집단지성의 결론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코로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펼쳤던 재정, 금융 정책들이 부메랑이 되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진단이다. 높은 물가와 금리가 일상을 옥죈다. 동시에 지난해 있었던 많은 사건들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 3년이 만들어낸 뉴노멀의 새로운 기준도 여전히 2023년과 함께다. 지혜의 힘으로 넘고 극복하며 이겨내야 할 파고가 겹겹이다.지난해 임인년(壬寅年)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양(大洋)의 기운과 호랑이의 양기가 만난 해였던 임인년은 코로나의 엔데믹과 대통령 선거, 이태원 압사 사고 등을 거치며 우리 현대사에 굵직한 이력을 남겼다. 특히 이태원 압사 사고는 세월호 사고 이후 가장 큰 시대적 아픔이 됐다. 10대, 20대의 젊은이들이 축제를 즐기다 무질서 속에 압사를 당하는, 그야말로 21세기에는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 벌어졌다. 코로나 때문에 막혀 있던 ‘함께 즐기는 문화’에 대한 갈증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버렸다.이태원 사건의 슬픔은 현재진행형이다.관련자들이 줄줄이 소환됐고, 곧 사건 발생에 관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또 다짐할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말자고 말이다.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전문가들은 한 사회의 다양한 변수들을 상정하며 사건발생 원인과 변동성 등을 예측한다. 지난 해 발생한 많은 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선거로 정권이 교체되고, 코로나로 달라진 뉴노멀에 관한 단상들이 만들어낸 여파를 예측했다. 안타깝게도 많은 분야에서 예측이 빗나갔다. 카오스에 가까웠던 팬데믹은 그 이후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바다의 변화무쌍함만큼이나 사회문화적 환경도 급변했다.코로나가 엔데믹으로 바뀌었지만 우리의 일상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뉴노멀이 사회적 인식과 다양한 제도로 자리 잡았고 많은 이들이 이를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다만, 그렇게 힘들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버텼는데, 다시 경제불황이라는 새로운 변동성이 나타나 두렵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불황을 예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경제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과거의 패턴과 주기 등을 들어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만든 뉴노멀과 전쟁, 국가 간 무역마찰 등 변수가 얽히고 설켜 다양한 지점의 위기를 가리킨다. 결국 우리는 다시 물의 기운으로, 유연하게 흐르는 ‘지혜’라는 표상으로 돌아간다. 다행히 지난해 수산업 분야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내며 글로벌 위기극복 가능성을 보여줬다.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사상 최초로 수산물 해외 수출 30억 달러(2022년 기준, 대략 4조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애초 2025년 수산물 수출액 4조원 달성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발굴했던 해수부 입장에서는 무려 3년을 앞당긴 성과였다.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K-POP, K-MOVIE 등의 영향과 건강식품을 찾는 식문화 트렌드가 결합해 이뤄낸 결실이었다. 정현미 작가 특히 한국의 김은 미국 등에서 스낵으로 각광받으며 김 업계 최초로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기업이 등장했다. 고등어의 가시를 발라낸, 순살 고등어를 진공 포장해 수출한 업체 역시 급성장했다. 아이디어에 기반한 수산물의 변신이 수출 증대에 큰 몫을 한 셈이다.바다는 수산업과 여행·관광업, 항만물류 등 다양한 산업경제와 연계되어 있다. 그래서 바다를 둘러싼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경제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주축으로 대접받는다. 올해도 이 분야 경제 주축들이 제 역할을 해내며 건실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수산업 뿐만 아니라 해운업도 뉴노멀을 적응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지혜는 위기에서 더욱 힘을 발휘한다. 토끼는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 3곳에 도망갈 굴을 파놓는다고 한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어원이다. 올해는 우리에게도 이 같은 토끼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우리 모두 지혜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웃음을 즐기는, 그런 한 해가 되길 희망해본다.

2023-01-04

여당의 총선 D데이 벌써 시작됐다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2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는 권성동·안철수·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 유력 당권주자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다음 달 초 당 대표 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국민의힘 책임당원 40%가 밀집한 대구·경북의 ‘당심(黨心) 잡기’에 나선 것이다.새해에는 큰 선거가 없지만, 여당은 3·8 전당대회를 계기로 내년 총선공천이 연초부터 민감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집권여당으로선 총선승리가 무엇보다 절박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만약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패배할 경우, 그날부터 식물정부로 전락한다. 그런만큼 3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 지도부의 리더십과 역할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는 사실상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며 선거전반을 진두지휘한다.국민의힘 당권레이스는 현재까진 친윤(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지난달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공감’이 출범하면서 국민의힘은 친윤계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공감에는 여당의원 115명 가운데 7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당대회 룰 개정에 따라 당 대표는 100% 당원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돌발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국민공감이 미는 당권주자 중 한 명이 대표가 될 공산이 크다.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현재 거론되는 당권주자 중에서 민심을 광범위하게 얻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당 대표 출마선언을 했거나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권성동·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과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정도다.유일하게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최근 방송에 출연해 “당 대표에 도전하는 게 정말 의미가 있느냐를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해, 당권레이스가 친윤계만의 리그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여당의 전당대회가 특정 계파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총선과 결부시켜보면 부정적이다. 당권레이스가 현 판세대로 지속돼 친윤계가 당권을 잡는다면,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강성지지층에 의존하는 폐쇄적인 정당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과반을 획득하려면 2년 전 치러진 6·11 전당대회 당시와 같은 역동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이런 측면에서 최근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이 ‘당 대표 후보 수도권 출마 공동선언’을 제안하고,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70석 이상, 총 170석 이상 하려면 수도권 지도부로 정면 승부해야 한다”며 공감을 표명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국민의힘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수도권 121석 중 16석(13.2%)을 얻는 데 그쳐 수도권 의석 탈환이 최대숙제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연말 언급한 차기 당대표 3가지 조건론(수도권 민심을 장악할 수 있는 인물, 청년층 지지를 얻는 인물, 안정적인 공천을 할 수 있는 인물)을 항상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야 한다.

2023-01-03

선거법 개정 화두… 성급하게 처리해선 안돼

정치권이 새해 벽두부터 2024년 총선에 적용될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대선거구제 제안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나란히 했다. 정치 양극화문제 해법 차원에서다. 윤 대통령은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소선구제가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간 갈등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김 의장도 지난 2일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국회 정개특위에 2월 초까지 복수의 선거법 개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언급했다. 국회 정개특위는 3월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활동에 들어간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구 1곳에서 1명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 선거구 안에서 2~3명의 대표를 뽑는 제도다. 다양한 민의를 대변할 수 있고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장점이 있다. 반면 경북도 같은 경우에는 이미 3~4개 군이 한 지역구로 획정되는데 이를 더 늘리면 지역 대표성이 문제가 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겉으로는 선거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지역 여당 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될 경우 영남 의석만 야당에 대거 뺏길 우려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6·1 지방선거 때 전국 기초의원 30개 선거구에서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실시했는데, 영남에서는 민주당이 일부 당선됐지만 호남에서는 국민의힘 당선자가 전무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경우 “중대선거구제가 중진들의 자리 나눠 먹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하는 반면, 비이재명 쪽에서는 찬성하는 의견이 많다. 선거구제 개편은 정당뿐 아니라 현역 국회의원들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선거법 개정 법정시한이 4월 10일인 점을 감안하면 당장 내년 총선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202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