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자연사박물관은 국내 최초로 국립대학에서 개관한 곳으로 보유한 자료에 비해 전시 공간이 넓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2021년 기준으로 국내 자연사박물관이 15개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알차게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자연사박물관은 주로 지구에 존재하는 자료 및 표본을 수집하고, 수집된 자원을 보존·복제·복원·대여 등을 통해 지구의 다양한 자원자료센터로 기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관련 연구를 지원함을 물론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과 인문처럼 ‘우리 곁의 지구’를 이해할 수 있게 호기심을 유도한다. 이는 지구라는 주제를 큰 틀에서 이해하고, 자연 속의 인간을 인식하게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를 알게 하는 것이다. 특히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된 표본들은 생태환경 연구에 필수적인 연수자료다. 종의 식생활이나 번식 방법·성장 속도·수명·진화의 형태 등 연구할 분야는 무궁무진하며, 생물 산업과 연구가 중요해지는 미래산업 발전의 측면에도 국가의 중요한 경쟁력으로서 든든한 발판이 된다. 그러나 과학이라는 분야는 인문과 예술에 비해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지, 현재 국내 자연사박물관의 방문객 수는 일반 박물관에 비해 높지 않게 조사되었다.
경북대학교 자연사박물관은 작은 공간에 많고 다양한 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상설 전시로 물속생물관, 공룡화석관, 지질암석관, 곤충관, 식물자원관, 체험영상실, 조류생태관, 야생동물관을 운영한다. 물속생물관에서는 연체동물과 어류·파충류·포유류의 액침표본과 고래 뼈 등과 같은 골격표본과 일부 박제표본을 볼 수 있다. 특히 은은한 불빛 아래의 액침표본은 하교가 끝난 학교 과학실을 떠올리게 해 상상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공룡화석관은 중생대 백악기의 공룡 발자국 화석과 공룡알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재현된 발자국을 보고 나서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 등과 같은 실제 화석을 본다면 좀 더 명확하게 무엇이 발자국인지 알화석은 어떤 형태인지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질암석관은 화강암·퇴적암·변성암 등 주요 암석과 지질 변화의 형태를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신기한 암석은 지구상 가장 오래된 화석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샤크만에서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시아노박테리아(청녹조류)가 성장하고 죽는 과정에서 퇴적물이 줄무늬 층으로 드러난다. 이 암석은 지구 초기 생명이 탄생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며, 박테리아나 미세조류의 진화 과정까지도 연구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월·인천·경산에서 이 암석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곤충관은 국내산 나비와 다양한 곤충들 그리고 외국의 화려한 곤충들의 모식표본이 전시되어 있고, 채집 관련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식물자원관은 양치식물·겉씨식물·속씨식물 등 식물에 대한 분류 설명과 식물표본 그리고 종자를 관찰하는 현미경이 마련되어 있다. 체험영상실은 자연사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거나 체험학습 및 교육프로그램을 위한 강의를 한다. 조류생태관과 야생동물관은 다양하고 많은 박제가 있다. 철새·텃새·물새·맹금류·황새·느시·수리부엉이·큰고니 등 새와 호랑이·반달가슴곰·고라니·족제비 등 동물이나 멸종위기종의 박제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이 두 전시관은 온라인 전시 ‘더브-살다’와 ‘한반도 최고 포식자’와 연계되어 있는데, 쓰레기로 죽어가는 지구와 환경보존 그리고 박제된 동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인간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코트나 가방이 된 동물들을 보면서 환경보호에 관해 이해하고, 먹이 사슬의 강자인 호랑이와 그 먹이 사슬 아래에 놓인 동물들을 통해 생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호랑이는 앞발 펀치가 장점이라서 들소의 목을 한 방에 꺾을 수 있으며, 38킬로미터로 달리는 우사인볼트도 순식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속력을 낼 수 있다. 호랑이와 땅의 소유권을 경쟁하던 조선시대에는 호랑이발톱으로 액운을 방지하는 노리개를 제작하여 차고 다녔으며,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는 호랑이의 사자후와 같은 초저주파를 활용해서 적의 구토와 어지러움증을 유발하고, 기지를 방어하기도 했다.
인간의 문명과 과학기술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코끼리·여우·고래·벌·거북이·나무 등을 사라지게도 살아가게도 할 수 있다. 500년 동안 없어지지 않는 플라스틱·동물의 올무가 되는 빨대나 비닐·동물을 죽이고 뺏은 옷과 가방 등은 지구 온난화·해수면 상승·긴 장마·가뭄·물부족·미세 플라스틱 축적 등 현재 닥친 환경문제와도 직결된다. 과학 전시는 이러한 것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국내 자연사박물관이 많은 편이 아니고, 규모 또한 크지 않으며, 체험이나 메타버스를 활용한 현재 박물관과 전시관의 전시 형태나 쌍방형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프로그램이 부족한 편이라는 점이 아쉽다. 전시물에 대한 적극적인 해설과 다양한 실험과 같은 프로그램도 부족해 보였다. 미래는 융합적 소양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고, 자연사박물관은 과학융합적 사고에 도움이 될 자료를 많이 소장하고 있다. 적극적이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의 운영으로 과학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
◇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
/최정화 스토리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