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을 만나러 가는 길에주막에 들렀네환히 길 밝히는 꽃들이 이 강산 축복인양자리 털고 일어서고주막에 들러 퍼마신 술두만강 저녁노을 같은 얼굴로비틀비틀 걸어가는 삼수갑산 꽃삼천리길…이제 더 늙기 전에그와 만나 배 띄워 강을 건너리라는 생각정강이뼈에 저려올 때아, 피었던 꽃들은 지고뿌리 내린 달빛 위로 늘어나는 무덤뿐소월이 신고 간 신발자국은보이지 않네우리 현대시단의 대표적 서정시인 김소월의 세계에 가 닿아보겠다는 열망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눈물과 한스러움의 전통적인 우리 정서를 7.5조 3음보의 우리 가락에 실어 주옥같은 감동을 거느린 서정시를 남기고 간 김소월의 그 서정의 맥을 이어가겠다는 시인 정신이 그의 여섯번째 시집인 `지금은 눈물의 시간이 아니다`에 오롯이 담겨져 있음을 본다. 올 봄엔 진달래꽃 지천으로 피어오른 산천을 뜨거운 가슴으로 가 닿고 싶다. 시인
2016-02-02
풀과 나무만 보면 설레고 좋아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어대니새, 다람쥐, 여치, 매미가 와서 살고꽃은 나비와 벌을 데리고 줄지어 찾아와저절로 한 세상이 열렸다나무나라 지키려 하루에 땀 한 말 쏟으니평화는 서 말로 오고 사랑은 다섯 말로 솟아어디를 둘러보아도 아름다움뿐이다나무와 풀이 나를 어머니 어머니 부르며제 몸에 벌레를 잡아달라 하고웃자란 머리칼을 예쁘게 깎아달라한다나무와 풀은 저희들을 돌보느라애면글면 일하는 내가 안쓰러워어머니 드세요 하며싱싱한 열매와 잎을 듬뿍 내밀고나에게 우주의 비밀이 담긴 편지를쓴다전원에서의 소박한 삶의 모습이 생명감 넘치는 한 장 그림으로 다가오는 시다.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으며 땀 흘려 일하는 생활에서 느끼는 행복을 우리에게 건내준다. 무욕과 자연스러움을 좇아가는 시인에게 우주의 자연물들도 스스로 소통하며 다가오는 것이다.시인
2016-02-01
이제 너는 타나 호수로 돌아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타나 호수. 내 침침한 흉강 한쪽에 넘칠 듯 펼쳐져있다. 거기에 이르려면 슬픔이 꾸역꾸역 치미는 횡경막을 건너야 한다. 고통의 임계 지점, 수평선 넘어가면 젖가슴처럼 봉긋한 두 개의 섬에 봉쇄수도원이 있다. 우리는 오래전 거기서 죽었다.신병으로 극한의 궁지까지 몰렸던 시적 자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타나 호수를 지향하고 있다. 삶의 광포함을 경험한 시적 자아는 그 어둡고 긴 터널에서 한 가닥 빛을 바라보며 왔다. 인간 고통의 임계 지점에서 시적 자아는 그 너머에 있는 잔잔한 평화와 충만한 생명이 머무는 아름다운 타나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도 우리들만의 타나 호수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시인
2016-01-29
흔들림으로강해지는 것이 어찌 갈대뿐이랴날 센 바람에 맞설 수 있는 건좀 더 큰 흔들림뿐흔들림이 스스로를 또 다른 바람으로 만들어 가듯이휘어짐으로 강해지는 것이 어찌갈대뿐이랴바람에 쉬 흔들리는 갈대라는 연약한 존재에서 생명의 법칙과 인생사의 진리를 발견하고 있는 작품이다. 거센 바람을 견디며 흔들리며 서 있는 갈대처럼 인간도 시련과 고난의 거친 바람앞에 서서 견디며 이겨내는 것이리라. 날 센 바람에 맞서는 갈대처럼 어떤 문명적 시련이 닥치더라도 당당히 맞서겠다는 대결의지가 나타나 있다.시인
2016-01-28
오랜 탈진 끝에 청심환을 삼킨다. 혀끝의 아련한 감촉이 논두렁 밭두렁 길로 미끄러지듯 따라가면 비틀대는 기억의 어린 집 한 채, 열네 살 옛길이 내려와 잠시 머물면, 내삼계리를 돌아 사리암 북대암, 아홉 암자를 제집처럼 열심히 오르내린다.먹장삼 속으로 수없이 번지던 고행의 씨앗들, 그 어린 비구니 다시 세상 밖으로 흘러 흘러갔을 테지만, 서른한 번째 동안거에 드는 여울목, 그 배꼽 아래쯤에서 입 악다무는 깨달음. 수행은 아주 멀리 떠나는 것만 아니었구나.멈춰선 이 자리가 도량임을, 눈물처럼 꽃뱀처럼 또아리 트는 몸 안팎으로도 여전히 긴긴 흐름이 있다.아득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시인은 기억의 어린 집과 힘겨웠던 비구니의 수행, 다시 동안거에 드는 구도자의 시간을 추적하고 있다. 시인은 청춘의 시간들, 그 욕망과 집착의 유혹을 뿌리치고 방황과 고통의 시간들에게 따스한 손을 내밀고 있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치유하고 구원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발원된 것은 아닐까. 시인
2016-01-27
초등학교 삼학년 딸 아이 아파서울대 병원 가던 날병원 가로수로 우람하게 서 있는은행나무를 보고엄마, 이 나무 몇 살이야글쎄 몇 백년은 자라야 이정도 굵지나보다 오래 살았네부럽다, 나무들은 오래 살아 좋겠다발걸음을 옮기다가 또 한 아름 넘어 보이는튼튼한 느티나무를 보더니얘는 몇 살이야못되어도 이백년은 되겠지그럼 엄마보다 더 많이 살았네나도 나무 할래엄마도 나무 할래어린 딸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면서 아이와 나눈 몇 마디 대화를 모티브로 한 시다. 유한한 인간의 삶이란 수백 년을 살아가는 나무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아이는 나무처럼 푸르게 오래 오래 살겠다는 말을 툭 던진다. 나무처럼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싶다는 표현이다. 생로병사의 인생사가 백년을 넘지 못하는 인간 생명의 유한성을 극복하려는 발상이 재밌고 인상적이다. 시인
2016-01-26
찬 길바닥이 밥자리다별처럼 밥알들이 흩어져 있다 비둘기들 내려와 쫀다어제도 여기서 먹었고 그제도 여기서 먹었다밥 고봉은 높고 뜨겁고 희다청국장 묽은 내음이 길바닥 낭자하게 물들이는데열무김치와 김장김치 그릇 옆에 곤쟁이젓 반 종지얇게 저민 더덕무침과 콩나물무침이 각각 한 접시씩흙과 자갈 들 위에 놓여 빛나는전화 주문에 제꺼 실어와선 길바닥에 부려 놓은 밥 쟁반덮었던 신문지 걷어내 깔고 앉으면여윈 몸 떨게 하던 추위조차 김 내며 그녀 에워싸고노점 펴놓은 대지엔 봄꽃처럼 꽃핀 밥상이또 한 상 가득 펼쳐지는 것이다시인이 설정한 찬 길바닥은 우리가 살아가는 삭막하고 차가운 현실을 의미한다. 삶의 영위를 위해 차갑고 굳은 밥을 먹는 노점상 아낙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인은 문명의 냉정함을 드러내고 있다. 시리고 차가운 대지 위로 따스한 봄이 오고 있다. 시인은 이러한 서글픈 밥상을 마주한 노점상 아낙에게도 인생의 봄은 꼭 찾아오리라는 확신을 하고 있다.시인
2016-01-25
모든 쓰러지는 생은최초의 불을 지필 때의 반대 방향으로 진행한다서로가 서로의 몸을 껴안을 때만그렇게 최대한 가까이 있을 때만소멸의 손 맞잡고불씨로 가거나연기로 가거나혹은 추운 생들을 덥히러 가거나 하겠다장작불이 타오르는 동안뜨겁게 잡았던 자신과의 악수를 놓고돌아서 가는 한 사내의 걸음 앞에 떨어지는초겨울, 오후의 햇살들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의 몸을 놓지않는장작불 앞에서쉽게 사라지는 것들이오랫동안 타오를 것들의아래를 받치고 있음을 본다장작불을 피우면서 시인은 자신의 문학적 열정에 대한 반성과 함께 타오른 불꽃처럼 혼신의 열의를 바쳐 시를 쓰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것은 자신의 문학적 자세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불이 타오르는 것은 소멸에 이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또 다른 생성이요 시작인 것이다. 불을 통해 이 세상과 뜨겁고 치열하게 소통하고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오롯이 나타난 작품이다.시인
2016-01-22
양지말 앞산에서 숨 고르던3월의 귀에 들린 것은언덕 아래로 살금살금 굴러가는바람 소리?그러나 꽃 접던 4월이 본 것은국도 한가운데 널브러져 있는죽은 고양이의저 망가진 외출복!소위 `로드킬`이라고 부르는 길 위에서의 짐승들의 죽음을 다룬 가슴 아픈 이야기다. 아무렇게나 해체되거나 방치된 처절한 고양이의 주검 위로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이 움트는 봄이 온 것이다. 시인은 문명의 무서운 속도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우리네 삶이 얼마나 각박하고 살벌한 것인지에 대해, 속도의 폭력성에 대해 로드킬을 보여주면서 우려하고 있다.시인
2016-01-21
괴로워 마라 그대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생은 고통의 사막이니보아라풀잎 한 장에도 수많은 상처가 있다외로워 마라 그대괴로움과 슬픔은어차피 홀로 건너야 할 강이니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도 말며몸의 일로 마음 상하지 마라울지 마라 그대기쁨도 슬픔도 영원한 것은 없다상처가 많은 꽃이 아름답다상처를 딛고서야 사랑도 뜨거워진다사는 일도 그러하다누구든 한번은 간다정호승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는 시와 분위기나 시에 담긴 시인의 마음이 비슷하다. 맞다, 누구에게나 생은 고통의 연속이다. 괴로움도 슬픔도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할 몫이고 운명이다. 기쁨도 슬픔도 잠시 잠깐의 일이지 영원하지 않다는 시인의 목소리에 깊이 동의한다. 힘겹고 어려운 삶의 구릉을 헤쳐나온 생이야말로 얼마나 값지고 빛나는 것인지 모른다. 그게 인생이다. 시인
2016-01-20
아껴 둔 유행 지난 엑스란 내복 예닐곱 벌무명 속바지 서너 벌오래 낀 실금반지도 하나 남겨 주지 않고어머니 세상 뜨실 때 내 앞에툭, 선물처럼 던져준 빈 손바닥 같은 것한 해 농사 끝물에 남은누런 논바닥 같은 것회갑을 맞으며 쓴 작품으로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나타나 있다. 어머니가 남기고 간 소품들, 엑스란 내복 예닐곱 벌이며 무명 속바지 서너 벌이며 실금반지도 선물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면서 결국은 가장 큰 선물은 빈 손바닥이었다고 회상하며 부질없는 욕심과 욕망으로 점철되는 우리네 삶의 자세에 회초리를 대는 이 시는 매우 감동적이다. 시인
2016-01-19
잘 늙은 사내의 얼굴이다여한은 없으되막잔으로 맛있는 술 한 모금 하고술빚 다 못 갚은 동무들 이름 적어 보다이리 비틀 저리 비틀몇 줄 안부도 적어 보다오늘은 모래펄 넓은 귀퉁이저녁 해의 당부를 받아 적었다골고루 따스하게너희 모두를 비추지 못해 미안하다며나 가고 없더라도춥고 어두운 밤서로 데우고 밝히며 살아가라고구불렁구불렁 써놓은 글씨모래펄 한 페이지를 다 채웠다다대포 갯벌은 치열한 삶의 현장을 지칭하는 듯하다. 평생을 노동으로 살아온 늙은 사내가 술에 취해 함께해 온 친구들에게 유서를 쓰는 형식을 빌려 서로 배려해 주고 도와주고 뜨겁게 함께하는 삶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피력하고 있다. 아무리 춥고 어두운 갯벌 같은 세상이라 할지라도 서로 비춰주고 서로 데우며 살아간다면 사람 살만한 세상이 반드시 오리라는 시인 정신이 오롯이 나타난 시다. 시인
2016-01-18
인내한 꽃이라어디에 피어도 사랑스럽다호숫가에 피어도마음에 피어도거름 위에 피어도가만히비워두니허공에도 무수한 꽃이 핀다숱한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굴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꼿꼿이 살아온 시인의 한 생이 비쳐져 있는 작품이다. 어떤 유혹에도 휩쓸리지 않고 불의에 마음 내놓지 않으면서 고통스런 삶을 올곧게 지켜오면서 마음을 비웠더니 비로소 평화롭고 고요한 가슴 속으로 고운 꽃들이 피어나고 사람 사이에 사랑스런 일들이 꽃들로 피어 다가옴을 느끼고 있다. 충만한 비워둠 때문이리라.시인
2016-01-15
맑은 눈은 아름답다중년에 들었어도 맑은 눈은 더 아름답다그 사내는 눈이 참 맑았다눈이 너무나 맑은 그 중년의 사내 생각하다가속내를 감춘 눈이 붉은 나는 또 뱀처럼몸이 달았다맑은 눈을 간절히 욕망하는 시인은 그 맑은 눈 속 깊이 서려있는 맑은 마음도 인격도 사람됨을 깊이 바라보는 심미안을 가지고 있다. 풋풋한 생명의 내음과 빛깔이 고운 유소년 시절의 맑은 눈도 그러려니와 중년의 사내에게서 발견되는 맑은 눈은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 얼마나 아름답고 진실했는가를 읽을 수 있는 눈이 아니겠는가. 그리 흔치 않는 그런 눈을 시인은 간절히 염원하고 있는 것이리라.시인
2016-01-14
새벽, 저수지를 보면 끈 바싹 조여 놓은 북 같다야트막한 언덕이 이 악물고 물가죽을 당기고 있어서팽팽하다간밤 물가죽에 내려앉은 소리들이금방이라도 솟구쳐오를 것 같다낮고 빠르게 다가온 검은 새 한 마리둥 -물가죽 북을 울리고 가는 동안물가죽 북에 이는 파문은무심결이다물가죽 북이 울어소리를 눌러두고 있던 반대편 하늘가죽도맞받아 운다검은 새 한 마리가 버드나무 가지에앉아그것들 번갈아가며 냉큼 받아 먹는다새벽 저수지의 수면을 시인은 물가죽 북이라고 일컫고 있다. 시인은 아주 평화스러운 수묵화 한 장을 우리에게 건네고 있다. 검은 새 한 마리가 수면에 내려앉아 물고기를 낚아채 오르고 수면은 둥- 북소리를 내고 있는 새벽 저수지에서 고요한 평화경을, 그 고요의 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6-01-13
화분을 창밖으로 내어놓아요아이 있던 자리가 젖고아이 그늘 있던 자리가 젖고빈자리에 빗방울들이알을 슬어요하늘이 뿌리는 씨알흙 알갱이들이 간질간질 재채기할 때마다화분 여기저기씨알들이 튀어 올라요하늘이 씨를 뿌려요연못에 수련 씨를텃밭에 장다리꽃씨를길에는 빨노초 신호등 꽃씨를 뿌려요내 안의 유리창에알을 슬려고 빗방울들이 안달이에요으깨진 채 수만 개 알들이 굴러 떨어져요나는 하느님의 아이를 배지 않겠다구요상상력을 동원해 시를 읽어야 시인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다. 조물주가 내리는 생명의 근원에 대한 배려는 빛과 빗방울이라는 가정에서 이 시는 시작한다. 비를 맞고 화분의 화초도 텃밭의 장다리꽃도 잎을 내고 꽃을 피운다. 그러나 시인은 비를 맞지 않으려 유리창 안에 있다. 시인이 삶 속에서 겪은 어떤 충격적인 일 때문에 화초나 식물들처럼 하늘의 은택을 받는 것에 대해 거부한다. 새생명을 잉태하는 자궁을 닫아걸고 유리창 안에 있는 것이다. 시인
2016-01-12
나무들이 지상에 초록 등뼈를 세우고물속에 수초들이 유리 성을 짓는 동안그녀는 낮은 땅에 얼굴을 대고떠나간 사람들이 땅속에서 보내오는소리를 들으며 깊은 슬픔에 잠겼었다어느 나이가 되면결혼도 자식도 버리고 집을 떠나마치 부처처럼 가벼운 몸을 만든다는천산 고원의 사내들처럼봄이 무르익을 즈음그녀는 꽃도 의자도 버리고노랗고 오묘한 미소를 호흡 속에 모으고가벼이 일어섰다이 시에서 민들레는 여성성을 간직한 존재다. 세상이 남성 위주의 세속적 욕망의 세계라고 규정하고 여기에 반하게 가장 낮게 엎드린 민들레는 가엾은 영혼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타인을 위한 배려와 사랑의 홀씨를 가만히 퍼뜨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구도마저도 남성의 몫이 된듯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부드러우면서도 칼날진 메시지가 이 시에 깔려 있다. 시인
2016-01-11
우물에 잠겼던 지친 별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이른 새벽 마른기침 소리가 마루 밑에 웅크린 어둠을 몰아낸다 녹슨 청동빛 신간들을 지탱해주던 희망과 절망을 지고 드나들었던 낡은 대문으로 조각난 아스피린 같은 새벽 달빛이 하얗게 내려왔다 누에처럼 실을 뽑아내던 밤벌레 울음을 풀숲에 내려놓는 시간 젖은 꿈을 지게에 지고 새벽 들길 나서는아버지,실루엣 한 장미명 속을 걸어간다우리 시대 이 땅 아버지들은 밤늦도록 일하고 들어와 쉬는둥 마는둥 잠을 자고 다시 새벽을 향해 걸어간다. 숙명처럼 고난의 길을 간다. 수많은 난관과 마주치며 질곡의 삶을 살면서도 세상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제 길을 간다. 그저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시대의 아픔을 몸으로 받아들이며 새벽 들길에 나서는 것이다.시인
2016-01-08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라면나지막하게라도 꽃을 피우겠습니다꽃잎을 달고 향기도 풍기겠습니다제 이름을 달지 못하는 꽃도 많습니다토담 위라고 불만이 있을 리 없지요속셈이 있어 빨강 노랑 분홍의 빛깔을색색이 내비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메마르고 시든 일상에서 돌아와 그대마음 환하게 열린다면 그만이겠습니다몸을 세워 높은 곳에 이르지 못하고화려하지 않아도 세상 살아갑니다사람들에게 화려한 빛깔이나 향기로 주목받지 못하는 채송화 같은 꽃들은 많다. 그저 어떤 상황에서라도 최선을 다해 꽃 피우고 제가 가진 향기와 고운 빛깔을 사람들에게 건네준다. 사람들 중에도 이런 채송화 같은 사람들이 있다. 별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겸허하고 소박하게 제 빛깔과 향기를 풍기면서 가만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들이 아닐까.시인
2016-01-07
볼 때마다 꼭이왼 신은 오른발에 신고오른 신은 왼발에 신는데그러나 무슨 상관이람애초에 무슨 상관이람왼 신을 오른발에 신고오른 신을 왼 발에 신고희옥이는 저 혼자서 신나게 놀다가신발은 저만치 내팽개친 채법당 앞 마룻바닥에서 곤히 잠들었다순진무구한 어린 아이의 행동에서 시인은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의 미를 발견한다. 세상 살다보면 우리는 많은 굴레와 고리에 얽매이고 갇혀 얼마나 불편한 지 모른다.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어린 아이의 행동에서 시인은 가장 자연스러운 우주의 순리 하나를 발견하고 우리에게 건네주고 있다. 시인
201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