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일 아
서울대 병원 가던 날
병원 가로수로 우람하게 서 있는
은행나무를 보고
엄마, 이 나무 몇 살이야
글쎄 몇 백년은 자라야 이정도 굵지
나보다 오래 살았네
부럽다, 나무들은 오래 살아 좋겠다
발걸음을 옮기다가 또 한 아름 넘어 보이는
튼튼한 느티나무를 보더니
얘는 몇 살이야
못되어도 이백년은 되겠지
그럼 엄마보다 더 많이 살았네
나도 나무 할래
엄마도 나무 할래
어린 딸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면서 아이와 나눈 몇 마디 대화를 모티브로 한 시다. 유한한 인간의 삶이란 수백 년을 살아가는 나무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아이는 나무처럼 푸르게 오래 오래 살겠다는 말을 툭 던진다. 나무처럼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싶다는 표현이다. 생로병사의 인생사가 백년을 넘지 못하는 인간 생명의 유한성을 극복하려는 발상이 재밌고 인상적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