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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무 할래

등록일 2016-01-26 02:01 게재일 2016-01-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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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일 아
초등학교 삼학년 딸 아이 아파

서울대 병원 가던 날

병원 가로수로 우람하게 서 있는

은행나무를 보고

엄마, 이 나무 몇 살이야

글쎄 몇 백년은 자라야 이정도 굵지

나보다 오래 살았네

부럽다, 나무들은 오래 살아 좋겠다

발걸음을 옮기다가 또 한 아름 넘어 보이는

튼튼한 느티나무를 보더니

얘는 몇 살이야

못되어도 이백년은 되겠지

그럼 엄마보다 더 많이 살았네

나도 나무 할래

엄마도 나무 할래

어린 딸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면서 아이와 나눈 몇 마디 대화를 모티브로 한 시다. 유한한 인간의 삶이란 수백 년을 살아가는 나무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아이는 나무처럼 푸르게 오래 오래 살겠다는 말을 툭 던진다. 나무처럼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싶다는 표현이다. 생로병사의 인생사가 백년을 넘지 못하는 인간 생명의 유한성을 극복하려는 발상이 재밌고 인상적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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