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수 향
무명 속바지 서너 벌
오래 낀 실금반지도 하나 남겨 주지 않고
어머니 세상 뜨실 때 내 앞에
툭, 선물처럼 던져준 빈 손바닥 같은 것
한 해 농사 끝물에 남은
누런 논바닥 같은 것
회갑을 맞으며 쓴 작품으로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나타나 있다. 어머니가 남기고 간 소품들, 엑스란 내복 예닐곱 벌이며 무명 속바지 서너 벌이며 실금반지도 선물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면서 결국은 가장 큰 선물은 빈 손바닥이었다고 회상하며 부질없는 욕심과 욕망으로 점철되는 우리네 삶의 자세에 회초리를 대는 이 시는 매우 감동적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