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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아이를 배지 않겠다구요

등록일 2016-01-12 02:01 게재일 2016-01-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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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언 주
화분을 창밖으로 내어놓아요

아이 있던 자리가 젖고

아이 그늘 있던 자리가 젖고

빈자리에 빗방울들이

알을 슬어요

하늘이 뿌리는 씨알

흙 알갱이들이 간질간질 재채기할 때마다

화분 여기저기

씨알들이 튀어 올라요

하늘이 씨를 뿌려요

연못에 수련 씨를

텃밭에 장다리꽃씨를

길에는 빨노초 신호등 꽃씨를 뿌려요

내 안의 유리창에

알을 슬려고 빗방울들이 안달이에요

으깨진 채 수만 개 알들이 굴러 떨어져요

나는 하느님의 아이를 배지 않겠다구요

상상력을 동원해 시를 읽어야 시인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다. 조물주가 내리는 생명의 근원에 대한 배려는 빛과 빗방울이라는 가정에서 이 시는 시작한다. 비를 맞고 화분의 화초도 텃밭의 장다리꽃도 잎을 내고 꽃을 피운다. 그러나 시인은 비를 맞지 않으려 유리창 안에 있다. 시인이 삶 속에서 겪은 어떤 충격적인 일 때문에 화초나 식물들처럼 하늘의 은택을 받는 것에 대해 거부한다. 새생명을 잉태하는 자궁을 닫아걸고 유리창 안에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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