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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등록일 2016-01-25 02:01 게재일 2016-01-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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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 석
찬 길바닥이 밥자리다

별처럼 밥알들이 흩어져 있다 비둘기들 내려와 쫀다

어제도 여기서 먹었고 그제도 여기서 먹었다

밥 고봉은 높고 뜨겁고 희다

청국장 묽은 내음이 길바닥 낭자하게 물들이는데

열무김치와 김장김치 그릇 옆에 곤쟁이젓 반 종지

얇게 저민 더덕무침과 콩나물무침이 각각 한 접시씩

흙과 자갈 들 위에 놓여 빛나는

전화 주문에 제꺼 실어와선 길바닥에 부려 놓은 밥 쟁반

덮었던 신문지 걷어내 깔고 앉으면

여윈 몸 떨게 하던 추위조차 김 내며 그녀 에워싸고

노점 펴놓은 대지엔 봄꽃처럼 꽃핀 밥상이

또 한 상 가득 펼쳐지는 것이다

시인이 설정한 찬 길바닥은 우리가 살아가는 삭막하고 차가운 현실을 의미한다. 삶의 영위를 위해 차갑고 굳은 밥을 먹는 노점상 아낙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인은 문명의 냉정함을 드러내고 있다. 시리고 차가운 대지 위로 따스한 봄이 오고 있다. 시인은 이러한 서글픈 밥상을 마주한 노점상 아낙에게도 인생의 봄은 꼭 찾아오리라는 확신을 하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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