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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새벽

등록일 2016-01-08 02:01 게재일 2016-01-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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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재 호
우물에 잠겼던 지친 별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른 새벽 마른기침 소리가 마루 밑에 웅크린 어둠을 몰아낸다 녹슨 청동빛 신간들을 지탱해주던 희망과 절망을 지고 드나들었던 낡은 대문으로 조각난 아스피린 같은 새벽 달빛이 하얗게 내려왔다 누에처럼 실을 뽑아내던 밤벌레 울음을 풀숲에 내려놓는 시간 젖은 꿈을 지게에 지고 새벽 들길 나서는

아버지,

실루엣 한 장

미명 속을 걸어간다

우리 시대 이 땅 아버지들은 밤늦도록 일하고 들어와 쉬는둥 마는둥 잠을 자고 다시 새벽을 향해 걸어간다. 숙명처럼 고난의 길을 간다. 수많은 난관과 마주치며 질곡의 삶을 살면서도 세상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제 길을 간다. 그저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시대의 아픔을 몸으로 받아들이며 새벽 들길에 나서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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