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은 깨질 수 있지만좋아하는 것은 다만버려질 뿐이다파경(破鏡)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그러나10년 외길의 직장도짤리면 버려진다성서(聖書)엔아내 대하기를 깨진 그릇처럼 하라 했지만오늘의 식기는 대부분 일회용 종이컵순간의 뜨거운 물만 있다면오늘의 우리들은 누구나즐기는 컵라면이다문명의 이기(利器)라고 말하면 지나친 말일까. 스치로폼으로 만든 컵라면의 그릇은 편리하기 짝이 없지만 사용하고 난 뒤 폐기해야하는 물질에 불과하다. 시인은 컵라면 이야기를 하면서 평생직장에서 쫒겨난 사람도 잘리고 버려지는 안타까움을 비판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사랑도 일회용그릇처럼 취급되고 현대문명속 온갖 것들이 그렇게 용도폐기되면 기억도 없이 없어져 버린다는 사실을 야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시인
2016-01-05
어스름 시골 마을눈이 내린다정류소 간판도 없는주막 추녀에막차를 기다리는겨울 나그네어둠이 다가오는이런 길에 서면잃어버린 고향이다시 서러운데배꽃 같은 눈이펄펄 내린다어쩌면 노시인은 겨울 나그네가 되어 어둠이 다가오는 눈 오는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지 모른다. 언젠가 떠나야 하는 이승에서의 눈 내리는 길을 바라보면서 잃어버린 고향도 고향사람들도, 그들과 함께한 아름다운 서사들도 가슴 속에 아슴아슴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고요한 평화경 하나를, 노시인의 생을 관조하는 깊은 눈빛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시다.시인
2016-01-04
너는 지금 나와 함께 적송 기울어진 언덕 구름 속을 달리고 있는 이 저녁을 세상 마지막날까지 갖고 가리라. 너는 자전거를 타고 나는 걷고 있다. 새로 지은 뒷집 건너 뒷집 똥개 두 놈이 내가 발을 뗄 때마다 정확하게 두 번씩 짖어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천천히, 그 담장 아래서 쟁반을 돌리고 있는 접시꽃 곁을 지나간다. 그 곁에는 털이 송송한 강아지풀과 시들어 버린 쓴냉이들이 붉은 노을에 얼굴을 적시고 있다. 이 골목을 따라 산그늘에 이르면, 새로 이사 온 네 반 소라네 집 인정 많은 가족들과 함께 사는 산닭이 다 된 토종닭과, 그들의 손때 묻은 고구마 감자 파 고추 참깨가 농장이 있다. 페달에 힘을 주는 네 발이 규칙적으로, 때로 불규칙적으로 달리는 내 발과 같은 역학으로 굴러간다.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날아오를 듯이 너무나 즐거워하는 너는, 구르는 바퀴 아래 툭툭 튕겨나가는 돌멩이 한 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굴러가는지 관심이 없지만, 지금 너를 둘러싸고, 너를 이루어가고 있는 어느 한 순간도 그리움 아닌 것 없는 날이 곧 오리라.어린 아들과 자전거를 타면서 소리없이 가만히 아이에게 말하는 형식을 취한 이 시는 따스하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삭막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 소박한 시골의 가장자리를 페달 밟아 돌면서 지금의 이 평화로운 삶의 여건들이 언젠가는 그리움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는 걱정스러움도 섞여있다. 사람다운 삶을 담아내고 있는 지금의 따스하고 정겨운 전원에서의 맛과 멋을 가만히 아이에게 일러주는 것이다.시인
2015-12-31
감자를 캐는 밭벼논을 향해 집개가 짖는다팔월 벼 자라는 소리에개가 아는 체한다는 곁의 어머니 말씀그 고요와 사랑이 만들어내는소란의 맨얼굴을나보담도, 줄기를 끌어당길 때마다숨겨진 얼굴들 속속 딸려 나오는 걸 솔깃해 하는 나보담도멍청하게 먼 곳만 쳐다보는 듯한 네가 더 잘 알고 있다니늙은 개가 짖어댄다고요와 사랑이 소복하게 담겨있는 동화 같이 재밌는 시다. 개짖는 소리가 요란한데 어찌 시제목을 고요 이야기라고 했을까. 씨 뿌린 논밭에 비 내리고 햇빛을 받아 식물들이 쑥쑥 자라 소담스런 결실에 이르는 시간은 요란하지 않다는데 착상한 시인은 식물 이야기를 하면서 요란하게 성장하고 요란하게 살다가 요란하게 죽는 인간의 한 생에 대한 것을 빗대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5-12-30
길에도 등뼈가 있었구나길의 등뼈인도 한가운데 우둘투둘 뼈마다샛노랗게 뻗어 있다등뼈를 밟고저기 저 사람 더듬더듬 걸음을 만들어내고 있다밑창이 들릴 때마다 나타나는생고무 혓바닥거기까지 가기 위해선남김없이 일일이 다 핥아야 한다비칠, 대낮의 허리가 시큰거린다온몸 핥아야할 뼈마다내 등짝에도 숨어 있다우리는 끝없이 걷는다. 시인은 걷는다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길의 등뼈라는 표현은 길이라는 실존을 인정하면서 장애인의 걷기와 자신의 삶의 길 걷기를 연민의 눈으로 풀어내고 있다. 온 힘과 마음을 기울여 걷는 장애인들의 길 걷기에서 수월하게 대충대충 걸으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길 걷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이 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시인
2015-12-29
겨울 금호강에서 그에게 편지를 썼다등에 업혀 새록새록 잠들다가어두운 강물 속으로 사라져간 개밥바라기하얗게 얼어붙은 강 어귀에서모닥불 지펴놓고 그를 기다렸다한참 뒤, 폭설 내려와강의 제단에 바쳐지는 눈발 부둥켜안고모래톱 돌며 제를 올렸다눈 그친 서녘 하늘에 걸린 초롱불 하나어린 아이의 죽음에 대한 가슴 아픈 심정을 풀어내는 눈시울이 뜨거워져 오게 하는 시다. 그를 위하여 제를 올리며 어두운 강물 속으로 사라져간 어린 영혼은 소멸이 아니라 서녘 하늘에 떠오르는 초롱불 하나로 부활한 것이라 믿으며 엄청난 슬픔을 극복하는 시인의 따스한 마음이 매우 감동적이다. 시인
2015-12-28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빈집에는 빈 것들이 가득 고여있다. 그의 의식이 갇혀있던 빈집에는 잃어버린 사랑도 눈물도 열망으로 들떴던 가슴도, 그리움을 물고 창밖에 떠돌던 겨울 안개들도 이제는 모두 떠나버린 공허한 메아리만 남아있는 허허로운 공간이다. 시인은 그것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빈집에 갇혀 그 열망의 시간들을 쓸쓸히 바라보며 가만히 자기에게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5-12-24
종일 저 혼자등 돌려 놀던 적막이문을 열면 쪼르르치마폭에 감긴다한마디 투정도 없는이 하루가 기특하다힘겨운 하루 일을 마치고 무거운 어깨로 문을 열면 가만히, 가득 고여있는 적막이 반겨주는 쓸쓸한 시인의 퇴근 즈음을 본다. 한마디 투정도 없이 하루를 혼자서 견디고 견딘 시간들을 가슴에 담아내고 있음을 본다. 우리네 한 생의 많은 순간들이 이런 쓸쓸한 퇴근 같은 시간들은 아닐까. 쓸쓸한 늦가을 숲을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지독한 쓸쓸함 같은 것을 가슴으로 담아내는 우리의 한 생은 어쩌면 시인이 가만히 펴 놓는 이 짤막한 몇 줄의 시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느낌 같은 것은 아닐까. 시인
2015-12-23
네가 웃을 때 헤아려 보니흰 이빨이 열두 개 보인다잇몸이 드러나고그 중 한 개가 덧니구나네가 웃을 때네 큰 입보다쌍꺼풀 낀 네 눈이더 슬프다네 큰 입술 사이로 보이는열한 개의 사랑의 시와단 한 개의 절망열두 개의 이빨 중에서 빗나간 모양의 덧니를 절망으로 보고 나머니 열한 개를 사랑의 시라고 표현한 인식에서 시인의 세계관을 엿본다. 시인은 정상적인 이빨에서 희망과 사랑을 느낀 시인은 삐뚜룸히 박힌 한 개의 이빨에서 절망을 읽는다. 워낙 불구의 사고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정도를 추구하는 반듯한 시인의 세계관에 깊이 동의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
2015-12-22
진하다 추령재 넘다가우연히 들른 백년찻집에서마시는 대추차한 잔내 사랑도 이랬으면 좋겠다비바람, 소나기, 천둥번개주는 대로 받아먹고 붉어진대추 몇 알이 우려낸이 진한 맛경주 보문관광단지에서 감포로 넘어가는 길에 추령고개가 있다. 일명 관해동고개라고도 하는데 지금은 터널이 생겨 쉬 넘어갈 수 있지만 굽이진 옛길 그 고개마루에 백년찻집이 있다. 봄꽃과 가을 단풍이 고운 거기서 시인은 대추차 같은 은근하고 진한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시련에도 단단히 매달려 붉고 맛스러움을 가득 품은 붉은 대추를 우려낸 차 한 잔에서 시인은 그런 깊고 그윽한 사랑을 염원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이다. 시인
2015-12-21
국졸인 그는 우동배달과 도배공그리고 막노동판의 삽자루처럼 굴러다녔다마침내 그는 눈을 떴다월사금 미납으로 교실에서 쫓겨나운동장 한귀퉁이에서나무꼬챙이로 땅그림을 그리며 울던아프고도 아련한 기억은이제 더 이상 추억이 아니다그는 그린다 조각도로 파고먹으로 찍고 붓으로 칠하기도 하면서 밤을 새운다거친 손과 강철 같은 근육질의 정서로노동자계급의 영혼을한 화가의 암울했던 어린 시절과 그 힘겨웠던 시간들을 극복하고 이제는 어엿한 화가로 우뚝 선 인간승리의 서사를 잔잔한 감동과 함께 읽는다. 시인이 살아가는 시대는 가진 것 없는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엔 그리 녹록지 않은 자본의 시대다. 시인은 정하수라는 한 화가의 인생역정을 소개하면서 시인이 줄기차게 추구하고 염원해오는 사람다움이 물결처럼 흐르는 세상을 염원하고 기다리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음을 느낀다.시인
2015-12-18
여기 올 때도캄캄한 길을 혼자 왔다아흔의 냇물을 건너자홀몸으로 바람에 굴러간 누님이 세상 업고 떠도는 고행이었다어머니처럼지글 지글 타는사막 한 가운데서길 없는 길을 찾아 헤매는순례자였다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가는외로움 하나시방 쌍계사 불이문을막 넘어서고 있다망망한 대해 혼자 가는 길바람만 어지럽게 불고거친 세파와 맞서며 살아온 노시인이 생을 관조하는 깊은 시심이 녹아있는 시다. 생이 온통 고행 투성이고 캄캄한 길이며 그 길을 건너는 우리네 인생은 사막을 건너는 순례자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많이 가졌더라도 결국은 훌훌히 다 벗어던지고 혼자가는 외로운 길이 인생길이라는 시인의 말이 잔잔하게 가슴에 스며드는 아침이다.시인
2015-12-17
버릴 옷들이 수북하다 늘어지고 색 바랜헐렁해진 이력들이 한 짐이다삶이 짐 투성이었는지짐이 삶의 중력이었는지한풀 꺾인 열기가감나무 잎사귀로 숨어드는가을, 비울 일로 가득한아침 식탁처럼별 그럴 만한 것도 없이 수고로운 날들무얼 어쩌겠다고이 많은 허물 껴입었는지……나는 또 갈팔질팡이다무언가 내려놓는 일이아직 수월치 않다……부려야 할 짐과 다시 지고 갈 짐 사이에서시인은 가지의 열매들도 이파리들도 모두 떨어져 자기를 비우는 가을나무들을 보면서 깊은 사색에 빠져든다. 색 바랜 헌 옷가지들이며 살면서 닥지닥지 붙인 헐렁한 삶의 이력들을 내려놓고 부질없는 욕망의 삶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시인의 인식에 깊이 동의하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욕망으로 껴입은 허례허식의 옷가지들도 보잘 것 없는 생의 이력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나씩 벗어던지고 어디에 진정한 생의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봄 직하지 않는가.시인
2015-12-16
감을 딴다높은 사다리 타고 올라가긴장 속에붉은 태양을 딴다툭! 툭!내 몸에서 소리가 난다맑고 깨끗한 가을의 노크 소리발아래문득뱀 한 마리가 지나간다섬짓하다높은 사다리 타고 감을 따는맑은 오후나는 긴장 속이지만감을 따는 순간은은밀하고 향그롭다감은 오늘의 행복이다가을의 저 타는 입술혼자 탐닉한다아주 평화로운 그림 한 장을 본다. 높은 가지 끝에 매달린 감을 따면서 시인은 향그러운 가을의 향기를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시린 봄날의 맵찬 바람을 견디고 폭풍우 몰아치던 거친 밤을 지나고, 불볕 쏟아지던 한여름의 대낮을 견디고 발갛고 탐스럽게 익은 감처럼 한 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시인은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인고의 시간들을 지나 성숙한 결실에 이른 감처럼 우리네 한 생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시인
2015-12-15
달, 저 달을싸리울에 묶어본다허름한 말뚝에 매어본다그러면 달은 짖는다짖어 푸른 밤이 된다나는푸른 밤 속으로 들어간다들어가 묶어둔 달을 풀어준다(….)이내 나는 허우적거릴 것 같아허우적거리다가 지붕과 함께잠겨버릴 것 같아익사 직전의 구조 요청을누군가에게 하게 되고달, 저 달은 날 가둔다. 바다 한가운데가두고고백하라. 반성하라 고문을 해온다푸근하고 아름다운 달밤의 정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시인이 달을 싸리울에 묶어 보기도 하고 말뚝에 매어 보기도 한다는 표현이 재밌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연을 즐기고 있음을 본다. 달을 포박한다는 부분에서 그 재미는 더해진다. 새로운 시각에서 자연의 감흥을 찾아가는 시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인
2015-12-14
서쪽 하늘가에새초롬이 떠 있는 초생달손에 잡힐 듯 걸어둔내 딸의 눈 밑 애교살이청자 쟁반에 아로새긴 듯선명하다안부를 전하듯가끔 짧은 밤을흔들고 가는 바람딸의 미소가허공에 분분하다서쪽 하늘가에 새초롬히 떠 있는 초생달은 슬하의 고명딸 같이 애처럽고 예쁘다. 엄마의 마음은 그렇다, 늘상 보는 딸아이지만 안부가 궁금하고 그 사랑스러움이 이렇듯 절절하다. 청자 쟁반에 새겨진 무늬처럼 딸아이의 고운 모습이 선하고 그리운 것이다. 이게 이 땅 어미들의 마음이다. 잠잠한 감동을 거느린 고운 시가 아닐 수 없다.시인
2015-12-11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운명적인 겹침이 생길지도 모른다는불안을 너는 잘 견뎌내었다 물리적으로 먼 거리는 때로 심정적으로가까운 거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달은 지구의 주위를 빙빙 돌며 지켜보았다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위해고투하는 그들의 모습이 약간은 아름다웠다도저히 만날 수 없는 운명적 거리를 지구와 태양의 거리와 일식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달의 시선으로 지구와 태양을 바라본 느낌을 그리고 있다. 온전히 만날 수도 영원히 헤어져 있을 수 밖에 없는 가슴 아픈 사랑에 대해, 우리네 한 생이 그렇게 점철되어간다는 것을, 그 한스러운 운명적 사랑에 대해 담담하게 다가서고 있다.시인
2015-12-10
인간의 마을에서 살고 싶었다집도 없고 절도 없던 그대, 아내를 만나벽체를 이루고 지붕이 되어비바람을 막듯이 낙숫물을 받듯이체온을 나누며 미움도 쌓으며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었겠지돈이 있어야 했다돌아버리지 않으려면아옹다옹 다투며 아득바득 부대끼며체온을 나누며 음식을 나누며살고 싶었으나가족이여우리(柵) 허물어진 가축들이여그대 지금 미칠 도리밖에 없는….삼국유사에 조신의 설화가 있다. 승려였던 조신은 꿈 속에서 인간적으로 꿈꾸던 욕망의 삶을 살다가 잠에서 깨어나 그 모든 것이 허망하고 허무한 것임을 깨닫고 구도에 정진했다는 설화다. 시인은 그 조신설화를 바탕으로 시를 전개하고 있다. 맞다, 돈 없으면 가축과 같은 삶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음이 현재의 문명현실이고, 그것을 극복하려면 재화를 얻기 위해 온갖 굴레에 갇혀 고생 고생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하는 시적 인식에 깊이 동의하고 싶다. 시인
2015-12-09
나리들은 술집에 가시면 주로폭탄주를 드신다고 들었다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다곁에는 육방 찰방에 목탁 서넛에춘향 모녀까지 증인삼아 앉히고폭탄주를 돌린다고 들었다충분히 이해하고 남을 말이다하시는 일 마음대로 안되고속이 오죽 폭폭하시면자폭을 기도할까 경배하고 싶다그리고 기다린다 부디 한 소식슬프건 기쁘건 또는 우습건불구의 시대를 향한 야유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재밌는 작품이다. 나리들로 불려지는 높은 분들의 술 문화를 리얼하게 보여주면서 비웃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원한 한 소식을 듣고 싶어 하고 있다. 의무만 강요 당하고 권리를 찾지 못하는 민초들의 삶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하고, 시원하게 해줄 희망의 한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도 한 것이다. 시인
2015-12-08
밤새 앓는 저 몽돌 움튼 자리는민박집에 흐드러지던 큰 왕벚꽃나무내 삶도 그러려나 목젖이 쓰리어지난 봄 풀어진 꽃잎 쓸어 대창에 엮어바닷가 햇볕 속에 널었던 것인데어느새 그 꽃들 저렇게 말라날 밝도록 오징어떼마냥 퍼덕이고 있다마흔토록 삭지 않는 내 가슴 몽돌도내년 봄쯤 저렇게 출렁일 텐가파도 속에 하얗게 파묻혔다가도못 잊는 이야기되어 다시 필 텐가민박집에 흐드러지게 피어났던 왕벚꽃이 시들고 말라버린 흔적을 보고 시인은 세월을 느끼고 있다. 잘브락잘브락 물결에 밀리는 몽돌도 세월을 견디며 조금씩 몸을 줄이고 있을 것이고 마흔이 넘도록 가슴에 담아온 그리움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허망하게 혹은 뒤돌아보지 않고 쏜살 같이 가버리는 것이 세월이다. 시인
2015-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