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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그 뒤 학동에는

등록일 2015-12-07 02:01 게재일 2015-12-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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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 우
밤새 앓는 저 몽돌 움튼 자리는

민박집에 흐드러지던 큰 왕벚꽃나무

내 삶도 그러려나 목젖이 쓰리어

지난 봄 풀어진 꽃잎 쓸어 대창에 엮어

바닷가 햇볕 속에 널었던 것인데

어느새 그 꽃들 저렇게 말라

날 밝도록 오징어떼마냥 퍼덕이고 있다

마흔토록 삭지 않는 내 가슴 몽돌도

내년 봄쯤 저렇게 출렁일 텐가

파도 속에 하얗게 파묻혔다가도

못 잊는 이야기되어 다시 필 텐가

민박집에 흐드러지게 피어났던 왕벚꽃이 시들고 말라버린 흔적을 보고 시인은 세월을 느끼고 있다. 잘브락잘브락 물결에 밀리는 몽돌도 세월을 견디며 조금씩 몸을 줄이고 있을 것이고 마흔이 넘도록 가슴에 담아온 그리움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허망하게 혹은 뒤돌아보지 않고 쏜살 같이 가버리는 것이 세월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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