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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의 무릎

등록일 2016-01-11 02:01 게재일 2016-01-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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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 희
나무들이 지상에 초록 등뼈를 세우고

물속에 수초들이 유리 성을 짓는 동안

그녀는 낮은 땅에 얼굴을 대고

떠나간 사람들이 땅속에서 보내오는

소리를 들으며 깊은 슬픔에 잠겼었다

어느 나이가 되면

결혼도 자식도 버리고 집을 떠나

마치 부처처럼 가벼운 몸을 만든다는

천산 고원의 사내들처럼

봄이 무르익을 즈음

그녀는 꽃도 의자도 버리고

노랗고 오묘한 미소를 호흡 속에 모으고

가벼이 일어섰다

이 시에서 민들레는 여성성을 간직한 존재다. 세상이 남성 위주의 세속적 욕망의 세계라고 규정하고 여기에 반하게 가장 낮게 엎드린 민들레는 가엾은 영혼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타인을 위한 배려와 사랑의 홀씨를 가만히 퍼뜨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구도마저도 남성의 몫이 된듯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부드러우면서도 칼날진 메시지가 이 시에 깔려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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