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영 철
여한은 없으되
막잔으로 맛있는 술 한 모금 하고
술빚 다 못 갚은 동무들 이름 적어 보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몇 줄 안부도 적어 보다
오늘은 모래펄 넓은 귀퉁이
저녁 해의 당부를 받아 적었다
골고루 따스하게
너희 모두를 비추지 못해 미안하다며
나 가고 없더라도
춥고 어두운 밤
서로 데우고 밝히며 살아가라고
구불렁구불렁 써놓은 글씨
모래펄 한 페이지를 다 채웠다
다대포 갯벌은 치열한 삶의 현장을 지칭하는 듯하다. 평생을 노동으로 살아온 늙은 사내가 술에 취해 함께해 온 친구들에게 유서를 쓰는 형식을 빌려 서로 배려해 주고 도와주고 뜨겁게 함께하는 삶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피력하고 있다. 아무리 춥고 어두운 갯벌 같은 세상이라 할지라도 서로 비춰주고 서로 데우며 살아간다면 사람 살만한 세상이 반드시 오리라는 시인 정신이 오롯이 나타난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