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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어떤, 생태행위-살금살금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포항의 대안공간 ‘space 298’에서 ‘어떤, 생태행위’라는 콘셉트로 2022년 하반기 릴레이 전시를 하고 있다.첫 전시는 판화작가 이윤엽의 ‘둥질(nesting)’이다.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7일까지 진행된 이번 전시에서는 판화, 드로잉, 회화, 오브제 설치, 공동체 미술 등 다채널에서 활동하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이윤엽의 다양하고 다채로운 면모를 담담하게 조명하였다.경기 수원 원천(현재 광교신도시), 화성 목리 창작촌(현재 동탄 신도시), 평택 대추리(현재 캠프 험프리스), 그리고 현재 안성 남풍리에 정착하기까지 지역의 변화와 삶의 행복과 지속의 문제는 이윤엽 작업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윤엽은 그가 만난 사람들, 이웃이었던 사람들, 그들의 힘, 같이 먹은 밥, 농사짓는 땅, 같이 겪어 낸 계절을 그린다.이번 전시 안내책자에 둥질은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여 공동체를 꾸리며 진화해가는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삶의 과정과 양상을 일컫는다’고 한다. 진화를 한다는 말에 ‘어떻게?’라는 의문이 생겨 오래 전시를 둘러보고 책자를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그러다가 나는 ‘왜가리’란 작품에 붙인 작가의 글에 꽂혔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진화’이야기를 들려주는 삼촌을 만났기 때문이다. 망치자루가 녹아내리는 목판에 ‘일자리가 녹고 있다’는 제목을 붙이고서는 ‘그게, 포스트 휴먼이에요?’라는 글을 보태며 미래의 인간에 대한 담론에 못질을 하더니 ‘왜가리’에서는 ‘인간이 새와 이렇게 한통속일 수 있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진화 된 인간, 포스트 휴먼을 퍼포먼스로 보여준다.상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작가가 우유를 사러 시내에 가다보니 논에 왜가리가 가만히 서 있는 걸 보았는데 미꾸라지나 개구리를 기다리려니 하고 지나쳤는데 올 때보니 그대로여서 뭔가 수상쩍었단다.가만히 보니 다리에 줄이 감겨서 날아가지 못하고 있더란다. 그래서 풀어주려고 다가갔는데 왜가리가 웬 짐승이 자신을 공격하는 줄 알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어 근처에 가지를 못했다. ‘어떻게 할까’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왜가리처럼 가만히 서있기로 했단다. 한걸음 다가가서는 또 가만히 서있고, 또 한걸음 다가서서는 서고 그렇게 살금살금 조심조심 다가가니 왜가리가 공격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줄을 풀어줄 수 있었고 왜가리는 푸드덕거리며 날아갔다는 이야기다.전시를 기획한 이병희 space 298 디렉터가 말하는 이윤엽 작가의 작업특징은 ‘리더미컬한 자율’이라고 한다. 아, 맞네. 살금살금, 조심조심. 얼마나 리더미칼한가! 그리고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자신이 우연히 발견한 일에 가담한 것 아닌가!리드미칼한 자율적인 움직임으로 그는 왜가리와도 한통속인 인간으로 진화해 인간들이 버린 줄에 구속된 왜가리의 줄을 풀어 주었으니 ‘어떤 생태행위’가 아닌가! 심지어 ‘고마워요’라는 왜가리의 인사말까지 들었다고 생각한다니 얼마나 행복했을까!이렇게 잘 이해가 되는 전시라니! 나는 집으로 돌아와 그가 운영한다는 유튜브에서 띵까 띵까 춤추며 작업시작 준비운동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아하 인간의 진화가 쉽네’라고 생각했다.지구가 불타고 있다. 기후위기가 아니라 지구가열이다. 가뭄을 보라, 폭염을 보라, 폭우를 보라. 산불을 보라, 태풍을 보라. 고래 뱃속을 보라. 바다가 화가 났다. 인간이 욕망을 줄이고 ‘공생하는 인간 호모심비우스’로 진화하지 않으면 2050 탄소중립을 이뤄내지 못하면 여섯 번째 대멸종, 6도의 멸종이 올 것이다는 온갖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바닷물 수위가 올라가니 바닷가나 지하, 지상 1층의 부동산은 구입하지 말아야하나? 이 암울한 지구에 내가 내 자식들을 살게 할 수는 없으니 결혼과 출산은 고려해 봐야하나? 그래도 이 정도에서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야. 그렇지 않다면 정말 큰 일이잖아’우리가 답답해하고 있는 그런 지점에 이윤엽 작가는 ‘뭐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아’라며 시큰둥하니 우리 앞에 왜가리판화를 내밀어 보여준다. 고도성장 이후의 우리의 삶이 우리인간이 진화해 가야할 하나의 방향을 본 것 같아 반갑고 고맙다.작고하신 이어령 선생은 마지막 노트에 지금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눈물 한 방울’이라고 쓰셨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타인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 인간의 따스한 체온이 남아있는 눈물. 인간은 이미 피의 논리, 땀의 논리를 가지고는 생존해갈 수 없는 시대를 맞이했다”며 눈물은 ‘희망의 씨앗’이라고 하셨다.눈물 한 방울로 뜨거워진 지구를 식힐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 그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인간은 살금살금 다가가서 고래의 지느러미에 걸린 그물을 풀어주고 바다사자 목에 걸린 줄을 풀어줄 수 있는 인간으로 진화할 것이다. 살금살금, 찔끔찔끔, 우리도 그렇게 매일 조금씩 진화했으면 좋겠다.

2022-09-18

‘신재생에너지 축소’는 기업경쟁력 포기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지난 8월 30일 윤석열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이 발표되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마다 수립되는데 이번에 발표된 초안은 전략환경영향평가, 관계 부처 협의 등을 거친 뒤 올 연말께 확정될 예정이다.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요약하면, ‘원전 확대, 신재생에너지 축소’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기본계획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 시절 내놓은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완전히 뒤집은 것으로 평가된다. 2021년 9월 30일 발표한 NDC 상향안에서는 신재생에너지가 30.2%로 가장 높게 설정됐고, 그다음 원전 23.9%, 석탄 21.8% 순이었다. 그런데 8월 30일 발표된 기본계획 초안에서는 원전이 32.8%로 8.9%포인트 늘어났고, 신재생에너지는 8.7%포인트 줄어 21.5%가 되었다.신재생에너지가 대폭 감축된 것은 한국 지형 특성상 태양광·풍력설비 등을 대폭 늘리기 어려운 데다, 원전 대비 불안정한 비용 문제, 발전 설비 인근 주민들의 거부감 등이 고려됐다고 한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와 송배전망 건설비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독일을 예로 들어서 국제적인 신재생에너지 비중 증가 속도를 살펴보자. 독일은 199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1.0%다. 2000년에 들면서 6.6%이던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020년에는 44.9%까지 올라갔다. 독일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는 65%이고 2050년에 8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영국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000년 초 2.7%에서 2020년 42.3%까지 증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0년 1.5%에서 2020년 6.4%로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독일은 매년 250억 유로 즉, 34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여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선진국과 우리나라와 신재생에너지 격차는 현재 무려 20년에 달한다.유럽 여러 국가가 신재생에너지 공급에 집중하는 이유는 RE100(신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하는 글로벌 캠페인) 때문이다. RE100은 각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 기업들이 국제단체와 함께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기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거래 기업도 100% 신재생에너지를 쓰도록 하겠다는 자발적인 협약이다.벌써 30여 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했고, 주요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2027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EU에서는 2026년부터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을 실시하여 EU로 수출하는 국가에 탄소국경세를 징수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미국도 곧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우리나라는 무역이 GDP에서 60%나 차지할 정도로 해외교역을 통해 먹고사는 나라다. 따라서 RE100이든, CBAM이든,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될 수 있는 나라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22% 넘어선 미국조차 향후 하나의 완결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468조 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 돈은 태양광·풍력에 대한 투자, 새로운 송·배전망 구축, 전기 충전소 신규 건설, 전기자동차 보조금 지원 등에 소요되는 자금이다.이런 국제적인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전 정부에 비해 오히려 축소하는 것은 충격적이다. 요즘 산업현장에 가보면 대부분 기업들이 RE100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인데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는 곳은 거의 없다. EU에서는 2026년부터 발효하기로 한 CBAM을 2025년으로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있고, 미국도 곧 시행할 태세여서 조만간 우리 국가 경제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는데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외면하는 것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우리나라 지역 특성이 신재생에너지 축소 이유로 거론된다고 하는데,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독일의 경우 국토의 대부분이 위도 50° 이상, 우리나라는 위도 38° 이하에 위치해 있어 햇볕 양이 우리나라가 훨씬 풍부하다. 우리나라가 하루 평균 햇볕을 쬘 수 있는 시간은 약 3.9시간이고, 독일은 약 2.8시간에 불과하다.풍력에너지도 한국은 3면이 바다로 형성돼 있어 독일에 비해 비교적 풍부한 나라이다. 부지 또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으로 표현되는 오랜 농경 정책을 유지하다 보니, 식량안보라는 이름으로 농지에 태양광을 쉽게 설치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할 부지가 부족할 뿐이다.한국환경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주요국이 신재생에너지를 25%씩 증가시키는데 17년~30년 걸린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부터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2배 내지 3배의 속도로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해야 겨우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한다.이제 신재생에너지 시대를 맞아 자원 빈국인 우리가 ‘신재생에너지 자립’만큼은 반드시 이뤄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자립’을 위한 충분한 햇볕과 바람, 토지가 있다. 선진국이면서 제조업 강국인 독일을 모델로 해서 최단기간 내에 ‘신재생에너지 자립’을 달성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국제무역을 통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윤석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축소는 기후 위기 대응과 기업의 수출 경쟁력까지 동시에 포기하는 정책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2022-09-18

내부 총질과 수박 논쟁도 필요하다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국민의힘 당 내부 총질문제가 당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격려 메시지와 체리 따봉이 당의 내홍으로 번지고 있다.윤리 심판원의 6개월 징계로 정치 생명이 끝날 것 같았던 이준석 당 대표의 정치적 생명은 일단 연장되고 있다. 사법부의 가처분 인용 이후 의원 총회는 5시간이나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당규를 개정하여 새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방침으로 당 내분은 일단 봉합되었다. 안철수, 조경태, 하태경, 윤상현 등 당내 중진들은 새로운 비대위 구성에 반대하고, 권성동 원내대표의 우선 사퇴를 주장하고 있어 당내 반발은 심상치 않다. 긴급 의원 총회의 무기명 비밀 투표 없이 거수로 통과시킨 결정을 절차상의 문제라는 비판도 따랐다.당 대표의 징계가 형식은 성상납 무마의혹이지만 대선시의 내부 총질에 대한 응징임은 분명해지고 있다. 새 비대위 구성과 이준석 대표의 또 다른 가처분 신청이 여당의 내홍으로 이어질 전망이 높다.민주당도 지난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수박 논쟁’으로 내부 갈등은 심각하였다. 이재명 후보의 승리로 내홍은 표면적으로 진정되었으나 앞으로 재연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명 강성 지지층은 상대 후보측을 ‘수박’에 비유하여 힐난하였다. 겉이 푸른 수박을 깨보니 속은 붉어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상대를 빗댄 용어로 사용한 것이다. 상대 후보인 친낙 측의 정체성을 비난하고, 이를 친명 측의 팬덤 정치 강화에 활용한 것이다. 이러한 상대의 선명성을 비난하는 전술은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과거 사꾸라 논쟁과 같이 야당사에 종종 등장했던 정치 술책이다. 과거 군부 권위주의 정권시절 민주당내에서는 상대측을 ‘낮엔 야당, 밤엔 여당’하는 사꾸라로 비난하였다. 또한 정치적 라이벌을 2중대라고 비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정체성 논쟁에서 비롯된 것이다.여야의 내부 총질과 수박논쟁을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는 다를 수 있다. 내부 총질을 당하는 측에서는 그것은 당의 분란이며 선거의 패배 등 해당행위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를 겨누어 총질하는 입장에서는 그러한 행위를 당 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애당행위로 강변한다. 수박 론 역시 당 구성원들의 상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지만 정당내 공개적 토론을 통해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 해당행위로만 볼 수 없다. 그러므로 내부 총질이나 수박 논쟁 등도 당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문제제기로 수용해야 할 사안이다.민주적 정당이라면 당내의 다양 다기한 주장과 문제제기는 폭넓게 포용하고 수용해야 한다. 현대의 정당은 대체로 당권파와 비당권파, 정책면에서는 강경파와 온건파, 매파와 비둘기파로 나뉘어 대립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당 내부의 총질도 수박 논쟁도 그것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단죄할 것이 아니다. 당의 민주적 용광로에서 제련되어 합리적 정책으로 승화되어야 할 문제이다.우리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정당간의 정권 교체를 두 번이나 성공한 민주화의 상징 국가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당정치는 아직도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의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내부 총질에 따른 젊은 당대표에 대한 가혹한 징계도 한국 정당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우리정치가 그간 제도적 민주화에는 성공했으나 정당정치의 민주적 질서는 수립하지 못한 결과이다.과거 3김 시대의 보스 정치, 줄서기 정치, 카리스마 정치 시대도 종식된 지 오래지만 우리 정치인들은 아직도 상부의 눈치를 보는 줄서기 정치에 익숙해 있다. 우리의 비민주적 정당 정치는 당 발전을 위한 용기 있는 제안마저 ‘내부 총질’로 오해받고, 상대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수박 논쟁으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정당의 활동까지 정치적으로 해결치 못하고 사법부의 심판 대상이 되는 현실이다. 이 모두 우리의 수직적인 경직된 권위주의적 정당 구조의 산물이며 우리 정치문화의 한계 때문이다.여야는 이번 사태를 당내 민주주의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집권 초반의 지지율 하락이나 집권 여당의 대혼란도 대통령에 기댄 당권 파, 윤핵관이 자초한 비극이다. 30대 당 대표에 대한 대통령과 당 관료의 누적된 냉소적 태도가 사태를 더욱 키웠다. 시대정신과 여론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우리의 정당정치는 아직도 과거의 보스 정당시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는 당료의 오만과 국회의원들의 침묵의 카르텔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공천을 의식하여 당 지도부나 상부의 눈치만 보면서 복지부동하는 의원들의 태도는 결코 당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내분의 수습을 위한 의원 총회에서부터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는 허심탄회한 토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정당은 결코 위로부터 정해진 방침이 관철되는 관료기구가 아니다. 늦었지만 당의 논의 구조부터 민주화시켜야 바람직한 당의 진로가 결정될 것이다.

2022-09-04

흔들리는 철강도시 포항, 시민 응원 절실

이금옥 PHP(포스코 우수공급사) 협의회 대표 포항시는 명실상부한 철강도시이다. 1968년 포항제철 설립 이후, 많은 철강업체들이 포항제철을 따라 포항에 모여들었고, 그 결과 포항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굴지의 철강기업들을 보유하게 되었다.현재 포항의 철강 관련 기업은 350여 개에 달하며, 철강업 종사자는 약 3만 명에 육박한다. 철강산업이 포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반세기 포항 경제의 주축 역할을 해왔던 철강 산업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철강 제품 수요가 줄고,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다 고물가·고유가·고금리의 ‘3고(高)’ 현상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 경기가 둔화되자 철강산업도 타격을 피해 가지 못하는 상황이다.철강 시황이 좋지 않은 만큼 포항철강 공단에도 불황의 먹구름이 감돌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반 경기 악화 여파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른 고비가 온 것이다. 포스코를 비롯해 철강공단에 설비·자재를 납품하는 공급사들의 사정도 심각하다. 실제로 포항지역 내 철강 관련 기자재 공급사들은 매출 감소와 이로 인한 고용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포항철강공단 내 업체들의 가동률은 87% 수준이었다.수주가 줄어들자 휴업, 폐업한 공장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철강공단의 상시 고용인원도 전년 6월 대비 200여명 감소했다. 철강업체들에 납품하며 수익을 얻는 공급사들은 덩달아 허리띠를 졸라매며 불황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과 포스코가 한마음이었던 과거에 대한 향수가 그리워진다. 2006년 포스코가 해외로부터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될 위기에 처했을 때 포항 시민들은 몸소 주식갖기운동을 펼치는 등 ‘지역기업 지키기’에 매진했다. 당시 포항시민들의 마음에 포스코 직원들만 눈시울을 붉힌 것은 아니었다.포스코에 납품하는 공급사도 지역사회의 간절한 움직임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포스코가 지역 경제, 나아가 한국의 소·부·장(소재, 부품, 장치) 산업 발전과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그런데 최근 포항 지역사회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지역 곳곳은 붉은 현수막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이다.번화가, 교차로 등 통행이 많은 곳은 어느 읍면동 할 것 없이 볼 수 있는데 현수막 색상만큼이나 내용도 원색적이고 자극적이다.급기야 포스코 직원들은 최근 회사에 대한 과도한 비방을 중단해달라며 결의대회와 인간띠 잇기에 나섰다고 한다. 회사를 지켜달라고 피켓을 든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한 회사를 이끄는 경영자로서 그 심정이 이해가 가고, 한편으로 처절하게까지 느껴졌다.포항상공회의소의 발표에 따르면 지역 기업 77개사 중 33.8%가 상반기보다 자금 상황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포스코 또한 일부 공장에서 감산에 돌입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으니 철강공단의 하루하루는 불안하고 어둡기만하다. 여기에 포스코 비방 현수막까지 줄을 잇는 모습은 실로 안타깝다.기업들이 불경기에 신음할 때마다 함께 위기를 극복했던 시민들의 응원과 격려는 사라지고, 특정 기업에 대한 불만만 가득한 공단 풍경을 볼 때면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지난 5월 美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시 첫 일정과 마지막 일정으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현대차 정의선 회장을 면담하는 등 최근 전세계 정치지도자나 지자체장들은 어려운 고용 및 경제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기업하기 좋은 국가, 지자체로 만들기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다.우리 지역도 하루 빨리 대립을 멈추고 포항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투자하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또한 이에 호응하여 포스코를 비롯한 기업들은 포항시에 투자를 확대해서 고용과 경제 활성화를 일으켜야 한다.탄소중립 시대에 철강산업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외부적으로는 저탄소 제품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매년 높아지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제철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기술개발과 대규모 설비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이는 포스코만의 숙제는 아니다. 포항의 철강기업들은 긴밀하게 협력하여 친환경 철강기술과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하고, 정부기관과 지자체는 낡은 규제를 타파해야 하며, 지역사회는 든든한 동반자로서 응원과 격려를 보내야할 것이다.포항이 대한민국 철강 산업을 대표하는 도시로 성장하기까지 드러나지 않은 지원군들이 많았다.포항의 근간인 철강 산업을 지키고, 포항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철강 기업들이 본업에 집중해 경제 불황이라는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주식 갖기 운동을 펼치며 지역 기업을 사수하던 시민들의 사랑이 부쩍 그리워진다.

2022-09-04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공황장애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유명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겪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생소하던 공황장애가 사회적 이슈가 되던 때의 일이다.필자에게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치료하던 중년 여성 환자가 딸에게 “엄마가 공황장애로 치료받고 있어”라고 했더니 딸이 “엄마가 무슨 연예인이야”라고 말했다고 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공황장애를 앓는 연예인들이 많이 알려지면서 일종의 직업병처럼 연예인 병으로 알려진 경우가 있으나, 공황장애는 연예인만 걸리는 연예인 병이 아닌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흔한 병이다. 공황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3% 내외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이라고 한다면, 150만명이 일생에 한번은 공황장애를 앓는다는 의미이다.이렇듯 공황장애는 흔한 병이나, 공황장애를 포함한 정신과 병에 대한 편견으로 과소진단 되고 과소치료돼 공황장애 환자들은 치료와 회복의 기회를 놓치고 고통 속에서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진 채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지난 2012년 이후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공황장애로 치료받고 있다는 것을 용기 있게 공개하면서 공황장애를 포함한 정신과 병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편견과 낙인이 감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생겨났다.일반인들에게 공황장애를 포함한 정신과 병을 정신적 및 사회적 능력의 결격 사유가 아니라 치료받아야 하는 의학적 병으로 받아들이는 효과를 낳았다.용기 있는 그들의 고백에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공황장애에 대한 인지도와 정신과 치료의 수용도가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치료받는 공황장애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공황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지난 2010년 약 5만명에서 지난 2020년에는 약 20만명으로 10년 동안 4배 가까이 늘었다.그럼에도, 아직도 여전히 많은 환자는 적절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일반인들이 공황장애를 정신과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정신과 병에 대한 편견뿐만 아니라 발현되는 공황장애 증상에도 있다.공황장애는 예상치 못하는 공황발작 증상이 반복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의학적으로 공황발작은 아래 13가지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갑자기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이다.공황발작 증상은 다음과 같다.①맥박이 빨라지거나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심장이 빨리 뛴다. ②가슴 부위에 통증이나 불편감이 느껴진다. ③숨이 가쁘거나 답답한 느낌. ④질식할 것 같은 느낌. ⑤땀이 많이 난다. ⑥화끈거리거나 추운 느낌. ⑦손발이나 몸이 떨린다. ⑧감각이상(감각이 따끔거리거나 둔해지거나 하는 느낌). ⑨ 어지럽거나 불안정하거나 멍한 느낌이 들거나 쓰러질 것 같은 느낌. ⑩메스껍거나 복부 불편감. ⑪비현실감(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 또는 이인증(내가 아닌 느낌, 자신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느낌). ⑫스스로 통제할 수 없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 ⑬죽을 것 같은 공포감 등이다.공황발작 증상을 구분해서 살펴보자. 공황발작 증상은 심폐계 증상군(①~④), 신경계 증상군(⑤~⑨), 소화기계 증상군(⑩), 인지정신증상군(⑪~⑬)으로 나눌 수 있다.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공황발작의 증상은 인지정신증상보다 심폐계 증상, 신경계 증상, 소화기계 증상 등 신체적 증상이 더 많다. 때문에 공황장애 환자들은 심장내과 혹은 호흡기 내과를 많이 방문하다. 또 신경과를 방문하거나, 드물게 소화기 내과에 방문하기도 한다.증상이 심한 경우 응급실을 방문하지만, 공황장애는 심장, 호흡기계, 신경계, 소화기계 자체의 병이 아니기 때문에 각종 내과 및 신경과적 검사에서는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일반인들은 신체적 증상이 있으면, 신체적 병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공황장애의 경우 신체적 증상들이 많이 나타나지만, 신체적 병이 아니다. 공황장애는 뇌의 불안 중추인 뇌간의 청반(locus ceruleus)의 기능 이상에 기인한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정신과 병이다. 당뇨나 고혈압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듯, 공황장애도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소를 잃고 소와 관계없는 곳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듯이 건강을 잃어 병을 얻었다면 그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공황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3% 정도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흔한 병이며 신체적 증상이 많이 나타나기는 하나, 신체적 병이 아니라 정신과 병으로 전문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빠른 회복을 하자는 것이다.공황장애를 편견(偏見)으로 보지 말고 정견(正見)으로 보자.공황장애 환자들이 더 이상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죽을 것 같은 공포, 고통 속에서 벗어나 평안의 날을 맞기를 바란다.

2022-08-28

“포항공대? 포스텍?”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포항공대로 불러야 하나? 포스텍으로 불러야 하나?1986년 설립되어 설립 36년째를 맞이한 포항공대의 명칭을 ‘포항공대’라고 불러야 하나 ‘포스텍’이라고 불러야 하나 헷갈린다고들 한다.교육부에 등록된 공식 명칭은 포항공과대학교이지만 교내에서나 대외적으로는 영문명인 포스텍(POSTECH, POha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을 주로 사용한다. 영문명을 쓰는 주된 이유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고, 미국의 칼텍(Cal Tech·캘리포니아 공대)과 발음의 리듬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개교 초에는 PIT라고 MIT처럼 부르던 시절도 있었지만 학교사이즈나 성격으로 보아 칼텍이 더 모델이 맞았기에 포스텍이라는 명칭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하여튼, 포항을 사랑하는 포항인들은 ‘포항공대’라고 해야 한다고 하고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게 영어이름의 축약인 ‘포스텍’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맞선다.미국 메세츠주에 있는 세계적인 공대 메세추세츠 공과대학은 MIT로 불리우지만 ‘M’ 이 메세추세츠 지역을 상징한다는 지역민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칼텍도 캘리포니아 공대의 약자로 역시 캘리포니아라는 지역명을 함축하고 있다. 포스텍에 포항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면 포스텍으로 불리워도 상관없겠지만 ‘칼’과 ‘포’는 큰 차이를 갖는다 ‘칼’은 캘리포니아를 의미하지만 ‘포’는 꼭 포항만을 의미한다고 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역명 함축에는 다소 부족한 명칭이다.포스텍은 THE, QS 같은 세계적인 랭킹기관들의 조사에서 포스텍이란 낯선 이름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카이스트는 Korea를 품고 있고 서울대는 잘 알려진 한국의 수도 Seoul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이 외우기 쉽고 따라서 랭킹기관들의 대학의 명성 조사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금년 일부 회복을 했지만 지난 몇 년간 포스텍의 랭킹이 고전을 하고 있는 원인중의 하나가 대학의 명성 조사에서 불리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짧다는 문제도 있지만이름이 부르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어 보인다.대학의 이름은 때로는 대학의 위상을 올리고 내리는데 기여를 하기도 한다.최근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경주’라는 지역 명을 딴 이름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하고 미래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캠퍼스 명칭 변경을 ‘와이즈(wise) 캠퍼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최근 캠퍼스에서 지역 명을 빼거나 교명을 바꾸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희대는 수원캠퍼스를 ‘국제 캠퍼스’로, 건국대는 충주캠퍼스의 이름을 ‘GLOCAL(글로컬) 캠퍼스’로, 연세대도 원주 캠퍼스를 ‘미래 캠퍼스’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부산권의 영산대도 캠퍼스를 와이즈유(Y’sU)라는 닉네임으로 부르고 있다.이러한 교명 변경은 학교 위상을 올리는 효과가 있고, 신입생의 질이 상승되는 효과도 있다.교명 변경으로 경쟁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대학은 서울과기대와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이다.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는 더 절묘한 명칭 전략으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에리카(ERICA)는 진달랫과의 상록 소관목을 가르키는 이름이다. 잎은 좁고, 꽃은 겨울에서 봄에 걸쳐 피는데 연분홍색이거나 흰색으로 피어난다.한양대는 2009년 안산캠퍼스를 과감하게 ERICA(에리카) 캠퍼스로 바꿔 부르고 있다. ERICA는 ‘Education Research Industry Cluster Ansan’의 줄임말로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한 이 캠퍼스의 성장 전략을 나타낸 것이다.꽃 이름 에리카와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영문 두음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에리카 캠퍼스는 이런 효과로 국내 랭킹에서만 10위 이상 상승했다.다시 포항공대, 포스텍 이슈로 돌아가 보면, 포스텍이 이름으로 국제무대의 명성 평가에서 손해를 보고 있지만 그이유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주변에 몇 대학들이 국제적으로 이름의 핸디캡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 연세대는 Yonsei라는 어려운 이름에도 역사가 깊으니까 나름 국제무대 명성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있다.역사가 짧고 이름이 이상한데도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대학도 있다. 싱가폴에는 두 개의 유명한 대학이 있는데 NUS라는 싱가폴 국립대학과 NTU라는 대학이 있다.NTU는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의 약자 인데 싱가폴이란 이름이 들어가지 않고 역사가 포스텍 보다 짧은데도 단기간에 세계 20위권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그 비결은 무엇이었나? 물론 부국 싱가폴의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기도 했지만 각종 국제회의 등을 공격적으로 열고 총장은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이러한 회의에 참여하고 강연하였다. 중요한 대학평가 회의를 많이 호스트 하였다. 동시에 연구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제도를 보완하였다.더 중요한건 국제화이다. 교수, 학생들의 외국인 비중이 50%를 육박할 정도로 국제화된 대학이 NTU이다.이름이 포항공대이든 포스텍이든 좋다. 포스텍이 살길은 ‘절대적 국제화’이다.

2022-08-28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시대가 열린다

정봉영 (주)피엠그로우 전무 존 민슈(John Minsheu)의 대표작은 1617년 출간된 다국어사전 ‘언어에 대한 안내’이다 . 11개 나라말로 된 이 사전의 인쇄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던 존 민슈는 출판 예정인 사전의 내용을 설명한 인쇄물을 만들어 구독자를 미리 모집했다. 그 결과 국왕, 왕비, 귀족과 상인 등 다양한 계층의 417명이 구독자로 참여했고, 그는 ‘구독의 발명자’ 또는 구독 출판의 ‘원조’ 가 되었다.17세기 당시의 구독은 저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후원자나 일반 시민들이 돈을 대는 방식이라 지금의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했다고 한다. 이때 돈을 지불하겠다고 문서 아래 이름을 쓰는 것을 구독이라고 불렀다.우리나라에서 일정 금액을 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이른바 ‘구독경제’ 또는 ‘구독형 서비스’가 2010년대를 전후에 도입되기 시작해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전기차 배터리 구독서비스’도 그런 경우이다.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와 자동차의 소유주를 분리 등록해 차량 구매 부담을 대폭 줄이는 한편, 배터리를 빌려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를 ‘배터리 구독’ 이라고 한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규제개혁위원회를 개최하여 배터리 소유권을 자동차와 분리해 등록할 수 있게 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구독서비스 시대가 열렸다.포항시의 경우 5천500만원 짜리 아이오닉6 EV 신차는 보조금 1천300 만원에 배터리 구독 서비스 2천200 만원을 빼면 자부담 2천만원에 구매가 가능해 진다.전기차는 1일 100Km 운행시 월 연료비가 4만원인데 비해 내연기관차는 50만원 전후가 된다. 3.3 년 정도 운행하면 배터리 구독료가 빠지는 것이다. 훨씬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다.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정착되려면 첫째 사용한 배터리 잔존 가치 등 진단 기술이 선행되어야 한다. 배터리 잔존 가치를 진단하는 통일된 기술과 기준, 데이터 공유를 통한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주력 제품을 보면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 등 회사마다 성능과 기능이 각각 다르다. 일률적이고 공식적인 기준으로 잔존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두 번째는 ‘구독 배터리 재활용 생태계 조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규제 개선은 자동차 등록원부에서 자동차와 배터리 소유권을 나눠 등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소유권 분리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신산업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사용이 끝난 배터리를 회수해서 다시 사용하거나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등이 구독료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세번째는 에너지 신사업 가운데 하나가 서비스형 배터리 사업이다. 이는 전기차의 배터리는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로 간주해서 이용료를 내고 빌려 쓰는 개념이다. 전기차와 배터리는 별도의 수명 및 특성을 지닌 자산이란 것이다. 제조 위주의 초기 단계에서 전기차의 안전성을 염려하면서도 배터리가 바뀌면 자동차 전체를 다시 인증해서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의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이제 배터리를 건전지와 같은 소모품으로 인정하고 그에 맞는 전기차 정의를 다시 해야 할 것이다.네번째는 데이터 개방도 필요하다. 전기차를 운행하는 동안의 운행 기록, 특히 배터리 사용 기록은 서비스 시장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정비를 하는데도 배터리 사용의 누적 기록은 효과적 정비에 필수이고, 보험료 산정 때도 배터리 잔존 가치를 계산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중에 중고차로 매각할 때도 역시 배터리 사용정보를 통한 잔존 가치는 적정 가격 산정 때 결정적이다. 그동안 전기차 운행 데이터는 자동차 제조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서 개방되지 않았다. 최근 환경부 등에서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데이터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폐배터리를 그대로 폐기하면 환경오염을 유발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재활용하면 제품 단가를 낮추고 부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또 환경오염을 줄여 기업의 ESG 경영에도 기여할 수 있다. 폐배터리는 전기차 보급 확대로 배출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보증 기간이 5~10년임을 고려해 보면 2020년대 후반기부터 폐배터리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 환경부는 2026년 국내 폐배터리 배출량 예상치가 10만여개에 달한다고 밝혔다.전기차 폐배터리는 환경오염과 화재를 유발하는 중금속 소재가 포함돼 매립과 소각이 어렵다. 폐배터리를 다시 활용하거나 친환경적으로 재사용하는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ESS는 폐배터리를 재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ESS는 재생에너지 등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는 장치다.이차전지 제조기업 (주)피엠그로우는 재사용 ESS를 수요처에 구축하는 서비스형 배터리 사업 사업(BaaS)을 신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재사용 ESS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앞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가 가속화됨에 따라 배터리 소재부터 재사용에 이르는 배터리 전체 사용주기에 걸친 밸류체인 사업이 녹색융합의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2022-08-21

가정에서 체험하는 전기절감의 기적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지난 7월 한 언론에 서울 동대문구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심재철씨의 전기절약 실천 사례가 소개돼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심씨가 전기요금 절약을 위해 입주민들을 설득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 122kWh를 설치하고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한편, 승강기에 회생제동장치(승강기가 내려갈 때 모터에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사용 가능한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주는 장치)를 설치했다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심씨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전기 절감과 효율 증대로 공동전기료를 대폭 줄였다. 지난 2018년 12월 공동전기요금이 가구당 1만160원이었는데 2021년 12월엔 1천350원을 냈다고 한다.필자는 20여 년 동안 살고 있는 대구시 동구 A 아파트의 관리소장과 동 대표 등을 설득시켜, 2013년부터 전기절약 사업을 해서 ‘전기세 대폭 인하’ 혜택을 누리고 있다.아파트 전기요금 구성비율은 공동전기요금 비중이 전체 요금의 25%~35% 정도를 차지한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600여 세대인데, 600여 세대 전기를 일괄적으로 절감하기 힘들어서 비중이 25% 정도인 공동전기 절감에 집중했다.첫 번째 공용 조명등 교체 작업부터 했다.지하주차장 형광등, 관리사무실, 아파트 출입구 조명, 비상등, 단지 내 가로등 등의 조명등을 모두 LED 조명등으로 교체했다. 이 작업만으로 조명등에 소요되는 전기를 50% 이상 절감했다.두 번째는 불요불급한 전기 낭비를 없앴다.현재 모든 아파트의 가정당 평균 사용전력은 0.3kWh에 불과하지만, 필자의 아파트는 그 10배에 달하는 1천850kWh가 설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600kWh 변압기 한 대만 가동하고 나머지 1천250kWh 변압기는 가동을 중단시켜 변압기 공회전에 따른 손실을 제거했다. 그리고 주택용 전기와 용도가 다른 급수전기, 통신전기, 상가전기 등도 모자 분리를 통해 주택용 전기만으로 슬림화 했다.세 번째는 센서 부착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했다.아파트 지하주차장 조명에 센서를 설치해서 차량 이동이 없을 때 20%까지 디밍을 했다. 엘리베이터에도 센서를 설치해서 엘리베이터가 가동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꺼서 70% 이상의 전기사용을 절감했으며, 다른 모든 조명에도 센서를 설치해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자동으로 꺼지거나 디밍이 되도록 해서 낭비를 줄였다.이렇게 공동전기 절감조치를 한 후, 필자 가정의 모든 전등을 LED로 바꾸었더니 평소 10만 원 가까이 나오던 전기요금이 2만~2만5천원으로 80% 이상 절감되었다. 가정 전기 사용량을 40% 정도 줄였는데 공동 전기요금이 대폭 줄어 가정에 부과되는 전기요금은 80% 정도 절감된 것이다.지난 6월분 필자 아파트의 공동 전기료는 3천110원, 승강기 전기료는 1천190원이었는데, 비슷한 평수의 주상복합APT에 살고 있는 친구 집은 공동 전기료 1만7천880원, 승강기 전기료가 7천720원 나왔다. 비슷한 평형대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 전기요금을 비교해 보면, 공동전기의 경우 주상복합 아파트는 5배 이상, 일반 고층 아파트는 4배 이상의 요금 차이가 난다.우리 아파트에는 도입을 하지 않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서울의 심재철씨 경우처럼 승강기에 회생제동장치를 설치하고,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발전소까지 설치하면 공동 전기요금을 거의 제로(0) 상태까지 만들 수 있다.아파트 공동전기 말고도 각 가정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전기세를 줄일 수 있다.구체적인 방법을 예로 들면 △LED 전등 교체 △컴퓨터, 각종 전자제품에 자동센서 부착을 해서 전기의 낭비를 없앨 수 있다. 이처럼 전기 효율을 높이는 시설과 설비를 추가하면 공동 전기요금은 제로(0)로, 개별 아파트 전기요금도 80% 이상 줄일 수 있다.주택용 전기는 전등을 LED로 바꾸는 등 전기 사용량을 3분의 1 정도만 줄이면 주택용 전력의 요금 누진제로 인해 전기요금은 3분의 2가 줄어든다. 어떻게 보면 소소한 일이지만 매달 관리비가 나올 때면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고 신기하다.필자는 아파트 관리비가 나올 때마다 에너지 절감의 필요성을 매달 한 번씩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게 된다. 전 국민이 모두 필자처럼 주택 전기절감과 에너지효율 증대를 실천해서 ‘탄소배출 제로(탄소중립)’시대를 앞당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나 혼자만의 전기절약으로 탄소중립 시대가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국가적인 과제인 ‘탄소중립 시대’가 오려면 전 국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아파트나 주택용 전기절약으로 한 가정에서는 연간 적게는 40~50만원, 많아야 100~15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지만, 이를 2천만 가구로 환산하면 그 결과는 엄청난 금액이다. 개인의 작은 전기절약 실천만으로도 온 산의 산림을 파괴하는 태양광 설치를 대거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2022-08-21

성공의 열쇠를 찾으려면 인내와 동행하라

박문하 전 포항시의회 의장 우리는 가끔씩 그렇게 길지도 않는 인생이 참 모질게 느껴질 때가 있다.살아가다 보면 절망적인 상황이 다가와도 별다르게 취할 방법이 없을 때, 난관에 부딪쳐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여질 때, 하고 있는 일이 꽉 막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때, 가정, 건강, 직장문제 등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인내의 지혜야 말로 어둠 속의 한줄기 빛 같은 존재이자 그 무엇보다 먼저 처방 받아야 할 상비약이 아닐까 생각된다.지난해 자동차 630대를 팔아 K자동차의 판매왕에 선정된 A영업이사는 29년 동안 누적 자동차 판매 대수가 1만 3천500대가 넘어 누적 판매로는 미국의 전설적인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의 기록을 능가하고 있다.그는 첫계약 때 오후 6시에 만나기로 한 고객이 오지 않아서 새벽 4시까지 집 앞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나중에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알았지만 다음날 새벽까지 무작정 기다려준 것을 고맙고 또 미안해 하며 선뜻 차를 계약해 준 것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기약 없는 기다림에 포기할 생각도 해 보았지만 인내 하나로 결국 목표를 달성한것이다.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전설의 판매왕이 된 미국 왓킨스사의 빌 포터 이야기는 인내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남들에게 호감을 주기까지 엄청난 시간 걸리겠지만 인내의 결과가 얼마나 값지고 위대한 것인지를 배웠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일 힘든 지역을 선택하고 남들 보다 느린 걸음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만의 노하우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들고 이웃의 끈 같은 존재가 되고자 인내와 끈기로 혼신의 노력을 다한 끝에 마침내 대망의 판매왕에 선정되고 있다.절대 멈추지 않았던 그의 삶은 인내와 끈기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인내는 성공한 판매왕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야곱의 아들 요셉은 성경에서 가장 정직하고 겸손한 인물중의 하나로 묘사되고 있다.17세에 형들에 의해 은 20냥에 애굽(이집트)의 상인들에게 팔려가 노예 생활을 시작하고 억울한 누명으로 감옥 생활을 하는 등 밀려오는 그 어떤 시련과 고난에도 좌절하지 않고 참고 기다린 끝에 야굽의 총리가 되는 가히 인내로 점철된 생애를 보냈다.일본의 센고쿠(전국)시대 울지 않는 새를 다루는 세 영웅의 방법론은 결국 일본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다.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를 죽였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도록 만들었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렸다.이같이 극명하게 달랐던 세 영웅의 최종 승리자는 인내의 달인 이에야스였다. 그가 당대 영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최고의 에너지는 기다림과 인내였다.요즘은 보기가 그리 쉽지 않지만 나비도 바늘 구멍같이 작은 구멍을 뚫고 고치 안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고통과 인내를 감수하면서 고치를 박차고 나온 나비만 힘찬 날개짓을 하면서 세상을 향해 날개짓을 할 수 있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세상을 나온 나비는 제대로 된 날개짓을 하지 못하고 죽고 만다는 것을 관찰한 영국의 식물학자 알프레드 윌리스는 혼자 힘으로 오랜 인내가 뒤따라야만 진정한 나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누구나 인생의 목표는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유익한 일임을 알면서 왜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것일까. 세상에는 한번에 성공한 사람보다 기다려서 성공한 사람이훨씬 많다.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내심을 기르는 방도는 무엇인가고민해 봐야 한다. 성공을 하려면 인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코로나19가 일상을 점령한 요즘은 참 살기가 어렵고 녹록지 않다. 그러나 참고 또 참으면 마지막에 역전의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날이 추워진 후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 논어에 있는 말이다. 우리 삶에도 모진 추위를 웃는 얼굴로 견디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역경인 채로 끝날 만큼 인생은 짧지도, 가혹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마냥 순풍인 채로 끝날 만큼 단순하지도 않다. 성공의 기회가 올 것이니 견디는 것이 아니라 견디고 있으면 반드시 성공의 기회가 오는 것이다.실패가 두려워 미리 포기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포기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도전은 용기 있는 사람만 할 수 있지만 성공은 인내하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한다.각 분야의 판매왕들의 생애가 그것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08-07

카톡방의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카톡은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회원들의 모임 소식부터 건강 정보, 인생 교훈에 이르기까지 유익한 정보를 수없이 교환하고 있다. 청년들은 대부분 아침 눈을 뜨자마자 카톡부터 확인한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연신 카톡을 들여다보고 있다. 2010년에 등장한 카톡은 이제 필수 불가결한 모바일 메신저가 되어버렸다. 개인 간에는 문자 메시지도 종종 이용하지만 카톡은 이제 소통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카톡도 순기능에 못지않게 역기능이 여러 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좌우로 편향되거나 왜곡된 정치 관련 메시지가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보수나 진보에 편향된 메시지는 정치적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하여 정치적 판단까지 흐리게 한다. 더욱이 가짜 뉴스까지 제공되어 사회 공동체 분란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소통의 편의를 위한 전달 매체가 오히려 불화의 무기가 되어 불안하기도 하다.편향된 정치 정보뿐 아니라 가짜 뉴스까지 전달하는 톡의 부정적 영향은 심각하다. 스스로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는 열성분자들의 편향된 이념전파가 상호 갈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톡방에는 자신의 정치적 취향에 맞는 글이나 개인 유튜버들의 시사적인 자극적 주장이 등장한다.과거 엄혹했던 시절 옆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전파하던 ‘카더라 방송’이 이제 톡을 통해 합법적으로 전파되고 있다.지난 대선과정에서도 톡방은 서로 상대 후보를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메시지를 경쟁적으로 전파하였다. 보수 쪽에서는 상대를 ‘친북 좌익 세력’으로 몰고 진보 쪽에서는 상대를 ‘수구 꼴통’으로 매도했다. 대선이 끝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톡 방에는 사실을 왜곡한 글이나 그 때의 앙금이 그대로 잔존하고 있다. 결국 톡방은 정치적 편 가르기, 진영정치의 온상이 되고 있다. 결국 톡방은 이 나라 정치를 부정적으로 활성화시키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그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이러한 왜곡 편향된 메시지는 친목단체의 톡 방도 종종 등장한다. 어느 종친회 톡방의 불행한 이야기다. 종친들이 모여 조상을 기리고 덕담을 나누며 길흉사 안내를 주로 하던 어느 톡에 느닷없이 어느 종친의 보수 편향적인 게시물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그 게시 글의 내용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일종의 가짜 뉴스 수준이었다. 이글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젊은 진보적인 종친의 감정을 격하게 항의하였다. 그러나 강경 보수 입장의 종인은 자신의 퍼온 글이 지극히 ‘애국적인 글’이라 변명하면서 거부하였다. 그 글에 불만이 많았던 종친은 톡방을 탈퇴하고 종친회 탈퇴까지 선언하게 이른다. 결국 종친회장은 그들의 톡에 정치적인 글은 올리지 않도록 중재하는 선에서 사태가 겨우 수습되었다. 이처럼 톡방의 게시 글은 종종 종친, 친족, 형제 사이도 갈라놓는 이상한 매체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이러한 톡방의 비극은 동창회 등 친목 단체에도 빈번하다. 어느 대학 명예 교수회 톡방의 이야기다. 은퇴한 명예교수 카톡 방에도 보수와 진보라는 회원 상호간의 이념 갈등이 심각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진짜 보수와 진보 논쟁과 거리가 먼 사이비 보혁의 대결만 있었다. 톡에서는 자신의 입장에 대한 개인적 비판을 넘어 비난과 인신공격으로 이어졌다. 상처 입은 회원은 톡방의 탈퇴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은퇴한 교수 공동체까지도 사이비 이념 갈등이 파고든 셈이다. 왜곡된 사이비 보혁 이념 대결이 양식 있는 교수의 인품과 학술적 업적까지 압도해 버린 결과이다.다행히 시간이 흐른 후 당사자 간의 형식적 사과로 사태는 봉합되었다. 종교 단체의 톡방까지 이러한 현상은 예외가 아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종교적 계율도 톡상에서는 용서와 관용은 없었던 사례이다. 여기에서도 정치적 메시지를 자제하자는 성직자의 조언에 따라 편향된 글은 게재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단다.우리 공동체는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이념의 갈등과 분열이 심각하다. 지정학적으로 남북이 분단되고 좌우 이념이 대립하고 치열한 민주화 과정을 체험하였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는 지역, 계층, 세대갈등까지 겹쳐 그 분열상은 심각하다. 그 바탕에는 사이비 이념 대립이 첨가되어 그 갈등을 증폭시킨다. 여기에는 톡방의 정치 편향적 메시지, 가짜뉴스가 한몫하고 있다.우리는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톡방의 정치 편향적 메시지부터 추방하여야 한다. 친목 단체에서는 정관에 합치된 메시지만 올리도록 자율적 규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짜 뉴스에 대한 새 법제가 필요하지만 그도 언론의 자유 때문 그리 쉽지는 않다.우리 언론부터 보수 진보의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론의 좌우 편향보도의 지양은 정론직필만이 답이다. 더 근본적 처방은 우리의 정치부터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이념갈등의 원천인 진영 정치, 네거티브 정치, 팬덤 정치부터 타파해야 한다는 뜻이다.

2022-08-07

뜨거워지는 지구 : 폭염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지구가 뜨거워 지고 있다. 전 세계가 폭염피해를 입고 있지만 특히 유럽의 상황은 심각하다.프랑스는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가게 문 열기 금지’, 이탈리아는 ‘머리 두 번 감기는 미용실 과태료’, 스페인은 ‘넥타이 매지 말기’ 등으로 일상에서부터 폭염에 대응하고 있지만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BBC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는 2주일 동안 500명 이상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고 한다.영국의 경우 기후관측이 시작된 1659년 이래 363년만에 최고 기온을 돌파해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으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더위를 감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철도는 취소되거나 지연되고 학교도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하교 조치를 내렸다. 영국은 7월17일 자정 잉글랜드, 런던을 중심으로 폭염적색경보를 최초 발령했다. 영국 기업에너지전략부(BE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에어컨 설치비중은 5% 미만에 불과해 폭염 피해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관련 뉴스들이 끊이질 않고, 폭염으로 인한 피해, 사망자, 폭염일수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폭염(暴炎)은 햇볕쪼일 폭(暴) 불탈 염(炎)으로 무서울 만큼 매우 심한 더위를 말한다.기상청에서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중대한 피해발생이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를 발효하고 있다.폭염경보는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나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대한 피해발생이 예상될 때에 발효한다.폭염은 다른 재해와 달리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책수립이 매우 중요하다. 체온이 41℃ 이상 올라가면 열사병이 심해져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고, 2006년 서울의 더위는 최고치 더위로 인해 3천명 이상의 초과사망자가 발생했다.폭염피해 사례로 대표적으로 2003년 3만5천명 이상의 초과사망자를 낸 유럽폭염과, 2010년 5만5천명의 초과사망자를 낸 러시아 폭염이 있다.초과사망자는 다른 계절의 평균적인 사망자 수에 비해 여름철에 추가적으로 사망하는 사람을 추정하는 폭염피해를 측정하는 대표적 방법이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가 취약계층에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초과사망자의 대다수가 65세 이상의 고령자이거나, 노약자층에서 발생하고 있다.폭염으로 인해 냉방복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이다. 사회적 취약계층일수록 폭염에 대처하기 어렵고 그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폭염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여,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이러한 폭염에 대처하는 정부의 국민행동요령은 다음과 같다. △TV, 인터넷, 라디오를 통해 무더뒤 기상상황을 수시로 확인 △가장 더운 오후 2시~5시에 카페인성 음료나 주류는 피하고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할 것 △야외활동이나 작업을 되도록 하지 말 것△실내외 온도차를 5℃ 내외로 유지해 냉방병 예방 등이다.이러한 국민행동요령만으로 폭염을 대비하기에는 한계가 확실히 느껴지며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예년보다 올해가 더 덥고, 올해보다 내년이 더 더울 것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이상기후가 아니라 이미 기후 재앙, 지구 온난화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와 있으며 지구온난화를 멈추기 위해 탄소제로를 선언하고 실천하기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를 온실가스 감축 법제화를 위해 2021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을 공포하고 14번째 탄소중립 법제화 국가가 되었다. 지구 온난화는 특정인,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현실이자 미래로 다가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실효성 있는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하고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책을 내놓아야할 것이다.현재 심각한 상황이지만 여야는 정쟁에만 몰입하여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고 복지와 노동정책의 혼란도 폭염에 대비해야하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다.무엇이 지금 필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하여 국가 경쟁력과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전문가 의견수렴과 공론화과정을 거쳐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야 할 것이다.폭염은 가뭄과 산불, 미세먼지 등 인류를 위협하는 지구온난화의 대표적 지표이다. 이는 인류의 삶에 불편만 주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경제와 식량안보, 세계평화와도 관련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새롭게 시작된 정부와 각 지방자체단체가 지금 당장 국민들과 함께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면 우리는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살아남지 못 할 것이다.

2022-07-31

‘RE100 실천’ 중소기업도 예외 아니다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며칠 전 경산지식산업단 내에 자리 잡은 중소기업인 창원정공 공장을 방문했다. 이 업체의 지난 6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니 계약전력은 600kWh이고 피크전력은 318kWh, 한 달 사용량은 4만5천kWh였다. 2년 전 신축한 공장으로 공장 사무실이 어떤 오피스빌딩 못잖게 깨끗하고 현대적이었다. 공장 내부도 높은 천장에 LED 투광등이 가지런히 설치되어 있는 등 어느 한구석 손댈 것이 없어 보였다. 마침 공장 지붕에 370kWh, 사무동 지붕에 80kWh, 총 450kWh의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는 제안서를 받아 놓고 검토하는 단계였다.현대자동차가 RE100을 2050년에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는 내용을 지난번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ESG(환경보호, 사회공헌, 윤리경영) 경영에서는 대기업의 경우 본사 RE100(scope1)뿐 아니라 협력사·하청업체(scope2), 운송·보관(창고)업체(scope3) 모두가 RE100을 달성해야 한다. 1·2차 벤더를 비롯한 협력업체의 RE100도 아주 중요해진 셈이다.방문한 공장은 신축공장이라 당장 봐서는 에너지 절감이나 효율을 높이는데 손댈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20~30%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이 공장 전기요금은 월 950만~1천250만 원, 전력 사용량은 4만5천~6만kWh 정도였다. 특히 겨울철에는 난방 때문에 전기 사용량이 많고 일조량이 적은 것을 감안해, 소형 풍력발전으로 보완해야 할 필요성도 있어 보였다.전기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통해서 매월 1만3천500~2만kWh의 전력량을 절감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따라서 매월 3만1천500~4만kWh의 신·재생 에너지가 필요한데 최대 450kWh 태양광을 설치하면 매월 평균 5만4천k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니, 이것만으로 RE100 달성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창원정공 사례를 보면, 중·소 규모 공장들도 우선 에너지 효율을 높인 뒤 상황에 맞춰서 태양광 발전시설과 소형 풍력발전시설을 설치하면 얼마든지 RE100 달성이 가능하다.대기업이 손 놓고 있다고 해서 협력업체나 중소기업들도 RE100에 손 놓고 있으란 법은 없다.다만, 대기업은 자금력이 있고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해, 중소기업들은 이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 특히 각 기업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RE100 전담팀’을 만들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앙정부는 RE100을 달성한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서라도 RE100 확산 풍토를 우선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마이크로소프트나 테슬라, 구글 같은 글로벌기업만이 ESG경영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나 SK,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ESG경영에 미온적이다 보니, 하청업체인 중소기업들도 덩달아 손 놓고 있는 실정이다.최근 언론에서 ESG 기준을 강화한 유럽의 ‘공급망실사법안’ 시행을 앞두고 국내 수출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독일은 내년 1월부터 공급망실사법을 시행한다. 법안내용은 ‘전체 공급망을 대상으로 ESG경영평가 기준에 따라 점검하여, 발견된 문제를 공개하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요구하겠다’는 내용이다. 핵심 내용은 RE100달성 여부이며, 실사대상에는 원청회사와 자회사, 공급업체, 하도급사까지 모두 포함된다.지난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수출기업의 공급망 ESG 실사대응과 현황과제’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52.2%가 ‘ESG경영 미흡으로 고객사(원도급사)로부터 계약·수주가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ESG 실사 대비수준’을 묻는 항목에는 ‘낮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77.2%(매우 낮음 41.3%, 낮음 35.9%)였다.대구지역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공급망실사법 시행 이전에도 유럽 기업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까다로운 편이었는데 이제는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 ESG 경영이 필수지만 비용이 만만찮아 걱정”이라고 했다.하지만 창원정공처럼 공장과 사옥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매년 8천여만 원씩 20년간 전력 판매소득도 발생한다. 설치비를 제외하고도 기업에 상당한 이익이 되고, 동시에 RE100도 달성할 수 있어 ESG 요구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경산지식산업단지는 전체적으로 신축공장들이 들어서 쾌적하게 보였지만, 그보다도 공장 지붕에 가지런히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이 ESG 경영에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해서 인상적이었다.이제 ESG경영과 RE100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당장 시행해야 할 냉엄한 현실이다.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그렇다고 해서 어렵고 복잡한 것도 아니다. 창원정공 사례가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2022-07-31

필즈상 허준이 교수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한국도 드디어 과학의 노벨상과 같은 최고의 상의 수상자를 갖게 되었다. 이달초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Fields)상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인 한국계 허준이 교수가 수상했다.노벨상은 매년 분야별로 1∼2명씩 선정하는데 반해 필즈상은 4년에 한 번 2∼4명을 선정하고 반드시 40세 이하여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노벨 과학상보다 타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미국에서 유학 시 교내에 필즈상 수상 교수가 걸어가면 “저 교수가 필즈상 수상자”라고 손짓을 하면서 존경과 부러움을 보이던 기억이 있다.필자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공부하던 40여 년 전 같은 캠퍼스에서 공부하던 허명회 고려대 명예교수의 자제가 허준이 교수이다. 허준이 교수는 당시 스탠퍼드 캠퍼스에서 태어났다.미국서 태어나긴 했으나 2살 때 부모를 따라 귀국해 중고등학교와 대학, 대학원을 한국서 다니고 박사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기 때문에 성격 형성에 가장 중요한 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냈다. 그는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특별히 잘한 것도 아니고 고교는 중퇴하고 홈스쿨링으로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에 입학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서도 저학년 때 학점이 좋은 것은 아닐 정도로 최소한 학점상으로는 특출한 학생이 아니었다.허준이 학생은 문학을 즐기고 상상력이 풍부하여 창의적인 학생이었다. 미국 유학을 가려고 했을 때도 여러 개 대학 중 일리노이대학(UIUC)만이 받아 주었는데 그 대학에서 유명한 리즈추측(Read’s Conjecture)을 증명하면서 일약 수학계의 스타로 올라섰다. 이후 수학계의 신데렐라로 등장한 허준이 교수는 스탠퍼드, 프린스턴의 정교수를 거쳐 드디어 필즈상을 수상했다.중고교 시절, 대학 시절 학점상으로 최정상이 아니었던 허준이 교수가 11개의 추측을 증명할 정도로 탁월한 창의력을 발휘한 원동력은 무엇일까?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창의력은 타고나는 건가? 길러지는 건가? 후자라면 분명히 교육 환경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한국서 청소년을 보낸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이 ‘한국교육의 개가’라고 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암기식 한국교육의 이단아’로 성공한 케이스로 판단된다.창의력은 타고난 재능과 교육의 융합체라고 할 수 있다. 타고난 재능만 가지고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면 창의가 발휘될 수 없고,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지식만 가지고도 창의력은 발휘되기 쉽지 않다.비행기를 발명한 미국의 라이트 형제는 타고난 호기심과 창의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베르누이 정리에 의한 유선형의 원리를 교육받지 못했다면 비행기를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라이트 형제의 업적은 그러한 원리 위에 디자인과 속도를 낼 수 있는 설계에서 창의력을 발휘하였다.‘창의력은 지능과 비례하는가’하는 것도 재미있는 질문이다. 지적능력의 지표인 IQ는 일정 이상만 넘으면 창의력과 관계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너무 높은 IQ는 암기력이나 이해도가 빨라 오히려 창의력에 방해가 된다는 이론도 있다. 따라서 한국적 교육환경에서의 수석합격, 수석졸업생들은 오히려 덜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공부는 잘하지만, 호기심이 많고 돌연변이적 사고를 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더 큰 창의적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중요한 것은 이러한 창의성 뒤에는 이들이 한 곳에 열중하고 미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허 교수도 마찬가지이다. 하루 4시간씩 수학만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그의 부친의 성격을 잘 아는 필자로서는 허 교수가 그러한 집중력과 한 곳에 미치는 성격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즐기는 사람을 못 당한다는 말이 있는데 한 곳에 열중하고 미친다는 것은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사실 미국의 중고교생들은 보통 오후 3~4시에 집에 돌아와서 논다. 논다는 의미는 다양한데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친구들과 떠들기도 하고 음악도 듣고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그러한 시간을 한국의 학부모들은 논다고 생각하여 밤늦게까지 공부시키는 한국의 중고교 교육을 오히려 그리워하기도 한다. 수학·과학 경시대회 같은 곳에서 한국이나 아시아국가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건 그런 과도한 학습 덕분일 것이다.그러나 대학, 대학원을 가서는 중고등학교때 ‘놀던’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은 어쩐일일까? 결국 창의력은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기본적인 원리를 가르쳐주고 충분히 사고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창의력은 결국 교육적인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결론 지을 수 있다.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축하하며 이번 수상이 한국교육 방식과 환경의 근간을 바꾸는데 기여 하길 기대해 본다.

2022-07-24

내가 물로 보이냐

이원만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어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해양조난사고 상황에서 휴대폰, 식량, 모자, 물 중에서 한 가지만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 건가를 물었다. 당연히 물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한 선생님은 깜짝 놀랐다.휴대폰이 가장 많아서다. 당황함을 감추고 선생님이 왜 휴대폰이냐고 물으니 아이들은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언제 비가 오는지 알 수 있어서 빗물을 모으면 되요.” “조난상황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검색할 수 있잖아요.” “휴대폰이 있어야 위치추적이 되요.” 다양한 대답을 내놓았다.선생님은 와이파이의 범위를 따지기보다는 아이들의 생각이 짧은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내친 김에 호기심이 동한 선생님은 사막같이 건조한 곳에서 길을 잃었다면 물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라고 했단다.1분도 안 돼 아이들은 “적정기술이 있어요.” “와카워트요.”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스테노카라라는 딱정벌레 물구나무서는 걸 보고 만들었데요.”선생님도 아이들에게 검색어를 물어 찾아보니 에티오피아와 예멘지역에 사는 와카라는 무화과나무에서 따온 이름인데 딱정벌레가 이른 아침 안개가 끼면 물구나무를 서서 몸에 맺히는 이슬을 입으로 흘려보내 마시는 것에서 착안한 방법이고 이미 상용화되고 있는 적정기술이었다.선생님은 질문만 제대로 하면 휴대폰으로 수업을 할 수 있겠구나 싶어 이번에는 너희들이 먹는 수돗물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알아보라고 했다.시청홈페이지냐 무슨 정부기관이냐 왈가왈부가 있었지만 형산강, 안계댐, 진전지, 오어지, 눌태지, 임하댐, 영천댐, 곡강천까지 줄줄이 튀어나왔다. 심지어 아이들은 설거지 할 때 물을 샤워기처럼 틀면 물을 절약할 수 있다느니 물을 받아놓고 쓰는 습관과 토트넘선수들이 유럽의 물에 비해 우리수돗물이 더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했다는 이야기까지 온갖 물이야기가 줄줄이 쏟아졌다.미소를 띠며 선생님은 질문을 이어갔다.“여러분이 학교에서 축구하고 땀과 먼지가 범벅이 되면 집으로 달려가 샤워부터 하죠? 그 땀과 먼지는 누가 가져가요?” “물이요” 뭔 질문이 그러냐고 시큰둥한 아이들에게 “그럼, 더러운 걸 가져가 주는 고마운 물에게 여러분은 뭘 줄 수 있어요?”갑자기 조용해진 아이들은 휴대폰 검색도 하지 않고 선생님을 쳐다본다. “글죠? 고마운 마음밖에 줄게 없죠? 그리고 아끼겠다고 약속하고. 빨래도 덜 자주하고 세제도 미세플라스틱 안생기거나 적게 생기는 걸로 찾아서 쓰자고 엄마한테 이야기 해야겠죠?”그러면서 물이 온갖 동식물을 키워주고 우리 생명도 유지할 수 있으니 ‘물을 물로 보지 말라’는 말로 수업을 정리했다고 한다.하지만 수업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의 물에 대한 검색은 끝나지 않고 계속 돼서 투발루며 빙하며, 가뭄이며 홍수며 기상이변으로 번져갔다.심지어 서로 다투다가 “ 날 무시하는 거야? 날 물로 보는 거야?” “그래, 널 물로 본다. 대단한 물!”하고는 깔깔거리는 모습에 함께 웃었다고 한다.앞으로 100년 동안 지구상의 물의 성질이 달라질 거라고 한다. 빙하가 사라지고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구름이 더 많은 물을 품을 수 있고 불안정해진 대기흐름으로 어떤 곳은 가물고 어떤 곳은 홍수가 질 것이다. 바닷물이 산성화되면 산호초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 동식물들이 죽을 것이다.벌써부터 껍질이 얇아지는 조개들이 발견되고 조금씩 변형이 이루어지는 플랑크톤이 발견되고 있다. 그 물들이 더 이상 생명이 살 수 없게 되는 티핑포인트가 어디인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우리는 해수산성화라는 지구역사 5천년 동안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큰 사건을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북의 3천500년 지구역사가 마감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흔한 물, 지구의 표면적 70%가 넘는 엄청난 바다를 채운 물, 그 물을 물로 보면 안 되는 이유다.여름 가뭄이 심하다. 포항시민에게 물을 대주는 저수지와 댐들의 수위가 궁금하다. 영천과 임하댐은 다른 행정구역인데 생명수를 보내준다니 고맙다.옛날 어른들은 자식들이 타지에 나가 건강하기를 물 한 그릇을 떠놓고 빌었다. 정화수는 12시와 새벽 1시 사이 동네 우물에 고이는 새물이다.등불과 대나무가지를 들고 가며 길 위에서 잠든 벌레들을 치우며 물 한 그릇을 담아왔다고 한다. 자기 자식의 건강을 위해 벌레들의 생명을 죽일 수 없다는 마음이 담긴 물이다.오어지의 연못에 떨어지는 빗방울. 그 빗방울이 그리는 동그라미. 그 동그란 방석에 마음을 앉혀놓고 바라보며 ‘물은 저렇게 우리에게 오시는 구나’ 생각에 잠긴다.

2022-07-24

공공체육시설의 효율적 관리운영 방안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공공체육시설은 국민 모두의 건전한 체육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건설, 운영·관리되는 공공재이다. 공공체육시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체육시설 균형배치 중장기계획’에 따라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1인당 체육시설 면적은 3.89㎡로 2022년 적정소요면적 대비 66.3%로 여전히 공공체육시설의 양적 증가가 필요하여 향후에도 공공체육시설의 확충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체육활동 참여율 증가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체육시설 조성 노력도 늘어날 전망이다.그러나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체육시설의 설치를 통한 소유에는 경쟁적이었으나 시설의 활용도나 효율성, 즉 이용률이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더군다나 각종 시설물 설치에 대한 중복·과잉 투자와 과도한 유지비로 인해 지방재정 악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공공체육시설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운영되는 만큼 공익적 체육시설이므로 운영의 주요 전략은 공공성 증대라는 관리운영 목표에 초점을 두고 공공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공공체육시설의 본래 목적과 기능에 충실하면서 이용자 증진 등 관리운영 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맞춤형 개선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우선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체육시설이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공공체육시설이 국민의 건강 증진과 여가선용에 이바지하는 데 기본 목표를 두고 민간체육시설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 가능한 시설임에도 대중의 이용이 저조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적자운영으로 국고 및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어서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체육시설이 시민이 모이는 장소로 작동하는 관리운용방식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이용자 욕구에 부합하도록 인구 구조 및 이용자 수요의 변화와 특징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의 증가, 1~2인 가구의 확대, MZ세대의 스포츠 활동 선호 등에 새로운 전략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또한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체육시설을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활용해야 한다.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종목에 따라 스포츠 시설과 산업이 특화된 도시뿐만 아니라 기능 복합 및 재구조화 등의 고도화 전략을 통해 경제성장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례가 적고 노후된 대형 종합운동장도 각 시도마다 존재한다. 공공체육시설을 활용한 혁신적인 도시개발과 정책은 ‘지역명소화(landmark)’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도시 및 지역 마케팅·브랜딩 전략으로 연계해야 한다.이에 더해 기존 개별 체육시설의 활용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최근 시설유형별 활용률을 비교한 결과 생활체육관이 18.3%로 가장 높고 전문체육시설인 구기체육관 10.2%, 육상경기장은 2.4%로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전문체육시설 기능을 유지하면서 일부 공간에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하거나 새로운 종목 설치를 통해 생활체육 인구를 유인함으로써 시설 활용률을 높여야 한다.아울러 지역 내 각종 자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시설의 건립은 부지 확보를 전제로 하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부족한 공공체육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이용이 저조하거나 미이용 상태의 유휴 공간 및 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빈사무실이나 학교 등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시설과 공간에 스포츠 기능이 더해져야 한다. 가용지가 부족한 시도의 경우 관련법 간 유연한 연계를 통해 하천의 고수부지 및 하천주변 등을 공공체육시설로 활용해야 한다.특히, 공공체육시설 관리자는 관리운영비용 과다 등에 의한 재원부족, 시설·장비의 노후화, 인력부족, 전문성 등 관리운영 주체 역량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가운데 인건비 및 관리운영비용과 인력부족 문제는 실질적으로 공공체육시설 운영수지에 있어서 지속적인 적자운영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고 관리운영비를 축소시킬 수 있는 선진형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지방자치단체 공공체육시설의 만성적인 적자운영이 코로나19 장기화를 거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실태 파악과 함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녹록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도 중앙 및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공공체육시설이 충분히 공급된다 할지라도 시민들이 적극 이용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비판은 면할 수 없다.결과적으로 공공체육시설은 시설의 설치 그 자체만으로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공공체육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스포츠 및 신체 활동 수요 충족에 기여하도록 운영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조직운영체제와 새로운 경영전략이 마련되었을 때 비로소 본래 목적과 기능에 충족한다 할 수 있다.

2022-07-17

코로나 大動亂, 북한개방 기회될까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정의 핵심가치 중 하나로 ‘도약적 성장’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사적 대전환기인 20세기를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맞았다. 1910년 결국 일제의 식민지라는 나락에 떨어져 36년간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거쳐 1945년 해방을 맞았다.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선포한 지 채 3년도 못돼 6·25 전쟁 참화로 3년간 삼천리 강산은 피로 물들었다. 이후 대한민국은 1960년대부터 근대화, 산업화, 공업화와 미국 중심의 세계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편입되어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이루었다.1980년대 후반 때마침 불어온 동서 냉전의 해빙무드를 적극 활용하여 ‘북방 외교’라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편승해 중국, 소련 등 닫혀있던 공산권 시장을 개척하면서 오늘날까지 또 다른 30년 발전을 지속할 수 있었다.현재 우리나라는 연 2% 성장, 더 나아가서 리세션을 고민해야 할 상황을 맞았다. 30년간 성장을 멈춘 일본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것인가라는 중대 기로에 선 것이다.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과거 1960년대식의 놀랄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지난 2002년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는 ‘한국 중장기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2005년이 되면 남북 관계는 완전 정상화되어 전반적인 경제교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CSIS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섬유, 봉제, 건설 산업 등 낙후되고 폐기된 산업의 수명이 20년 연장되고, 북한은 한국의 도움으로 봉제업에서 스마트폰 조립까지, 도로, 철도 항만 등 SOC와 주택 개량 등 대대적인 건설 붐이 일어날 것이다.따라서, 한국은 2005년부터 2025년까지 연 13% 정도의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북한은 이 기간 동안 17~19%의 성장을 하여 남북 평균하면 15% 성장이라는 세계사적으로 전무후무한 발전을 이루어낼 것이다. 2025년 북한 주민의 소득은 한국 국민소득의 75~80%에 달해 남북 간 격차도 거의 해소되고 그때 가면 남북 통합 논의는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이 보고서에서는 북한에 대한 투자 재원은 한국이 70%, 일본이 20%, 미국이 10%를 담당해서 한국 주도로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CSIS의 이러한 예측은 2002년 12월 북한의 핵동결 발표와 함께 UN이 대대적인 북한제재에 나섬으로써 물거품이 됐다.2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고, 이에 대응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더 심해졌다. 과연 남북은 이러한 상황속에서 경제교류 활성화를 통해 도약적 성장을 이룰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윤석열 정부에서는 남북관계 정상화라는 지렛대를 통해 한반도를 도약시킬 무슨 해법이 있을까. 만약 없다면 어떠한 방법을 통해 남북교류의 물꼬를 틀까. 남북 교류 정상화는 남북이 다 함께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장·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정말 대단한 기회인데 이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내고 이루어 갈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CSIS 보고서가 나온 후 20년 동안 남북 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가기도 했고, 남북의 국가 지도자가 함께 휴전선을 넘는 화해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계속적인 핵실험과 도발로 인해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는 더 강화되었고 남북 관계는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까지 와 있다.그간 김정은 집권 10년간 북한은 국제적인 제재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에게 농지를 분배했고, C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436개의 장마당이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베트남 개혁·개방의 초기 단계에 진입해 있는 것 같다.현재 상황은 1990년대 북방 정책처럼 없던 시장을 새로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6G 등 신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선도해서 세계시장을 우리가 장악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20년 전 CSIS가 전망했던 것처럼, 남북한 간 교류 정상화를 통해 한반도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야말로 어렵지만 우리가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필자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을 개방사회로 이끌어 낼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에 우리나라의 ‘도약적 성장’ 성패(成敗)가 달려 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담한 변화’의 키를 쥐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현재 북한은 오미크론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대동란(大動亂)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은 자체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정부의 지혜와 역량에 따라서는 북한개방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부가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 코로나 방역지원 논의를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지난 2002년 CSIS의 예측이 뒤늦게나마 실현되어, 더욱 더 폐쇄적이고 고립화되어 가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낼 수 있도록 윤석열 정부와 우리 국민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2022-07-17

정신의학 즉문즉답-공황, 공황발작, 공황장애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2012년 이후 유명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공황장애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최근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공항장애 진단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수석코치로 대한민국 4강 신화를 이끌었던 박 감독은 이후 부산아시안 게임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승승장구할 줄 알았지만 당시 3위라는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경질됐다. 이후 포항스틸러스와 상무 감독을 맡으며 감독직을 이어갔지만, 이 과정에서 성적 압박에 따른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박 감독은 “상주 상무 감독을 하면서 쇼크가 두 번 와 응급실에 실려간 적 있다. 정밀검사를 받으니 공황장애라고 하더라. 오래전부터 온 건데 인지를 못한 거였다. 숨이 쉬어지지 않고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약은 지금도 복용 중이다”라고 털어놨다.이처럼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인, 직장인들 사이에 공황장애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지면서 이제는 ‘공황장애’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됐지만 공황, 공황발작, 공황장애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와 편견이 많다.심지어 과거에는 ‘공황장애’를 ‘공항장애’로 잘못 알아들어 공항 가는 것을 무서워하는 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공황장애’를 ‘공항장애’로 알던 시절, 공황장애 환자는 4번 놀란다.마치 심장마비로 또는 뇌졸중이 발생한 것처럼 죽을 것 같은 공황발작 증상에 놀라고, 신체적 질병인 줄 알았던 공황장애가 정신건강의학과 질병임에 놀라고, ‘공황발작’이라는 ‘발작’이라는 단어에 놀라고 ‘공황장애’의 ‘장애’라는 단어에 놀란다.공황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상황에서 누구에게서나 나타날 수 있는 갑작스러운 급성 공포 불안으로 정상적인 정신·신체 반응이다.예를 들면, 밤에 혼자 외진 길을 가다가 호랑이가 바로 앞에 나타났다고 상상해 보자.누구나 심장이 급격하게 두근거리고, 숨이 턱턱 막히며, 진땀이 나고, 손발이나 온몸이 떨리는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내가 죽을 수 있겠구나’하는 엄청난 공포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실제 위험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불안은 위협적인 환경에 적응하고자 하는 가장 기본적인 반응이며 우리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기능이 있다.위험한 상황에서 아무런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면 오히려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위험할 것이다.공황과 공황발작은 어떻게 다른가?공황은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공황발작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갑작스러운 급성 공포 불안으로 비정상적인 정신·신체 반응이다.예를 들면, 호랑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호랑이가 있는 것과 같은 공황을 느끼는 비정상적 반응이다.그러나 공황발작이 한 번 일어났다고 해서 모두 공황장애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공황발작이라는 단어에서 ‘발작’이라는 단어 느낌은 어떤가? ‘발작’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느낌을 갖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그러나 ‘발작’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병증세가 갑자기 나타났다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사라진다”는 의미이다.공황장애는 예상치 못하는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있어야 한다.또한 추후의 공황발작에 대한 예기 불안이나, 공황발작의 파국적 해석 오류나, 공황 발작과 관련된 회피 행동 중 하나 이상을 보이며 부적응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일생을 살면서 한차례 이상 공황발작을 경험할 확률은 약 30% 가까이 된다.공황장애는 공황발작 경험자들의 약 10%, 전체 인구의 약 3%가 공황장애로 진단된다. 다시 말해 공황발작이 곧 공황장애는 아니다.덧붙여 공황장애라는 용어에서 ‘장애’라는 표현에 대해 알아보자. 일반인들은 공황장애에서의 장애(disorder)를 장애(disability)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장애(disability)도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 번째는 태어날 때부터 신체나 정신 능력에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도 있고 두 번째는 치료를 하더라도 정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의미도 있다.공황장애에서의 장애(disorder)는 장애(disability)의 의미가 아닌 병이라는 의미이다.병은 원래는 정상적이었으나 어떤 이유로 몸이나 마음에 문제가 생겼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말한다. 감기도 병이다.오늘 필자가 드리고 싶은 말은 공황장애를 편견(偏見)으로 보지 말고 정견(正見)으로 보자는 것이다.공황은 정상적 반응이며, 공황발작은 비정상적인 반응이나, 모두 공황장애는 아니며, 공황장애는 장애(disability)가 아닌 병으로 전문적인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으면 당연히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2022-07-10

이준석과 박지현의 정치적 좌절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여야의 청년 정치인 두 명이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다. 1985년 생 이준석은 서울 과학고를 거쳐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정치 엘리트이다. 2012년 박근혜 키즈로 영입되고 2021년 한국 최초로 보수 정당의 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그는 당대표 선거에서 나경원 등 내노라는 다선의원을 물리치는 이변을 보였다.민주당의 청년 정치신인 박지현 역시 N번방 추적단 불꽃에서 활동하다 이재명 대선캠프에 발탁되고 20대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공통적으로 정치적 좌절과 위기에 처해 있다. 이준석은 성상납 의혹사건으로 당 윤리 위원회의 6개월 당원 권 정지 처분을 받았다. 박지현 역시 6개월 당 경력 부족으로 당 대표 출마 자격을 얻지 못했다. 사건의 경중으로 봐선 이준석 대표의 자격 박탈이 훨씬 심각하지만 이들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그 귀추가 매우 주목된다.이준석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와 두 번이나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선거 전이라 두 분이 형식적으로 화해했지만 진정한 화해인지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의 미봉책인지 알 수 없다. 당시 이준석 대표의 빈번한 튀는 행동은 불안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다행히 이준석 대표는 보결선거, 대선,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보수 정당에서 매우 취약한 ‘이대남’ 득표로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따랐다.민주당 박지현 역시 당 여성 부원장으로 발탁되어 이재명 캠프를 거쳐 민주당 비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대녀’라는 여성 표 확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두 사람에 대한 부정적 비판적 평가도 상당했지만 그들의 역할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모두 서열화되고 경직화된 당 구조에서도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확실히 전달하였다.이준석은 지선 승리 직후 당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박지현 역시 당 공동 비대원장으로 활동했지만 정치적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물론 이들의 역할을 부정적 평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의 역할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들의 활동은 관료화되고 폐쇄적인 우리 정당 정치의 개혁의 계기를 마련한 점은 높이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정치에서 소외되어 무관심한 20∼30 청년 세대를 정치적 관심층으로 돌려놓았다. 특히 보수 정당의 이준석 대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유도했을 뿐 아니라 당 개혁에도 박차를 가했다. 지방선거 출마자의 최초의 자격시험, 배틀 토론을 통한 대변인의 선출, AI 윤석열 등 종전의 보수 정당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정책 어젠다를 관철시켰다. 그의 30대 당 대표 당선만으로도 보수 야당의 이미지를 탈색하는데 상당히 기여하였다.박지현 역시 기득권 정당으로 전락한 진보 민주당의 개혁에 상당한 자극제가 되었다. 그들의 돌출적인 언행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여야 모두 정당개혁이나 정치 개혁의 촉진제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그러나 이 청년 정치인들은 정치적 위기 앞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준석 대표의 당원 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는 당 대표직 사퇴를 압박받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이준석의 기존의 정치 행태로 볼 때 그가 조용히 대표직을 사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벌써 당 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재심 청구, 법원의 가처분 신청 등 자구책을 강구한다고 선언하였다. 그는 윤리위원회 징계에 앞서 오래전부터 ‘윤핵관’의 압력을 비판해왔다. 대선과 지선의 승리 후에도 그는 축하 한 번 받지 못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노출하였다.우리 정치사의 사상 초유의 당대표 중징계 결정을 그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당 내분은 명약관화하지 않을 수 없다. 이준석의 징계파문은 임기 초반의 윤석열 정부의 지지도 추락과 맞물려 당을 위기로 몰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그에 비해 박지현 전 공동위원장의 민주당 대표 출마 좌절은 민주당의 내홍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적지만 그 파동은 상당할 것이다.이준석 성상납 의혹은 결국 경찰의 조사 등 법에 의해 흑백이 드러날 사안이다. 여야 모두 청년 정치인의 정치적 좌절과 정치적 위기는 이 나라 정당 정치의 발전의 한계를 노출한 셈이다.청년 정치인들의 개혁 요구는 폐쇄적이고 경직화된 우리 정치 문화를 바꾸는 계기로 삼을 수 없을까. 우리의 정치는 아직도 계파 정치, 팬덤 정치, 패거리 정치의 굴레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 수준도 문화도 저만큼 앞서 가는데 우리 정치만은 아직도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대선에서는 지역갈등, 계층 갈등, 젠더 갈등에 이념 갈등까지 더하여 아직도 갈라치기 정치로 치닺고 있다. 두 청년 정치인의 정치적 좌절을 바라보면서 이 나라 청년들의 좌절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제2의 이준석과 박지현이 등장하여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동력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2022-07-10

목발, 휠체어 그리고 커피숍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지인이 취미활동 중 발을 다쳐 목발을 사용하고 있어 계단이 많이 있는 카페나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쪽 발을 다쳤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매우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시민운동가로 장애인들의 이동권에 대한 고민을 한 필자도 상당히 당황스러웠다.업무협의를 위해 계단이 없고 주차할 곳이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으며 이러한 이동의 제약은 만남을 제한적으로 만들어 장기간 또는 일시 장애를 겪는 분들의 사회활동 제약을 가져와 사회적 손실도 동반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목발과 휠체어로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가 선진국으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계단 옆에 경사로가 없거나 도로의 높은 경계석은 제도적 보완과 사회 인식의 변화로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휠체어를 이용해 기차를 탈려면 이동 리프트를 이용해야하는데 작동이 느리고 시설 보완이 필요해 보였던 경험과 기차 내에 의자가 없는 장애인 공간을 무심하게 지났던 기억이 더욱 마음을 무겁게 했다.계단과 경계석이 이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회, 이를 무심하게 느끼며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많은 사회는 후진국형 사회일 것이다.유튜브에서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니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영상에서 전동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좁은 인도를 겨우 지나 저상버스를 타는 불편함을 보았고 가장 인상적인 점은 승하차를 다른 승객들이 도와주고 장애인에게 우선권을 주는 오스트리아 승객들과 도움을 주지 않고 장애인에게 우선권을 주지 않으며 운전기사도 신경써주지 않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많이 부끄럽게 느껴졌다.국가인권위원회의 2019년 ‘장애인 이동권 강화를 위한 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단순히 저상버스에서 승객들의 도움과 운전기사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시설보완과 사회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주요 내용 중 저상버스 운전기사에 대하여 사전교육, 저상버스 관리 및 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보면 저상버스 운행 전 사전교육은 대부분 운전기사만 받았고 이마저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 교육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확인되었다.놀라운 사실은 저상버스 승강설비에 관한 관리와 점검이 미흡한 실정이어서 개선이 시급하게 요구된다는 점이다.대부분 운전기사는 승강설비 작동법을 인지하고 있으나 경사판 미작동 시 수동 작동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지하는 비율이 낮게 나타나(63%) 비상시 대응능력이 부족할 수 있으며 운행 중 승강설비 고장으로 승강설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있었다.심지어 승강설비 점검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확인되었다. 그리고 ‘정류장 보도와의 단차, 정류장 근처 불법주차’가 저상버스의 장애요인과 운전기사가 어려운 점으로 응답한 비중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이러한 점은 목발과 휠체어 이용 승객의 저상버스 이용이 불가능한 점도 있지만 지자체가 할 일을 하지 않은 점과 시민의식이 부족한 점이 고스란히 확인된 것이다.우리나라에서는 저상버스를 바닥과 인도사이의 높이 차이가 나지 않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는 형태를 함께 의미하지만, 일본에서는 버스의 바닥 높이를 낮춘 버스를 저상버스, 버스 내 계단이 없는 버스를 논 스텝(non step bus) 버스로 부르며 구분하여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1960년대부터 저상버스 도입을 시작하였다.2000년대에는 ‘고령자, 장애인 등의 이동 등 원활화 촉진에 관한법률’로 고령자, 장애인의 자립된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 보장의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대중교통의 시설이나 구조 및 설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와 도로, 통로 기타 시설의 정비를 추진했다.일본에서는 장애인과 더불어 고령자에 대한 배려는 우리도 교훈으로 삼아야 할 점이다.UN총회에서(2006년 12월 13일) 채택된 장애인권리협약은 전문에서 “장애인이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환경 및 건강과 교육 그리고 정보와 통신에 대한 접근성(accessibility)의 중요성을 인정한다”고 하여, 접근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고, 협약의 일반원칙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목발과 휠체어를 이용하여 카페와 식당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여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을 하지 못한다면 삶의 질은 매우 떨어진다.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며 세계적인 흐름에도 부합되지 않는다.언론을 통해 휠체어 체험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조사한 결과 내용을 3년이 지난 현재 얼마나 개선시켰냐는 질문을 하고 싶다.목발과 휠체어를 이용해 카페와 식당을 가기 편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2022-07-03

스포츠에서 배우는 경영이론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스포츠 스타들의 뉴스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 이후 11년 만에 수영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획득한 황선우, 유럽리그 최다 골을 기록하며, 세계적 스타가 되어 있는 축구의 손흥민, 올림픽 피겨 금메달의 김연아 등의 공통점은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다는 것이다.유소년 시절 일찍이 스포츠를 배우는 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늦게 배워서는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유소년 스포츠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몇 가지 문제들이 있다. 아마 위에 언급된 스타 선수들도 이러한 문제를 경험했을 것이다.그러한 문제점과 유의점들은 사실상 경영자들이 배워야 할 유의점들과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모든 과학적 경영을 위한 노력에 수반되는 개발자와 상급자 간의 갈등과 문제점은 필자의 전공인 정보시스템 개발에도 예외는 아니다.경영자와 개발자 간의 심리적 갈등과 경영자의 경영방식은 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상급 경영자는 기대를 많이 하게 되고 개발의 어려움이라든가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종종 개발자를 당혹하게 만들곤 한다.상급 경영자와 시스템 개발담당자가 겪고 있는 갈등은 유소년 스포츠에서 코치와 부모(상급 경영자)가 선수(개발담당자)와 겪고 있는 갈등과 유사해서 여기서 스포츠 심리학과 경영심리학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가 있다는 점이다. 각종 스포츠, 특히 개인경기인 테니스, 골프 등이 고도의 심리적인 경기인 것과 같이 개발담당자의 사기와 동기 부여 등이 매우 심리적이라는 점에서 같은 선상에 있는 개념이다.코치와 부모가 선수를 다루는 것과 상급 경영자가 개발자의 심리를 다루는 것은 아마도 교육이 필요한 부분일 수 있다.경영자들은 많은 경우 시스템 개발의 힘들고도 치열한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스템 개발을 지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가 경영자도 경쟁의 치열성을 나중에 인식하고 혼란에 빠지면서 시스템 개발자를 다그치는 일에 매진하게 된다.개발자를 관리하는 경영자들이 유소년 스포츠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첫째, 부모코치들이 유소년에게 승부의 압박을 너무 주어서는 안 된다. 승부에 거는 기대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가장 심한 고통과 압박을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경영자는 개발자에게 결과에 대한 심한 압박을 주어서는 안 된다. 압박감이 적은 상태에서 개발자가 창의력과 유연성을 발휘하여 좋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스포츠를 즐겨야 하듯이 개발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둘째, 이익이 금세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코치 부모는 빨리 성공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승부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승부에의 집착은 장기적으로 큰 선수를 만들지 못한다. 경영자가 시스템 개발을 통한 이익에 너무 집착하거나 서두르면 안 된다. 언젠가는 그 효과가 빛을 본다는 확신과 개발과정에서 얻어지는 경험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셋째, 자기 이기심에 근거하여 선수들을 지나치게 재촉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시합에 패했을 때 관심과 사랑의 표현을 해주어야 한다. 경영자의 기대가 너무 크고 자신의 승진과 같은 개인적 이기심에 의해 개발자를 압박해서는 안 된다. 개발자의 심리가 부정적으로 될 수 있으며 개발이 난항을 겪을 때도 끊임없이 격려와 성원을 보내 주어야 한다.넷째, 선수의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틀에 박힌 코치는 지양해야 한다. 창의적으로 성장한 선수들이 큰 선수가 될 수 있다. 경영자는 개발 자체의 업무에 너무 심한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 개발자에게 최대한의 창의성과 자율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경영자와 개발관리자의 역할 분담이 명백해야 한다.다섯째, 게임 결과는 그들의 인간적 가치와 상호 관계가 없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개발의 결과가 개발자의 인간적 가치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도록 해야 한다. 개발자들이 그들의 능력이나 인간적 가치의 실험대에 올라와 있다고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여섯째, 마지막으로 부모코치 그리고 선수가 조화를 이룰 때 결과가 극대화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부모코치의 불화는 선수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경영자 상호 간의 불화 또는 경영사 상하 간의 불화가 개발자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경영자, 개발자의 조화에서 적절한 임무와 역할이 수행되고 결과적으로 훌륭한 개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손홍민의 부친은 어려서 경기를 시키지 않고 승부로부터 압박을 배제하고 기본기에 충실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아들의 성공에 대하여 겸손한 자세를 취하면서 더 큰 노력을 격려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제시한 모델의 일부가 상당히 적용된 듯하다. 유소년 스포츠의 성공적 모델로부터 경영자들이 많은 것을 배우길 기대해 본다.

2022-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