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유명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겪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생소하던 공황장애가 사회적 이슈가 되던 때의 일이다.필자에게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치료하던 중년 여성 환자가 딸에게 “엄마가 공황장애로 치료받고 있어”라고 했더니 딸이 “엄마가 무슨 연예인이야”라고 말했다고 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공황장애를 앓는 연예인들이 많이 알려지면서 일종의 직업병처럼 연예인 병으로 알려진 경우가 있으나, 공황장애는 연예인만 걸리는 연예인 병이 아닌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흔한 병이다. 공황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3% 내외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이라고 한다면, 150만명이 일생에 한번은 공황장애를 앓는다는 의미이다.이렇듯 공황장애는 흔한 병이나, 공황장애를 포함한 정신과 병에 대한 편견으로 과소진단 되고 과소치료돼 공황장애 환자들은 치료와 회복의 기회를 놓치고 고통 속에서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진 채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지난 2012년 이후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공황장애로 치료받고 있다는 것을 용기 있게 공개하면서 공황장애를 포함한 정신과 병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편견과 낙인이 감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생겨났다.일반인들에게 공황장애를 포함한 정신과 병을 정신적 및 사회적 능력의 결격 사유가 아니라 치료받아야 하는 의학적 병으로 받아들이는 효과를 낳았다.용기 있는 그들의 고백에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공황장애에 대한 인지도와 정신과 치료의 수용도가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치료받는 공황장애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공황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지난 2010년 약 5만명에서 지난 2020년에는 약 20만명으로 10년 동안 4배 가까이 늘었다.그럼에도, 아직도 여전히 많은 환자는 적절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일반인들이 공황장애를 정신과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정신과 병에 대한 편견뿐만 아니라 발현되는 공황장애 증상에도 있다.공황장애는 예상치 못하는 공황발작 증상이 반복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의학적으로 공황발작은 아래 13가지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갑자기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이다.공황발작 증상은 다음과 같다.①맥박이 빨라지거나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심장이 빨리 뛴다. ②가슴 부위에 통증이나 불편감이 느껴진다. ③숨이 가쁘거나 답답한 느낌. ④질식할 것 같은 느낌. ⑤땀이 많이 난다. ⑥화끈거리거나 추운 느낌. ⑦손발이나 몸이 떨린다. ⑧감각이상(감각이 따끔거리거나 둔해지거나 하는 느낌). ⑨ 어지럽거나 불안정하거나 멍한 느낌이 들거나 쓰러질 것 같은 느낌. ⑩메스껍거나 복부 불편감. ⑪비현실감(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 또는 이인증(내가 아닌 느낌, 자신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느낌). ⑫스스로 통제할 수 없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 ⑬죽을 것 같은 공포감 등이다.공황발작 증상을 구분해서 살펴보자. 공황발작 증상은 심폐계 증상군(①~④), 신경계 증상군(⑤~⑨), 소화기계 증상군(⑩), 인지정신증상군(⑪~⑬)으로 나눌 수 있다.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공황발작의 증상은 인지정신증상보다 심폐계 증상, 신경계 증상, 소화기계 증상 등 신체적 증상이 더 많다. 때문에 공황장애 환자들은 심장내과 혹은 호흡기 내과를 많이 방문하다. 또 신경과를 방문하거나, 드물게 소화기 내과에 방문하기도 한다.증상이 심한 경우 응급실을 방문하지만, 공황장애는 심장, 호흡기계, 신경계, 소화기계 자체의 병이 아니기 때문에 각종 내과 및 신경과적 검사에서는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일반인들은 신체적 증상이 있으면, 신체적 병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공황장애의 경우 신체적 증상들이 많이 나타나지만, 신체적 병이 아니다. 공황장애는 뇌의 불안 중추인 뇌간의 청반(locus ceruleus)의 기능 이상에 기인한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정신과 병이다. 당뇨나 고혈압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듯, 공황장애도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소를 잃고 소와 관계없는 곳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듯이 건강을 잃어 병을 얻었다면 그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공황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3% 정도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흔한 병이며 신체적 증상이 많이 나타나기는 하나, 신체적 병이 아니라 정신과 병으로 전문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빠른 회복을 하자는 것이다.공황장애를 편견(偏見)으로 보지 말고 정견(正見)으로 보자.공황장애 환자들이 더 이상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죽을 것 같은 공포, 고통 속에서 벗어나 평안의 날을 맞기를 바란다.
2022-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