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정의 핵심가치 중 하나로 ‘도약적 성장’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사적 대전환기인 20세기를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맞았다. 1910년 결국 일제의 식민지라는 나락에 떨어져 36년간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거쳐 1945년 해방을 맞았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선포한 지 채 3년도 못돼 6·25 전쟁 참화로 3년간 삼천리 강산은 피로 물들었다. 이후 대한민국은 1960년대부터 근대화, 산업화, 공업화와 미국 중심의 세계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편입되어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1980년대 후반 때마침 불어온 동서 냉전의 해빙무드를 적극 활용하여 ‘북방 외교’라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편승해 중국, 소련 등 닫혀있던 공산권 시장을 개척하면서 오늘날까지 또 다른 30년 발전을 지속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 2% 성장, 더 나아가서 리세션을 고민해야 할 상황을 맞았다. 30년간 성장을 멈춘 일본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것인가라는 중대 기로에 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과거 1960년대식의 놀랄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지난 2002년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는 ‘한국 중장기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2005년이 되면 남북 관계는 완전 정상화되어 전반적인 경제교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SIS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섬유, 봉제, 건설 산업 등 낙후되고 폐기된 산업의 수명이 20년 연장되고, 북한은 한국의 도움으로 봉제업에서 스마트폰 조립까지, 도로, 철도 항만 등 SOC와 주택 개량 등 대대적인 건설 붐이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2005년부터 2025년까지 연 13% 정도의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북한은 이 기간 동안 17~19%의 성장을 하여 남북 평균하면 15% 성장이라는 세계사적으로 전무후무한 발전을 이루어낼 것이다. 2025년 북한 주민의 소득은 한국 국민소득의 75~80%에 달해 남북 간 격차도 거의 해소되고 그때 가면 남북 통합 논의는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서는 북한에 대한 투자 재원은 한국이 70%, 일본이 20%, 미국이 10%를 담당해서 한국 주도로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CSIS의 이러한 예측은 2002년 12월 북한의 핵동결 발표와 함께 UN이 대대적인 북한제재에 나섬으로써 물거품이 됐다.
2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고, 이에 대응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더 심해졌다. 과연 남북은 이러한 상황속에서 경제교류 활성화를 통해 도약적 성장을 이룰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남북관계 정상화라는 지렛대를 통해 한반도를 도약시킬 무슨 해법이 있을까. 만약 없다면 어떠한 방법을 통해 남북교류의 물꼬를 틀까. 남북 교류 정상화는 남북이 다 함께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장·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정말 대단한 기회인데 이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내고 이루어 갈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CSIS 보고서가 나온 후 20년 동안 남북 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가기도 했고, 남북의 국가 지도자가 함께 휴전선을 넘는 화해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계속적인 핵실험과 도발로 인해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는 더 강화되었고 남북 관계는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까지 와 있다.
그간 김정은 집권 10년간 북한은 국제적인 제재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에게 농지를 분배했고, C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436개의 장마당이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베트남 개혁·개방의 초기 단계에 진입해 있는 것 같다.
현재 상황은 1990년대 북방 정책처럼 없던 시장을 새로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6G 등 신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선도해서 세계시장을 우리가 장악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
20년 전 CSIS가 전망했던 것처럼, 남북한 간 교류 정상화를 통해 한반도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야말로 어렵지만 우리가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을 개방사회로 이끌어 낼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에 우리나라의 ‘도약적 성장’ 성패(成敗)가 달려 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담한 변화’의 키를 쥐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현재 북한은 오미크론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대동란(大動亂)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은 자체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정부의 지혜와 역량에 따라서는 북한개방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부가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 코로나 방역지원 논의를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지난 2002년 CSIS의 예측이 뒤늦게나마 실현되어, 더욱 더 폐쇄적이고 고립화되어 가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낼 수 있도록 윤석열 정부와 우리 국민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