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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 허준이 교수

등록일 2022-07-24 18:41 게재일 2022-07-2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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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한국도 드디어 과학의 노벨상과 같은 최고의 상의 수상자를 갖게 되었다. 이달초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Fields)상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인 한국계 허준이 교수가 수상했다.

노벨상은 매년 분야별로 1∼2명씩 선정하는데 반해 필즈상은 4년에 한 번 2∼4명을 선정하고 반드시 40세 이하여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노벨 과학상보다 타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유학 시 교내에 필즈상 수상 교수가 걸어가면 “저 교수가 필즈상 수상자”라고 손짓을 하면서 존경과 부러움을 보이던 기억이 있다.

필자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공부하던 40여 년 전 같은 캠퍼스에서 공부하던 허명회 고려대 명예교수의 자제가 허준이 교수이다. 허준이 교수는 당시 스탠퍼드 캠퍼스에서 태어났다.

미국서 태어나긴 했으나 2살 때 부모를 따라 귀국해 중고등학교와 대학, 대학원을 한국서 다니고 박사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기 때문에 성격 형성에 가장 중요한 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냈다. 그는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특별히 잘한 것도 아니고 고교는 중퇴하고 홈스쿨링으로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에 입학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서도 저학년 때 학점이 좋은 것은 아닐 정도로 최소한 학점상으로는 특출한 학생이 아니었다.

허준이 학생은 문학을 즐기고 상상력이 풍부하여 창의적인 학생이었다. 미국 유학을 가려고 했을 때도 여러 개 대학 중 일리노이대학(UIUC)만이 받아 주었는데 그 대학에서 유명한 리즈추측(Read’s Conjecture)을 증명하면서 일약 수학계의 스타로 올라섰다. 이후 수학계의 신데렐라로 등장한 허준이 교수는 스탠퍼드, 프린스턴의 정교수를 거쳐 드디어 필즈상을 수상했다.

중고교 시절, 대학 시절 학점상으로 최정상이 아니었던 허준이 교수가 11개의 추측을 증명할 정도로 탁월한 창의력을 발휘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창의력은 타고나는 건가? 길러지는 건가? 후자라면 분명히 교육 환경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한국서 청소년을 보낸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이 ‘한국교육의 개가’라고 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암기식 한국교육의 이단아’로 성공한 케이스로 판단된다.

창의력은 타고난 재능과 교육의 융합체라고 할 수 있다. 타고난 재능만 가지고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면 창의가 발휘될 수 없고,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지식만 가지고도 창의력은 발휘되기 쉽지 않다.

비행기를 발명한 미국의 라이트 형제는 타고난 호기심과 창의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베르누이 정리에 의한 유선형의 원리를 교육받지 못했다면 비행기를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라이트 형제의 업적은 그러한 원리 위에 디자인과 속도를 낼 수 있는 설계에서 창의력을 발휘하였다.

‘창의력은 지능과 비례하는가’하는 것도 재미있는 질문이다. 지적능력의 지표인 IQ는 일정 이상만 넘으면 창의력과 관계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너무 높은 IQ는 암기력이나 이해도가 빨라 오히려 창의력에 방해가 된다는 이론도 있다. 따라서 한국적 교육환경에서의 수석합격, 수석졸업생들은 오히려 덜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공부는 잘하지만, 호기심이 많고 돌연변이적 사고를 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더 큰 창의적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창의성 뒤에는 이들이 한 곳에 열중하고 미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허 교수도 마찬가지이다. 하루 4시간씩 수학만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그의 부친의 성격을 잘 아는 필자로서는 허 교수가 그러한 집중력과 한 곳에 미치는 성격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즐기는 사람을 못 당한다는 말이 있는데 한 곳에 열중하고 미친다는 것은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실 미국의 중고교생들은 보통 오후 3~4시에 집에 돌아와서 논다. 논다는 의미는 다양한데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친구들과 떠들기도 하고 음악도 듣고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그러한 시간을 한국의 학부모들은 논다고 생각하여 밤늦게까지 공부시키는 한국의 중고교 교육을 오히려 그리워하기도 한다. 수학·과학 경시대회 같은 곳에서 한국이나 아시아국가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건 그런 과도한 학습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 대학원을 가서는 중고등학교때 ‘놀던’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은 어쩐일일까? 결국 창의력은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기본적인 원리를 가르쳐주고 충분히 사고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창의력은 결국 교육적인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결론 지을 수 있다.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축하하며 이번 수상이 한국교육 방식과 환경의 근간을 바꾸는데 기여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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