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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샐비어

사루비아는 일본식 이름이다, 흔히 깨꽃이라 부른다. 영어로는 세이지(sage)라고 한다. 라틴어 salveo(건강), salvare(치료)에서 유래하듯이 예로부터 좋은 약초로 알려졌다. 유럽에는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은 5월에 세이지를 먹어라.`는 속담이 있다. 어린아이들은 샐비어 꽃을 뽑아 하얀 꼭지에 입을 대고 빨아먹었다. 세이지가 현명하다는 말과 발음이 같아서 이 꽃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속설이 있다.어린이 들이 이 꽃을 따먹는 것은 꿀처럼 맛이 달콤하기 때문이다.샐비어 차는 진정작용을 하는 건강음료로 알려졌는데, 홍차가 전해지기 전부터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널리 마셨다. 서양에서는 잎을 말려 가정상비약으로 하거나 돼지고기와 잘 조화가 되는 까닭에 소시지나 치즈의 향료로 썼다. 프랑스에서는 출산을 앞둔 여성의 체력을 증진하기 위하여 이 샐비어 잎을 담근 와인을 마시게 하였다.보카치오의 작품 `데카메론`에는 젊은 남녀가 샐비어의 잎 때문에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한 쌍의 연인이 샐비어 꽃이 핀 곳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이때 청년은 샐비어 잎을 따며 “이 꽃잎으로 이를 닦으면 깨끗해진다고 해요.”라며 그 잎으로 이를 문질렀다. 청년은 갑자기 정신을 잃더니 죽고 말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녀가 독살했다고 의심했다. 그녀는 누명을 쓴 것이 너무도 억울하여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샐비어 잎을 따 이를 문지르자 곧 죽고 말았다.이상해서 샐비어를 뽑아 보았더니 그 뿌리에 두꺼비가 붙어 있었다. 그들이 죽은 이유는 두꺼비의 독 때문이었다. 여인의 결백을 알게 된 후 마을에는 잎으로 이를 닦는 풍속이 생겼다.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9-11

천일홍

천일홍은 꽃의 붉은 기운이 천 일 동안 퇴색하지 않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백 배, 백일홍의 열 배이니, 좀 과장된 이름을 가진 꽃이다. 토끼풀에 피는 꽃을 닮았다. 빽빽하게 무리 지어 피는데, 붉은색이 주류지만 흰색이나 연한 붉은색도 있다. 천일홍은 꽃에 물기가 거의 없다. 아예 드라이플라워로 만들어서 걸어두기도 한다. 천일홍 꽃차의 효능은 기침을 멈추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며 대뇌 신경을 안정시키고 우울한 기분을 좋게 한다. 혈액순환에 좋고 콜레스테롤을 분해한다. 식물 전체를 약재로도 사용한다.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부부가 살았다.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하여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소망이 매우 강했다.어느 날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났다. 잠깐이라고 생각했던 세월이 오랫동안 흘렸으나 남편은 소식이 없었다. 아내는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남편을 기다렸다. 이웃 주민들은 그 안타까움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연락이 없는 걸 보면 무슨 변고나 마음이 변한 것이니 그만 잊어버리라고 위로하였다.아내는 남편이 돌아오는 길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서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남편을 기다리며 매일같이 오르던 언덕길에 예쁘게 피어난 붉고 예쁜 꽃을 보면서 아내는 위로받았다.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가던 아내는 이 꽃이 시들 때까지만 남편을 기다리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러나 그 꽃은 쉽게 시들지 않았고, 남편은 돈을 많이 벌어 십 년 만에 돌아와서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아내를 버티게 해주었던 그 꽃이 천일홍이었다. 만남과 헤어짐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운을 주는 꽃이다.김한성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9-04

배롱나무

배롱나무는 목 백일홍이라 한다. 꽃이 100일 동안 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줄기를 만지면 모든 가지가 흔들린다 하여 `간지럼나무`라고도 불린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지만 배롱나무꽃은 백일을 간다. 한번 핀 꽃송이가 백일 동안 계속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 꽃들이 연이어 피어난다. 국화과의 한해살이풀꽃인 백일홍도 꽃이 오래 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꽃이 100일 동안 핀다고 하여 백일초로 부른다. 배롱나무 꽃은 먹을 수도 있다. 그늘에서 말려 차로 달여 먹거나 기름에 튀겨 먹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 잎은 자미엽(紫薇葉), 뿌리는 자미근(紫薇根)이라 하는데 모두 약으로 쓴다. 배롱나무 뿌리는 어린이들의 백일해와 기침에 효과가 있다. 사찰이나 서원 등에 배롱나무를 심는 뜻은 오래 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마다 껍질을 벗으며 매끈하고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출가한 수행자들이 배롱나무처럼 세속의 욕망을 벗어버리라는 뜻과 선비들이 배롱나무처럼 깨끗하고 청렴한 성품을 닮으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옛날 어떤 어촌에 목이 셋 달린 이무기에게 해마다 처녀를 제물로 바치고 있었다. 이웃 마을의 총각이 사랑하는 처녀의 차례가 되자 자신이 이무기를 처치하겠다고 자원했다. 처녀로 가장해 기다리던 청년은 이무기가 나타나자 달려들어 칼로 쳤으나 이무기는 목 둘만 잘린 채 도망갔다. 처녀는 청년을 평생 반려자로 모시겠다고 했으나, 그는 이무기의 나머지 목 하나를 베어야 한다며 배를 타고 떠났다. 청년은 떠나기 전 내가 이무기 목을 베면 배에 하얀 기를 걸고,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처녀는 백 일간 정성껏 기도했다. 백 일 후 멀리 배가 오는 것을 보니 붉은 깃발이 걸려 있었다. 처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청년은 이무기가 죽을 때 뿜은 붉은 피가 깃발에 묻은 줄 몰랐다. 그 후 처녀의 무덤에서는 붉은 꽃이 100일 동안 피었는데 백일기도를 하던 처녀의 넋이 꽃으로 피었다 하여 백일홍이라고 불렀다.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8-28

봉숭아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김형준 작시·홍난파 작곡 `봉선화`)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김상옥 시 `봉선화`)봉숭아는 봉선화과 한해살이풀로 봉선화(鳳仙花)라고도 한다. 봉숭아 냄새 때문에 뱀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 해서 금사화(禁蛇花)라 부르기도 한다. 봉숭아는 한약재로 쓰이고 시와 노래로 사랑 받기도 하지만 홍난파의 `봉선화` 노래 속에는 우리 민족의 애환과 광복의 염원이 담겨 있어 일제에 의해 금지되기도 했다.경기도 시흥시 매화동에서는 `봉숭아 꽃 축제`를 열고 손톱에 꽃물들이기 행사를 한다. 빨간 꽃잎에 소금과 백반을 넣고 이겨서 손톱 위에 얹고 잎으로 싸서 실로 꽁꽁 동여맨다. 하룻밤 자고 난 후 풀면 손톱에 고운 빛깔의 물이 든다. 여름에 들인 꽃물이 첫 눈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려 충선왕은 몽골의 미움을 받아 임금이 된 지 5년 만에 왕위를 내놓고 몽골로 붙잡혀 갔다. 그곳에서 손가락을 흰 헝겊으로 동여맨 소녀를 만났다. 소녀는 고려에서 온 공녀인데 고향이 그리워 고려의 풍습대로 봉숭아의 꽃물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소녀는 왕께 오랫동안 준비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왕께서 반드시 성공하여 고국으로 돌아가라는 기도를 담은 가야금 가락이었다. 왕은 큰 감명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갈 뜻을 품었다. 무종이 왕위에 오르자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고려로 돌아왔다. 충선왕은 그 갸륵한 소녀를 데려오려 했으나 이미 죽은 후였다. 왕은 소녀를 기리는 뜻에서 궁궐 뜰 앞에 봉숭아를 심게 했다. 그리고 궁녀들에게는 봉숭아 물을 손톱에 들이도록 권장했다.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8-21

달리아

달리아는 멕시코가 원산지이며 관상용으로 심는다. 번식은 고구마처럼 생긴 덩이뿌리를 나누는 외에 씨로 심기도 하고 꺾꽂이나 접붙이기 등으로도 번식한다. 영국의 고고학자들이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연구하다 3천년 전에 묻힌 미라를 발견했다. 손에는 꽃 한 송이가 있었는데, 공기와 만나는 순간 꽃은 산산조각이 났다. 꽃은 다시 볼 수 없었지만 떨어진 몇 알의 꽃씨를 영국으로 가져가 심었더니 싹이 나고 꽃이 피었다. 세상에는 같은 꽃이 없어서 꽃을 재배했던 스웨덴의 식물학자 안드레아 달(Andreas Dahl)을 기념하기 위해 달리아라고 이름을 붙였다.크고 탐스러운 꽃이 가지 끝에 한 송이씩 옆을 향해 핀다. 붉은색, 흰색, 노란색, 장미색, 분홍색 등이 있다. 꽃 색에 따라 꽃말도 다르다. 흰색은 `친절이 감사합니다.` 장미색은 `당신의 마음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붉은색은 `당신의 사랑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이다.꽃이 모란과 비슷하고 인도인 천축(天竺)에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믿는데서 `천축모란(天竺牡丹)`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꽃잎을 떼어 샐러드, 꽃 밥 장식에 이용하며 덩이뿌리는 이놀린이 풍부해 고구마처럼 쪄 먹는데 야콘 같은 식감이 있다. 꽃은 소염작용, 지통(止痛), 이뇨작용이 있다. 꽃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나폴레옹의 왕비 조세핀은 정원에 여러 가지 종류의 달리아를 심어 놓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했지만 남에게는 한 뿌리도 나눠 주지 않았다. 귀부인 중 한 명이 달리아를 너무 갖고 싶어서 정원사를 꾀어서 달리아 알뿌리를 몰래 빼내어 자기 정원에 심었다. 이 사실을 안 왕비는 불같이 화를 내며 달리아를 뽑아 버리고 귀부인과 정원사를 멀리 귀양 보냈다. 정원사는 “정원에 갇혀 피는 달리아는 행복한 꽃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에게까지 탄성을 지르게 하는 달리아가 진정 행복한 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8-07

엉겅퀴

엉겅퀴는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뽑은 못을 묻은 곳에서 생겨서 기독교의 성화(聖花)가 되었다. 가시가 마녀를 쫓고, 가축의 병과 벼락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고 한다. 결혼을 이루어 주기도 한다. 10세기 중엽 스코틀랜드에서는 적의 척후병이 엉겅퀴를 맨발로 밟아 비명을 질렀기 때문에 기습이 발각되어 전쟁에서 이기게 되었다.이후 스코틀랜드 국화가 되었으며, 엉겅퀴 훈장은 두 번째 등급이다.세계에 약 250종이 분포하며 우리나라에 약 16종이 자란다. 바늘엉겅퀴, 큰엉겅퀴, 캐나다엉겅퀴, 도깨비엉겅퀴, 고려엉겅퀴, 지느러미엉겅퀴, 가시엉겅퀴, 젖엉겅퀴 등 다양하다.엉겅퀴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전설은 몽골의 침략으로 조정을 강화도로 옮기고 최후까지 항전할 때 몽골 병사에게 겁탈을 당한 여인이 자결한 자리에 피어난 꽃이 엉겅퀴였다. 고려엉겅퀴는 잎사귀가 겨울에도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여인의 정절을 느끼게 한다.가시나물이라고 하며, 어린순은 쌈이나 비빔밥 재료로 이용하며, 지혈, 고혈압 예방, 결석 제거, 숙취 해소, 간 기능 강화, 타박상 치유 등 여러 약재로 이용한다. 즙을 만들어 먹으며 장복할 때에도 부작용이 없다.옛날 시골 마을에 젖소를 기르는 소녀가 있었다. 어느 날 우유가 가득 든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시내로 팔러 나갔다.`오늘은 우유를 팔아 예쁜 옷과 양말을 사고 엄마·아빠께 선물도 해야지.`생각에 골몰하다가 그만 길가의 엉겅퀴 가시에 찔리는 바람에 우유를 모두 쏟고 말았다.소녀는 너무 안타까워 정신을 잃은 뒤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소녀는 젖소로 변했고 길가의 엉겅퀴만 보면 모두 뜯어먹고 다녔다. 그런데 그 많은 엉겅퀴 중에서 보지 못하던 것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우유처럼 흰 무늬가 있는 엉겅퀴였다. 소녀가 쏟은 우유를 떠오르게 하는 이 꽃을 젖엉겅퀴라고 한다./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7-31

해당화

▲ 해당화는 장미과 갈잎떨기나무로 꽃말은 `미인의 잠결`이다.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나 혼자 걷노라면 수평선 멀리 /갈매기 한두 쌍이 가물거리네.”(동요 `바닷가에서` 장수철 작사)“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섬마을 선생님` 이경재 작사, 이미자 노래)꽃과 열매가 적은 것을 개해당화, 꽃잎이 많은 것을 겹해당화, 가지에 가시가 거의 없고, 잎이 작고 좁으며 주름이 적은 것을 민해당화라 한다.우리나라의 원산(元山)에 있는 명사십리(明沙十里)는 해당화가 무리 지어 피는 곳으로 유명하다. 푸른 바다와 10리에 걸쳐 펼쳐져 있는 새하얀 모래밭이 붉은 해당화를 더욱 돋보이게 했을 것이다.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뿌리는 당뇨병, 치통, 관절염 치료에, 꽃은 진통과 지혈 및 향수 원료로 쓴다. 열매에는 비타민 C가 많아 효소와 술로 만들어 먹으면 피로회복, 식욕 증진에 효험이 있다.이 꽃을 보면 두보와 양귀비가 생각난다. 시성(詩聖) 두보는 해당화를 소재로 시를 쓰지 않았다. 어머니의 이름이 해당 부인이어서 이름을 부르기가 송구스러워서였다. 이러한 사연을 알게 된 사람들은 그 효심에 감탄하였다.당나라 현종 황제가 심향전에 올라가 봄날을 즐기다가 양귀비를 불렀다. 양귀비는 지난밤 마신 술이 깨지 않아 자리에 누워 있다가 부름을 받자 혼자 일어설 수가 없어서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나갔다. 황제가 “너는 아직도 취해 있느냐?”하니, 양귀비는 “해당화의 잠이 아직 깨지 않았습니다”라고 재치 있게 대답했다.옛날 연인이 사랑을 속삭이며 바닷가를 걷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큰 파도가 밀려와 두 사람을 덮쳤다. 남자는 여인을 물 밖으로 밀어내고 자기는 그만 빠져 죽고 말았다. 갑자기 사랑하는 이를 잃은 여인은 죽은 남자 친구의 시신을 끌어안고 슬피 울었다. 그 눈물이 남자의 몸에 닿자 그 자리에 분홍빛 해당화가 피었다./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7-24

원추리

원추리는 오래전부터 어린 싹을 식용으로 했던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만개하기 직전의 꽃봉오리를 따서 튀김을 해먹기도 한다. 원추리나물에 있는 콜히친을 먹으면 몸 안에 유독성 물질이 생겨서 대변과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게 된다. 원추리나물은 말려서 먹어야 한다. 말리거나 찌거나 물에 데치면 독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꽃을 요리에 이용하는데, 이것을 금침채(針菜) 또는 황화채(黃花菜)라 한다. 마른 꽃으로 술을 담그기도 하는데 자양 강장이나 피로회복에 좋다. 한방과 민간에서 소염, 지혈, 황달, 이뇨 등의 약재로 쓴다. 주독을 푸는 데는 잎, 줄기, 꽃, 뿌리를 달여 먹는다. 우울증, 불면증을 치료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 근심을 잊게 한다고 근심풀이 풀이라 부른다. 원추리를 임산부가 몸에 지니고 다니면 아들을 낳게 된다고 득남초라 하기도 한다. 원추리의 종류는 여러 종이 있는데 키가 크고 꽃이 큰 왕 원추리, 가장 작은 애기원추리, 노란색의 꽃을 피우는 노랑원추리와 각시 원추리 등이 있다.백제 사비성에 효성이 지극하고 의좋은 형제가 부모님을 모시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평화롭던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다. 아버지는 전쟁터로 나갔다가 황산벌 전투에서 전사했다. 어머니도 아버지를 따라 백마강에 몸을 던졌다. 충성심과 효성이 지극한 두 형제는 나라를 잃은 슬픔과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에 상심해서 몸져눕게 되었다. 병은 어떠한 약을 써도 낫지 않고 깊어만 갔다. 어느 날 밤, 두 아들의 꿈에 부모님이 나타났다. 꽃을 보여주면서 이것을 달여 마시고 힘을 얻어 백제의 부흥을 기약하라고 했다. 두 아들이 그대로 했더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그 후 사람들은 원추리 꽃을 일컬어 근심을 잊게 하는 꽃이라 하여 망우초(忘憂草)라 불렀다./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7-17

수련

수련은 잠잘 수 수련(睡蓮)이지, 물 수 수련(水蓮)이 아니다. 수련은 잠자는 연꽃이란 뜻이다. 이름처럼 오전 중에 꽃이 열렸다가 오후에는 닫힌다. 미시(未時)에 꽃이 핀다하여 미초(未草)라 하고, 한낮에 핀다하여 자오련(子午蓮)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흘 정도 피었다 잠들기를 반복하다가 나흘째쯤 되면 모든 꽃잎을 여미고 피기 전의 봉오리 모습으로 돌아간다. 자세히 보면 피기 전의 모습과 달리 고개를 숙이고 마치 기도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이런 모습으로 삼사일 후 물속으로 자취 없이 사라진다. 꽃도 아름답지만, 마지막 모습이 너무나 깔끔하다.수련과 연꽃은 어떻게 다를까? 수련은 잎이 모두 수면에 펼쳐진 뜬 잎으로 수면 위로 솟는 경우가 없고, 꽃도 대부분 수면 높이에서 핀다. 발수성이 없어서 잎의 표면에 물이 묻는다. 연꽃은 수면 위에 펼쳐진 뜬 잎과 수면 위로 솟아오른 선 잎이 함께 있으며 꽃이 수면보다 높이 솟아올라 핀다. 표면은 물이 스며들지 않게 하는 발수성이 있어서, 물이 묻지 않고 연잎 위에 방울로 맺힌다. 수련은 땅속 줄기의 속이 꽉차 있는데 연꽃은 속에 구멍이 나 있다.한방에서도 수련이라 하며 개화기에 풀 전체를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사용한다. 더위를 씻어주며 진정작용이 있어서 안면(安眠)을 위한 약재로 쓴다. 민간요법으로는 꽃을 지혈제·강장제로 쓴다. 서양의학에서도 수련에 함유된 누파리딘 성분을 위장약으로 추출해 쓴다.옛날 여신에게 예쁜 딸이 세 명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딸을 한 명씩 불러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하고 물었다. 맏딸은 물을 지키는 `물지기`가 되겠다고 했고, 둘째 딸은 `물을 떠나지 않고 살고 싶다`고 대답했다. 막내딸은`어머니께서 원하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맏딸은 밖의 바다를 지키는 여신이, 둘째 딸은 안쪽바다를 지키는 여신이 되었다. 그리고 막내딸은 호수의 `수련`으로 예쁘게 피었다./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7-10

닭의장풀

잎과 마디 모양이 대나무를 닮았다고 해서 죽절채(竹節菜)라 한다. 당나라의 시인 두보는 닭의장풀을 수반에 담아두고 `꽃이 피는 대나무`라고 부르며 아꼈다. 중국에서는 꽃잎이 오리발을 닮았다 하여 압척초라 부른다. 마디마디가 꺾이며 땅을 기듯 자란다. 이 마디가 땅에 닿으면 그곳에서 뿌리가 나와서 새로운 포기가 된다. 영어로는 `Day flower`라고 하는데 반나절도 못 가서 지는 하루살이 꽃이다. 겨우 반나절을 살고 떠나는 반짝 생명이어서 번식이 힘들 것 같지만, 곤충의 도움이 없이도 아래쪽 수술을 안으로 굽혀서 암술에 꽃가루를 묻혀 자가수정을 한다. 닭의장풀은 꽃이 피는 순간에 대부분 수정을 마친다. 꽃봉오리 안에서 서둘러 꽃으로의 목적을 이룬다.대나무 잎처럼 생긴 부분을 따서 연한 소금물에 살짝 데쳐 갖은 양념을 해서 나물로 먹는다. 꽃은 화전을 만들기도 하고, 샐러드로 만들어 먹기도 하며 비빔밥 재료로도 쓴다. 그늘에서 말렸다가 뜨거운 물에 서너 개씩 넣어 꽃차로 마신다. 풀 전체로 차나 효소를 만들어 꾸준하게 복용하면 당뇨병, 심장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 감기에 의한 열, 황달, 간염, 인후염, 류머티즘이나 신장장애로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에도 효능이 있다. 땀띠, 독충 물린 데, 종기, 가려움증에 생잎을 짓이겨 붙여도 좋다. 꽃잎은 남색 물감을 들이는 염료로 사용한다.옛날 어느 마을에 두 남자가 힘자랑했다. 바위 멀리 던지기, 바위 들고 달리기, 바위 들어 올리기 등을 겨뤘으나 이기고 지고 하는 바람에 결정이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내일 첫닭이 울면 강에서 바위를 안고 `깊이 가라앉기`로 승부를 가르기로 했다. 아내들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죽음을 각오한 이 승부에 부인들은 첫닭이 울지 못하도록 갖은 방법을 써 보았지만, 결국 새벽이 오자 닭이 울고 말았다. 부인들은 새벽닭이 울자 애가 타서 죽었고, 그 자리에 피어난 꽃이 `닭의장풀`이다./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7-03

접시꽃

꽃의 모양이 접시처럼 납작하게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한의학에서는 아욱을 닮았다 하여 촉규화(蜀葵花)라 한다. 흰 꽃은 백규화(白葵花), 붉은 꽃은 적규화(赤葵花), 뿌리는 촉규근(蜀葵根), 씨앗은 촉규자(蜀葵子)라 부른다. 씨앗도 접시를 닮았다.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며, 꽃, 잎, 뿌리 모두 약으로 쓴다. 열을 내릴 뿐만 아니라, 장과 위를 이롭게 한다. 울타리 주변에 많이 심는 이유는 자식의 벼슬이 높이 올라가라는 뜻이 담겨있다. 신라 시대 최치원이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한탄을 담아`촉규화`란 시를 지은 것으로 보아 오랜 인연을 가진 꽃이다. “적막한 거친 밭가에 / 탐스러운 꽃이 약한 가지를 누르네 / 매화비 개니 향기 날리고 /보리 바람에 그림자 드리운다 / 수레 탄 사람 뉘라서 보아주리. / 벌 나비만 부질없이 기웃거리네 /천한 땅에 태어난 것 스스로 부끄러워 / 남에게서 버림받고도 그 한을 견디누나”(寂寞慌田側 繁花壓柔枝 香輕梅雨歇 影帶麥風奇 馬誰見賞 蜂蝶從相窺 自慙生地賤 堪恨人棄遺)옛날 꽃 나라 화왕(花王)이 궁궐 뜰에 어화원(御花園)을 크게 만들고 세상의 모든 꽃을 심도록 명령하였다. 이때 서역국에는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세상의 꽃을 가꾸고 다스리는 꽃감관(花監官)이 있었다. 그는 잠시 출타 중이었다. 화왕의 명을 받은 꽃들은 꽃감관의 허락도 없이 어화원으로 떠나갔다. 그가 돌아와 보니 꽃으로 가득했던 산과 들이 텅 비어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그는 정성을 다하였는데 몰래 떠나간 꽃들이 원망스러웠다. 이때 대문 밖 울타리 밑에서 접시꽃이 방긋 웃으며 얼굴을 내밀었다. 접시꽃에게 왜 떠나지 않았느냐고 묻자, “다 가버렸으니 저라도 집을 지켜야지요.”라고 대답했다. 꽃감관은 고맙고 반가웠다. 그리고 진정으로 사랑해야 할 꽃은 접시꽃이라 생각했다. 그때부터 접시꽃은 대문을 지키는 사랑 받는 꽃이 되었다./김한성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6-26

장미

장미는 사랑의 꽃이다. 연인들이 가장 많이 선물하는 꽃이며, 꽃송이 수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나이 수만큼 선물하면 생일을 축하하며,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요. 1송이는 오직 그대만을 사랑해요. 20송이는 열(10) 열(10)이 사랑해요. 22송이는 우리 둘만의 사랑. 33송이는 당신이 눈앞에 삼삼해요. 54송이는 오빠, 사랑해. 55송이는 오오! 나에게 돌아와 주오. 99송이는 구구절절한 사랑. 100송이는 100% 완전한 사랑. 119송이는 불타는 가슴으로 사랑을 고백해요. 365송이는 일 년 365일 당신만을 사랑해. 1,004송이는 당신은 영원한 나의 천사. 장미 하면 `장미전쟁`이 떠오른다. 15세기 영국에서는 흰 장미를 깃발로 내건 요크가와 붉은 장미를 깃발로 내건 랭카스터가가 왕권을 놓고 30년 동안 전쟁을 벌였다. 결국, 랭카스터가의 헨리 튜더가 왕권을 장악하면서 전쟁은 끝났다. 그는 화합을 위해 요크 가문의 딸 엘리자베스를 왕후로 맞아 들였으며, 붉은 장미와 흰 장미를 합쳐 왕가의 표시로 삼았다. 이후 장미는 영국의 국화가 되었으며 지금도 붉은 장미와 흰 장미를 합하면 화합을 의미하게 되었다.옛날에 인색한 향수 장수가 있었다. 수많은 향수를 가족들도 못 쓰게 했다. 로사라는 착한 딸이 있었는데 정원에서 일하는 바틀레이를 사랑했다. 그는 아침마다 향수를 만들어 가장 좋은 것으로 한 방울씩 그녀에게 몰래 주었다. 몇 해가 지나자 향수 단지는 가득 차게 되었다. 어느 날, 이웃 나라와 전쟁이 벌어져 바틀레이는 싸움터로 가게 되었다. 그녀는 그가 떠난 후 매일 가장 좋은 향수를 한 방울씩 모았다. 향수병이 차기 전에 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바틀레이는 뼈가 되어 돌아왔다. 로사는 슬픔에 겨워 지금까지 모았던 향수를 뿌리며 울었다. 이때 인색한 아버지는 비싼 향수를 뿌리는 딸을 보고 놀라 홧김에 향수에 불을 붙였다. 그녀는 향수와 함께 타죽고 말았다. 그 자리에 빨간 장미가 피었다./김한성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6-19

채송화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꽃밭에서`·어효선 작사, 권길상 작곡) 땅에 붙다시피 하면서 피기 때문에`땅 꽃`이라 하며, 아침에 피었다가 한낮에 지기 때문에 `하루살이 꽃`이라 부른다. 수명이 짧으니 하루가 무척 바쁘다. 아침에 봉오리였던 것이 정오가 되면 활짝 피며 오후에는 바람 없이도 꽃술이 조금씩 움직인다. 한낮에 같은 꽃 안에서 수술과 암술이 스스로 만나 씨앗을 만든다. 벌과 나비에 의해서 수정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꽃술이 서로 비벼대며 채송화의 수정은 이루어진다. 저녁이 되면 꽃이 오므라들며 진다. 줄기와 잎이 다육질이다. 몸체 내에 수분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건조를 좋아하는 식물이다. 줄기를 끊어 모래에 꽂아도 뿌리가 내릴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 채송화는 흙을 가리지 않는 편이고, 공해가 심한 지역에서도 잘 자란다.옛날 어느 나라에 보석을 좋아하는 여왕이 있었다. 여왕은 백성들에게 보석을 바치라고 강요했다. 원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코끼리 두 마리에 보석을 가득 실은 노인이 여왕을 찾아왔다. 보석 한 개와 백성 한 사람씩을 맞바꾸자고 제안했다. 여왕은 뛸 듯이 기뻐하며 백성을 보석과 맞바꾸었다. 드디어 여왕에게는 백성이 한 명도 남지 않았다.그런데 노인에게는 한 개의 보석이 남아있었다. 여왕은 그 마지막 보석이 너무 갖고 싶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마지막 보석을 자신과 바꾸기로 했다. 여왕이 마지막 보석을 받아 들자 갑자기 모든 보석이 사방으로 흩어져 폭발해 버렸다. 여왕도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진 형형색색의 보석들은 땅에 흩어져 채송화로 피어났다./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6-12

토끼풀

`클로버`로 더 잘 알려졌다. 잎새의 모양이 토끼의 발자국처럼 생겼기 때문에 토끼풀이라 하고, 꽃으로 반지를 만들어 손가락에 끼워 주기 때문에`반지 꽃`이라고도 한다.클로버는 아일랜드의 국화이다. 아일랜드에서는 세 잎 클로버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로 악마와 마귀를 막아준다고 믿는다. 성 패트릭이 아일랜드에서 선교할 때 삼위일체의 교리를 세 잎 클로버 잎을 가지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뜻하고 젊은 연인들은 풀밭에 앉아 행운을 찾으며 밀어를 나눈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이지만 주위에서 자주 보이는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행운이 네 잎 클로버처럼 숨어 있는 것이라면, 행복은 세 잎 클로버처럼 늘 우리 주변에 있다. 사람들이 행운을 찾느라 행복을 버리기도 하고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행운을 찾는데 정신이 팔려 행복을 밟아 버릴 때도 있다. 행운도 중요하지만, 행복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하는 사람들이 많다.꽃과 잎을 그늘에서 말렸다가 은은한 불로 달여 마시면 폐결핵, 천식, 감기, 황달, 이뇨, 해열에 효능이 있다. 생잎을 찧어서 상처나 화상 입은 곳에 붙이면 지혈과 염증을 해소한다. 치통이 있을 때 토끼풀 생잎을 씹으면 치통을 멎게 한다. 잎에 마취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나폴레옹이 전쟁터에 나가 싸울 때, 발밑에 네 잎 클로버가 있어 신기해 허리를 굽혀 따려는 순간 총알이 머리 위를`쌩`하며 날아갔다. 네 잎 클로버가 나폴레옹의 목숨을 구해 주었다. 그래서 뒷날 황제까지 되었다. 이때부터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 되었다. 다섯 잎 클로버도 있는데 이것은 불운을 상징한다/김한성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6-05

불두화

불두화(佛頭花). 보리수, 연꽃과 함께 불교와 관련이 깊은 꽃이다. 꽃 모양이 부처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초파일을 전후해서 꽃이 핀다. 하얀 고깔을 연상해서 `승무화`, 사발을 닮아서 `사발 꽃`, 북한에서는 `큰 접시꽃`이라 부른다.서양에서는 눈덩이 같다고`스노우 볼 트리`(Snowball tree)라 한다. `절 나무`라 부르는 이 꽃은 번식력이 없다. 백당나무를 개량하면서 꽃의 아름다움을 위해 생식기능을 없앴기 때문이다. 꽃은 탐스러우나 무성화(無性花)여서 암술과 수술이 없다. 그래서 씨를 맺지 못한다. 스스로 번식할 수 없기에 꺾꽂이를 통해서만 번식할 수 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정진하는 스님들과 닮은 꽃이다. 세 갈래로 갈라진 잎은 불(佛)ㆍ법(法)ㆍ승(僧)을 상징한다.꽃말까지 부처의 가르침 중 하나인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그러고 보니 `절 꽃`에 틀림없다.옛날 바닷가에 한 노파가 주막을 열었다. 어느 날 아침 누더기 차림의 한 노인이 주막으로 쓰러질 듯이 들어와서는 먹을 것을 청했다. 노파는 정성스레 밥상을 차려서 내놓았다. 식사를 마친 노인은 음식값이 없다고 하면서 대신 무슨 일이라도 좋으니 시켜만 달라고 사정하였다. 노파는 다음에 혹 이곳을 지나시는 길에 들러서 갚으라고 했다. 노인은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난 뒤, 내년 6월경 할머니의 손자가 종기를 크게 앓을 것이니, 그때 앞산에 있는 절 뒤 숲으로 찾아오면 병을 낫게 할 약초를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노파는 그 말을 믿지 않았는데 다음 해 유월이 되자 손자가 종기로 고생하게 되었다. 절 뒤 숲으로 찾아갔더니 노인을 닮은 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나무의 잎을 따다가 손자의 종기에 붙이자 신기하게도 병이 나았다. 그 나무가 불두화이다./김한성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5-29

연꽃

연꽃이 피면/달도 별도 새도 연꽃 구경을 왔다가 /그만 자기들도 연꽃이 되어 /활짝 피어나는데 /유독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만이 /연꽃이 되지 못하고”(정호승 시`연꽃 구경`)초파일이 다가오면 거리는 연등이 물결을 이룬다. 부처님의 좌대도 연꽃 모양으로 수놓는데, 이를 `연화좌`라 한다. 연꽃은 싯다르타 태자가 태어나 동서남북으로 일곱 발자국씩을 걸을 때마다 땅에서 연꽃이 솟아올라 받들었다는 데서 불교의 꽃이 되었다. 연꽃은 더러운 진흙탕에서 청정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성자의 꽃`이라 불린다. 연꽃의 씨는 천 년이 지나도 심으면 꽃을 피운다 하여 불생불멸(不生不滅)을 상징한다. 많은 불교예술품들은 연꽃을 형상화하여 그 깊은 뜻을 나타내고 있다.`묘법연화경``화엄경`등 경전의 제목도 연꽃과 관련이 깊다.옛날 사막 근처 마을에 아름다운 처녀가 살았다. 처녀의 집에는 맑은 물이 솟아나오는 우물이 있었다. 처녀는 목마른 나그네에게 물을 나누어주었다. 어느 날 남루한 차림새의 젊은이가 찾아왔다. 그녀는 물 한 바가지를 정성껏 대접했다. 젊은이는 물을 달게 마시고 품에서 향수병을 꺼내 바가지에 부어주었다. 그 때부터 바가지에서 은은한 향기가 나게 되었다. 물을 마시러 왕자가 온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러자 관리가 처녀를 옥에 가두고, 자기 딸을 우물에 가 있게 했다. 왕자가 도착하자 황금 바가지에 정성껏 물을 담아 드렸다. 왕자는 바가지에 입을 대더니, 이곳에서는 향기나는 바가지에 물을 담아준다던데 하며 실망했다. 관리는 감옥으로 달려가 처녀에게서 바가지를 빼앗았다. 그리고 처녀를 연못에 빠져 죽게 했다. 다시 물을 받아든 왕자는 향기에 만족하며, 바가지의 주인을 찾아오라 명령했다. 그러나 이미 처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왕자는 관리가 처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벌을 내렸다. 연못에는 전에 없던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처녀가 연꽃으로 변한 것이다./김한성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5-22

조팝나무

꽃 모양이 좁쌀을 튀겨 놓은 것처럼 보이므로 조밥 나무라 하다가 발음이 강하게 변해 조팝나무로 부르게 되었다. 눈처럼 새하얀 꽃이 핀다고 해서 눈싸리꽃이라고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상산 혹은 목상산이라 하고 중국에서는 수선국이라 부른다.조팝나무에는 조팝나무 산(酸)이라는 약 성분이 있어 해열제 및 진통제로, 버드나무의 아세틸살리실산과 함께 아스피린 원료로 쓴다. 꽃은 효소나 차(茶)로 마신다.조팝나무는 습한 곳을 싫어하고 건조한 곳을 좋아해서 조팝나무가 있는 곳을 명당이라 여긴다. 선조들은 주위의 자연을 보고 농사를 지었는데, 그 중 조팝나무를 보고 벼농사를 지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조팝나무 가지에 잎이 돋으면 못자리를 하였으며, 꽃이 질 무렵에는 모내기를 시작하고, 잎이 누런 갈색으로 말라갈 무렵에 벼를 베기 시작하였다.옛날 어느 마을에 수선이라는 효성이 지극한 소녀가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 아버지는 전쟁터로 나가게 되었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고 적국의 포로가 되었다는 소문이 들려 왔다. 수선은 갖은 고생을 다해 적국으로 찾아가 감옥을 지키는 옥리가 되었다. 아버지를 찾았지만 얼마 전에 감옥에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슬픔에 북받친 수선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목 놓아 울었다. 수선이 적국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수선의 지극한 효성에 감동되어 그녀를 고향으로 보내주었다. 수선은 아버지를 모셔오지 못한 슬픔에 적국에 있는 아버지의 무덤 옆에 있는 작은 나무 한그루를 캐 와서 정성스레 키웠다. 이듬해 봄 하얗고 아름다운 꽃송이를 피웠는데 그녀의 이름을 따서 수선국이라 했다.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5-15

이팝나무

꽃이 쌀알처럼 핀 것이 쌀밥을 높이 담아 놓은 것 같아서 쌀밥나무라고 한다. 조선 시대에는 흰 쌀밥이 양반인 이(李)씨들만 먹는 밥이라 하여 `이밥`이라 했다.이팝나무는 양반들만 먹는 쌀밥 같은 꽃을 피우는 나무이다.쌀밥을 먹는 것이 최고의 바람이었던 보릿고개 시절. 아이들은 굶주림에 하나 둘 목숨을 잃었고 부모들은 죽어가는 자식들을 지켜보며 통곡했다. 자식 무덤 곁에 이팝나무를 심어 죽어서라도 쌀밥을 배불리 먹으라는 부모의 애달픈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이 나무에 꽃이 많이 피면 풍년, 적게 피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목재는 염료재와 가구재로 사용했다. 나무 전체를 지사제, 건위제로 꽃은 중풍 치료제로 썼다. 공해와 병충해에 강하기 때문에 가로수로도 많이 심는다.옛날 경상도 어느 마을에 열여덟 살에 시집온 착한 며느리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쉴 틈 없이 집안일을 하였지만, 시어머니는 늘 트집을 잡고 구박하였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은 모두 이 며느리를 칭찬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제사가 있어서 조상들께 드리는 쌀밥을 지었다. 항상 잡곡밥만 짓다가 쌀밥을 지으려니 혹 밥을 잘못 지어 꾸중 들을 것이 겁이 난 며느리는 밥에 뜸이 잘 들었나 보기 위해 밥알 몇 개를 먹어보았다.그런데 그때 마침 시어머니가 부엌에 들어오다가 그 모습을 보고 제사에 쓸 밥을 며느리가 먼저 퍼먹었다며 온갖 학대를 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구박을 견딜 수 없어서 뒷산에 올라가 목을 매어 죽었다. 이듬해 며느리가 묻힌 무덤가에서 나무가 자라더니 흰 꽃을 가득 피웠다. 동네 사람들은 이밥에 한이 맺힌 며느리가 죽어서 된 나무라 생각하고 이팝나무라 불렀다.김한성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5-08

할미꽃

뒷동산의 할미꽃 꼬부라진 할미꽃/ 싹 날 때에 늙었나 호호백발 할미꽃/ 천만 가지 꽃 중에 무슨 꽃이 못되어/ 가시 돋고 등 굽은 할미꽃이 되었나.할미꽃은 허리 굽은 형상을 하고 있다. 이런 할미꽃이 딱 한 번 허리를 펴는 날이 있다. 머리가 허옇게 센 날이다. 할미꽃이 허리를 펴는 이유는 열매가 익으면 민들레처럼 머리에 품은 자식들을 조금이라도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해서다.일명 노고초(姑草), 백두옹(白頭翁)으로 불리는 할미꽃은 사약으로 사용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할미꽃은 진통. 지혈. 소염. 건위 등에 다른 약재와 함께 쓰이며, 여름철에 벌레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할미꽃 뿌리를 이용한다.특히 농촌에서는 변기에 넣어 벌레가 생기는 것을 막았다. 서양에서는 십자군 전쟁 당시 예수가 못 박힌 현장의 흙을 옮긴 곳에서 피는 까닭에 부활절 꽃이라 한다.옛날 어느 마을에 못된 큰손녀와 착한 작은손녀를 돌보고 사는 할머니가 있었다. 큰손녀는 얼굴이 예뻐 이웃 마을 부잣집 며느리가 되었고 작은손녀는 산 너머 가난한 산지기에게 시집갔다. 작은손녀는 시집가던 날 울면서 할머니께 함께 가자고 졸랐다. 그러나 동네 체면 때문에 큰손녀가 자기가 돌본다며 반대했다. 큰손녀는 할머니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할머니는 작은손녀가 그리워 산 너머 마을로 떠났다. 며칠이나 굶어서 기운이 빠진 할머니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면서 걸어가다가 작은손녀 집이 보이는 고갯마루에서 더 걸을 수 없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안 작은손녀는 한없이 울면서 할머니를 양지바른 곳에 묻었다. 봄이 되자 할머니의 무덤가에 허리가 꼬부라진 이름 모를 꽃 한 송이가 피더니 할머니의 머리칼같이 하얗게 세어갔다. 사람들은 이 꽃을 `할미꽃`이라 불렀다.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

2015-05-01

벚나무

철쭉은 머뭇거리게 한다는 뜻의 `척촉`이 변해서 된 이름이다. 꽃이 매우 아름다워 지나가던 나그네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는 척촉화. 산척촉이라고 하는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서 `참꽃`이지만 철쭉은 먹을 수 없기에 `개꽃`이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철쭉이 더 아름답고 품격 있는 것으로 여겼다. 조선 전기 문신인 강희안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꽃나무를 아홉 등급으로 나눠 평가하면서 진달래인 홍두견을 육 품에 홍철쭉을 이 품에 두었다.진달래와 철쭉과 영산홍을 어떻게 구별할까?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는 나무라 가지에 잎이 없다. 잎 없이 꽃만 있다면 진달래, 꽃과 잎이 무성하다면 철쭉이다. 진달래는 꽃받침이 없고, 철쭉과 영산홍에는 꽃받침이 있다. 영산홍과 철쭉은 꽃의 크기와 수술 개수로 구별할 수 있다. 영산홍 꽃은 철쭉에 비해 작은 편이고, 한 가지 끝에 한 송이의 꽃만 피운다. 영산홍은 수술이 5개, 철쭉은 10개이다.진달래 질 무렵 산기슭을 수놓는 철쭉은 수로부인의 설화가 깃든 꽃이다.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순정공과 수로부인 일행이 한낮이 되자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때 머리를 들어 벼랑을 쳐다보니 타는 듯 붉은 꽃이 피어있었다. 수로 부인은 주위 사람에게 꽃 한 송이를 따오라고 말했으나 발 디딜 곳 없는 험한 절벽이라서 누구도 엄두를 못 냈다. 이때 암소를 끌고 곁을 지나가던 노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절벽에 올라가 꽃을 꺾어다 주고 다음과 같은 노래를 지어 바쳤다.“자줏빛 바위 가에/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을 꺾어 바치오리다.”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향가인`헌화가`에 얽힌 얘기다. 이 노래에는 절세가인인 수로가 초라한 늙은이에게서 꽃을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길까 봐 걱정하는 노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 꽃이 바로 척촉화이다./김한성(수필가·한문지도사)

201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