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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등록일 2015-05-01 02:01 게재일 2015-05-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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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미꽃은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슬픔`이다.
뒷동산의 할미꽃 꼬부라진 할미꽃/ 싹 날 때에 늙었나 호호백발 할미꽃/ 천만 가지 꽃 중에 무슨 꽃이 못되어/ 가시 돋고 등 굽은 할미꽃이 되었나.

할미꽃은 허리 굽은 형상을 하고 있다. 이런 할미꽃이 딱 한 번 허리를 펴는 날이 있다. 머리가 허옇게 센 날이다. 할미꽃이 허리를 펴는 이유는 열매가 익으면 민들레처럼 머리에 품은 자식들을 조금이라도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해서다.

일명 노고초(姑草), 백두옹(白頭翁)으로 불리는 할미꽃은 사약으로 사용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할미꽃은 진통. 지혈. 소염. 건위 등에 다른 약재와 함께 쓰이며, 여름철에 벌레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할미꽃 뿌리를 이용한다.

특히 농촌에서는 변기에 넣어 벌레가 생기는 것을 막았다. 서양에서는 십자군 전쟁 당시 예수가 못 박힌 현장의 흙을 옮긴 곳에서 피는 까닭에 부활절 꽃이라 한다.

옛날 어느 마을에 못된 큰손녀와 착한 작은손녀를 돌보고 사는 할머니가 있었다. 큰손녀는 얼굴이 예뻐 이웃 마을 부잣집 며느리가 되었고 작은손녀는 산 너머 가난한 산지기에게 시집갔다. 작은손녀는 시집가던 날 울면서 할머니께 함께 가자고 졸랐다. 그러나 동네 체면 때문에 큰손녀가 자기가 돌본다며 반대했다. 큰손녀는 할머니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할머니는 작은손녀가 그리워 산 너머 마을로 떠났다. 며칠이나 굶어서 기운이 빠진 할머니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면서 걸어가다가 작은손녀 집이 보이는 고갯마루에서 더 걸을 수 없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안 작은손녀는 한없이 울면서 할머니를 양지바른 곳에 묻었다. 봄이 되자 할머니의 무덤가에 허리가 꼬부라진 이름 모를 꽃 한 송이가 피더니 할머니의 머리칼같이 하얗게 세어갔다. 사람들은 이 꽃을 `할미꽃`이라 불렀다.

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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