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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김한성 기자
등록일 2015-06-26 02:01 게재일 2015-06-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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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시꽃은 아욱과 두해살이풀로 꽃말은 `애절한 사랑`이다.
꽃의 모양이 접시처럼 납작하게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한의학에서는 아욱을 닮았다 하여 촉규화(蜀葵花)라 한다. 흰 꽃은 백규화(白葵花), 붉은 꽃은 적규화(赤葵花), 뿌리는 촉규근(蜀葵根), 씨앗은 촉규자(蜀葵子)라 부른다. 씨앗도 접시를 닮았다.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며, 꽃, 잎, 뿌리 모두 약으로 쓴다. 열을 내릴 뿐만 아니라, 장과 위를 이롭게 한다. 울타리 주변에 많이 심는 이유는 자식의 벼슬이 높이 올라가라는 뜻이 담겨있다. 신라 시대 최치원이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한탄을 담아`촉규화`란 시를 지은 것으로 보아 오랜 인연을 가진 꽃이다.

“적막한 거친 밭가에 / 탐스러운 꽃이 약한 가지를 누르네 / 매화비 개니 향기 날리고 /보리 바람에 그림자 드리운다 / 수레 탄 사람 뉘라서 보아주리. / 벌 나비만 부질없이 기웃거리네 /천한 땅에 태어난 것 스스로 부끄러워 / 남에게서 버림받고도 그 한을 견디누나”

(寂寞慌田側 繁花壓柔枝 香輕梅雨歇 影帶麥風奇 馬誰見賞 蜂蝶從相窺 自慙生地賤 堪恨人棄遺)

옛날 꽃 나라 화왕(花王)이 궁궐 뜰에 어화원(御花園)을 크게 만들고 세상의 모든 꽃을 심도록 명령하였다. 이때 서역국에는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세상의 꽃을 가꾸고 다스리는 꽃감관(花監官)이 있었다. 그는 잠시 출타 중이었다. 화왕의 명을 받은 꽃들은 꽃감관의 허락도 없이 어화원으로 떠나갔다. 그가 돌아와 보니 꽃으로 가득했던 산과 들이 텅 비어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그는 정성을 다하였는데 몰래 떠나간 꽃들이 원망스러웠다. 이때 대문 밖 울타리 밑에서 접시꽃이 방긋 웃으며 얼굴을 내밀었다. 접시꽃에게 왜 떠나지 않았느냐고 묻자, “다 가버렸으니 저라도 집을 지켜야지요.”라고 대답했다. 꽃감관은 고맙고 반가웠다. 그리고 진정으로 사랑해야 할 꽃은 접시꽃이라 생각했다. 그때부터 접시꽃은 대문을 지키는 사랑 받는 꽃이 되었다.

/김한성<수필가·한문 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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