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신 객원 논설위원 로타리 공공이미지 코디네이터막말이 도를 넘었다면 시정잡배 수준이다. 그것도 언어흐름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방송과 학교 선생님, 법조계, 정치권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니 단연 사회적 문제다. 막말은 거치고 함부로 내뱉고 마지막까지 간 말이다. 우리사회의 언어지표가 될 방송언어는 한문장, 한마디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원론은 예전에 먼 곳으로 가버렸다.거칠고 괴이하고 폭력적이고 도를 넘는 선정적인 말들로 인해 언어의 방향타를 잃어버렸다. 품위를 떨어뜨리지 않는 방송언어가 안방극장에서 내 몰린지는 10년이 훨씬 넘었다.“싸가지다” “쪽팔리다” 정도의 잡어(雜魚)는 이젠 신사어가 됐을 뿐 아니라 이런 언어를 개그맨이 구사해서는 인기반열에서 멀어진다고 하니 우리사회에 유통되는 언어의 품위수준을 알만하다.강력한 사전심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일정한 언어교육을 받은 다음 출연시키거나 `삼진아웃제`가 거론되기도 했으나 이상론일 뿐이다. 오히려 2, 3초의 시간공간도 두지 않고 아무 말이나 거침없이 막말을 잘 내뱉는 연예인이 인기가 높다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폰의 문자 공간에서 주고받을 때 ㄲ, ㅆ 등을 ㄱ, ㅅ으로 쓰거나 “넵, 넹, 앱”·“사랑해욥 사랑해염”·“앱 알겠씀다” “…임다”로 써보니 즐겁게 소통이 되긴 했다. 이럴 경우도 아이들에게 맞는 말이 따로 있고 가끔 그렇게 말한다고 일일이 알려줘야 할까도 고민스럽긴 하다.문제는 여론몰이를 할 수 있는 지도층의 말이 우리 사회에 퍼질 경우 오염도의 파장은 크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감탱이 꼴통 짓을 하고 있다는 말은 막말이다. “가카새끼 짬뽕”같은 말은 심하기도 하지만 조롱이지 표현의 자유는 더더욱 아니며 법관으로서 품위와 절제를 놓친 형편없는 언어다.한 고교교사는 “헌법재판소의 영감탱이oo들은 시대적으로 볼 때 꼴통 짓을 하고 있다”와 같은 막말을 서슴없이 토해냈다. 일부 교사들의 말도 이처럼 점점 거칠어져 전교조, 비교조가 따로 없다고 한다.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에서 튀어 나온 대통령 조롱 발언을 시험문제로 냈던 중학교 교사가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2012,1월2일)한 것을 보면 학교 교육 현장에도 막말, 비속어가 어지간히 온 모양이다.학생은 교사의 한마디가 인생을 바꿔 놓기도 한다.정호승 시인은 “글 잘 쓴다”는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에 유명한 시인이 됐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정신이 이토록 짓밟히고 있을까.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염려스럽다.정치권의 막말이나 행동은 이미 수준급에 도달해 있다. 막말 수준을 넘어 욕설은 예사고 추악한 몸싸움, 깡충 뛰어 오르기, 던지기, 문부수기를 뛰어넘어 최루탄이 터지는 국회다. 도가 넘다보니 난장판 국회라는 말조차 면역이 생겨 버렸다.이런 정치판은 예전에도 비슷했던 모양이다. 조선시대 비변사(備邊司)는 나라의 중요한(實事)일을 결정하는 최고의결기관인데 허구한 날 실사보다 허사를 다루며 세월을 보내다 임진왜란을 맞았다.어느 날 백사 이항복(李恒福)이 유난히 늦게 등청하면서 그 이유가 “환관이 스님의 머리채를, 스님은 환관의 생식기를 잡고 싸우질 않겠소”그래서 싸움 구경하느라고 늦었다는 것.비변사에 모인 당상 당하 관리들이 배를 잡고 웃었지만 스님의 머리칼이 나 환관은 생식기가 없는 것을 빗대어 막말 당쟁을 일삼던 회의를 우회적 언어 포장으로 질책했다.정치권은 물론이다.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통제가 쉽지 않은 인터넷방에서부터 더러워진 말을 품격 있는 말로 가꾸지 않는 한 우리언어는 점점 더 거칠어 질 것이다. 말은 그 사람의 거친 인격을 그대로 나타내는 수단이다. 그런 사람들로 우리사회가 채워지면 국격도 거칠게 보일 것이다.
2012-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