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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이상하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1-01 23:34 게재일 2011-11-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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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신객원 논설위원로타리 공공이미지 코디네이터
단풍이 천지를 뒤덮는 가을은 너나할 것 없이 좋은 계절이지만 곧 떠나버린다. 기상학자들이 보는 가을은 5~20℃ 쯤의 날씨인데 그런 기간이 한반도는 통상적으로 보통 두 달 정도이나 지난해 가을이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30일쯤 머물다 갈 것 같다.

초가을은 너무 따뜻해서 길거리의 짧은 바지차림이 어색하지 않았는데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한 10월 달 하순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얼음이 꽁꽁 얼어버리는 이상스런 날씨다.

지난해 가을 강원도 대관령에는 눈발까지 날렸었다. 올여름은 강수량이 많다보니 단풍색은 곱기는 했다. 수분이 없으면 잎 속 화학작용이 시원치 못해 단풍이 제 색깔을 내지 못한다.

나무로 보면 초겨울 넘게 까지 나무가 많은 잎을 달고 있는 것은 하릴없이 재산을 축내는 거나 마찬가지다. 초겨울로 접어들면 나무 잎은 봄여름처럼 영양분을 만들어 낼 수 없고 수분만 축낸다.

나무는 가지에서 잎으로 옮겨 가는 영양통로를 막기 위해 잎을 떨어버린다. 매정하지만 이게 나무가 사는 자연계의 순환이치다.

“단풍은 잎들이 제 몸을 떠나기 앞서 벌이는 작별 축제다”(김준민·들풀에서 줍는 과학) 그래서 단풍잔치는 낮과 밤의 기온차이가 심한 가을밤이면 더 요란하다. 수분 공급이 좋은 동해안 단풍보다 내륙 깊숙이 자리한 내장산 단풍이 그래서 더 좋다.

나른한 봄, 무더운 여름, 건조한 가을, 차가운 겨울 등 이 사계절은 계절의 특성에 따라 한국인들의 오장 육부에 건강한 자극을 주고 장기마다 새롭게 적응함으로써 제 기능을 다해 강인함을 키워 나가는 것이 순환의 이치였다.

폭염이 그치면 빗줄기도 가느려 지는데 이 몇 년 사이에는 그렇지가 않다. 지난여름도 그랬지만 내렸다하면 100※가 훨씬 넘으니 “요즘 비는 미쳤다는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봄가을이 실종되고 어느 날 느닷없이 더웠다가 추워지니 우리 몸에도 좋지 못한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

말라리아, 뎅기열 등 아열대 질병이 발생되는 등 한반도의 질병지도까지 바뀌고 있다. 어류도 환경도 바뀐다. 봄 조기, 가을 전어는 옛말이 돼 버렸다.

유난히 길고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과 쏜살같이 지나쳐 버리는 짧은 봄·가을로 인해 소비패턴도 급격히 바뀌어서 제조업체들마다 상품기획에서부터 판매전략 등에서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한반도를 급습한 `2 계절 환경` 변화는 사계절에 익숙했던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재편시키는 중이다. 이를테면 2010년 가을의 경우 10월 하순 만추의 계절에 강원도로 스키 타러 휴가를 내는 직장인이 나왔으니 말 이다.

반면 여름 놀이시설인 워터파크는 늦봄에 폭염이 시작되자 개장일을 앞당기는 한편 폐장일은 늦추는 이변이 생겨났다. 한반도에서 스키장과 워터파크가 동시영업이라는 이변이 생겨나게 됐는가하면 심지어 한국인의 대표적 성격까지도 “빨리빨리”에서 “더 빨리빨리”로 달려간다는 심리학자의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적응력·경제성·불확실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하이브리드 키워드는 입는 옷에만 국한되지 않고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속속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중에는 계절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고 입는 패션이 인기다.

세상 사람들은 좋았던 것이 반복되기를 늘 마음속에서 염원한다. 고맙게도 자연은 비를 많이 뿌리고 봄·가을은 짧게 흘려버리지만 이 순환법칙을 그런대로 지키니 가을은 다시 올 것이다. 좋은 것은 오래오래 머물지 않기에 허전함이 더 밀려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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