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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만 낳으라

등록일 2012-02-21 21:38 게재일 2012-02-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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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신 객원 논설위원 국제로타리 공공이미지 코디네이터

이모가 사라진다. 아주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는 엄마 이상으로 정겨운 이모라는 호칭이 존재했었다. 이모는 사실 또 다른 살가움이 숨어있다. 저출산 사회 현상이 이모라는 살갑고 정겨운 단어를 내 쫓아 버렸다.

고모도 그렇고 큰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외삼촌 외숙모도 사라지고 있다. 가장 가까운 친족을 부르는 호칭의 존재가 모두 그렇다. 저출산 때문이다.

여성이 평생 아기를 낳는 출산율(1.15~1.23명)이 흔들리지 않고 1위(OECD)를 고수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222개국 가운데 217위다.

도시국가 홍콩과 최저 출산율을 두고 경쟁하는 꼴이 됐으니 민족의 미래가 단연 보장될 수 없다. 이번 세기 내내 저출산이라는 단어를 달고 살아야 할지모르며 이미 익숙하게 들리는 처지가 돼 버렸다. 이 고개가 넘어가면 둔감해 질 수도 있다.

가까운 일본을 보라. 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사라진 것이 20년이 넘었다. 대신 아이 한 둘을 키우기에는 부족함이 없고 유지비가 적게 드는 소형면적을 찾는다고 하며 고물가에 시달린 정부 관료와 대신들마저 합류했다.

기둥뿌리를 뽑는 혼수비용이나 오를 대로 오른 주택가격이 문제다. 비정규직이 많다보니 여성일수록 더 치열한 경쟁 속으로 내몰린다. 이런 어려운 여건을 돌파, 결혼은 했지만 살인적인 교육물가가 태산처럼 버티고 있다.

학벌주의는 아이를 키우는 데 부부가 일생을 투자하고도 모자랄 만큼 많이 든다. 안심하고 맡길만한 육아 지원 인프라역시 미흡하다. 결혼과 출산을 배려하는 직장 문화도 아직 미미하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 다섯 명의 워킹 맘 가운데 한명의 비율(19%)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다는 통계는 참담하다.

이런 걸 해결해야 할 문화가 뒤따라주지 않는 한 저출산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을 수 없다. 양성(兩性)이 공평한 가족(家族)과 사회문화, 미혼모, 다문화 가정 등 어떤 유형의 가족도 차별받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다리 몇 개를 놓는 것 보다 중요하다.

이주여성은 4년 새 두 배로 늘어나 지난해 9월까지 12만3천866명에 이르렀다. 2006년 이후 해마다 2만5천명이 넘는 외국여성들이 들어오고 있는 데 이 가운데 절반(52.9%) 이상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 온 여성들이다.

국제로타리 3630지구 동해로타리클럽(회장 장종운)은 지난 17일 베트남에서 시집온 누엔티만(24세)등 5명의 합동결혼식을 주선하고 자녀 5명과 보름간 친정을 다녀오도록 했다. 이들 다문화가정의 잔치비용과 친정 나들이 예산 2천500만원은 동해로타리클럽 회원들이, 그리고 신부들이 입은 한복은 은하수로타리클럽에서 부담하는 등 다문화가정의 정착을 도왔다.

이처럼 섞여서 성공한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선진국으로서는 유일하게 2.0명 이상 출산국인 미국은 지금도 돈과 젊음 기술을 갖고 들어오는 이민 보따리를 여전히 환영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성공한 예도 크게 작용되었고 골프 황제 타이거우즈 몸에도 5가지 피가 흐른다.

갤럽이 지난해 155개국을 대상으로 한 행복도 조사에서 덴마크가 1위였고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4위까지 휩쓸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나라는 덴마크· 핀란드다. 엄마가 아이를 낳으면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닙니다”라는 팸플릿을 산모에게 주는 나라다. 국가는 물론 사회 전체가 보살피고 키워갈 아이라는 뜻을 담는다.

세금을 내는 국민인 만큼 국가가 무슨 일이든 해결해 주겠다는 믿음을 주는 나라이니 국민은 행복할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의 GDP는 1970년대에 비해 300배 쯤은 늘었을 것이지만 국민만족도는 여전히 남아프리카 수준(50~100)에 맴돈다. 인구문제가 효과를 거두려면 적어도 30년인데 재앙수준으로 다가서는 인구문제에 대해 정부가 너무 무관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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