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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물결에 떠내려가는 한국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2-01-17 23:43 게재일 2012-01-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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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신객원 논설위원로타리 코리아 차기위원장
인간이 가지는 탐욕의 본성은 신도 다스리기 힘이 든다고 했다. “하나님은 뇌물을 받지 않는다”라는 말이 구약성경에 있는 것을 보면 뇌물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됐다. 삼국지에도 첫 쪽부터 뇌물 얘기가 등장한다.

우리사회의 부패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만큼 널리 퍼져 국제투명성 기구에서 본 우리나라 투명도는 43위(2011), 그 전해보다 무려 4단계나 뛰었다.

무역, 경제규모, 인터넷 등 모든 부분에서 10위권 이내에 들지만 부패지수만은 험난하다. 현재의 부패수치에서 10%만 투명해지면 80조원의 이익이 생긴다고 한다. 경제학자들은 일본 수준(12위)만 돼도 우리나라 경제발전지수는 1.5%가까이 더 올라 간다는 것.

0.5%를 더 올리기 위해서 국가의 모든 행정력을 쏟는다고 볼 때 이 수치가 갖는 힘은 엄청나다. 결과적으로 그 만큼 더 투명해지면 약자가 잘 살게 되고 정의롭고 행복스런 사회가 될 것이다. 부패가 지금보다 더 두터워지면 사회병리 현상은 심각수준에 이르게 된다.

OECD 국가 가운데 사회 갈등 지수 4위(폴란드, 터키 다음 순위)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부패순위라면 3천조 원의 낭비요소가 된다는 학설도 있다.

한때 차떼기 정당으로 몰렸던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300만원이 돈 봉투파장에서 혜여나지 못한다. 국민들의 가슴을 때리는 일은 정치권문제만은 아니며 저축은행 사태도 그렇고 대통령 주변 권력 비리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보는 고향사람들의 느낌은 더할 것이다. MB정권 출범부터 회자되기 시작한 영포라인 얘기로 인해 포항을 바라보는 일상감정은 좋지 않은 편이었지만 불편한 마음은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이상득 의원의 박보좌관이 SLS그룹으로부터 서민이 평생모아도 만질 수 없는 7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보좌관은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도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 향응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다 진정사실에서 벗어난 인사도 이의원의 보좌관출신이고 포항 땅을 숱하게 밟은 인사다.

한국사회의 부패는 이제 거침없이 흐르는 물결이 됐다. `떡값`이라고 우기는 정치인에게는 그 만큼의 떡을 안기고 뇌물을 받고서도 `담배값`정도라고 우기는 관리에겐 그 만큼의 담배를 사서 피우게 해도 속이 풀리지 않을 세상이 돼 버렸다.

역사 속의 헐벗고 굶주림이 극에 달했던 일제 수난시대의 수탈 속에서도, 처참했던 6·25 전란을 겪으면서도 적은 것을 나눠먹고 아끼고 도울 줄 아는 부조 정신이 강했던 세월이 불과 반세기전이다. 수난의 역사를 이겨내고 경제규모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으나 부패로 인해 나라가 떠내려간다.

스폰서문화나 청탁문화는 악습의 최대고리이자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끼리문화`이기도 하다. 스폰서 문화, 폭탄주 문화역시 한 시대(군사문화)가 낳은 대표적 언어 잔재다. 검찰의 스폰서 문화에서도 폭탄주는 핵심이었을 것이다. 폭탄주가 돌면 술자리 상사로부터 들어야 할 언어폭력을 넘길 수 있고 돌아가는 잔에서 인지상정(人之常情)이 넘쳐 좋았을 것이다.

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악습이지만 악습(惡習)에 문화란 고상한 단어를 붙인 것이다. 개를 견공(犬公)이라하고 도둑을 양상군자(梁上君子)라고 부르는 우리민족 고유의 미화법(美化法)으로 보면 된다.

붕어가 낚시 바늘에 걸려 죽는 것은 미끼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때문이다. 미끼에 초연한 붕어는 절대로 뜨거운 냄비에 올라타는 일이 없으니 미끼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공직자 사익추구 및 청탁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을 제안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은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를 낮추는 결정적인 이유는 비리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를 계속 풀어주는 사면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국민의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부패 공직자, 부자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이 돼 버리긴 했으나 사실 그 원죄는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시킨 어른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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