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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건강이 숨었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1-22 23:54 게재일 2011-11-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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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신객원 논설위원로타리 공공이미지 코디네이터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다룬 TV프로그램이 시중 얘기꺼리로 자주 등장한다. 나이가 드니 약보따리가 늘어나고 병원에 가는 일이 잦다. 당뇨증세가 있는가 했더니 고혈압이 따라 붙어 약봉지가 하나 더 늘었다.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꾸던 진시황은 과연 얼마나 더 오래 살았을 까.

시황은 기원전 210년 불사(不死)의 약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병을 얻어 죽었다. 50살 객사(客死)였다. 수은을 불사의 약으로 잘못알고 먹었다는 설이 있다. 예전 이야기는 언제나 더하고 뺄 것이 있다 하지만 장생을 꿈꾸던 황제의 최후로는 걸맞지 않다.

무성생식을 하는 멍게나 불가사리, 해파리 등은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면 늙지도 죽지도 않을 수 있다하니 진시황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얘기다.

모든 질병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생활방법과 환경이 반영돼 있다. 빈곤이 극심했던 50~60년대에는 결핵이, 위생상태가 불결했던 시절에는 바이러스(자궁경부암)에 의한 질병이 흔했다. 쭈그려 앉아 일했던 우리나라 할머니들이 유독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많았던 것도 같은 흐름이다.

지난 시절 짜고 절인 음식을 많이 먹었던 전통 한국인에게는 위암이 많지만 그들이 미국에 이민 가 낳은 아이들은 지나치게 먹은 지방질로 인해 대장암에 많이 걸리는 것을 보면 식생활이 중요하다.

암·만성질환 동거시대, 암(癌)환자가 많기도 하지만 성인들의 고혈압 유병률이 33%쯤 되니 발생비율로 치면 별반 다를 게 없다.

여생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그 가족들이 어떤 질병에 잘 걸리는가를 대번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보는 견해는 이렇다. 냉장고 안에 절인 생선이나 젓갈 등 소금을 많이 쓴 반찬이 많이 들어 있으면 위암·고혈압으로 연결되고 고기·버터·베이컨과 같은 고지방 음식이 가득 들어있으면 대장암·심장병 냉장고다.

반면 신선한 채소와 토마토 두부 검정콩 완두콩 등이 가득 차 있으면 항암 냉장고가 된다. 철분과 칼슘을 풍부하게 함유한 살코기·우유·계란이 가득하면 어린이 성장 촉진 냉장고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탈리아 사람들보다 채소를 연간 35kg이나 더 먹지만 평균 수명에서는 처진다. 그 원인은 토마토 양에 있는 것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나올 정도로 노화예방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 이탈리아인들의 토마토 요리가 세계적으로 다양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적당한 운동은 필수다. 나이가 들면 가장 피하고 싶은 게 치매다. `본인은 천국, 가족은 지옥`이라는 치매를 피하고 노년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빠르게 걷기가 보약보다 더 좋다. 빠르게 걷기는 무서운 개가 쫓아 올 때 점잖게 내 빼는 속도라고 한다.

걷기는 치매 발병 최대 요소가 되는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 즉 3고(高)를 낮추니 그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다. 사색에 도움이 될 천천히 걷기는 자칫 식욕을 촉구할까 염려된다.

하루 일만 걸음이상만 걸으면 당뇨발생률은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자동차 타는 것을 거부하고 평균 성인보다 하루 여섯 배를 더 걷는 공동체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다고 한다. 빠르게 걷는 사람들의 신발은 뒷 굽 바깥쪽이 유독 더 닳아 없어진다.

그렇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은 건강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그늘이다. 우리선조들이 그랬듯이 소식(小食)으로 풀고 입에 달라붙는 음식을 피하고 늘 운동을 하면 불로불사는 몰라도 건강한 노년을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의 오랜 꿈이기도 하고 부질없는 욕망과 어리석음이기도 한 장생이 초고령화 시대로 질주하는 현장에서는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될 수도 있으니 조심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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