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당신”은 가장 부르기 편한 순 우리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한번 비껴가면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피해는 아버지 몫이다.
부부가 살면서 싸움을 피해갈 수는 없다. 기백이 넘치고 경제사정이 여유가 넘쳤던 경제연령 시기를 보내고 서로를 보살펴 주어야 할 시기(백년해로)까지 가려면 부부싸움도 현명한 지략이 필요하다.
`60대 아줌마는 딸과 건강 돈 친구 찜질방`만 있으면 재미나게 노후를 산다고 한다.
우스갯소리겠지만 시대의 한 단면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는 어머니와는 틀린다. 아내 처 여보 당신하면서 늙을수록 아내를 떠받들며 산다.
황혼이별을 피해가려면 권태기 극복이 주요하다. 낡은 집을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하듯이 노후인생도 가부장적 위치를 추구하면 실패확률이 높다. 지내온 생을 돌아보고 새롭게 다잡아 나가는 것이다.
부부싸움을 할 때도 상대의 마음을 심하게 찌르지 말 것. “은혜는 물에 새기고 한은 돌에 새긴다”는 옛말은 살아볼수록 가슴에 닿았다. 가슴에 서린 한 마디는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으니 말빚은 부부사이일수록 지지 말아야 할 것을 명심해두면 노후가 더 원만해 진다.
부부싸움에 따라붙는 냉전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으로는 비난과 담쌓기를 허물어 버리고 남편이 먼저 사과와 용서하는 습관이다.
화해로 부부문제를 잘 푸는 어느 가장의 얘기다. 50대로 접어든 어느 봄날 아침, 집을 나가버린 진돗개 관리 문제로 아내와 원수처럼 싸워서 사흘간 말도 않고 지낸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 싸움은 나흘 만에 끝났다. 피를 흘리며 집으로 돌아온 진돗개를 보고 “설기(진도 개 이름)가 돌아왔어요”하고 소리치며 뜰로 내려선 아내를 뒤따라 말문이 터져 일상으로 돌아갔다.
아이들과 대부분 떨어져 생활하니 예전처럼 중간 매개체로 이용할 수 없으니 밥 얻어먹는 것에서부터 손수건 가는 것까지 거의 손수 찾아 헤매었으니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방 3개짜리 집인데 왜 그렇게 넓고 낯선 곳이 많았던지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서른 살 부부 때는 싸움을 해도 금방 화해가 되고 하루를 넘기는 일은 거의 드물었는데 나이가 오 육십 대로 넘어갈수록 가구를 부수거나 집어 던지고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대는 싸움이 줄어지는 대신 침묵을 무기로 삼는 기(氣) 싸움 횟수가 늘어 일 년에 한 두 번씩이나 곧 풀어진다. 서로 도와주지 않으면 불편스럽기 때문이다.
늘 그렇지만 아내에게 향한 원망하는 마음 보다는 그만 화해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고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는 게 화해하는 대표적 사연이다.
육신의 아름다움은 찰나다. 꼿꼿하던 등이 굽어지는 것도, 탄력으로 넘치던 우유 색 피부에 버짐이 붙고 잡티가 피는 것도 찰나이다.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난 50대 직장을 떠난 아버지의 처지는 갈수록 더 난감해 진다. 아버지는 점점 갈 곳이 없어지는 걸까. 평생을 밖에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해야한다는 의무감으로만 살았던 아버지는 은퇴 이후를 대비하지 못했으니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처지가 부인에게는 답답한 인생살이의 표본이 되었을 것.
적은 것을 내놓지 못하는 사람은 큰 것은 더더욱 내놓지 못한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세상 밖으로 나가 시간보따리 풀어놓고 걷는 것도 시름을 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