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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1조 달러시대의 명암

등록일 2012-02-28 22:03 게재일 2012-02-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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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신 객원 논설위원 국제로타리 공공이미지 코디네이터

지금 한국인의 70%는 부패를 걱정하고 있다. 올라가야 하는데 39위(2010년)에서 43위로 무려 4단계나 뛰었다. 현재의 부패수치에서 10%만 투명해지면 80조원의 이익이 생긴다고 한다. 가난했던 시절, 수난의 역사를 이겨내고 경제선진국 반열에 올라 헐벗고 배고픈 가난을 물리쳤지만 홍수처럼 닥친 금전만능주의는 부패라는 큰 병리현상을 키운 셈이다.

지금 터지는 우리사회의 부패는 국가기강까지 흔들 만큼 커졌다.

역사 속의 헐벗고 굶주림이 극에 달했던 시절은 이외로 길었다. 일제 식민정권의 수탈 속에서도 처참했던 6·25 전란을 겪으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인정만은 강해서 적은 것도 나눠먹고 서로를 아끼고 도울 줄 아는 부조 정신이 강했던 세월이 불과 반세기전 일이다.

부패는 짧은 시간에 성취한 풍요의 그늘이다. 무역규모가 지난해 말로써 1조 달러를 넘었고 굳이 무역서열로 따지면 전 세계 9위다. 유년시절을 보리떡 나물밥으로 배를 채웠던 지금 장년 세대들에게는 놀랄만한 일이다. 인구는 많고 땅 덩어리는 작지만 날로 강해지는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무역순위에서 보는 것처럼 IT산업은 물론 전자, 조선, 자동차 등 모든 부분에서 10위권을 넘나드는 강한국가이다. 경제력뿐이 아니다. K-팝은 세계의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는가하면 추신수, 박찬호, 박세리, 최경주, 신지애, 김연아, 조수미, 신경숙 등이 우리민족의 우수한 자질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30년 만에 올림픽과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했는가하면 평창동계 올림픽과 여수 세계 엑스포를 준비하는 그 유례를 다른 나라에서 찾을 수 없는 나라다.

더욱이 88올림픽을 끝내고 두해 뒤인 1990년까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주로 나라로 바뀌어 아직 그 원조액수가 앞서가는 선진국에 비해 적긴 하지만 체면치레는 하는 나라다.

그렇지만 부패가 이같은 자랑거리를 덮어버린다.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는 우리시대의 가장 암울한 사회현상이다. 비정규직, 이태백이 너무 많고 노동운동은 여전히 강성으로 가고 있다. 남북시대, 좌우 대립 양상, 지역갈등 현상도 쉽게 봉합될 것 같지 않고 총선을 앞둔 정치판은 여전히 비생산적이고 죽기 살기 싸움판이다.

삶의 질을 나타내는 행복지수는 여전히 낙제점이어서 주요 39개국 가운데 29위다. 인터넷 수출 경제규모 K- 팝 등 모든 부분에서 10위권이내에 들지만 부패지수 43위, 국가 브랜드 33위다. 부패 공화국이고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수다.

우리사회는 장관, 여야 노사 부자들이 더 법질서를 지키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사면을 잘 받는 재벌은 없을 것이며 높은 사람, 부자일수록 법을 가볍게 보고 쉽게 빠져 나오니 경찰을 겁내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저서에서 “바르게 생각하라”고 적었다. 선진국형 21세기 국가로 가려면 모두가 공정해져야 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1월까지 정치지망생과 국회의원 등 1200명이 펴 낸 자서전 내용을 살펴보면 과거시절엔 으레 책머리에 1등을 해서 서울대학교에 들어 가다로 신비감을 조장하는 글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공부는 끝으로 돌고 어머니의 일손을 돕는 평범한 사람으로 그리고 있다.

소통을 통해 공감을 얻기 위해서다. 1등을 하는 수재로 그렸다가는 소통은 물론 주변으로부터 마음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하면 우리도 밝아질 수 있다고 본다.

회남자(淮南子)는 “천지의 길은 그 끝에 도달하면 반드시 돌아와야 하니 가득 차는 것은 손해다”라고 했다. 사기 동이(東夷)에는 우리민족을 두고 “어질고 선하다”고 했다. “동이의 풍속이 예(禮)를 숭상하고 무(武)를 천하게 여기는 군자의 나라”라고 적었다. 그렇다. 정직한 부는 만인을 살리고 따뜻한 자본주의는 세상을 변화시키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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