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상의 근간이 되는 태극도는 문자가 없던 시절 음과 양이 하나로 돌고 도는 하늘과 땅에 사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이치를 만들어 냈다.
지금도 지구를 보면 만물을 휘감아 도는 신비한 블랙홀 같은 느낌이 든다.
가히 신의 영역에 까지 접근할 만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의 심층 의식에는 여전히 동굴 같은 죽음의 의식이 자리 잡는 것은 토템일까.
한 20년쯤 더 살면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세상을 볼 것이라고 과학자들이 예언하고 있다. 황우석 박사가 개발하려했던 줄기세포가 현실화돼 인간이 갖는 생로병사의 고통도 사라지는 이론이다.
그렇지만 칠흑 같던 청년의 머리에 흰서리를 뿌리는 것이 세월이다. 인간은 열서너 살이 되면 마음 밭에 습기가 끼기 시작한다. 인간의 삶은 조금씩 감추어지는 것이 좋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것, 얻는 것보다 상실하는 것이 더 많은 과정이다.
죽음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 가운데 인간만큼 죽음 이후에 집착하는 동물이 없다고 했다. “배꼽에 두 손 모으고 관에 들어갈 때까지 남의 잘못 꾸짖지를 마라, 내 허물이 더 크다”는 옛 어른들의 말이 철리(哲理)였다.
율곡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로 아기우는 소리, 책 읽는 소리, 베 짜는 소리라고 했다. 율곡이 지은 격몽요결(擊蒙要訣)을 보면 “자녀가 자라 지식이 조금씩 생길 때부터 마땅히 선(善)으로 인도해야 한다. 어려서 가르치지 않으면 자란 후에는 옳지 못한 것이 버릇이 되어 마음이 흐트러져 바로 잡기가 매우 어렵다”고 적었다.
착한 말을 하고 착한 행동을 하고서도 군자가 되지 못한 경우는 없고, 착하지 못한 말을 하고 착하지 못한 생각 행동을 하면서 소인이 되지 않은 경우는 없다.
소학(小學)이나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도 아름다운 말을 일컫는 가언(嘉言)과 선행(善行)을 강조하는 문장이 많다. 아름다운 말이 착한 행실의 바탕이 되는 문, 철의 사고에서 나왔다.
명심보감에는 후한(後漢)사람 마원(馬援)의 입을 빌려 “남의 허물이나 과실을 듣거든 귀로는 듣고 입으로는 말하지 말라(口不可得言)”고 당부 했다. 물론 사회적 부정을 눈감으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퇴계는 윤리도덕을 강조한 소학을 무릎 밑에 끼고 생활했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가슴에서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만을 내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의 뜻을 따른다는 뜻으로/ 타인의 말과 행동을 본받아/ 자신의 언행을 바로잡는다는 말은 정신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길이다. -이황의 `퇴계집(退溪集)`에서 -
퇴계의 활인심법(活人心法)이 가장 강조하는 건강법은 마음의 평안이다. 평안한 마음은 육신의 건강을 잘 유지되는 것이다.
이렇게만 되면 가을 감기를 앓는 사람은 없다.
머리는 자주 빚고,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이는 자주 마주치고, 침은 자주 삼켜라. 봄에는 `휴~ `하고 숨을 내 뿜으며 간이 좋아져 눈이 밝아지고 여름날의 `훠~ `는 마음속 화가 가라앉는다. `스~`하는 가을 호흡법은 폐가 윤택해지고 `취~`하는 겨울 호흡은 신장이 편안하고 사계절 내내 `후~`하는 습관을 가지면 소화를 돕는다고 했다.
퇴계 이황은 공부에 너무 빠져 소화가 안되고 몸이 바짝 말라 병약했지만 칠십까지 살았다. 평생건강비법으로 명태조 주원장의 아들 주권(朱權)이 지은 이 활인심을 직접 필사(筆寫)해서는 이행했다.
참을 인(忍)이 부족한 세태다. 정신·육신의 건강을 아우를 활인심법의 큰 가르침을 알면 세상은 지금처럼 요동치지 않을 것이고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은 쓰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