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아파트 부동산 시장이 표면적으로는 ‘분양률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지만, 현장에서는 시공사들이 미분양 물량을 공사업체에 공사비 대신 ‘대물분양’ 형태로 넘기면서 전혀 다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유통 구조를 왜곡시키고 있는 주체가 시공사라는 지적 마저 나온다.
포항지역 아파트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시공사는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미분양 아파트를 하도급 업체에 상당부분 대물로 지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시장으로 매물이 풀리며 분양가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A부동산컨설팅 대표는 “공사비 일부를 현금 대신 아파트로 받다 보니 업체들이 자금 회수를 위해 급매 수준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분양가 혼란의 단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포항 북에 건설되고 있는 모 아파트 현장에 서울서 내려온 한 하청업체는 시공사로부터 집 3채를 공사비로 받자 이내 이를 중개업소에 내놨다.
현재 포항 북구와 남구 일대 부동산 시장에는 이런 형의 급매물이 부동산 플랫폼에 올라오거나 중개업소를 통해 다수 확인되고 있다. 표면상 분양률이 80~90%로 표시돼 있는 B아파트를 비롯 C아파트 등에서 나온 매물은 아예 ‘대물’이라고 명확히 명시돼 있기도 하다. 이런 급매물은 통상적으로 분양가보다는 많게는 10% 이상 할인된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분양을 받은 실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이는 기가 차는 일이다. 정상적인 분양가까지 올라오는 동안 가만히 앉아서 수천여만원의 피해를 입게 되는 셈인 것.
대물 자체가 하청업체 외에는 확보 또는 근접키 어렵다는 측면에서 결국 원천적으로는 시공사가 최근 포항의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축이라는 강한 비판이 나온다.
한쪽에선 시가 발표하는 미분양률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시공사가 수많은 허청업체 등에게 떠넘긴 허수를 제외한다면 아파트 실수요자 중심의 분양률은 더 떨어져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분양률이 저조하면 구매자들의 주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시공사와 시행사가 분양률 부진을 감추기 위해 내부 거래 또는 특수 관계사 사이에 명의 분양을 도모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D공인중개사는 “대물 분양분이 일반 분양으로 집계되면서 통계상 완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유령 계약에 가까운 물량이 많다”고 전했다.
일반 분양을 받은 시민들은 최근 시공사 등의 이같은 부동산 시장 교란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분양사무소에서는 ‘완판 임박’을 홍보하지만, 막상 시중에는 급매물이 넘쳐나는 이중적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
일부 실수요자들은 시세를 주도해야 할 신규 분양 단지가, 그것도 공사에 참요한 업체들의 부적절한 행태로 오히려 시장 가격을 끌어내리는 왜곡된 역효과와 현상이 발생하자 시공사 측에 항의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물 분양 물량이 일시적으로 시장에 쏟아지면 실거래가 하락과 분양시장 위축을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며 “분양률 수치 보다 실질 계약자의 구성과 거래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분양 통계는 시공사 보고를 근거로 집계되기 때문에 실제 거래 구조까지 반영되기 어렵다”며 “시장질서 교란이 확인될 경우 관련 기관과 협의해 지도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