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새해에는 뭔가 의미 있고 큰일을 하리라, 하고 결심했는데, 벌 써 일 년이 다 됐다 말인가?” “한해가 이렇게 빠른가?” 하고 세월의 빠름을 통감하는 분도 많을 것이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세월의 빠르기를 부싯돌에서 번쩍 이는 불꽃같다고 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인연에 묶인다. 출생신고하면 법이라는 사회 제도에 묶이고… 묶이는 게 싫다. 그런데도 인간은 뭔가 묶이면서 살아간다. 사람 간에 얽히고 떠받치고 그렇게 밀물 썰물이 돼가면서 살아간다.
경주 동 남산 불곡, 천년 비바람을 한달음에 보내듯 하세월을 지킨 감실 여래가 그렇다. 천년침묵(千年沈默), 만년명상(萬年冥想)으로 정토(淨土)를 꿈꾸는 게 신라인들의 마음이었던가. 대자연은 법계(法界)요. 법계가 태어난 곳이 부처라 했던가. 보지 않는 이는 고요와 정적이 숨 막히는 곳이라고 탓할만한 곳이 경주이기도 하다.
만법귀일(萬法歸一)이 뭐며 일귀하처(一歸下處)는 무엇을 뜻하는 말인가? 뜨거운 화두(話頭)이다. 그렇지만 하세월을 이기고 불국(佛國)으로 통하는 문이 널려 있는 곳이 경주다.
고려 말 문신 우탁(禹倬 1263~1342)은 세월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깨달음을 “오는 백발을 막대로 치렸드니 백발이 먼저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는 시조로 남겼다.
얼마 전 정부 발표를 보니 우리나라는 무역 9위국, 세계 13위 경제대국이다. 그렇다면 행복지수는 어디쯤일까. 국민 1인당 소득은 2만 달러를 오락가락하지만 삶에 대한 만족도는 5천 달러 수준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나 남미 페루 등과 비슷하다.
이런 현실은 국가경제가 세월을 업고 숨 가쁘게 성장하는 동안 우리의 정신건강이 신음하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마음 감기를 앓는 환자도,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이혼 건수가 늘어나는 사회 환경에 대한 해답은 뭘까. 사랑이 부족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섯 남매가 쪽방에서 칼잠을 청하던 잠자리, 킥킥~ 까르르~ 베개가 날아다니고 형 누나 옷을 물려 입었던 시절만큼은 배는 채우지 못했으나 모두가 건강하게 자라주고 웃음이 사라질 날이 없었다. 몸도 늘 가볍고 마음감기를 앓는 일은 아예 없었다. 지금처럼 잘 사는 데 그런 건강한 시절이 왜 없을 까. 마음이 갖는 차이일 것이다.
독수리는 결코 파리를 잡지 않는다. 인간의 운명은 행복도 불행도 아니다. 운명은 용기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니 성공의 요소도 항상 담고 있다. 오늘의 실패는 내일 성공할 수 있는 바탕이자 경험이 된다.
산다는 것은 자신의 운명을 찾는 길이다. 가끔씩 거울을 한번 들여다보라. 거울 앞에 선 자신을 향해 이름도 한번 불러보고 지금 잘 살고 있는가를 물어보라. 자기를 사랑할 줄 알아야 남도 사랑할 줄 안다.
미운사람,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따듯한 인사말을 건네 보고 2012년 연하장이라도 보내보자.
잘못 살아온 인생일랑은 낙엽을 버리듯 청산하고 이듬해 새 옷으로 마음 단속하는 새 삶을 살아보며 후회가 덜 할 것 같다. 내 말과 내 행동만 옳다고 고집하다보면 보이지 않는 내 울타리에 갇혀 사려분별을 잃기 쉽다.
입은 되도록 적게 열고 눈과 귀는 크게 열어 내 마음 속에 쌓여있는 소인배를 몰아내 보자. 다른 이들의 말과 행동이 때로 내게 귀한 가르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다짐하는 아름다운 마무리로 2011년을 보내면 어떨까.
시호시호(時乎時乎)로다. 백사여일(百事如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