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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치적 외압과 대학의 순수성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공무원, 기업인, 교육자 등등 다방면의 사람들이 수사를 받고 있고 구속되고 있다.최근 상황은 한국사회 전체의 순수성이 파괴되고 흔들리는 모습이다.이런 와중에 급기야는 한 대학 교수들의 집단 구속이라는 사태가 초래됐다.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번 사건에 관련된 대학 학장, 입학처장, 교수까지 여러 명이 구속돼 재판을 받게 됐다고 한다.대학에 단 하루 출석한 학생에게 학점을 주고 학적을 유지 시키기 위해 온 대학이 동원됐다는 이야기는 믿기 어려운 무용담 같이 들린다.선의로 해석한다면 대학이 정치적인 외압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고 기왕 외압에 순응한다면 이를 통해 대학이 챙길 수 있는 이득을 챙기기 위한 뜻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대학은 여러 프로젝트와 연구비를 확보했다는 보도를 봤다. 물론 수사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와야 하겠지만 이를 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억누르기 힘들다. 어떻게 보면 경제계는 사실상 정치적인 외압으로 자유롭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세무조사와 각종 임명권 및 정책결정권을 정부가 갖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계가 정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어느 나라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치와 경제는 관계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그 관계가 선의의 관계(bona-fide)인가 아니면 악의적 관계(mala-fide)인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악의적 관계는 정경유착을 통해 뇌물과 같은 형태의 부패가 가져오는 폐해가 너무 크기에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고 해서는 안 될 일이 되고 있다. 특히 후진국의 경우, 뇌물을 통해 정치가 경제의 뒤를 봐주기 식 문제는 심각한 부패와 국가발전 저해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최순실 사태에서 보여준 정경유착 문제도 예외일 수 없다. 문제는 가장 순수해야 할 대학이 정치와 유착하는 정학유착 을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사회에서 가장 순수해야 할 대학이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정치와 밀착해 이익을 챙기는 행태는 정말로 심각한 문제이다.이런 의미에서 최순실 사태를 둘러싼 한 대학의 문제는 최종 판결을 봐야 하겠지만 현재 나타난 상황으로 볼 때 학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90년대 중반 필자가 포스코 연수원 강의를 나가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연수원 건물 정문을 들어서면서 벽에 붙어 있는 포스코 회장의 연설문이 뜯겨 나간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당시 포스코 전체에서 그의 글이나 사진이 지워지면서 포스텍에서도 그의 사진을 떼어내라는 주문이 있었다.그는 포스코 회장이면서 동시에 포스텍의 설립 이사장으로 정치적인 입지와는 상관없이 대학으로서는 존경받아야 할 인물이었다.당시 대학당국은 설립 이사장으로서의 그의 사진을 떼어내는 것을 거부하고 정치로부터 자유로움을 지켜냈다. 그로 인해 대학이 불이익을 받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최소한 이익을 받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결국 사태는 진정되고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정치적인 독립성을 지킨 대학은 순수하고 모범적이었던 모습으로 나타났다.최근 사태와 20년 전 사태를 비교해 보면서 대학이 순수성을 지키고 정치적 외압이나 이권에서 독립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대학은 사회에서 마지막까지 순수를 지켜야 할 보루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최순실 사태로 빚어진 한 대학의 상황은 안타까운 모양새다.대학은 마지막까지 순수를 지켜야 한다.그리고 정치는, 사회는 대학의 순수성을 존중해 줘야 한다.

2017-01-19

일본에 10억엔 돌려주자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억엔(한화 약 102억원)을 받고 재단을 설립해 과거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를 보상한다는 조건으로 일본과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고 합의됐다고 1년여 전 정부는 발표했다.그러나 일본의 모든 것을 용서하는 듯한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는 큰 실책인 것으로 보인다.최근 일본 정부는 지난달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자 `한·일 위안부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하며 나가미네 주한일본대사와 부산 총영사를 자국으로 `일시 귀국`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필자는 이 사실을 듣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일 위안부 합의 명목으로 10억엔(100억원)을 줬으면 다 끝난 것 아닌가 라는 태도로 한국민과 정부를 비난했다는데 이에 더 큰 분노가 느껴진다.일본의 위안부 관련 범죄행위가 한국 돈 100억원으로 해결될 문제인가?필자는 일본의 치매 증세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는 어깃장을 부리고 가족과 친지들에게 고통을 주는데 현재 일본의 행태가 그와 비슷하게 주변 국가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급기야는 일본과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갈등과 관련, 미국 정부가 중재에 나서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고 최근 보도됐다.한 보도에 의하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등이 이달 20일 퇴임을 앞두고 한·일 양국의 외교장관들과 개별 또는 3자 전화회담을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우방국이긴 하지만 미국이 한국 국민이 일본에 당한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그동안 일본은 망각증세에 빠져 종군위안부도 없었다고 강변을 해왔다.자발적 위안부라는 해괴망칙한 논리를 세우다가 각종 증거가 제시되니까 10억엔을 내밀고 없던 일로 하자는 타협안을 내놓았다.일본과 10억엔에 협상한 것은 국민,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과 합의되지 않았기에 무효라고 생각하고 싶다.심지어 일본은 미국에서도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폐지하기 위한 운동을 벌여왔다.그러나 미국의 외교정책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하원 외교위원장이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참배하고 일본 정부에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라고 촉구하는 등의 행보에 일본의 억지는 미국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그런 가운데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계속되고 있다.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초래한 전범들이 묻혀 있는 신사를 참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며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그러니 이제 일본이 내놓고 큰소리 치는 10억엔을 돌려주자.그리고 우리 자체 기금으로 위안부 기금을 만들어 위로하고 일본의 범죄를 계속 알려야 한다.일본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독도를 자기땅이라고 주장하고, 위안부 문제를 잘못이 아닌 것처럼 계속 주장하는 한, 일본과 돈을 받고 타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일본이 진정 자기 치매를 치료하려는 노력을 하고 진정한 사과를 하고 실천적 행동을 보여주고 국제사회에서 정당한 일원의 자세를 보일 때까지는 일본과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10억엔을 돌려주자.

2017-01-12

적당주의가 사라지는 2017년을 기대하며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2016년은 정말 대 혼란의 한 해였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나라 국정이 혼란속으로 빠져든 가운데 매 주말 열린 촛불집회 등으로 국가가 두 동강이 난 느낌이다. 보수파와 진보파로 불리는 여론층은 서로 매질을 하면서 국가가 분열되는 모습을 보였다. 도대체 우리 사회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런 국가적, 사회적 혼란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미국에서 차를 몰아보면 정신이 번쩍 난다. 일단 정지신호에서 반드시 서지 않으면 경찰차의 추적을 받게 된다.교통 단속에서 적당주의는 없다. 유학시절 규정 스피드를 초과해서 몇 분을 달리면 경찰차가 오는 지 실험해 본 친구가 있었는데 10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고 한다.반면 한국에서는 신호등 없는 네거리에서 잠시 멈추고 주위를 살피고 전진하는데, 뒤에서 오는 차에 받친 경험이 있다. 한국에선 신호등 없는 네거리에선 눈치껏 가야하고 꼬리물기가 일반화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상황에 적응을 못한 필자는 미국에선 `안전운전자`라고 주정부 표창까지 받았는데, 한국 귀국 한 달 사이에 두 번의 교통사고를 일으킨 기억이 있다.한국 교통문화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건 이러한 후진성이 `적당주의`와 관련이 있고, 그런 적당주의가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필자가 즐기는 테니스, 골프를 미국에서 해보면 이런 상황을 더 철저히 느끼게 된다. 한국에서 테니스 시합은 하루종일 기다리는 것으로 시달린다. 그러나 미국 아마추어 대회에서 조차도 “몇 시 이전에는 당신의 경기는 시작되지 않는다(Not Before)”는 정보를 항상 선수들에게 줘 선수들이 기다릴 필요가 없이 경기가 질서있게 진행된다. 골프도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흔히 보는 적당한 카운트 방식은 인정되지 않는다. 한국 골퍼들에게 인기를 끄는, 줄로 연결된 티(tee)가 왜 미국에는 없는지 한동안 의아했었다. 그런데 줄티는 타구 방향을 가르키기 때문에 룰에 어긋나 사용하지 않는다는 걸 안 건 최근이다. 사실상 경기방식도 너무 엄격해 긴장을 잠시도 늦추기가 힘들다.이런 경기에 참가하면서 이런 생각도 해봤다. 왜 미국은 과학, 의학 등 분야에서 노벨상을 300여 명도 넘게 받고 우리 한국은 한 명도 없는가? 그건 적당주의를 거부하는 엄격한 제도 때문 아닐까?`MIT, 스탠퍼드 같은 미국 명문대의 조교수는 인간이 아니다`라는 자조적인 말은 그들이 테뉴어라고 일컫는 종신직을 얻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 현상을 일컫는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그래서 조교수들의 이혼율도 높다고 한다. 그 만큼 학문이나 연구에의 몰입도가 높다는 의미일 것이다. 반면, 한국 대학 교수들의 테뉴어 심사는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명목 뿐인 경우가 많다. 한국대학에서 테뉴어를 못받아 다른 대학으로 옮기는 교수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한국의 `적당주의`는 사회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오래전 일어난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태풍 매미 참사 같은 대형사고, 연구업적 부풀리기 같은 학계의 문제, 또 정교한 정책질문이 아닌 호통으로 일관하는 국회 청문회에 이르기까지 사회, 학계, 정치 모든 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특히 이번 최순실 사태 청문회에서의 적당히 대답하는 증인들의 모습이나 과학적 증거보다는 호통으로 갑질하는 국회의원들 모습은 국내외적으로 부정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우리 사회에서 적당주의를 몰아내야 한다. 최순실 사태로 어지럽혀진 2016년을 보내면서, 그리고 적당주의 폐습에 의해 어지럽혀진 국정농단을 보면서, 이제 동이 터오른 2017년 정유년에는 적당주의가 사라진 대한민국을 보고 싶다.이번 새해부터는 정치, 경제, 교육,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적당주의가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2017-01-05

충격의 2016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한국 전체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은 최순실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되는 상황까지 초래한 2016년은 말 그대로 충격의 한 해였다.사드 배치로 시작한 정치 소용돌이는 대통령 탄핵으로 핵폭탄급 정국을 맞이하고 있다.미국에선 트럼프라는 공직경험이 없고 험한 말을 쓰는, 톡톡 튀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도 했고 경주 지역에선 역사상 초유의 지진도 발생해 특히 영남지역 주민들을 놀라게 했지만 최순실 사태로 모든 충격들이 블랙홀로 빠져드는 느낌이다.또한 한국경제는 갤럭시 노트7 폭발로 전 세계 공항에서 삼성의 노트7이 금지되고 현대·한진해운의 해체, 그리고 현대·대우 등 조선산업 몰락 등 호된 홍역을 치루고 있다. 대통령 탄핵 사태는 칼럼으로 여러 번 다뤘고, 이미 각종 언론을 통해 사태가 다양하게 분석되고 있기에 오늘은 휘청거리는 한국경제를 살리는 길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특히 선진경영 기법 적용의 측면에서 한국 산업 재도약을 조명해 보고 싶다.최근 포스텍 한 교수의 조선산업 살리기 프로젝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포스텍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임용된 산업경영공학과 송민석 교수가 그 화제의 인물이다.그동안 세계 최고의 해양조선산업을 선도하면서 거대 공룡산업으로 몸집을 부풀렸던 한국은 한때 조선 수주량 세계 1위를 자랑하면서 일본에 이어 조선산업 맹주로 위용을 떨쳤다.기업 자본과 기술력, 거대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조직력과 정치적 지원 아래 공룡 기업으로 성장 질주를 했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부실한 예측과 이에 따른 무리한 수주 경쟁, 부실한 경영방식에 한국 조선산업은 몰락의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여기서 특히 부실한 경영방식에 초점을 맞춘 것이 송 교수의 빅 데이터 접근 방식이다.그는 세계 최고 조선강국의 명성이 아까울 정도로 조선업 전반이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에 빅 데이터(Big Data) 전략모델이라는 조선분야 빅 데이터 솔루션을 제시했다.지금까지 조선해양 분야에서 빅 데이터 분석을 위한 시도가 있었고, 조선해양 ICT 융합 인더스트리 4.0과 같은 대형 연구 과제가 진행 중에 있었지만 연구팀은 이런 기존 사례에 대한 분석과 자동차, 건설 등 타 산업의 사례, 기술 트렌드를 고려해 조선해양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빅 데이터 전략 모델을 개발했다.특히 조선업의 가치사슬을 바탕으로 각종 빅 데이터 분석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를 정리해 발주 예상 고객군, 시장 분석, 공정 분석 및 최적화 등과 같이 빅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전략 기법을 완성했다고 한다.이 모델은 산업 종류와 관계없이 기업의 상황에 따른 효과적인 빅 데이터 적용 전략안을 도출해 내는데 활용될 수 있다.송 교수에 따르면, 유럽 일본의 조선소는 경쟁력을 잃었지만 해양플랜트 설계 기술, 해양 플랜트 운영 시스템, 부가가치가 높은 조선해양 기자재 판매로 조선 분야에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현재 조선업종의 IT 수준이 타 업종에 비해 높지 않아 IT 관점에서 기회가 많으며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이 키 포인트라는 논리이다.이번 연구를 통해 의장 배관 제작 공정의 빅 데이터 분석 전략 모델을 새롭게 수립해 해양플랜트 건조 시 공정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고 공정 및 공급망 관리 모델을 구축해 원가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의 효과를 전망하고 있다.송 교수는 이 분야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겸손함을 보이면서, 그러나 한국 조선산업 부흥에 기여하겠다는 젊은 교수로서의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이제 2016년을 보내며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최순실 사태는 새로이 정치, 행정, 사법 질서가 정립되는 계기로, 또 조선산업으로 대표되는 제조업의 추락은 IT와 최신 경영기법으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2017년 새해를 기대해 본다.

2016-12-29

미국과 한국의 졸업식 풍경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지루하지만 일어나서 퇴장하는 학생은 없었다. 입장할 때나 졸업장을 받으러 행진하면서 온갖 흥미로운 몸놀림을 하면서 자유분방 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질서는 유지된다.식장 바깥에서 서성이는 졸업생들은 식이 진행되는 중간에는 볼 수 없었다.몇일 전 미국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본 풍경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한국의 각 대학 졸업식이 시작된다.몇년 전 포스텍 졸업식장에서는 가벼운 소동이 있었다.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일일이 학생들을 등단시켜 주는 가운데 시간이 너무 걸려 졸업식이 2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한명, 두명 졸업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기 시작했고 바깥에서 가족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상당수 의자가 비게 됐다. 그 날 연단에 있던 분들이 불쾌감을 나타내고 역정을 낸 사건은 꽤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이후 포스텍의 졸업식은 졸업생들을 일일이 등단 시키는 과정을 대폭 축소시켰고 시간도 단축됐다.사실 이런 풍경은 다른 대형 대학에서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라고 한다.요즘은 나아졌겠지만 몇년 전 서울의 한 유명대학 졸업식에 가보니 학사학위 졸업생들은 아예 졸업식장에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왜냐고 물어보니 대학원생들만 식장에 들어가고 학사 학위생들은 가운을 입은 채 바깥에서 사진만 찍는 것이 관례화 돼 있다고 한다.졸업식장 바깥은 꽃을 파는 장사꾼들과 가족, 친구들로 아주 무질서하고 식장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졸업생들은 관심도 없이 가족, 친지들과 어울리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한국 대학의 졸업식장과 미국 대학의 졸업식장 모습에서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자유분방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문화와 엄격한 규율 속에 성장하지만 남을 배려하기 힘든 문화의 차이다.한국에서 남을 배려하지 않는 문화는 너무도 보편화 되어 있다.빌딩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지 않는 경우도 흔하거니와 잡아줘도 뒤따라 들어온 사람이 고맙다는 말을 안 하고 휙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복잡한 길거리나 백화점에서 남을 툭 치고 지나가면서 “Excuse me(미안합니다)”는 미국에서는 생활화 되어있고 일본에서도 “스미마셍”이라는 같은 뜻의 단어가 일상 생활에서 무척 많이 쓰이고 있다.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는 남을 치고 지나가면서도 아무런 인사말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당하는 사람은 불쾌한데도 아무런 말이 없이 지나간다. 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지 못할까?또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최근 들었다.한국 골프장에서도 서투른 골퍼들 뒤에서 따라오는 팀들이 야유를 하고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그런데 얼마전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일본에서 골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카트가 고장나 5분여 서 있는데, 뒷 팀이 아무 소리 않고, 무작정 기다려 주었다는 것이다. 또 연세든 분도 계셔 팀 전진 속도가 느렸는데도 뒷 팀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길래 왜 그러느냐고 나중에 물어보니, 앞 팀에 압박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다.미국과 일본이 문화적 배경은 엄청 다르지만 `남을 배려하는 문화`에 있어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이러한 문화가 이 두 개의 전혀 다른 국가가 선진국이 되는 힘이 아닐까?우리도 남을 배려하는 문화를 배워야 한다. 이제 한국도 하드웨어로는 선진국이다. 남은 것은 소프트웨어가 선진국이 되는 숙제가 남아있다.

2016-12-22

탄핵과 분리돼야 할 정책들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됐다.아직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이 남아있긴 하지만 국회에서 재적인원의 80%에 가까운 234표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박 대통령은 탄핵돼 직무가 정지됐다.헌정사상 두 번째 탄핵이라고는 하지만 첫 번째인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과는 내용이나 국회의원들이나 국민의 정서에 있어서 질적으로 매우 다른 탄핵이었다.대통령도 법앞에 평등하다는 입장에서 지금 탄핵의 당위성 여부는 논외로 하기로 하면서도 우리에게는 한가지 우려가 있다. 지금 매 주말 벌어지는 촛불집회와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부의 여러 가지 정책은 난항을 겪고 있다.사드배치, 정당해산, 국정교과서 등 정책들, 심지어 창조경제 정책도 잘못됐다는 비판들이 대두되고 있다. 탄핵에 성공한 야당과 진보진영의 주장들은 대통령 탄핵을 초래한 비선실세 국정농단과는 관련이 없는 정치적 구호들이 많은 것도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통합진보당 해산 취소나 관련자 석방 등은 이번 파문과 전혀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친북-반국가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일부 극좌 사회단체가 입버릇처럼 주장해온 사안들이란 점에서 사태는 매우 엄중해 보인다. 박 대통령의 탄핵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것이고 최씨가 대통령과의 친분을 악용, 온갖 개인 이익을 챙기고 정부인사를 좌지우지한 비리에서 출발한 것이고 이에 대통령이 사적인 일과 공적인 일을 구별 못하고 이러한 농단에 휘말린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박 대통령의 탄핵과 정책은 분리돼야 한다. 박 대통령이 탄핵됐다고 해서 정부가 그동안 진행한 정책들이 모두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탄핵은 탄핵이고 정책은 정책인 것이다. 사드 즉,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요소 중 하나이고,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군 병력과 장비, 인구밀집지역, 핵심시설 등을 방어하는데 사용된다. 이미 한반도에 설치돼 있는 패트리어트(Patriot) 미사일이 고고도 방어를 할 수 없기에 개발된 미사일 체계이다. 사실상 끊임없이 핵과 공격용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에 대항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필요성이 증명된 사드배치는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친북-반국가적인 정당이나 정치인들도 응당히 제지돼야 한다.현재 각종 SNS에서 우려스러울 정도의 주장들이 나오고 있고 국내의 일부 정치인들이나 국민들이 동조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국정교과서 문제도 마찬가지이다.역사 바로 알기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정교과서는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도록 해야지 전면 부정하는 것은 이미 공청회 등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다.특히 현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인 창조경제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창조경제는 지금까지의 산업과 기술의 추종자(follower)에서 선도자(leader)가 되자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 경제 융성의 정책으로 현 국정농단과는 상관이 없는 개념이다. 창조경제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국정과제이긴 하지만 지금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최근 창조경제센터장들이 “4차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현 시점에서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창업이다”며 “창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창업을 위한 산업생태계가 먼저 이뤄져야 하며,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런 산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업무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러한 주장에 전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싶다. 대학은 현재 구조조정과 개혁을 진행 중이다. 포스텍 총장이었던 백성기 전 총장이 교육부의 위임을 받아 진행중인 사업이다. 이 사업도 중지돼서는 안 된다. 이번 국정농단과 상관이 없는 사업과 정책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면밀한 검토와 분석을 통해 필요한 정책들은 지속돼야 한다.

2016-12-15

최순실 청문회 유감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초비상 상황에서 열린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를 보면서 국민들은 참담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참담한 느낌은 정치권 질문의 행태가 구태의연했고 선정적이었다는 것과 함께 첫 날 보여준 기업인들의 태도 역시 정의롭지 못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비롯된다.막말, 인격모독, 몰아세우기와 같은 선정적이고 인기 위주의 의원들 질문은 듣는 국민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안의 본질과 동떨어진 총수 비난 발언은 도를 넘었다.거의 70% 이상의 질문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됐는데 질문 선정성이 도를 넘었다는 느낌이었다. 어떤 의원은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이 기억이 안난다며 답변을 피하자 “모르고 기억도 잘 안나고 그리 무능하면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넘기는 게 낫지 않는가”라는 모독성 발언을 했다.또 한 의원은 “오늘 대답한 수준은 박근혜 대통령 수준이다. 그러다 삼성 직원한테 탄핵 당한다”며 “`돌려막기 4지선다 재용`이란 별명을 붙여주겠다”고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에게 동시에 인격적 모욕을 했다.“서울구치소가 멀리 있는 곳이 아니다”“아직 나이가 50세가 안됐는데 동문서답이 버릇이냐. 머리 굴리지 마라. 머리가 안 좋은 것 아니냐”등등 듣기에 민망한 말들이 난무했다.이러한 모욕적인 말은 문제의 핵심을 흐린다. TV를 시청하는 국민들은 이런 모욕적 발언에 오히려 기업인들에게 동정을 느끼게 되기에 진실을 규명하는데 방해가 된다. 이날 기업 총수들의 발언도 실망적이었다.정부의 말을 안 들으면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기부를 통해 정부에게 얻을 이익이 있기에 기부를 한 것은 모두가 아는 논리인데 “절대 반사이익을 위해 기부한 건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모습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자태였다.물론 뇌물죄를 피하기 위해 그런 발언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기부를 통해 정부에 보험을 들 수밖에 없다는 정도의 인정은 해줘야 하고 그래야만 정부나 청와대의 부당한 압력과 회유를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다.사실상 기업들에 대한 동정론도 있다.기업을 하는데 있어서 후진국형 정경유착이 보편화 돼 있는 한국적 환경에서 정부나 청와대 부탁이나 명령을 듣지 않을 수도 없고, 안 들으면 불이익이 오니까 할 수 없이 정부나 청와대 부탁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그러나 그런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들어준 부탁은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기업에 대한 비난과 징벌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기업할 맛 안난다”는 말도 기업인들로부터 들린다.이제 정경유착은 정말 끊어야 한다.정경유착은 원래 정치와 경제가 긴밀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미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계와 정치권이 부정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를 일컫는 말로 주로 사용된다.정부 규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기업이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공여하는 등의 일이 일어날 수 있는데 결국 부정부패를 초래하게 된다.다행히 삼성, LG, SK 등이 전경련을 탈퇴하고 전경련을 통한 정부의 부탁이나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였다.전경련 그 자체는 꼭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경제인 연합회는 기업인들이 서로 경제를 의논하고 함께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전경련이 정부와 기업을 잇는 고리로 사용된다면 그건 큰 문제이다.이번 청문회를 보면서 청문회의 선진화와 함께 한국의 고질병인 정경유착을 끊는 확실한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보고 싶다.

2016-12-08

30세 포스텍의 명예박사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이번 주 12월 3일 포스텍은 생일을 맞는다. 금년 30세가 되는 포스텍은 어제 중요한 발표를 했다.30주년을 맞이해 포스텍은 200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 일본 나고야대 석좌교수에게 명예 이학박사를 수여한다고 발표하였다.포스텍이 창설 후에 주는 5번째 명예박사로 12월 2일 개교 30주년 기념행사에서 학위수여식을 거행하고 그의 기념 강연을 듣는다고 한다.노요리 료지 교수는 나고야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일본 최고의 두뇌집단인 리켄(RIKEN)연구소의 소장을 오랫동안 역임한 일본 최고의 과학자 중의 하나이다.심장병과 파킨슨병에 유효한 치료제를 끈질기게 개발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된 자수성가적 과학자다.그런데 흥미를 끄는 것은 그가 학사, 석사, 박사를 모두 교토대학 한 군데에서 받았다는 사실이다.교토대학은 아주 좋은 대학이지만 그 명성이 일본의 최고대학으로 일컫는 도쿄대학이나 미국의 MIT, 스탠퍼드 같은 명문대학에는 미치지 못한다.유학을 가지 않고 일본 국내대학에서 학위를 받아 노벨상을 일구어낸 그의 집념은 결국 일본 장인정신의 결실이 아닐까?일본과 한국의 노벨 과학상은 `22대 0`이다. 남이 관심을 보이든 안보이든 꾸준히 집념을 가지고 어떤 한 분야에 30년씩 몰두하고 평생을 바치는 장인정신이 대부분인 일본 노벨상 수상자들의 바탕이 됐다.포스텍은 이제 30년이 됐다.이러한 장인정신을 가진 학자들이 보통 30년 집중하면 노벨상을 탄다고 가정한다면, 포스텍 창립 때부터 한 우물을 판 학자가 있었다면 노벨상을 탈만도 한 세월이다.1986년 12월 3일 포항에 최초로 4년제 대학이 설립되었다.포스코 박태준 회장과 포스텍 김호길 학장(지금의 총장), 두 사람의 의기투합이 이뤄낸 결과이다.물론 이들의 결심을 믿고 밀어준 정부와 포스코 기업, 지역사회, 그리고 단숨에 달려온 세계 각지의 교수와 학자들, 또한 믿고 지원해준 학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시나리오였다.그리고 포스텍은 강당 앞 광장에 뉴턴, 아인슈타인과 같은 세계적인 과학자의 동상을 세운 후 그 옆에 빈 좌대를 만들었다.언젠가 그 좌대에 포스텍에서 교수이건 졸업생이건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리란 기대였다.86년 개교 당시 생각했던 건 아마도 30년이 아니었을까?지금 포스텍은 30년 행사 계획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대학 캠퍼스 모든 길목에는 30주년 배너가 펄럭이고 있고 “과학과 미래, 그리고 국가를 생각한다”는 구호대로 태극기도 같이 펄럭이고 있다.각 학과별로 홈커밍을 한다고 해 졸업생들이 몰려올 전망이다.과별로 다양한 행사가 기획되고 있다. 역사물 전시회도 갖는다고 한다. 스타 지휘자 금난새와 오케스트라도 와서 초겨울 캠퍼스에 클래식을 선사한다.이런 다양한 행사가 있지만, 노요리 료지 교수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하는 것이 행사의 피크를 이룰 전망이다.참으로 아이러니컬 한 것은 그 노벨상 수상자가 소요한 30년 만큼의 나이를 포스텍이 먹었고 이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그가 강연을 한다는 사실이다.논어에는 서른이 되면 학문의 기초가 확립돼 자기 인생의 뜻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해 이를 이립(而立)또는 입지(立志) 한다고 쓰여 있다.뜻을 분명히 세우느라고 30년이 걸렸기에 또 다른 30년이 필요한 것일까?빈 좌대를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부슬부슬 비는 슬프게 내리는데….

2016-12-01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부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공인을 선출하거나 임명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공사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권력이 주어지면 사적인 일과 공적인 일을 엄격히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국민적 분노와 저항을 부른 이번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은 박 대통령이 국정을 정부기관이 아닌 개인에게 의존하고 국가의 공적기관을 최씨와 그 관련 일가 친지들의 사익추구에 이용하도록 허용한데서 비롯되고 있다.공사 구분에 가장 엄격해야 할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공사를 구분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연일 신문의 톱을 장식하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박근혜 정부 탄생 후에 벌어졌다는 사실을 국민이 알게 됐다.한 개인이 자신과 지인들의 영달을 위해 대통령을 좌지우지 해 국민을 우롱했다.도대체 어떻게 대통령이 개인이나 개인기업을 위해 지시를 내리고 부탁을 하고 협박을 할 수 있는 것인가?대통령이 국가발전을 위해 재단을 설립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런 행위를 국가기관이 아닌 일개 개인의 지시대로 진행하고 그 개인이 자기 이익을 위해 온갖 비리와 횡포를 저지르는 것을 감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아무리 변명해도 용서하기 힘든 행위이다.기업을 불러서 돈을 내도록 강요하고 안내면 불이익을 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고 그 대가로 기업의 총수를 사면해 줬다.특정기업에 누구를 채용하도록 강요하고 심지어 최순실의 지인 기업을 대기업에 납품이 가능하도록 강요했다.대통령이 퇴임 후를 생각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순수한 의미에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미르재단을, 그리고 스포츠 장려를 위해 K스포츠 재단을 만들었다고 믿고 싶다.그러나 그 과정에서 강요와 협박에 가까운 압박, 그리고 석방 같은 보상을 미끼로 기업을 압박하고 인사문제, 영업문제에 관여한 건 정말로 잘못된 국정행위다.100만명의 국민이 대통령의 하야를 외칠 정도로 문제는 심각한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이 정부에는 없다.잡혀간 청와대 수석 등은 대통령의 지시라고 대통령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고 당사자인 최순실은 모든 사실을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문제의 핵심에 서 있는 대통령은 두 번의 사과에서 아주 최소한의 책임만 인정하고 전체적인 책임을 부인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지금 청와대에서, 그리고 각료들 중에도 아무도 책임을 인정하고 사임을 하는 사람이 없다. 국민들이 이토록 자괴감으로 고통받고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데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청와대, 그리고 정부의 태도는 “이게 국가입니까?”라고 항의하는 국민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한걸음 더 나아가 민정 수석실이 이번 사건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비리 변호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변호사가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에 대한 반박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민정 수석실이 적극 개입했다고 한다.지금 박 대통령은 실정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검찰 수사대상이며, 이런 피의자를 정부 기관이 지원하는 건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직무 보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통령의 직무 보좌와 개인비리에 대한 변호는 구분해야 한다.지금 청와대나 정부 또는 여당이 해야 할 일은 대통령을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과오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진정한 마음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그렇지 않다면 향후 정부가 일반국민의 범죄와 기업의 비리를 어떻게 징계할 수 있을 것인가?이 사회는 정의가 살아 숨쉬어야 한다. 그러한 원칙에는 대통령도, 정부도, 여당도, 예외이어서는 안 된다.

2016-11-24

체면과 관습의 예단비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자녀들 결혼 예단 문제로 고민들을 한 번씩 하게 된다. 동료 교수들 중에는 유학 중에 미국에서 아이들을 출산해 그곳 시민권을 얻은 아이들이 현지에서 결혼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이제 미국 교민 300만 시대를 맞이해 현지에서 한국인 신랑, 신부와 결혼하는 것은 흔한 경우이다.문제는 이런 경우 예단의 관습을 한국식으로 해야 할 것인지 미국식으로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요즘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 생길 정도로 결혼 풍습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식 결혼식은 부모들의 손님이 많고 부모의 생각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미국식은 신랑신부 친구들이 절대적으로 많고 신랑신부 위주로 진행된다.결혼식을 끝낸 후 리셉션에서 신랑신부 친구들이 댄스파티를 여는 건 한국과는 다른 풍습이다. 때로는 신랑신부들이 부모들과 춤을 추기도 하면서 축제의 장을 갖는다. 현장 위주의 축제 혼례식이다.반면 한국식 결혼은 일사천리로 결혼식이 진행된 후 사진 찍고 식사를 하고 헤어지는 게 일반적 관례이다. 아예 하객이 결혼식장에 들어가지 않고 축의금 내고 식사만 별도의 식당에서 하고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한국 결혼식은 현장에선 간단히 진행되지만 양가의 물밑 심리전은 치열한 경우가 많다.신랑은 집을 준비하고 신부측은 예단비를 신랑측에 줘야 하는데 그 금액의 과다를 둘러싸고 양가가 감정이 나빠지는 경우도 종종 본다. 또 부부가 결혼 후 갈라서는 경우도 예단이 크다, 작다라는 문제가 이혼 원인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도대체 얼마를 보내고 얼마를 받아야 체면 치레가 되는 것인가, 또 얼마를 돌려주는 것이 관습이냐 하는 문제로 양가는 고민을 하게 된다.한국에서는 양가가 신랑에게 시계를, 신부에게는 반지와 핸드백 등을 선물해주지만 그 동시에 신부측은 예단비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신랑측은 예단으로 받은 돈의 반액을 다시 신부측으로 되돌려보내는 게 관례라고 한다. 그 고민하는 교수들을 위해 최근 아들을 결혼시킨 나이 많은 제자에게 한번 질문을 해봤다. 평소에 검소하고 겸손하고 바른 삶의 모습을 보여준 제자였다.그리고 아주 뜻밖의 좋은 충언을 들을 수 있었다.그 제자는 경험담을 이렇게 들려주었다.“저희는 아무것도 주고받지 않는 대신 신랑신부가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모두 줬습니다. 한국이 아닌 곳이니까 특히 격식이나 관례를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시어머니가 주도권을 쥐고 있어서 양가의 의견이 맞지 않아 갈등의 요인이 된다고 합니다. 신부측에 이렇게 말씀하시면 사돈댁에서도 아마 흔쾌히 수락하고 기뻐하실 것입니다. 저희들은 상견례 때 아무것도 주고받지 말고 돈 있으면 아이들 새출발하는데 보태기로 합의했습니다. 아이들도 대만족, 사돈댁에서도 모두 좋아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예단을 일체 주고 받지 않고 모두 아이들에게 주니까 체면과 관습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저도 양복은 커녕 구두 한 켤레 받지 않고 있는 옷과 구두 신고 결혼식 치렀습니다. 저희 어머님과 형님, 여동생 식구들도 모두 이해해 줬습니다. 미국은 결혼식을 철저히 신랑신부 위주로 치르는데, 우리는 부모가 혼주가 되는 관계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제 저희 세대부터라도 아이들 위주로 결혼식 치르는 관례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칼럼에 꼭 한 번 다뤄주세요”이 제자에게 칼럼으로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제 쓰게 되었다.제자의 아름다운 경험담이 이 가을의 진한 낙엽의 향기와 함께 필자의 가슴속을 따뜻이 적셔온다.

2016-11-17

실망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갑자기 어떤 교수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국국제처장 협의회에서 필자와 함께 활동하던 교수였다.그 교수는 평소 원칙을 강조하고 깐깐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차기 회장으로 당선된 교수가 총장 교체로 인해 보직이 바뀌자 원칙을 내세우면서 회장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하기도 하였다한걸음 더 나아가 보직이 바뀐 교수가 자신을 선출한 교수들에게 인사말이라도 하자고 하자 그럴 필요가 없다고 모멸감을 주기도 했다. 그는 `원칙`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 같았다.많은 교수들은 그가 어떻게 갑자기 교육문화 수석이 되었는지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갔다. 그런데 그 의문이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 순식간에 풀렸다. 그는 최순실 라인에 있는 한 사람이었다.그리고 그는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 등의 기금 모집에 앞장서서 기업들을 압박하는데 가담하였다고 한다.`원칙`을 강조한 교수가 원칙이 아닌 방법으로 교육문화수석이 되고, 그리고 원칙이 아닌 방법으로 재단 등을 압박하는 모습은 이번 최순실 사태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이번 최순실 사태는 캐도 캐도 끝이 없을 정도의 비리를 보여주고 있다.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장관 등 정부 보직 임명을 시키는대로 하고 그 보직자들은 보은 차원에서 최씨가 시키는대로 재단들의 돈을 끌어 모으는데 발 벗고 나섰다.가렴주구(苛斂誅求)는 경제가 피폐한데도 과중한 세금을 거두고 양민을 착취하는 정부의 모습을 말하는데 지금의 형태가 가렴주구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대통령의 연설을 고치고 인사 문제를 좌지우지 하고, 자기 개인의 이익을 위해 재단을 만들어 돈을 빼돌리려고 하고, 자식의 대학입학을 위해 대학을 협박하는 등 온갖 비리를 저지른 최 씨는 당연히 엄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최씨의 정무간섭과 비리를 보면서도 자기 보신을 위해 이에 동조하고 눈을 감은 대통령 주변의 보직자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그들의 잘못과 죄과는 결코 최 씨보다 덜하지 않다고 생각된다.최 씨에 동조해 기업을 협박하고 잘못 보인 기업의 임원교체를 요구하고 불이익을 주고, 협력한 기업에는 특혜를 주는 그런 정부가 조폭과 무엇이 다르겠는가?조폭의 특징은 협박에 의한 이익의 갈취다. 자기에게 잘 보이면 잘해주고 밉보이면 철저히 보복하는 조폭의 특징을 정부는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이게 나라냐?”라는 자조 조의 말과 사회 이곳저곳에서 규탄 성명이 발표되고 20만명이 모였다는 촛불 집회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최 씨에 의해 조폭같이 흔들린 정부에 대하여 우린 큰 실망을 하고 있다.그러나 이런 실망이 절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다시 대통령 선거를 한다고 해도 같은 후보에게 투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확실한 반공을 할 수 있는 정신적인 대안이 없다`라는 말과도 통한다. 이번 사태가 공산주의에 대해 관대하고 환상을 갖는 것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이런 비리와 부패가 보도되고 사법 처리 된다는 것 자체가 자유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이런 비리와 부패 자체가 보도될 수도 없고 폭로자는 바로 핍박을 받는 그런 사회나 시스템을 동정해서도 안 되고 대안이 될 수도 없다.현 정부에 실망했다고 대 북한 정책이나 미국과의 협력, 안보와 관련된 정책이나 이슈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위기와 실망, 그러나 우리는 실망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2016-11-10

갑질:우리의 슬픈 자화상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최순실 게이트로 온 국가에 난리가 났다언론들은 이 사건 보도로 도배를 하고 있고 외신들도 대형뉴스로 내보내고 있다. 해외 교민들은 창피해서 얼굴을 들기 힘들다고 이야기 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자리 숫자로 떨어져 연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대통령과 잘 통한다는 이유로 기업들을 협박해 재단을 만들고 재단을 통해 해외로 돈을 빼돌리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정부기관 단체장들의 인사권을 좌지우지한 최순실의 모습을 보면 갑질의 최악 막장을 보는 느낌이다.최씨 뿐만 아니라 언니 등 관련 가족들이 온갖 특혜를 받아 부를 축적하고 횡포를 부렸다니 참담한 심정일 뿐이다.이런 갑질을 한 최씨도 나쁘지만 이를 허용한 박 대통령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최씨가 해임을 건의한 공무원을 충분히 조사해 보지도 않고 장관에게 지시를 내려 해임한 사건을 보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다.사실상 이런 갑질은 낯선 모습은 아니다. 자식들의 갑질도 극성을 부린다. 최씨도 최태민이란 목사도 아닌 사이비 목사의 자녀로 자식들의 갑질에 합류한 케이스이다. 우리나라의 성공한 정치인 내지는 기업인들이 자식들로 인해 망신을 당하는 일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얼마전 대한항공 회장 자녀의 항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갑질 사건이 있었다. 음식이 자기 마음에 안든다고 비행기를 돌려서 다시 터미널에 대도록 한 행위로 구속까지 된 사례도 있다.자식들 때문에 재임 중에 망신당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금수저들의 갑질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박 대통령은 1979년 청와대에서 나온 이래 정계에 입문할 때까지 상당 기간을 최태민에게 정신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사이비 영성의 생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기획작품이 박 대통령이라는 혹평도 하고 있다.세간에 알려진 최태민의 행적은 사실상 상식을 초월한다. 결혼을 5번 했고 모든 종교를 통합한 영성의 최고자라고 주장하는 등 도무지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사람이었다. 정치적인 고비 때마다 불거져 나와 정치인 박근혜를 힘들게 했지만 정말 조마조마하게 넘어갔다.그러나 국민들은 `설마` 하는 의구심을 누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향수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고 박 대통령은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결국 박지만씨 표현처럼 “피보다 더 진한 물”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결국 최순실이라는 한심한 사람 때문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갑질을 돌아볼 때 대학의 갑질도 이에 못지 않았다.과거 필자가 고교설명회를 다닐 때 서울대는 명성의 덕을 입어 고교설명회를 갖지도 않았고 브로슈어도 만들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학생들이 몰려오는데 왜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대학랭킹을 만드는 언론기관이 서울대를 포스텍보다 하위로 랭크할 때 데이터를 제출하지 않는 갑질을 하기도 했다.그건 분명히 대학의 갑질이다.미국의 하버드나 스탠포드 같은 명문대학들도 학생들이 몰려 오기는 마찬가지지만 고교생들을 위한 입시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것은 갑질보다는 수요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충실한 수요자 위주의 사고방식이다.이제 포스텍, 카이스트 등의 선전으로 서울대도 대학 홍보를 게을리 하지 않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대학이 자기 명성을 앞세워 갑질을 해서는 안된다.갑질,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이번 최순실 사건으로 불거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병폐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갑질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건 우리 모두의 심정일 것이다.

2016-11-03

옛 포항역사와 역 로젠탈(Rosenthal) 효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결국 부수어야 했을까?포항 역사(歷史)의 상징 포항 역사(驛舍)는 결국 부서졌다.포항 주민들의 허탈감은 너무 심하다. 특히 해병대 출신의 전역 장병들의 가슴은 휑하니 뚫렸다는 소문이다.눈물과 기쁨,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간직한 포항역이었다. 일제시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해방과 함께 건축된 포항역사는 거의 100년 가까운 포항의 산증인이다.필자는 2013년 여름 두달 간 드레스덴이라는 옛 동독의 명품도시에서 드레스덴공과대학교 총장의 초청으로 방문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이 도시는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박사를 받은 곳이고 최근 이강덕 포항시장이 방문해 두 도시의 협력 관계를 토의했던 바로 그 곳이다.옛 것을 잘 간직하고 현대화된 산학협력의 모범 도시이기에 대전시, 세종시 등 한국의 여러 도시들이 앞다퉈 배우려는 도시다.그곳엔 아주 유명한 프라우엔 교회 (Frauenkirche)가 있다. 이 교회는 300년 전 지어졌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전쟁이 끝난 후 드레스덴 시민들은 언젠가 재건축 될 것을 생각하며 무너진 프라우엔 교회의 돌들을 번호를 매겨 보관했고, 독일 태생의 한 과학자가 노벨상 수상기금을 모두 기부해 어린시절 프라우엔 교회의 기억을 되살리며 10여 년 전 완전 재건축에 성공했다고 한다.지금 그 교회는 드레스덴과 드레스덴 시민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로젠탈 효과라는 것이 있다.로젠탈 하버드대 교수는 1968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전교생의 지능지수(IQ)를 검사한 후 그 결과와는 관계없이 무작위로 학생 중 20%를 뽑아 담임선생님들에게 이 아이들은 특별히 IQ가 높다고 통보했고 1년후 다시 IQ검사를 해봤다. 그 결과 선발됐던 20%의 학생들은 성적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한다.이 실험의 시사점은 자부심을 가지면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것이다.그렇다면 포항의 자부심을 잃게 만든 포항 역사의 파괴는 포항인의 자부심을 잃게 하고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역 로젠탈 효과`를 낳지 않을까?지역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 출신의 인재들이 포항에 모여드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오히려 역행하는 `역 로젠탈효과`를 만든 포항 역사의 파괴는 정말 아쉽다는 말로는 표현하기가 부족하다.전혀 관계는 없어보일지는 모르지만 최근 몇 년 간 대학의 국내외 좋은 평가를 위해 노력한 포스텍의 성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스텍의 국내외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는 노력은 사실상 포스텍 학생, 교수, 그리고 졸업생들, 더 나아가 포항의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려는 노력이다. 물론 국가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6년 전인 2010년엔 한국 대학 역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세계 28위 대학으로 랭크 되었고, 최근 연속 3년간 창설 50년 이하 대학에서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한 성과는 포스텍 가족들에게 큰 자부심을 심어주고 포스텍의 생산성을 높이는데서 더 나아가 한국 고등교육 관련인들의 자부심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자부심을 가진 사람은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로젠탈 효과에 부응하기 위한 포스텍의 노력과 부서진 포항역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제 우리도 재건된 드레스덴의 프라우엔 교회처럼 포항역사를 시민의 힘을 모아 재건해야 한다.시민의 성금을 모아서라도 누군가는 앞장서서 꼭 해야 할 사업이다. 드레스덴 시민이 갖는 그런 자부심을 우리도 꼭 회복해야 한다. 역 로젠탈 효과를 막고 진정 로젠탈 효과를 우리에게 반드시 심어야 한다.

2016-10-27

`22대 0`과 `빨리빨리` 문화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22대 0!이 스코어가 어떤 경기 스코어일까 생각해 본다. 축구는 시간상 불가능하고, 야구는 콜드(called) 게임승이 있으니까 아마도 농구나 핸드볼 경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그러나 이 스코어는 농구도 아니고 핸드볼도 아니다. 이 스코어는 과학분야에서 일본과 한국의 노벨상 수상 숫자이다.일본은 올해 의학생리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으면서 3년 연속 수상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현재까지 총 22개의 노벨 과학상(전체 25개)을 안았고, 노벨상 배출 숫자는 세계 5위권에 육박한다.2000년 이후에는 미국 다음으로 2위이다.평화상 1개 수상으로 간신히 노벨상 수상국에 이름을 올린 한국은 중요한 과학상에는 단 한 개의 수상도 없다.인도, 대만, 홍콩, 파키스탄, 심지어 최빈국 방글라데시도 노벨 과학상을 수상했는데 왜 한국만 수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한국은 그동안 산업분야에서 반도체, 스마트폰, TV와 전자분야,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중후 산업에서도 세계 1위를 배출해 왔다.체육 분야에서도 불가능으로 여겨지던 피겨스케이팅, 수영, 체조, 골프에서도 세계 1위를 배출했다.기업가나 체육지도자들이 “왜 우리는 세계 1위를 하는데 교수들은 못하는가? 대학은 왜 못하는가?”한다면 사실 교수들은, 대학들은 할 말을 잃게 된다.우리의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그 문제는 `빨리빨리` 문화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한국교육 시스템이 `빨리빨리`의 주입식 교육이라는 것은 이미 고교대학 시절 수석을 휩쓴 수재들의 독백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미국 대학에 유학해서 한계를 느끼게 된다. 한국의 암기식·주입식, 그리고 `빨리빨리`식 맞춤형 공부는 미국의 수재들이 있는 스탠포드, 칼텍이나 MIT 같은 대학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미 알려진 해법을 통해 답을 구하는데 급급한 한국의 수재들은 해법이 없는 문제를 접했을 때 며칠간 끙끙대다가 끝내 답을 구하지 못하고 “해법이 없으면 해법을 만들어서 답을 구하면 된다”는 미국의 수재들을 당해내기 힘들다.한국의 수재들은 절망한다. “미국 수재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천천히 해도 창의적이야. 우린 빨리빨리이지만 베끼는 식이야.”또 하나의 문제는 한국의 연구비 지원방식이나 평가방식이다. 이것도 `빨리빨리`이다. 1년 내로 끝내야 하는 연구, 제목이 주어지고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야 하는 연구지원 방식이 정부 연구기관이나 기업 연구기관들에 주어지는 과제들이다. 평가도 일률적으로 논문 수나 사업화 수준으로 본다. 뒤늦게 기초과학연구재단을 만들어 5년이상 장기 지원을 하고 평가도 달리한다고 하니 두고 볼일이다. 문제는 주입식 교육으로 성장한 인재들이 장기 지원을 하고 평가를 달리한다고 해도 노벨상 수상을 할 연구결과를 낼 지는 의문이다.마지막으로 중요한 문제는 장인정신이다. 위의 첫 번째 암기식 교육 문제는 일본도 가지고 있는 문제이고 둘째 연구지원평가 방식은 일본도 최근 개선했다.마지막 장인정신. 이것이 바로 일본과 한국을 `22대 0`으로 만든 이유 아닐까?`빨리빨리`가 아닌, 남이 관심이 없는 어떤 한 분야에 30년씩 평생을 바치는 장인정신이 대부분인 일본 노벨상 수상자들의 바탕이 되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이 정신이야말로 `빨리빨리` 문화를 바꾸어야 할 키 포인트이다.창의적 교육, 연구비지원 및 평가개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장인정신,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꼽으라면 장인정신을 꼽고 싶다.`빨리빨리` 문화를 개선하고 장인정신을 가져야 22대 0을 벗어날 수 있다.

2016-10-20

일등대학, 꼴등대학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다시 입시철이 다가왔다.각 대학은 수시모집 면접으로 분주하다. 학생들은 입시면접에, 또 다가오는 수학능력시험 준비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간들이다.각 대학은 다투어 신문지상에 신입생 모집 공고를 내고 자기 대학을 홍보하고 학생들에게 손짓한다.모든 대학이 수준 높은 학생을 선발하려고 지혜를 동원한다. 또 학부모와 학생들은 일등 대학에 들어가려고 온갖 전략을 머리 속에서 짜낸다.대학들은 그런 부모와 학생들을 잡기 위해 대학서열(랭킹)을 내세우며 유혹한다. 대학서열은 발표하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자기 대학이 가장 높게 나온 랭킹을 앞세워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다.누구든 일등 대학을 들어가고 싶어한다. 꼴등대학은 들어가기 싫다.대학의 기념품이 팔리는 대학과 안 팔리는 대학이 있다고 한다. 그 대학을 다니는 걸 자랑으로 여기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일 것이다. 1960~70년대의 대학생들은 교복도 입었고 사복 위에도 학교 뱃지를 달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뱃지를 달고 다니던 학생들과 안 달던 학생들이 확연히 구분됐다. 심지어 어떤 여자 대학은 단과 대학별로 뱃지의 색깔을 달리했는데 조금 처지는 단과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뱃지를 달지 않았고 또 남학생들은 그 색깔의 뱃지를 단 여학생들은 조금 깔보기도 했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힉부모들도 자식이 다니는 대학을 일등대학이면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지만 꼴등대학이면 말하기 싫어한다.일등대학을 들어가고자 하는 욕망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교육 선진국이라는 미국도 마찬가지이다.과거의 명배우 워렌비티와 나탈리우드가 주연한 `초원의 빛`이라는 영화에서는 명문 예일대에 가라고 다그치는 아버지에 못이겨 예일대로 간 남자주인공이 시골에 있는 애인을 잊지 못해 공부를 안하니까 아버지가 자살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명문 스탠포드를 졸업하고 조그만 지역의 대학으로 간 교수는 그 지역 신문에 “스탠포드 졸업생이 이 마을에 왔다”라는 기사가 나와 무척 당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그렇다면 어떤 대학이 일등 대학이고 어떤 대학이 꼴등 대학인가? 진정 시중에서 일등으로 인식되는 대학들의 내실을 들여다 보면 정말 일등이고, 꼴등으로 생각되는 대학이 정말 그렇게 부실한 것인가?일반인들의 전통적인 인식이 얼마나 대학의 질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을까? 각종 매체들이 발표하는 대학의 서열은 얼마나 믿을만한가? 대학의 서열은 바뀔 수 없는 것인가?남학생들이 깔봤던 그 색깔의 단과대학이 지금은 그 여자대학에서 엄청 각광받고 인기있는 단과대학이 됐다고 한다. 여학생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그러한 현상을 가져왔다고 한다.한국 최고 기업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한 대학은 위상이 최근 대폭 상승했다. 각종 매체에 그 대학순위가 상승하고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며, 상응하는 연구력이 증대하고 있다고 한다.한국이 국제적 감각이 뒤지던 40년 전 부터 국제화에 매달리며 세계 총장회의 등을 오랫동안 개최한 한 대학의 위상도 1970년대와 비교해 엄청 상승했다.추락한 대학들도 있다.공과대학으로 출발해 일반대학으로 확대한 대학들의 위상 추락을 종종 보고 있다. 2차 대학으로 1차 일등대학을 낙방한 학생을 받아 명성을 누렸던 대학들이 1차, 2차 구분없이 복수지원이 가능한 제도 때문에 열등대학으로 전락한 예를 본다.경쟁이 있는 곳에 서열은 항상 존재한다. 국가도 서열이 있고 모든 제품에도 제품별 서열이 있다. 올림픽은 메달로 서열을 매긴다. 대학 서열을 피할 수 없다면 일등대학이 되기 위한 노력은 선의의 경쟁이다. 그리고 일등대학과 꼴등대학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수험자의 몫일 것이다.

2016-10-13

`전관예우`와 `전공예우`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전관예우(前官禮遇) 라는 단어가 있다.좁은 뜻으로는 판사나 검사로 재직하다가 변호사로 갓 개업한 사람이 맡은 소송에 대해 후배인 판검사들이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전관예우는 법조계에서는 전근대적인 관습으로 없어져야 할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다.종종 언론에 오르내리는 법조계의 전관예우는 우리 사회의 폐단 중의 하나로 늘 비난받고 있다.그런데 전관예우는 좀 더 큰 뜻으로는 전직 관료나 전직 직위에 대한 전반적인 예우를 일컫는다.전관예우는 잘만 활용되고 쓰인다면 꼭 부정적인 의미는 아닐 수도 있다.미국에서는 전직 대통령에 `전 대통령(former president)`이라는 말 대신에 그냥 `대통령(president)`이라고 부른다.한국에서도 전직 장관이나 총장을 그냥 장관, 총장으로 부르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그렇게 부르는 모습은 때로는 정겹고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그 직위에 있으면서 국가와 사회에 공헌한 것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뜻에서 전관예우는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문제는 전관예우가 개인의 사욕을 위해 사용되고 사회정의에 반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건 옳지 않기에 전관예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전직 관료였기에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고 그러한 특혜를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해서도 안 될 것이다.그래서 생각한 단어가 `전공 예우(前功禮遇)`이다.전에 공을 세운 분들을 예우하자는 것이다.전관과 전공은 차이가 있다.전관은 단순히 전에 관직에 있었다는 것이고 전공은 전에 공을 세웠다는 의미이므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얼마 전 우리가 잘 아는 전직 시장 한 분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해 가슴을 아프게 했다.오래 전 필자의 친구도 관직을 하다가 같은 선택을 한 적이 있다.이유가 여러가지겠지만, 전공예우의 부족이 종종 그런 분들을 허탈 속으로 몰아가고 삶을 힘들게 하는 경우를 본다.얼마전 필자 자신도 한 모임에 참석했다가 그냥 나온 경험이 있다. 행사장 분위기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과오가 있는 전임에 대해서는 그 과오를 물어야 하겠지만, 공이 있는 전임에 대해서 그 공을 알아주고 그 공에 상응한 대우를 해주는 전공예우는 기본적인 사회적 도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몇 년전 어느 한국 대학 졸업식에 간 적이 있는데 행사장 바깥에서 산책을 하는 전임 총장을 본 적이 있다.잘 아는 분이기에 왜 여기 계시냐고 물으니까 그냥 빙그레 웃음으로 답하셨다. 아마도 행사장에 초청은 되었지만 전공예우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최근 포항에 한국 과학의 최첨단 작품인 제 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준공되었다.4세대 가속기는 정말 우여곡절을 겪어 포항에 유치됐다. 몇 년전 유치 당시 다른 지역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여러 분들이 꽤 고생을 했고, 새벽에 서울로 차를 몰고 가기도 했다.사정은 있었겠지만 그 분들의 모습을 그곳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크게는 국가를, 작게는 지역을, 그리고 조직에 공헌한 여러 분들에 대한 전공예우에 우리는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전공예우, 공을 세운 전직을 항상 생각하고 예우하는 건 사회의 좋은 전통일 것이다.새로운 단어 하나를 사전에 올리고 싶다.

2016-10-06

“대지진이 오면?”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5년 전, 2011년 3월 필자는 대만의 수도 타이페이에서 학회에 참석하고 있었다.그 날 연단에 나가 발표를 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갑자기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심상치 않게 느껴지고 발표를 잠시 중단하고 상황을 알아보니 “일본에 대지진이 일어나서 수천 명이 죽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2011년 일본 센다이 지역을 강타한 대 지진과 쓰나미 이야기이다. 파도가 육지로 들어와 가옥과 건물들을 성냥갑처럼 쓸어가는 모습이 만화를 보는 것 같았고 믿기 어려운 풍경이 TV에 펼쳐졌다.그날 학회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수 천명이 죽어가는 현실에서 마음들이 정리되지 못하고 뒤숭숭했던 기억이 있다.지진의 경험은 필자에게도 직접 다가왔다.일본 센다이 대지진 후 이듬해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회의에 갔다가 호텔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직접 했다. 호텔 커피숍에 앉아 있는데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그런데 어리둥절하고 겁에 질린 나의 모습과는 달리 그 곳 사람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듯 했다. 그 지역 사람들은 자주 겪는 지진에 적응을 하는 듯 했다.그리고 한국! 지진 안전지대라는 한국에도 강한 지진이 덮쳤다.얼마 전 외국이 아닌 바로 우리 한국에서 그것도 이 지역인 경주·포항에서 진짜 매서운 지진을 경험했다. 규모 5.8의 한국 역사상 가장 큰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그 시각 필자는 체육관 2층에서 운동을 하다가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걸 느꼈다. 다리를 가누기가 힘들 정도였다.사람들이 혼비백산 탈출하는 모습을 보았고 급히 뛰어나왔다.집에 돌아와 보니 아파트 사람들이 모두 밖에 나와서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가족들을 데리고 대학의 테니스 주차장으로 가서 한참을 기다렸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가족 모두는 불안한 생각으로 밤을 지새웠다.역사책을 보면 한국에서도 통일신라 시대에 경주에서, 신라시대에는 울산에서 규모 8 정도의 지진이 일어나 수백 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2011년 일본 대지진이 규모 9였고 수만 명이 사망한 것을 보면 규모 8의 지진이 지금 일어난다면 수천 명의 인명 피해도 예상된다.사실상 그 정도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을 때 우리의 대책은 무엇인가?지진은 사실상 내진설계로 건물을 짓는 것과 대피요령을 익히는 것 이외에는 예방 대책이 없는 게 특징이다.2000년대 이전에 지은 건물들의 내진 설계를 다시 점검해 보는 게 시급해 보인다.지진대처 요령을 숙지하여 지진이 감지되면 매뉴얼대로 침착히 대처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또 지진 대피 시 TV나 라디오에서 발표하는 재난관리 책임기관의 정보에 따라 행동하여야 하고 휴대폰 등으로 올바른 정보를 수신하고 재난관리 책임기관에서 발표하는 정보를 신뢰하고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 그 이외에 뾰족한 수는 없는 것같다.첨성대가 수천 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과학적으로 지어졌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는 내진설계가 미흡한 건물에 살고 있다.내진 설계에 대한 점검이 시급해 보인다.대지진이 오면? 전쟁이 나면? 이라는 질문만큼 생각하기도 싫지만, 지금부터 비상대책 요령을 잘 숙지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인간의 힘을 넘어선 자연재해에 인간은 속수무책인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2016-09-29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서의호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요즘 부쩍 “도대체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북한의 핵실험을 둘러싼 중국의 태도는 모호하기 짝이 없다.겉으로는 핵실험에 반대하고 유엔의 제재 결의에 찬성하는 척하지만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고 개별국가 제재에는 반대하는 등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최근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 관련 물자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 랴오닝 훙샹그룹이 엄중 제재를 받게 된다는 소문이다.훙샹그룹은 중국의 중견그룹에 불과하지만 대북 교역의 핵심 기업으로 핵개발에 필요한 여러 물자를 제공하여 큰 돈을 벌어 왔다고 한다.이번 조치는 미국이 중국에 훙샹그룹의 비리를 통보하여 중국이 조치를 취한다는 소문이다.중국은 중국 정부가 이미 관련 조사를 다 끝내고 발표만 남은 상황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대표 등은 모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고 비공식 발표를 했다.이번 조치가 중국이 북한의 도발 행위를 비공식적으로는 용인한다는 외부의 시각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그 결과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중국을 믿는 사람은 한국에 별로 없다.미국의 통보에 면피용 조치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여전한 것은 그동안 중국이 취해왔던 이중적 자세 때문이다.중국은 한국의 통일을 바라지도 않고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도 않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미국과 시시각각 대립하는 중국이 미국에 대들고 싸우고 있는 북한이 싫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아마도 고마워할 지 모른다.중국이 한반도의 핵전쟁을 원하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잘 버텨주고, 미국에 대항하여 싸워주는 것을 원하는 중국 태도는 한반도 정세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제발 중국이 정신 차렸으면 한다.중국은 한국전쟁에서 북한 편을 들어서 한반도 통일을 막은 장본인이다.사실상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 한국 분단의 책임은 첫번째 한반도를 침략 정복한 일본에 있지만 둘째로 한국전쟁에 개입한 중국에 있는 것이다.한반도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중국이 책임을 지겠는가?중국은 한국이 북한을 점령하게 되어 친미 국가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그러기에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또다시 한반도 전쟁이 일어난다면 한국전쟁 때처럼 군사를 파견하는 개입은 하지 않을 지 몰라도 북한을 도울 개연성은 충분하고 여전히 한반도 통일을 막게 될 것이다.사회주의가 모순이란 것을 깨닫고 시장과 사회를 개방한 중국이 자국 이익 때문에 한반도 분단을 지키겠다는 것은 너무도 국제질서를 위반하는 행위이다.과거 해방 후 혼란할 때 유행했던 말은 각 국가의 두음자를 따 “소련에 속지말고 미국 믿지마라. 일본 일어난다. 조선사람 조심해라”였다.지금 우리가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말은“중국 중도를 유지해라”일 것이다.꼭 한국편을 들지 않아도 중국이 중도만 유지한다면 한반도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현재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세계평화를 외치면서 북한을 경제적으로 외교적으로 돕고 있다. 그래서 현재 한반도의 고통은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중국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중국이여, 세계 평화를 위해 정의를 사랑하고 중도를 지키길 바란다.

2016-09-22

두 대학 총장의 파격적 실험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요즘 포항과 울산은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40분 정도에 주파가 가능하게 되어 두 산업도시를 거대한 한 개의 도시로 묶어내고 있다.이런 가운데 두 도시를 대표하는 포스텍과 울산대 두 대학 총장의 파격적 실험이 시선을 끈다.포스텍은 올해 개교 30주년을 맞이한 김도연 총장의 파격적 실험이 언론의 포커스를 받고 있다.김 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선언했다.그의 혁신안은 입시, 교수 임용, 학사 개편 등이 망라되어 있지만 융합형 현실적응용 창조적 인재를 키운다는 큰 그림이 깔려져 있다.특히 대학이 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경제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연구중심`과 함께 `가치창출`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포스텍은 내년부터 신입생 320명 전원을 학과 구분없이 단일계열 무학과로 선발하고, 2학년 진학 때 100% 원하는 전공 선택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학과 구분을 넘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초·응용과학 전공을 융합하고 각 학과의 전공 이기주의를 없앤다는 야심이다.몇 년전 시작한 창의IT프로그램을 통한 제2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계획과 괘를 같이 하는 획기적 아이디어이다.파격은 교수 채용 방안으로도 확대되었다. 향후 4년간 전임 272명 중 150명이 교체되는데 이 중 30%인 50명을 기업체가 원하는 `산학 일체 교수`로 임용한다는 것이다.이는 대학교육대국 미국에서도 실현하지 못한 파격적 선언이다. 박사학위 소지없이 교수가 될 수 있는 환경은 그만큼 큰 모험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학문을 가르치겠다는 단호한 각오로 들린다.울산대 오연천 총장의 개혁적 드라이브도 신선한 충격을 준다.서울대 총장을 역임한 오 총장은 `구태를 벗은 글로벌 대학`이라는 기치를 걸고 다양한 개혁안을 추진하여 울산지역 및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최근 울산대 본관 앞의 공사가 마무리 되었다. 큰 로터리를 만들고 옆에 학생들이 걸을 수 있는 보행로가 만들어지고 차량들이 질주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의 도보행렬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따라 길들이 설계되도록 캠퍼스의 모양새를 바꾸고 있다.울산대는 대부분의 대학에 있는 총장이나 보직자를 위한 주차장을 없애 버렸다.오 총장은 보직자의 특혜적인 모습을 없애고 그 주차 공간을 학생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했다.총장은 출·퇴근시 운전사 없이 스스로 운전한다. 외부 주요 방문객이 있을 때에만 운전기사를 활용하고 평소에는 학교행사 등에 풀로 활용된다.또한 지방대학이란 말 자체를 없애고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영국 타임즈가 개최하는 아시아 총장 및 대학 대표자 회의(THE Asia Summit)를 울산에 유치하였다.대학의 투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광역도시 20주년을 맞는 울산시와 현대 등 일반 기업으로부터 최대한의 지원을 받아 울산시와 울산대학을 국제적 위치에 올려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첫걸음이다.우연히 두 총장은 고교, 대학 동창이고 아주 친근한 사이라고 한다.포항, 울산 두 도시에 있는 두 대학 총장들의 획기적이고도 신선한 실험을 환영하며 한국대학 발전의 큰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2016-09-08

베르테르 효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최근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유명 연예인, 기업인에 이어 행정가 등 직종을 가리지 않고 자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지난 주에도 유명기업의 부회장, 그리고 지역의 수장으로 오랫동안 지역민과 함께한 행정가, 이런 분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우리 곁을 보면 지인 중 한, 두명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우를 본다. 필자의 오랜 친구들도 기업의 사장, 중소도시의 시장, 과학기술분야의 연구원장 등 한 조직의 수장을 하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우를 보았다.한국에서만 연간 1만명이 넘는 숫자가 매년 자살을 한다고 한다. 이는 하루 30명이 넘는 숫자이며, 교통사고 희생자보다 두배나 많은 숫자이다.왜 자살을 하는가? 많은 자살들이 충동 자살 또는 모방자살이라는 보도도 있다.심정적으로 충동을 이기지 못하거나 주변의 자살을 보면서 모방적 심리가 작동하는 경우가 그것이다.몇 년 전 유명한 여자 TV 탤런트가 자살한 이후 그 탤런트와 관련된 가족들이 연속적으로 몇 년 사이에 자살하는 가운데 탤런트의 매니저까지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유명인들이나 지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자살과 관련해 `베르테르 효과 (Werther Effect)`라는 단어가 있다.`베르테르 효과`는 독일의 대 문호 괴테의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연유하였다고 한다.감수성이 풍부하고 재능 있는 젊은 법률가로서 약혼자가 있는 롯테라는 아름다운 처녀를 알게 되어 깊은 사랑에 빠지는 베르테르는 롯테가 결혼하자 그 슬픔을 참을 길이 없어 권총으로 자살하고 만다는 비극적인 이야기이다.이 당시 이러한 베르테르의 모습에 연민을 느낀 당시의 젊은 세대들이 베르테르의 죽음을 모방하여 자살이 급증하였다고 하여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는 책의 판매를 중단하기까지 했다고 한다.이로 인해 `베르테르 효과`라는 용어가 나오게 되었는데 유명인이나 자신이 존경하던 인물이 자살을 하는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뜻하게 되었다.이 베르테르 효과는 특히 현대사회의 미디어 매체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이 순식간에 다량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더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충동자살까지 포함한 확장 베르테르 효과도 생각해 볼 수 있다.그러나 자살을 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은 건 자살은 결코 해결책일 수도 없고 남은 가족에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준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경제, 사회, 교육, 정치 등에 책임을 지고 있는 분들은 그러한 분야에서의 오랫동안 맡아온 책임을 자살로 마감해서는 결코 안 된다.그건 모두가 함께 짊어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고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함께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그러한 직분을 가진 이들의 책임이고 윤리이다.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남은 가족의 고통이다.자살로 본인의 고통을 일부 덜 수는 있겠지만 남은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가져올 고통을 생각한다면 결코 자살은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충언하고 싶다.가족을 잃은 분들, 특히 자살로 가족을 잃게 되는 경우 가족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통곡의 눈물을 흘릴 남은 가족들은 평생을고통 속에 살아가게 된다.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더 그들을 힘들게 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과 가족들을 생각할 때 결코 자살은 선택이 될 수 없다.

2016-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