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어떤 교수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국국제처장 협의회에서 필자와 함께 활동하던 교수였다.
그 교수는 평소 원칙을 강조하고 깐깐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차기 회장으로 당선된 교수가 총장 교체로 인해 보직이 바뀌자 원칙을 내세우면서 회장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하기도 하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 보직이 바뀐 교수가 자신을 선출한 교수들에게 인사말이라도 하자고 하자 그럴 필요가 없다고 모멸감을 주기도 했다. 그는 `원칙`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 같았다.
많은 교수들은 그가 어떻게 갑자기 교육문화 수석이 되었는지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갔다. 그런데 그 의문이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 순식간에 풀렸다. 그는 최순실 라인에 있는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 등의 기금 모집에 앞장서서 기업들을 압박하는데 가담하였다고 한다.
`원칙`을 강조한 교수가 원칙이 아닌 방법으로 교육문화수석이 되고, 그리고 원칙이 아닌 방법으로 재단 등을 압박하는 모습은 이번 최순실 사태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최순실 사태는 캐도 캐도 끝이 없을 정도의 비리를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장관 등 정부 보직 임명을 시키는대로 하고 그 보직자들은 보은 차원에서 최씨가 시키는대로 재단들의 돈을 끌어 모으는데 발 벗고 나섰다.
가렴주구(苛斂誅求)는 경제가 피폐한데도 과중한 세금을 거두고 양민을 착취하는 정부의 모습을 말하는데 지금의 형태가 가렴주구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대통령의 연설을 고치고 인사 문제를 좌지우지 하고, 자기 개인의 이익을 위해 재단을 만들어 돈을 빼돌리려고 하고, 자식의 대학입학을 위해 대학을 협박하는 등 온갖 비리를 저지른 최 씨는 당연히 엄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최씨의 정무간섭과 비리를 보면서도 자기 보신을 위해 이에 동조하고 눈을 감은 대통령 주변의 보직자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들의 잘못과 죄과는 결코 최 씨보다 덜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최 씨에 동조해 기업을 협박하고 잘못 보인 기업의 임원교체를 요구하고 불이익을 주고, 협력한 기업에는 특혜를 주는 그런 정부가 조폭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조폭의 특징은 협박에 의한 이익의 갈취다. 자기에게 잘 보이면 잘해주고 밉보이면 철저히 보복하는 조폭의 특징을 정부는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 조의 말과 사회 이곳저곳에서 규탄 성명이 발표되고 20만명이 모였다는 촛불 집회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최 씨에 의해 조폭같이 흔들린 정부에 대하여 우린 큰 실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실망이 절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다시 대통령 선거를 한다고 해도 같은 후보에게 투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확실한 반공을 할 수 있는 정신적인 대안이 없다`라는 말과도 통한다. 이번 사태가 공산주의에 대해 관대하고 환상을 갖는 것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비리와 부패가 보도되고 사법 처리 된다는 것 자체가 자유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비리와 부패 자체가 보도될 수도 없고 폭로자는 바로 핍박을 받는 그런 사회나 시스템을 동정해서도 안 되고 대안이 될 수도 없다.
현 정부에 실망했다고 대 북한 정책이나 미국과의 협력, 안보와 관련된 정책이나 이슈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위기와 실망, 그러나 우리는 실망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