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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별 강연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뜻하지 않게 200명 가까운 학교 내외 지인들이 모였다. 기대 이상으로 많이 모인 청중을 보면서 지난 28년 포스텍에서 보낸 시간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서 흘러갔다. 지난주 필자는 28년간 봉직한 포스텍에서 고별강연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 강연 제목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 하다가 필자의 전공분야인 경영정보시스템(MIS: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s)의 100년 역사와 포스텍 30년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별강연은 퇴임하는 교수에게 주어지는 강연이다.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퇴임하는 교수의 전공분야 업적을 기리고 축하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대학에서 행해지는 의식이다. 최근 미국 일부 대학에서는 취임강연이 시행되고 있다.교수들이 새로 취임하면 본인의 전공분야를 알리고 교수들과의 교분을 넓히기 위한 강연이다.두 개의 기억에 남는 고별강연이 있었다.30년 전 고고학계 원로 서울대 김원룡 교수의 고별강연에서 김 교수는 기원전 4천년으로 잡은 인류 역사를 5천년으로 수정하는 앞선 스승의 자세를 보였다.자신의 이론을 뒤집는 발언을 고별강연에서 하기는 매우 힘들다. 고별강연에서는 관련 전공분야의 역사를 돌아보고 자신의 연구업적을 발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그런 측면에서 김 교수 자신의 학설을 수정하는 강연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김 교수는 8·15광복 이후 불모상태의 한국고고학을 이끌었으며 한국미술사 연구에도 업적을 남겼다. 1957년 미국 뉴욕대학에서 신라토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61년 서울대에 고고인류학과를 창설하고 이후 서울대에 재직하며 후진양성과 연구에 힘썼고, 재직 중 국립박물관장 등 한국 고고학계의 선구자적인 분이다.이런 존경하는 원로교수가 선학자적인 모습을 보인 고별강연은 당시 신문에 크게 보도될 정도로 화제였다.또 하나의 고별강연은 김원룡 교수에 앞서 보인 부총리를 역임한 한완상 교수의 고별강연이었다.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미래를 위한 설계를 강조하며 청년의 용기와 정직을 강조했다. 그 자신, 군사정권에서 모진 고난을 겪었기에 합당한 내용의 강연이었다.그런데 조금 아이러니컬 한 것은 한 교수의 80년 중반 고별강연 당시 필자는 미국 테네시텍이라는 조그만 테네시 공대 교수로 있었다. 한 교수는 그 테네시텍 대학에서 60년대에 교수를 했던 것으로 지역에 알려져 있었다. 그 대학의 한국인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한 교수의 이력에는 테네시텍 교수의 이력이 안나온다. 아마도 작은 대학의 교수였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고 그 한국인 교수는 아쉬워하고 있었다. 이번 고별강연을 하면서 필자는 두 개의 고별강연 케이스를 모두 참고하고 싶었다.우선 인류 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진 에니악(ENIAC)이 인류 최초가 아니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기존의 이론을 뒤집는 발표였다. 1946년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만들어진 에니악보다 4년 먼저 아타나소프-베리 컴퓨터라고 하는 컴퓨터가 아이오와주립대에서 만들어졌고 이것이 사실상 인류최초의 컴퓨터다.이는 “1등도 알려지지 않으면 1등이 아니다”라는 교훈을 남긴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가 한국에서 발명됐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하나는 강연 중 과거의 체험담들도 모두 쏟아놓으며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다.잘못 출제된 입시문제 때문에 원하는 중학교에 못가고 다시 고교 입시에서 재기한 일이나 고교 시절 문과에서 공대로 가게 된 계기 등 숨기지 않은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떠나는 교수로서 모든 것을 보여 주고 싶었고 다행히 청중의 반응은 후일담이지만 아주 좋았던 것 같다.앞으로 이어질 후배 교수들의 멋진 고별 강연을 기대해 본다.

2017-06-15

SNS 부작용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국내외가 SNS 폐해로 시끄럽다.SNS는 Social Network Service(사회 네트워크 서비스)의 두음자로, 특정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구축해 주는 온라인 서비스를 말한다.최근 많이 쓰고 있는 한국 카카오톡이나 미국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대표적인 SNS이다. 전화로 보내는 문자 역시 SNS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우선, 국내에서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의 의혹 검증에 나섰던 야당 의원들이 거친 욕설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 폭탄`을 맞아 논란이다. 또 야당 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웹 사이트까지 등장했다고 한다.휴대전화 번호를 본인의 승낙없이 공개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있다. 더구나 공개사이트에 가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두 정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돼 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의 전화번호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하는데 이는 법적인 문제를 넘어서 정치적 폭력에 해당된다. 이러한 사이트는 야당 의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화번호를 무단공개한 것 뿐만 아니라 의원들에 대한 `문자 폭탄` 공격을 주도하고 부추기고 있어서 이는 선동죄에도 해당되는 부분이다.청문회에서 활동하는 야당 의원들이 청문회 시간 중에도 수백 개의 협박성 문자를 받는다면 이는 자유를 넘어서 폭력이며 엄격히 규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미국에서도 SNS 때문에 놀랄만한 일이 일어났다.미국 동부 명문대인 아이비(IVY)리그 대학에 뉴욕의 명문 공립고교 중 하나인 모 고교가 매년 50여 명을 진학 시킨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고교 졸업반 학생이 하버드 대학을 합격했는데 이름을 밝히는 실명 SNS에서는 아주 점잖고 예의바른 발언을 하는데 반해 가명을 쓰는 계정에서는 급우에 대한 험담이나 욕설같은 비교육적 내용의 글을 자주 올렸다고 한다.20대1의 치열한 경쟁률의 하버드대학은 5%의 합격자에 대한 SNS 통신내용을 전수검사해 문제가 된 10여 명에 대해 합격을 취소했다고 한다. 일부 하버드대 합격자들이 만든 별도의 채팅방에서는 노골적인 욕설과 저급한 대화나 이미지 등 아주 질이 떨어지는 대화가 오고 갔다고 한다. 특정 종교나 일부 소수 인종을 공격하는 메시지도 있었다고 하며, 명문대 하버드대를 합격했어도 우린 이런 걸 할 수 있다고 오히려 자기들끼리 자랑했다고 한다.보도에 의하면, 이미 입학 허가를 받은 학생이라도 필요한 경우 그들의 합격을 취소할 수 있는 권리가 대학에 있다는 관점에서 하버드대는 개별 합격자에 대한 구체적 처분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합격 취소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하버드대만 문제가 되었지만, 다른 아이비 대학들도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SNS를 이용한 시험 치팅(cheating, 커닝), 과제물 표절들도 있다고 한다.사실 이는 하버드대만의 문제가 아니다스마트폰이 활성화된 5~6년 전부터 학생들의 수업태도도 나빠진 것이 현실이다. 쏟아져 들어오는 SNS를 통한 문자에 대응하고 노트북을 펼치고 수업과 다른 내용의 일을 하는 것이 흔히 교실에서 발견되기도 한다.유튜브, 위키피디아, 구글, 네이버 같은 검색 사이트를 통해 필요한 지식을 얼마든지 습득할 수 있기에 교수들의 강의를 소홀히 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대학생들에겐 어울리지 않는 괄호넣기 같은 시험을 내는 교수들이 생겨나겠는가?SNS는 분명 인류에게 통신과 교류에 큰 편의를 가져왔지만 열거한 폐해들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SNS를 대하는 건전한 태도와 운영의 묘, 그리고 법령의 강화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2017-06-08

또 바뀔 입시제도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또 바뀐다고 한다. 매년 바뀌어 왔는데 이번엔 대수술을 할 모양이다.정확히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변형이 되는 한국 입시제도가 또 바뀌는 모양이다.우리나라에서 `선배와 똑같은 입시제도하에서 대학 입학한 후배는 한 명도 없다`라는 자조적 목소리가 사실일지도 모른다.중고교 교실이 벌써 어수선하고 들썩거린다고 한다. 특히 중학생들이 좌충우돌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이 현재 중학생들에게 처음 적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자문회의는 수능과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을 비롯해 수능 개편, 내신 절대평가, 고교 학점제를 우선적으로 다루겠다 한다. 또 외고, 자사고 등을 폐지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국공립대학들을 하나로 묶어 프랑스의 국립대처럼 연계해 하나의 대학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이렇게 입시를 뜯어 고치고 고교를 폐지하고 대학을 통폐합시키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프랑스 제도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따지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교육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이렇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수술을 하고 매년 입시를 바꾸는 국가가 세계에 한국 말고 또 있을 지 묻고 싶다.한국에서 새 정부가 시작되면 관례처럼 해오는 일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대학입시 정책을 바꾸고 정부 부처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또 어떤 부처 이름이 바뀌고 통폐합 될지 궁금하다.200년 역사의 미국은 대학입시 정책이 잘 바뀌지 않는다. 각 고교 내신성적과 SAT, ACT라고 하는, 우리의 수능시험 같은 성적을 참고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또 행정부처도 국무부, 국방부, 교육부 등 이름이 거의 바뀌지 않고 오랜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미국이 대학입시 정책을 안 바꿔 대학들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세계 랭킹 20위권 대부분은 미국 대학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는 없애고 바꾸는 것을 그리 좋아할까? 포항의 옛 역사를 간직한 포항역이 사라졌다. 포항에는 옛 역사를 상징하는 건물이 거의 없다.서울도 마찬가지이다.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은 화신백화점, 중앙청건물, 국도극장 등을 모두 폭파시키고 부수었다.이에 반해 로마, 파리, 런던 등 유럽의 오랜 도시들, 그리고 역사가 일천하다는 미국의 워싱턴, 필라델피아 등은 옛날 건물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그런 역사적 건물들이 관광자원 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부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치욕의 역사적 건물, 부서진 역사적 건물도 원형 그대로 보존해 후세들에게 교훈으로 삼고있다.언젠가 필자가 쓴 칼럼 중에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이 있었다.다시 그 생각을 끄집어내 본다.이제 우리 국민들은 우리가 선진국임을 자부하기 위해 스스로가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인식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입시제도는 자주 바꿔야 할 제도가 아니다.입시제도가 한국의 근본적 입시과열과 비창의적 교육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어설프게 문제를 바로 잡으려다 또 다른 부작용을 만들고 다시 고치는 악순환이 거듭돼 왔다. 이제 우리는 교육 제도만은 섣불리 바꾸지 않고, 시행을 하는 대학이나 고교 자율에 의한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교육부를 없애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정책이다`라는 교육계의 말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

2017-06-01

40년 만의 재회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40년 만에 들른 캠퍼스의 감회가 새롭게 느껴졌다. 카이스트가 생기고 입학한 것은 1975년. 당시 카이스트는 병역특례법에 의해 3주간의 훈련으로 특례보충역 편입이라는 정부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인재 양성 취지와 함께 설립됐다.130여 명이 그해 입학했는데 필자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 입학생들은 1977년 졸업을 하게 되고 40년이 흘렀다.졸업 40주년 홈커밍이 열린 지난주 토요일 카이스트 서울캠퍼스에는 나이 80이 넘은 은사들과 60대의 초로에 접어든 졸업생들이 모여들었다.40년 전 젊음을 피우던 그 언덕에는 기숙사, 운동장, 건물들이 그대로였다. 물론 건물들은 증축과 보수로 달라졌지만 그 골격은 그대로였다.필자는 재학 시 학생회장을 했다는 원죄(?)로 전체행사 사회를 보면서 오랜만에 은사들, 동문들과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예년에 하던 외부강연 등을 빼는 대신 졸업생 각자를 화면에 소개하면서 모두 나와서 자기가 지낸 세월과 과거 재학 시 추억을 소개하도록 해 지난 세월을 함께 하기도 했다. 캠퍼스투어, 카이스트 바로 알기 퀴즈, 장학금 기부, 은사께 선물 등 다채로운 행사도 가졌다.카이스트 3기에는 최양희 미래부장관, 권오현 삼성 부회장,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이호수 SK텔레콤 사장 등 꽤 유명 인사들이 많다. 당시 은사들 중에도 정근모 전 과기처 장관, 배순훈 전 정통부 장관, 박찬모 전 포스텍 총장, 김영걸 전 포스텍 대학원장 등 유명 인사들이 수두룩하다. 이날 행사는 `추억속의 KAIST와 오늘`이라는 주제의 동영상 시청을 시작으로 총동문회장의 환영인사와 총장의 축사, 각 학과별 은사 및 동문소개, 장학기금 전달식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장학금 전달식에서는 1977년 졸업 이후 40년 간 돈을 모아 조성한 `후배사랑 노랑봉투 장학금` 1억원을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학교 측에 전달하는 감동적인 행사도 있었다.1971년에 KAIS(한국과학원)이라는 이름의 대학원으로 서울 홍릉에 처음 설립되어, 1981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와 통합을 거쳐 한국과학기술원(KAIST)으로 설립되었고, 1989년 한국과학기술대학(KIT)과 통합, 대덕 캠퍼스로 이전하고 서울 캠퍼스에는 경영대학을 만들어 카이스트는 오늘의 모습이 되었다.명칭이 과기원 또는 KAIST로 통일되어 있지 않았으나 2008년에 대외 공식 명칭을 KAIST로 통일했고 “산업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분야에 관해 깊이 있는 이론과 실제적 응용력을 갖춘 고급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고 국가 정책적으로 수행하는 중·장기 연구개발과 국가과학기술 저력 배양을 위한 기초·응용연구를 하며, 다른 연구기관이나 산업계 등에 대한 연구지원을 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을 설립함”으로 명기한 한국과학기술원법에 따라 법인으로 설립돼 지금까지 4만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많은 이공계 학자, 벤처기업가, 기술 관료들을 배출했다.이 지역의 포스텍은 카이스트와 함께 `한국 이공계교육과 연구`라는 두 개의 축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포스텍은 항상 “한국 최초의 연구중심 이공계대학”이란 구호를 앞세운다. 이 근거는 무엇일까?답은 여기에 있다. 포스텍은 1986년 설립되었고, 카이스트는 1971년 설립되었으나 대학원만 있었고 학부가 만들어져 대학, 대학원 모두 갖춘 대학이 된 건 1989년이었다.포스텍, 카이스트는 소중한 한국의 지적 자산이다. 설립 50년 이하 대학에서 세계 5위권 안에 들고 1위를 하기도 했다. 세계 100위권 내에는 항상 들어가고 있다. 이제 반세기 역사를 갖게 되는 두 대학이 이 나라 과학기술을 선도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으로 계속 발전하길 빌어본다.

2017-05-25

콩도르세 승자와 패자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치열했던 19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린 후 선거제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결선투표제`에 대한 관심이다. 우리도 이제는 대통령 선거만이라도 결선투표제를 실시하자는 욕구가 고조되고 있다. 결선투표제(Runoff Ballot)란 선거에서 일정 득표율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 득표수순으로 상위 후보 소수만을 대상으로 다시 2차투표를 실시하여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의 투표제도다. 보통 일정 득표율로는 50%를 사용하고 결선 투표 후보로는 1위, 2위 두 명의 후보만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결선투표제가 없는 경우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 1위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후보의 당선은 그만큼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는 것을 뜻하고, 국정 운영에 약점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야당은 종종 당선자가 과반수의 지지를 못얻은 것을 약점으로 간주하고 공격의 빌미로 사용하기도 한다.이번 대통령 선거의 경우는 비록 당선자가 과반수를 얻지 못했지만 다른 후보와의 일대일 양자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는 여론조사가 있었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결선투표제가 없는 선거제도의 문제는 여전히 당선자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경우는 유력한 후보들의 다자 대결이었기에 후보들에게 투표하는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특히 많은 방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결선투표제가 특히 아쉬웠던 선거였다.이번 선거의 경우 유권자들은 여러 후보들을 전전하면서 자기가 원하지 않는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자기가 원하지도 않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하는 모순이 종종 일어났다. 그 결과 후보들의 지지도가 폭등,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또한 “A찍B” 라는 `A를 찍으면 B가 된다`라는 자조적인 유행어도 만들어졌다.이런 모순은 결선투표제로 해결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1위와 관계없이 자기가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여 그 후보를 2위로만 만들면 결선투표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소신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특히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콩도르세 승자``콩도르세 패자`라는 말이 있다. 다른 모든 후보들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지는 후보가 있을 시, 그 후보를 `콩도르세 패자`라고 하고 다른 모든 후보들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이기는 후보를 `콩도르세 승자`라 부른다. 학자들은 공정한 투표제도의 조건으로 콩도르세 승자는 당선되어야 하고 콩도르세 패자는 당선되어선 안 된다라는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상식적으로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콩도르세(Condorcet)는 18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이며 정치학자로 정치의 여러 가지 현상에 수학을 적용한 학자이다.한국에서 콩도르세 승자와 패자의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 1987년 당시 김영삼, 김대중 두 야권 후보가 단일화하지 못하여 개표 결과 노태우 후보가 36% 득표로 당선되었다. 당시 2위와 3위를 한 김영삼 후보는 28%, 김대중 후보는 27%였다.당시 노태우 후보는 양자 대결에서 두 김 후보에게 모두 진다는 여론 조사가 나온 상태였기에 두 김 후보는 자신감을 가지고 단일화를 하지 않았는데 그 결과 2, 3위를 차지하였던 결과이다.당시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었다면 아마도 결과는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김영삼 후보는 다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결선투표를 실시하는 대표적인 국가 프랑스에서는 대통령 선거뿐만 아니라 의회 선거에서도 결선투표제를 이용한다.한국 대선에서도 결선투표제가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대선에서 대부분의 당선자가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지지로 당선되었기에 대통령 임기 중 국민의 지지를 받는데 불리함을 안고 출발하는 문제가 있었다.결선투표제의 시급한 도입을 촉구하고 싶다.

2017-05-18

출구 조사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치열했던 19대 대통령 선거도 막을 내렸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안보위기의 나라를 구하고,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 하고 세계적 국가위상을 세우는 일에 모두 힘을 합해야 할 때이다.이번 선거에서 `출구 조사`(Exit Poll)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주목을 많이 끌었다.출구조사의 정확성은 차치하고라도 투표가 끝나자마자 유권자의 궁금증을 풀어준다는 의미에서 출구조사의 재미는 꽤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정확도는 항상 문제가 된다. 이번 선거에서도 출구조사에서 1위와 2위 격차가 크게 보였지만 실제 개표 해보니 그 격차는 출구조사보다 작았다. 이런 이유로 샘플이 적은 지역 국회의원 선거같은 박빙의 승부에서는 출구조사가 종종 틀리는 경우가 있다.출구조사는 어떻게 하는가?조사원들은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투표를 막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를 상대로 유권자의 허락을 받아서 설문지를 돌려 어느 후보를 선택했는지 조사하는 방법이다.유권자들은 투표소 현장에서 이 설문에 답한다. 이 설문에는 투표자의 인적 사항(나이, 지역 등)과 지지하는 후보를 답한다. 이밖에 시행하는 방법에 따라 다른 질문 등도 할 수 있다. 출구 조사는 선거 결과를 가장 빨리 예측할 수 있는 조사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처음 출구조사를 시행한 미국에서는 헌법에 따라 출구조사가 보장되어 있다. 1967년 워런 미토프스키가 켄터키주 지사 선거에서 CBS 방송을 위해 시범적으로 출구조사를 처음 실시한 뒤 이듬해 CBS에서 대통령 선거 개표 방송에 활용했다. 이후 여러 방송사에서 각각 출구조사를 시행해 경쟁이 과열됐다. 미국은 지역이 넓고 시차가 있어서 동부 지역 유권자가 투표한 내용이 서부 지역에서 투표를 시작하기 전에 보도되는 부작용 등으로 출구조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점을 보완해 나가면서 미국 출구조사는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충족 시키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5년 12월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따라 대통령선거를 제외한 선거에서 출구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용됐다.이에 따라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화를 통한 출구조사가 실시됐으나 일부 지역에 그쳤다. 2000년에는 대통령 선거를 포함한 모든 선거의 출구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됐고, 그해 4월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KBS·MBC·SBS 3사가 참여해 사실상 첫 출구조사가 실시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출구조사 실시는 TV 및 라디오 방송국과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일간신문사에 한해 비밀투표를 침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해야 하며, 투표 마감시각까지 그 경위와 결과를 공표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과거 총선에서 보았듯이 박빙의 지역구에서는 종종 틀리는 일이 있다. 이는 응답자들이 제대로 대답을 안하는 경우와 응답자의 성향 등으로 샘플에 편향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미국에서는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때 흑인 후보인 토머스 브래들리가 여론 조사와 출구 조사에서 앞서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브래들리가 패배했다. 인종 차별의 편견이 패배 원인이었으며 이는 여론조사에서는 감춰져 있다가 실제 투표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뒤부터 선거 전 여론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높았던 유색인 후보가 실제 선거에서는 득표율이 낮게 나오는 현상을 `브래들리 효과`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후 브래들리 효과는 유색인 후보가 있는 선거에서 종종 나타나곤 하였다.출구조사는 여전히 통계적으로 보완돼야 할 점이 많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샘플링에 공평성을 기해야 하고 응답자의 정직도도 높아져야 한다. 지역적, 연령적 안배 등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출구조사는 앞으로 한국의 대선, 총선에 큰 화제를 몰고 올 전망이다.

2017-05-11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19대 대통령 선거를 코 앞에 두고 후보자들의 TV토론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탄핵 후 두 달의 여유 밖에 없기에 후보들의 TV를 통한 자기 알리기는 더욱 중요한 선거 전략이 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에서 `코리아 패싱`이라는 단어를 한 후보가 갑자기 사용해 검색어 1위로 올랐다.그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영어 싫어하시는데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는 영어를 쓰시는군요. 그런데 코리아 패싱은 아시나요?”라고 물은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상대 후보는 “모른다”고 하면서 우물쭈물 하는 모습을 보였다.코리아 패싱! 대부분에게 낯선 이 말은 무슨 뜻일까?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은 직역하면 `한국 건너뛰기`라는 뜻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이슈에서 한국이 빠진 채 논의되는 현상을 말한다. 부정적 의미를 가질 수도 있는 단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한반도 안보 현안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것을 말하는데,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건너뛰고 곧장 중국만 방문하고 돌아간 상황을 재팬 패싱(Japan Passing)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코리아 패싱의 그 근원적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이 미국이 하자는대로 하니까 무시를 당해서 그렇다는 한 후보의 주장이 있고 그래서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 후보는 주장한다.그러나 상호신뢰가 굳건하면 서로 의견이 합치 되니까 패싱은 패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패싱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사실 미국과 사사건건 충돌하는 급진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면 부정적인 의미의 코리아 패싱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코리아 패싱, 사드반대, 보안법 철폐, 군 복무기간 단축 등 전력을 약화할 정책이 계속된다면 대 북한 협상에서 레버러지(leverage) 즉, 협상력을 크게 잃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강할 때 상대가 협상에 응한다는 것이다. 구직을 할 때 직업이 없다고 하면 더 취직이 안 된다. 다른 곳에 갈 데가 있다고 할 때 상대는 더 나에게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이 강력한 한미동맹과 군사력을 가지고 있을 때 북한은 협상에 응할 것이다. 삼디(3D), 오지(5G)라고 부르며 영어를 싫어한다는 후보를 보면서 문득 지나간 대통령의 유세시절 모습이 기억이 났다. 그 대통령은 유세시절 “미국 한 번도 안 가봤습니다. 사진 찍으려면 얼마든지 갈 수 있었지만…” 이라는 말을 하여 급진적 젊은이들의 표를 끌어모아 당선된 적이 있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과의 동맹 속에 있는 한국 대통령 후보가 미국도 한번 안 가봤고, 영어 못하는 걸 자랑으로 여긴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과거 해외의 중요한 회의에서 영어를 전혀 못하는 대통령이 대화에서 따돌림을 받는 모습도 보아왔다. 강한 한국은 강력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경제력, 군사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을 평화에 끌어들이고 통일로 가는 길에 설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강한 군대를 세우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일병, 이병 때는 빠르고, 병장은 어영부영하니까 병역의무는 1년 반이면 충분하다”는 발언 등은 기본적인 로직(logic)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시험 일주일 전에 공고해 봐야 하루 전에 공부하니까, 시험공고를 하루 전에만 하면 된다”라는 로직과 같은 것이기에 성립될 수 없는 논리다. 진정 우리가 강력한 우방국과의 동맹으로 강한 한국을 건설하고 북한 협상력을 높여 평화로 가는 길이 무엇이고 어떤 대통령이 그런 길을 갈 수 있을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거가 될 전망이다.

2017-04-27

유학생 10만 명 시대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지난 18일 학생회관에서 다양한 국가에서 포스텍으로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이 해외로 유학을 떠나려는 포스텍 학생들에게 현지 사정을 설명해주고 있는 광경을 봤다.이제 포스텍에 프랑스, 미국, 독일 학부 교환학생이 들어와 있는 것은 흔한 풍경이고 대학원에서는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외국인 학생들이 유학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학부든 대학원이든 거의 10%가 넘어서는 학생들이 외국인 학생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30~40년 전과 비교하면 판이하게 다르다. 당시 대학에는 외국인 학생이 거의 없었고 따라서 대학 내에서 영어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그러나 이제 포스텍 대부분의 강의가 영어로 진행될 정도로 캠퍼스 내에서 영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과거에도 유학생이 있었지만 영어권 국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영어권 국가의 대학들에 집중적으로 유학을 갔고, 유학을 보내는 대학은 아시아나 중남미 대학에서 대다수 유학생을 보냈다. 그러나 전세계 유학생 500만 시대인 이제는 유학생을 받는 대학과 보내는 대학이 여기저기 뒤엉켜있는 상태이다.중국이나 한국 같이 전통적으로 유학을 많이 보내는 나라에서도 이제 유학생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현재 대학 내 외국인 학생들 중 학위과정 60%, 비학위 과정 50%는 압도적으로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 유학생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겠지만 양국 국교의 정상화와경제적으로 하나의 시장권으로 묶이면서 인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10만 명 유학생 시대를 맞이한 한국에서 중국인 학생이 거의 6만 명에 가까운데 이는 인구를 고려할 때 상당히 높은 비율이 된다.최근 사드(THAAD) 문제로 유학생이 감소할 우려가 있으나 장기적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중국 유학생이 한국을 선택하는 이유는 낮은 문화적 차이와 비교적 적은 생활비, 높은 안전도 등이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한류의 영향은 비학위과정 연수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 생각한다.외국인 유학생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중국인 유학생의 경우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하나는 질적인 문제이다. 한 예로 일부 중국인 학생들이 강의에 잘 들어오지 않거나 등록만 한 후 취업을 하는 문제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학생들 대부분은 중국 내에서 대학에 들어갈 수 없어서 한국으로 유학을 온 케이스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질적 관리가 필요하다. 교육부에서 유학생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본다.두 번째는 교육적 관리라고 할 수 있다. 교육적 관리는 영어강의를 확대하고 글로벌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일본과 프랑스의 경우 자국 언어를 공부하도록 강요해 왔으나 최근 글로벌 시대에 있어 일본 대학들도 영어 강의를 확대하고 있으며 나폴레옹이 세운 프랑스의 유명한 에콜 폴리테크니크(Ecole Polytechnique)의 경우 모두 영어로 강의하는 등 글로벌 교육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세 번째는 이들에게 한국 문화를 습득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나라에 돌아갔을 때 한국의 네트워킹을 풍부하게 확장할 수 있는 첨병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결론적으로 첫째,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해 들어온 유학생들에 대한 철저한 질 관리, 둘째, 양질의 교육 제공, 셋째로 한국 문화 습득을 통해 한국의 팬(fan)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유학생 10만 시대에 유학생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학생들을 철저히 관리해 그들이 자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진정한 글로벌 유학 환경이 갖춰지길 바란다.

2017-04-20

안보는 제발 한 목소리로…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의에서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북한 문제에 대해 독자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는 트위터 계정에서도 “만약 중국이 돕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따라 위험한 루머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미국이 곧 선제공격을 할 것이다” “북한 미사일 격추가 있을 것이다” “전쟁물자가 포항에 도착했다” 심지어는 “김정은이 인도네시아로 망명준비를 한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주변에 있는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반농담조로 미 대사관에서 전쟁 도피관련 연락이 왔는가 묻기도 하는데, 하여튼 현재 한반도 상황이 엄중한 건 사실이다.이런 와중에 대통령 후보 중 사드를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사드를 찬성하는 쪽으로 발언을 바꾸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문 후보는 최근 연설에서 “북한이 계속 핵실험과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했고, 안 후보는 “사드 배치를 찬성한다. 사드 배치 반대의 당론을 바꾸어 달라”고 당 대표에게 요청했으며, 박지원 당 대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이를 두고 그동안 일관성 있게 사드 배치를 지지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이 두 후보를 겨냥해 “사드 배치를 두고 긍정으로 돌아설 듯이 말을 바꾸는 것을 보고,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참 의아스럽다”고 공격했다.홍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나라 국민의 생명이 걸린 정책을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그렇게 극렬히 반대해서 중-미의 사드 분쟁에 우리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하고선 이제 와서 선거전략으로 찬성 쪽으로 돌아서는가”라고 물으며, “나라 안에서 극렬한 찬반의 국론분열에 이르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이 표심만 노리고 국가대사를 손바닥 뒤엎듯이 말하는 그 분들을 믿고 어떻게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느냐”고 반격을 가했다.작년 7월 국방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철수 후보는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사드 배치를 반대했었다. 문 후보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사드 배치 결정의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청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정부의 전격적인 사드 배치 결정은 도대체 왜 이렇게 성급하게 졸속으로 결정을 서두르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익의 관점에서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결정”이라며 상주를 방문하여 플래카드를 들고 결사 반대했었다.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등 국회의원들은 중국을 방문해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중국에 고개를 숙이고 알현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국가정책과 정반대가 되는 행보였다.사드 배치는 원점으로 돌아가 재검토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역설했었다.안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사드 배치 결정은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국가적 중요 사안이다. 국회라는 장을 통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의 합치된 의사를 결집해야 한다”며 “반드시 공론화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공론화 과정에서는 철저히 국익 관점에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재검토와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문 전 대표와 같은 맥락의 주장을 안 전 대표가 개진한 것이다. 그토록 사드 배치를 반대하던 두 후보가 이제 사드 찬성으로 돌아선 건 순전히 선거전략이고 당리당략이라는 점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에서 매우 염려스럽다.이렇게 당리당략에 따라 안보문제에 대해 소신이 바뀌는 건 절대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안보는 우리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 이제 정치인들은 안보문제에 관한 한 반드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그 한 목소리는 개인의 이익이나 당리당략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진정 사랑하는 애국에 기초해야 한다.

2017-04-13

대선 여론조사의 함정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최근 대선 여론조사 결과가 화제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양자대결에선 이기고 다자 대결에선 진다”는 여론조사 발표다.양자대결에서는 이기는데 다자대결에선 진다면 이는 무슨 곡절일까?몇 년 전 고려대 총장을 선출할 때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현역 총장으로 매우 인기가 높았던 총장이 첫 라운드에서 탈락했다.네거티브(Negative) 방식의 선출 방식 때문이었다. 질문은 “가장 총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후보를 뽑아라”로 하여 많은 표를 얻은 후보들을 먼저 탈락시키는 경우였다.인기가 높은 후보일수록 절대로 안 된다는 고정 반대표가 많을 수 있다. 그래서 인기가 높았던 총장이 고정 반대표에 의해 탈락한 경우였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후보의 경우 지지율이 30%를 상위하며 수위를 달리고 있지만 절대로 안 된다는 강성 반대표도 많다. 이러한 강성 반대표들이 결집하면 결국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는 이기기 힘들다.고려대가 채택하였던 방식을 대선에서 택한다면 문 후보가 가장 먼저 아웃될 수도 있는 것이 제도와 통계의 함정인 것이다.사실 통계의 함정은 여기저기 있다.최근 미국 대선에서 대부분의 여론 조사 기관과 언론이 클린턴의 완승을 예측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트럼프가 당선된 결과는 많은 유권자를 놀라게 했다.사실 미국 대선에선 이보다 더한 예측을 뒤짚은 결과도 있었다. 20세기 미국에서는 `리터러리 다이제스트` 라는 잡지가 미국 대선 결과를 잘 예측해 꽤 유명해지고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런데 단 한 번의 실수로 이 잡지는 폭락했는데 1936년 대선 예측이었다. 공화당의 랜던과 민주당의 루즈벨트가 대결한 결과를 정반대로 예측하면서 순식간에 몰락하게 됐다. 당시 1천만명 이상의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틀린 이유는 바로 표본을 고른 표본추출 방법에 있었다.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구독자와 함께 전화 가입자, 자동차 보유자 명단을 중심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미국상황에서 전화 가입자나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계층이었고, 이들 대부분이 공화당 지지자였다. 결국 국민 전체를 대표해야 할 표본을 공화당 지지계층을 중심으로 추출해 여론조사를 실시했기 때문에 나온 예측 오류였다. 통계에서 샘플링이 중요한 것은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다. 핸드폰이나 SNS로 진행되는 여론 조사는 당연히 젊은층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게 된다. 이들이 핸드폰이나 SNS를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SNS에 들어가 보면 소위 진보로 분류되는 후보에게 실제 지지율보다 훨씬 더 많은 지지 댓글이 달리는 걸 본다. 그건 젊은층이 SNS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지금 소위 진보로 분류되는 후보가 압도적 우세를 보이는 것도 이러한 샘플링 오류에 기인할 수도 있다. 통계에서 평균 오류도 심각한 경우가 많다.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에서 빈곤층이 여전히 존재하는 건 평균 오류이다. 그래서 중앙값을 쓰기도 하지만 중앙값도 한 쪽에 몰려있는 데이터를 대표하기 힘들다,대선에서 종종 발표되는 캐스팅 보우트(Casting Vote)를 쥐고 있다는 연령층이나 지역 유권자의 평균 지지율도 오류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샘플링, 답변경향, 평균의 오류 등이 얽히는 대선 예측을 너무 과신해서는 안 된다.사표를 방지하기 위한 투표도 위험한 것이다. 독일 도르트문트 공대 통계학과 교수 발터 크래머가 쓴 `벌거벗은 통계`라는 책에서 각종 숫자와 데이터를 가지고 만들어진 통계가 어떻게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잘못된 행동을 이끄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통계로 거짓말을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그러면 유권자들이 취해야 할 정답은 무엇일까? 결국 정답은 “소신대로 투표한다”가 정답일 것이다.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소신대로 투표하는 것이 여론조사의 오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길일 것이다.

2017-04-06

동경공대의 검소와 프라이드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지난주 오랜만에 동경의 외곽 메구루구에 있는 동경공대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HEPA(Higher Education Planning in Asia)라고 하는 아시아 고등교육 기획 모임이 있었다. 5년 전 홍콩과기대(HKUST)와 함께 필자도 준비위원의 일원으로 기획했던 모임이었고 아시아 각국 기획처 책임자, 팀장급 실무자들의 모임이다. 그런데 이날 애써 찾아간 동경공대 캠퍼스를 들어서자마자 눈에 확 들어오는 간판이 있었다.`노벨상 수상 기념관!`작년 동경공대의 오스미 요시노리 명예교수는 세포가 내부의 불필요한 단백질 등을 스스로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메커니즘인 자가포식(自家捕食, autophagy) 현상을 밝혀낸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토파지, 즉 자가포식을 규명함으로써 암을 치료할 방법개선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다고 한다.오스미 요시노리를 기념하는 사진과 업적, 메달들을 전시한 전시관을 먼저 둘러보면서 부러움을 느꼈다. 그 기념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얼굴에서 생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번 노벨상은 동경공대의 두 번째 노벨상이라고 한다. 이미 2000년 노벨 화학상에 시라카와 히테키 교수를 배출하고 이번이 두 번째 수상이라고 하니 필자의 부러움은 더 할 수밖에 없었다.동경공대는 일본 국립대학으로서 아시아의 MIT라고 불릴 정도로 이공학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연구수준을 자랑한다. 공업입국을 모색하던 메이지 정부가 전문기술소양을 갖춘 직공장, 공업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한 학제상 일본 최초 공업교육기관 동경직공학교를 모체로 한다. 현재는 전통적인 이공학뿐만 아니라 정보계, 바이오계, 사회·경영계를 망라하는 이공계종합대학으로 발전했다.이날 행사 중 총장과 부총장을 만나 함께 이야기하면서 이들의 자부심과 프라이드가 남달리 느껴졌다. 당당함이 느껴졌다. 키가 훨씬 더 큰 필자지만 작게 느껴졌다. 행사가 끝난 후 부총장실을 방문해 환담하면서 결코 가볍지 않은 충격이 다가왔다. 그들의 검소함이다. 본부 건물은 화려하지 않은 옛 건물 그대로였고, 부총장실도 소박한 모습이었다.시종 일어서서 대화하는 모습도 분주하면서도 나태하지 않은 본부의 분위기를 반영했다. 사실 동경공대의 일본식 이름은 동경공업대학이다. 전신은 메이지시대인 1881년 설립된 동경직공학교였다고 한다. 한국에서 공업대학이라고 하면 이론적 연구와는 먼 대학으로 느껴지지만 일본에서는 당당히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동경공대는 얼마전 울산대에서 열린 타임즈의 아시아 서밋에서 발표된 랭킹에서 아시아 톱10에 들지 못했다. 한국의 포스텍, 카이스트, 서울대 등이 톱10에 들어간 것과 대조적이다.그러나 단순히 연구력과 명성만으로 측정하는 현재의 랭킹 시스템으로는 동경공대, 아니 노벨상 과학상을 여럿 배출한 일본의 소위 장인정신을 측정하긴 쉽지 않을 듯하다.그렇다면 우리는 돌파구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최근 대구에 있는 디지스트는 연구와 학사가 공존하는 강점을 기반으로 연구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이슈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학연 협력연구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국제선도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그랜드 챌린지 포럼`(Grand Challenge Forum)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포럼을 통해 발굴된 세계적 빅이슈를 대상으로 한국의 연구자와 해외 연구자가 협력연구를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장인정신이 부족한 우리에게 빅이슈를 공동으로 발굴하는 국제적 시너지 효과를 통해 창의적 연구를 개발하겠다는 새로운 발상이다.포스텍의 대강당 앞에는 빈 좌대가 놓여 있다. 거기에 노벨상 수상자의 얼굴을 얹어놓기를 기다린 게 어언 30년이 지났다.노벨상은 기다린다고 되는 건 아니다. 한 연구에 미치도록 몰두하는 그런 연구풍토가 자리잡지 않는 한 50년을 기다린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우리의 연구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2017-03-30

방황하는 보수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보수가 방황하고 있다. 갈팡질팡의 방황과 그리고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방황, 애정 결핍증의 방황이 계속되고 있다. 누구엔가 마음을 주어야 하는데 마음을 줄만한 사람이 없다. 귀국을 애타게 기다리며 반겼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사랑을 주고 기대어 보았다. 귀국 전에는 압도적 1등으로 사랑의 대상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귀국 후 상황이 달라졌다. 그리고 어느날 반기문 전 총장은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훌훌 보수의 곁을 떠나갔다. 허탈한 심정을 안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쳐다보았다. 반듯한 모습의 전형적 공무원형의 황 대행은 대안으로 떠오르는듯 했다. 보수들은 사랑의 사인을 보내고 마음을 달래보았지만 그도 어느날 홀연히 불출마를 선언하고 보수로부터 멀어져 갔다.보수는 갈 곳이 없다. 그래서 선택한 사람이 홍준표 경남지사인가?`막말의 홍 트럼프`라고 불리우는 검사 출신 홍준표 지사의 지지율은 기껏 2~3%를 밑돌다가 황교안 대행 사임 후 갑자기 두 자릿수에 육박하면서 치솟고 있다. 갑작스런 지지율 변화에 본인도 당황할 정도이다.사실상 반기문, 황교안에게 향하던 사람들의 일부는 진보 중에서 중도적 성향의 후보들인, 가령 안희정 충남지사같은 후보에게로 떠나갔지만, 아직도 보수들은 애정을 줄 곳을 찾아 배고픔에 헤매고 있다.남아있는 보수들은 이제 누군가에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사랑을 주려고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사랑을 줄 사람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랑을 줄 애인이나 배우자, 그리고 자식이나 부모 그리고 사랑을 줄 친구가 없는 그런 사람을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한다. 사랑을 줄 곳이 없는 사람들이 때때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본다. 사랑은 받아서 행복한 것이지만 주면서도 행복한 것이기 때문이다.보수란 무엇인가? 보수는 글자 그대로 “지킨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보수는 공산주의와 북한에 반대하는 반공주의와 미국 등 서방 우방국가와의 관계강화, 그리고 대기업 중심의 시장경제 안정과 강력한 대통령이 힘을 갖는 통치 체제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보수는 6·25후 피폐한 한국경제를 재건하는데 강한 보수의 상징인 새마을운동, 수출지향정책 등으로 큰 역할을 한것도 사실이다.보수는 때때로 우파라고 부르기도 한다.보수를 우파라고도 부르는 유래는 프랑스 대혁명 때 열렸던 국민의회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프랑스 대혁명 시 회의에서 왼쪽에는 왕정을 무너뜨리고 프랑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공화파가 자리를 잡았고 오른쪽에는 예전의 왕정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왕당파가 앉았다고 한다.이렇게 급진적이고 개혁적인 성향, 즉 진보 성향을 지닌 파들은 왼쪽에 앉았기 때문에 진보 성향을 좌파라고 하고, 반면에 점진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파들은 오른쪽에 앉았기 때문에 보수 성향을 우파라고 하게 되었다는 유래이다.전 세계 모든 민주 국가에는 보수와 진보가 있다. 미국의 공화당은 보수, 민주당은 진보로 불리운다. 일본도 자민당은 보수정당으로 불리운다.가장 비극적인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진보의 좌파가 종북파를 의미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해방후 분단과 6·25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일어난 독특한 상황으로 사람들에게 `좌파`는 곧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을 의미하는 말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과거 독재적인 경향을 갖는 정권이 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을 염두에 두고 정부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을 `좌파`로 몰아쳤기에 우리의 비극은 끝이 없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보수의 방황이 끝나고 건전한 의미의 보수와 진보가 어울리는 대선이 되었으면 한다. 보수를 수구로 또는 진보를 종북으로 몰아치는 우파, 좌파의 논쟁을 종식하고 두 개의 개념이 함께 협력하는 그런 대선의 결과가 되기를 빌어본다.

2017-03-23

울산에서 열린 아시아대학 총장 회의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지금 포항의 이웃 울산에서는 한국대학 사상 가장 큰 규모의 아시아 대학총장회의가 열리고 있다. 산업혁명시대 대학교육 발전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영국 고등교육평가기관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주최하는 `2017 아시아 대학총장회의`가 지난 14일 개막돼 16일까지 진행되고 있다.`강력한 산학동맹 구축을 통한 미래 창조`를 주제로 한 이번 회의엔 해외 23개국 65개 대학과 국내 21개 대학 등 모두 24개국 86개 대학과 연구기관 등에서 221명이 참가해 대학교육 발전방안을 토의하는 대규모 회의이다.첫날인 14일 `4차 산업혁명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총장 원탁회의가 열렸는데, 회의는 THE 존 모건 부편집장 진행으로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을 배출한 인도네시아 최고 명문인 반둥공과대학 카다르사 수르야디 총장, 오연천 울산대 총장, 성낙인 서울대 총장, 김상동 경북대 총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15, 16일 양일간은 대학과 산업의 산학협력에 대해 토의하고 마지막 날은 아시아 대학 랭킹을 발표한다고 한다.비공식 정보에 의하면 포항 포스텍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10위권에 랭크될 전망이다.그런데 이 회의는 울산대학교와 울산시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있다.회의장인 현대호텔과 울산대학교를 뒤덮은 울산시와 울산대학의 홍보물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총장 및 학자들에게 엄청난 홍보효과를 보여주고 있다.필자가 울산대학교 자문교수로서 지난 1년간 이 회의 준비위원회에 참석하면서 느낀 것은 이런 회의 준비가 대학과 대학이 소속된 지역사회를 국제화 시키는 인식변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매주 영국과 연결해 열리는 화상회의를 통해 지역을 세계에 알리고,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에서 학교 구성원과 학생들의 참여를 통한 국제화, 자원봉사에 동원되는 학생, 직원들의 국제화 마인드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이득효과를 느꼈다.물론 많은 돈이 들어가고 올해 울산광역도시 승격 20년 기념 일환으로 지원되는 행사이긴 하지만, `국내 최초` 레이블이 붙은 이 행사 유치를 놓쳐버린 포스텍과 포항시에 대한 아쉬움이 내내 머리를 스쳐간다.2009년부터 THE의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포스텍이 포항시의 국제화를 선도하는 역할에 이런 세계적 대학평가 기관들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렇기에 필자의 아쉬움은 더 깊어져 갔다.애시당초 THE는 국내 최초 대규모 총장회의인 이 행사를 포스텍이 열기를 원했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이루어지지 못했다.THE를 한국에 소개한 것은 포스텍이었다. 2010년 THE의 세계대학 랭킹에서 한국대학 역사상 가장 높은 랭킹인 28위를 기록한 후 THE의 필베티 등 핵심 인사들을 한국에 초청해 포스텍을 견학시키기도 했다. 이후 THE는 한국 최초 총장회의를 포스텍에서 열고 싶어했고 꾸준히 이를 타진해 오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텍의 내부적 사정과 포항 여건이 이를 수용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다.더구나 이번의 토픽은 포항이 추구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교육` 그리고 `4차 혁명 시대에 있어서의 산학협력`이었다.THE는 설문조사에서 `4차 산업혁명이 교육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응답자의 48%는 `지금과는 매우 다른 종류의 교육 필요`, 48%는 `약간 다른 교육 필요`라고 답해 96%가 교육의 변화를 예상한다고 전했다.현재 포스텍 교육이 산학협력 위주로 변신을 꾀하고 있고 최근 산학협동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한 것을 생각할 때 이러한 회의 개최는 더욱 시기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지역의 국제화는 지역대학이 선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포항 국제화를 위한 포스텍의 선도적 리더십이 각별히 요구된다.

2017-03-16

포스텍 세계 3위, 그리고 대학 랭킹의 의미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포항 포스텍이 세계대학평가 기관인 영국 더타임즈(Times Higher Education: THE)가 최근 발표한 `2017 소규모 세계대학평가`에서 세계 3위에 올랐다고 한다. 이번 평가에서 포스텍은 미국의 칼텍, 프랑스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특히 이번 발표에서 주목되는 것은 프랑스 대표적 공과대학이고 222년 전통의 엘리트 대학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포스텍이 제쳐 관심을 끌었다.포스텍이 미국 칼텍을 모델로 설립된 대학이라는 관점에서 두 대학 모두 톱3에 랭크됐고 이 결과는 포스텍의 성공적 모습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사실상 학생들이 포스텍을 선택하는 주요 이유가 소수정예교육이란 점을 비춰 볼 때 이는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포스텍은 또한 다음주 발표될 `THE`의 아시아랭킹에서도 톱10에 랭크될 전망이라고 한다. 2010년 포스텍은 THE 평가에서 세계 28위를 기록한 적도 있으며, 그 기록은 세계대학평가 순위 가운데 가장 높은 국내 대학 최고 기록으로 남아 깨지지 않고 있다. 일부 교육자들은 `랭킹기관들이 일방적 기준으로 정하는 랭킹이 무슨 의미를 갖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일리 있는 지적이기도 하다.대학평가는 과연 유효한 것인가. 그 의미는 무엇인가. 만일 평가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이런 의문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대학평가는 올림픽에 비유된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처럼 대학도 목표가 있어야 열심히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대학의 실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대학이 발전해야 한다는 동기 유발 측면에서 평가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평가가 대학의 순수 본질을 훼손한다는 반론은 평가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이상, 방법이나 평가지표 문제를 계속 연구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최근 THE는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인공지능(AI), 무인자동차 등 창의적 연구나 산학협력 관련 평가지표를 넣는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평가가 `대학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미래 발전 방향에 맞춰 평가지표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평가의 또 다른 부산물은 고착화된 대학서열을 깨뜨리는 것이다. 대학 서열이 바뀔 수 있어야 대학이 발전한다는 가장 중요한 명제에 기초한다. 대학 서열이 기존의 고착된 평판에 기초해 발표되고 인정돼서는 발전할 수가 없다. 대학평가에서는 이러한 고착된 평판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바로 이 점이 평가가 필요한 점이다.학생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 운명은 출신 대학에 의해 좌우된다`라는 환경이 조성돼서는 안 된다.수많은 학과 중 `이 분야에서는 내가 1등 대학을 나왔다`, 또는 `우리 학교는 뜨는 대학이다`와 같은 자부심을 가질 때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하고 졸업 후 사회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 대학평가나 랭킹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로젠탈 효과`(칭찬의 긍정적 효과)는 학생들 사기가 올라가야 대학이 발전하는 선순환 계기를 부여하고 대학평가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하버드대, 스탠포드대와 같은 명문대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도 항상 세계 톱10에 든다. 앞으로 포스텍도 어떠한 평가기준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학이 되는 게 목표여야 한다. 포스텍 뿐 아니라 해외 대학과 경쟁하는 한국 대학들 모두가 그렇게 돼야 한다. 대학의 노력을 무엇으로 `측정`할 수 있겠는가? 결국 평가라는 틀이 있어야 대학들도 뛸 것이며, 변화의 동력원으로 삼아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기능을 할 것이다.그러한 관점에서 대학 평가는 대학들에겐 힘든 일이지만 필요한 과정이다.

2017-03-09

어떤 원로교수의 은퇴식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학기말이 되면 각 대학마다 퇴임하는 교수님들의 은퇴식과 명예교수 추대식으로 분주하다. 흩어졌던 제자들이 모여들고, 자서전을 쓰시는 분들도 있고 또 제2의 삶을 출발하는 교수들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한다.지난주 수요일 포스텍에선 올 봄에 은퇴하는 여러 명의 교수님들에 대한 명예교수 수여식에 이어 저녁에는 퇴임하는 교수별로 별도의 은퇴식이 학과별로 열렸다.은퇴식에는 가족, 친지, 동료교수, 제자들이 참석해 그동안의 노고와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꽃다발이 쌓이고 사진을 찍고 회고담과 흥겨운 저녁식사 등 새 출발을 하는 교수님들에 대한 축하의 `무드`가 가득했다. 그런데 그런 중에서 한 원로교수의 은퇴식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그 교수님의 은퇴식에 초대된 손님들의 구성이 특이했기 때문이다.보통 은퇴식의 초대 손님은 가족, 친지, 동료교수, 제자들이 주를 이룬다. 가끔 친한 대학 직원을 초청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그런데 이 원로교수의 은퇴식에는 대학의 환경미화원, 근로직 복지회 직원 등 일반적으로 교수 은퇴식에 초대되지 않는 분들이 여러 명 초대 되어 눈길을 끌었다. 일반 직원들도 그 숫자가 꽤 많았다.초대 뿐만 아니라, 좌석 배치도 이런 분들과 교수 및 일반 직원들이 함께 어울려 앉도록 한 것도 매우 이채로웠다. 어색한 분위기를 감내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정겨웠다. 그리고 은퇴식 다음날 학교게시판에는 이러한 글이 올라왔다.“지난 2월 00일, 연지 식당에서 000 교수님 퇴임 행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교수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건전한 생각을 갖고 사회 문제에 책임지려는 모습이나, 학생들에게 자상한 가르침, 어려운 처지의 노동자들을 위한 따뜻한 말씀과 배려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습니다. 참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멀리 가시더라도 원하시는 일 계속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그제야 여러 사람들은 그 원로교수의 숨은 선행을 알게 되었다.명절 때나, 특별한 날이면 수시로 어려운 분들을 도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모두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셨다는 것도 알게 됐다. 같은 과 교수들은 물론 친한 교수들도 잘 몰랐다고 한다. 심지어 가족들이나 친지들도 잘 몰랐던 사실이었다.그런데 그 교수님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아주 검소한 삶을 꾸려가기로 유명하신 분이었다. 장을 볼 때도 저렴한 것만 골랐고, 차도 낡은 차를 몰고 다니시는 그런 삶 속에서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그날의 모습은 감동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모두 유능한 교수가 되고자 한다. 유능한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을 가지고 잘 가르치고, 연구를 잘해야 한다. 또 보직자나 총장이 되는 것도 유능한 교수의 목적일 수도 있다.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탠다면 교수들도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인데,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초기 로마 사회에서는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등의 전통이 강했고, 이런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그런 전통과 의무를 강조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교수 사회뿐 아니라 사회 지도층에 좀 더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 원로 교수님의 모습은 큰 본이 되고 있다.이 교수님의 페이스북에는 여러 제자들의 잔잔한 반응이 감동을 주고 있었다.“말씀하신 대로 평소 이 분의 배려깊은 생각과 삶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우리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신 그 원로 교수님에게 감사드리며, 이번에 은퇴하신 모든 교수님들의 건강과 새로운 시작을 축하드리고 싶다.

2017-03-02

우려되는 햇볕정책 망령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최순실 사태로 국내 정치와 사회가 어지러운 이때 한반도 상황과 관련된 메가톤급 사건이 지난주 말레이시아에서 터졌다.북한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의 또다른 아들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백주대낮에 독극물로 암살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김정남은 김정은에게 이복형이다.이번 사건은 북한 요원들이 진두지휘 하면서 동남아권 국적 사람들을 교묘하게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다소 특이한 양상을 띄고 있다.아마 과거에 직접 개입한 테러들이 북한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고 곤경에 빠뜨렸던 것을 의식한 듯하다.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북한 김정은이 권력 불안을 느낀 나머지 정치적 견제의 일환으로 벌인 일이 아닐까 추측된다.그런데 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이 사건이 말레이시아와 한국이 합작해 저지른 일이라는 황당한 성명을 내놓고 있다.한국이 최순실 사태 등 국내의 복잡한 정치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저질렀다고 주장한다.이런 북한의 태도에 말레이시아 언론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말레이시아 주권과 법을 존중하라며 촉구하고, 북한이 비논리적이고 황당한 주장으로 말레이시아의 공정한 수사권을 부정하고 있다는 맹비난 과 함께 북한과의 단교도 거론하고 있다.사실 비교적 입국이 자유로운 동남아시아 국가를 이용한 북한의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가 북한이 동남아에서 저지른 대표적 범죄이다. 국제사회에서 언제나 법을 어기고 불법을 저지르는 북한이 아직도 문명국가로 대접받고 유엔 회원국으로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로 여겨진다.이번 사태에 대해 북한이 기대고 있는 중국도 올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근래 최고 수준의 대북 제재 조치이다.지난 12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자 다음 날 중국은 북한산 석탄 1만6천t을 통관시키지 않음으로써 경고를 보냈고 김정남이 암살되자 수위를 더 높인 것이다. 대북 제재의 목표는 명확하다. 북한을 압박해 핵 미사일을 포기케 하고 합리적 대화의 자리로 나오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려면 김정은의 입지를 좁혀 들어가는 정책이 필요하다.스스로 국제사회에 협력하지 않으면 생존할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지금까지 그런 대북 제재는 한 번도 제대로 되지 못했다. 밖에선 중국이 방해하고 안에선 햇볕론자들이 북의 숨통을 틔워줬다.중국은 연속성이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북한을 봉쇄하는 국제사회에 동조하는데 반해 한국의 일부 야당은 집권하면 곧바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고 한다. 국제 공조만이 아니라 중국의 정책과도 반대가 되는 이야기다.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면 연 수억달러가 북한에 가고 그 돈으로 북한이 군사력을 강화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은 일부 야당 대통령 후보자들도 잘 알 것이다.북한에 대한 단호한 제재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은 최근 귀순한 탈북 인사들의 잇단 증언에서도 알 수 있다.최근 귀순한 북한 외무직 고위관리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증언에서 “단호한 국제사회의 공조 제재가 김정은을 압박해 그의 정책에 난관이 생기고 북한 주민의 심리적 동요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사실 중국이 이번과 같은 자세로 북한을 단호하게 다루고 국제 사회와의 공조 자세를 유지한다면 남북문제가 의외로 쉽게 해결되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햇볕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다고 해도 집권하면 당장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제 공조와도 어긋나고 유엔 결의에도 어긋나는 것이다.우리 스스로 우리를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가 과연 우리를 도와줄 것인가?우리는 그런 과오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2017-02-23

4차 산업혁명과 지역산업 고도화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4차 산업혁명(4th Industrial Revolution·4IR)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포스코의 스마트 플랜트화를 선언하면서 포스코 및 지역산업의 고도화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특히 기업들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작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가리키며, `인더스트리(Industry) 4.0`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작년에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이 대결에서 인간이 완패함으로써 인공지능의 무서운 성장을 맛보았다.이러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미 자동차 제조업 등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로봇공학, 실현단계에 있는 자율자동차 등으로 확산 적용되고 있다. 3D 프린팅과 사물인터넷(IoT)의 새로운 개념은 이제 낯선 말은 아니다. 3D프린팅은 프린터로 물체를 뽑아내는 기술을 말한다. 종이에 글자를 인쇄하는 기존 프린터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입체 모형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해 3D프린팅이라고 부른다.보통 프린터는 잉크를 사용하고 문서나 그림파일 등 2차원 자료를 인쇄하지만 3D프린터는 플라스틱을 비롯한 경화성 소재를 쓰고, 3차원 모델링 파일을 출력, 소스로 활용해 실체물을 뽑아낸다.사물인터넷도 4차 산업혁명의 꽃이다. 영어 머리글자를 따서 `아이오티(IoT)`라 약칭하기도 한다. RFID(전파식별기술)와 센서를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사물에 탑재한 것이 사물인터넷이며 기존의 유선통신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이나 모바일 인터넷보다 진화된 단계로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사람의 개입없이 상호간에 알아서 정보를 주고 받아 처리한다.이러한 제4차 산업혁명은 지역산업의 고도화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가?우선 철강산업의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가 예상된다.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제품생산 현황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생산을 최적화해 원가를 줄이고 품질 불량을 감소시키는 것이 가능한 지능형 공장인 스마트 팩토리는 포스코가 이미 기본설계에 착수했고, 일부 공장에 적용하고 있다.포항2열연공장에서는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해 운영하기로 했고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에서는 포스코ICT와 협력해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 시범 사업 결과를 토대로 연내 포항 등 다른 사업장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ICT를 처음으로 도입하는 포항2열연공장은 각종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한편 그동안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관련산업의 성장도 기대된다. 제4차 산업혁명은 리튬, 고순도 니켈 등의 새로운 에너지 소재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며 이러한 신소재 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된다.선택과 집중을 통해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되는 주력기업의 첨단화, 신성장 산업의 육성을 제안할 수 있으며, 또한 지역의 이업종 기업 간 미니클러스터를 활성화해 IT, SW, 사물 인터넷 융합으로 제조공장의 스마트화를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디자인 분야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산학연 협력 체계도 중요한 과제이다. 포스텍의 C5 같은 미국 MIT의 미디어랩을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은 지역기업의 이러한 스마트화와 소프트웨어, 디자인 분야의 발전에 크게 공헌할 수 있다. 효율적인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는 인재 양성 및 산학연 생태계 마련이 필요하다.마지막으로 신산업 활성화 대책을 위한 제도 정비 및 규정 및 조례 정리가 필요하다. 스마트화 되는 산업을 위한 규정과 운영도 스마트 해야 한다.

2017-02-16

“헌재 결정 승복하자!”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다가오고 있으며 헌재의 결정이 어느 방향으로 결정이 나든지간에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최근 새누리당에서 탈당해 비박중심으로 형성된 바른정당의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할 것을 강조해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바른정당은 “우리는 대통령 탄핵 소추의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심각한 국론분열을 겪고 있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탄핵 인용이든 탄핵 기각이든 그것은 헌법 정신의 최종 확인이며 우리 모두는 그 결정에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국회에서 재적인원의 80%에 가까운 234표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박 대통령은 탄핵되고 직무가 정지됐다. 헌정사상 두 번째 탄핵이라고는 하지만 첫 번째인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과는 내용이나 국회의원들이나 국민의 정서에 있어서 질적으로 매우 다른 탄핵이었다.그렇기에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들은 헌재가 탄핵 인용을 해주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대통령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입장에서 지금 탄핵의 당위성 여부를 신중하게 심사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분명히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큰 잘못이고 범죄행위지만 이러한 국정농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이 탄핵까지 갈 정도인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일 것이다.지금 매 주말 벌어지는 탄핵촉구의 촛불집회와 탄핵반대의 태극기집회로 국론은 갈라지고 여러 정책은 난항을 겪으며, 외교는 실종되고 있다. 사드배치, 정당해산, 국정교과서 등의 정책, 심지어 창조경제 정책도 잘못됐다는 비판마저 대두되고 있다.탄핵에 성공한 야당과 진보진영의 주장들은 대통령 탄핵을 초래한 비선실세 국정농단과는 관련이 없는 정치적 구호가 많은 것도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통합진보당 해산 취소나 관련자 석방 등의 요구는 이번 파문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따라서 현재 방황하는 정책들을 다시 확실히 다져둘 필요가 있다.또한 일본, 중국 등의 외교압박이 거칠게 다가오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혼란을 이용해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중국은 사드배치를 핑계로 입국거부, 한국산 불매 등 온갖 불이익을 주고 있다.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됐고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는 상황이 있었다.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탄핵 기각 판정에 대해 깨끗이 승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찬 국무총리의 시정연설 대독 중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듯한 발언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퇴장 소동을 벌이며 격분한 적이 있다.아이러니컬하게도 야당은 탄핵기각에 승복했는데 오히려 여당이 탄핵발의나 원인자체를 부정하는 상황으로 혼란이 있었다.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시정 연설이 끝난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한나라당은 헌재 결정을 깨끗하게 승복했다”며 “노 대통령이 승복할지 안할 지 모호하게 하는 것은 헌재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당시 헌재결정에 깨끗이 승복했던대로 만일 이번 탄핵 인용이 나온다면 박 대통령이 이를 깨끗이 수용해야 할 것으로 믿고 있다. 또한 당시 박 대표는 “헌재 결정을 수호할 의무를 갖고 있는 것이 대통령이다”며 “그런데 그 결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그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다”고 비난했었기 때문에 이제 대통령 자신이 헌재의 결정을 수호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반대로 탄핵기각이 나온다면 2004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보여준 승복의 감동처럼 현재 야당들은 깨끗이 승복하는 자세도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인용을 하든 기각을 하든 헌재 결정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세력은 헌재에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하며 연일 주장과 시위를 남발하고 있다. 이제 혼란을 종식하자. 헌재의 탄핵결정에 승복하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강한 국가를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

2017-02-09

바로 지금 아니면 영원히(Now or Never)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1960~70년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가수 중에는 비틀즈, 클리프 리차드, 엘비스 프레슬리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가수 엘비스 프레슬리는 그 다이나믹한 몸짓과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장년층은 물론 현대의 젊은이들에게도 전설적으로 알려진 가수이다.그의 수백곡 히트작 중 하나로 `It`s Now or Never`라는 노래가 있다. 이탈리아 민요 `오 솔레 미오(오 나의 태양)`라는 노래를 번안한 곡으로 엘비스의 데뷔 시절인 1960년에 발표해 250만장의 LP판이 팔린 공전의 히트작이었다.“나는 당신에게 반했어요. 지금 저에게 사랑을 주세요. 바로 지금 아니면 영원히 사랑이 안올 수도 있어요 (Now or Never)”라고 애인에게 구애하는 가사는 30분만에 완성됐다고 한다.전국을 반년째 강타하고 있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는 한국을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먼저 대내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해야 하는 숙제와 함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쇄국정책으로 인해 무역과 경제협력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는 각종 경제블록에서 미국을 탈퇴시키면서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들에게 큰 위협을 주고 있다.또 대외로는 중국, 일본의 각종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은 사드배치를 구실로 경제적 보복을 하고 유커라는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으며, 일본은 소녀상을 둘러싼 트집과 독도는 자기땅이라며 정식으로 교과서에 올리겠다고 결정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최순실 사태로 대통령 탄핵이 어지럽게 진행되고 있고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 태극기집회로 이념이 충돌, 사회적 분열의 조짐도 보인다.최우방인 미국의 외교정책이 급변하고 그 영향으로 인해 경제가 소용돌이 치게 되는 상황에서 국가를 이끌 최고 사령탑의 부재는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더이상 시간을 끌수 없는 상황이다.`Now or Never`! 지금 우리가 국가위기를 구할 확실하고 신속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대통령 탄핵문제도 신속한 결론이 필요하고 빨리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다.조금 시야를 좁혀서 우리 지역의 연구중심 대학인 포스텍을 생각해 보자.포스텍은 지난 30년 꾸준히 국내 대표적인 엘리트 대학으로서 서울대, 카이스트와 삼각구도를 유지하며 200개가 넘는 한국 대학을 이끌어온 대학이었다.대학을 선택하는 선호도에서 수도권 대학에 밀리지 않으면서 지역의 프라이드를 지켜주는 대학이었다.그러나 최근 몇 년간 대학 선호도 경쟁에서 그동안의 위상을 지키는 것에 적신호가 켜졌다.20여 년전 비슷한 위기가 있었을 때 `수퍼텍`이란 그룹이 있었다.전국을 발로 뛰며 포스텍의 우월성을 알리는 교수 자발 홍보 및 포스텍의 정체성 확립 그룹이었고 교직원, 학생들의 단합된 정신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큰 성과를 가져왔다.수퍼텍 정신의 재건이 바로 지금 포스텍에는 필요하다.포스코는 현 회장의 재임결정으로 지나친 경영다각화로 저하됐던 경쟁력을 다시 정리하고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의 제2막에 들어섰다.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다각화로 새로운 경쟁력 확보에 나선 포스코도 `Now or Never`의 정신으로 새로운 제 2막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대한민국, 포스코, 포스텍.지역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 세 개의 개념은 아마도 `Now or Never`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이 위기이지만 기회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Now or Never!

2017-02-02

반기문 신드롬 제2막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제8대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지난 몇 년간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름이다. 그래서 반기문 신드롬이란 용어까지 생겼었다. 반 총장은 여전히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 12일 귀국했다. 그의 귀국을 고대하던 국민들도 많이 있었다.그런데 의외로 반기문 신드롬 제2막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작년 6월 방한중 `반기문 대망론`을 심는데 꽤 성공했고, 작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전까지는 본인은 대권도전을 선언하지 않았는데도 꾸준히 대통령 후보로서의 지지율 1위 기록을 세우기도 하였던 그였다.그러나 작년 하반기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한자리 숫자로 떨어지고 보수그룹에 대한 실망감으로 반 총장의 지지율은 떨어지기 시작했다.25일 모 인터넷 신문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무선 100% 방식으로 실시한 1월 넷째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다소 큰폭으로 떨어져 6.0%p 하락한 18.0%를 기록했다.특히 야권 선두주자이자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격차가 다시 2주만에 벌어졌다. 이 인터넷 신문은 반 총장의 지지율 하락은 귀국에 따른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가 연속성을 보이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반 총장은 귀국 후 언론의 여러가지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면서 최순실 사태가 가져온 폭풍과 함께 여론의 냉혹함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혹자는 반 총장의 출마자격 자체나 나이를 논하기도 한다. 외교경험만 많고 실무적·행정적 경험이 적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 난 후 자국 정부에서 일한 경우는 전에도 많았다. 임기 중에 사망한 2대 함마슐드를 제외한 과거 유엔 사무총장 6명 중 3명은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뒤 자국 정부에서 일했고, 4대 쿠르트 발트하임은 퇴임 후 오스트리아 대선에 출마, 당선돼 대통령을 지냈다. 기타 국무총리나 외무장관을 맡은 경우도 있었다.외교적 역량과 해외 네트워크를 국가경영을 위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나이를 언급하는 건 민주주의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에선 금지되어 있다. 이력서를 낼 때 나이를 추정할 자료를 내면 법률 위반이 될 정도로 엄격하다. 능력이 중요하지 나이는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다.실무적 행정 경험 부족은 사실상 최근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를 볼 때 별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트럼프는 평생을 기업인으로 성장한 사람으로 행정은 물론 외교적 경험도 전무하다. 나이도 70세가 넘었지만 파격적인 국가보호주의 정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낚아냈다.결국 현재 반기문 신드롬 제2막은 트럼프와 같은 확고한 국가발전과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승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지난 몇 년간 반기문에 열광한 반기문 신드롬의 원인은 그가 UN 사무총장이라는 국제적 명성 때문일 수도 있고, 외교관 출신으로서 오랜 공직경험과 정치에 물들지 않은 순수성 때문에 기인한다. 그것은 국내 정치에 대한 실망감과 여기서 파생된 국민적 욕구가 기존 정치인이 아닌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로 분출된 현상이었다.그러나 그와 연계된 보수그룹인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실망감을 주면서 함께 실망감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제 반기문은 확고한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그렇게 못한다면 과거 지지율 1위를 누리고도 중도에 사퇴한 고건 전 총리나 당선확실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이회창 전 총리 같은 운명의 길을 걸어갈 수도 있다.대중의 인기는 순간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사라진 인기는 회복이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모든 정치인들이 이러한 대중의 인기와 지지도의 역학을 잘 이해했으면 한다.

2017-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