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19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린 후 선거제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결선투표제`에 대한 관심이다. 우리도 이제는 대통령 선거만이라도 결선투표제를 실시하자는 욕구가 고조되고 있다.
결선투표제(Runoff Ballot)란 선거에서 일정 득표율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 득표수순으로 상위 후보 소수만을 대상으로 다시 2차투표를 실시하여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의 투표제도다. 보통 일정 득표율로는 50%를 사용하고 결선 투표 후보로는 1위, 2위 두 명의 후보만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결선투표제가 없는 경우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 1위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후보의 당선은 그만큼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는 것을 뜻하고, 국정 운영에 약점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야당은 종종 당선자가 과반수의 지지를 못얻은 것을 약점으로 간주하고 공격의 빌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경우는 비록 당선자가 과반수를 얻지 못했지만 다른 후보와의 일대일 양자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는 여론조사가 있었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결선투표제가 없는 선거제도의 문제는 여전히 당선자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경우는 유력한 후보들의 다자 대결이었기에 후보들에게 투표하는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특히 많은 방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결선투표제가 특히 아쉬웠던 선거였다.
이번 선거의 경우 유권자들은 여러 후보들을 전전하면서 자기가 원하지 않는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자기가 원하지도 않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하는 모순이 종종 일어났다. 그 결과 후보들의 지지도가 폭등,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또한 “A찍B” 라는 `A를 찍으면 B가 된다`라는 자조적인 유행어도 만들어졌다.
이런 모순은 결선투표제로 해결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1위와 관계없이 자기가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여 그 후보를 2위로만 만들면 결선투표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소신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특히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콩도르세 승자``콩도르세 패자`라는 말이 있다. 다른 모든 후보들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지는 후보가 있을 시, 그 후보를 `콩도르세 패자`라고 하고 다른 모든 후보들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이기는 후보를 `콩도르세 승자`라 부른다. 학자들은 공정한 투표제도의 조건으로 콩도르세 승자는 당선되어야 하고 콩도르세 패자는 당선되어선 안 된다라는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콩도르세(Condorcet)는 18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이며 정치학자로 정치의 여러 가지 현상에 수학을 적용한 학자이다.
한국에서 콩도르세 승자와 패자의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 1987년 당시 김영삼, 김대중 두 야권 후보가 단일화하지 못하여 개표 결과 노태우 후보가 36% 득표로 당선되었다. 당시 2위와 3위를 한 김영삼 후보는 28%, 김대중 후보는 27%였다.
당시 노태우 후보는 양자 대결에서 두 김 후보에게 모두 진다는 여론 조사가 나온 상태였기에 두 김 후보는 자신감을 가지고 단일화를 하지 않았는데 그 결과 2, 3위를 차지하였던 결과이다.
당시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었다면 아마도 결과는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김영삼 후보는 다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선투표를 실시하는 대표적인 국가 프랑스에서는 대통령 선거뿐만 아니라 의회 선거에서도 결선투표제를 이용한다.
한국 대선에서도 결선투표제가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대선에서 대부분의 당선자가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지지로 당선되었기에 대통령 임기 중 국민의 지지를 받는데 불리함을 안고 출발하는 문제가 있었다.
결선투표제의 시급한 도입을 촉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