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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신드롬 제2막

등록일 2017-01-26 02:01 게재일 2017-01-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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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제8대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지난 몇 년간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름이다. 그래서 반기문 신드롬이란 용어까지 생겼었다.

반 총장은 여전히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 12일 귀국했다. 그의 귀국을 고대하던 국민들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반기문 신드롬 제2막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작년 6월 방한중 `반기문 대망론`을 심는데 꽤 성공했고, 작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전까지는 본인은 대권도전을 선언하지 않았는데도 꾸준히 대통령 후보로서의 지지율 1위 기록을 세우기도 하였던 그였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한자리 숫자로 떨어지고 보수그룹에 대한 실망감으로 반 총장의 지지율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25일 모 인터넷 신문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무선 100% 방식으로 실시한 1월 넷째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다소 큰폭으로 떨어져 6.0%p 하락한 18.0%를 기록했다.

특히 야권 선두주자이자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격차가 다시 2주만에 벌어졌다. 이 인터넷 신문은 반 총장의 지지율 하락은 귀국에 따른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가 연속성을 보이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반 총장은 귀국 후 언론의 여러가지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면서 최순실 사태가 가져온 폭풍과 함께 여론의 냉혹함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혹자는 반 총장의 출마자격 자체나 나이를 논하기도 한다. 외교경험만 많고 실무적·행정적 경험이 적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 난 후 자국 정부에서 일한 경우는 전에도 많았다. 임기 중에 사망한 2대 함마슐드를 제외한 과거 유엔 사무총장 6명 중 3명은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뒤 자국 정부에서 일했고, 4대 쿠르트 발트하임은 퇴임 후 오스트리아 대선에 출마, 당선돼 대통령을 지냈다. 기타 국무총리나 외무장관을 맡은 경우도 있었다.

외교적 역량과 해외 네트워크를 국가경영을 위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나이를 언급하는 건 민주주의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에선 금지되어 있다. 이력서를 낼 때 나이를 추정할 자료를 내면 법률 위반이 될 정도로 엄격하다. 능력이 중요하지 나이는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다.

실무적 행정 경험 부족은 사실상 최근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를 볼 때 별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트럼프는 평생을 기업인으로 성장한 사람으로 행정은 물론 외교적 경험도 전무하다. 나이도 70세가 넘었지만 파격적인 국가보호주의 정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낚아냈다.

결국 현재 반기문 신드롬 제2막은 트럼프와 같은 확고한 국가발전과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승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간 반기문에 열광한 반기문 신드롬의 원인은 그가 UN 사무총장이라는 국제적 명성 때문일 수도 있고, 외교관 출신으로서 오랜 공직경험과 정치에 물들지 않은 순수성 때문에 기인한다. 그것은 국내 정치에 대한 실망감과 여기서 파생된 국민적 욕구가 기존 정치인이 아닌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로 분출된 현상이었다.

그러나 그와 연계된 보수그룹인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실망감을 주면서 함께 실망감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제 반기문은 확고한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못한다면 과거 지지율 1위를 누리고도 중도에 사퇴한 고건 전 총리나 당선확실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이회창 전 총리 같은 운명의 길을 걸어갈 수도 있다.

대중의 인기는 순간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사라진 인기는 회복이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모든 정치인들이 이러한 대중의 인기와 지지도의 역학을 잘 이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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