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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조사

등록일 2017-05-11 02:01 게재일 2017-05-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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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치열했던 19대 대통령 선거도 막을 내렸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안보위기의 나라를 구하고,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 하고 세계적 국가위상을 세우는 일에 모두 힘을 합해야 할 때이다.

이번 선거에서 `출구 조사`(Exit Poll)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주목을 많이 끌었다.

출구조사의 정확성은 차치하고라도 투표가 끝나자마자 유권자의 궁금증을 풀어준다는 의미에서 출구조사의 재미는 꽤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정확도는 항상 문제가 된다. 이번 선거에서도 출구조사에서 1위와 2위 격차가 크게 보였지만 실제 개표 해보니 그 격차는 출구조사보다 작았다. 이런 이유로 샘플이 적은 지역 국회의원 선거같은 박빙의 승부에서는 출구조사가 종종 틀리는 경우가 있다.

출구조사는 어떻게 하는가?

조사원들은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투표를 막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를 상대로 유권자의 허락을 받아서 설문지를 돌려 어느 후보를 선택했는지 조사하는 방법이다.

유권자들은 투표소 현장에서 이 설문에 답한다. 이 설문에는 투표자의 인적 사항(나이, 지역 등)과 지지하는 후보를 답한다. 이밖에 시행하는 방법에 따라 다른 질문 등도 할 수 있다. 출구 조사는 선거 결과를 가장 빨리 예측할 수 있는 조사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처음 출구조사를 시행한 미국에서는 헌법에 따라 출구조사가 보장되어 있다. 1967년 워런 미토프스키가 켄터키주 지사 선거에서 CBS 방송을 위해 시범적으로 출구조사를 처음 실시한 뒤 이듬해 CBS에서 대통령 선거 개표 방송에 활용했다. 이후 여러 방송사에서 각각 출구조사를 시행해 경쟁이 과열됐다. 미국은 지역이 넓고 시차가 있어서 동부 지역 유권자가 투표한 내용이 서부 지역에서 투표를 시작하기 전에 보도되는 부작용 등으로 출구조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점을 보완해 나가면서 미국 출구조사는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충족 시키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5년 12월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따라 대통령선거를 제외한 선거에서 출구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이에 따라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화를 통한 출구조사가 실시됐으나 일부 지역에 그쳤다. 2000년에는 대통령 선거를 포함한 모든 선거의 출구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됐고, 그해 4월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KBS·MBC·SBS 3사가 참여해 사실상 첫 출구조사가 실시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출구조사 실시는 TV 및 라디오 방송국과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일간신문사에 한해 비밀투표를 침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해야 하며, 투표 마감시각까지 그 경위와 결과를 공표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과거 총선에서 보았듯이 박빙의 지역구에서는 종종 틀리는 일이 있다. 이는 응답자들이 제대로 대답을 안하는 경우와 응답자의 성향 등으로 샘플에 편향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때 흑인 후보인 토머스 브래들리가 여론 조사와 출구 조사에서 앞서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브래들리가 패배했다. 인종 차별의 편견이 패배 원인이었으며 이는 여론조사에서는 감춰져 있다가 실제 투표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뒤부터 선거 전 여론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높았던 유색인 후보가 실제 선거에서는 득표율이 낮게 나오는 현상을 `브래들리 효과`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후 브래들리 효과는 유색인 후보가 있는 선거에서 종종 나타나곤 하였다.

출구조사는 여전히 통계적으로 보완돼야 할 점이 많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샘플링에 공평성을 기해야 하고 응답자의 정직도도 높아져야 한다. 지역적, 연령적 안배 등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출구조사는 앞으로 한국의 대선, 총선에 큰 화제를 몰고 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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