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포항의 이웃 울산에서는 한국대학 사상 가장 큰 규모의 아시아 대학총장회의가 열리고 있다.
산업혁명시대 대학교육 발전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영국 고등교육평가기관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주최하는 `2017 아시아 대학총장회의`가 지난 14일 개막돼 16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강력한 산학동맹 구축을 통한 미래 창조`를 주제로 한 이번 회의엔 해외 23개국 65개 대학과 국내 21개 대학 등 모두 24개국 86개 대학과 연구기관 등에서 221명이 참가해 대학교육 발전방안을 토의하는 대규모 회의이다.
첫날인 14일 `4차 산업혁명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총장 원탁회의가 열렸는데, 회의는 THE 존 모건 부편집장 진행으로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을 배출한 인도네시아 최고 명문인 반둥공과대학 카다르사 수르야디 총장, 오연천 울산대 총장, 성낙인 서울대 총장, 김상동 경북대 총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5, 16일 양일간은 대학과 산업의 산학협력에 대해 토의하고 마지막 날은 아시아 대학 랭킹을 발표한다고 한다.
비공식 정보에 의하면 포항 포스텍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10위권에 랭크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 회의는 울산대학교와 울산시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있다.
회의장인 현대호텔과 울산대학교를 뒤덮은 울산시와 울산대학의 홍보물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총장 및 학자들에게 엄청난 홍보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울산대학교 자문교수로서 지난 1년간 이 회의 준비위원회에 참석하면서 느낀 것은 이런 회의 준비가 대학과 대학이 소속된 지역사회를 국제화 시키는 인식변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매주 영국과 연결해 열리는 화상회의를 통해 지역을 세계에 알리고,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에서 학교 구성원과 학생들의 참여를 통한 국제화, 자원봉사에 동원되는 학생, 직원들의 국제화 마인드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이득효과를 느꼈다.
물론 많은 돈이 들어가고 올해 울산광역도시 승격 20년 기념 일환으로 지원되는 행사이긴 하지만, `국내 최초` 레이블이 붙은 이 행사 유치를 놓쳐버린 포스텍과 포항시에 대한 아쉬움이 내내 머리를 스쳐간다.
2009년부터 THE의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포스텍이 포항시의 국제화를 선도하는 역할에 이런 세계적 대학평가 기관들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렇기에 필자의 아쉬움은 더 깊어져 갔다.
애시당초 THE는 국내 최초 대규모 총장회의인 이 행사를 포스텍이 열기를 원했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이루어지지 못했다.
THE를 한국에 소개한 것은 포스텍이었다. 2010년 THE의 세계대학 랭킹에서 한국대학 역사상 가장 높은 랭킹인 28위를 기록한 후 THE의 필베티 등 핵심 인사들을 한국에 초청해 포스텍을 견학시키기도 했다. 이후 THE는 한국 최초 총장회의를 포스텍에서 열고 싶어했고 꾸준히 이를 타진해 오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텍의 내부적 사정과 포항 여건이 이를 수용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다.
더구나 이번의 토픽은 포항이 추구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교육` 그리고 `4차 혁명 시대에 있어서의 산학협력`이었다.
THE는 설문조사에서 `4차 산업혁명이 교육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응답자의 48%는 `지금과는 매우 다른 종류의 교육 필요`, 48%는 `약간 다른 교육 필요`라고 답해 96%가 교육의 변화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현재 포스텍 교육이 산학협력 위주로 변신을 꾀하고 있고 최근 산학협동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한 것을 생각할 때 이러한 회의 개최는 더욱 시기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의 국제화는 지역대학이 선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포항 국제화를 위한 포스텍의 선도적 리더십이 각별히 요구된다.